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ms&Essence -1-
모두들 건강하시고, 두루두루 평안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길.
썩을놈의 필터링 때문에 근 6개월 가까이 소라가이드에 접속조차 못한 아바오아쿠=킬리군 삼가 인사 올립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몸 조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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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평범한 고교생- 그것도, 이제 입학한 지 얼마 안 되는 1학년의 나이에, 여자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실로 놀랍고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뭐 요즘은 중학생들까지 원조교제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돈을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고, 단지 "좋아서" 한 것과는 틀리다는 전제에서 보면 말이다.
이 말을 하는 나 자신도, 3년전- 바로 평범한 고교 1학년 시절, 여자랑 몸을 겹친 적이 있다.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 아니었다는 말을 한다면 나의 상대가 누군가는 짐작되리라고 본다.
그래, 선생님이다.
미인이라고 할 타입의 얼굴은 아니었다. 단지, 기악, 특히 플루트을 전공한 그 선생님이 가끔씩 햇살이 새어들어오는 창가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어 플루트을 연주할 때는, 아무리 감성이 무딘 남학생놈들이라고 해도 넋을 잃고 귀를 기울여- 아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빛나 보이는 때가 있다.
그 선생님에게 있어서는 플루트를 연주할 때가 가장 아름다웠던 것이라 생각한다.
하늘이 만들어 준 기회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잊고 온 물건 때문에 아무도 없는 음악실로 들어갔을 때, 그녀와 만난 것은.
그리고 그 때- 나는, 바로 그 때, 플루트에서 그녀의 입술이 떨어지던 순간, 내 입술을 겹쳐 버리고 만 것이다.
거칠은 손놀림―
급하기만 한 마음, 초조함-
그녀의 살결에 손을 댄 것만으로도, 내 정신은 붕괴직전이 되었고,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급한 황홀함이었다고 할까.
-꿈을 꾼다.
흐릿한 배경에, 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이고, 내가 그녀 뒤에 서 있다.
-그게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걸까?-
들리는 것은 이 말소리 뿐, 그녀의 앞모습은 결코 보이지 않았다.
"…."
알고 있다.
그때는 물론,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알고 있다. 아니, 알 것 같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대학은 고교보다 훨씬 편하다- 왜냐하면, 전공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니까, 라고 말하며 대학을 장밋빛 낭만으로 뒤덮인 곳이라 오신하는 사람들의 망상을 깨버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어쩔 때는 고교때보다 더하다. 전공도 깊이를 더해갈수록 심오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짜증나는 것은 교양이다. 학점 채우려고 맘에 들지도 않는 것을 듣다보면, 귀찮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수강하고 있는 "인생과 예술" 이라나, 뭐라나. 이 교수도 결국 나에게 귀찮은 일을 내주고야 만 것이다. 미술관이나 음악회 혹은 연극 이 중에서 아무거나 참석하고 그 감상문과 입장권을 붙여 오라니, 초등학생도 아니고 도대체 뭐하는 짓이냔 말이다. 단지의 감상문이라면 이리저리 잘 지어낼 수도 있겠지만, 표라고 하는 증거물을 첨부하라니, 교활하고 치밀한 인간성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이건 패스다, 라고 다짐했으나-
"이번 레포트는(감상문 가지고 무슨놈의 얼어죽을 레포트는!)중간고사 대체로 30점 만점으로 하겠으니 정성들여 쓰십시오. 아, 내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점수 없습니다."
…끝까지 빈틈없는 교수다.
그것이 내가 오늘의 이 빌어먹을 연주회를 오게 된 동기다. 10월 초순인데도, 밤이 되자 이상하게 추웠다. 옷을 얇게 입고 온 나로서는 추위에 몸부림치며 욕지거리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특별히 음악을 좋아해서 온 것은 아니다. 집 근처에 미술관은 없고, 연극은 돈이 비싸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온 것 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는 정말로, 음악이랑은 관계가 없는 놈이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뭔지도 모르고, 클래식은 들으면 잠오고, 베토벤이랑 슈베르트도 구별못할 정도다. 초등학교때 음악점수는 백점 만점에 40점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 내게, 그나마 음악수업이 즐거웠던 때는, 고등학교 때―
―그게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제길….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목이 꺾어질 정도로 흔들고 난 뒤, 연주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고, 어떤 곡인지, 무슨 연주인지,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내가, 고개를 들어올린 것은―
그녀가, 햇살이 눈부시게 새어들어오던 창가에서 자주 연주했던 그리운 소리,
플루트의 소리가―
그리고, 나의 시선이 멎은 곳엔, 아름다운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플루트에 입술을 대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두루두루 평안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길.
