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3부]
차돌 이는 지금 가로등 불빛아래에서 신문을 펼치고 있었다.
사회면을 뒤적거리고 있던 차돌이의 눈이 번쩍 떠졌다.
큼직하게 난 기사가 있었다.
XX그룹 회장 상속 자 집에 도둑이 들어 중요한 서류를 훔쳐갔다는 것이다.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에 있으며 범인의 윤곽이 밝혀질 것 같다는 기사가 있었다.
[호호....그 집 물건이었나 보네.......
다행히 잘사는 사람이라 마음은 덜 캥기네.......]
차돌 이는 어제 자기가 습득하고 마음대로 돈을 유용하여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돈과 보석 그리고 알 수 없는 서류뭉치들을 보고 어느 집 물건인가 궁금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차돌 이는 부자 집이니 괜찮을 거야, 그렇게 치부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찝 질 한 것이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차돌 이는 일을 하면서도 무엇에 홀린 듯 멍청해 보인다.
몇 번이고 주인아저씨의 주의와 경고를 들었음에도 뭔가 마음이 딴 데 가있는 사람처럼 건성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이 성실한 차돌이가 저렇게 하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버려두었다.
[,앗, 차돌아 비켜.]
차돌이가 고물을 분류하여 작은 쇠뭉치들을 한 아름 안고 들고 가고 있는데 주인아저씨의 다급한 소리가 들린다.
고물을 잔뜩 실은 차가 고물상안을 진입하여 들어오는데 차돌이가 그 것을 보지 못하고 차가 오는 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차돌 이가 고개를 돌려보니 차가 눈앞에서 미끄러져 오는 것이다.
순간 차돌 이는 몸을 날렸다.
차 운전수도 주인의 다급한 소리를 들었는지 부레 키를 잡는다.
[키 이익............]
[윽............]
차가 정차하는 소리와 함께 차돌이의 입에서도 가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주인아저씨가 부리나케 뛰어와 차돌 이를 일으킨다.
그러나 부축되어 일어서는 차돌이의 인상은 완전 찌그려져있다.
발을 보니 운동화가 찢어져있고 그곳에서 피가 스며 양말을 붉게 물들인다.
발 옆에는 어지럽게 흩어진 쇳조각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주인아저씨가 신발을 벗기고 양말을 벗겨 상처를 확인하려든다.
[아악.......]
고통을 참지 못하고 차돌 이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안되겠다. 병원에 가봐야겠다.]
주인아저씨는 아픈 신음을 토하고 있는 차돌 이를 냅다 업으며 뛰기 시작한다.
[여보, 내 갖다올게 수고 좀 해줘.........]
[그래요, 얼른 가보세요.
애가 아파서 울려 하잖아요.]
주인아주머니는 남편을 독촉한다.
얼굴엔 온통 수심이 가득하다.
갑자기 당한 일에 모두가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병원을 나서는 차돌 이와 주인아저씨는 얼굴에 안도의 한숨이 그득하다.
차돌이의 발에는 깁스를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다.
차돌 이는 아까 와는 판이하게 얼굴이 펴져있었지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조금은 고통스러운가 보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아냐, 내가 미안해. 무거운 걸 들라했으니..........]
병원 앞 도로에 와서 아저씨가 택시를 잡는다.
두 사람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으며 목적지를 기사 분에게 알려준다.
[아니 아저씨......일터에 옷도 있는데..........]
[알아. 옷은 나중에 지은이 학교에서 오면 집으로 보내주마......
그러니 걱정 말고 집에서 편히 쉬어.
몸 나을 때까지 일하러 나오지도 말고........알았어.]
[아저씨...........]
[허허허.......네 마음 안다니까 그러네.......
설마 내가 널 피해줄 까봐 그러니... 아들 같은 네게........
걱정 말고 집에서 몸조리나 잘해.......
참 누나가 많이 걱정하겠다. 네가 걱정하지 않게 인심 시키고.......]
