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속으로 나온 지렁이 [제32부]
추운겨울이 소리 없이 지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고 또 여름이 ...가을이. 그리고 다시 겨울이 찾아온다.
그런 세월이 2년이나 흘렀다.
두이는 여전히 새벽이면 인력사무실에 나가 일자리를 얻어야했고 일 없으면 집에서 빈둥대는 백수건달이었다.
그러나 그런 세월 속에서도 모두는 많이도 변해있었다.
두이는 독학으로 짬짬이 시간 내어 공부한 결과 얼마 전에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하였다.
그 와중에는 광호와 진경이의 도움이 엄청 컸었다.
광호는 노력의 댓 가인지 일류대학 상과대학을 다니게 되었고 진경이도 졸업하여 얼마 전부터 중소기업에 취직하여 나름대로 앞날을 밝혀가고 있었다.
유진은 2차 시험에 합격하여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게 되어 현지에 나가있었다.
두이는 요즘 들어 밤이 적적하였다.
모두가 있을 때에는 번갈아가며 욕정을 불태우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며 하고자하는 체위로 실컷 변태놀음을 즐겨가며 자기세상처럼 행하였다가 모두가 직장 아니면 생활에 피곤한지 두이에게 오는 시간이 줄어들었기에 두이는 요즘 들어 성의 향락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금은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
물론 두이도 그녀들을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마음대로 행하던 것을 참으려니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며칠 전부터 두이는 바빴다.
인력에 나갈 생각도 없이 고향에 갖다오는가 하면 무슨 서류인지 펼쳐놓고 생각에 잠기다간 다시 서류를 들고 밖에 나갔다가 해가 어스름할 무렵에 들어오곤 하였다.
그렇다.
며칠 전에 두이는 성년이 되었다.
두이는 지금에야 자기가 성년이 되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알려줄 이유도 없었다.
성년이 되며 두이는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을 이제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해서 두이는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부모가 물려준 서류를 가지고 그걸 해결하기위해 동분서주 하였던 것이다.
[이제 서류정리는 끝났고......그리고 변호사님께 묻고 싶은 게 있소.
분명 그동안의 집세가 상당히 누락되어 있는데 어찌된 사유인지........]
두이는 서류를 챙기며 마주앉아있는 중년신사에게 묻는다.
그리고 두이는 지금 반 존대를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자기마음에 들지 않으면 존대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마음 같아선 욕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부모님이 이 양반을 믿고 일을 맡겼으리라 그분을 위해 자존심을 죽이고 고인을 욕되게 하고 싶지 않아 반 존대를 하고 있었다.
[아....그건......그건 말이야...........]
변호사는 당황한다.
변호사는 두이가 보여준 자세로 보아 모를 줄 알고 있다가 두이가 모든 서류정리가 끝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픈 곳을 물어오기에 당황했고 선뜻 변명할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변호사이고 나이를 먹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는 능숙했고 피해나갈 방법을 생각하고 그럴듯하게 꾸미는 데에도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건 내 수임료도 있고 또 건물 관리에 필요한 자금으로 지불했어.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영수증은 없지만 필요한 것에 지불된 것은 틀림없어.
그리고 자네가 내게 이러면 섭섭하지.
난 자네를 위해 나름대로 재산을 관리하고 보관해왔는데 보답은커녕 날 도둑으로
몰고 있는 것 같아 말이야.......]
변호사는 도리어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두이를 쳐다본다.
[그런가요,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너무 지출이 많은 것 같아 한말인데.......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 게 아닌지요.
좌우간 지금까지 노고를 고맙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 없는 걸로 하겠소.
그럼........]
두이는 모든 서류를 챙겨 봉투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분명 많은 하자가 있었지만 없는 일로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허허. 이것 참, 물증이 없으니 밝혀줄 수도 없고.
하여간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찾아주시게, 내 성심을 다하여 자네를 도와주겠네.]
[후후. 그러지요.]
두이는 사무실을 나온다.
사실 두 번 다시 변호사 얼굴을 보기 싫어서였다.