썩을놈의 필터링 때문에 근 6개월 가까이 소라가이드에 접속조차 못한 아바오아쿠=킬리군 삼가 인사 올립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몸 조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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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평범한 고교생- 그것도, 이제 입학한 지 얼마 안 되는 1학년의 나이에, 여자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실로 놀랍고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뭐 요즘은 중학생들까지 원조교제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돈을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고, 단지 "좋아서" 한 것과는 틀리다는 전제에서 보면 말이다.
이 말을 하는 나 자신도, 3년전- 바로 평범한 고교 1학년 시절, 여자랑 몸을 겹친 적이 있다.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 아니었다는 말을 한다면 나의 상대가 누군가는 짐작되리라고 본다.
그래, 선생님이다.
미인이라고 할 타입의 얼굴은 아니었다. 단지, 기악, 특히 플루트을 전공한 그 선생님이 가끔씩 햇살이 새어들어오는 창가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어 플루트을 연주할 때는, 아무리 감성이 무딘 남학생놈들이라고 해도 넋을 잃고 귀를 기울여- 아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빛나 보이는 때가 있다.
그 선생님에게 있어서는 플루트를 연주할 때가 가장 아름다웠던 것이라 생각한다.
하늘이 만들어 준 기회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잊고 온 물건 때문에 아무도 없는 음악실로 들어갔을 때, 그녀와 만난 것은.
그리고 그 때- 나는, 바로 그 때, 플루트에서 그녀의 입술이 떨어지던 순간, 내 입술을 겹쳐 버리고 만 것이다.
거칠은 손놀림―
급하기만 한 마음, 초조함-
그녀의 살결에 손을 댄 것만으로도, 내 정신은 붕괴직전이 되었고,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급한 황홀함이었다고 할까.
-꿈을 꾼다.
흐릿한 배경에, 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이고, 내가 그녀 뒤에 서 있다.
-그게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걸까?-
들리는 것은 이 말소리 뿐, 그녀의 앞모습은 결코 보이지 않았다.
"…."
알고 있다.
그때는 물론,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알고 있다. 아니, 알 것 같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대학은 고교보다 훨씬 편하다- 왜냐하면, 전공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니까, 라고 말하며 대학을 장밋빛 낭만으로 뒤덮인 곳이라 오신하는 사람들의 망상을 깨버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어쩔 때는 고교때보다 더하다. 전공도 깊이를 더해갈수록 심오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짜증나는 것은 교양이다. 학점 채우려고 맘에 들지도 않는 것을 듣다보면, 귀찮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수강하고 있는 "인생과 예술" 이라나, 뭐라나. 이 교수도 결국 나에게 귀찮은 일을 내주고야 만 것이다. 미술관이나 음악회 혹은 연극 이 중에서 아무거나 참석하고 그 감상문과 입장권을 붙여 오라니, 초등학생도 아니고 도대체 뭐하는 짓이냔 말이다. 단지의 감상문이라면 이리저리 잘 지어낼 수도 있겠지만, 표라고 하는 증거물을 첨부하라니, 교활하고 치밀한 인간성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이건 패스다, 라고 다짐했으나-
"이번 레포트는(감상문 가지고 무슨놈의 얼어죽을 레포트는!)중간고사 대체로 30점 만점으로 하겠으니 정성들여 쓰십시오. 아, 내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점수 없습니다."
…끝까지 빈틈없는 교수다.
그것이 내가 오늘의 이 빌어먹을 연주회를 오게 된 동기다. 10월 초순인데도, 밤이 되자 이상하게 추웠다. 옷을 얇게 입고 온 나로서는 추위에 몸부림치며 욕지거리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특별히 음악을 좋아해서 온 것은 아니다. 집 근처에 미술관은 없고, 연극은 돈이 비싸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온 것 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는 정말로, 음악이랑은 관계가 없는 놈이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뭔지도 모르고, 클래식은 들으면 잠오고, 베토벤이랑 슈베르트도 구별못할 정도다. 초등학교때 음악점수는 백점 만점에 40점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 내게, 그나마 음악수업이 즐거웠던 때는, 고등학교 때―
―그게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제길….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목이 꺾어질 정도로 흔들고 난 뒤, 연주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고, 어떤 곡인지, 무슨 연주인지,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내가, 고개를 들어올린 것은―
그녀가, 햇살이 눈부시게 새어들어오던 창가에서 자주 연주했던 그리운 소리,
플루트의 소리가―
그리고, 나의 시선이 멎은 곳엔, 아름다운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플루트에 입술을 대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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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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