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숨결-17부
" 재훈씨한테 편지는 자주오니... "
" 가끔... "
" 뭐 다른 소리는 안해... "
" ........ "
" 후..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미안하다... "
자신의 물음에 선민이 아무런 대답이없자 재희는 답답한듯 긴 함숨을 내쉬며 선민을 바라보았다.
- 철컥...!! -
두사람의 대화가 다시 얼마간 이어질쯤 현관문이 열리며 두손가득 무언가를 들고 상훈이 안으로 들어섰다.
" 자... 여기 다사왔어... "
무언가 불만에 싸인듯 상훈이 퉁명스럽게 말하며 커다란 검은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 그거 거기다 내려놓으면 어떡해... "
" ........ "
" 사왔으면 빨리 들어가서 만들어야지.. "
" 뭐야.. 지금 나보고 만들라는거야... "
" 그럼 자기가 해야지.. 누가해.. "
" 야.. 유 재희... "
재희의 말에 상훈이 기겁을 하며 재희를 노려보았다.
" 내가할께요.. 오빠 이리줘요.. "
" 아냐.. 선민이 넌 가만있어.. 빨리가서 안할꺼야... "
" .......... "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선민을 만류하며 재희가 상훈을 다그치자 상훈이 말없이 재희를 노려보며 봉투를 집어 들었다.
" 이..씨.... "
그렇게 봉투를 집어들고 부엌으로 향하던 상훈이 고개를 돌려 재희를 바라보며 눈을 흘기자 선민이 그런 상훈의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 후후.. 언니.. 내가해두 되는데... "
" 됐어.. 이럴때 아니면 언제 부려먹니... "
" 그래두... "
" 됐어.. 너 있다고 괜히 저러는거야... 저래도 곧잘 음식해줘... "
" 후후... "
재희의 말에 선민은 조금전 상훈이 보였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 자.. 여어... "
잠시후 상훈이 제법 먹음직스럽게 차려온 상을 내려놓자 선민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상훈을 바라보았다.
" 이거 진짜 오빠가 한거예요... "
" 그럼.. 내가했지.. 누가했냐... "
" 놀랬어요.. 저보다 음식더 잘하시나봐요... "
" 내가 그랬잖아.. 상훈씨 음식 잘한다구... "
재희가 놀란 표정으로 상훈과 말을하는 선민을 바라보며 말을 건냈다.
" 유 재희.. 너 애기낳고 두고보자.... "
" 흠.. 두고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무섭네요... "
" 으... 내가 참는다.. 참아.. "
" 안 참을거면 어떡할건데... "
" 하... 선민아.. 너는 나중에 결혼해서 애기가지면 남편 들볶지말아라... 내가 아주 미치겠다... "
" 싫은데요... 오늘 오빠하는거 보니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요... "
" 허.. 선민이 너마저도.. "
선민의 말에 상훈이 천정을 바라보며 긴 함숨을 내뱉자 재희가 선민을 바라보며 한눈을 찡긋거렸고 선민은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언니가 부러워요.... "
" 내가.. "
저녁을 마친뒤 설겆이를 하고있는 상훈을 바라보며 선민이 부럽다는듯 말을 건내자 재희가 살며시 웃음을 지어보이며 되물었다.
" 네.. 오빠가 언니한테 하는거보면 너무 부러워요... "
" 정이 그리운 사람이니까.... "
" 정이요... "
" 그래.. 너도 알잖아.. 상훈씨 어릴적 부모님 여의고 큰 아버님 밑에서 자랐잖니... 다행이 큰 아버님이나 큰 어머니가 인자하셔서 상훈씨한테 각별히 신경을 쓰셨지만 아무래도 친부모님의 정이 그리웠겠지.. 그래서 자기 식구인 지희나 나한테 그렇게 잘하는거구... "
" 네... "
" 상훈씨..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나한테는 과분할 정도로... "
" 오빠는 언니가 자기한테 과분하다고 하던데요.. "
" 아니.. 상훈씨.. 나만서 마음 고생 많이했어... "
" 마음 고생이요..... "
" 응.. 우리 부모님이 상훈씨와 결혼 심하게 반대하셨거든.. 억지로 우겨서 결혼을 해서도 우리 부모님들 상훈씨가 집으로 찾아와도 따뜻한 눈길한번 안주셨어.. 언제나 우리 형부만 챙기셨고 상훈씨는 언제나 뒷전이였지... 그래서 그당시 상훈씨 가슴에 상처많이 받았을꺼야... 지금도 그생각만하면 상훈씨한테 늘미안해... "
"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상훈 오빤 그런거 마음에 담고 그럴사람 아니잖아요.. "
" 그게 더 마음아파... "
" ........ "
" 언젠가 우리 아버지 생신때 집에 다녀온후.. 상훈씨 많이 울었었다... "
" 오빠가요.. "
재희말에 선민이 놀란 표정을하며 재희를 바라보았다.
