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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09 1,198회 0건
잠에서 깨어 거실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잠깐 동안이지만 창문 밖이 캄캄한 걸 봐서 내가 상당히 오래 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을 다시 감은 건 더 자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콩콩거리는 심장의 박동이 점점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나는 소파의 팔걸이를 베고 있었고, 내 얼굴 1미터쯤 전방에 있는 맞은 편 소파에서 숙모가 졸고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슬며시 실눈을 떴다. 티 테이블이 그녀의 무릎 아래쪽부터 잘라내고는 있지만, 내 관심은 그 위쪽이니 별 상관이 없었다. 숙모의 머리는 등받이 위쪽에 사선으로 걸쳐져 있고, 두 팔은 팔꿈치 아래부터는 1인용 소파 양쪽의 팔걸이 위에 놓여 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소매 없는 브이넥 셔츠를 입은 상체는 뒤로 기울어 등받이에 기대져 있고, 하체는 소파의 앞쪽으로 쭉 내밀어져 있었다.

그 모습은 그저 피곤에 곯아떨어진 여자의 모습이었다. 장시간 비행을 하고 온데다 오자마자 술을 한 잔 마신 상태니 무척이나 피곤했을 터였다. 아마도 식사 준비를 마치고 나서, 내가 잠에서 깨기를 기다리다, 그냥 눈을 감은 것 같았다. 그 모습뿐이라면 내 사타구니가 눈을 뜨자마자 그렇게 벌떡거리며 일어설 이유가 없었다.

숙모는 만약 서 있더라도 허벅지 대부분을 가려주지 못하는 짧고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러니 앉은 자세에서는 더 밀려 올라가 엉덩이 아래부위 마저도 치마의 보호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 스커트의 역할이라고는 힘없는 그녀의 무릎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팽팽하게 당여주는 것 뿐이었다.

벌어진 무릎부터 시작된 허벅지가 쭉 뻗어 올라 서로 만나는 부분은 작은 천으로 덮여 있었고, 그 천은 그 아래에 있는 구조물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천이 아니었다. 그 천의 가운데로 시선이 몰린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거뭇거뭇한 수풀이 납작하게 눌려 있었다. 그 아래로 유난히 도톰하게 튀어 오른 둔덕... 검은 색 망사에 눌린 두툼한 대음순은 올 사이로 원래 자신의 색을 조금이나마 내비치고 있었고, 그 가운데 길게 움푹 파인 골은 유난히 더 검게 보였다.

숙모의 고개가 45도로 천정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고개를 다시 세우지 않는 한,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런 헤픈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게 미안한 마음이 잠깐 들긴 했지만, 이내 본능에 충실한 욕구가 그 마음을 밀어냈다. 흰 티셔츠 위쪽은 유방이 터질 듯이 볼록하게 밀고 있었고, 그 융기의 가운데에는 도드라진 꼭지가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며, 호흡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머리 끝까지 흥분이 밀려 올라왔다.

어떻게 저렇게 야한 속옷을 입을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여느 도색잡지에 나오는 여자들보다 훨씬 음란해 보였다. 거대한 보리알처럼 보이는 그녀의 사타구니가 마치 어디론가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졌다. 전신을 훑던 내 눈은 대음순 사이의 길다란 금 속에 있을 법한 구조물의 윤곽을 확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저 검게만 보일 뿐... 욕심인지 그게 안타까웠다.

내가 변태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그 날은 그 비슷한 행동을 하고 말았다. 조심스럽게 내 반바지를 들춰 내리고 기둥을 쥔 것이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손가락으로 긁었다. 그녀의 면전에서 딸딸이를 치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흥분이었다.

사실 숙모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재빨리 반바지를 들춰 올리고 여전히 자는 척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근거 없는 믿음이었다. 역시, 모든 것이 사전 연습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충분히 숙달되어 있어야, 어떤 위기가 닥쳐도 순식간에 대처할 것 아닌가?

불행히도 나는 전혀 연습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숙모가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부터, 눈을 뜨기까지의 시간도 너무 짧았다는 것도 변명이라면 변명이었다. 그녀의 머리가 움직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당황 속에서도 나는 반바지의 허리춤을 잡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미처 그 흉물스러운 것을 다 감추기도 전에, 나는 눈을 감고 손을 멈춰야 했다. 단단하게 굳은 채, 고개와 목을 반바지 위로 내놓고 있는 내 귀여운 고추...

