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보자 정말로 정각 9시였다. 베란다 쪽을 바라보자 노란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어두운 밤하늘이 보였다.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었나 보다.
“밥 먹을래?”
시계를 보면서 또 다시 쓸데없는 생각에 빠질 무렵, 누나가 말했다.
“응.”
아침엔 누나가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아침식사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저녁은 누나가 준비하게 되었다. 물론, 대개 내가 아침에 해둔 반찬이 그대로 나오긴 하지만.
“누나 저녁 아직까지 안 먹었어?”
밥그릇에 밥을 퍼서 내 앞에 마주 앉은 누나.
“응.”
“왜? 배고프지 않았어?”
“혼자 먹으면 심심하잖아. 그래서 네가 깰 때까지 기다렸지.”
“그래?”
젓가락을 집어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심심함을 달랠 겸 누나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누나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
“그거, 내가 할 말아닌가?”
“상관없잖아. 누나도 학생인 건 마찬가지니까.”
“뭐, 그냥 그렇지.”
누나는 대학교 2학년생으로, 나와는 두 살의 터울이 있다. 일단 꽤나 유명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 게다가 입학한 이래 과톱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모양이다.
동생인 내가 생각하기에도 누나가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이 의외다. 왜냐하면 누나는 집에 있을 때 공부의 공자도 입에 담지 않을뿐더러 책 한 번 펼치지 않는 사람이니까. 집에서는 책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어떻게 공부를 그렇게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누나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한다.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공부 못하는 사람 참 열받게 하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말야. 나는 강의 시간에 상관없이 8시에 가서 6시에 집으로 오잖아. 그래서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공부를 한다고. 강의 듣는데 평균 6시간 정도로 잡으면 4시간 동안은 자습시간. 이 정도면 집에서는 놀아도 충분히 공부가 돼.”
쉬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그럼 누나의 학교생활은 공부 일색이란 거야?”
“그렇지.”
“친구는? 발랄한 캠퍼스 생활은?”
“없어 그런 거. 대학엔 교수와 과톱을 방해하는 다른 학생들뿐이다.”
“우와, 그거 무지하게 삭막한 생활이다.
“걱정 마. 겉으로는 확실히 평범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학생이니까. 겉으로는.”
그 대사. 너무 무서운 느낌이 나는데. 원래 사람은 겉과 속이 일치해야하는 법이라고. 물론 표리일체를 전면부정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걱정 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어.”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괜찮다니까.”
“큭큭.”
“풋.”
나와 누나의 일상은 늘 이렇다. 시답잖은 대화가 오고가는 일상이긴 하지만. 분명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행복이 있다. 누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문득 떠올랐다기보다는 며칠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났다.
“슬슬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어. 준비해야겠지.”
“그러네. 주말에 장 보러 갈까?”
“그래도 몇 주 남았는데 그건 너무 이르잖아.”
“그런가?”
어떤 날짜가 가까워지느냐 하면. 나와 누나의 부모님의 기일이다. 아니, 어쩐지 남의 부모님처럼 얘기한 것 같은데,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엄마아빠가 돌아가신 날이 곧 다가온다.
3년 전. 내가 중학교 3학년이고, 누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 여름방학을 맞은 당일 4인 가족이서 피서를 떠나던 중 사고가 났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밤을 샌 대학생 청년이 졸음운전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으며 우리들이 탔던 차와 충돌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단란한 가족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걸 그때 실감했다. 아빠는 사고순간 돌아가셨고, 엄마는 응급실로 실려 가셨지만, 그날 밤 결국 돌아가셨다. 나와 누나는 기적적으로 얕은 타박상과 찰과상 정도로 끝났다.
내가 만약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그 당시의 기억을 지워버릴 것이다. 그 정도로 그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더러웠다. 누나는 실어증 증세를 보일 정도로 충격을 받았었고, 늘 빌붙어먹던 친척들은 연락을 끊고 남남이 되어버렸고. 별의별 악재가 겹쳤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지금에 와서는 누나도 충격을 많이 극복한 듯, 비교적 아무렇지도 않게 부모님의 기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발랄한 분위기로 그런 대화를 하는 것은 나조차도 평생이 지나도 할 수 없겠지만.
“아 잘 먹었다.”
밥그릇을 모두 비우고 수저를 내려놨다.
“아, 나도.”
누나도 저녁을 모두 해치웠다.
“아, 근데 누나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은 글렀으니까 내일부터.”
“오늘도 내일부터야?”
“아냐, 내일부터는 진짜로 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누나지만, 솔직히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거의 반년 동안 내일부터라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엔 진짜란 말야!”
“나 아무 말도 안했는데.”
“지금 눈으로 말했잖아! 절대로 못 믿겠다고!”
“아냐 절대로 그렇지 않아.”
사실은 그렇지만, 사실대로 말한다면 누나가 화를 내겠지.
“그래 나 살쪘다. 남자주제에 빼빼마른 동생과는 달리 누나는 살이 쪘어요.”
“아니, 그렇게 말할 정도로 찌지는 않았는데.”
