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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9 1,347회 0건

새벽에 도장에 갔다 아침을 먹고 나갈 사람들 나가고 나면 엄마와 둘이 남는다. 두 사람이 아무리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시간이 많아서는 곤란했다. 특히 엄마와 나는 35년이라는 세월의 강이 있다. 그래서 구청에서 하는 문예 강좌 중 댄스교실에 가입했다. 차차차, 이름이 좀 이상한데 춤 이름이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시간 반뿐이지만, 매일 엄마와 손을 잡고 스텝을 밟으면 한두 시간 금방 갔다. 이게 은근히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하고 평소 안 쓰는 근육을 사용하는지라 나중에는 땀으로 흠뻑 젖는다. 엄마의 경우 처음 며칠은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시고도 일어나거나 앉을 때마다 ‘아야 아야’소리를 달고 다녔다.

엄마는 갈수록 아름다워지셨고, 어려 지셨다. 구청에서 하는 여러 강의들은 대부분 주부들을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댄스교실 역시 아줌마뿐이다. 16명 중 남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강사를 포함해 나뿐이었다. 집에서의 연습은 엄마랑 하지만, 강사가 나를 교보재로 썼고, 아줌마들도 한 번씩은 같이 춰보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교실에서는 엄마랑 거의 출 기회가 없다. 내가 다른 아줌마들과 추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때때로 입술을 삐죽거리는데 그 모습이 진짜 귀엽다.

엄마와의 관계변화는 아버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엄마나 아버지, 누나들 같이 항상 주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선 의외로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바라는 것이 있듯 아버지에게도 바라는 것이 있다. 주말이면 놀러가서 같이 사진을 찍는다던가. 무등을 태워준다던가. 고민을 들어 주는 그런 것들이다. 아버지는 아무도 웃지 않는 외식이나, 가끔씩 엄마 모르게 용돈을 주시는 것으로 그런 것들을 대신한다. 그건 아버지 잘못은 아니다. 아버지는 매일 늦게 오시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못 들어오실 정도로 바쁘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나머지 식구들이 먹고 살면서 공부도 한다. 그러니 아버지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배웠다.

엄마와 아버지는 왜 웃지를 않으셨을까? 엄마의 이유는 알았다. 엄마의 항아리는 비어 있었다. 그 항아리가 비어진 이유는 아버지에게 사랑을 퍼 줬지만 아버지에게 사랑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항아리가 비었기 때문에 나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

아버지는 왜 엄마의 항아리를 채워주지 않은 것인가? 만약 아버지가 엄마의 항아리를 채워줬다면 엄마는 우리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셨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엄마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엄마와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아버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잘못했다. 그래서? 그것이 엄마와 사랑을 하게 된 원인도 이유도 될 수는 없다. 세상에는 우리 아버지보다 잘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아버지를 배신하고 버릴 수는 없다. 아버지는 잘못을 했는지는 몰라도 우리를 버리지는 않았다.

나는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몰라도 만나서 뭔가 하기는 해야 할 거 같았다. 그런데 뭐를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집합 X에서 입력 값을 받고 집합 Y의 원소를 출력으로 내놓는 함수 f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관계야. X의 모든 원소 x에 대해 x f y인 원소 y가 Y에 반드시 존재해. f(x)=y이고 f(x)=z이면, y = z이야.”

일주일에 국어 하루, 영어 이틀, 수학 이틀을 했고, 국어와 영어는 저번에 봤던 누나, 상미누나가 봐줬고, 수학은 상미누나 친구인 슬기누나가 가르쳐준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하는 날이었고, 나와 혁재형은 내방에서, 지수와 지선이는 누나 방에서 수업을 했다.

“그럼, 먼저 3분 줄게. 이 문제 풀어봐.”

혁재형은 과외 말고도 따로 단과학원에서 정석이나 기본성문 같은 것들을 공부한다고 하는데, 괜히 나에게 라이벌 의식 같이 귀찮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런 경쟁심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처음과는 다르게 이제는 문제들을 곧잘 풀었다.