[아저씨..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금방 차돌이의 동네에 도착한다.
동네에 도착해서 아저씨는 그냥가라고 종용하는 차돌이의 팔을 잡고는 언덕배기를 올라 차돌이가 사는 줄줄이 판자 집 어귀에 들어서자 차돌이의 팔을 놓아준다.
[이제 혼자서 걸어,
난 네 누나보기에 영 면목이 없어서.....]
[그래요 아저씨...안녕히 가세요.]
차돌이가 작별인사를 한다.
아저씨는 언덕배기를 내려가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차돌 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 차돌 이에게 손짓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차돌이도 그만 집을 향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띄어놓는다.
집 앞에 도착한 차돌 이는 몇 번이고 문을 열려다 멈추고 망 서린 끝에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간다.
[누구세요.]
맑고 고운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고 방안에서 부석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쪼르르 열린다.
누나가 놀란 얼굴로 변한다.
그리고 아래위를 쳐다보다가 차돌이의 발에 깁스를 하고 있자 더욱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눈에 눈물이 맺힌다.
[어떻게 된 거야......차돌아......]
[내가 일하다 실수해서 발등의 뼈가 금이 갔어.
금방 났는데........헤헤. 누난 이까짓 걸 가지고 뭘 그렇게 놀라....]
[바보,,,,어서 들어와...조심하지 않고......날씨도 추운데 발까지 다치고.......]
선영 이는 목이 메어간다.
어린 나이에 학교도 마다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은 것도 마음이 아픈데 발까지 다쳐 오다니......
자기가 불편하지만 않았더라도 차돌 이를 이렇게 고생시키지는 않을 텐데.....
내 사랑하는 동생에게 아무른 도움도 되지 못 한다 여기니 자책감과 함께 서러움도 복받쳐 올라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러다보니 연약한 여자의 몸이니 눈물이 아니 나올 리 있겠는가....
차돌이가 방으로 들어오자 선영 이는 떨어지는 눈물을 재빨리 훔치고 차돌 이를 따뜻한 아랫목으로 인도하여 발을 쭉 뻗게 하여 앉게 한다.
그리고는 눈에 눈물이 그득하지만 얼굴은 예쁘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바보 조심하지 않고.........
어..그리고 보니 우리 둘 다 발병신이네..........]
[뭐..........정말이네........헤헤헤......]
서로가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웃고 만다.
그리고는 말이 없다.
차돌 이는 다리와 등에 따뜻한 기운이 전해오자 그만 잠이 들고 만다.
항상 추운 다락방에서 자다가 따뜻한 온돌방에서 그나마 누나의 제취가 한껏 묻어나오는 이불을 덮고 누워 있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고 그러다보니 피곤함이 몰려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선영 이는 차돌이의 옆에 앉아 차돌이의 이마를 만져주고는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다.
잘생기고 못 생기고는 둘째문제다.
나이보다 조숙하게 자라선지 자기보다 월 씬 키도 크고 덩치도 우람했다.
이렇게 변한 것이 선영 이는 자기 탓이라 생각했다.
내가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저 아이가 날 위해 내가 고생하며 멸시받는 것이 싫어 그렇게 만류했던 학교도 고집으로 집어치우고 어린나이에 힘든 일을 하고 있으니 이게 다 자기가 못난 탓이라 여겨진다.
그때 사고만 없었어도 내가 다리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선영 이는 이곳에 정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이런 판자 집도 구하기 어려웠는데 어째 기회가 되려고 그랬는지 그 집이 나가려는 순간에 들이닥쳐 쉽게 이집을 구하였고 이집에 산지 한달도 채 안되었을 것이다.
차돌 이를 전학한 학교에 보내놓고 선영 이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그만 시간을 많이 넘겼던 것이다.
그땐 선영이도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터라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밤이 깊어서야 집 앞에 도착한 선영 이는 언덕배기위에 자기를 기다리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차돌 이를 발견했다.