돌아가신 부모님은 이 변호사를 믿고 자기에게 줄 재산을 관리하도록 한 모양인데 변호사는 그걸 악 이용하여 자기의 치부를 채운 흔적이 역력하지 않는가.
살아있을 땐 어떻게 하였는지는 몰라도 세상에 사람이 없다고 마치 자기 것인 냥 마음대로 한 변호사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싫었다.
성질 같으면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었지만 어 쨌던 지금까지 자기재산을 관리하고 보호해준 양반이라 그동안의 댓 가로 생각하고 말없이 나온 것이다.
변호사 역시 과다하게 치부한 죄가 있어 뭐라 변명도 못하고 다음에 보답을 의미하는 인사로 두이를 마중하는 것으로 모든 매듭을 지은 것이다.
두이는 사무실을 나오면서 씁쓸했다.
정직하게 일을 보아주었으면 그보다도 더 큰 보답을 해줄 수도 있었는데 양심적이지 못한 행동에 그것도 변호사라는 남보다 우쭐댈 수 있고 지식인이며 남을 대변하여 보호하고 지켜줄 사람이 치부를 하니 한심하고 어처구니도 없었으며 이런 세상에 있는 한사람으로 여간 불편한 심정이 아니었다.
두이는 그길로 택시를 타고 어느 한 건물 앞으로 간다.
대학로를 조금 벗어난 거리의 사거리 모퉁이를 점유하고 있는 7층 건물이었다.
그 건물 옆으로는 더욱 화려하고 높은 건물들로 자리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제일 오래된 건물 같아 보인다.
허지만 자리가 요지인 관계로 지하에는 주차장이 일층에는 번듯이 은행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층에는 개인 병원이 있었고 그리고 보험회사와. 증권회사 그리고 제일 높은 층에는 술집이 있었다.
그는 그 건물로 들어가 승강기를 타고 6층에 내린다.
그리고 건물 끝에 자리하고 있는 관리사무소라는 곳으로 들어간다.
사무실은 보기보다 넓었다.
책상에 젊은 아주머니가 앉아 경리일을 보고 있다가 들어오는 두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역시 30가량의 덩치 좋은 남자가 다른 책상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두이를 맞는다.
[어떻게 오셨는지요.]
[강 변호사에게 연락 받았을 거요.
난 왕 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사장님이시군요.
어서 이리 들어오십시오.]
남자는 허리를 숙여 보이며 두이를 반갑게 맞는다.
두이를 안으로 안내하여 넓은 쇼 파에 앉힌다.
보기에도 호화스러울 정도로 조그만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쇼 파였다.
이곳에 이런 것을 차릴 정도라면 이놈들도 뭔가 이득을 챙기는 양심불량적인 행위를 한 것이 틀림없으리라 두이는 인상이 찌푸려진다.
[후후. 조그만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호화스런 쇼 파로군.......]
[하하하. 사장님. 이곳에 입주하고 있는 회사들은 나름대로 알아주는 회사이고 그런분을 맞아들이자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
[후후. 그런가요........
밖에 경리를 불러요.]
두이는 대뜸 경리를 찾는다.
두이는 생각했다 분명 조금은 더러운 흑막이 있으리라고 그걸 찾아내고 고치자면 이놈들에게 달리 생각할 겨를을 주어선 안 된다고 ....두이는 그런 생각으로 경리를 부른 것이다.
경리가 들어오고 두이는 입주서류와 모든 장부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 입주회사에 연락하여 이일을 보는 담당자를 한 시간 안에 모이도록 모두 부르게 한다.
물론 건물 주인이 인사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
입주담당자와 두이는 한자리에 앉아있다.
화기애애한 인사를 나누고 일상적인 정담을 나눈 뒤였다.
모두는 두이가 젊은 나이에 건물소유주라는 사실에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돈 많은 부모로부터 이런 건물을 물려받았으니 건방지고 분별없는 풋내기라 여기고 만만히 보는 눈치도 보였다.
