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일어서려는 히로세의 손을 잡았다.
"…"
히로세는 얼굴이 더욱 빨갛게 되서, 고개를 돌린다.
귀엽다.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감정이다. 그래, 지금은 정신이 나간 상태다. 그렇지 않고서야 히로세가 이렇게 귀여워 보일 리가 없는거다.
"유우…짱?"
나는 강제로, 다시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양 손을 내리눌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앗…."
천천히, 파자마의 단추를 풀고, 벗겨낸다. 통이 넓은 옷이라 무난하게 벗겨졌다. 그리고, 히로세의 조그마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약간 큼직한 가슴이 반동에 출렁이며 그 굴곡을 보였다. 쿄코씨와는 다른 여자의 유방. 새로운 것이기에 더욱 흥분된다. 나는 양 손으로 유방을 모아 가볍게 주물렀다.
"아…"
히로세가 조그맣게 신음을 토했다.
"히로세, 유방이 참 부드럽네."
나는 히로세의 귓가에 대고, 전에 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바…바보… 아…"
조금씩 단단해지는 발그스름한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겨주니, 느낌 좋게 튀어오른다. 얼굴을 갖다대니 희미하게 비누 향기가 났다. 좋은 향기다. 나는 깊숙히, 들이마신 다음 혀로 유두의 끝을 살살 굴린다. 혀끝이 간지럽다. 히로세는 더욱 간지럽고도…
"하, 하앙…"
…기분좋은 거다. 나는 계속 유방 주위를 애무했다. 히로세의 유두는 거듭된 나의 혀의 감촉에, 꼭지를 세우고 뻣뻣해져 있었다. 이로 살짝, 깨물어 준다.
"으, 으응…!"
히로세의 몸이 깜짝 떤다. 이 녀석, 유방이 최성감대인 모양이다.
"남자들이랑 많이 해 봤으면서… 이 정도 가지고 그래?"
나는 여전히 가슴을 주무르는 채로, 또다시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이번엔 혀로 귓가를 가볍게 핥아가면서.
"좋아하는 사람한테서… 만져진다는게… 부끄럽고도… 하악… 좋아."
…또 그 소리.
"…네가 잤던 남자들은 좋아해서 잔게 아니란 말이냐?"
그리고 의미없이 몇일도 지나지 않아, 그 감정은 사그라든거고.
"하앗… 틀려… 단지 섹스파트너로… 좋았을 뿐이야…"
손에 잠깐 힘이 멈춘다.
…즉, 지금까지의 남자들은 그녀가 "의도적"으로 이끌어낸 발정기에 희생된 녀석들이다. 사그라질 애정… 아니 발정 따위가 없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중 하나겠지, 란 말이 올라왔으나, 히로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 생각으로 삼켜버렸다.
"하, 하지만… 하아… 단지야… 유우짱에게는 안기고 싶었어…"
"…안겨?"
"유우짱과는… 섹스하는 것 보단… 그냥 한번 안아주기만 해도 좋겠다…라고 생각했어."
"…"
불규칙해진 호흡에, 말을 끊어가면서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서, 소위 말하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 거침없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유우짱이 원하면, 나같이 더러운 애라도, 언제든지 몸을 맡길 생각이었지만."
"내가 원하면"…
나는 왜, 그녀가 지금까지 "같이 자자"란 직접적인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나에 대한 감정은…
충동에 이끌린 발정기가 아닌, 충동을 누른 의도적인 것…
즉, 좋아한다…라는 것이 맞을지도….
얼마 안가 식어버리는 의미없는 것이긴 해도…
내가 더럽다고 치부한 지금까지의 히로세가 아니다. 내 눈앞에 있는 그녀는 쾌락을 궁구하여 몸부림친다고 생각한 그 히로세가 아니다.
불현 듯, 혼자서만 충동을 느껴 우악스럽게 구는 내가 부끄러워진 것은 그것때문이리라.
"…이렇게…?"
나는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넣어, 히로세를 들어올려 끌어안았다.
"…"
풍만한 가슴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지금 쿵쿵쿵 하고 전해져 오는 것은 그녀의 고동인가.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히로세라는 여자는, 날 좋아한다는 것을. 무의미하게 식어버리는 것이긴 해도, 끌어안을 이유는 충분했다.
