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제국의 역습 14부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분석실로 들어가자 진혜가 보고했다.
"서울에서 지시가 내려졌읍니다. 전요원들은 일단 제위치로 돌아가고 일본인들의 동요를 감시하라는 지시입니다"
"저격수에 대해서는 아직 신원조회가 안나왔나?"
"네. 지금 국제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어서 고문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합니다"
요원들이 한마디씩 했다.
"하여튼 서양놈들이 못된놈들이야. 자기네들은 제국주의시절때 안그랬나?"
"지금도 유색인종들이라면 깔보는것들이 인도주의인척하는것 이제 더이상 눈꼴시려워 못봐주겠네"
기훈은 서울에서 온 보고서를 읽다가 입을 열었다.
"중국에서는 아무말이 없던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발표를 안했읍니다"
"이번일로 정보국에 쌓였던 군의 불만이 나오고 있으니 모두들 되도록이면 그들과의 충돌은 삼가해"
"네"
"SJ87호, 잠시 나를 따라와봐"
기훈과 석재가 나가자 진혜가 서희에게 와서 보고서를 전해주었다.
"부탁하신것을 뽑았읍니다"
"수고했어"
서희가 보니 이케다 에이꼬에 관한 보고서였다. 전쟁이 끝나기전에 도쿄에서 요정마담이었고 일본장교들의 암살에 연류되어서 일본정보부에 끌려갔었다는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직업이 나와있었다.
[그럼 그때 부장님이 이 공작을 하셨나?]
다시 진혜를 돌아보며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방에 있을테니 무슨일이 있으면 호출해줘"
"알겠읍니다"
그리고는 보고서를 들고 분석실을 나갔다.
사무실에서 기훈은 낮은 음성으로 석재에게 물어보았다.
"자네, 731부대에 대해서 아나?"
"일제때 생체실험을 해서 생화학무기를 만들었던 부대가 아닙니까?"
"맞아.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지?"
"정보국과 연구기관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자료들이 별로 남아있지를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읍니다"
"만악에 생화학무기를 들여온다면 어떤식으로 들여올수 있나?"
"네?"
석재는 놀라서 입을 벌렸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글쎄요. 저도 잘모르지만 세균으로 되어있어서 냉동시켜 들여와야 할겁니다"
"몰래 일본으로 가져온다면 어떻게 가져올수 있나?"
"냉동식품이나 얼려진 의약품등에 넣어서 가져오면 될겁니다"
"의약품이라......."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정말로 731부대의 생화학무기들이 존재하는 겁니까?"
"확실히는 몰라. 어디서 들은것이 있어서 그래"
기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도쿄에 연락해서 자세히 알아봐. JH72호한테도 말을 해놓을테니 그녀와 함께 일을 해. 그리고 이거는 극비니까 다른요원들에게도 말하지 마"
"그러겠읍니다"
"그리고 731부대에 있었던 일본육군정보부소속이 었던 나까무라 호시다대위의 후손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게"
"알겠읍니다"
그날저녁에 중국은 공식성명을 발표해서 이번사건에 대해서 유감이라고 말하고 한국과 협조를 하여 철저히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국은 저격수가 가지고 있었던 중국여권이 가짜라는것과 그가 상하이에서 왔다는것을 발표했다. 일본인들은 동요를 해서 소란을 일으켰고 한국군은 그들을 진압하고 있었다. 저격수를 일본인으로 단정한 한국인들도 분노하며 정부에게 이번사건을 정확히 조사해줄것을 촉구했다. 서방기자들이 일본으로 들어왔으나 한국군은 위험하다며 그들의 취재를 통제했다. 미국과 유럽은 한국대통령 저격사건에 대해서 유감성명을 발표하며 이번일로 한국이 죄없는 일본인들을 탄압하면 안된다고 떠들어 댔다. 전세계의 이목은 한구과 일본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에 기훈은 진혜가 준 후꾸오까시의 수출품과 수입품이 적힌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수상한 물품들은 없었으나 기훈은 수입품인 의약품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조제할수 없는 약은 상인들에게로 갔고 그밖의 약들은 한국의사들이 운영하는 병원들로 갔다. 약사가 없어서 상인들이 약을 팔고있는 실정이었다. 그러고있는데 분석실에서 호출이 왔다. 받아보니 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떤 일본여자가 그를 찾고있다는 것이었다. 급히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서희와 마주쳤다.
"어디를 가십니까?"
"볼일이 있어서 그래"
"그럼 제가 함께 동행해 드리겠읍니다"
서희와 함께 가는것이 왠지 어색했지만 나중에 상인들을 조사할 생각이어서 그러기로 했다.
