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제국의 역습 9부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기훈이 아침에 일어나서 사무실에서 보고서들을 검토하고 있는데 서희가 들어왔다. 그녀는 낭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시다 미아가 죽었읍니다"
"뭐?"
기훈은 곧바로 일어나서 심문실로 달려갔다. 미아는 쇠사슬에 묶여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목을 만져보니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을 내려보니 그녀가 흘린 피가 굳어서 검불게 되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많은양의 피였다. 바닥에는 쇠막대기가 끝부분에 피를 묻힌채 놓여있었다. 기훈은 뒤에 서있는 서희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된거야?"
"어제밤까지는 괜찮았는데 아침에 들어오니 죽어있었읍니다. 면목없읍니다"
"사인은 뭐야?"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그녀의 음경에 손을 넣어보니 파열되어 있었읍니다. 고문할때 그정도까지는 안했는데 거기가 약했던 모양입니다"
"내가 죽지않도록 다루라 그랬잖아?"
"죄송합니다. 처벌을 내리시면 달게 받겠읍니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서희를 보니 기훈은 한숨이 나왔다.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수있는 여자가 죽었으나 그동안 이곳에서 크게 공헌한 서희를 일본여자를 고문하다가 죽였다고 처벌을 내릴수는 없었다.
"앞으로 이런일이 나지않도록 조심해"
"명심하겠읍니다"
"남자는 어때?"
"아직 살아있읍니다. 오늘 고문할려고 했던 중이었읍니다"
기훈은 말없이 이틀전 자신과 몸을 섞었던 미아를 쳐다보았다.
"이여자를 군으로 보내 부검을 부탁해"
"네"
자백을 못받아내서 아쉬운듯이 미아를 다시 쳐다보다가 기훈은 서희를 놔두고 분석실로 갔다.
분석실에는 진혜가 있었다.
"심문실의 카메라를 조사해 보았나?"
"네. SH50호가 나간뒤부터 녹화되었던것을 모니터해보았지만 고시다는 밤새도록 가만히 있었읍니다. 피를 흘리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3시 35분이었읍니다"
"그때를 보여주게"
모니터에서는 가만히 있던 미아가 갑자기 보지에서 피를 흘리는 장면들로 나왔다.
"갑자기 저럴수가 있나?"
"사람마다 신체구조가 달라서 그럴수도 있읍니다"
"고시다와 가시하라가 전쟁중에 뭘 했었는지는 알아냈나?"
"그것에 대한 기록은 안나와 있읍니다. 두명모두 전쟁전에도 전과기록은 없읍니다"
"그 유흥업소 주인이라는 자는?"
"이름은 히데요 도시까이고 나이는 38새입니다. 고등학교를 나와서 잡일을 하다가 유흥업소를 차리고 10년동안 일해 왔읍니다. 전쟁전에 미성년자들을 고용해서 경찰에 불려간적이 있지만 그외에는 깨끗합니다. 전쟁후에는 한국군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이었답니다"
"그가 살던 곳은?"
"후꾸오까시입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고 가족도 없읍니다. 남동생이 교토에서 노동일을 하고 있읍니다. 이미 그쪽의 정보국요원들이 가보았지만 형에게서 소식이 온지가 오래되었답니다"
기훈은 진혜가 건네준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군과 청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물품들에 대해서 정보를 얻어봐"
"알겠읍니다"
"그리고 이곳 유흥업소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빼내서 나에게 올리도록 해"
"네"
기훈은 나와서 서희와 함께 다시 후꾸오까시를 조사하러 나갔다.
방안에서는 40대중반의 일본여자가 앞에 서있는 칼자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칼자국은 굳은 얼굴로 예를 갖추고 서있었다. 여자는 중년의 섹시함을 풍기는 여자였다.
"그자에게 몇명이 죽었지?"
"총13명입니다"
"정보국에 잡혀간 여자는?"
"지시를 내렸으니 지금쯤은 죽어있을겁니다"
"물론 고문으로 발설은 안했겠지?"