" 응.. 그날도 변함없이 우리 부모님은 상훈씨를 거들떠도 안보셨어.. 오로지 형부만을 챙기시느라 바쁘셨지... "
" ........ "
" 그런건 그동안 쭉 있었던 일이라 상훈씨도 잘참아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상훈씨의 상처를 건드리고 만거야... "
" 상처요.... "
" 음.. 우리 형부 아버님이 형부한테 커다란 건물 하나를 넘겨주셨거든...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상훈씨 있는데서 아버지 잘둬서 정말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한거야... "
" ........ "
" 그래서 그날 나랑 아버지랑 크게 싸웠어.. 상훈씨를 무시하는 우리 부모님이 너무 야속했거든... 그런 나를 상훈씨는 오히려 나무라며 말리면서.. 우리 아버지한테 죄송하다고 그랬는데 .. 아버지는 내가 상훈씨한테 시집가더니 변했다고 상훈씨한테 호통을 치셨지... "
" ........ "
" 그래서 결국 상훈씨랑.. 나랑은 중간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상훈씨는 큰소리를 지르며 나를 나무랬지... 어떻게 아버지한테 그렇게 대들수가 있느냐면서... "
" ........ "
" 난 그런 상훈씨의 태도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상훈씨는 자존심도 없느냐면서 상훈씨랑 싸우고 나 혼자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었지.... "
" ........ "
" 그런데.. 새벽녘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조용히 거실로 나가봤는데... 상훈씨가 거실에 혼자 앉아서 울고 있었어... 그것도 행여 내가 들을까봐 소리도 내지못하고 그렇게 혼자 거실에 앉아서 한참을 혼자 울더라... "
" ........ "
" 그런 상훈씨 모습 몰래 지켜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어.. 나때문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우는 상훈씨가 너무 가엽고 미안해서..... "
" 언니.... "
붉어진 눈으로 말을하고 있는 재희를 바라보며 선민은 안타까운듯 재희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 자.. 이건 선민이 커피고.. 당신은 이거... "
" 싫어.. 나도 커피줘.. 아직까진 괜찮단말야... "
" 야.. 유 재희 너자꾸 말안들을래... 커피는 안된다고 그랬지... "
" 흐리게 먹으면 되잖아.. 응... "
" 쯧.. 안되다니까... 그냥 쥬스 먹어... "
" 아이.. 그러지말고 이번만.. 응... "
" 안된다고 그랬지... "
" 이씨.. 그럼 자기도 커피 먹지마... "
" 왜.. 난 임신 안했다.... "
" 자기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자기도 먹지마... "
" 야.. 선민이 있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어.. "
" 선민이가 어린애야.. 자기도 커피 먹지마.. 이리내놔.. "
" 유 재희.. 이리 안내놔... "
조금전 들려주었던 가슴저린 이야기가 언제 그랬냐는듯 커피잔을 두고 말다툼을 하고있는 상훈과 재희를 바라보며 선민은 어이가 없다는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 ........ "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선민은 상훈과 재희를 떠올리며 사랑이란 감정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받은 상처로인해 고통스러우면서도 행여 그런 자신으로 인하여 상대이 아파할까봐 자신의 상처를 감내하며 사는 두 사람들... 그리고 그런 상처의 고통을 상대방이 전해주는 사랑으로 이겨내며 행복해하는 두 사람들... 선민은 그렇게 언제나 행복하게만 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 그토록 애절한 사연이 흐르고 있었음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언제쯤 자신은 두 사람처럼 재훈이 전해주는 사랑으로 인하여 자신이 그간 느껴왔던 고통을 모두 씻을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에 잠겨보았다.
" 여기예요.. "
식당에 들어선 재훈이 이리 저리안을 살피자 수연이 손을 높이들며 재훈을 불렀다.