"그러면 어서 준비하고 나와"
준비를 하고 나온 서희와 함께 기훈은 유흥업소들이 몰려있는 나까수섬을 연결하는 하루야시다리근처에 있는 한국군부대로 갔다. 그곳에서 여자는 멀리 안떨어진 건물에 있다고 일러주었다. 가보니 허름한 빈건물이었다. 3층짜리였는데 사무실로 쓰였던 건물같았다. 거리에는 어제밤의 소란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있었고 곳곳에 있는 한국군들의 감시속에 몇명의 일본인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차에서 함께 내리는 서희를 보며 말했다.
"자네는 잠시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게"
"그러겠읍니다"
기훈은 건물안으로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사무실로 보이는 문들이 없는 방들이 있었고 가구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건물은 양호한 상태였다. 얼마를 걸으니 넓은 공간이 나왔다. 휴게실이나 직급이 낮은 회사원들이 일하던곳 같았다. 그곳에는 큰창문이 있었는데 바바리코트를 입고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여자가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 있으면 위험해"
에이꼬는 기훈의 말을 듣고 돌아서서 미소를 지었다.
"소리없이 다가오는것은 여전하시네요"
그러더니 스카프를 내리고 기훈에게 다기와 그의 품안에 안겼다. 기훈은 그녀의 연약한 몸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상황이 안좋은데 왜 나왔어? 위험하잖아"
"당신을 만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에이꼬는 손을 올려 그의 얼굴을 소중하게 만졌다. 기훈은 그녀의 머리결에서 나오는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며 에이꼬의 체온을 느꼈다.
"당신이 위험해지는것은 원하지 않아. 되도록이면 가게에 있어. 연락을 하면 그리로 갈게"
"그럴게요"
기훈은 에이꼬를 데리고 어느 방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로 보이는 방은 창문에 커텐이 처져있어서 어두웠다. 방안에서도 에이꼬는 여전히 기훈의 품안에 안겨있었다.
"함께 온 여자는 부하에요?"
"응"
에이꼬는 기훈의 볼을 살며시 꼬집으며 눈웃음을 쳤다.
"당신이 딴여자와 있는것을 보니 기분이 안좋더군요"
그말에 기훈도 웃음이 나왔다.
"쓸데없는 소리"
에이꼬는 핸드백에서 종이를 꺼네 기훈에게 건네주었다.
"당신이 부탁한대로 히데요 도시까에 대해서 알아보았어요. 알고보니 그사람은 매저키스트였더군요. 평소 종이에 적혀있는 지하던전에 자주 갔었데요"
기훈이 보니 주소는 다이하꾸도로에 있었고 그밑에는 고니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런곳이 있었던가?"
"원래 일본이 성문화가 개방되어 있었잖아요?"
"이 고니라는 자는 누구야?"
"히데요를 학대하던 여자래요. 말하쟈먼 새디스트죠. 그냥 고니라고만 알려졌데요"
변태적인 성을 좋아하지 않는 기훈은 그만 눈살을 찌푸렸다. 에이꼬는 그런 그가 귀여운듯이 쳐다보며 가볍게 웃었다.
"호호, 겁내지 말아요. 보면은 재미있을수도 있으니까요"
"당신도 이런걸 해봤어?"
"아니요. 하지만 경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독특한 쾌락이 있다고 그러대요"
"이걸 어디서 알아냈어?"
"그에게 도움을 받았었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또다시 물어볼게 있다고 종업원애들을 시켜 그의 행방을 알아보라 그랬죠. 그랬더니 어제밤에 한애가 히데오와 함께 던전에 갔단 사람을 만났다며 그걸 알아왔대요"
"히데오와 같이 갔다는 사람은 누군데?"
"떠돌면서 약을 파는 상인이래요. 이름을 물어보니까 인가르쳐 주더래요"
"약장사?"
기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묘하게 약장사기 들어가는군]
"데무르레코드가게는 찾아가 보았어요?"
"응. 당신가게이름을 말하니까 친절하게 협조를 하더군. 고마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이것도 대단한 정보야. 늘 당신에게 도움만 받고해서 미안하군"
"그런 말씀 말아요. 조금이라도 당신을 도울수 있어서 좋아요"
기훈은 미소를 짓고있는 에이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다시만난 그녀에게서 그를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자 평소에 느껴보지 못하던 감정이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에이꼬를 사랑하게 된건가?]
그에게 알수없는 혼동이 왔다.
"어제 가게는 괜찮았어?"
"약간의 소란은 있었지만 괜찮았어요"
"왠만하면 얼마동안 문을 닫고 있는게 좋을것 같아. 대통령을 저격한 자는 일본인일거야. 그게 공식적으로 발표된다면 큰혼란이 올지도 몰라"
"주의할게요"
"다시한번 부탁이니 안전하게 있어. 알았지?"