“결국은 쪘다는 소리구나!”
이런, 실언했다. 얼른 누나를 달래야한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 말실수를 했다.
“아냐. 누나는 날씬해.”
“거짓말.”
누나는 정말로 날씬하다. 모델처럼 길고 마른 타입은 아니지만, 보기 좋을 만큼 적당히 잘빠졌다. 그러나, 여자란 아무리 말라도 계속해서 마르고 싶은 생물인 듯하다. 분명히 날씬한데도 누나는 만족하지 못한다. 게다가 내가 누나보다 더 말랐기 때문에 종종 그 사실로 시비를 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충분히 날씬하다. 굳이 허리를 굽혀서 생기는 군살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누나.”
일단은 누나가 내말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 다음.
“누나는 정말 날씬해. 내가 보증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이 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거식증이거나 뼈다귀 같은 몸매에 너무 익숙해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보기엔 충분히 날씬하니까 너무 고민하지 마. 그리고 난 누나 정도가 제일 좋아.”
조금 쓸데없는 말을 한마디 해버렸지만, 이미 내뱉은 말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뇌리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지만, 다행히 소득이 있었는지 누나가 얌전해졌다.
“그, 그래? 이 정도면 딱 좋은가?”
“응.”
“자, 이제 밥 다 먹었으면 치우자. 설거지는 내가 할게.”
“응.”
누나는 어쩐지 즐거운 표정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나는 식사를 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져서 공부라도 할까하고 방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오전 7시 학교.
무척 이른 시간이다. 아마도 현재 학교에 학생이란 존재는 10명 이내일 것이다. 아, 물론 학교 기숙사에서 먹고자고하는 녀석은 제외하고.
누나를 깨우고 식사를 하고나서도 여전히 이른 시간, 할 만한 일이 없다. 취미라도 가지고 있다면 취미생활을 통해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내겠지만, 아쉽게도 취미가 없기 때문에 심심한 나는 이른 아침 학교에 등교한다. 뭐, 어떤 학교는 7시까지 등교를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이 학교에서 7시란 무척 이른 시간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지금 같은 이른 시간에 나 이외에 다른 학생이 우리 반에 있다는 것은 무척 의외인 일이다.
“안녕.”
“…….”
의외로 이른 시간에 등교한 학생이 나에게 밝게 인사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인사를 제대로 받아줄 수 없었다.
이른 아침에 등교해서 나에게 인사를 한 사람이 정지은이라는 이름의 여학생이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설령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받아줄 자신이 있다.
그런 내가 인사에 대답하지 못한 까닭은,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길었던 지은의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단발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밥 먹을래?”
시계를 보면서 또 다시 쓸데없는 생각에 빠질 무렵, 누나가 말했다.
“응.”
아침엔 누나가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아침식사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저녁은 누나가 준비하게 되었다. 물론, 대개 내가 아침에 해둔 반찬이 그대로 나오긴 하지만.
“누나 저녁 아직까지 안 먹었어?”
밥그릇에 밥을 퍼서 내 앞에 마주 앉은 누나.
“응.”
“왜? 배고프지 않았어?”
“혼자 먹으면 심심하잖아. 그래서 네가 깰 때까지 기다렸지.”
“그래?”
젓가락을 집어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심심함을 달랠 겸 누나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누나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
“그거, 내가 할 말아닌가?”
“상관없잖아. 누나도 학생인 건 마찬가지니까.”
“뭐, 그냥 그렇지.”
누나는 대학교 2학년생으로, 나와는 두 살의 터울이 있다. 일단 꽤나 유명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 게다가 입학한 이래 과톱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모양이다.
동생인 내가 생각하기에도 누나가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이 의외다. 왜냐하면 누나는 집에 있을 때 공부의 공자도 입에 담지 않을뿐더러 책 한 번 펼치지 않는 사람이니까. 집에서는 책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어떻게 공부를 그렇게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누나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한다.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공부 못하는 사람 참 열받게 하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말야. 나는 강의 시간에 상관없이 8시에 가서 6시에 집으로 오잖아. 그래서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공부를 한다고. 강의 듣는데 평균 6시간 정도로 잡으면 4시간 동안은 자습시간. 이 정도면 집에서는 놀아도 충분히 공부가 돼.”
쉬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그럼 누나의 학교생활은 공부 일색이란 거야?”
“그렇지.”
“친구는? 발랄한 캠퍼스 생활은?”
“없어 그런 거. 대학엔 교수와 과톱을 방해하는 다른 학생들뿐이다.”
“우와, 그거 무지하게 삭막한 생활이다.
“걱정 마. 겉으로는 확실히 평범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학생이니까. 겉으로는.”
그 대사. 너무 무서운 느낌이 나는데. 원래 사람은 겉과 속이 일치해야하는 법이라고. 물론 표리일체를 전면부정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걱정 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어.”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괜찮다니까.”
“큭큭.”
“풋.”
나와 누나의 일상은 늘 이렇다. 시답잖은 대화가 오고가는 일상이긴 하지만. 분명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행복이 있다. 누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문득 떠올랐다기보다는 며칠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났다.