" 죄송합니다.. 좀 늦었죠.. "
수연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재훈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것을 사과했다.
" 아니예요.. 저도 도착한지 얼마안돼요... "
" 교수님하고 상담이 늦어져서요... "
" 그런데.. 태우씨하고 에이꼬상은... "
" 네.. 좀 늦을겁니다.. 어디좀 들렀다가 온답니다... "
" 그래요... "
" 그나저나 이러실 필요는 없는데... "
" 재훈씨한테 대접 받았으니.. 답례는 해야죠... "
" 에이꼬상 때문에 그런건데.. 굳이 수연씨가... "
" 사실은 답답해서 그런거예요... "
" 여행삼아 오셨다면서요.. 답답하시면 여기저기 구경좀 다니시지 그러십니까... "
" 돌아다니는것도 지겹네요.. 그래서 재훈씨랑 다들 만나서 기분이나 풀어볼려고 그런거니까.. 부담갖지 마세요.. "
" 네.. 알겠읍니다... "
수연의 말에 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저.. 사실은 재훈씨 병원에서 만나기 이전에 한번 본적있어요... "
" 언제 저를... 전 기억이 없는데... "
일상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던 중간 불현듯 수연이 자신을 병원에서 만나기 이전 자신을 보았다는 말을하자 재훈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 지하철에서요... "
" 지하철이요.... "
" 네... 그때 지하철에서 재훈씨가 너무 슬픈 표정으로 서있길래 유심히 바라본적이 있었어요... "
" 제가요.. 글쎄 잘... "
" 아마 기억하시기 힘들거예요... 그냥 스쳐가듯 지나쳤으니까요... "
수연의 말에 재훈이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자신의 기억속에는 수연과 마주친 기억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 그런데 제가 슬픈 표정으로 서있었다고요... "
" 네.. 그것도 아주많이.. 그래서 한동안 재훈씨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어요... "
" ........ "
수연의 말을듣던 순간 재훈은 자신의 기억속에서 선영이 떠나버렸던 날 지하철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던 여자의 잔영이 스치듯 지나가자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재훈의 시선을 바라보며 수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재희로부터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어 이미 나름대로 재훈이 자신과 마주쳤던 그날 왜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재훈이 너무도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자 수연은 자신이 괜한 이야기를 한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 하이.. 죄송 합니다.. 조금 늦었읍니다.. "
" 안녕하셨읍니까.... "
" 아.. 어서들 오세요... "
수연의 갑작스런 말로인해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드리워지던 순간 태우와 에이꼬가 다가오며 인사를 건내자 수연이 재훈과의 어색함을 깨려는듯 반갑게 두사람을 맞았다.
" 야.. 어젯밤 꿈자리가 좋더니.. 오늘 근사하게 한턱 얻어먹는 겁니까.. "
" 후후.. 네.. 근사하게 낼께요.. "
너스레를 떠는 태우를 바라보며 수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수연상이 한턱 낸다고.. 태우씨.. 점심 굶었읍니다.. "
" 그래요... "
" 네.. 태우씨 공짜 너무 좋아합니다.. 저러다 대가리 됩니다... "
" 푸하하.. 에이꼬 대가리가 아니라 대머리야.. 대머리... "
에이꼬의 서투른 한국말에 태우가 박장 대소를 말을하자 그제서야 재훈의 입가에도 웃음이 서리는것을 바라보며 수연은 다행이라는듯 긴장을 풀었다.
" 에이꼬상... "
" 넷... "
" 그런 말들은 어디서 배운거예요... "
" 태우씨 따라가서 다른 한국분들 얘기 들어서 배우고.. 나머지는 태우씨가 가르쳐 줍니다.. "
" 그래요.. 그런데도 에이꼬상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
" 한국말 안배우면 태우씨가 안만나 준답니다.. 그래서 열심히 배웁니다... "
" 정말이예요... 태우씨 못됐네요... "
" 아..아닙니다.. 에이꼬가 괜히하는 소리입니다... "
에이꼬의 말에 수연이 태우를 흘겨보자 태우가 손을 내저으며 말을했다.
