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5
그렇슴다... 사실...
아바오아쿠와 킬리군은 동일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이 보이지 않아도... 는 저의 야설 초기 작으로...
독자A:아바오아쿠가 누구야?
독자B:글쎄, 킬리군은 또 누구지?
독자A:5편이라니, 제법 쓴 모양인데?
독자B:글쎄, 오늘 처음 보는걸.
독자 A,B 동시에:별 시덥잖은 놈 또 하나 나왔군....
킬리군:......(목에 줄을 매고 있다.)
------------------ chapter 5
3학년 D반….
교실에 있는 사람은 한명.
히메카와 키즈나…
나는 뭔가 모를 의무감에 휩쓸려, 오늘도 일찍 오고야 말았다. 그 놈들이 순순히 포기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찍 3학년 복도에 올라와, 그녀의 교실 주위를 홈룸 시간 전까지 둘러보다가 내려갔다.
히로세는, 담임의 말에 의하면, 병결이라고 했다. 그럼 내 탓이 아니긴 확실히 아니다. 내 말에 무슨 바이러스가 담긴 것도 아니니까. 자기가 몸 관리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무슨 에이즈 걸린 건 아니겠지.
비가 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도 일찌감치,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오늘로 4일째다. 맹인을 보호해주기 위해 순찰을 하러 가는 게.
계단을 올라가서 멀찍이 그녀의 교실을 들여다본다. 여전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일찍 와서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책도 보지 못할 거고. 나처럼 자나?
…응?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쪽으로 걸어온다.
"…거기… 누구세요?"
…얼래, 어떻게?
"몇일전부터 이 시간에, 계단으로 올라오는 발 소리만 들리고…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거기 누가 있죠?"
…맹인은 귀가 밝다더니.
나는 그대로 발을 돌려 내려갔다.
"잠깐만요, 할 말이 있으면…"
그녀가 황급하게 손을 앞으로 내민 채, 뛰어왔다. 어어, 무슨 짓이야. 저럼 안되는데.
"꺅!"
저런, 계단에서 발을 잘못 디뎠… 이라니, 지금 실황중계할 때냐! 나는 넘어지는 그녀를, 아래에서 엉겁결에 받았다. 받기야 제대로 받았지만, 나 역시 무게중심을 잃고 뒤로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었다.
"제길, 낙법-!"
나는 무의식중에 그녀를 끌어안고, 떨어질때의 뇌진탕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쿵!
번쩍 하고 눈에 별이 잠깐 왔다간 후…
"사…살았다…"
그다지 높은 계단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등을 조금 세게 바닥에 부딪힌 거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괘…괜찮으세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녀가 얼굴을 들어 나의 얼굴-본인은 얼굴이라 짐작되는 부분을-을 살폈다.
"괘…괜찮…아…"
고개를 들어 보니, 그녀는 지금 엉덩이를 바로 나의 자지 위에 올려놓은 상태로 내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말타기 자세…!
"아…? 아…?"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이런… 지금 커지면 어떡하자는 거냐…!!
"뭐, 뭐가…"
그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불룩해진 내 자지에 손을 갖다댄다. 보면야 당연히 알겠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로서는 일단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그녀의 손이 내 자지-정확히는 바지 위지만-의 끝을 잡았을때, 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그 감촉에…
"…웃!"
짜릿했다.
"왜, 왜 그러세요, 아프세요?"
내 신음에 키즈나는, 손을 떼고 다시 얼굴을 돌린다. 크으… 어쨌든 남이 보기에 오해할만한 소지가 충분한 이 씬은 빨리 처리해야…
"…무거워, 히메카와 선배…"
"에, 에, 왓!"
그녀는 황급히 일어섰다. 이, 이봐 말타기 자세(물론 본인이야 모르지만)에서 그렇게 급히 일어나면…!!
꽈악!
"으갸악!"
…밟힌다구…
"가앙그 요옹그 효온?"
"2학년 F반이야. 잘 부탁해 선배."
"이상한 이름이네요…"
"아, 난 한국인이야…"
"으응…"
홈룸 시간 전까지, 우리는 학생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왜 매일, 계단을 올라왔다 그대로 내려갔죠?"
"아, 그건…"
선배를 강간하려는 녀석들이 있어서… 란 말은, 면전에서 못 하겠어.
"그보다, 그 타로란 사람 그 이후로 못 봤어?"