두이는 농담을 마치고 서류를 모두에게 꺼내놓는다.
[모두 보시고 그 서류에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시오.
계약기간과 그리고 전세 및 달세금액 또 밀린 금액이 정확한지 확인하시고
틀리면 나에게 말해주시고 맞다 면 모든 계약을 지금 시점으로 나머지 기간을
명시하여 재계약을 하고자하니 협조해주시오.
물론 지금이라도 건물을 비우겠다면 건물을 비우는 즉시 전세금을 지불하리다.]
모두가 서류를 자기 앞으로 당겨 확인한다.
그런 와중에 관리소장이라는 사람은 슬그머니 사무실을 나가버린다.
[어........이건 틀린데 난 분명히 지불했는데........]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머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자 없음을 말해준다.
[두 분은 하자가 있다는 것인데 뭐가 틀린가요.]
두이는 두 분이 머리를 저어며 의문을 표시하자 문제가 있음을 눈치 채고 그 이유를 묻는다.
[예. 이달과 저번 달의 달세를 지불하였는데 미지불로 되어있네요.]
이럴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한사람이 따지듯 대답한다.
[저도 그렇습니다.
분명 저 아가씨에게 지불하고 서류도 받았는데.........]
다른 한사람도 이럴 일이 있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이것 봐요, 이일이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이분들은 지불하였다하고 내 서류에도 지불하지 않은 걸로
되어있는데...........]
두이는 경리를 쳐다보며 어찌된 연유인지 묻는다.
[전 몰라요,
소장님이 변호사님께 부친다고 가져가서 난 그런 줄로 알았는데........]
[그래요, 소장을 불러와요.]
[예, 금방 여기 있었는데............]
경리일을 보는 여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간다.
그리고 한동안 있다가 들어와 울상이 된 체 두이에게 보고한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
[흐흠.......이럴 줄 알았어.]
두이는 경리를 보며 가볍게 인상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길을 돌린다.
[실수를 저질렀군요.
제가 사과를 드립니다.
그럼 두 분은 그일 말고는 다른 부분은 하자가 없는지요.
[예, 그것 말고는 없어요.]
두이는 그 사람의 대답을 듣자 봉투 속에서 미리 준비한 서류를 꺼낸다.
그리고 다시 그 서류를 모두에게 내민다.
[여러분이 계약한 서류와 동일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한 분으로 되어있는 계약을 실질적인
주인과 계약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 내 이름으로 된 건물서류도 있으니 참조하시고 지금부터는 이 건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나와 상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아닌 누구의 계약도 이 시간 후부터는 무효임을 알려드리며 협조를
바랍니다.]
두이는 거두절미했지만 분명하고 확고했으며 정확했다.
입주회사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실질적인 주인이 아닌 대리인과 모든 것을 계약하고 상의했으며 조금은 불안한 요건도 없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참아왔지만 이젠 주인과 직접적으로 계약하면 그런 불안은 사라질 수 있으니 모두는 반기는 기색이었다.
서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모든 계약을 두이와 다시 행하고는 헤어진다.
물론 두 사람이 집세가 누락된 것도 바로 고쳐주었으며..............
사람들이 모두가고 두이는 경리를 부른다.
여자는 안절부절 못한다.
분명 일처리가 잘못되었고 그 죄를 묻는다면 자기도 없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
[소장과의 관계도 지금까지 일도 묻지 않겠어.
다만 이 시간 후부터는 나를 위해서 성심으로 일해 줄 수 있는지 묻고 싶소.]
[사장님.............]
여자는 머뭇거린다.
[대답을 하라니까.............]
두이는 여자가 머뭇거리자 다시 채근한다.
[저도 그만 두겠습니다.
그 사람을 배반할 수가 없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숙인다.
여자는 소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임을 밝힌 것이다.
[당신은 그런대로 양심 적이 군 .
당신을 봐서 그간의 일을 묻지 않겠어.
그 돈으로 진정 새로운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오....
그러나 사람을 구할 때까진 일을 봐주어야겠지.]
