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래봐야 하숙집-에 돌아와, 나는 그대로 침대에다 몸을 던졌다. 사지를 쭉 펼치고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니,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히로세 녀석…"
내가 다짜고짜 심한 말 한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저도 나를 좋아한 게 아니라 그냥 해볼 생각이었을테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누웠다.
"그렇지만… 정말로 느낌은 좋았어…"
갑자기 방금 전에 만진 히로세의 유방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역시 나도 어쩔수 없는 놈이긴 한가 보다. 자지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손이 그곳을 향했지만, 내일 아침 쿄코씨와의 일이 있을지도 몰라, 아껴두기로 했다.
"쿄코씨…"
지금은 집에 없다. 과부 혼자서, 나에게서 매달 받아내는 하숙비 정도로 살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그녀는 일단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뭐 하는 데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는 정말 좋은 여자다. 섹스 파트너로서도, 하숙집 주인으로서도, …그리고 보호자로서도.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아는 것도 많다. 나는 어쩔 때는 그녀의 아들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하긴 저번 상담 때는 그녀가 왔었다. 일단의 보호자란 명목으로.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의 사랑이란 친족간에 느끼는 그런 사랑이라는 것으로서, 싸구려처럼 남용되는 사랑과는 다르다.
다르다구.
어느새 나는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눈을 떠 보니, 커튼까지 쳐진 방은 그야말로 암흑이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9시…"
나는 몸을 일으켜 1층의 부엌으로 내려갔다.
"어라, 불이 꺼져 있잖아. 쿄코씨 아직 안 온 건가."
배는 고픈데. 라면이라도 끓여먹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스위치를 넣었다. 갑자기 밝아지는 부엌에, 아직 빛에 익숙치 않은 눈이 부셨다.
"…응?"
식탁 위에 보자기를 덮어 놓은 샌드위치와, 쪽지 하나.
"나도 오늘 말 안했는데, 출장이야. 미안해. 나중에 전화할테니까."
…대단하십니다. 그려. 이렇게 되면 내일 아침의 정기행사(?)는 캔슬이 되는 거네. 아깝다… 아까 감촉의 느낌이 남아있을 때 자위해버려야 하는 건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 먹고는, 바로 자 버렸다.
"…역시, 배가 고프니까…"
시계는 7시 10분. 더 자려고 뒤척여 봐도, 괴로울 뿐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 학교 가는 건 미친 짓이라구…"
8시 30분까지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을… 그렇지만,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자려는 것도 미련한 짓이다. 하나, 둘, 셋 하고 벌떡 일어난 나는 한번 그 "미친 짓"을 해보기로 했다.
"아씨, 추워."
현재시각 7시 45분. 그렇게 미적대면서 왔건만.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 일직하는 녀석은 나한테 감사하라구."
나는 문을 열고, 가방을 자리에 던져놓은 다음, 버릇대로 교정탐방에 나섰다.
타박타박…
"…응?"
계단 쪽으로 향하고 있는 내 앞에, 계단을 막 올라온 남녀 한 쌍이 등을 보이며,정답게(?)손을 잡은 채 계속 앞으로 가고 있었다. 저 앞의 복도 끝에는, 직원실도 아니고, 학생 화장실이랑 2학년 타 클래스가 있을 뿐이다. 가방이 없는 걸로 봐선 절대 등교하는 것도 아니다.
저 앞쪽 클래스의 커플이. 어디 나갔다가 들어오는 거겠지. 나는 별 관심없이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그 계집애는 일찍 오거든…"
발을 멈추었다.
"…홈룸 시간 전까지 가지고 노는 거지…"
…설마?
하지만 지금 앞장 선 저 남자는 아무리 봐도 변장 같은건 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가는 저 여자애 역시 강제적으로 끌려가는 것 같지 않다. 손을 잡은걸 보면 말이야.
…그래도 찝찝한걸.
나는 그들이 멀어지기 전에, 묘안을 생각해냈다. 무작정 "어이, 여기 있었네. 이사장님이 부르셔!"라고 여자한테 소리쳐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럼 저 남자는 일단 위축될 것이고. 여자도 순순히 따라올 것이다. 반대로 그 여자가 아니라면 이사장이 찾는다는 말에 혹하지도 않을 것이고.