"…흑…"
히로세는, 떨어뜨리고 있던 팔을, 내 목에 감았다.
"바보, 왜 우냐."
"고마워… 유우짱… 나, 더러운데…도. 흑…흐윽!"
토닥토닥, 하고 등을 두드렸다.
안아주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뻐해줄 줄 아는 히로세. …이것이 오늘 낮까지만 해도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고, 우산으로 난타하던 그 히로세, 그리고 많은 남자와 섹스를 했던, 내가 더럽다고 무시한, 그 히로세다. 나는 어째서 지금까지 그녀를 섹스밖에 생각지 않는 여자라고, 단정했을까. 단지 이렇게 진심으로 대화를 몇 마디 한 걸로 인식이 바뀌는 것을.
"내가 유우짱을 기분 좋게 해줄게…"
어느새 울음을 그친 히로세는 나의 목에 걸었던 팔을 풀었다. 누워, 유우짱. 하는 말에 나도 눈치를 채고 팬츠를 벗어, 누웠다. 히로세는 엎드리더니, 아래로 손을 뻗어 아직 작아지지 않은 나의 자지를 정성스럽게 두 손으로 감싸 잡는다.
"웃…"
그대로 그녀는 자신의 입에 넣는다. 따뜻하고 습한, 그리고 간지러운 느낌이 귀두를 엄습해 왔다. 그녀는 그것을 입안 가득, 더 밀어 넣는다. 손은 여전히 자지의 뿌리를 잡은 채, 조금씩 움직여 가면서.
"으음…"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다르다. 쿄코씨의 그것과는 아주 달랐다.
몇 번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뺐다를 반복한 히로세는, 천천히 꺼내어 이번엔 혀 끝으로, 자지의 뿌리에서부터 귀두까지, 정성스럽게 핥아 올라간다. 그 혀가 귀두에 닿았을 때, 나는 시트를 움켜잡았을 정도였다. 귀두는 발기했을 때, 손가락 끝으로 만져도 민감하게 반응이 오는 부분이다. 그런 곳을, 히로세가, 혀로…
"크흡…"
이번엔, 혀 끝으로 귀두 끝의 갈라진 부분을, 긁어내듯이 핥는다. 땀이 날 정도다. 몇 번 반복한 다음, 히로세는 자지를 잡고, 아래 위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처음엔 부드러웠지만, 점차 빨라지면서, 더불어 나의 쾌감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히, 히로세…!"
나는 예고도 하지 못한 채, 히로세의 얼굴에 사정해 버렸다.
"꺅…"
"미, 미안…"
"아,아니야…"
히로세는 얼굴에 달라붙은 정액을 손으로 걷어내어 입으로 가져갔다. 나는 당황하여 그녀를 말렸다. 이런 식으로 쿄코씨에게도 얼굴에 사정한 적이 많았다. 쿄코씨는 일부는 삼켰지만, 전부는 그러지 못했다. 별로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런 것을 히로세는 지금 거리낌 없이 삼키려고 한다.
"관둬, 뭐하는 거야."
"괜찮아. 유우짱 거니까."
그녀는 대답한 후, 이번엔 정액이 묻어있는 나의 자지에 다시금 혀를 갖다댄다.
"깨끗하게 해 줄게… 유우짱."
나는 감동했다기 보다는, 왠지 압도당하는 느낌에, 히로세를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 히로세는 그런 나의 눈길을 알아차렸는지, 약간 당황해하며 말했다.
"누, 누구한테나 이러는 게 아냐… 유우짱 안 믿어주겠지만…"
상기된 얼굴로 자지를 잡은 채, 나를 올려다보는 그런 히로세를 보고 있자니, 다시금 나의 심볼은 끓어올랐다. 나는 히로세의 어깨를 잡아 눕히곤,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사이에 있는 둔덕에, 소보록한 음모의 너머 선홍색의 균열이 보였다.
"에… 유, 유우짱…"
"답례다."
나는 짧게 대답하고, 곧 그녀의 음순에 혀를 갖다대었다. 주위를 돌려가듯이 핥다가, 클리토리스에 혀 끝을 갖다댄다.
"하, 앙."
히로세가 움찔하며 떨었다. 이 반응은 쿄코씨와 같구나. 나는 계속하여 혀를 세워, 질 내에 꽂아 넣었다.