두이는 여자를 칭찬한다.
물론 죄를 지었지만 남자를 배신하지 않는 마음이 두이를 기쁘게 한 것이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그럴게요, 우릴 용서해주어 진정 고맙습니다.]
여자는 진정으로 감사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하하하....사실 모든 걸 조사하고 알고 있었지만 당신은 이 세상에 몇 안되는
여자임이 틀림없어.
당신 같은 여자가 있다니 조금은 이 세상에서 조금은 살맛이 나는군.
소장에게도 연락해요. 내가 잊었다고..
그리고 식사나 하잔 다고..........
하하. 이제 나가봐요. 난 생각할 것이 있으니..........]
두이는 여자를 밖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쇼 파에 등을 기대고 누워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다.
........................................
두이는 다시 경리를 부른다.
[난 아직 어리고 이런 일은 별로라 하고 싶지도 않아......
허지만 이일은 진정 믿을 수 없는 사람이면 될 것 같지도 않고 부탁하지만
진정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주지 않겠소.
여자라도 상관없소.]
두이의 솔직하고 진실 된 소리를 들은 여자는 더욱 고개를 숙인다.
보기에는 날카롭고 무서워보였는데 속마음은 누구보다 넓고 따뜻하지 않는가.
이런 분을 기만하고 속여 왔으니. 이분은 모르지만 이 건물을 가지고 이득을 취한 것이 어디 한둘이며 한두 푼이던가.......
착한사람을 이용한 것 같아 그녀는 진정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 당신도 없나보군요.........알았어요, 나가보세요.]
두이는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사람이 없는 것으로 단정하고 물러나라고 한다.
[아니에요 사장님, 저 같은 년 말고 진정 믿어도 될 여자가 있어요.
제가 사장님께 권하기엔 저의 잘못이 많은지라. 저하고는 다른 여자이니
맡겨보셔도 될 거에요.]
그녀는 자기 말고 정직한사람이 있음을 즉각 말하며 두이에게 청원한다.
[호오........그래요, 그럼 언제 만나볼 수 있어요.]
두이는 그녀를 쳐다본다.
두이는 이 여자도 나쁜 여자는 아닌데 남자를 잘못 만난 것이 죄인지라 사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본인도 고사하고 그게 어쩌면 좋을 것 같아 계속 남아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사장님만 괜찮으시다면 내일이라도 가능해요.]
[그렇게 해요, 내일 저녁에 만나지........
난 사람을 보는데 조금은 까다로운 방법을 택하는지라..............
어때요, 같이 저녁 하는 자리에서 만나 그 사람을 보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는 방을 나간다.
두이는 생각한다.
이런 조그만 건물하나로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니 이보다 큰 재산이나 권력을 가진 자는 오죽하겠는가하고...............
소장도 이걸 기화로 마음껏 거드름을 피웠을 것이고 지금 그녀는 그런 소장의 꾐에 넘어간 양이었을 것이라고.......
좌우간 없다가 갑자기 있으니 너무도 달라진 자신의 위상에 조금은 스스로가 놀라고 있었다.
두이는 사실 부자가 되어있었다.
이 건물 말고도 은행예금을 한 통장도 인계받았고 돌아간 부모님은 상당히 많은 재물을 두이에게 선사하고 가신 것이었다.
두이에게 이런 재산을 물려줄 부모님이라면 실로 많은 재산을 보유했던 것이 틀림없었고 그 재산으로 말미암아 자식 간에 불화가 생기고 그리하여 부모자식 간 혈육을 버릴 만큼 커다란 상황까지 간 것이리라...두이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고마워하면서도 그런 부모를 등한시하고 오직 재물에 눈이 먼 부모님의 친 자식들에 대한 반감과 원한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흐흐흐. 기다려........부모를 버린 죄 값을 톡톡히 치루 게 해주고
말테니.......흐흐흐.....]
두이는 이를 악문다.
눈에는 서슬 퍼런 광채를 쏟아내며 복수를 다짐하는 것이다.