" 아닙니다.. 진짭니다.. 그래서 에이꼬 한국말 배우냐고.. 지난 학기 성적 많이 떨어졌읍니다.. "
" 어머 진짜예요... "
" 네.. 태우씨 정말 나쁩니다.. 자기는 일본말 안배우면서.. 나보고만 한국말 배우라고 합니다.. "
" 그래요.. 그럼 태우씨 만나지 마세요.. 정말 못된 사람인것 같은데... "
" 그래서 에이꼬 생각중입니다... "
" 어... 뭐야.. 에이꼬 그말 정말이야... "
에이꼬의 말에 태우가 눈을 크게뜨며 에이꼬에게 물었다.
" 네.. 진짭니다.... "
" 뭐라구.. 다시 말해봐... 확실해... 에이꼬가 그런 생각하고 있다면 나도 다르게 생각할꺼니까.. 확실하게 말해봐.. 그말 진짜야... "
" 태우씨.... "
" 빨리말해.. 에이꼬가 그런 생각이라면 더늦기전에 헤어지는게 났잖아... "
" ........ "
" 빨리 말해봐... "
" ........ "
마치 진짜 화가난듯 태우가 에이꼬를 윽박하자 순간 에이꼬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어... "
" 어머... 에이꼬.... "
에이고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자 태우는 순간 당황했고 재훈과 수연또한 당황하며 에이꼬를 바라보았다.
" 에이꼬 왜울어.. 농담한거야... "
" 흑.. 흑... "
" 아이고 미치겠네.. 에이꼬 내가 장난친거라니까.. 울지마 에이꼬 내가 잘못했어... "
" 태우씨.. 나쁩니다.. 흐흑... "
" 에이꼬... "
순간 눈물을 흘리던 에이꼬가 일어나 자리를 뜨자 태우가 당황한듯 에이꼬의 이름을 부르며 따라나섰다.
" 재훈씨... 어떻게해요.. "
" 후후.. 그냥 두십시요... "
당황해하는 수연을 바라보며 재훈이 웃음을 지으며 말을했다.
" 에이꼬 정말 화난것 같은데.... "
" 저 두사람 자주 저럽니다.. "
" 자주요... "
" 후후.. 네.. 두고보십시요... 금방 언제 그랬냐는듯 다정히 돌아올겁니다... "
" 그래도.... "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웃음까지 지으며 재훈이 말했지만 수연은 그래도 내심 불안한듯 두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 재훈씨한테 편지는 자주오니... "
" 가끔... "
" 뭐 다른 소리는 안해... "
" ........ "
" 후..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미안하다... "
자신의 물음에 선민이 아무런 대답이없자 재희는 답답한듯 긴 함숨을 내쉬며 선민을 바라보았다.
- 철컥...!! -
두사람의 대화가 다시 얼마간 이어질쯤 현관문이 열리며 두손가득 무언가를 들고 상훈이 안으로 들어섰다.
" 자... 여기 다사왔어... "
무언가 불만에 싸인듯 상훈이 퉁명스럽게 말하며 커다란 검은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 그거 거기다 내려놓으면 어떡해... "
" ........ "
" 사왔으면 빨리 들어가서 만들어야지.. "
" 뭐야.. 지금 나보고 만들라는거야... "
" 그럼 자기가 해야지.. 누가해.. "
" 야.. 유 재희... "
재희의 말에 상훈이 기겁을 하며 재희를 노려보았다.
" 내가할께요.. 오빠 이리줘요.. "
" 아냐.. 선민이 넌 가만있어.. 빨리가서 안할꺼야... "
" .......... "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선민을 만류하며 재희가 상훈을 다그치자 상훈이 말없이 재희를 노려보며 봉투를 집어 들었다.
" 이..씨.... "
그렇게 봉투를 집어들고 부엌으로 향하던 상훈이 고개를 돌려 재희를 바라보며 눈을 흘기자 선민이 그런 상훈의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 후후.. 언니.. 내가해두 되는데... "
" 됐어.. 이럴때 아니면 언제 부려먹니... "
" 그래두... "
" 됐어.. 너 있다고 괜히 저러는거야... 저래도 곧잘 음식해줘... "
" 후후... "
재희의 말에 선민은 조금전 상훈이 보였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 자.. 여어... "
잠시후 상훈이 제법 먹음직스럽게 차려온 상을 내려놓자 선민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상훈을 바라보았다.
" 이거 진짜 오빠가 한거예요... "
" 그럼.. 내가했지.. 누가했냐... "
" 놀랬어요.. 저보다 음식더 잘하시나봐요... "
" 내가 그랬잖아.. 상훈씨 음식 잘한다구... "
재희가 놀란 표정으로 상훈과 말을하는 선민을 바라보며 말을 건냈다.