"으, 으으응…"
콧소리를 내며 몸을 트는 히로세. 정말 남자랑 많이 잤는지 의심될 정도다. 아님 자기 말대로, 딴 사람이 아닌 내가 만져주는데 대해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그렇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경멸하던 히로세의, 그것도 보지를, 내가 이런 식으로 애무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아니, 그 생각은 더 이상 안하기로 했었지.
이제 히로세의 음부 주변에서는 이미 충분히 애액이 끈적이고 있었다.
"…히로세, 간다."
"응…"
그녀는 약간 불안하면서도 수줍은 표정으로, 누운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서서히, 발기된 나의 자지를 히로세의 그곳에 집어 넣었다.
"…웃!"
히로세가 크게 반응한다. 아직 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별로 크기가 큰 것도 아닌데, 조이는 느낌이 온다. 어쨌든 나는 허리를 조금씩 돌려가며, 계속 넣었다.
"아아… 하…"
"히로세…"
나는 완전히 삽입하고서, 빈 손을 그녀의 유방에 가져갔다. 탄력있는 유방이 잡히고, 나는 그것을 지지대 삼아 움켜쥐고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아…하아, 아…"
자지가 들락거릴때마다 히로세의 표정이 바뀐다. 히로세는 유방을 쥐고 있는 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신음했다.
"…유…하아…유우짜…앙. 나… 으응! 실은 유우짱을 알고부터는…"
내 손을 잡은 그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무하고도…하악학… 안 잤어… 정말이야…"
그래서 조이는 느낌이 생각 외로 강했던 건가…? 어쨌든, 기특하군… 나를 위해서…인가. 나는 더욱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아아아…하아…앙…!"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 사정할 것 같다.
"히, 히로세, 나… 곧…!"
"아, …유, 유우짜아앙…! 깊숙히, 깊숙히 유우짱이…!"
나는 그녀의 속에다 사정해 버리고 말았다.
절정에서 돌아와 보니 히로세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꼭 껴안은 상태였다.
평온했다.
쿄코씨와의 후에 잠깐이나마 느껴지던 그 허망함이 없었다.
드라마의 해피 엔딩을 본 것 같은 느낌.
푸근하고, 충실하고, 고요하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마저 부드러운 가락으로 느껴졌다.
…이게 아닌데. 발정이 지나고 난 후의 느낌이란 건 이게 아닌데…
자신의 논리가 무너졌다는 상실감과, 저편에서 느껴지는 행복감.
나는 그것을 둘 다 공감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사락사락사락…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
"괜찮아. 안전일이니까…"
묻지도 않았건만, 히로세가 쭈삣쭈삣, 나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히나."
"…응?, 바…방금…"
그녀가 나를 전교를 통틀어 혼자서 "유우짱"이라 부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나는 모든 학생이 히로세를 "히나"라는 애칭으로 불러도 혼자서 "히로세"라고 불러왔다. 그런 내가, 방금 히로세를 "히나"라고 부른 것이다.
"고마워, 오늘… 정말로 고마워…"
잊은 게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히로세의 조그만 어깨를 잡고,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유우짱… 나 이대로… 이 기억을 홋카이도로 가지고 도망칠래…"
"…도망?"
"유우짱의 말대로… 식어버릴 지 모르는 감정에 져 버리는 것이 두렵거든…"
"…"
"유우짱이 지금 나에게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호감이라 할 수 있는 것도, 몇 년이 지나면… 반대로, 나 역시 정말 좋아하는 유우짱을 몇 년이 지나면…"
나는 말했었다. 영원히 지속되는 좋아함 따위는 없다고. 글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일단의 발정이 끝나면 허무해진다는 나의 생각은, 방금의 일로 일단의 예외가 있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말로엔 그럴 수 밖에 없다. 히로세는 솔직했다. 그리고 현명했다. 한껏 좋아해 봤자 결국은 녹아버린다는 감정을 그녀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이다. 아니 인정한 것이다. 1년 후의 그녀, 10년 후의 그녀. 나에 대한 감정은 갈수록 사그라들게 되어 결국은 잊어버리게 된다. 그것은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빵과도 같다. 기한이 지나면 곰팡이가 핀다. 현재의 감정을 영원히 지속되는 양 매달리는 다른 애들보다야 낫다.