.......................................................
33부에 계속
추운겨울이 소리 없이 지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고 또 여름이 ...가을이. 그리고 다시 겨울이 찾아온다.
그런 세월이 2년이나 흘렀다.
두이는 여전히 새벽이면 인력사무실에 나가 일자리를 얻어야했고 일 없으면 집에서 빈둥대는 백수건달이었다.
그러나 그런 세월 속에서도 모두는 많이도 변해있었다.
두이는 독학으로 짬짬이 시간 내어 공부한 결과 얼마 전에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하였다.
그 와중에는 광호와 진경이의 도움이 엄청 컸었다.
광호는 노력의 댓 가인지 일류대학 상과대학을 다니게 되었고 진경이도 졸업하여 얼마 전부터 중소기업에 취직하여 나름대로 앞날을 밝혀가고 있었다.
유진은 2차 시험에 합격하여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게 되어 현지에 나가있었다.
두이는 요즘 들어 밤이 적적하였다.
모두가 있을 때에는 번갈아가며 욕정을 불태우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며 하고자하는 체위로 실컷 변태놀음을 즐겨가며 자기세상처럼 행하였다가 모두가 직장 아니면 생활에 피곤한지 두이에게 오는 시간이 줄어들었기에 두이는 요즘 들어 성의 향락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금은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
물론 두이도 그녀들을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마음대로 행하던 것을 참으려니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며칠 전부터 두이는 바빴다.
인력에 나갈 생각도 없이 고향에 갖다오는가 하면 무슨 서류인지 펼쳐놓고 생각에 잠기다간 다시 서류를 들고 밖에 나갔다가 해가 어스름할 무렵에 들어오곤 하였다.
그렇다.
며칠 전에 두이는 성년이 되었다.
두이는 지금에야 자기가 성년이 되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알려줄 이유도 없었다.
성년이 되며 두이는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을 이제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해서 두이는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부모가 물려준 서류를 가지고 그걸 해결하기위해 동분서주 하였던 것이다.
[이제 서류정리는 끝났고......그리고 변호사님께 묻고 싶은 게 있소.
분명 그동안의 집세가 상당히 누락되어 있는데 어찌된 사유인지........]
두이는 서류를 챙기며 마주앉아있는 중년신사에게 묻는다.
그리고 두이는 지금 반 존대를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자기마음에 들지 않으면 존대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마음 같아선 욕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부모님이 이 양반을 믿고 일을 맡겼으리라 그분을 위해 자존심을 죽이고 고인을 욕되게 하고 싶지 않아 반 존대를 하고 있었다.
[아....그건......그건 말이야...........]
변호사는 당황한다.
변호사는 두이가 보여준 자세로 보아 모를 줄 알고 있다가 두이가 모든 서류정리가 끝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픈 곳을 물어오기에 당황했고 선뜻 변명할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변호사이고 나이를 먹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는 능숙했고 피해나갈 방법을 생각하고 그럴듯하게 꾸미는 데에도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건 내 수임료도 있고 또 건물 관리에 필요한 자금으로 지불했어.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영수증은 없지만 필요한 것에 지불된 것은 틀림없어.
그리고 자네가 내게 이러면 섭섭하지.
난 자네를 위해 나름대로 재산을 관리하고 보관해왔는데 보답은커녕 날 도둑으로
몰고 있는 것 같아 말이야.......]
변호사는 도리어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두이를 쳐다본다.
[그런가요,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너무 지출이 많은 것 같아 한말인데.......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 게 아닌지요.
좌우간 지금까지 노고를 고맙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 없는 걸로 하겠소.
그럼........]
두이는 모든 서류를 챙겨 봉투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분명 많은 하자가 있었지만 없는 일로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허허. 이것 참, 물증이 없으니 밝혀줄 수도 없고.
하여간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찾아주시게, 내 성심을 다하여 자네를 도와주겠네.]
[후후. 그러지요.]
두이는 사무실을 나온다.
사실 두 번 다시 변호사 얼굴을 보기 싫어서였다.