에이꼬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사랑해요"
그러더니 기훈을 껴안고 깊은 키스를 했다.
부장이 이케다 에이꼬를 만나는것 같은 느낌을 받은 서희는 궁금중을 참을수가 없어 건물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았다. 상철의 말을 듣고 부장도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는것을 꺼려해서 에이꼬라는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2층으로 올라가보니 부장과 여자가 조용하게 말하는것이 들렸다. 소리가 나는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방안을 들키지않게 엿보았다. 방안에는 여자가 부장에게 다가오며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더니 껴안고 부장과 뜨거운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부장도 그녀를 안으며 함께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광경을 보는 서희는 충격을 받아서 그냥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워낙 소문이 자자한 부장이라서 그가 처음에 왔을때 서희는 호기심으로 그를 관찰했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부장은 소문그대로 실력이 뛰어났고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에게 저런면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니 상철의 말대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보통 예쁜 여자들과는 달리 은은하게 매력이 느껴지는 여자였다. 입을 뗀 여자는 부장을 행복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속삭였다.
"바쁘게 되었으니 찾아오시기가 힘들겠네요"
"응. 하지만 시간을 내어볼게"
"몸조심하세요"
"당신도 조심해. 알았지?"
"네"
부장이 서희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어 그의 얼굴은 볼수가 없었으나 그의 목소리에 여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는것을 알수 있었다. 여자는 아쉬운듯이 부장을 다시 힘차게 껴안았다. 부장도 그녀를 한동안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다가 말했다.
"이제 가야지. 여기에 오래 있는것도 안좋아"
여자는 몸을 떼며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바쁜 당신을 잡고 있어서. 어서 나가보세요"
"아니야. 내가 태워줄게"
"저도 타고갈 차가 있어요. 그리고 함께 나가면 볼사람들이 많잖아요. 제걱정은 마시고 얼른 나가보세요"
부장은 여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겠어?"
"네"
"그럼 조심하고 조만간에 찾아가 보도록 할게"
서희는 부장이 나올 낌새를 눈치채고 소리가 안나게 얼른 건물안을 나왔다. 얼마 안있자 부장이 나와서 차를 탔다. 그는 아무일이 없었다는듯이 무표정이었다.
"일은 잘되었읍니까?"
"응. 모모치쪽으로 가지"
모모치지구에는 평소보다는 사람들이 적었다. 어제밤의 소란으로 군의 경계가 삼엄했고 나와서 장사하는 상인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기훈은 약을 장사하는 상인들을 찾아보았으나 많히는 없었고 있어도 흔히 볼수있는 상비약들을 팔고 있었다. 별성과를 못거둔 기훈은 저녁이 가까와오자 에이꼬가 말해준 던전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서희를 그곳에 데려가기가 뭣해서 그녀는 본부에 보내기로 했다.
"나는 가볼곳이 있으니 자네는 차를 타고 그만 본부로 가보게"
"어디를 가시는겁니까?"
"알아볼곳이 있어서 그래"
"지금 일본인들이 언제 폭동을 일으킬지를 몰라서 위험합니다. 제가 옆에서 부장님을 모시겠읍니다"
단호한 서희의 표정을 보자 기훈은 난처했다. 잘못했다가는 저번처럼 그녀의 자존심을 건들일지도 몰라 사실대로 말했다.
"나는 지하던전에 가는거야. 자네가 그런곳에 갈수있겠어?"
"지하던전이요?"
서희는 의아한 얼굴표정을 지었다.
"지하던전을 몰라? 성변태자들이 가는 곳이야"
"거기를 왜 가십니까?"
"하꾸나바사장을 잘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를 만나러 가는 거야"
"그렇다면 제가 더욱 부장님을 모셔야겠읍니다. 그런곳은 혼자는 위험합니다"
기훈은 한숨을 쉬고 막무가내인 서희를 바라보았다.
"좋아.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면 내옆에 바짝 붙어있어야 돼"
"알겠읍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서희는 표정이 굳어있는 기훈을 쳐다보았다.
"부장님은 던전에 가보산적이 있읍니까?"
"전쟁때 공작때문에 몇번 가본적이 있어. 자네는 가본적이 없지?"
"얘기는 몇번 들었으나 가본적은 없읍니다"
"상상한것 보다 훨씬 기가 막힌곳이야. 너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
둘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서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보는 아침에 만났던 사람이 알려 주었나요?"
"응"
"이케다 에이꼬였읍니까?"
기훈은 대답을 안하고 서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평소처럼 무표정으로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었다. 기훈이 계속 말이 없자 서희는 말했다.