숙모가 하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숙모는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고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번에는 그녀가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숙모의 따가운 시선이 마치 귀두에 날아와 꽂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날 하루 내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내가 멍청이가 된 듯 했다. 그냥 자지 않고 있었다는 걸 실토해 버릴까?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숙모가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자, 나는 눈을 뜨고 그 자세 그대로 내 사타구니의 꼬락서니를 내려다 보았다. 으아.......! 얼굴이 모닥불 바로 옆에 앉은 것처럼 뜨거웠다. 마치 동물원 구경을 하듯 K바지 위로 고개를 내밀고, 아직까지도 염치없이 팽팽하게 부어 있는 좆 대가리... 그 가운데 있는 세로로 난 입에서는 침까지 질질 흘러나와 있었다. 멍청이, 바보 천치, 천하의 잡놈.

“아아, 잘 잤다.”
“일어났어요, 도련님?”

욕실에서 나오는 숙모의 두 볼이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뭔가 안다는 듯 장난기어린 표정. 마치 ‘나는 너가 조금 전에 날 훔쳐보며 한 일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뻔뻔스럽게 눈까지 비볐다.

“지금 몇 시죠?”
“아홉 시 다 되어가네.”

“작은 아빠는 늦으시네요?”
“새벽쯤에 들어올 거라고 전화 왔어요.”

“무슨 일이 그렇게 많으시대요?”
“그러게요. 무슨 세미나 준비한다고 하는데... 배고프죠, 도련님. 이리 오세요.”

시장이 반찬이라, 조금 전의 낭패 같은 건 기억에도 없다는 듯 나는 열심히 밥을 입 속에 퍼 넣었다. 숙모는 그런 나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천천히 드세요. 왜 그렇게 서둘러?”
“얼른 먹고 집에 가야죠.”

“자고 가요. 모처럼 왔는데... 작은 아빠 얼굴도 한 번 보고...”
“괜찮아요. 비행 다녀와서 피곤하실 텐데 일찍 주무세요. 작은 아빠는 다음에 뵐께요.”

나도 자고 가고는 싶었지만, 저녁에 유미 누나를 만나 할 이야기가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숟가락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내가 눈을 우연히 반대쪽으로 돌렸을 때, 다시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식탁이 조명을 가려 아까처럼 노골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검은 색의 팬티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어떻게 그런 광경은 봐도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전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던 터라 재빨리 허리를 들어 똑바로 앉았다. 그래도 눈에는 그 광경의 잔영이 남았다.

그 날은 정말이지 평소의 내가 아니었다. 나름대로 주도면밀하다고 생각한 난데... 그냥 입에 밥만 퍼 넣고 있자니, 뭔가를 놓치고 있는 듯, 안타까웠다. 그래서 염치없이도 실수인 척, 이번에는 젓가락을 일부러 떨어뜨렸다.

그녀의 중심에 시선을 못 박고 느릿느릿 젓가락을 주워 올렸다. 하지만 그리 오랜 시간을 쓸 수가 없었다. 자지가 뻣뻣하게 굳어 반바지 속에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다. 잠시 그녀의 주의를 딴 데로 돌렸다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작은 아빠하고 비행기에서 만나셨다고 했죠?”
“네.”

“작은 아빠,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호호, 글쎄. 아마 그때 눈에 콩깍지가 씌었나 봐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느덧 그녀도, 나도 밥그릇을 거의 다 비우고 있었다. 너무 자주한다 싶었지만, 마음이 조급해, 한 번 더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다시 그걸 줍는 듯 허리를 숙였다. 그런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내 시선을 차단하려고 했다면, 무릎만 오무려 닫아도 충분했을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손으로 막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허벅지 사이에 목책처럼 펴져 문을 만들고 있는 숙모의 손등이 마치 내게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오늘 몇 번이나 쪽팔리는 거야? 그러고 계속 있을 수는 없어서 다시 고개를 세웠지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숙모는 마치 실성한 여자 같았다. 숟가락을 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휴지처럼 찌푸려진 얼굴은 목까지 벌개져 있었고 감겨진 두 눈에서는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저러다 죽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좋아요?”
“끅.... 끅... 끄윽....”

숙모가 말은 못하고 눈으로 나를 흘겼다. 그러더니 아예 숟가락을 놓고 아래로 숙여진 얼굴을 두 손을 펴서 가렸다. 여전히 거들먹거리고 있는 그녀의 어깨...

“그만 하세요. 그러다 숨넘어가겠어요.”
“미..미안해요... 푸후후후... 큭큭큭...!”