돌아가신 부모님은 이 변호사를 믿고 자기에게 줄 재산을 관리하도록 한 모양인데 변호사는 그걸 악 이용하여 자기의 치부를 채운 흔적이 역력하지 않는가.
살아있을 땐 어떻게 하였는지는 몰라도 세상에 사람이 없다고 마치 자기 것인 냥 마음대로 한 변호사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싫었다.
성질 같으면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었지만 어 쨌던 지금까지 자기재산을 관리하고 보호해준 양반이라 그동안의 댓 가로 생각하고 말없이 나온 것이다.
변호사 역시 과다하게 치부한 죄가 있어 뭐라 변명도 못하고 다음에 보답을 의미하는 인사로 두이를 마중하는 것으로 모든 매듭을 지은 것이다.
두이는 사무실을 나오면서 씁쓸했다.
정직하게 일을 보아주었으면 그보다도 더 큰 보답을 해줄 수도 있었는데 양심적이지 못한 행동에 그것도 변호사라는 남보다 우쭐댈 수 있고 지식인이며 남을 대변하여 보호하고 지켜줄 사람이 치부를 하니 한심하고 어처구니도 없었으며 이런 세상에 있는 한사람으로 여간 불편한 심정이 아니었다.
두이는 그길로 택시를 타고 어느 한 건물 앞으로 간다.
대학로를 조금 벗어난 거리의 사거리 모퉁이를 점유하고 있는 7층 건물이었다.
그 건물 옆으로는 더욱 화려하고 높은 건물들로 자리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제일 오래된 건물 같아 보인다.
허지만 자리가 요지인 관계로 지하에는 주차장이 일층에는 번듯이 은행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층에는 개인 병원이 있었고 그리고 보험회사와. 증권회사 그리고 제일 높은 층에는 술집이 있었다.
그는 그 건물로 들어가 승강기를 타고 6층에 내린다.
그리고 건물 끝에 자리하고 있는 관리사무소라는 곳으로 들어간다.
사무실은 보기보다 넓었다.
책상에 젊은 아주머니가 앉아 경리일을 보고 있다가 들어오는 두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역시 30가량의 덩치 좋은 남자가 다른 책상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두이를 맞는다.
[어떻게 오셨는지요.]
[강 변호사에게 연락 받았을 거요.
난 왕 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사장님이시군요.
어서 이리 들어오십시오.]
남자는 허리를 숙여 보이며 두이를 반갑게 맞는다.
두이를 안으로 안내하여 넓은 쇼 파에 앉힌다.
보기에도 호화스러울 정도로 조그만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쇼 파였다.
이곳에 이런 것을 차릴 정도라면 이놈들도 뭔가 이득을 챙기는 양심불량적인 행위를 한 것이 틀림없으리라 두이는 인상이 찌푸려진다.
[후후. 조그만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호화스런 쇼 파로군.......]
[하하하. 사장님. 이곳에 입주하고 있는 회사들은 나름대로 알아주는 회사이고 그런분을 맞아들이자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
[후후. 그런가요........
밖에 경리를 불러요.]
두이는 대뜸 경리를 찾는다.
두이는 생각했다 분명 조금은 더러운 흑막이 있으리라고 그걸 찾아내고 고치자면 이놈들에게 달리 생각할 겨를을 주어선 안 된다고 ....두이는 그런 생각으로 경리를 부른 것이다.
경리가 들어오고 두이는 입주서류와 모든 장부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 입주회사에 연락하여 이일을 보는 담당자를 한 시간 안에 모이도록 모두 부르게 한다.
물론 건물 주인이 인사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
입주담당자와 두이는 한자리에 앉아있다.
화기애애한 인사를 나누고 일상적인 정담을 나눈 뒤였다.
모두는 두이가 젊은 나이에 건물소유주라는 사실에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돈 많은 부모로부터 이런 건물을 물려받았으니 건방지고 분별없는 풋내기라 여기고 만만히 보는 눈치도 보였다.