"그냥 그녀였을것이라는 직감이 들어서 그러는 겁니다"
"그녀에 대해서 이상하게시리 관심이 많군. 그리고 내가 누구를 만나든간에 신경쓰지마"
"네"
차안에는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다이하꾸도로에서 주소에 적힌곳을 찾아내어 차를 세웠다. 그곳은 소방서건물이었다. 지금은 페허로 변해있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를 멀리 떨어진곳에 세우고 소방서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소방차들이 있었던 차고는 텅비어 있었다. 경계를 하며 둘러보고 있는데 2층으로 연결된 기둥을 타고 두남자가 별안간 내려왔다. 모두 가죽잠바와 바지를 입고 있었고 귀와 코, 입술 그리고 눈썹에는 링을 달고 있었다. 마치 사진으로만 보던 펑크같았다.
"여기는 저희들 건물인데 무슨일이십니까?"
"얘기를 듣고 찾아왔는데요"
"무슨 얘기요?"
"여기로 오면 재미있게 즐길수 있다고 들었읍니다"
20대로 보이는 남자들은 기훈과 서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디에서 들으셨읍니까?"
"나까수에 놀러갔다가 들었읍니다"
"여기가 어떤곳인지는 아십니까?"
"네. 이런것에 호기심이 있어 물어보았는데 여기가 제일 괜찮은곳중의 하나라며 소개시켜주더군요. 수상한 사람들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남자들은 계속 의심스럽게 쳐다보다가 서희를 보고 말했다.
"저 여자분도 이런걸 즐기실려고 오신겁니까?"
그러자 서희가 대답을 했다.
"그렇습니다"
남자들은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우선 안내비로 돈을 내셔야 하겠읍니다"
기훈은 그들이 말하는 액수를 주머니에서 꺼내서 주었다. 돈을 세어 본다음 그들중의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액수가 맞네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남자는 벽에 있는 문을 열고 어느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소방차들을 정비하던곳 같았다. 거기서 벽에 붙어있는 철문을 박자를 맞추어 두들겼다. 한참후에 문이 열리면서 체격이 건장한 남자가 나왔다. 안내자가 그남자에게 무언가를 속삭이자 그남자는 기훈과 서희에게 따라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철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임시로 만든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엘리베이터의 문은 손으로 들어올리고 내려야했다. 남자와 함께 타자 엘리베에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가 정지하자 남자는 문을 열고 기훈과 서희를 안내해서 한가운데 작은 미닫이문이 있는 방문으로 데려갔다. 지하는 몇개의 전구만 있을뿐 매우 어두웠다. 방문을 두들기자 미닫이문이 열리면서 두눈이 그들을 살피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방안의 남자는 이곳의 분의기와는 맞지가 않는 점잖게 생긴 신사였다. 그들을 안내하던 남자는 인사를 하고 올라가 버렸다.
"우리가게는 처음이십니까?"
"네"
"이런곳에 와보신적이 있읍니까?"
"저는 몇번 있고 이 사람은 처음입니다"
"두분이 마음에 두고 있으신것이 있읍니까?"
"저희들은 매저키즘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읍니다"
"두분모두요?"
"네. 같이 즐기고 싶어서요"
"알았읍니다. 우선 돈을 내시고 들어가서 우리애들에게 따로 팁을 주셔야 합니다"
"알겠읍니다. 얼마입니까?"
남자가 액수를 말하자 기훈은 돈을 주었다.
"두분이 같이 하시겠다니 어떤 방식으로 하시겠읍니까? 2대1로 하시겠읍니까 아니면 2대2로 하시겠읍니까?"
"2대1로 하고 싶군요"
"남자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여자를 원하십니까?"
"여자를 원하는데 소개를 해준사람이 이곳의 고니라는 여자가 잘한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있다면 그녀의 서비스를 받고 싶습니다"
남자는 표정없이 기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그녀가 마침 이시간에 여기에 있읍니다. 실망은 안하실겁니다. 안내원을 부를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남자가 전화를 하자 조금후에 들어왔던 문의 맞은편에서 키가 큰여자가 들어왔다. 20대로 보이는 여자는 수영복같은 가죽옷과 가죽모자를 쓰고 있었고 긴머리는 보라색으로 염색을 하고 있었다. 윗층의 펑크들처럼 얼굴곳곳에 링을 단 여자는 적당한 가슴과 미끈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다리에 착용한 검은 망사스타킹은 그녀의 다리를 더욱 길게 보이게 했다.
"이분들을 고니의 방으로 안내해 드리게"
여자는 인사를 하고 기훈과 서희를 데리고 방을 나왔다. 바깥은 어두운 복도였는데 멀리서 채찍소리와 사람들의 고함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14부끝
멜주소: [email protected]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분석실로 들어가자 진혜가 보고했다.