밥을 다 먹고 식탁을 치울 때까지도 그녀는 간헐적으로 입을 가리고 웃어댔고, 그럴 때마다 내 얼굴을 다시 붉어졌다. 한 번 잘못해서 대가를 톡톡히 치루는 구나. 왠지 나도 웃음이 나왔다.

“도련님....!”
“네?”

“고마워요...!”
“뭐가요?”

“저한테 관심 가져 줘서... 큭큭큭...”
“별말씀을...”

숙모가 커피를 탔다. 한바탕 해프닝이 가신 뒤라 둘 다 말도 안하고 잔잔히 여운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물론 그 쪽팔림의 여운을... 그런데,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어색하게 부엌 바닥에 떨어지는 숙모의 티 스푼... 숙모가 그걸 집으려 허리를 숙였다. 어이가 없었다. 탁자 위쪽으로 돌아온 숙모의 얼굴은 아까 못지않게 벌개져 있었다. 숙모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그녀가 얄미웠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으려고 저러나?

“그러다 제가 문 열고 나가 뛰어내리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래요?”
“아니어요, 도련님. 진짜 실수한 거예요. 큭큭.”

“그래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이제, 그만할게요. 미안해요, 도련님. 음... 음...!”

나도 그렇지만, 숙모도 사실 그쯤에서 끝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망할 티 스푼이 다시 바닥에 떨어진 건, 내가 보기에도 그냥 실수였다. 미처 웃음을 그치지 못한 숙모가 커피 잔을 잡으려다 옆에 놓인 티 스푼을 잘못 건드려 그게 다시 바닥에 떨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우연은 이제 막 웃음을 그치던 숙모의 자제력을 무너뜨려 버렸다.

“으흐흐흐~~! 흐흐흐~~!”

저게 웃는 걸까, 우는 걸까? 의자가 뒤로 발라당 넘어지지 않을까 염려될 만큼, 숙모는 목을 젖히고 다시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볼륨감이 넘치는 그녀의 가슴이 그 자세에서는 한껏 티셔츠를 밀어올리고, 꼭지의 윤곽도 도드라졌다. 자지가 발랑 고개를 쳐들었고, 화도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그 날 했던 짓 중에서도 가장 멍청한 짓을 과감하게 해버렸다. 반바지를 내리고, 굳어있는 좆 대가리와 기둥의 위쪽을 내놓은 것이다.

아직도 큭큭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숙모가 떨어진 티스푼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녀의 머리가 탁자 아래로 사라질 때 나는 묘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숙모의 웃음소리가 딱 그쳤다. 고개를 내밀고 있는 내 자지를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보복 심리의 충족에 의한 짜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크크크! 얼마나 당황할까? 그런데,

재빨리 고개를 들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숙모는 세심하게 관찰이라도 하는 듯, 허리를 들지 않고 계속해서 식탁 아래에 있었다. 이제 웃음 소리는 들리지 않고,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이번에는 노출의 쾌감이 나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작은 엄마가 보고 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자지가 더 뻣뻣하게 굳고, 불끈불끈 힘까지 들어갔다.

한참 만에 쳐들어진 숙모의 얼굴은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붉어져 있었고, 묘한 미소까지 서려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내 심장은 쿵쿵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티 스푼을 허공에 쳐들었다. 그리고 그걸 그녀가 보는 앞에서 천천히 탁자 경계 밖으로 옮긴 다음 손을 놓아 떨어뜨렸다.

내 알몸을 봤으니, 숙모의 것도 보여 달라는 강요였다. 그녀와 나는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고 있었고, 그녀의 표정은 야릇하기 그지 없었다. 한참 동안 나를 쳐다보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외면했다. 그러더니, 그녀의 두 손이 탁자 위에서 사라지고, 그녀의 엉덩이가 의자에서 잠깐 떴다가 다시 내려 앉고, 상체가 굽혀졌다가 다시 펴졌다. 그녀의 두 손이 다시 탁자 위로 올라왔고, 꽉 쥐어진 한 손에는 손가락 사이로 검은 색의 천이 내비쳤다.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마른 침을 삼키는 듯 숙모의 목젖이 한 번 올라갔다, 다시 내려왔다. 내 은밀한 장난에 말없이 호응하는 그녀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허리를 굽히는 대신 나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부엌바닥에 주저 앉았고, 숙모가 곁눈질로 그런 내 궤적을 쫓고 있었다.