" 유 재희.. 너 애기낳고 두고보자.... "
" 흠.. 두고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무섭네요... "
" 으... 내가 참는다.. 참아.. "
" 안 참을거면 어떡할건데... "
" 하... 선민아.. 너는 나중에 결혼해서 애기가지면 남편 들볶지말아라... 내가 아주 미치겠다... "
" 싫은데요... 오늘 오빠하는거 보니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요... "
" 허.. 선민이 너마저도.. "
선민의 말에 상훈이 천정을 바라보며 긴 함숨을 내뱉자 재희가 선민을 바라보며 한눈을 찡긋거렸고 선민은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언니가 부러워요.... "
" 내가.. "
저녁을 마친뒤 설겆이를 하고있는 상훈을 바라보며 선민이 부럽다는듯 말을 건내자 재희가 살며시 웃음을 지어보이며 되물었다.
" 네.. 오빠가 언니한테 하는거보면 너무 부러워요... "
" 정이 그리운 사람이니까.... "
" 정이요... "
" 그래.. 너도 알잖아.. 상훈씨 어릴적 부모님 여의고 큰 아버님 밑에서 자랐잖니... 다행이 큰 아버님이나 큰 어머니가 인자하셔서 상훈씨한테 각별히 신경을 쓰셨지만 아무래도 친부모님의 정이 그리웠겠지.. 그래서 자기 식구인 지희나 나한테 그렇게 잘하는거구... "
" 네... "
" 상훈씨..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나한테는 과분할 정도로... "
" 오빠는 언니가 자기한테 과분하다고 하던데요.. "
" 아니.. 상훈씨.. 나만서 마음 고생 많이했어... "
" 마음 고생이요..... "
" 응.. 우리 부모님이 상훈씨와 결혼 심하게 반대하셨거든.. 억지로 우겨서 결혼을 해서도 우리 부모님들 상훈씨가 집으로 찾아와도 따뜻한 눈길한번 안주셨어.. 언제나 우리 형부만 챙기셨고 상훈씨는 언제나 뒷전이였지... 그래서 그당시 상훈씨 가슴에 상처많이 받았을꺼야... 지금도 그생각만하면 상훈씨한테 늘미안해... "
"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상훈 오빤 그런거 마음에 담고 그럴사람 아니잖아요.. "
" 그게 더 마음아파... "
" ........ "
" 언젠가 우리 아버지 생신때 집에 다녀온후.. 상훈씨 많이 울었었다... "
" 오빠가요.. "
재희말에 선민이 놀란 표정을하며 재희를 바라보았다.
" 응.. 그날도 변함없이 우리 부모님은 상훈씨를 거들떠도 안보셨어.. 오로지 형부만을 챙기시느라 바쁘셨지... "
" ........ "
" 그런건 그동안 쭉 있었던 일이라 상훈씨도 잘참아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상훈씨의 상처를 건드리고 만거야... "
" 상처요.... "
" 음.. 우리 형부 아버님이 형부한테 커다란 건물 하나를 넘겨주셨거든...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상훈씨 있는데서 아버지 잘둬서 정말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한거야... "
" ........ "
" 그래서 그날 나랑 아버지랑 크게 싸웠어.. 상훈씨를 무시하는 우리 부모님이 너무 야속했거든... 그런 나를 상훈씨는 오히려 나무라며 말리면서.. 우리 아버지한테 죄송하다고 그랬는데 .. 아버지는 내가 상훈씨한테 시집가더니 변했다고 상훈씨한테 호통을 치셨지... "
" ........ "
" 그래서 결국 상훈씨랑.. 나랑은 중간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상훈씨는 큰소리를 지르며 나를 나무랬지... 어떻게 아버지한테 그렇게 대들수가 있느냐면서... "
" ........ "
" 난 그런 상훈씨의 태도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상훈씨는 자존심도 없느냐면서 상훈씨랑 싸우고 나 혼자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었지.... "
" ........ "
" 그런데.. 새벽녘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조용히 거실로 나가봤는데... 상훈씨가 거실에 혼자 앉아서 울고 있었어... 그것도 행여 내가 들을까봐 소리도 내지못하고 그렇게 혼자 거실에 앉아서 한참을 혼자 울더라... "
" ........ "
" 그런 상훈씨 모습 몰래 지켜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어.. 나때문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우는 상훈씨가 너무 가엽고 미안해서..... "
" 언니.... "
붉어진 눈으로 말을하고 있는 재희를 바라보며 선민은 안타까운듯 재희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 자.. 이건 선민이 커피고.. 당신은 이거... "
" 싫어.. 나도 커피줘.. 아직까진 괜찮단말야... "
" 야.. 유 재희 너자꾸 말안들을래... 커피는 안된다고 그랬지... "
" 흐리게 먹으면 되잖아.. 응... "
" 쯧.. 안되다니까... 그냥 쥬스 먹어... "
" 아이.. 그러지말고 이번만.. 응... "
" 안된다고 그랬지... "
" 이씨.. 그럼 자기도 커피 먹지마... "