"서울에서 지시가 내려졌읍니다. 전요원들은 일단 제위치로 돌아가고 일본인들의 동요를 감시하라는 지시입니다"
"저격수에 대해서는 아직 신원조회가 안나왔나?"
"네. 지금 국제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어서 고문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합니다"
요원들이 한마디씩 했다.
"하여튼 서양놈들이 못된놈들이야. 자기네들은 제국주의시절때 안그랬나?"
"지금도 유색인종들이라면 깔보는것들이 인도주의인척하는것 이제 더이상 눈꼴시려워 못봐주겠네"
기훈은 서울에서 온 보고서를 읽다가 입을 열었다.
"중국에서는 아무말이 없던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발표를 안했읍니다"
"이번일로 정보국에 쌓였던 군의 불만이 나오고 있으니 모두들 되도록이면 그들과의 충돌은 삼가해"
"네"
"SJ87호, 잠시 나를 따라와봐"
기훈과 석재가 나가자 진혜가 서희에게 와서 보고서를 전해주었다.
"부탁하신것을 뽑았읍니다"
"수고했어"
서희가 보니 이케다 에이꼬에 관한 보고서였다. 전쟁이 끝나기전에 도쿄에서 요정마담이었고 일본장교들의 암살에 연류되어서 일본정보부에 끌려갔었다는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직업이 나와있었다.
[그럼 그때 부장님이 이 공작을 하셨나?]
다시 진혜를 돌아보며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방에 있을테니 무슨일이 있으면 호출해줘"
"알겠읍니다"
그리고는 보고서를 들고 분석실을 나갔다.
사무실에서 기훈은 낮은 음성으로 석재에게 물어보았다.
"자네, 731부대에 대해서 아나?"
"일제때 생체실험을 해서 생화학무기를 만들었던 부대가 아닙니까?"
"맞아.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지?"
"정보국과 연구기관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자료들이 별로 남아있지를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읍니다"
"만악에 생화학무기를 들여온다면 어떤식으로 들여올수 있나?"
"네?"
석재는 놀라서 입을 벌렸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글쎄요. 저도 잘모르지만 세균으로 되어있어서 냉동시켜 들여와야 할겁니다"
"몰래 일본으로 가져온다면 어떻게 가져올수 있나?"
"냉동식품이나 얼려진 의약품등에 넣어서 가져오면 될겁니다"
"의약품이라......."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정말로 731부대의 생화학무기들이 존재하는 겁니까?"
"확실히는 몰라. 어디서 들은것이 있어서 그래"
기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도쿄에 연락해서 자세히 알아봐. JH72호한테도 말을 해놓을테니 그녀와 함께 일을 해. 그리고 이거는 극비니까 다른요원들에게도 말하지 마"
"그러겠읍니다"
"그리고 731부대에 있었던 일본육군정보부소속이 었던 나까무라 호시다대위의 후손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게"
"알겠읍니다"
그날저녁에 중국은 공식성명을 발표해서 이번사건에 대해서 유감이라고 말하고 한국과 협조를 하여 철저히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국은 저격수가 가지고 있었던 중국여권이 가짜라는것과 그가 상하이에서 왔다는것을 발표했다. 일본인들은 동요를 해서 소란을 일으켰고 한국군은 그들을 진압하고 있었다. 저격수를 일본인으로 단정한 한국인들도 분노하며 정부에게 이번사건을 정확히 조사해줄것을 촉구했다. 서방기자들이 일본으로 들어왔으나 한국군은 위험하다며 그들의 취재를 통제했다. 미국과 유럽은 한국대통령 저격사건에 대해서 유감성명을 발표하며 이번일로 한국이 죄없는 일본인들을 탄압하면 안된다고 떠들어 댔다. 전세계의 이목은 한구과 일본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에 기훈은 진혜가 준 후꾸오까시의 수출품과 수입품이 적힌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수상한 물품들은 없었으나 기훈은 수입품인 의약품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조제할수 없는 약은 상인들에게로 갔고 그밖의 약들은 한국의사들이 운영하는 병원들로 갔다. 약사가 없어서 상인들이 약을 팔고있는 실정이었다. 그러고있는데 분석실에서 호출이 왔다. 받아보니 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떤 일본여자가 그를 찾고있다는 것이었다. 급히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서희와 마주쳤다.
"어디를 가십니까?"
"볼일이 있어서 그래"
"그럼 제가 함께 동행해 드리겠읍니다"
서희와 함께 가는것이 왠지 어색했지만 나중에 상인들을 조사할 생각이어서 그러기로 했다.