“그래..잘했어. 원리는 알겠지?”

“네..”

“그럼 여기부터 여기까지 전부 풀어오고, 1차 함수 100문제, 2차 함수 100문제. 문제를 만들고, 풀어와. 문제집에서 베끼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알았지?”

“너무 많아요.”

“네..”

“재석이는 아무 말 안하는데, 형이 되가지고 너무 엄살 피우는 거 아냐? 방학이니까 열심히 해야지. 안 그래?”

“........네...”

“수고하셨어요. 누나.”

정리해서 거실로 나오니 슬기 누나가 안가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혁재형은 지수와 지선이 신발을 보고는 나가려다가 말고 누나 옆 자리에 앉는다. 매번 그런 식이라 혁재형이 지수나 지선이 둘 중에 하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은 눈치 챘다.

“상미 누나는 아직 안 끝났어요?”

“응.”

손님들이 안가고 있으니 방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엄마는 어디 가셨는지 집안은 조용했다. 엄마 찾아 안방과 욕실, 부엌을 돌아다녔다. 없었다.

“누나. 날씨도 더운데 수영장 한번 가요.~”

“응?”

“캐리비안 해적마을, 한번 가요. 네?”

“글새...다른 애들 생각도 들어 보고..”

엄마를 찾아다니는 동안 거실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오고갔고, 누나 방이 열리면서 상미누나와 애들이 나왔다. 다들 공부에 지친 표정이었다. 지선이가 나오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찬성을 했다.

“그래요. 선생님. 한번 가요. 우리..”

털겅.

“어머? 끝났니? 점심 먹고들 가. 드시고 가세요. 선생님..”

엄마는 시장이라도 봐 오시는 듯 양손 가득 비닐 봉투를 들고 들어오셨다. 얼른 가서 받아 주방으로 옮겼다.

“내가 너희들 엄마에게는 전화 했으니까. 먹고들 가. 선생님도 드시고 가세요~”

“그럼..그럴게요. 어머니.”

엄마가 두 번 연속해서 권하자 다들 일어났다가 어정쩡하게 앉는다. 나는 주방에서 엄마가 사온 재료들을 꺼내 싱크대 위에서 분류했다. 재료를 보니 낙지볶음이나 전골을 생각하시는 듯 했다. 낚지를 바가지에 옮겨 담고 굵은 소금을 뿌려 박박 닦았다.

“너도 가서 같이 있어. 엄마가 할게..”

“별로...할 이야기도 없는데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냐.”

“그럼 이것만 할게요.”

낙지 머리를 뒤집어 내장을 꺼내고 먹물주머니를 뜯어냈다. 그 주머니를 터트려 엄마 손에 묻히니 엄마도 예전 생각이 나시는지 매롱을 하신다.

“재석아~ 이번 토요일에 케리비안 해적마을 갈건 데. 너도 갈 거지?”

“응?”

어느새 지선이가 뒤에 왔다.

“그래. 집에만 있지 말고 재밌게 놀다 와.”

“네. 알았어요.”

엄마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가고 싶은 것도 가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수영을 못한다. 엄마가 자꾸 밀어내시니, 손을 닦고 거실로 나왔다.

“재석이도 간다고?”

“네..그런데..저 수영 못하는데..괜찮을까요?”

“호호. 뭐 수영하러 가나..물놀이 하러 가는 거지..”

수영장이든, 물놀이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언니, 우리 수영복 사러가자~”

“그래. 그러자.”

“어? 수영복 있어야 하는 거야? 없는데..”

“그럼 너도 같이 가자~”

지선과 지수가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 하는데, 수영복 말고도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점점 귀찮아지면서 괜히 간다고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재석아. 수영복은 이따가 엄마랑 가서 사. 엄마 오늘 백화점 갈 거야.”

“네..”

엄마는 부엌에 있으면서도 우리 이야기를 듣고 계셨는지 거실을 향해 소리치셨다. 나는 지수와 지선에게 눈으로 이야기 했고, 그녀들은 약간 실망한 눈치였다.