"네…"
"…선배가 연상인데, 반말 써…"
"이편이 좋아요…"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커피 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얗고, 조그만 손… 바로 저 손이, 아까까지 내 자지를 만지고 있었지… 갑자기 흥분이…
보통 사람이라면, 어지간한 사이가 아니면 눈을 계속 똑바로 쳐다보는 짓 따윈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몇 시간이라도 보고 있을 수 있다. 그녀는, 아니 그녀의 눈은 나의 얼굴쪽을 계속 보고 있었지만, 정확히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 역시 그녀의 얼굴을 직시하는 것이 가능했다.
감상은 결국 예쁘다, 란 것이었다. 놈들이 탐을 낼만도 했다. 거기다 몸매도… 젠장, 동복이 두껍다보니.
"아… 홈룸 시작할 시간이네."
"그런가요…"
"…다음에 또 봐, 선배."
"네…"
"그리고, 절대 모르는 남자 따라가지 마."
"네…"
"…음."
잠이 깨었을 때는 6교시가 마치고도 20분이 더 지난 시각이었다. 여전히 안 깨워주는 박정한 우정을 원망하며, 나는 곧 돌아갈 생각으로 우산을 찾았지만…
"어라, 없다?"
당황하는 나의 눈에 들어온 쪽지엔 "집에 갔다가 갖다주러 올테니 자고있어라"라는 류타의 글이 적혀져 있었다.
…니놈이 언제 올 줄 알아서.
나는 승강구에서 하늘을 노려보며, 조금이라도 빗발이 약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내리는 비를 표현하자면, "내린다"가 아닌 "퍼붓는다"다. 저 속에 뛰어들면 감기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 류타 자식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건대, 안 올 것이다. 하긴 나도 저번에 녀석의 우산을 가로채 간 적이 있었으니 자업자득일지도.
시간이 시간인만큼, 주위에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대로 뛰어야…"
그렇게 작정하고 바지 단을 걷어 준비할 즈음…
눈 앞을 지나가는 핑크색의 우산이 보였다. 따닥거리는 지팡이소리… 그리고, 낯익은 얼굴.
"히메카와 선배…"
불려진 선배가, 신비한 눈동자로 돌아본다.
"강…군?"
"아, 나야. 지금 돌아가?"
"네… 강군은?"
"아, 우산이 없어서 집까지 전력질주할 생각이었어…"
"그럼… 같이 쓰고 가요."
"엣? 아, 아니 그럼 둘 다 젖고…"
"괜찮아요… 저희 집은 바로 앞이니까, 거기서 우산 빌려 가세요."
아… 그러고 보니 그때 녀석들은 선배의 집이 학교 바로 근처라고 했었다. 하긴 맹인이니, 집이 버스 탈 정도의 거리면 안되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네…"
선배가 나를 향해, 미소짓는다. 가슴이 약간 두근거린다. 나는 선배에게서 우산을 넘겨 받아 들었다.
…과연, 작은 우산이다. 선배 몸 하나 가리는 것은 괜찮지만, 역시 둘은 좀 무리다. 옆을 보니, 이미 선배의 어깨는 비에 젖어들고 있었다. 튄 빗방울에 조금씩 젖어가며,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과, 가느다란 목덜미를 보자, 나도 모르게 흥분되었다.
"선배, 바싹 붙지 않으면 감기들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선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정확히 말하면 꼭 선배가 걱정되서 그런 게 아니라, 단지 충동이 느껴졌을 따름이지만.
"아…"
선배가 살풋 얼굴을 붉혔다. 귀엽다. 한 살 더 많아도 너무 순진해 보인다. 그렇지만 손은 선뜻 잡으면서, 어깨 감싸안는 것은 저렇게 수줍은가?
"…다 왔어요."
…응?
"여기에요."
아, 아니 학교 나와서 걸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지만 문패엔 분명히 "姬川"라고 적혀져 있었다.
"잠깐 기다리세요. 현관에 우산 있으니까."
"아…"
나는 왠지 흥분이 사그라들어, 시무룩해졌다. 어깨를 감싼 지 5분이나 됐을라나. 나는 선배가 들어간 대문쪽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안 나오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도로 쪽을 바라보았다. 우산의 행렬. 짙은 색깔들의 우산이 지나가고, 그 속에 선배것과 닮은, 유달리 튀는 핑크색의 조그마한 우산이 움직이고 있었다.