"교육을 철저히 받은자여서 아무말도 안했답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위에 놓인 정보국부장이 찍힌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겠군"
"........"
"물론 그자와 다시한번 붙어보고 싶겠지? 자네의 얼굴에 칼자국을 만든것에 복수를 해야하니까"
"........"
칼자국은 계속 말없이 서있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나?"
"다시 만나면 결판을 낼겁니다"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책상위로 두들겼다.
"상대는 만만치않아. 잘못하면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수 있어"
"알고 있읍니다"
"좋아. 자네의 일본에 대한 충성심을 아니 믿어보지. 실수가 없어야해"
"여부가 있겠읍니까?"
"알았어. 그만 나가봐"
칼자국이 나가자 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펜과 종이를 꺼냈다. 전화는 한국정보국과 군이 도청을 해서 마음놓고 사용할수가 없었고 컴퓨터도 마찬가지였다. 종이에 무언가를 쓴다음 책상서랍에서 성경책을 꺼냈다. 성경책의 두꺼운 책갈피를 칼로 예리하게 찢어 그속으로 종이를 끼어넣었다. 그런다음 책갈피를 표가 안나게 감쪽같이 다시 붙혔다. 성경책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책상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에서 남자의 음성이 나왔다.
"부르셨읍니까?"
"들어와봐"
그날 늦은 오후에 큐슈섬 동쪽에 있는 오이타에서 한신부가 성경책을 들고 배를 타고 있었다. 검문을 하던 한국관리가 물었다.
"어디를 가는거요?"
신부는 신분증을 내밀며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사까에 있는 성당으로 가는 길입니다"
신분증에는 나가사끼에 있는 성당소속으로 되어있었다. 일본은 한국처럼 그리스도교인들이 많치가 않았으나 나가사끼가 일본천주교의 발산지라서 한국관리는 신부를 의심없이 보내주었다. 오사까로 가는 배위에서 신부는 성경책을 소중하게 들고 가로지르는 바다를 쳐다보았다.
기훈과 서희는 계속 후꾸오까시를 탐문했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 소득이 없었다. 항구에서 마약이 들어오는것도 조사해보았지만 한국군과 관원들은 자세히 아는것이 없었다. 어제처럼 또다시 습격을 받을까봐 조심하면서 돌아다녔다. 아침의 일로 서희는 하루종일 내내 풀이 죽어있었다. 기훈은 그런 서희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사실 기훈도 정보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서희가 그런 실수를 한것에 놀라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돌아가기로 하지. 부검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고 JH72호에 알아보라고 한것이 있어서 그러는게 좋겠어"
"그러시지요"
그들이 돌아오자 본부에는 상철이 있었다.
"요정에서의 수사는 더이상 진척되는것이 없어 일단락 짓기로 했읍니다. 군에서는 요정의 장소를 옮기기로 했고요"
"그럼 자네는 내일부터 맡았던 지역으로 나가보게"
"네. 그런데 사령관을 어떻게 할까요? 부장남한테 불미스런 일이 벌어졌는데 책임을 물어야 되지 않겠읍니까?"
기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냥 놔둬. 그들도 죄를 지은것이 있으니 앞으로 우리에게 협조를 더욱 잘할려고 할거야"
"알겠읍니다"
그때 진혜가 사무실로 왔다.
"부검결과가 나왔읍니다. 예상했던대로 자궁과 내장이 퍄열되어 죽었읍니다. 원인은 쇠막대기입니다. 사망추정시간은 새벽 3시에서 4시사입니다"
기훈이 서희를 쳐다보자 그녀는 이해를 할수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그렇게까지는 안했읍니다. 이해가 안되네요"
"실수로 그랬었을수도 있어"
"아닙니다. 제가 그런 고문을 몇번정도 했다면 그런 실수가 나올수가 있겠지만 이런걸을 많이 해봐서 실수를 했다면 구별할수 있읍니다"
서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진혜에게 물어보았다.
"어제 당직이 누구였나?"