방부제를 쳐 버리겠다는 히로세.
나는 내 자신에게 금하고 있었던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섹스가 끝난 후의 허무함이 없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발정과는 관계없이 그것은 서로에게 빚진 것이 없는 감정. 하지만 인간인 나에게, 기한을 붙이지 않은 그 감정은 있을 수가 없다. 인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말할게."
나는 히로세를 마주보았다.
"정말로 좋아해. 히나."
"…"
"지금은…. 말야."
"…충분해. 유우짱…."
시간은 평소와 같이 흐르고 있었다.
히로세는 그녀의 말대로 "도망쳤다."
도망…
나의 부모도 도망쳤다. 그들은 사랑이란 걸 해서 결혼하여 번식작업을 한 다음, 허무를 느끼고, 그제야 바보같이 도망쳤다. 황홀감은 서로에게 경멸감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서로 시간을 아까워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 잃기만 하고 도망쳐 버렸다.
끝까지 갔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한다는 선로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종착역은 권태.
히로세는 다르다. 허무를 느끼기 전에 황홀감만을 가지고, 나에 대한 환상을 심은 채로 도망가 버렸다. 그녀는 권태로 향하는 표를 끊지 않은 것이다. 중간에서 내려버렸으니까. 그리고 내린 곳에서, 단지 상상하는 것이다. 종착역에는 크나큰 사랑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눈 앞에 펼쳐질 허무를 극복해낼 자신이-그것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도전이라도-없었던 것이다. 어떤 의미의 패배다.
하지만 아름다운 패배라고, 생각했다.
"이 발정은, 제법 갈 것 같아…"
언제까지일 줄은 모르지만,
비어 있는 히로세의 자리를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몇 개월을 원수처럼 지내다, 단지 하루의 섹스로 나의 기억에 자리잡을 줄은.
우리는 주소도 교환하지 않았다. 편지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있어서, 떠나기 전의 나와, 떠난 후의 나는 다른 인물이다.
히로세는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항목이 추가된 것이다. 상대가 없어도 느끼는 발정… 그것은 그리움. 동성에게 느끼는 그것과는 다른 황홀한 그리움.
일어서려는 히로세의 손을 잡았다.
"…"
히로세는 얼굴이 더욱 빨갛게 되서, 고개를 돌린다.
귀엽다.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감정이다. 그래, 지금은 정신이 나간 상태다. 그렇지 않고서야 히로세가 이렇게 귀여워 보일 리가 없는거다.
"유우…짱?"
나는 강제로, 다시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양 손을 내리눌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앗…."
천천히, 파자마의 단추를 풀고, 벗겨낸다. 통이 넓은 옷이라 무난하게 벗겨졌다. 그리고, 히로세의 조그마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약간 큼직한 가슴이 반동에 출렁이며 그 굴곡을 보였다. 쿄코씨와는 다른 여자의 유방. 새로운 것이기에 더욱 흥분된다. 나는 양 손으로 유방을 모아 가볍게 주물렀다.
"아…"
히로세가 조그맣게 신음을 토했다.
"히로세, 유방이 참 부드럽네."
나는 히로세의 귓가에 대고, 전에 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바…바보… 아…"
조금씩 단단해지는 발그스름한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겨주니, 느낌 좋게 튀어오른다. 얼굴을 갖다대니 희미하게 비누 향기가 났다. 좋은 향기다. 나는 깊숙히, 들이마신 다음 혀로 유두의 끝을 살살 굴린다. 혀끝이 간지럽다. 히로세는 더욱 간지럽고도…
"하, 하앙…"
…기분좋은 거다. 나는 계속 유방 주위를 애무했다. 히로세의 유두는 거듭된 나의 혀의 감촉에, 꼭지를 세우고 뻣뻣해져 있었다. 이로 살짝, 깨물어 준다.
"으, 으응…!"
히로세의 몸이 깜짝 떤다. 이 녀석, 유방이 최성감대인 모양이다.
"남자들이랑 많이 해 봤으면서… 이 정도 가지고 그래?"
나는 여전히 가슴을 주무르는 채로, 또다시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이번엔 혀로 귓가를 가볍게 핥아가면서.
"좋아하는 사람한테서… 만져진다는게… 부끄럽고도… 하악… 좋아."