" 왜.. 난 임신 안했다.... "
" 자기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자기도 먹지마... "
" 야.. 선민이 있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어.. "
" 선민이가 어린애야.. 자기도 커피 먹지마.. 이리내놔.. "
" 유 재희.. 이리 안내놔... "
조금전 들려주었던 가슴저린 이야기가 언제 그랬냐는듯 커피잔을 두고 말다툼을 하고있는 상훈과 재희를 바라보며 선민은 어이가 없다는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 ........ "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선민은 상훈과 재희를 떠올리며 사랑이란 감정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받은 상처로인해 고통스러우면서도 행여 그런 자신으로 인하여 상대이 아파할까봐 자신의 상처를 감내하며 사는 두 사람들... 그리고 그런 상처의 고통을 상대방이 전해주는 사랑으로 이겨내며 행복해하는 두 사람들... 선민은 그렇게 언제나 행복하게만 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 그토록 애절한 사연이 흐르고 있었음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언제쯤 자신은 두 사람처럼 재훈이 전해주는 사랑으로 인하여 자신이 그간 느껴왔던 고통을 모두 씻을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에 잠겨보았다.
" 여기예요.. "
식당에 들어선 재훈이 이리 저리안을 살피자 수연이 손을 높이들며 재훈을 불렀다.
" 죄송합니다.. 좀 늦었죠.. "
수연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재훈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것을 사과했다.
" 아니예요.. 저도 도착한지 얼마안돼요... "
" 교수님하고 상담이 늦어져서요... "
" 그런데.. 태우씨하고 에이꼬상은... "
" 네.. 좀 늦을겁니다.. 어디좀 들렀다가 온답니다... "
" 그래요... "
" 그나저나 이러실 필요는 없는데... "
" 재훈씨한테 대접 받았으니.. 답례는 해야죠... "
" 에이꼬상 때문에 그런건데.. 굳이 수연씨가... "
" 사실은 답답해서 그런거예요... "
" 여행삼아 오셨다면서요.. 답답하시면 여기저기 구경좀 다니시지 그러십니까... "
" 돌아다니는것도 지겹네요.. 그래서 재훈씨랑 다들 만나서 기분이나 풀어볼려고 그런거니까.. 부담갖지 마세요.. "
" 네.. 알겠읍니다... "
수연의 말에 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저.. 사실은 재훈씨 병원에서 만나기 이전에 한번 본적있어요... "
" 언제 저를... 전 기억이 없는데... "
일상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던 중간 불현듯 수연이 자신을 병원에서 만나기 이전 자신을 보았다는 말을하자 재훈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 지하철에서요... "
" 지하철이요.... "
" 네... 그때 지하철에서 재훈씨가 너무 슬픈 표정으로 서있길래 유심히 바라본적이 있었어요... "
" 제가요.. 글쎄 잘... "
" 아마 기억하시기 힘들거예요... 그냥 스쳐가듯 지나쳤으니까요... "
수연의 말에 재훈이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자신의 기억속에는 수연과 마주친 기억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 그런데 제가 슬픈 표정으로 서있었다고요... "
" 네.. 그것도 아주많이.. 그래서 한동안 재훈씨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어요... "
" ........ "
수연의 말을듣던 순간 재훈은 자신의 기억속에서 선영이 떠나버렸던 날 지하철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던 여자의 잔영이 스치듯 지나가자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재훈의 시선을 바라보며 수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재희로부터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어 이미 나름대로 재훈이 자신과 마주쳤던 그날 왜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재훈이 너무도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자 수연은 자신이 괜한 이야기를 한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 하이.. 죄송 합니다.. 조금 늦었읍니다.. "
" 안녕하셨읍니까.... "
" 아.. 어서들 오세요... "
수연의 갑작스런 말로인해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드리워지던 순간 태우와 에이꼬가 다가오며 인사를 건내자 수연이 재훈과의 어색함을 깨려는듯 반갑게 두사람을 맞았다.