"저였읍니다"
"무슨 이상한 소리나 비명이 안들렸어?"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입니다"
"이상하네....."
서희가 계속 골똘히 생각하자 기훈이 입을 열었다.
"그만 됐어. 이미 지나간 일인데 이제와서 무얼 어떻게 하겠나? 잊어버려"
"......."
진혜가 기훈에게 보고서를 내밀었다.
"아침에 말씀하신것들을 정리했읍니다"
기훈이 받아보니 후꾸오까시에서 영업중인 유흥업소들과 그것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보고서였다. 그중에서 기훈의 주의를 끄는 이름이 있었다. 하꾸라라는 유흥업소의 주인의 이름이었다.
[설마 그녀일까?]
옆에서 서희는 기훈의 표정이 잠시 변하는것을 눈치챘다. 기훈은 얼굴을 들고 말했다.
"이게 전부인가?"
"허가를 안받고 숨어서하는 유흥업소는 많으나 허가를 받은것들은 이게 전부입니다"
"수고했어. SC62호, 저녁에 나와 잠시 나갔다가 오지"
"알겠읍니다"
"그만 나가보게"
모두들 사무실을 나갔으나 서희만은 움직이지 않고 남아있었다.
"할말이 있나?"
"후꾸오까는 제가 맡은 지역인데 왜 저를 안데려 가십니까?"
"유흥업소에 가는데 자네를 어떻게 데려가나?"
"저를 여자라고 보호하시는겁니까? 저도 유흥업소에 조사하러 많이 나가 봤읍니다"
기훈은 서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상하게 유독 그녀만이 자신의 말에 토를 달았다. 정보국안에서는 상관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하지만 기훈은 북한출신자들이 남한사람들에게 가끔씩 열등감을 느끼는것을 알아서 그려러니 했다.
"자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네. 하지만 이러는것이 나에게 편해서 그래. 이해를 해주게"
서희는 조용히 기훈을 쳐다보다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저녁8시에 본부를 나선 기훈과 상철은 나까가와강과 하가타가와강을 끼고있는 나까수카와바타라는 조그만 섬에서 하꾸라라는 이름을 가진 유흥업소를 찾았다. 전쟁전에 나까수카와바타는 음식점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유흥업소들로 바뀌어 한국군들이나 공무원들이 놀러오는 지역이었다. 하꾸라는 2층건물로 그리 크지는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자종업원이 정중하게 맞았다.
"2명이십니까?"
"응"
"방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테이블로 하시겠읍니까?"
테이블이라고 말한곳을 보니 1층의 홀에서 무대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일본여인들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곳이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달려있는 기둥들을 잡고 벌거벗으채로 춤을 추는 일본여자들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방이 좋겠는데..."
"그럼 따라오시죠"
종업원을 따라가 2층으로 올라가니 복도벽으로 방문들이 있었다. 맨 구석진 방으로 안내한 종업원은 기훈과 상철이 앉자 입을 열었다.
"술과 안주는 무엇으로 드릴까요?"
"양주와 사시미, 과일이면 되겠어"
"여자들도 부를까요?"
"우선 이곳 주인을 봤으면 하는데"
"네?"
"우리는 한국에서 온 사업가들이야. 후꾸오까에서 큰 유흥업소를 차릴까 하는데 괜찮은곳이 있으면 밀어줄라 그래"
"아, 네. 모시고 오겠읍니다"
종업원이 나가자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안은 꽤 넓었고 중간의 테이블을 끼고 소파가 둘러져 있었다. 앞에는 가라오께기계가 있었다. 전형적인 한국의 룸싸롤이었다.
"이런데 자주 와봤나?"
"하하, 저야 농촌지역을 맡고 있는데 이런곳을 올 시간이 있겠읍니까?"
"술은 할줄 알지?"
"조금 합니다. 요정에서 들어보니까 부장님은 술을 안드신다고 하던데요"
"응. 원래 이런 분위기가 안맞아서......"
그때 문이 열리며 30대후반의 여자가 들어왔다.