“재석아 네 방 구경해도 돼?”

“별로 상관없는데. 똑같지 않나?”

누나 방에 일이 있어 들어갔을 때 보면, 화장품이 있다는 것과 좀 더 다양한 책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향기를 빼면 차이가 없었다.

“하긴, 너희는 남자 형제가 없어서 궁금할 수도 있겠네..”

지수와 지선, 그리고 상미누나까지 방으로 들어갔고, 그림자처럼 혁재형이 그 뒤를 따랐다. 슬기 누나는 살짝 웃으며 역시 따라갔다. 그들이 전부 들어가자, 혹시라도 이상한 것이 나오면 어쩌나 싶어 나도 들어갔다.

“깨끗하네?”

지수는 책상 앞에 앉고, 혁재형이 그 뒤에 탐색 모드로 섰다. 지선과 슬기 누나가 침대에 앉아서 쿠션을 실험하는 것처럼 흔들었고, 상미누나는 책장을 쭉 훑어봤다. 나도 눈으로 허점을 찾아봤다.

“엄마가 매일 청소해 주시니까..”

“셰익스피어 좋아해?”

“그거요? 그냥 장식이에요..”

물론 좋아한다. 그러나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부터였다. 셰익스피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신화를 알아야 하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이해해야 한다. 셰익스피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간이 아닌 바에야 그의 문학의 근간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나서 왜 영국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서 고대 지중해 역사에 관심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로마사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리스신화, 로마사, 그리고 성경을 이해하고, 셰익스피어까지 보면 서양문화를 상당부분 이해할 수 있다. 책장에는 그런 흐름에 따라 정리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은 원서였다. 문장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번역본으로 보는 것보다 읽는 맛이 있었다.

“그래? 호호.”

“그건 그렇고...나가죠? 좁지 않아요?”

상미누나와 슬기누나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며 둘이 이야기하고, 지수와 지선이는 책상 책꽂이에 차례로 세워진 교과서나 참고서, 문제집들을 들쳐본다. 혁재형은 지수의 그림자이며 탐색자였다. 서랍 등을 함부터 열어 안을 뒤졌다. 그냥 혼자 부엌으로 갔다.

“다들 뭐해?”

“몰라요. 제 방에서 보물찾기라도 하나 봐요.”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여자 사진이나 시디라도?”

“어? 엄마도 그런 거 알아요?”

“있어? 호호. 다른 엄마들 하는 소리 들었지..재석이도 있구나..”

“아이~ 없어요.”

엄마는 숙달된 솜씨로 낙지를 볶으면서 순두부찌개에 호박을 토막 내 넣으며 나에게도 신경 써 이야기를 받아 주셨다. 나는 엄마의 손에서 뒤집개를 받아 낙지를 볶았다. 물이 거의 줄어든 것이 거의 다 되어갔다. 가스랜지의 불을 끄고, 냉장고에서 밑반찬들을 꺼내 접시에 적당히 덜어 담았다.

“어디서 먹어요? 6명인데?”

“식탁에서 그냥 먹으면 돼..여자들이라 괜찮을 거야. 현주 방에서 의자2개 가져와 줄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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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석이와 백화점에 갔다. 여름휴가를 가려면 어차피 수영복이나 그밖에 필요한 용품을 사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재석이가 지수, 지선이와 수영복 따위를 같이 고르며 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즐거웠다. 수영복을 고를 때도 노골적으로 같은 디자인을 고르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계열의 색상에 둘이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골랐다. 무릎까지 오는 사각 수영복과 그것만 간신히 가릴 수 있는 삼각 수영복을 사주고, 자신은 원피스 형과 치마를 덮어 입는 비키니를 샀다.

