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제국의 역습 13부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기훈과 상철이 숨어서 대문앞에 있는 채소밭을 보니 한노인네가 쟁기를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노인은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고 키는 작았으며 체격은 왜소해 보였다. 들고온 쟁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노인은 쟁기를 채소밭옆에 놔두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부엌옆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손과 얼굴을 씻고 나오는데 기훈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상철은 재빨리 대문쪽으로 가서 경계를 했다. 노인은 수건으로 손과 얼굴을 닦고 나오다가 기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구요?"
"다리오 하미까 교수입니까?"
"그렇소만...."
다리오교수는 전형적인 학자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차분했으며 어딘지 모르게 근엄한 분위기도 느끼게 했다.
"정보국에서 나왔읍니다"
기훈의 말에 노인은 놀라지도 않고 그를 잠시 보다가 대문앞에 서있는 상철을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기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부장인가 보군. 저사람은 부하이고"
"그렇습니다"
다리오 교수는 권총을 여전히 쥐고 있는 기훈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서재로 갑시다. 그리고 총은 내려놓으시오. 여기는 아무도 찾아오지를 않아요"
기훈은 총을 다시 집어넣고 교수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무엇을 마시겠소? 차가 있는데. 바깥에 저사람도 들어오라 그러지"
"차는 괜찮습니다. 저사람도 저기에 있는게 편할거구요. 잠시 얘기를 나누었으면 하는데요"
"그럽시다"
교수는 방석을 건네주며 기훈과 앉았다.
"언젠가는 당신네들이 찾아올줄을 알고 있었소"
"어디를 다녀오시는것 같근요"
"쟁기가 말을 안들어서 근처에 가서 손좀 보고 오는 길이요"
기훈은 말없이 <조선독립운동의 역사>책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책은 걸리면 곤경에 처할텐데요"
"하하, 이나이에 뭐가 무섭단 말이요? 더군다나 나라도 빼앗겼는데. 그 옛날 한국독립운동가들도 이렇게 살았을거요"
"우리도 당신네들이 했던 식민지경영을 연구하고 있읍니다"
"알고 있소. 당연히 그러겠지"
"일본인들이 다시 나라를 찾을수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오. 당신네들처럼 우리도 한국이 결코 해방을 할수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소.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었소?"
"일본인들의 탐욕때문입니다. 무모하게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죠. 일본이 이미 교훈을 던져주었으니 우리는 안그럴겁니다"
"그거야 두고보면 알겠지요"
잠시 두사람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찾아온 이유는 물론 제과거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협조를 해주셔야 하겠읍니다"
"저는 일진회와 인연을 끊은지 오래입니다"
"그렇더라도 일진회에 대해서 아는것들을 말씀해주시면 도움이 되겠읍니다. 지금 일진회에 안계시니 온건파였겠네요"
"맞아요. 급진파들은 생각이 너무 무모해서 회의가 느껴집디다"
"어떤점에서요?"
"일본을 위하는 마음은 다 같았지만 그래도 우리 온건파는 남의 나라사람들을 멸종시킬 생각은 없었소"
"한국을 침략한것은 온건파도 동조하였지 않소?"
"그것은 한국의 시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독도라 부르는 다케시마를 우리는 우리의 영토로 보고 있었어요. 침략이라고는 생각을 안했지요.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다는것은 나쁘지만 그당시에는 경제가 하도 나빠서 한국의 경제를 흡수하는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죠. 물론 질거라는 생각은 누구도 안하고 있었고....."
다리오교수는 열려있는 문으로 뒷마당의 정원을 한숨을 쉬며 쳐다보았다.
"남들은 한국이 과거의 일본식민지였다고 얕잡아 보았지만 우리 역사학자들은 아니었소. 옛날부터 한국인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지. 우리도 태평양전쟁에 졌을때 다시 일어났지만 이번이야말로 일본인들에게 주어진 첫시험이라 생각하오. 우리도 당신네들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것이오"
기훈도 그것을 알고있었다. 일본도 역사가 오래된 나라인데 이렇게 남의 나라의 지배를 저항없이 받을리는 만무했다.
"멸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무슨 뜻입니까?"
교수는 한동안 정원에 있는 나무들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 지나간 일들인데 숨길 필요가 없겠군"
"........"
"전쟁때 중국이 개입하여 석유를 차단했어도 우리에게는 마지막 카드인 핵이 있었소"
"만약에 그핵을 사용했다면 한국이나 일본은 모두 멸망했을겁니다"
그러나 다리오교수는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는 한국을 잘알고 있는데 당신네들은 우리를 너무 모르군. 미국에게 졌어도 미국은 원래 식민지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나라라 걱정하지는 않았소. 하지만 한국은 달랐소. 우리에게 원한을 품고있는 한국에게 지면 보복을 당할것이라고는 불을 보듯 뻔했지"
"당신네들이 뿌린 씨앗입니다"
"맞아요. 인과응보지. 우리는 죽으면 죽었지 그것만은 받아드릴수가 없었소. 카미카제를 아시오?"