두이는 농담을 마치고 서류를 모두에게 꺼내놓는다.
[모두 보시고 그 서류에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시오.
계약기간과 그리고 전세 및 달세금액 또 밀린 금액이 정확한지 확인하시고
틀리면 나에게 말해주시고 맞다 면 모든 계약을 지금 시점으로 나머지 기간을
명시하여 재계약을 하고자하니 협조해주시오.
물론 지금이라도 건물을 비우겠다면 건물을 비우는 즉시 전세금을 지불하리다.]
모두가 서류를 자기 앞으로 당겨 확인한다.
그런 와중에 관리소장이라는 사람은 슬그머니 사무실을 나가버린다.
[어........이건 틀린데 난 분명히 지불했는데........]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머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자 없음을 말해준다.
[두 분은 하자가 있다는 것인데 뭐가 틀린가요.]
두이는 두 분이 머리를 저어며 의문을 표시하자 문제가 있음을 눈치 채고 그 이유를 묻는다.
[예. 이달과 저번 달의 달세를 지불하였는데 미지불로 되어있네요.]
이럴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한사람이 따지듯 대답한다.
[저도 그렇습니다.
분명 저 아가씨에게 지불하고 서류도 받았는데.........]
다른 한사람도 이럴 일이 있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이것 봐요, 이일이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이분들은 지불하였다하고 내 서류에도 지불하지 않은 걸로
되어있는데...........]
두이는 경리를 쳐다보며 어찌된 연유인지 묻는다.
[전 몰라요,
소장님이 변호사님께 부친다고 가져가서 난 그런 줄로 알았는데........]
[그래요, 소장을 불러와요.]
[예, 금방 여기 있었는데............]
경리일을 보는 여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간다.
그리고 한동안 있다가 들어와 울상이 된 체 두이에게 보고한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
[흐흠.......이럴 줄 알았어.]
두이는 경리를 보며 가볍게 인상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길을 돌린다.
[실수를 저질렀군요.
제가 사과를 드립니다.
그럼 두 분은 그일 말고는 다른 부분은 하자가 없는지요.
[예, 그것 말고는 없어요.]
두이는 그 사람의 대답을 듣자 봉투 속에서 미리 준비한 서류를 꺼낸다.
그리고 다시 그 서류를 모두에게 내민다.
[여러분이 계약한 서류와 동일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한 분으로 되어있는 계약을 실질적인
주인과 계약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 내 이름으로 된 건물서류도 있으니 참조하시고 지금부터는 이 건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나와 상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아닌 누구의 계약도 이 시간 후부터는 무효임을 알려드리며 협조를
바랍니다.]
두이는 거두절미했지만 분명하고 확고했으며 정확했다.
입주회사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실질적인 주인이 아닌 대리인과 모든 것을 계약하고 상의했으며 조금은 불안한 요건도 없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참아왔지만 이젠 주인과 직접적으로 계약하면 그런 불안은 사라질 수 있으니 모두는 반기는 기색이었다.
서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모든 계약을 두이와 다시 행하고는 헤어진다.
물론 두 사람이 집세가 누락된 것도 바로 고쳐주었으며..............
사람들이 모두가고 두이는 경리를 부른다.
여자는 안절부절 못한다.
분명 일처리가 잘못되었고 그 죄를 묻는다면 자기도 없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
[소장과의 관계도 지금까지 일도 묻지 않겠어.
다만 이 시간 후부터는 나를 위해서 성심으로 일해 줄 수 있는지 묻고 싶소.]
[사장님.............]
여자는 머뭇거린다.
[대답을 하라니까.............]
두이는 여자가 머뭇거리자 다시 채근한다.
[저도 그만 두겠습니다.
그 사람을 배반할 수가 없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숙인다.
여자는 소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임을 밝힌 것이다.
[당신은 그런대로 양심 적이 군 .
당신을 봐서 그간의 일을 묻지 않겠어.
그 돈으로 진정 새로운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오....
그러나 사람을 구할 때까진 일을 봐주어야겠지.]