누가 일방적으로 골라 주는 것보다 둘이 한참을 고르고 의논하고 입어보고 보여주고 그러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 옷 저 옷 입혀보니 안 어울리는 것이 없었다. 웃지 않을 때는 남편 젊었을 때처럼 샤프한 인상이 나왔다가 특유의 반달웃음을 지으면 순식간에 따듯한 분위기로 바뀌는 것이 조금만 더 자라면 정말 멋진 남자가 되겠구나 싶다.

정말 아들이었다면 엄마의 자식사랑에서 나온 팔불출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성은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쇼핑이 즐겁고, 입는 옷마다 너무 어울리니 마구 충동구매를 하게 되었다. 어느덧 둘이 선글라스 하나씩 쓰고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백화점을 나섰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재석이는 몇 살처럼 보일까? 분명 15살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 물품보관소에 쇼핑백을 전부 밀어 넣고, 시내를 걸었다. 아직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둘만 있고 싶었다. 호텔은 사람이 너무 많았고, 밝아서 싫었다. 자연스럽게 모텔들이 밀집해 있는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재석이도 분위기를 읽었는지 말없이 옆에서 걸으며 내 팔을 끌어당겨 팔짱을 낀다. 연인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엄마..저기..”

“응...”

연인이라서 비슷한 생각, 걱정을 했었는지 재석이 가리킨 것은 무인시스템이라는 작은 안내판이었다. 머리 위부터 가슴부위까지 가리는 두툼한 발을 헤치고 모텔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자판기만 있었다.

“...........”

방 번호와 사진이 붙은 판에 불이 켜져 있는 곳과 꺼져 있는 곳이 표시되어 있다. 그래도 남자라고 재석이가 자판기에 돈을 넣고 불 켜진 방중 하나의 번호를 누르자 두꺼운 키홀더와 함께 열쇠가 떨어져 나왔다. 그것을 주어와 내 손을 잡아끄는데 애가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나 역시 두근거렸다. 재석과 함께 모텔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두근거렸고,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두근거렸다.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혹시라도 누가 탈까봐 두근거렸다.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가고 문을 잠그고 나자 긴장이 풀리는 숨을 재석이 모르게 뱉어냈다.

“와..”

“왜?”

재석이는 선글라스를 벗고 둘러보며 침대에 앉았다가 놀라서 일어났다. 입으로 물으며 침대에 앉았다. 재석이가 놀란 이유는 침대가 가르쳐준다. 출렁거렸다. 광고에서 옆 사람에게 충격이 안 가는 것이 좋은 침대인 것처럼 선전을 했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이 침대는 꽝이었다.

“엄마 먼저 씻을게.”

“응.”

재석이는 텔레비전도 틀어보고, 냉장고도 열어보고, 서랍들도 열어보고, 리모컨으로 에어컨도 키고 불도 껐다 켰다 하며 정신없었다. 시간도 없고, 화장품도 없어 머리에 캡을 씌우고 가슴부터 밑에만 씻고 나왔다. 재석이가 얼굴을 붉히며 어정쩡하게 서있다.

“왜?”

“으응..아냐..아무것도...”

“씻어.”

“응..”

벽인 줄 알았던 곳이 재석이가 들어가 불을 켜자 안이 훤히 보였다. 유리였다. 재석이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면서 이쪽을 힐끔 힐끔 본다.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속옷을 벗고 돌아누워 있자 재석이가 들어왔다. 촉촉한 피부가 닿았다.

“쭙..쭙...”

재석이는 이제 키스를 잘한다. 얼마나 잘하냐 하면 키스만으로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손도 부드럽다. 미끄러지듯이 가슴과 배와 다리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너무 달아오르기 전에 나도 재석의 몸을 만지고 싶다. 단단한 가슴은 의지가 되고, 똘똘이와 왕난은 아직도 내가 여자고 매력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마음도 중요하지만 몸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 젊었을 때는 성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즐거움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좀 과한 행위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다. 오랄도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불결했다. 그러나 그것까지는 남편이 너무 원해서 어쩌다 한 번씩 해주고 받곤 했다.