대담하게도 팬티는 벗었지만, 그래도 부끄러운지 무릎은 아까보다는 닫혀 있었다. 그 좁은 틈 깊숙한 곳에 거뭇거뭇한 수풀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둔덕 아래의 구조물은 의자의 바닥에 달라붙어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대담하게 두 손을 뻗어 그녀의 무릎을 쥐었다. 가볍게 힘을 주자 무기력하게 벌어지는 무릎.... 이제는 수풀의 터럭,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이고 둔덕 아래에 살이 갈라지기 시작한 부위까지도 내 눈에 들어왔다.

손을 천천히 허벅지 안쪽을 더듬으며 밀어 올렸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살결... 그 감촉과 함께 더욱 치미는 욕구 때문에 머리가 멍해질 지경이었다. 그녀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손가락 끝은 더욱 바들바들 떨리고, 점점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그녀의 수풀에 내 손가락이 닿는데, 그 다음에는 의자와 둔덕 사이로 파고 들어야지...! 하지만 그때 그녀가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의자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갔다. 짧은 스커트가 내 시야를 차단해 버리고, 나는 망연자실해졌다.

커피 잔을 집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다리가 싱크 쪽을 향했다. 몸을 일으켜 그녀를 쳐다 보았지만, 그녀는 그런 나를 외면하고 커피 잔을 씻기 시작했다.

“산책해요, 도련님.”

허무하고 안타까웠지만 그녀의 종료 선언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그녀로서도 더 이상 뭔가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동안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아쉬워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만은 좋았다. 숙모하고 앞으로도 어쩌면, 이런 은밀한 장난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왔을 때는 완전히 어둠이 깔렸지만 여전히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짧은 티를 길고 헐렁한 티로 갈아입고, 스커트 대신 꽉 조이는 츄리닝 바지를 입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모습은 눈길을 끄는 듯, 지나가는 남자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게 기분 나쁘기보다는 왠지 자랑스러웠다. 그런 내 기분을 더 만족시켜 주려는 듯 숙모가 팔짱을 끼워 왔다. 팔 뒤쪽에 닿는 뭉클한 젖가슴의 감촉. 그녀는 그런 게 남자를 미치게 자극한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다니면 누가 저를 도련님 숙모라 생각하겠어요? 호호호.”
“누나, 동생인 줄 알겠어요.”

“신랑, 신부가 아니고?”

작은 엄마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도 이미 내가 그녀를 어느 정도 성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나를 자극하려는 것일까? 걸음걸이에 따라 주기적으로 흔들리며 내 팔을 눌러대는 젖가슴의 탄력은 고문이었다. 아파트 인근에 있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은 그녀의 눈길이 엄마 손을 잡고 노는 아이들에게 쏠리고 있었다.

“귀엽죠, 도련님?”
“네. 아이들은...”

“얼마나 예쁠까?”
“아이 가지고 싶으세요?”

“네. 가지고 싶어요. 그래서 도련님처럼 번듯하게 키우고 싶어요.”
“가지시면 되잖아요?”

나를 쳐다보는 작은 엄마의 얼굴에는, 체념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녀가 빙긋 미소를 짓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내뱉었다.

“우리는 아이를 못 가져요. 삼촌이 무정자증이래요.”

뭐라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 동안 시부모님의 타박을 묵묵히 받아 온 숙모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삼촌의 마음 고생도 보통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요, 도련님. 너무 늦겠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열 시가 다된 시각이었다. 집을 향하는 골목으로 접어드는데 저만큼 앞에 걸어가는 여자는 분명 유미 누나였다. 이렇게 늦게 다니다니... 뒤에 가서 놀래켜 줄 생각으로 조용히 따라가는 데, 갑자기 누나가 길을 벗어나 집 근처의 놀이터로 향하는 것이다. 밤에는 좀 위험한 곳인데... 나는 누나를 따라갔다. 왠지 힘이 없는 발걸음... 공부하느라 힘들어서일까?

놀이터 벤치에 앉은 유미 누나는 움직임이 없었다. 고개를 절반 굽힌 채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나무 뒤에 숨어 누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부쩍 말수도 적어지고, 얼굴에 웃음도 잘 짓지 않는 이유가 뭘까? 사랑한다는 사람하고 헤어지기라도 한 걸까? 사실 그 날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는 누나의 최근의 변화에 대해 그녀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결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누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누나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리고 있었다. 뭔가 심각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누나에게 다가갔다.

“누나!”

누나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외면했다. 누나의 옆에 앉아 강제로 턱을 돌려 내 쪽을 향하게 했다. 가로등에 반짝거리는 두 눈... 가슴 아래에서 뭔가가 울컥 하고 치밀어 올랐다.