"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공군들이 자신들을 희생시키면서 전투기들을 미군구축함들에다 들이받았죠"
"맞아요. 그게 일본인들의 정신입니다. 우리가 죽을바에는 적과 같이 죽는다는거죠. 전쟁에서 우리가 몰리고있자 급진파와 군은 핵을 쏘아 한국과 같이 죽자는 견해가 팽배했었소. 온건파는 그래도 두나라를 멸망시킬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자고 했지요"
"......."
"그런데 쿠데타설이 나돌면서 호까이도를 포함한 핵기지들이 당신네들의 첩보원들에게 파괴되면서 상황은 급변해졌소. 군이 정부를 장악하려고 했으나 그나마 그것을 주동하려던 장교들도 한국의 첩보원들에게 암살당했죠. 그건 당신도 잘 알텐데요"
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행한 공작이였기 때문이었다. 다리오교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다급해진 정부와 군, 그리고 일진회는 일본의 패배가 명확해지자 급진파쪽으로 기울어졌소. 온건파들을 친한파로 몰아부치며 협박을 했죠. 그때 급진파가 장악한 일본정보부가 사학자들을 모아놓고 지시를 내렸소. 나도 그때 그 사학자들속에 있었고......."
"지시는 뭐였읍니까?"
교수는 천장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핵을 대신할 가공할 무기를 찾아내는것이요"
"과학자들도 아닌데 사학자들이 그런것을 어떻게 만듭니까?"
"만드는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것을 찾는것이지"
"그게 뭡니까?"
다리오교수는 기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슬픈 눈으로 천천히 말했다.
"생화학무기"
"네? 그..그러면 일제때 731부대가 만든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냉정한 기훈도 그말에 몸서리를 쳤다.
"그 무기들이 아직도 있읍니까?"
"만주에 있소"
"어..어떻게 그런일이... 하지만 그 부대의 서류들은 미국과 소련이 갖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맞아요. 2차대전이 끝나고 전범재판들이 열렸지만 731부대원들만은 한명도 처벌을 안받았소. 오히려 그부대 출신들은 일본의 의학계와 교육계의 요직에 앉게 되었죠. 그 무기들과 지식을 차지하려는 미국과 소련의 배려라고나 할까......"
다리오교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국이 20여년전에 겉프전에서 생화학무기를 썼다는것은 들었읍니다. 그게 731부대에서 나온겁니까?"
"그래요. 미국이 한국전때도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중국군들에게 세균무기를 사용했다는 말이 나돌았는데 그거는 아직 증명되지가 않았죠"
"그러면 미국과 소련이 731부대에서 생화학무기들의 일부분을 가지고 간것입니까?"
"아니오. 당시 일본의 군정보부가 무기들을 일본으로 운반하려다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만주에 어딘가에 숨겼소. 그후 그들은 자취를 감추어서 미국과 소련은 보고서들만 챙겼지요"
"그럼 그 무기들을 어떻게 찾습니까?"
"무기들을 숨긴 사람들은 총 4명이요. 그들은 그때 거기서 죽은걸로 알려졌는데 그중에서 한명인 나까무라 호시다라는 대위가 일본에 있는 가족으로 편지를 보냈소. 그 편지에는 생화학무기들을 숨긴 장소를 가리키는 암호가 들어있었소"
"그래서 그 무기들을 찾았읍니까?"
교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걸 찾았으면 일본이 그대로 항복했겠소? 암호를 풀고 있는데 한국군들이 상륙해서 항복을 하는 바람에 중단되었소. 아마 일본은 그 무기들과는 인연이 머나 보오.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써보지도 못했잖소. 허허"
다리오교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 암호문은 지금 어디에 있읍니까?"
"나는 차마 그작업에 동조할수 없어서 나와 뜻을 같이한 학자들과 일진회에게 안하겠다고 했소. 일진회는 우리들의 교수직들을 박탈하고 전쟁이 끝날때까지 감금했지요. 그 암호문은 일진회가 가지고 있는것으로 알아요"
"그럼 일진회가 그걸 아직도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럴거요"
중대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만약에 일진회의 손에 생화학무기들이 들어가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게 분명했다. 다리오교수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기훈을 보며 말했다.
"나도 급진파처럼 일본을 생각하는 사람이요. 하지만 이런식으로 대량학살을 하며 비극을 가져오는것은 원치않소. 그래서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오"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일진회에 대해서는 모르십니까?"
"모르오. 그들과 소식을 끊은지 2년이나 되었으니까"
"이쪽의 일진회를 정계인사가 이끌고 있다는것을 들었는데요"
"급진파이겠지. 관심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오. 일본의 독립은 원하지만 일진회가 하는 일들은 찬성하지를 않소"
"나까무라대위의 후손들은 아직까지 생존해 있읍니까?"