"어, 여기 있었네!"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하면서 달려가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리고 여자가 돌아보는 순간, 시선을 피하며(시선을 마주치면 분명 반사적으로 "누구?"라고 물을 테니까.)말을 이었다.
"이사장님께서 부르시는데, 어서 가보지."
"아, 네. 그렇습니까?"
"…엣."
너무나 쉽게 풀렸다. 황당해서 남자 쪽을 보니, 녀석 역시 당황한 얼굴로 나와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럼, 죄송하지만 가봐야겠군요. 죄송해요. 다음에 도와드리죠. 타로씨."
"넷…? 아 네, 어서 가보세요."
"타로"라고 불린 녀석은 어물어물 하며 그녀의 손을 놓고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저 놈이 틀림없구만. 목소리도 비슷하고. 타로란 것도 본명이 아니겠지.(쓸데 없는 상식,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 중 하나가 "야마다"(山田)이고, 가장 흔한 이름이 "타로(太郞)"다. 여자면 "하나코"(花子) 여기서 흔하다는 것은 실제로 그렇다기 보단 관념적인 것에 가깝다.) 뭐, 여기서 내 일은 끝이다. 저 녀석들의 계획을 얘기해 주고, 앞으로 조심해라는 말만 덧붙이면…
…?
여자애는 벽에 붙은 채로 꾸물꾸물거리고 있었다.
"…어디 아프니?"
나는 일단 말을 걸었다.
"아…저기, 죄송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들어 나를 보았다. 얼굴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차가운 눈동자. 무엇인가 빨아들일 것 같은 눈. 공허함. 그 눈을 맞보았을 때. 내가 느낀 감상이었다. 눈동자엔 내가 비치고 있지 않았다.
"실례지만, 좀 잡아 주시겠습니까?"
…설마…
"눈이 보이지 않거든요…."
…그랬었던 거구나… 어제 녀석이 말했던 것이 전부 이해가 된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변장이 필요하며, 경계가 필요한가. 주의할 것은 단지 본인의 주위에 있는 보호자들 뿐이었던 것이다.
"아…폐가 된다면 그냥…"
그녀는 얼굴까지 붉혀가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일단 놀란 가슴을 약간 진정시키고 보니, 자그마한 얼굴에 하얀 피부, 윤기나는 긴 머리카락이 왠지 신비해 보이는(본인에게는 실례겠지만) 눈과 어울려서,
예쁘다. 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것 보다도 일단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거다.(장애인이 어째서 보통 학교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불경한 생각을 버리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일단은 이성의 손이니까, 조금은 머뭇거려야 할 텐데도 그녀는 나의 손이 느껴지자 스스럼 없이 그 손을 잡았다. 아하. 그래서 아까 그 타로란 놈도, 이랬던 거군. 이걸 보고 놈들은 "아무나 잘 믿는다"라고 한 건가.
"…고맙습니다…."
살풋 미소짓는다. 음, 예쁜 미소다.
…근데…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이에용, 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이런이런…
머뭇거리고 있는 나를, 그녀는 의아한 듯이 올려다본다.
"…저?"
"…에… 그러니까… 반이 어디시죠?"
"3학년 D반…"
켁, 선배였다아…
"이름은…요?"
"히메카와 키즈나(姬川 絆)…"
"에… 그러니까… 히메카와…선배. 앞으로는 혼자 있을 때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꼬여내면, 설령 이사장이 부른다 하더라고 따라가면 안된다는 거에요."
"…?"
"그러니까, 나도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거죠… 아… 그럼 이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잡고 있는 손을 놓았다. 그리고, 교실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야마시타씨는 오늘 결석인가?"
자고 있던 나는 갑자기 카랑카랑하게 들려오는 담임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확실히. 내 앞자리는 가방도 없이 텅 빈 상태. 별일이군, 그 감초가… 설마, 내가 어제 한 말 때문에 안 온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은 아니겠지…. 내가 뭐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싫다고 그랬는데.