"저를 찾는분들이 계시다면서요?"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든 여자는 기훈을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 기훈도 얼굴이 굳어져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매력적으로 생겼고 적당히 큰 가슴과 날씬한 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키는 168정도 되었고 화장은 엷게 했으며 정장을 입은 그녀는 기품이 있어 보였다.
"이곳의 사장이요?"
"그렇습니다. 이름은 이께다 에이꼬입니다"
"사업애기를 할려고 왔소"
여자는 잠시 기훈을 보다가 상철을 보면서 말햇다.
"이분은 동행이십니까?"
"그렇소. 동업자요"
"그럼 두분은 저를 따라오시겠읍니까?"
여자는 기훈과 상철을 데리고 비상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어느문을 열으니 고급스런 커다란 방이 나왔다.
"저의 가게에 투자를 하실생각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어느분이 하실 생각입니까?"
기훈이 대답했다.
"나요. 이사람은 나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이요"
여자는 상철을 보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쉬고 계시지요. 제가 이곳에서 미색이 제일 뛰어난 애들을 부르겠읍니다"
상철이 기훈을 쳐다보자 기훈은 그렇게 하라고 눈짓을 주었다.
"그러면 저는 여기에 있겠읍니다"
여자가 다시 기훈을 바라보았다.
"저를 따라오시겠읍니까? 조용한 곳으로 가서 사업얘기를 하지요"
상철이 다시 기훈을 보았다.
"자네는 여기서 쉬고 있게"
"그렇게 하겠읍니다"
여자는 기훈을 안내해서 복도 깊숙히 들어갔다. 거기에서 문을 열자 호화침실이 딸린 응접실이 나왔다.
"들어오시지요"
기훈이 들어오자 여자는 문을 닫아 잠그고 윗층에 전화를 걸어 상철을 각별하게 잘모시라고 지시했다. 기훈이 실내를 둘러보고 다시 몸을 돌려 여자를 쳐다보자 여자의 손이 날아와서 기훈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9부끝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기훈이 아침에 일어나서 사무실에서 보고서들을 검토하고 있는데 서희가 들어왔다. 그녀는 낭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시다 미아가 죽었읍니다"
"뭐?"
기훈은 곧바로 일어나서 심문실로 달려갔다. 미아는 쇠사슬에 묶여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목을 만져보니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을 내려보니 그녀가 흘린 피가 굳어서 검불게 되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많은양의 피였다. 바닥에는 쇠막대기가 끝부분에 피를 묻힌채 놓여있었다. 기훈은 뒤에 서있는 서희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된거야?"
"어제밤까지는 괜찮았는데 아침에 들어오니 죽어있었읍니다. 면목없읍니다"
"사인은 뭐야?"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그녀의 음경에 손을 넣어보니 파열되어 있었읍니다. 고문할때 그정도까지는 안했는데 거기가 약했던 모양입니다"
"내가 죽지않도록 다루라 그랬잖아?"
"죄송합니다. 처벌을 내리시면 달게 받겠읍니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서희를 보니 기훈은 한숨이 나왔다.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수있는 여자가 죽었으나 그동안 이곳에서 크게 공헌한 서희를 일본여자를 고문하다가 죽였다고 처벌을 내릴수는 없었다.
"앞으로 이런일이 나지않도록 조심해"
"명심하겠읍니다"
"남자는 어때?"
"아직 살아있읍니다. 오늘 고문할려고 했던 중이었읍니다"
기훈은 말없이 이틀전 자신과 몸을 섞었던 미아를 쳐다보았다.
"이여자를 군으로 보내 부검을 부탁해"
"네"
자백을 못받아내서 아쉬운듯이 미아를 다시 쳐다보다가 기훈은 서희를 놔두고 분석실로 갔다.
분석실에는 진혜가 있었다.
"심문실의 카메라를 조사해 보았나?"