"그러면 어서 준비하고 나와"
준비를 하고 나온 서희와 함께 기훈은 유흥업소들이 몰려있는 나까수섬을 연결하는 하루야시다리근처에 있는 한국군부대로 갔다. 그곳에서 여자는 멀리 안떨어진 건물에 있다고 일러주었다. 가보니 허름한 빈건물이었다. 3층짜리였는데 사무실로 쓰였던 건물같았다. 거리에는 어제밤의 소란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있었고 곳곳에 있는 한국군들의 감시속에 몇명의 일본인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차에서 함께 내리는 서희를 보며 말했다.
"자네는 잠시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게"
"그러겠읍니다"
기훈은 건물안으로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사무실로 보이는 문들이 없는 방들이 있었고 가구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건물은 양호한 상태였다. 얼마를 걸으니 넓은 공간이 나왔다. 휴게실이나 직급이 낮은 회사원들이 일하던곳 같았다. 그곳에는 큰창문이 있었는데 바바리코트를 입고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여자가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 있으면 위험해"
에이꼬는 기훈의 말을 듣고 돌아서서 미소를 지었다.
"소리없이 다가오는것은 여전하시네요"
그러더니 스카프를 내리고 기훈에게 다기와 그의 품안에 안겼다. 기훈은 그녀의 연약한 몸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상황이 안좋은데 왜 나왔어? 위험하잖아"
"당신을 만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에이꼬는 손을 올려 그의 얼굴을 소중하게 만졌다. 기훈은 그녀의 머리결에서 나오는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며 에이꼬의 체온을 느꼈다.
"당신이 위험해지는것은 원하지 않아. 되도록이면 가게에 있어. 연락을 하면 그리로 갈게"
"그럴게요"
기훈은 에이꼬를 데리고 어느 방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로 보이는 방은 창문에 커텐이 처져있어서 어두웠다. 방안에서도 에이꼬는 여전히 기훈의 품안에 안겨있었다.
"함께 온 여자는 부하에요?"
"응"
에이꼬는 기훈의 볼을 살며시 꼬집으며 눈웃음을 쳤다.
"당신이 딴여자와 있는것을 보니 기분이 안좋더군요"
그말에 기훈도 웃음이 나왔다.
"쓸데없는 소리"
에이꼬는 핸드백에서 종이를 꺼네 기훈에게 건네주었다.
"당신이 부탁한대로 히데요 도시까에 대해서 알아보았어요. 알고보니 그사람은 매저키스트였더군요. 평소 종이에 적혀있는 지하던전에 자주 갔었데요"
기훈이 보니 주소는 다이하꾸도로에 있었고 그밑에는 고니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런곳이 있었던가?"
"원래 일본이 성문화가 개방되어 있었잖아요?"
"이 고니라는 자는 누구야?"
"히데요를 학대하던 여자래요. 말하쟈먼 새디스트죠. 그냥 고니라고만 알려졌데요"
변태적인 성을 좋아하지 않는 기훈은 그만 눈살을 찌푸렸다. 에이꼬는 그런 그가 귀여운듯이 쳐다보며 가볍게 웃었다.
"호호, 겁내지 말아요. 보면은 재미있을수도 있으니까요"
"당신도 이런걸 해봤어?"
"아니요. 하지만 경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독특한 쾌락이 있다고 그러대요"
"이걸 어디서 알아냈어?"
"그에게 도움을 받았었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또다시 물어볼게 있다고 종업원애들을 시켜 그의 행방을 알아보라 그랬죠. 그랬더니 어제밤에 한애가 히데오와 함께 던전에 갔단 사람을 만났다며 그걸 알아왔대요"
"히데오와 같이 갔다는 사람은 누군데?"
"떠돌면서 약을 파는 상인이래요. 이름을 물어보니까 인가르쳐 주더래요"
"약장사?"
기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묘하게 약장사기 들어가는군]
"데무르레코드가게는 찾아가 보았어요?"
"응. 당신가게이름을 말하니까 친절하게 협조를 하더군. 고마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이것도 대단한 정보야. 늘 당신에게 도움만 받고해서 미안하군"
"그런 말씀 말아요. 조금이라도 당신을 도울수 있어서 좋아요"
기훈은 미소를 짓고있는 에이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다시만난 그녀에게서 그를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자 평소에 느껴보지 못하던 감정이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에이꼬를 사랑하게 된건가?]
그에게 알수없는 혼동이 왔다.
"어제 가게는 괜찮았어?"
"약간의 소란은 있었지만 괜찮았어요"
"왠만하면 얼마동안 문을 닫고 있는게 좋을것 같아. 대통령을 저격한 자는 일본인일거야. 그게 공식적으로 발표된다면 큰혼란이 올지도 몰라"
"주의할게요"
"다시한번 부탁이니 안전하게 있어. 알았지?"