결국, 그날 6교시가 종료할 때까지, 히로세는 오지 않았다. 뭐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분명 어딘가서 남자 하나 끼고 뒹굴고 있겠지.
여전히 인스턴트를 끓여먹고 누워 있으려니, 쿄코씨에게 전화가 왔다.
"정말, 언제 오시는 겁니까. 배고파서…"
"후후, 미안.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전화했어. 한 일주일 후에 들어갈 것 같아."
"쿄코씨가 없으니. 제 자지가 힘이 없어요."
"어머, 싫어라. 전화에서도 그럴 작정?"
폰섹…인가. 하루 안 했다고 이정도라니 나도 참 욕구불만이네.
"쿄코 씨 지금… 무슨 팬티?"
"새하얀 실크… 털이 조금 거무스름하게 보이네…"
쿄코씨가 상당히 음란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나의 자지는 그에 응답해 서서히 서고 있었다.
"지금 나 바지 벗었어요… 자지가 섰어… 쿄코씨 입에다 넣고싶어…"
"아앙… 나도, 뜨겁고 단단한 그걸 내 거기에 넣고 싶어…"
"거기가 어디?"
"아잉… 보…지…(쓸데없는 상식 하나. 우리말의 보지에 해당하는 일본의 속어는 오망코(オマンコ))"
"내가 지금 만져요, 부드럽게… 허벅지를 거쳐서 쿄코씨의 음란한 보지에 손을 문질러요…"
"하아… 아… 좋아…"
"유두는 지금 어때요…?"
"꼭지가 단단해졌어…"
"손으로 비틀어요…"
"하, 하아…"
"슬슬 보지에서 윤활유가 나오나요?"
"으응… 미칠 것 같아…"
"주변에 뭔가 제 자지를 대신할 게 없어요?"
"흐응… 없어…"
"손가락은…?"
"싫어…"
"…하긴…"
절정에 가는 데 고작 손가락으로 될 리가 없지. 그건 내가 폰섹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나는 쿄코씨에게 잘 자라고 인사한 다음, 아쉬운대로 잠을 청했다
"…히로세 녀석…"
내가 다짜고짜 심한 말 한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저도 나를 좋아한 게 아니라 그냥 해볼 생각이었을테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누웠다.
"그렇지만… 정말로 느낌은 좋았어…"
갑자기 방금 전에 만진 히로세의 유방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역시 나도 어쩔수 없는 놈이긴 한가 보다. 자지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손이 그곳을 향했지만, 내일 아침 쿄코씨와의 일이 있을지도 몰라, 아껴두기로 했다.
"쿄코씨…"
지금은 집에 없다. 과부 혼자서, 나에게서 매달 받아내는 하숙비 정도로 살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그녀는 일단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뭐 하는 데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는 정말 좋은 여자다. 섹스 파트너로서도, 하숙집 주인으로서도, …그리고 보호자로서도.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아는 것도 많다. 나는 어쩔 때는 그녀의 아들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하긴 저번 상담 때는 그녀가 왔었다. 일단의 보호자란 명목으로.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의 사랑이란 친족간에 느끼는 그런 사랑이라는 것으로서, 싸구려처럼 남용되는 사랑과는 다르다.
다르다구.
어느새 나는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눈을 떠 보니, 커튼까지 쳐진 방은 그야말로 암흑이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9시…"
나는 몸을 일으켜 1층의 부엌으로 내려갔다.
"어라, 불이 꺼져 있잖아. 쿄코씨 아직 안 온 건가."
배는 고픈데. 라면이라도 끓여먹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스위치를 넣었다. 갑자기 밝아지는 부엌에, 아직 빛에 익숙치 않은 눈이 부셨다.
"…응?"
식탁 위에 보자기를 덮어 놓은 샌드위치와, 쪽지 하나.
"나도 오늘 말 안했는데, 출장이야. 미안해. 나중에 전화할테니까."
…대단하십니다. 그려. 이렇게 되면 내일 아침의 정기행사(?)는 캔슬이 되는 거네. 아깝다… 아까 감촉의 느낌이 남아있을 때 자위해버려야 하는 건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 먹고는, 바로 자 버렸다.