남자는 하나를 허락하면 그 다음을 노린다. 남편이 다음으로 원한 것은 항문성교였다. 항문성교 자체도 정말 싫었지만, 그 다음 또 뭐를 원할지 몰라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남편은 그래서 바람을 피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전부 허락을 했다면 남편은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까?

“재석아..”

“응?”

“너는 엄마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

“음...엄마의 사랑?”

“호호. 그런 거 말고..이런 거..할 때 말이야..뭔가 엄마가 해줬으면...하는 것이 있어?”

“.......없어...”

“저번에 했던 거..엄마가 똘똘이 빨아줬잖아? 그런 거 해주면 좋아?”

“음...좋아..”

“해줄까?”

“으응..아니..더럽잖아..”

“그런데 왜 해주면 좋아?”

“더러운데도 불구하고 해주니까...좋지..”

“..............”

다시 남편과의 일이 생각난다. 남편이 원해서 해 줬을 때, 말 그대로 해 줬다. 그것은 참는다는 의미다. 더럽고 불결했지만 원하니까 참고 해준다. 제주에서 이미 그런 행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몇 번의 오르가즘 후, 재석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때는 똘똘이가 내 안의 생물이 뱉어낸 물로 흠뻑 뒤집어 쓴 상태였는데도 별로 더럽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재석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키스를 해주고,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안 해줘도 좋아..엄마 마음 다 아니까..”

“으응...그냥 해주고 싶어서 그래...”

“그럼..나도 엄마 해주고 싶은데..”

전에 한번 해보긴 했지만, 재석이 얼굴에 엉덩이를 가져다 대는 것은 너무 부끄러웠다. 스스로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재석이 이끄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왕난을 입에 물고, 주머니를 어루만지자 똘똘이가 꿈틀거렸다.

그때 재석이는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마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잇을 것이다. 내 안에서도 꿈틀거렸다. 어쩐지 입안의 왕난이 맛있다고 생각했다. 비누냄새뿐이고, 씹지도 못하는데 맛있다고 느끼다니 말도 안됐다. 혀로 조금이라도 녹여보려고 핥고 빨아먹었다. 전보다 더 진한 맛이 느껴졌다. 역시나 맛있었다.

‘슬슬 나도 재정신이 아니구나..’

“음...”

재석이도 엉덩이를 안으며 혀를 내밀고 맛을 보는 듯 했다. 내 그곳의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리고 재석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무슨 맛이 나?”

“음...엄마 맛...”

“그게 무슨 맛인데..”

“그건 나도 몰라..아무튼 엄마한테서만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야..”

“맛있어?”

“음...저번에는 몰랐는데..오늘은 좀 맛있는 거 같아..엄마도 줄까?”

“얘는 엄마에게 어떻게 줘..”

“기다려 봐..”

재석이 혀를 깊이 집어넣었다가 국자처럼 말아 나왔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키스를 했다. 머리가 울렁거렸다. 재석의 혀 전체에 묘한 맛이 감돌았다. 다시 안에서 울컥거린다.

“무슨 맛인지 알겠어?”

“아니..”

다시 똘똘이를 입으로 품었다. 맛있다. 점점 밑으로 내려가 주머니까지 사사치 빨았다. 재석이는 나보다 더 흥분했는지 그곳뿐만 아니라 엉덩이 전체를 먹으려 했다. 항문도 몇 번이나 빨았다. 나도 질 수 없어 재석의 항문을 빨았다. 역시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엄마 항문에 넣고 싶어?”

“응? 넣을까?”

“마음대로 해..너 마음대로..”

마음먹기 따라 다른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아...”

재석이 혀가 항문을 비집고 들어오려고 했다. 그게 아닌데, 오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급격히 항문에 힘이 들어갔다.

“아아..”