선영 이는 눈앞이 흐려졌다.
부모의 귀여움도 받지 못 한 덩치 큰 동생이 자기가 올 때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선영 이는 동생을 발견하고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오는데 순간적으로 무엇에 부딪혔고 그만 정신을 잃어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불빛을 밝히는 유리조각 몇 개만 주위에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언덕을 바라보니 차돌 이는 자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귀퉁이에 몸을 붙이고 있다.
선영이가 일어나려다가 덜 썩 주저앉는다.
무릎이 너무나 아프다.
선영 이는 무지하게 오는 통증을 참으며 겨우 차돌 이에게 와서는 그때서야 발견하고 자기에게 안겨드는 차돌 이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나란히 걸어오다가 누나의 몸이 불편한 걸 본 차돌 이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누나. 어디 아 퍼. 엄청 불편해 보인다.]
[으응....오다가 넘어졌어.]
[에이 조심하지 않고......어디 업혀...내가 업고 갈 게.....]
[어머, 어머,,,,,,얘 좀 봐.....누가 보면 흉봐.........]
[씨 이..... 내 누나 내가 업고 가는데 누가 뭐라 해......웃기고 있네.....
그리고 또 지금은 밤이야. 사람도 별로 없어.]
둘이 실랑이를 벌였지만 선영 이는 차돌이의 고집에 지고 말았다.
차돌이의 넓은 등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었다.
선영 이는 그 등에 얼굴을 파묻고는 영원했으면 하고 기도도 했었다.
그날이후 선영 이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여전히 아픈 무릎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달을 참아도 차도가 없길 래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차돌 이를 부축하여 병원에 가 본 것이다.
이땐 이미 늦어 있었다.
물론 수술하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선영 이는 돈이 없었다.
무엇에 크게 충격 받은 무릎 뼈가 부러졌는데 신속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여 뼈가 어긋난 채로 굳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걸음은 걸을 수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수술을 받아야 희망이 있다고 몇 번이고 당부하는 의사들의 말을 들었으면서도 끝내 수술을 하지 못하고 지금껏 그대로 살아온 것이다.
물론 지금은 차돌이가 그나마 벌어오니 충분히 먹고 생활하는 데는 이상이 없지만 저금이라고는 할 여유도 없었고 그 때에는 밥을 굶기가 일 수였다.
차돌 이는 그런 시기를 묵묵히 참아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발이 자기 때문이라며 누나를 고생시키지 않으려 학교에도 기어이 자퇴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이제 그 아이 차돌이도 나처럼 발등에 뼈를 다쳐 들어오니 심장이 내려앉는 듯 불안하고 그간 차돌 이를 위해 하나도 해 준 것이 없다 여기니 미칠 듯이 괴로웠던 것이다.
지금 차돌이의 옆에 앉아 이 아이에게 내 능력으로 뭘 해주면 기뻐할까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던 선영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인다.
그 얼굴을 혹시 차돌이가 볼까하여 몇 번이고 차돌이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나 차돌 이는 자고 있을 뿐이다.
[그래..그깟 도덕이 우리에게 도움도 되지 못하는데......
내가 차돌 이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게 그것이라면 무엇이 두렵고 아까우리......
저 착한 내 동생에게 목숨도 줄 수 있는데.........
다만 저 아이가 놀라지 않아야 할 텐데........]
선영 이는 뭔가 굳게 결심을 한 것 같았다.
선영 이는 고개를 숙여 차돌이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마쳐주고 일어서려다가 다시 차돌이의 입술에 입을 붙인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차돌이의 입술을 혀를 사용하여 살며시 벌리고 그 안의 이빨을 혀로 쓸어보고는 한참을 그대로 있다.
차돌이가 숨이 가쁜지 답답한지는 몰라도 몸부림을 치려하자 선영 이는 재빨리 얼굴을 거두고 차돌 이를 바라본다.
차돌 이는 몸을 옆으로 움직이려다가 무슨 고통이 오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그만 원래대로 계속 잠을 자고 만다.