“무슨 일이야, 응?”
“일은 무슨 일...?”

“나 궁금한 거 못 참는 거 알잖아. 그러니.. 얘기해 줘.”

대답 대신 누나는 팔로 내 목을 감고, 얼굴을 어깨와 목이 맞닿는 곳에 파묻고, 나지막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저 공부가 힘들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가슴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누나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는 참기로 했다. 머릿속으로 누나가 울 수 있을만한 일들을 생각해내려 애쓰고 있었다. 내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았을 거라는 것 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감히 누가 이렇게 예쁘고 착한 누나를 찼단 말인가? 팥쥐 같은 큰 누나도 잘만 남자 만나 사귀는데...! 누나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는 한참 걸렸고, 그 후에도 누나는 좀체로 입을 열지 않았다.

“누나 전에 사랑하는 사람 있다고 했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누나의 옆모습은 속이 터질 만큼 답답했다.

“헤어졌어?”
“아니.”

“그럼 그 사람도 누나가 사랑하는지 알아?”
“아니.”

“그럼 짝사랑이야?”
“아마...”

우이씨... 짝사랑이라니...! 내가 더 자존심이 상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가서 한 번이라도 말 해 봤어? 사랑한다고?”
“아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단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렇게 답답할 수가...

“내가 답답해 보여?”
“그래! 그래! 알밤이라도 주고 싶어.”

“언젠가는 알 거야. 그 사람도.. 내가 자신을 사랑하는 지. 하지만 몰라도 상관없어. 그냥 그 사람 옆에 있기만 해도 좋아. 그 사람이 원하는 뭐든... 내가 줄 수 있는 거라면... 다 줄 수 있어.”
“근데 왜 말을 못해? 사랑한다고...!”

누나가 잠시 내 얼굴을 쳐다 보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야. 그 사람하곤...”
“으아아앗! 으아앗~~! 미치겠다!”

아마 근처의 두어 집 정도는 밤에 놀이터에서 무슨 일이 났나, 궁금해 했을 것이다. 큰 누나라면 저런 손해보는 짓은 절대 안할 텐데... 큰 누나라면 아무리 남자가 조건이 좋아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을텐데...!

정말이지 유미 누나의 목이라도 잡고 흔들며, 그 답답한 머릿속에 든 것을 털어내 버리고 싶었다. 다 털어내고, 큰 누나에게 있는 것처럼, 계산적이고, 여우같은 속셈이라도 가득 채워 넣고 싶었다. 하지만, 애꿎은 그네에만 화풀이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그 사람하고 누나 요즘 이러는 거 하고, 무슨 관계있어?”
“조금...”

“그래, 가자 가. 묻는 내가 바보지.”

나는 누나의 손을 쥐고 걸었고, 누나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서 누나의 마음을 대신이라도 전해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자친구라도 좀 사겨.”
“내가 사귀면 좋겠어?”

“당연하지. 키 크고 잘 생기고 착실하고 집안도 부자고 누나만 위해주고.. 큰 누나의 그 분보다 훨씬 대단한 남자친구가 있어야지.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람으로...”
“그럼 남자친구 사귈까?”

“뭐야? 그걸 말이라고 해? 도대체 누나 자신을 누나는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야?”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누나의 손을 놓고, 먼저 집으로 뛰어 들어 갔다. 같이 걸어갔다가는 그녀에게 고함이라도 칠 것 같아서였다. 시키는 대로 한다고?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허구헌 날 손해만 보고 살아서, 이제는 아예 주관이라고는 없어져 버린 것일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엄마가 기다리고 계셨다.

“왜 이리 늦었냐. 출발한 지 한참 되었다는데...”
“좀 그렇게 됐어요.”

“어서 씻고 자라.”

엄마가 몸을 돌려 침실을 향해 걸었다. 분명 유미 누나도 아직 들어오지 않았는데... 걱정도 안 되나?

“엄마.”
“왜?”

“도대체 엄마는 왜 그래? 막내 누나는 걱정도 안 돼?”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그렇게 차별해? 주워온 자식도 아니고...”

나는 그저 엄마가 ‘피식’ 웃으며 뭔가 변명을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의 표정은 너무나 험악하게 변했고, 당황한 나는 내가 한 말 중에 엄마의 신경을 자극할 만한 말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았다.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금새 풀어졌다.

“들어가 자. 유미 오면 내가 문 열어줄게.”
“다녀왔어요.”

때마침 들어오는 유미 누나를 잠시 응시하고 있던 엄마는 그저 말없이 침실로 들어갔고, 누나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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