조금 더 들어왔다. 똘똘이를 꽉 움켜잡고 정신없이 흔들며 나도 재석이의 항문을 빨았다. 이 항문도 오그라들었다. 재석의 혀가 물러났다.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한참을 혀와 손만으로 섹스를 했다. 재석이의 침이 묻지 않은 곳이 없었고, 내 침이 묻지 않은 재석이 신체 역시 없었다. 상대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해주는 것을 오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알고 있던 오랄이 다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하늘을 둥둥 떠다녔다.

서로를 몸을 타고 몇 바퀴나 회전하고 삽입을 위한 정위치 에 도달했다. 아직도 정신은 떠다니고 있었고 신체는 재석의 혀와 손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항문 안쪽까지도 재석의 혀가 들어와 있는 기억 그대로였다.

“아아아...”

“음...엄마...좋아...”

똘똘이가 한 번에 들어왔다. 그 한 번의 동작만으로 오르가즘을 느꼈다. 그 후, 5번에 한번 꼴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 같았다. 끝도 없었고, 정신은 더욱 없었다. 한번 오르가즘을 느끼면 잠시 쉬어야 다른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는데, 이건 휴식기 없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날카로움 감각은 고통과 쾌락이 같은 감각이었고, 천당과 지옥이 하나였다.

“엄마! 엄마!”

“으응?”

“시간..다 됐대..우리 나가야 돼...”

“으응?”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더니 잠이라도 들었던 모양이었다. 어찌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이 다 갈라졌다. 재석이는 치사하게 이미 씻고 옷까지 전부 입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부끄러운 나신을 드러내며 샤워부스에 들어갔다. 머리는 엉망진창이고, 화장은 재석이가 다 먹어서 맨얼굴이다.

“엄마~ 빨리해. 좀 있으면 방 치우러 온대..”

“...............”

‘쟤가 언제부터 말을 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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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마을에는 버스를 타고 갔다. 도착하자마자 탈의실에서 수영복부터 갈아입었다. 이번에 엄마가 사준 무릎까지 오는 사각 수영복인데 하얀 바탕에 파란 꽃이 그려져 있어서 시원하고 산뜻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남자는 여자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엄마에게 배웠다. 약속된 장소는 엄청나게 길고 높은 미끄럼틀이 있는 풀장 앞이었다. 혁재형이 바로 나와 둘이서 사람들 구경하고 있는데, 미끄럼틀에서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여자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모세의 기적으로 갈라지는 얌수프처럼 풀장을 반으로 가르며 높은 물줄기를 양 옆으로 뿌렸다. 거친 저항 때문에 우리 앞까지 날아온 여자의 가슴 가리개가 훌러덩 벗겨져 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여자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만 가리고 서 있다.

“...............”

여자 가슴을 이렇게 가까이서 대놓고 보기는 엄마와 이 여자뿐이다. 저절로 엄마와 비교하며 관찰하게 되었다. 우선 크기, 엄마랑 비슷한 정도로 손으로 덮으면 양쪽으로 살들이 삐져 보일 정도였다. 모양은 엄마가 약간 아래로 처진데 비해 전체적으로 둥글게 둥쳐있으면서 꼭지가 위로 솟았다. 꼭지 색깔이 흐려서 분홍색에 가깝고, 전체 크기에 비해 작았다.

“흑..”

뒤늦게 가리개를 급히 차고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어지간히 창피해하며 뛰어가는 뒷모습이 귀가 빨개졌다. 아마 얼굴전체가 그렇게 빨갛게 되었을 것 같다.

“야! 뭘 그렇게 보냐! 그럴 때는 안보는 것이 예의라는 걸 몰라!”

“..............”

우리 행동을 다 봤는지 상미누나, 슬기누나, 지수, 지선이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방금 본 영상이 너무 강렬했던 탓에, 상미누나부터 해서 차례로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혁재형도 나랑 똑같았다.

“어머! 얘들 좀 봐..웃겨..”

누나들은 면박을 줬고, 지수 지선이는 누나들 뒤로 숨었다. 다들 원피스 수영복으로 입고 있었다. 그래도 매끄러운 허벅지가 제법 여물었다.

“어쭈..눈 안돌려?”