…또 그 소리.
"…네가 잤던 남자들은 좋아해서 잔게 아니란 말이냐?"
그리고 의미없이 몇일도 지나지 않아, 그 감정은 사그라든거고.
"하앗… 틀려… 단지 섹스파트너로… 좋았을 뿐이야…"
손에 잠깐 힘이 멈춘다.
…즉, 지금까지의 남자들은 그녀가 "의도적"으로 이끌어낸 발정기에 희생된 녀석들이다. 사그라질 애정… 아니 발정 따위가 없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중 하나겠지, 란 말이 올라왔으나, 히로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 생각으로 삼켜버렸다.
"하, 하지만… 하아… 단지야… 유우짱에게는 안기고 싶었어…"
"…안겨?"
"유우짱과는… 섹스하는 것 보단… 그냥 한번 안아주기만 해도 좋겠다…라고 생각했어."
"…"
불규칙해진 호흡에, 말을 끊어가면서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서, 소위 말하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 거침없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유우짱이 원하면, 나같이 더러운 애라도, 언제든지 몸을 맡길 생각이었지만."
"내가 원하면"…
나는 왜, 그녀가 지금까지 "같이 자자"란 직접적인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나에 대한 감정은…
충동에 이끌린 발정기가 아닌, 충동을 누른 의도적인 것…
즉, 좋아한다…라는 것이 맞을지도….
얼마 안가 식어버리는 의미없는 것이긴 해도…
내가 더럽다고 치부한 지금까지의 히로세가 아니다. 내 눈앞에 있는 그녀는 쾌락을 궁구하여 몸부림친다고 생각한 그 히로세가 아니다.
불현 듯, 혼자서만 충동을 느껴 우악스럽게 구는 내가 부끄러워진 것은 그것때문이리라.
"…이렇게…?"
나는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넣어, 히로세를 들어올려 끌어안았다.
"…"
풍만한 가슴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지금 쿵쿵쿵 하고 전해져 오는 것은 그녀의 고동인가.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히로세라는 여자는, 날 좋아한다는 것을. 무의미하게 식어버리는 것이긴 해도, 끌어안을 이유는 충분했다.
"…흑…"
히로세는, 떨어뜨리고 있던 팔을, 내 목에 감았다.
"바보, 왜 우냐."
"고마워… 유우짱… 나, 더러운데…도. 흑…흐윽!"
토닥토닥, 하고 등을 두드렸다.
안아주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뻐해줄 줄 아는 히로세. …이것이 오늘 낮까지만 해도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고, 우산으로 난타하던 그 히로세, 그리고 많은 남자와 섹스를 했던, 내가 더럽다고 무시한, 그 히로세다. 나는 어째서 지금까지 그녀를 섹스밖에 생각지 않는 여자라고, 단정했을까. 단지 이렇게 진심으로 대화를 몇 마디 한 걸로 인식이 바뀌는 것을.
"내가 유우짱을 기분 좋게 해줄게…"
어느새 울음을 그친 히로세는 나의 목에 걸었던 팔을 풀었다. 누워, 유우짱. 하는 말에 나도 눈치를 채고 팬츠를 벗어, 누웠다. 히로세는 엎드리더니, 아래로 손을 뻗어 아직 작아지지 않은 나의 자지를 정성스럽게 두 손으로 감싸 잡는다.
"웃…"
그대로 그녀는 자신의 입에 넣는다. 따뜻하고 습한, 그리고 간지러운 느낌이 귀두를 엄습해 왔다. 그녀는 그것을 입안 가득, 더 밀어 넣는다. 손은 여전히 자지의 뿌리를 잡은 채, 조금씩 움직여 가면서.
"으음…"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다르다. 쿄코씨의 그것과는 아주 달랐다.
몇 번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뺐다를 반복한 히로세는, 천천히 꺼내어 이번엔 혀 끝으로, 자지의 뿌리에서부터 귀두까지, 정성스럽게 핥아 올라간다. 그 혀가 귀두에 닿았을 때, 나는 시트를 움켜잡았을 정도였다. 귀두는 발기했을 때, 손가락 끝으로 만져도 민감하게 반응이 오는 부분이다. 그런 곳을, 히로세가, 혀로…
"크흡…"
이번엔, 혀 끝으로 귀두 끝의 갈라진 부분을, 긁어내듯이 핥는다. 땀이 날 정도다. 몇 번 반복한 다음, 히로세는 자지를 잡고, 아래 위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처음엔 부드러웠지만, 점차 빨라지면서, 더불어 나의 쾌감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히, 히로세…!"