에이꼬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사랑해요"
그러더니 기훈을 껴안고 깊은 키스를 했다.
부장이 이케다 에이꼬를 만나는것 같은 느낌을 받은 서희는 궁금중을 참을수가 없어 건물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았다. 상철의 말을 듣고 부장도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는것을 꺼려해서 에이꼬라는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2층으로 올라가보니 부장과 여자가 조용하게 말하는것이 들렸다. 소리가 나는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방안을 들키지않게 엿보았다. 방안에는 여자가 부장에게 다가오며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더니 껴안고 부장과 뜨거운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부장도 그녀를 안으며 함께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광경을 보는 서희는 충격을 받아서 그냥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워낙 소문이 자자한 부장이라서 그가 처음에 왔을때 서희는 호기심으로 그를 관찰했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부장은 소문그대로 실력이 뛰어났고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에게 저런면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니 상철의 말대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보통 예쁜 여자들과는 달리 은은하게 매력이 느껴지는 여자였다. 입을 뗀 여자는 부장을 행복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속삭였다.
"바쁘게 되었으니 찾아오시기가 힘들겠네요"
"응. 하지만 시간을 내어볼게"
"몸조심하세요"
"당신도 조심해. 알았지?"
"네"
부장이 서희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어 그의 얼굴은 볼수가 없었으나 그의 목소리에 여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는것을 알수 있었다. 여자는 아쉬운듯이 부장을 다시 힘차게 껴안았다. 부장도 그녀를 한동안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다가 말했다.
"이제 가야지. 여기에 오래 있는것도 안좋아"
여자는 몸을 떼며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바쁜 당신을 잡고 있어서. 어서 나가보세요"
"아니야. 내가 태워줄게"
"저도 타고갈 차가 있어요. 그리고 함께 나가면 볼사람들이 많잖아요. 제걱정은 마시고 얼른 나가보세요"
부장은 여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겠어?"
"네"
"그럼 조심하고 조만간에 찾아가 보도록 할게"
서희는 부장이 나올 낌새를 눈치채고 소리가 안나게 얼른 건물안을 나왔다. 얼마 안있자 부장이 나와서 차를 탔다. 그는 아무일이 없었다는듯이 무표정이었다.
"일은 잘되었읍니까?"
"응. 모모치쪽으로 가지"
모모치지구에는 평소보다는 사람들이 적었다. 어제밤의 소란으로 군의 경계가 삼엄했고 나와서 장사하는 상인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기훈은 약을 장사하는 상인들을 찾아보았으나 많히는 없었고 있어도 흔히 볼수있는 상비약들을 팔고 있었다. 별성과를 못거둔 기훈은 저녁이 가까와오자 에이꼬가 말해준 던전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서희를 그곳에 데려가기가 뭣해서 그녀는 본부에 보내기로 했다.
"나는 가볼곳이 있으니 자네는 차를 타고 그만 본부로 가보게"
"어디를 가시는겁니까?"
"알아볼곳이 있어서 그래"
"지금 일본인들이 언제 폭동을 일으킬지를 몰라서 위험합니다. 제가 옆에서 부장님을 모시겠읍니다"
단호한 서희의 표정을 보자 기훈은 난처했다. 잘못했다가는 저번처럼 그녀의 자존심을 건들일지도 몰라 사실대로 말했다.
"나는 지하던전에 가는거야. 자네가 그런곳에 갈수있겠어?"
"지하던전이요?"
서희는 의아한 얼굴표정을 지었다.
"지하던전을 몰라? 성변태자들이 가는 곳이야"
"거기를 왜 가십니까?"
"하꾸나바사장을 잘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를 만나러 가는 거야"
"그렇다면 제가 더욱 부장님을 모셔야겠읍니다. 그런곳은 혼자는 위험합니다"
기훈은 한숨을 쉬고 막무가내인 서희를 바라보았다.
"좋아.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면 내옆에 바짝 붙어있어야 돼"
"알겠읍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서희는 표정이 굳어있는 기훈을 쳐다보았다.
"부장님은 던전에 가보산적이 있읍니까?"
"전쟁때 공작때문에 몇번 가본적이 있어. 자네는 가본적이 없지?"
"얘기는 몇번 들었으나 가본적은 없읍니다"
"상상한것 보다 훨씬 기가 막힌곳이야. 너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
둘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서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보는 아침에 만났던 사람이 알려 주었나요?"
"응"
"이케다 에이꼬였읍니까?"
기훈은 대답을 안하고 서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평소처럼 무표정으로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었다. 기훈이 계속 말이 없자 서희는 말했다.