…응?
…히로세?
틀림없었다. 그것도, 옆에 왠 벗겨지는 머리를 한 중년의 아저씨를 두고, 그 팔에 매달려 애교를 떨고 있었다.
"원조교제까지…?"
아파서 안 나온다더니, 저게 목적이었나?
걸레…. 걸레다. 그 정도까지론 안 봤는데. 그것도 학교 바로 앞에서.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히로세의 눈이, 우연히도 내 쪽에 와서 멈추었다. 아니 우연이라 할 수 없었다. 우중충한 우산들 속에서 튀는 핑크색이란 건, 적어도 수십 미터 이내에 히로세의 것과, 내가 들고 있는 선배의 우산, 둘뿐이었으니까.
히로세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그 중년의 아저씨에게 몇 마디 하는 모양이었다. 그 아저씨는, 끄덕거리더니, 지갑을 꺼내어 히로세에게 몇 장인가 지폐를 주었다.
…나를 발견하고서도 잘도 저런 짓을 하는군.
그리고 그는 계속 앞으로 갔고, 히로세는 약간 주저하더니 조금씩 나한테 나가왔다.
"자아, 우산 여기 있어요."
그리고 그 때, 대문에서 나온 히메카와 선배가 우산을 내밀었다. 다가오던 히로세는, 선배의 얼굴을 보자 잠깐 멈칫했다.
"아, 아아. 고마워. 내일 갖다줄게."
"잘 가요."
그녀는 여전히 히로세의 존재를 모른 채, 우산을 건네받고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문을 천천히 닫았다. 곧 탕, 하는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타박타박하고 히로세의 발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유우짱…. 나…"
"아프다더니."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저…정말야."
"오늘은 다 나으셨다?"
"아…응."
"돈이 그리 궁하니?"
"아…?, 무,무슨…"
얼떨떨하던 히로세는 곧 내 말을 알아먹었다.
"그, 그게, 그게 아냐…!"
…돈까지 받았으면서, 뭐라냐. 나는 당황해하는 히로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그래서 네가 싫다는 거야."
짜악!
눈에 불꽃이 튄다.
고개가 젖혀진 방향으로 보이는, 나뒹구는 핑크색의 우산. 히로세가 우산을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내 왼쪽 뺨을 때렸기 때문이다.
이 기집애가, 내 얼굴을 때려?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아왔다고 생각한 나는, 부아가 나서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주춤했다.
"…"
히로세가 이를 악물고, 노려보고 있었다. 부모님 원수를 봐도, 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렇게 싫어?"
뭐라는 거야. 당연하지.
"싫어. 남들이 만지작거린 과자를 먹는 사람 봤냐?"
퍼억!
"크악!"
이번엔 장화 신은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누가 과자야? 누가 날 먹어달랬어!"
콰악!
"아얏!"
이번엔 발등 위를 사정없이 밟혔다. 무진장 아프다. 이게 무슨 짓거리냐. 선배 집 앞에서.
"그럼 지 가슴에, 남자 손을 멋대로 갖다대는게 먹어달란 게 아니고 뭐냐!"
나는 그렇게 내뱉았다. 그리고…
딱!
"우왁!"
타격감으로 보아, 우산으로 등줄기를 맞은 것 같았다.
"누구한테나…!"
따닥!
"아얏! 그만해 임마!"
딱! 따닥! 퍼억!
"누구한테나 그러는 줄 알아!"
우욱… 저걸 때릴 수도 없고!
"누구한테나 그러잖아, 마음에 드는 남자면! 창녀랑 다를게 어디있어?!"
…아뿔싸…. 해서는 안될 말을…
우산 공세가 멈추었다.
쏴 하고 쏟아지는 빗발 속에서, 어느새 비에 흠뻑 젖은 히로세와 내가 말 없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펼져지지도 않은 채 나뒹구는 우산 하나.
쏴-
히로세는 가만히 있었다. 오른손에 우산을 쥔 채였지만, 펼치지는 아니하였다. 하지만 나는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고, 더불어 몸을 망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곧 우산을 주워, 말 없이 펼쳤다.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나는 히로세의 옆을 지나갔고, 히로세 역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쏴-
비는 여전히 그렇게, 나와 히로세 사이에 굵은 커튼을 치면서 내리고 있었다.