나는 예고도 하지 못한 채, 히로세의 얼굴에 사정해 버렸다.
"꺅…"
"미, 미안…"
"아,아니야…"
히로세는 얼굴에 달라붙은 정액을 손으로 걷어내어 입으로 가져갔다. 나는 당황하여 그녀를 말렸다. 이런 식으로 쿄코씨에게도 얼굴에 사정한 적이 많았다. 쿄코씨는 일부는 삼켰지만, 전부는 그러지 못했다. 별로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런 것을 히로세는 지금 거리낌 없이 삼키려고 한다.
"관둬, 뭐하는 거야."
"괜찮아. 유우짱 거니까."
그녀는 대답한 후, 이번엔 정액이 묻어있는 나의 자지에 다시금 혀를 갖다댄다.
"깨끗하게 해 줄게… 유우짱."
나는 감동했다기 보다는, 왠지 압도당하는 느낌에, 히로세를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 히로세는 그런 나의 눈길을 알아차렸는지, 약간 당황해하며 말했다.
"누, 누구한테나 이러는 게 아냐… 유우짱 안 믿어주겠지만…"
상기된 얼굴로 자지를 잡은 채, 나를 올려다보는 그런 히로세를 보고 있자니, 다시금 나의 심볼은 끓어올랐다. 나는 히로세의 어깨를 잡아 눕히곤,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사이에 있는 둔덕에, 소보록한 음모의 너머 선홍색의 균열이 보였다.
"에… 유, 유우짱…"
"답례다."
나는 짧게 대답하고, 곧 그녀의 음순에 혀를 갖다대었다. 주위를 돌려가듯이 핥다가, 클리토리스에 혀 끝을 갖다댄다.
"하, 앙."
히로세가 움찔하며 떨었다. 이 반응은 쿄코씨와 같구나. 나는 계속하여 혀를 세워, 질 내에 꽂아 넣었다.
"으, 으으응…"
콧소리를 내며 몸을 트는 히로세. 정말 남자랑 많이 잤는지 의심될 정도다. 아님 자기 말대로, 딴 사람이 아닌 내가 만져주는데 대해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그렇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경멸하던 히로세의, 그것도 보지를, 내가 이런 식으로 애무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아니, 그 생각은 더 이상 안하기로 했었지.
이제 히로세의 음부 주변에서는 이미 충분히 애액이 끈적이고 있었다.
"…히로세, 간다."
"응…"
그녀는 약간 불안하면서도 수줍은 표정으로, 누운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서서히, 발기된 나의 자지를 히로세의 그곳에 집어 넣었다.
"…웃!"
히로세가 크게 반응한다. 아직 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별로 크기가 큰 것도 아닌데, 조이는 느낌이 온다. 어쨌든 나는 허리를 조금씩 돌려가며, 계속 넣었다.
"아아… 하…"
"히로세…"
나는 완전히 삽입하고서, 빈 손을 그녀의 유방에 가져갔다. 탄력있는 유방이 잡히고, 나는 그것을 지지대 삼아 움켜쥐고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아…하아, 아…"
자지가 들락거릴때마다 히로세의 표정이 바뀐다. 히로세는 유방을 쥐고 있는 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신음했다.
"…유…하아…유우짜…앙. 나… 으응! 실은 유우짱을 알고부터는…"
내 손을 잡은 그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무하고도…하악학… 안 잤어… 정말이야…"
그래서 조이는 느낌이 생각 외로 강했던 건가…? 어쨌든, 기특하군… 나를 위해서…인가. 나는 더욱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아아아…하아…앙…!"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 사정할 것 같다.
"히, 히로세, 나… 곧…!"
"아, …유, 유우짜아앙…! 깊숙히, 깊숙히 유우짱이…!"
나는 그녀의 속에다 사정해 버리고 말았다.
절정에서 돌아와 보니 히로세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꼭 껴안은 상태였다.
평온했다.
쿄코씨와의 후에 잠깐이나마 느껴지던 그 허망함이 없었다.