“슬슬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어. 준비해야겠지.”
“그러네. 주말에 장 보러 갈까?”
“그래도 몇 주 남았는데 그건 너무 이르잖아.”
“그런가?”
어떤 날짜가 가까워지느냐 하면. 나와 누나의 부모님의 기일이다. 아니, 어쩐지 남의 부모님처럼 얘기한 것 같은데,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엄마아빠가 돌아가신 날이 곧 다가온다.
3년 전. 내가 중학교 3학년이고, 누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 여름방학을 맞은 당일 4인 가족이서 피서를 떠나던 중 사고가 났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밤을 샌 대학생 청년이 졸음운전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으며 우리들이 탔던 차와 충돌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단란한 가족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걸 그때 실감했다. 아빠는 사고순간 돌아가셨고, 엄마는 응급실로 실려 가셨지만, 그날 밤 결국 돌아가셨다. 나와 누나는 기적적으로 얕은 타박상과 찰과상 정도로 끝났다.
내가 만약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그 당시의 기억을 지워버릴 것이다. 그 정도로 그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더러웠다. 누나는 실어증 증세를 보일 정도로 충격을 받았었고, 늘 빌붙어먹던 친척들은 연락을 끊고 남남이 되어버렸고. 별의별 악재가 겹쳤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지금에 와서는 누나도 충격을 많이 극복한 듯, 비교적 아무렇지도 않게 부모님의 기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발랄한 분위기로 그런 대화를 하는 것은 나조차도 평생이 지나도 할 수 없겠지만.
“아 잘 먹었다.”
밥그릇을 모두 비우고 수저를 내려놨다.
“아, 나도.”
누나도 저녁을 모두 해치웠다.
“아, 근데 누나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은 글렀으니까 내일부터.”
“오늘도 내일부터야?”
“아냐, 내일부터는 진짜로 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누나지만, 솔직히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거의 반년 동안 내일부터라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엔 진짜란 말야!”
“나 아무 말도 안했는데.”
“지금 눈으로 말했잖아! 절대로 못 믿겠다고!”
“아냐 절대로 그렇지 않아.”
사실은 그렇지만, 사실대로 말한다면 누나가 화를 내겠지.
“그래 나 살쪘다. 남자주제에 빼빼마른 동생과는 달리 누나는 살이 쪘어요.”
“아니, 그렇게 말할 정도로 찌지는 않았는데.”
“결국은 쪘다는 소리구나!”
이런, 실언했다. 얼른 누나를 달래야한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 말실수를 했다.
“아냐. 누나는 날씬해.”
“거짓말.”
누나는 정말로 날씬하다. 모델처럼 길고 마른 타입은 아니지만, 보기 좋을 만큼 적당히 잘빠졌다. 그러나, 여자란 아무리 말라도 계속해서 마르고 싶은 생물인 듯하다. 분명히 날씬한데도 누나는 만족하지 못한다. 게다가 내가 누나보다 더 말랐기 때문에 종종 그 사실로 시비를 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충분히 날씬하다. 굳이 허리를 굽혀서 생기는 군살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누나.”
일단은 누나가 내말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 다음.
“누나는 정말 날씬해. 내가 보증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이 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거식증이거나 뼈다귀 같은 몸매에 너무 익숙해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보기엔 충분히 날씬하니까 너무 고민하지 마. 그리고 난 누나 정도가 제일 좋아.”
조금 쓸데없는 말을 한마디 해버렸지만, 이미 내뱉은 말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뇌리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지만, 다행히 소득이 있었는지 누나가 얌전해졌다.
“그, 그래? 이 정도면 딱 좋은가?”
“응.”
“자, 이제 밥 다 먹었으면 치우자. 설거지는 내가 할게.”
“응.”
누나는 어쩐지 즐거운 표정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나는 식사를 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져서 공부라도 할까하고 방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오전 7시 학교.
무척 이른 시간이다. 아마도 현재 학교에 학생이란 존재는 10명 이내일 것이다. 아, 물론 학교 기숙사에서 먹고자고하는 녀석은 제외하고.
누나를 깨우고 식사를 하고나서도 여전히 이른 시간, 할 만한 일이 없다. 취미라도 가지고 있다면 취미생활을 통해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내겠지만, 아쉽게도 취미가 없기 때문에 심심한 나는 이른 아침 학교에 등교한다. 뭐, 어떤 학교는 7시까지 등교를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이 학교에서 7시란 무척 이른 시간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지금 같은 이른 시간에 나 이외에 다른 학생이 우리 반에 있다는 것은 무척 의외인 일이다.
“안녕.”
“…….”
의외로 이른 시간에 등교한 학생이 나에게 밝게 인사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인사를 제대로 받아줄 수 없었다.
이른 아침에 등교해서 나에게 인사를 한 사람이 정지은이라는 이름의 여학생이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설령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받아줄 자신이 있다.
그런 내가 인사에 대답하지 못한 까닭은,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길었던 지은의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단발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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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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