그렇슴다... 사실...
아바오아쿠와 킬리군은 동일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이 보이지 않아도... 는 저의 야설 초기 작으로...
독자A:아바오아쿠가 누구야?
독자B:글쎄, 킬리군은 또 누구지?
독자A:5편이라니, 제법 쓴 모양인데?
독자B:글쎄, 오늘 처음 보는걸.
독자 A,B 동시에:별 시덥잖은 놈 또 하나 나왔군....
킬리군:......(목에 줄을 매고 있다.)
------------------ chapter 5
3학년 D반….
교실에 있는 사람은 한명.
히메카와 키즈나…
나는 뭔가 모를 의무감에 휩쓸려, 오늘도 일찍 오고야 말았다. 그 놈들이 순순히 포기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찍 3학년 복도에 올라와, 그녀의 교실 주위를 홈룸 시간 전까지 둘러보다가 내려갔다.
히로세는, 담임의 말에 의하면, 병결이라고 했다. 그럼 내 탓이 아니긴 확실히 아니다. 내 말에 무슨 바이러스가 담긴 것도 아니니까. 자기가 몸 관리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무슨 에이즈 걸린 건 아니겠지.
비가 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도 일찌감치,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오늘로 4일째다. 맹인을 보호해주기 위해 순찰을 하러 가는 게.
계단을 올라가서 멀찍이 그녀의 교실을 들여다본다. 여전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일찍 와서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책도 보지 못할 거고. 나처럼 자나?
…응?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쪽으로 걸어온다.
"…거기… 누구세요?"
…얼래, 어떻게?
"몇일전부터 이 시간에, 계단으로 올라오는 발 소리만 들리고…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거기 누가 있죠?"
…맹인은 귀가 밝다더니.
나는 그대로 발을 돌려 내려갔다.
"잠깐만요, 할 말이 있으면…"
그녀가 황급하게 손을 앞으로 내민 채, 뛰어왔다. 어어, 무슨 짓이야. 저럼 안되는데.
"꺅!"
저런, 계단에서 발을 잘못 디뎠… 이라니, 지금 실황중계할 때냐! 나는 넘어지는 그녀를, 아래에서 엉겁결에 받았다. 받기야 제대로 받았지만, 나 역시 무게중심을 잃고 뒤로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었다.
"제길, 낙법-!"
나는 무의식중에 그녀를 끌어안고, 떨어질때의 뇌진탕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쿵!
번쩍 하고 눈에 별이 잠깐 왔다간 후…
"사…살았다…"
그다지 높은 계단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등을 조금 세게 바닥에 부딪힌 거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괘…괜찮으세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녀가 얼굴을 들어 나의 얼굴-본인은 얼굴이라 짐작되는 부분을-을 살폈다.
"괘…괜찮…아…"
고개를 들어 보니, 그녀는 지금 엉덩이를 바로 나의 자지 위에 올려놓은 상태로 내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말타기 자세…!
"아…? 아…?"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이런… 지금 커지면 어떡하자는 거냐…!!
"뭐, 뭐가…"
그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불룩해진 내 자지에 손을 갖다댄다. 보면야 당연히 알겠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로서는 일단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그녀의 손이 내 자지-정확히는 바지 위지만-의 끝을 잡았을때, 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그 감촉에…
"…웃!"
짜릿했다.
"왜, 왜 그러세요, 아프세요?"
내 신음에 키즈나는, 손을 떼고 다시 얼굴을 돌린다. 크으… 어쨌든 남이 보기에 오해할만한 소지가 충분한 이 씬은 빨리 처리해야…
"…무거워, 히메카와 선배…"
"에, 에, 왓!"
그녀는 황급히 일어섰다. 이, 이봐 말타기 자세(물론 본인이야 모르지만)에서 그렇게 급히 일어나면…!!
꽈악!
"으갸악!"
…밟힌다구…
"가앙그 요옹그 효온?"
"2학년 F반이야. 잘 부탁해 선배."
"이상한 이름이네요…"
"아, 난 한국인이야…"
"으응…"
홈룸 시간 전까지, 우리는 학생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왜 매일, 계단을 올라왔다 그대로 내려갔죠?"
"아, 그건…"
선배를 강간하려는 녀석들이 있어서… 란 말은, 면전에서 못 하겠어.
"그보다, 그 타로란 사람 그 이후로 못 봤어?"