" 야.. 어젯밤 꿈자리가 좋더니.. 오늘 근사하게 한턱 얻어먹는 겁니까.. "
" 후후.. 네.. 근사하게 낼께요.. "
너스레를 떠는 태우를 바라보며 수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수연상이 한턱 낸다고.. 태우씨.. 점심 굶었읍니다.. "
" 그래요... "
" 네.. 태우씨 공짜 너무 좋아합니다.. 저러다 대가리 됩니다... "
" 푸하하.. 에이꼬 대가리가 아니라 대머리야.. 대머리... "
에이꼬의 서투른 한국말에 태우가 박장 대소를 말을하자 그제서야 재훈의 입가에도 웃음이 서리는것을 바라보며 수연은 다행이라는듯 긴장을 풀었다.
" 에이꼬상... "
" 넷... "
" 그런 말들은 어디서 배운거예요... "
" 태우씨 따라가서 다른 한국분들 얘기 들어서 배우고.. 나머지는 태우씨가 가르쳐 줍니다.. "
" 그래요.. 그런데도 에이꼬상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
" 한국말 안배우면 태우씨가 안만나 준답니다.. 그래서 열심히 배웁니다... "
" 정말이예요... 태우씨 못됐네요... "
" 아..아닙니다.. 에이꼬가 괜히하는 소리입니다... "
에이꼬의 말에 수연이 태우를 흘겨보자 태우가 손을 내저으며 말을했다.
" 아닙니다.. 진짭니다.. 그래서 에이꼬 한국말 배우냐고.. 지난 학기 성적 많이 떨어졌읍니다.. "
" 어머 진짜예요... "
" 네.. 태우씨 정말 나쁩니다.. 자기는 일본말 안배우면서.. 나보고만 한국말 배우라고 합니다.. "
" 그래요.. 그럼 태우씨 만나지 마세요.. 정말 못된 사람인것 같은데... "
" 그래서 에이꼬 생각중입니다... "
" 어... 뭐야.. 에이꼬 그말 정말이야... "
에이꼬의 말에 태우가 눈을 크게뜨며 에이꼬에게 물었다.
" 네.. 진짭니다.... "
" 뭐라구.. 다시 말해봐... 확실해... 에이꼬가 그런 생각하고 있다면 나도 다르게 생각할꺼니까.. 확실하게 말해봐.. 그말 진짜야... "
" 태우씨.... "
" 빨리말해.. 에이꼬가 그런 생각이라면 더늦기전에 헤어지는게 났잖아... "
" ........ "
" 빨리 말해봐... "
" ........ "
마치 진짜 화가난듯 태우가 에이꼬를 윽박하자 순간 에이꼬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어... "
" 어머... 에이꼬.... "
에이고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자 태우는 순간 당황했고 재훈과 수연또한 당황하며 에이꼬를 바라보았다.
" 에이꼬 왜울어.. 농담한거야... "
" 흑.. 흑... "
" 아이고 미치겠네.. 에이꼬 내가 장난친거라니까.. 울지마 에이꼬 내가 잘못했어... "
" 태우씨.. 나쁩니다.. 흐흑... "
" 에이꼬... "
순간 눈물을 흘리던 에이꼬가 일어나 자리를 뜨자 태우가 당황한듯 에이꼬의 이름을 부르며 따라나섰다.
" 재훈씨... 어떻게해요.. "
" 후후.. 그냥 두십시요... "
당황해하는 수연을 바라보며 재훈이 웃음을 지으며 말을했다.
" 에이꼬 정말 화난것 같은데.... "
" 저 두사람 자주 저럽니다.. "
" 자주요... "
" 후후.. 네.. 두고보십시요... 금방 언제 그랬냐는듯 다정히 돌아올겁니다... "
" 그래도.... "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웃음까지 지으며 재훈이 말했지만 수연은 그래도 내심 불안한듯 두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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