두이는 여자를 칭찬한다.
물론 죄를 지었지만 남자를 배신하지 않는 마음이 두이를 기쁘게 한 것이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그럴게요, 우릴 용서해주어 진정 고맙습니다.]
여자는 진정으로 감사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하하하....사실 모든 걸 조사하고 알고 있었지만 당신은 이 세상에 몇 안되는
여자임이 틀림없어.
당신 같은 여자가 있다니 조금은 이 세상에서 조금은 살맛이 나는군.
소장에게도 연락해요. 내가 잊었다고..
그리고 식사나 하잔 다고..........
하하. 이제 나가봐요. 난 생각할 것이 있으니..........]
두이는 여자를 밖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쇼 파에 등을 기대고 누워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다.
........................................
두이는 다시 경리를 부른다.
[난 아직 어리고 이런 일은 별로라 하고 싶지도 않아......
허지만 이일은 진정 믿을 수 없는 사람이면 될 것 같지도 않고 부탁하지만
진정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주지 않겠소.
여자라도 상관없소.]
두이의 솔직하고 진실 된 소리를 들은 여자는 더욱 고개를 숙인다.
보기에는 날카롭고 무서워보였는데 속마음은 누구보다 넓고 따뜻하지 않는가.
이런 분을 기만하고 속여 왔으니. 이분은 모르지만 이 건물을 가지고 이득을 취한 것이 어디 한둘이며 한두 푼이던가.......
착한사람을 이용한 것 같아 그녀는 진정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 당신도 없나보군요.........알았어요, 나가보세요.]
두이는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사람이 없는 것으로 단정하고 물러나라고 한다.
[아니에요 사장님, 저 같은 년 말고 진정 믿어도 될 여자가 있어요.
제가 사장님께 권하기엔 저의 잘못이 많은지라. 저하고는 다른 여자이니
맡겨보셔도 될 거에요.]
그녀는 자기 말고 정직한사람이 있음을 즉각 말하며 두이에게 청원한다.
[호오........그래요, 그럼 언제 만나볼 수 있어요.]
두이는 그녀를 쳐다본다.
두이는 이 여자도 나쁜 여자는 아닌데 남자를 잘못 만난 것이 죄인지라 사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본인도 고사하고 그게 어쩌면 좋을 것 같아 계속 남아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사장님만 괜찮으시다면 내일이라도 가능해요.]
[그렇게 해요, 내일 저녁에 만나지........
난 사람을 보는데 조금은 까다로운 방법을 택하는지라..............
어때요, 같이 저녁 하는 자리에서 만나 그 사람을 보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는 방을 나간다.
두이는 생각한다.
이런 조그만 건물하나로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니 이보다 큰 재산이나 권력을 가진 자는 오죽하겠는가하고...............
소장도 이걸 기화로 마음껏 거드름을 피웠을 것이고 지금 그녀는 그런 소장의 꾐에 넘어간 양이었을 것이라고.......
좌우간 없다가 갑자기 있으니 너무도 달라진 자신의 위상에 조금은 스스로가 놀라고 있었다.
두이는 사실 부자가 되어있었다.
이 건물 말고도 은행예금을 한 통장도 인계받았고 돌아간 부모님은 상당히 많은 재물을 두이에게 선사하고 가신 것이었다.
두이에게 이런 재산을 물려줄 부모님이라면 실로 많은 재산을 보유했던 것이 틀림없었고 그 재산으로 말미암아 자식 간에 불화가 생기고 그리하여 부모자식 간 혈육을 버릴 만큼 커다란 상황까지 간 것이리라...두이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고마워하면서도 그런 부모를 등한시하고 오직 재물에 눈이 먼 부모님의 친 자식들에 대한 반감과 원한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흐흐흐. 기다려........부모를 버린 죄 값을 톡톡히 치루 게 해주고
말테니.......흐흐흐.....]
두이는 이를 악문다.
눈에는 서슬 퍼런 광채를 쏟아내며 복수를 다짐하는 것이다.
.......................................................
33부에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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