"네…"
"…선배가 연상인데, 반말 써…"
"이편이 좋아요…"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커피 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얗고, 조그만 손… 바로 저 손이, 아까까지 내 자지를 만지고 있었지… 갑자기 흥분이…
보통 사람이라면, 어지간한 사이가 아니면 눈을 계속 똑바로 쳐다보는 짓 따윈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몇 시간이라도 보고 있을 수 있다. 그녀는, 아니 그녀의 눈은 나의 얼굴쪽을 계속 보고 있었지만, 정확히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 역시 그녀의 얼굴을 직시하는 것이 가능했다.
감상은 결국 예쁘다, 란 것이었다. 놈들이 탐을 낼만도 했다. 거기다 몸매도… 젠장, 동복이 두껍다보니.
"아… 홈룸 시작할 시간이네."
"그런가요…"
"…다음에 또 봐, 선배."
"네…"
"그리고, 절대 모르는 남자 따라가지 마."
"네…"
"…음."
잠이 깨었을 때는 6교시가 마치고도 20분이 더 지난 시각이었다. 여전히 안 깨워주는 박정한 우정을 원망하며, 나는 곧 돌아갈 생각으로 우산을 찾았지만…
"어라, 없다?"
당황하는 나의 눈에 들어온 쪽지엔 "집에 갔다가 갖다주러 올테니 자고있어라"라는 류타의 글이 적혀져 있었다.
…니놈이 언제 올 줄 알아서.
나는 승강구에서 하늘을 노려보며, 조금이라도 빗발이 약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내리는 비를 표현하자면, "내린다"가 아닌 "퍼붓는다"다. 저 속에 뛰어들면 감기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 류타 자식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건대, 안 올 것이다. 하긴 나도 저번에 녀석의 우산을 가로채 간 적이 있었으니 자업자득일지도.
시간이 시간인만큼, 주위에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대로 뛰어야…"
그렇게 작정하고 바지 단을 걷어 준비할 즈음…
눈 앞을 지나가는 핑크색의 우산이 보였다. 따닥거리는 지팡이소리… 그리고, 낯익은 얼굴.
"히메카와 선배…"
불려진 선배가, 신비한 눈동자로 돌아본다.
"강…군?"
"아, 나야. 지금 돌아가?"
"네… 강군은?"
"아, 우산이 없어서 집까지 전력질주할 생각이었어…"
"그럼… 같이 쓰고 가요."
"엣? 아, 아니 그럼 둘 다 젖고…"
"괜찮아요… 저희 집은 바로 앞이니까, 거기서 우산 빌려 가세요."
아… 그러고 보니 그때 녀석들은 선배의 집이 학교 바로 근처라고 했었다. 하긴 맹인이니, 집이 버스 탈 정도의 거리면 안되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네…"
선배가 나를 향해, 미소짓는다. 가슴이 약간 두근거린다. 나는 선배에게서 우산을 넘겨 받아 들었다.
…과연, 작은 우산이다. 선배 몸 하나 가리는 것은 괜찮지만, 역시 둘은 좀 무리다. 옆을 보니, 이미 선배의 어깨는 비에 젖어들고 있었다. 튄 빗방울에 조금씩 젖어가며,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과, 가느다란 목덜미를 보자, 나도 모르게 흥분되었다.
"선배, 바싹 붙지 않으면 감기들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선배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정확히 말하면 꼭 선배가 걱정되서 그런 게 아니라, 단지 충동이 느껴졌을 따름이지만.
"아…"
선배가 살풋 얼굴을 붉혔다. 귀엽다. 한 살 더 많아도 너무 순진해 보인다. 그렇지만 손은 선뜻 잡으면서, 어깨 감싸안는 것은 저렇게 수줍은가?
"…다 왔어요."
…응?
"여기에요."
아, 아니 학교 나와서 걸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지만 문패엔 분명히 "姬川"라고 적혀져 있었다.
"잠깐 기다리세요. 현관에 우산 있으니까."
"아…"
나는 왠지 흥분이 사그라들어, 시무룩해졌다. 어깨를 감싼 지 5분이나 됐을라나. 나는 선배가 들어간 대문쪽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안 나오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도로 쪽을 바라보았다. 우산의 행렬. 짙은 색깔들의 우산이 지나가고, 그 속에 선배것과 닮은, 유달리 튀는 핑크색의 조그마한 우산이 움직이고 있었다.