"그냥 그녀였을것이라는 직감이 들어서 그러는 겁니다"
"그녀에 대해서 이상하게시리 관심이 많군. 그리고 내가 누구를 만나든간에 신경쓰지마"
"네"
차안에는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다이하꾸도로에서 주소에 적힌곳을 찾아내어 차를 세웠다. 그곳은 소방서건물이었다. 지금은 페허로 변해있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를 멀리 떨어진곳에 세우고 소방서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소방차들이 있었던 차고는 텅비어 있었다. 경계를 하며 둘러보고 있는데 2층으로 연결된 기둥을 타고 두남자가 별안간 내려왔다. 모두 가죽잠바와 바지를 입고 있었고 귀와 코, 입술 그리고 눈썹에는 링을 달고 있었다. 마치 사진으로만 보던 펑크같았다.
"여기는 저희들 건물인데 무슨일이십니까?"
"얘기를 듣고 찾아왔는데요"
"무슨 얘기요?"
"여기로 오면 재미있게 즐길수 있다고 들었읍니다"
20대로 보이는 남자들은 기훈과 서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디에서 들으셨읍니까?"
"나까수에 놀러갔다가 들었읍니다"
"여기가 어떤곳인지는 아십니까?"
"네. 이런것에 호기심이 있어 물어보았는데 여기가 제일 괜찮은곳중의 하나라며 소개시켜주더군요. 수상한 사람들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남자들은 계속 의심스럽게 쳐다보다가 서희를 보고 말했다.
"저 여자분도 이런걸 즐기실려고 오신겁니까?"
그러자 서희가 대답을 했다.
"그렇습니다"
남자들은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우선 안내비로 돈을 내셔야 하겠읍니다"
기훈은 그들이 말하는 액수를 주머니에서 꺼내서 주었다. 돈을 세어 본다음 그들중의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액수가 맞네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남자는 벽에 있는 문을 열고 어느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소방차들을 정비하던곳 같았다. 거기서 벽에 붙어있는 철문을 박자를 맞추어 두들겼다. 한참후에 문이 열리면서 체격이 건장한 남자가 나왔다. 안내자가 그남자에게 무언가를 속삭이자 그남자는 기훈과 서희에게 따라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철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임시로 만든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엘리베이터의 문은 손으로 들어올리고 내려야했다. 남자와 함께 타자 엘리베에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가 정지하자 남자는 문을 열고 기훈과 서희를 안내해서 한가운데 작은 미닫이문이 있는 방문으로 데려갔다. 지하는 몇개의 전구만 있을뿐 매우 어두웠다. 방문을 두들기자 미닫이문이 열리면서 두눈이 그들을 살피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방안의 남자는 이곳의 분의기와는 맞지가 않는 점잖게 생긴 신사였다. 그들을 안내하던 남자는 인사를 하고 올라가 버렸다.
"우리가게는 처음이십니까?"
"네"
"이런곳에 와보신적이 있읍니까?"
"저는 몇번 있고 이 사람은 처음입니다"
"두분이 마음에 두고 있으신것이 있읍니까?"
"저희들은 매저키즘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읍니다"
"두분모두요?"
"네. 같이 즐기고 싶어서요"
"알았읍니다. 우선 돈을 내시고 들어가서 우리애들에게 따로 팁을 주셔야 합니다"
"알겠읍니다. 얼마입니까?"
남자가 액수를 말하자 기훈은 돈을 주었다.
"두분이 같이 하시겠다니 어떤 방식으로 하시겠읍니까? 2대1로 하시겠읍니까 아니면 2대2로 하시겠읍니까?"
"2대1로 하고 싶군요"
"남자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여자를 원하십니까?"
"여자를 원하는데 소개를 해준사람이 이곳의 고니라는 여자가 잘한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있다면 그녀의 서비스를 받고 싶습니다"
남자는 표정없이 기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그녀가 마침 이시간에 여기에 있읍니다. 실망은 안하실겁니다. 안내원을 부를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남자가 전화를 하자 조금후에 들어왔던 문의 맞은편에서 키가 큰여자가 들어왔다. 20대로 보이는 여자는 수영복같은 가죽옷과 가죽모자를 쓰고 있었고 긴머리는 보라색으로 염색을 하고 있었다. 윗층의 펑크들처럼 얼굴곳곳에 링을 단 여자는 적당한 가슴과 미끈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다리에 착용한 검은 망사스타킹은 그녀의 다리를 더욱 길게 보이게 했다.
"이분들을 고니의 방으로 안내해 드리게"
여자는 인사를 하고 기훈과 서희를 데리고 방을 나왔다. 바깥은 어두운 복도였는데 멀리서 채찍소리와 사람들의 고함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14부끝
멜주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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