[휴우..깬 줄 알았네.......]
선영이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냉장고를 뒤져보더니 힘들게 방문을 나선다.
방문 밖이 부엌이며 현관이다.
선영 이는 부엌 구석에 자리한 찬장을 뒤져본다.
[어,,,,,,,,정말 먹을 것이 별로 없네.........]
선영 이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손에 작은 지갑을 들고는 집 밖으로 나온다.
언덕배기를 내려가 다시 가파른 다른 큰길을 조금 올라가고 그 곳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부식가게가 있었다.
선영 이는 반갑게 맞이하는 할머니에게 정답게 인사를 하고는 콩나물이며 조개 등 잡동사니를 사들고 나온다.
부식가게 할머니는 어린것들이 고생하며 살면서도 착하게 사는 것을 보고는 모든 것에 덤을 얹 여 듬뿍 주시는 거였다.
선영이가 고맙다며 웃으며 감사함을 표시하곤 다시 집으로 향한다.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시던 할머니가 선영 이를 불러 세운다,
[처자..... 고운처자야. 잠시만 기다려......]
할머니는 부식가게 안으로 하여 들어가더니 잠시 후 검은 쇼핑백에 가득 뭔가를 주신다.
[이거..된장 조금하고....작년에 담은 김장김치야.....
조금 시큼해도 정말 맛이 들었더 라 구....동생이랑 맛있게 먹어.......]
[아니....할머니 이런걸.....정말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다시 인사를 하고는 선영 이는 길을 내려와 언덕배기에 접어든다.
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가 혀를 차며 애통해 한다.
[쯧 쯧....불쌍한 것들.......]
선영이가 힘들게 언덕배기를 올라간다.
[언니............]
뭔가 부르는 소리가 나는 가 했는데 자기 팔을 끼는 예쁜 손이 있다.
선영 이는 자기 손을 끼는 주인공을 쳐다본다.
[어라. 지은이구나.......
어쩐 일이냐.........]
[응..........차돌이 옷도 가져왔고.......
또 아버지가 언니하고 차돌이 먹으라고 고기를 사 주셨어.
차돌이가 다쳤다고 아버지가 여간 걱정이 아니셔...언니도 그렇지........]
[왜 아니 그러겠어.........
그런데 넌 왜 요즘 차돌이 공부를 안 도와줘...............]
[쳇,,,,,,,,차돌 이는 천재야.......
사실 내가 도움을 받아야 될 처지라고....자손 심 때문에 말을 못 해서지.....
언니 내말이 정말이야.......
차돌인 자기가 한다고 결심하면 무서울 정도로 집념이 강해.........]
[공부는 몰라도 성격은 내 말이 맞아......
그 놈의 성격이 제 인생의 거침돌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래도 언니.... 그게 차돌이의 매력이 될 수도 있어......
차돌 이는 잘 해낼 수가 있을 거야......]
[그래.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왔으니 조금 쉬었다가 가..... 지금 차돌 이는 자고 있어.]
둘은 그렇게 언덕배기를 오르고 허름한 집에 이르렀다.
4부에 계속...
이글은 2년전에 소라에 올렸다가 지웠던글입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읽고싶어하기에 처음부터 다시 올리는 중입니다.
허나 그때 이글은 완결까지 올리지 못한글이고 지금 현재 이글은 완결한 상태입니다.
아무쪼록 이글을 접하신 분들도 애정을 갖고 따뜻한 성원을 본인은 기대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다시 올리는글이라 반응이 없다 여기면 글을 분명히 지우겠습니다.
그것이 독자님들을 피곤하게 하지않고 본인또한 자존심 상처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못난글로 독자님들을 우롱하지 않나해서 심히 죄송하고 우려하지만 이해하시리라 믿으며
언재나 하는 말이지만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하루, 행복한 하루가 항상 독자님들과 같이하길 빌며 중년이 글 올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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