…응?
…히로세?
틀림없었다. 그것도, 옆에 왠 벗겨지는 머리를 한 중년의 아저씨를 두고, 그 팔에 매달려 애교를 떨고 있었다.
"원조교제까지…?"
아파서 안 나온다더니, 저게 목적이었나?
걸레…. 걸레다. 그 정도까지론 안 봤는데. 그것도 학교 바로 앞에서.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히로세의 눈이, 우연히도 내 쪽에 와서 멈추었다. 아니 우연이라 할 수 없었다. 우중충한 우산들 속에서 튀는 핑크색이란 건, 적어도 수십 미터 이내에 히로세의 것과, 내가 들고 있는 선배의 우산, 둘뿐이었으니까.
히로세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그 중년의 아저씨에게 몇 마디 하는 모양이었다. 그 아저씨는, 끄덕거리더니, 지갑을 꺼내어 히로세에게 몇 장인가 지폐를 주었다.
…나를 발견하고서도 잘도 저런 짓을 하는군.
그리고 그는 계속 앞으로 갔고, 히로세는 약간 주저하더니 조금씩 나한테 나가왔다.
"자아, 우산 여기 있어요."
그리고 그 때, 대문에서 나온 히메카와 선배가 우산을 내밀었다. 다가오던 히로세는, 선배의 얼굴을 보자 잠깐 멈칫했다.
"아, 아아. 고마워. 내일 갖다줄게."
"잘 가요."
그녀는 여전히 히로세의 존재를 모른 채, 우산을 건네받고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문을 천천히 닫았다. 곧 탕, 하는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타박타박하고 히로세의 발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유우짱…. 나…"
"아프다더니."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저…정말야."
"오늘은 다 나으셨다?"
"아…응."
"돈이 그리 궁하니?"
"아…?, 무,무슨…"
얼떨떨하던 히로세는 곧 내 말을 알아먹었다.
"그, 그게, 그게 아냐…!"
…돈까지 받았으면서, 뭐라냐. 나는 당황해하는 히로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그래서 네가 싫다는 거야."
짜악!
눈에 불꽃이 튄다.
고개가 젖혀진 방향으로 보이는, 나뒹구는 핑크색의 우산. 히로세가 우산을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내 왼쪽 뺨을 때렸기 때문이다.
이 기집애가, 내 얼굴을 때려?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아왔다고 생각한 나는, 부아가 나서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주춤했다.
"…"
히로세가 이를 악물고, 노려보고 있었다. 부모님 원수를 봐도, 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렇게 싫어?"
뭐라는 거야. 당연하지.
"싫어. 남들이 만지작거린 과자를 먹는 사람 봤냐?"
퍼억!
"크악!"
이번엔 장화 신은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누가 과자야? 누가 날 먹어달랬어!"
콰악!
"아얏!"
이번엔 발등 위를 사정없이 밟혔다. 무진장 아프다. 이게 무슨 짓거리냐. 선배 집 앞에서.
"그럼 지 가슴에, 남자 손을 멋대로 갖다대는게 먹어달란 게 아니고 뭐냐!"
나는 그렇게 내뱉았다. 그리고…
딱!
"우왁!"
타격감으로 보아, 우산으로 등줄기를 맞은 것 같았다.
"누구한테나…!"
따닥!
"아얏! 그만해 임마!"
딱! 따닥! 퍼억!
"누구한테나 그러는 줄 알아!"
우욱… 저걸 때릴 수도 없고!
"누구한테나 그러잖아, 마음에 드는 남자면! 창녀랑 다를게 어디있어?!"
…아뿔싸…. 해서는 안될 말을…
우산 공세가 멈추었다.
쏴 하고 쏟아지는 빗발 속에서, 어느새 비에 흠뻑 젖은 히로세와 내가 말 없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펼져지지도 않은 채 나뒹구는 우산 하나.
쏴-
히로세는 가만히 있었다. 오른손에 우산을 쥔 채였지만, 펼치지는 아니하였다. 하지만 나는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고, 더불어 몸을 망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곧 우산을 주워, 말 없이 펼쳤다.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나는 히로세의 옆을 지나갔고, 히로세 역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쏴-
비는 여전히 그렇게, 나와 히로세 사이에 굵은 커튼을 치면서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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