"…역시, 배가 고프니까…"
시계는 7시 10분. 더 자려고 뒤척여 봐도, 괴로울 뿐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 학교 가는 건 미친 짓이라구…"
8시 30분까지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을… 그렇지만,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자려는 것도 미련한 짓이다. 하나, 둘, 셋 하고 벌떡 일어난 나는 한번 그 "미친 짓"을 해보기로 했다.
"아씨, 추워."
현재시각 7시 45분. 그렇게 미적대면서 왔건만.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 일직하는 녀석은 나한테 감사하라구."
나는 문을 열고, 가방을 자리에 던져놓은 다음, 버릇대로 교정탐방에 나섰다.
타박타박…
"…응?"
계단 쪽으로 향하고 있는 내 앞에, 계단을 막 올라온 남녀 한 쌍이 등을 보이며,정답게(?)손을 잡은 채 계속 앞으로 가고 있었다. 저 앞의 복도 끝에는, 직원실도 아니고, 학생 화장실이랑 2학년 타 클래스가 있을 뿐이다. 가방이 없는 걸로 봐선 절대 등교하는 것도 아니다.
저 앞쪽 클래스의 커플이. 어디 나갔다가 들어오는 거겠지. 나는 별 관심없이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그 계집애는 일찍 오거든…"
발을 멈추었다.
"…홈룸 시간 전까지 가지고 노는 거지…"
…설마?
하지만 지금 앞장 선 저 남자는 아무리 봐도 변장 같은건 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가는 저 여자애 역시 강제적으로 끌려가는 것 같지 않다. 손을 잡은걸 보면 말이야.
…그래도 찝찝한걸.
나는 그들이 멀어지기 전에, 묘안을 생각해냈다. 무작정 "어이, 여기 있었네. 이사장님이 부르셔!"라고 여자한테 소리쳐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럼 저 남자는 일단 위축될 것이고. 여자도 순순히 따라올 것이다. 반대로 그 여자가 아니라면 이사장이 찾는다는 말에 혹하지도 않을 것이고.
"어, 여기 있었네!"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하면서 달려가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리고 여자가 돌아보는 순간, 시선을 피하며(시선을 마주치면 분명 반사적으로 "누구?"라고 물을 테니까.)말을 이었다.
"이사장님께서 부르시는데, 어서 가보지."
"아, 네. 그렇습니까?"
"…엣."
너무나 쉽게 풀렸다. 황당해서 남자 쪽을 보니, 녀석 역시 당황한 얼굴로 나와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럼, 죄송하지만 가봐야겠군요. 죄송해요. 다음에 도와드리죠. 타로씨."
"넷…? 아 네, 어서 가보세요."
"타로"라고 불린 녀석은 어물어물 하며 그녀의 손을 놓고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저 놈이 틀림없구만. 목소리도 비슷하고. 타로란 것도 본명이 아니겠지.(쓸데 없는 상식,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 중 하나가 "야마다"(山田)이고, 가장 흔한 이름이 "타로(太郞)"다. 여자면 "하나코"(花子) 여기서 흔하다는 것은 실제로 그렇다기 보단 관념적인 것에 가깝다.) 뭐, 여기서 내 일은 끝이다. 저 녀석들의 계획을 얘기해 주고, 앞으로 조심해라는 말만 덧붙이면…
…?
여자애는 벽에 붙은 채로 꾸물꾸물거리고 있었다.
"…어디 아프니?"
나는 일단 말을 걸었다.
"아…저기, 죄송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들어 나를 보았다. 얼굴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차가운 눈동자. 무엇인가 빨아들일 것 같은 눈. 공허함. 그 눈을 맞보았을 때. 내가 느낀 감상이었다. 눈동자엔 내가 비치고 있지 않았다.
"실례지만, 좀 잡아 주시겠습니까?"
…설마…
"눈이 보이지 않거든요…."