"네. SH50호가 나간뒤부터 녹화되었던것을 모니터해보았지만 고시다는 밤새도록 가만히 있었읍니다. 피를 흘리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3시 35분이었읍니다"
"그때를 보여주게"
모니터에서는 가만히 있던 미아가 갑자기 보지에서 피를 흘리는 장면들로 나왔다.
"갑자기 저럴수가 있나?"
"사람마다 신체구조가 달라서 그럴수도 있읍니다"
"고시다와 가시하라가 전쟁중에 뭘 했었는지는 알아냈나?"
"그것에 대한 기록은 안나와 있읍니다. 두명모두 전쟁전에도 전과기록은 없읍니다"
"그 유흥업소 주인이라는 자는?"
"이름은 히데요 도시까이고 나이는 38새입니다. 고등학교를 나와서 잡일을 하다가 유흥업소를 차리고 10년동안 일해 왔읍니다. 전쟁전에 미성년자들을 고용해서 경찰에 불려간적이 있지만 그외에는 깨끗합니다. 전쟁후에는 한국군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이었답니다"
"그가 살던 곳은?"
"후꾸오까시입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고 가족도 없읍니다. 남동생이 교토에서 노동일을 하고 있읍니다. 이미 그쪽의 정보국요원들이 가보았지만 형에게서 소식이 온지가 오래되었답니다"
기훈은 진혜가 건네준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군과 청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물품들에 대해서 정보를 얻어봐"
"알겠읍니다"
"그리고 이곳 유흥업소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빼내서 나에게 올리도록 해"
"네"
기훈은 나와서 서희와 함께 다시 후꾸오까시를 조사하러 나갔다.
방안에서는 40대중반의 일본여자가 앞에 서있는 칼자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칼자국은 굳은 얼굴로 예를 갖추고 서있었다. 여자는 중년의 섹시함을 풍기는 여자였다.
"그자에게 몇명이 죽었지?"
"총13명입니다"
"정보국에 잡혀간 여자는?"
"지시를 내렸으니 지금쯤은 죽어있을겁니다"
"물론 고문으로 발설은 안했겠지?"
"교육을 철저히 받은자여서 아무말도 안했답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위에 놓인 정보국부장이 찍힌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겠군"
"........"
"물론 그자와 다시한번 붙어보고 싶겠지? 자네의 얼굴에 칼자국을 만든것에 복수를 해야하니까"
"........"
칼자국은 계속 말없이 서있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나?"
"다시 만나면 결판을 낼겁니다"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책상위로 두들겼다.
"상대는 만만치않아. 잘못하면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수 있어"
"알고 있읍니다"
"좋아. 자네의 일본에 대한 충성심을 아니 믿어보지. 실수가 없어야해"
"여부가 있겠읍니까?"
"알았어. 그만 나가봐"
칼자국이 나가자 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펜과 종이를 꺼냈다. 전화는 한국정보국과 군이 도청을 해서 마음놓고 사용할수가 없었고 컴퓨터도 마찬가지였다. 종이에 무언가를 쓴다음 책상서랍에서 성경책을 꺼냈다. 성경책의 두꺼운 책갈피를 칼로 예리하게 찢어 그속으로 종이를 끼어넣었다. 그런다음 책갈피를 표가 안나게 감쪽같이 다시 붙혔다. 성경책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책상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에서 남자의 음성이 나왔다.
"부르셨읍니까?"
"들어와봐"
그날 늦은 오후에 큐슈섬 동쪽에 있는 오이타에서 한신부가 성경책을 들고 배를 타고 있었다. 검문을 하던 한국관리가 물었다.
"어디를 가는거요?"
신부는 신분증을 내밀며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사까에 있는 성당으로 가는 길입니다"
신분증에는 나가사끼에 있는 성당소속으로 되어있었다. 일본은 한국처럼 그리스도교인들이 많치가 않았으나 나가사끼가 일본천주교의 발산지라서 한국관리는 신부를 의심없이 보내주었다. 오사까로 가는 배위에서 신부는 성경책을 소중하게 들고 가로지르는 바다를 쳐다보았다.