드라마의 해피 엔딩을 본 것 같은 느낌.
푸근하고, 충실하고, 고요하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마저 부드러운 가락으로 느껴졌다.
…이게 아닌데. 발정이 지나고 난 후의 느낌이란 건 이게 아닌데…
자신의 논리가 무너졌다는 상실감과, 저편에서 느껴지는 행복감.
나는 그것을 둘 다 공감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사락사락사락…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
"괜찮아. 안전일이니까…"
묻지도 않았건만, 히로세가 쭈삣쭈삣, 나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히나."
"…응?, 바…방금…"
그녀가 나를 전교를 통틀어 혼자서 "유우짱"이라 부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나는 모든 학생이 히로세를 "히나"라는 애칭으로 불러도 혼자서 "히로세"라고 불러왔다. 그런 내가, 방금 히로세를 "히나"라고 부른 것이다.
"고마워, 오늘… 정말로 고마워…"
잊은 게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히로세의 조그만 어깨를 잡고,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유우짱… 나 이대로… 이 기억을 홋카이도로 가지고 도망칠래…"
"…도망?"
"유우짱의 말대로… 식어버릴 지 모르는 감정에 져 버리는 것이 두렵거든…"
"…"
"유우짱이 지금 나에게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호감이라 할 수 있는 것도, 몇 년이 지나면… 반대로, 나 역시 정말 좋아하는 유우짱을 몇 년이 지나면…"
나는 말했었다. 영원히 지속되는 좋아함 따위는 없다고. 글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일단의 발정이 끝나면 허무해진다는 나의 생각은, 방금의 일로 일단의 예외가 있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말로엔 그럴 수 밖에 없다. 히로세는 솔직했다. 그리고 현명했다. 한껏 좋아해 봤자 결국은 녹아버린다는 감정을 그녀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이다. 아니 인정한 것이다. 1년 후의 그녀, 10년 후의 그녀. 나에 대한 감정은 갈수록 사그라들게 되어 결국은 잊어버리게 된다. 그것은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빵과도 같다. 기한이 지나면 곰팡이가 핀다. 현재의 감정을 영원히 지속되는 양 매달리는 다른 애들보다야 낫다.
방부제를 쳐 버리겠다는 히로세.
나는 내 자신에게 금하고 있었던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섹스가 끝난 후의 허무함이 없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발정과는 관계없이 그것은 서로에게 빚진 것이 없는 감정. 하지만 인간인 나에게, 기한을 붙이지 않은 그 감정은 있을 수가 없다. 인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말할게."
나는 히로세를 마주보았다.
"정말로 좋아해. 히나."
"…"
"지금은…. 말야."
"…충분해. 유우짱…."
시간은 평소와 같이 흐르고 있었다.
히로세는 그녀의 말대로 "도망쳤다."
도망…
나의 부모도 도망쳤다. 그들은 사랑이란 걸 해서 결혼하여 번식작업을 한 다음, 허무를 느끼고, 그제야 바보같이 도망쳤다. 황홀감은 서로에게 경멸감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서로 시간을 아까워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 잃기만 하고 도망쳐 버렸다.
끝까지 갔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한다는 선로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종착역은 권태.
히로세는 다르다. 허무를 느끼기 전에 황홀감만을 가지고, 나에 대한 환상을 심은 채로 도망가 버렸다. 그녀는 권태로 향하는 표를 끊지 않은 것이다. 중간에서 내려버렸으니까. 그리고 내린 곳에서, 단지 상상하는 것이다. 종착역에는 크나큰 사랑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눈 앞에 펼쳐질 허무를 극복해낼 자신이-그것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도전이라도-없었던 것이다. 어떤 의미의 패배다.
하지만 아름다운 패배라고, 생각했다.
"이 발정은, 제법 갈 것 같아…"
언제까지일 줄은 모르지만,
비어 있는 히로세의 자리를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몇 개월을 원수처럼 지내다, 단지 하루의 섹스로 나의 기억에 자리잡을 줄은.
우리는 주소도 교환하지 않았다. 편지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있어서, 떠나기 전의 나와, 떠난 후의 나는 다른 인물이다.
히로세는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항목이 추가된 것이다. 상대가 없어도 느끼는 발정… 그것은 그리움. 동성에게 느끼는 그것과는 다른 황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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