…그랬었던 거구나… 어제 녀석이 말했던 것이 전부 이해가 된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변장이 필요하며, 경계가 필요한가. 주의할 것은 단지 본인의 주위에 있는 보호자들 뿐이었던 것이다.
"아…폐가 된다면 그냥…"
그녀는 얼굴까지 붉혀가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일단 놀란 가슴을 약간 진정시키고 보니, 자그마한 얼굴에 하얀 피부, 윤기나는 긴 머리카락이 왠지 신비해 보이는(본인에게는 실례겠지만) 눈과 어울려서,
예쁘다. 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것 보다도 일단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거다.(장애인이 어째서 보통 학교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불경한 생각을 버리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일단은 이성의 손이니까, 조금은 머뭇거려야 할 텐데도 그녀는 나의 손이 느껴지자 스스럼 없이 그 손을 잡았다. 아하. 그래서 아까 그 타로란 놈도, 이랬던 거군. 이걸 보고 놈들은 "아무나 잘 믿는다"라고 한 건가.
"…고맙습니다…."
살풋 미소짓는다. 음, 예쁜 미소다.
…근데…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이에용, 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이런이런…
머뭇거리고 있는 나를, 그녀는 의아한 듯이 올려다본다.
"…저?"
"…에… 그러니까… 반이 어디시죠?"
"3학년 D반…"
켁, 선배였다아…
"이름은…요?"
"히메카와 키즈나(姬川 絆)…"
"에… 그러니까… 히메카와…선배. 앞으로는 혼자 있을 때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꼬여내면, 설령 이사장이 부른다 하더라고 따라가면 안된다는 거에요."
"…?"
"그러니까, 나도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거죠… 아… 그럼 이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잡고 있는 손을 놓았다. 그리고, 교실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야마시타씨는 오늘 결석인가?"
자고 있던 나는 갑자기 카랑카랑하게 들려오는 담임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확실히. 내 앞자리는 가방도 없이 텅 빈 상태. 별일이군, 그 감초가… 설마, 내가 어제 한 말 때문에 안 온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은 아니겠지…. 내가 뭐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싫다고 그랬는데.
결국, 그날 6교시가 종료할 때까지, 히로세는 오지 않았다. 뭐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분명 어딘가서 남자 하나 끼고 뒹굴고 있겠지.
여전히 인스턴트를 끓여먹고 누워 있으려니, 쿄코씨에게 전화가 왔다.
"정말, 언제 오시는 겁니까. 배고파서…"
"후후, 미안.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전화했어. 한 일주일 후에 들어갈 것 같아."
"쿄코씨가 없으니. 제 자지가 힘이 없어요."
"어머, 싫어라. 전화에서도 그럴 작정?"
폰섹…인가. 하루 안 했다고 이정도라니 나도 참 욕구불만이네.
"쿄코 씨 지금… 무슨 팬티?"
"새하얀 실크… 털이 조금 거무스름하게 보이네…"
쿄코씨가 상당히 음란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나의 자지는 그에 응답해 서서히 서고 있었다.
"지금 나 바지 벗었어요… 자지가 섰어… 쿄코씨 입에다 넣고싶어…"
"아앙… 나도, 뜨겁고 단단한 그걸 내 거기에 넣고 싶어…"
"거기가 어디?"
"아잉… 보…지…(쓸데없는 상식 하나. 우리말의 보지에 해당하는 일본의 속어는 오망코(オマンコ))"
"내가 지금 만져요, 부드럽게… 허벅지를 거쳐서 쿄코씨의 음란한 보지에 손을 문질러요…"
"하아… 아… 좋아…"
"유두는 지금 어때요…?"
"꼭지가 단단해졌어…"
"손으로 비틀어요…"
"하, 하아…"
"슬슬 보지에서 윤활유가 나오나요?"
"으응… 미칠 것 같아…"
"주변에 뭔가 제 자지를 대신할 게 없어요?"
"흐응… 없어…"
"손가락은…?"
"싫어…"
"…하긴…"
절정에 가는 데 고작 손가락으로 될 리가 없지. 그건 내가 폰섹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나는 쿄코씨에게 잘 자라고 인사한 다음, 아쉬운대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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