기훈과 서희는 계속 후꾸오까시를 탐문했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 소득이 없었다. 항구에서 마약이 들어오는것도 조사해보았지만 한국군과 관원들은 자세히 아는것이 없었다. 어제처럼 또다시 습격을 받을까봐 조심하면서 돌아다녔다. 아침의 일로 서희는 하루종일 내내 풀이 죽어있었다. 기훈은 그런 서희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사실 기훈도 정보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서희가 그런 실수를 한것에 놀라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돌아가기로 하지. 부검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고 JH72호에 알아보라고 한것이 있어서 그러는게 좋겠어"
"그러시지요"
그들이 돌아오자 본부에는 상철이 있었다.
"요정에서의 수사는 더이상 진척되는것이 없어 일단락 짓기로 했읍니다. 군에서는 요정의 장소를 옮기기로 했고요"
"그럼 자네는 내일부터 맡았던 지역으로 나가보게"
"네. 그런데 사령관을 어떻게 할까요? 부장남한테 불미스런 일이 벌어졌는데 책임을 물어야 되지 않겠읍니까?"
기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냥 놔둬. 그들도 죄를 지은것이 있으니 앞으로 우리에게 협조를 더욱 잘할려고 할거야"
"알겠읍니다"
그때 진혜가 사무실로 왔다.
"부검결과가 나왔읍니다. 예상했던대로 자궁과 내장이 퍄열되어 죽었읍니다. 원인은 쇠막대기입니다. 사망추정시간은 새벽 3시에서 4시사입니다"
기훈이 서희를 쳐다보자 그녀는 이해를 할수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그렇게까지는 안했읍니다. 이해가 안되네요"
"실수로 그랬었을수도 있어"
"아닙니다. 제가 그런 고문을 몇번정도 했다면 그런 실수가 나올수가 있겠지만 이런걸을 많이 해봐서 실수를 했다면 구별할수 있읍니다"
서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진혜에게 물어보았다.
"어제 당직이 누구였나?"
"저였읍니다"
"무슨 이상한 소리나 비명이 안들렸어?"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입니다"
"이상하네....."
서희가 계속 골똘히 생각하자 기훈이 입을 열었다.
"그만 됐어. 이미 지나간 일인데 이제와서 무얼 어떻게 하겠나? 잊어버려"
"......."
진혜가 기훈에게 보고서를 내밀었다.
"아침에 말씀하신것들을 정리했읍니다"
기훈이 받아보니 후꾸오까시에서 영업중인 유흥업소들과 그것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보고서였다. 그중에서 기훈의 주의를 끄는 이름이 있었다. 하꾸라라는 유흥업소의 주인의 이름이었다.
[설마 그녀일까?]
옆에서 서희는 기훈의 표정이 잠시 변하는것을 눈치챘다. 기훈은 얼굴을 들고 말했다.
"이게 전부인가?"
"허가를 안받고 숨어서하는 유흥업소는 많으나 허가를 받은것들은 이게 전부입니다"
"수고했어. SC62호, 저녁에 나와 잠시 나갔다가 오지"
"알겠읍니다"
"그만 나가보게"
모두들 사무실을 나갔으나 서희만은 움직이지 않고 남아있었다.
"할말이 있나?"
"후꾸오까는 제가 맡은 지역인데 왜 저를 안데려 가십니까?"
"유흥업소에 가는데 자네를 어떻게 데려가나?"
"저를 여자라고 보호하시는겁니까? 저도 유흥업소에 조사하러 많이 나가 봤읍니다"
기훈은 서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상하게 유독 그녀만이 자신의 말에 토를 달았다. 정보국안에서는 상관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하지만 기훈은 북한출신자들이 남한사람들에게 가끔씩 열등감을 느끼는것을 알아서 그려러니 했다.