캐리비안 해적마을은 여러 개의 풀장으로 된 수영장의 백화점 같은 곳이었다. 특이한 시설들이 많았는데 파도 풀에서는 윈드서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장 사람들이 많은 곳은 여자들이 3줄로 하얀 긴 의자에 반쯤 누워 다리 하나를 들어 접고 반들반들한 기름으로 온몸에 떡칠을 하고 누워있는 곳이었다. 그 앞에는 배에 왕자 새겨진 몸짱들이 잔뜩 힘을 주고 괜히 왔다 갔다 했다. 나도 그런 남자들을 보면서 배에 힘을 줘 봤지만 왕자가 생기다 만 것처럼 선명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혁재형처럼 아예 없지는 않아서 체면은 섰다.

“뭐하고 놀까?”

“오전에는 한 번씩 둘러보면서 해보고, 점심 먹고 나서는 물놀이나 하고 싶은 거 하자.”

남자 한명이 여자 둘을 양 옆에 끼고 다니는 모양새였다. 속사정이야 어떻던, 주위의 시기와 부러움을 사기는 충분했다. 수영장에 오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비슷한 또래와 노는 것도 즐거웠다.

본능적으로 여자가 좋았다. 물놀이를 하면서 혁재형이랑 둘이서 누나나 지수, 지선이를 잡아 물에 던져버리는 것도 재미가 있었고, 그들이 복수를 한다고 사지를 하나씩 잡아 던질 때도 은근히 스킨십을 즐겼다.

“혁재오빠. 좀 엉큼해..”

“왜?”

“아까 은근슬쩍 가슴 만졌어. 막 안으려고도 하고..”

“어머. 너한테도?”

점심을 먹고 혁재형이 화장실 간 사이 지선이가 투덜거렸다. 내 생각에는, 엉큼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솔직해 보였다. 나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솔직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엄마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니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솔직한 거지..”

“뭐야? 그럼 너도 만지고 싶어?”

“응. 당연하지.”

“호호. 그런데 왜 안 만져?”

“용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호호호. 너도 충분히 솔직하다..”

“그리고 충분히 용기가 없고?”

“호호호”

점심 먹고 잠깐 쉬고, 살인배구도 하고, 수중배구도 했다. 개인적으로 상미누나에게 수영도 좀 배웠는데 잘 안 된다. 물속에서 상미누나가 가슴을 받쳐주고, 슬기누나가 배를 받쳐주자 폼은 그럴듯하게 나왔지만 두 누나가 손을 하나씩 치우면 점점 가라앉았다.

“다시 해봐..”

그래도 계속하는 것은 두 누나의 손길이 나긋나긋해서였다. 지수, 지선이는 수영을 제법하며 옆에서 잘난 척을 하면서 놀렸다. 혁재형은 아까 일로 미움을 받는 쳐지였다. 자신이 왜 미움 받는지 모르고 나만 노려보며 시기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집에 돌아올 때는 누나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누나들도 우리와 친해진 것이 좋았는지, 아니면 그것도 전략인지, 시험 잘 보면 영화도 보여주고 동생들과 소개팅도 시켜준다고 약속했다.

“동생이 몇 살인데요?”

“음..18살...”

한마디로 뻥이라는 말이다. 18살짜리가 15살과 소개팅을 할 이유도 없지만, 우리 누나를 보건데 소개팅 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것도 모르고 혁재형은 기대하는 눈치였다. 바보다.

‘남동생인가?’

나이로 봐서는 우리를 소개시켜 준다는 것이 아니라 지수나 지선이 쪽이 맞을 거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혁재형이 더 바보 같다. 여동생이든 남동생이든 우리랑은 관계없는 이야기에 저렇게 좋아하다니, 그리고 평소에 지수나 지선이에게 하는 것도 그렇고, 한명에게 집중해도 잡을까 말까한데 여기저기 밑밥을 뿌리는 것이 두 마리 토끼를 ?다가 전부 놓지는 형국이었다.

‘알아서 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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