"자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네. 하지만 이러는것이 나에게 편해서 그래. 이해를 해주게"
서희는 조용히 기훈을 쳐다보다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저녁8시에 본부를 나선 기훈과 상철은 나까가와강과 하가타가와강을 끼고있는 나까수카와바타라는 조그만 섬에서 하꾸라라는 이름을 가진 유흥업소를 찾았다. 전쟁전에 나까수카와바타는 음식점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유흥업소들로 바뀌어 한국군들이나 공무원들이 놀러오는 지역이었다. 하꾸라는 2층건물로 그리 크지는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자종업원이 정중하게 맞았다.
"2명이십니까?"
"응"
"방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테이블로 하시겠읍니까?"
테이블이라고 말한곳을 보니 1층의 홀에서 무대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일본여인들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곳이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달려있는 기둥들을 잡고 벌거벗으채로 춤을 추는 일본여자들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방이 좋겠는데..."
"그럼 따라오시죠"
종업원을 따라가 2층으로 올라가니 복도벽으로 방문들이 있었다. 맨 구석진 방으로 안내한 종업원은 기훈과 상철이 앉자 입을 열었다.
"술과 안주는 무엇으로 드릴까요?"
"양주와 사시미, 과일이면 되겠어"
"여자들도 부를까요?"
"우선 이곳 주인을 봤으면 하는데"
"네?"
"우리는 한국에서 온 사업가들이야. 후꾸오까에서 큰 유흥업소를 차릴까 하는데 괜찮은곳이 있으면 밀어줄라 그래"
"아, 네. 모시고 오겠읍니다"
종업원이 나가자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안은 꽤 넓었고 중간의 테이블을 끼고 소파가 둘러져 있었다. 앞에는 가라오께기계가 있었다. 전형적인 한국의 룸싸롤이었다.
"이런데 자주 와봤나?"
"하하, 저야 농촌지역을 맡고 있는데 이런곳을 올 시간이 있겠읍니까?"
"술은 할줄 알지?"
"조금 합니다. 요정에서 들어보니까 부장님은 술을 안드신다고 하던데요"
"응. 원래 이런 분위기가 안맞아서......"
그때 문이 열리며 30대후반의 여자가 들어왔다.
"저를 찾는분들이 계시다면서요?"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든 여자는 기훈을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 기훈도 얼굴이 굳어져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매력적으로 생겼고 적당히 큰 가슴과 날씬한 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키는 168정도 되었고 화장은 엷게 했으며 정장을 입은 그녀는 기품이 있어 보였다.
"이곳의 사장이요?"
"그렇습니다. 이름은 이께다 에이꼬입니다"
"사업애기를 할려고 왔소"
여자는 잠시 기훈을 보다가 상철을 보면서 말햇다.
"이분은 동행이십니까?"
"그렇소. 동업자요"
"그럼 두분은 저를 따라오시겠읍니까?"
여자는 기훈과 상철을 데리고 비상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어느문을 열으니 고급스런 커다란 방이 나왔다.
"저의 가게에 투자를 하실생각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어느분이 하실 생각입니까?"
기훈이 대답했다.
"나요. 이사람은 나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이요"
여자는 상철을 보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쉬고 계시지요. 제가 이곳에서 미색이 제일 뛰어난 애들을 부르겠읍니다"
상철이 기훈을 쳐다보자 기훈은 그렇게 하라고 눈짓을 주었다.
"그러면 저는 여기에 있겠읍니다"
여자가 다시 기훈을 바라보았다.
"저를 따라오시겠읍니까? 조용한 곳으로 가서 사업얘기를 하지요"
상철이 다시 기훈을 보았다.
"자네는 여기서 쉬고 있게"
"그렇게 하겠읍니다"
여자는 기훈을 안내해서 복도 깊숙히 들어갔다. 거기에서 문을 열자 호화침실이 딸린 응접실이 나왔다.
"들어오시지요"
기훈이 들어오자 여자는 문을 닫아 잠그고 윗층에 전화를 걸어 상철을 각별하게 잘모시라고 지시했다. 기훈이 실내를 둘러보고 다시 몸을 돌려 여자를 쳐다보자 여자의 손이 날아와서 기훈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9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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