"그의 증손자가 급진파에 있었지.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오"
인사를 하고 일어서는 기훈에게 교수가 한마디했다.
"당신은 한국이 영원히 일본을 지배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하오?"
"그러기를 바랍니다. 일본은 한민족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지었읍니다. 당신들도 그 고통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봐야 서로간에 복수심만 심어줄뿐인데 그게 가치가 있을까요?"
"당신이 말하지 않았읍니까? 일본인들이 한국을 깔보고 있었다고요. 저는 세계의 평화같은것은 믿지를 않습니다. 식민지지배를 했던 나라들을 같은 대열로 존중해주는 나라가 어디있읍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입니다. 그런 나라들도 똑같은 고충을 받아야 피해자들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읍니다"
다리오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한국인들이 정말로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계속해서 서로간에 희생만 늘어가겠군요"
기훈과 상철은 정원을 바라보고 있는 교수를 뒤로한채 그의 집을 나섰다.
그들이 후꾸오까시로 들어와서 어느 거리를 지나가고 있을때였다. 거리는 부서진 건물들이 길가에 서있었는데 그중의 한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십여명의 한국군인들이 골목을 보며 있었다. 무슨일인가하고 차를 세우고 다가가 보았다. 군인들은 골목안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쪽바리년들을 박아버려!"
"쪽바리새끼들, 감히 어디다가 총을 쏴?"
"그년들 삼삼한데"
기훈과 상철이 군인들을 밀치며 골목안으로 들어가자 군인들이 화를 내었다.
"네놈들은 뭐야?"
골목안을 보니까 일본남자 4명이 쓰러져 있었고 군인7명이 울부짓는 일본여자5명을 강간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10대후반에서 20대로 보였고 모두들 옷들이 찢겨져 있었다. 군인2명은 각각 여자1명씩을 벽을 짚게해서 뒤에서 그녀들을 유린하고 있었고 다른 군인4명은 2명씩 짝을 지어 여자1명씩을 엎드리게 한후 그녀들의 입과 질안으로 자지들을 박으며 농락하고 있었다. 나머지군인1명은 몸부림치는 여자1명의 치마가 올려져서 드러난 엉덩이를 잡고 맞은편의 벽에 밀어붙히고 그녀의 두다리사이에서 허리를 움직이며 보지를 쑤시고 있었다. 그녀의 옷과 브래지어가 찢어져서 봉긋한 유방이 거친 움직임으로 출렁거리고 있었다. 여자들의 비명은 골목안을 울리고 있었지만 군인들외에는 아무도 보는 사람들이 없었다.
"아악!.....악!....살 려줘요!......"
"읍!......읍!......"
"흐흑....흑......."
"읍!.....으읍!....... "
"으아악!....흑흑....제 발.....어억!......."
그광경을 즐기고 있던 군인들이 기훈과 상철에게 계속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너희들도 맞고싶어?"
그러자 상철이 노려보며 대꾸했다.
"너희들의 상관이 누구야?"
"이자식아, 그건 알아서 뭐해? 어서 썩 안꺼져?"
그러자 기훈이 번개같이 옆에 있던 군인3명을 쓰러트리면서 다른1명을 붙잡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을 들이댔다. 상철도 재빨리 물러서며 권총을 들고 기훈을 엄호했다. 군인들도 총을 들며 대응을 할려고 했지만 갑자기 당한일이라서 엉거주춤했다. 여자들을 강간하던 군인들도 상황을 알아채고 동작을 멈추었다. 뒤치기를 하던 자들중의 하나가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은 뭐야?"
기훈도 차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
"네가 상관이야?"
"그렇다"
"우리는 정보국에서 나온 사람들이야. 이게 무슨 짓들이야?"
상관이라는 자는 그소리에 놀라지도 않고 코웃음을 쳤다.
"정보국에서 나왔다고? 흥, 제대로 일을 안해서 대통령이 암살될뻔하게 만들어놓고는 무슨 큰소리야? 군이 막았기에 다행이지. 너희들은 큰소리만 치고서는 제대로 하는일이 뭐가 있어?"
그러자 상철이 그에게 권총을 쏘았다. 총알은 상관의 얼굴옆을 지나가 벽을 관통했다. 그바람에 모든군인들이 총을 들었다. 기훈이 그런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죽기싫으면 가만히 있어!"
상관은 여자의 엉덩이를 계속 잡은채로 기훈과 상철을 노려보았다.
"대통령을 저격해서 우리가 쪽바리들에게 분풀이를 하는데 당신네들이 무슨 상관이야?"
"아직 일본인이라고는 밝혀지지 않았어"
"그놈이 일본인이라는것은 세상사람들이 다 알어. 당신네들, 혹시 친일파가 아니야?"
기훈은 어이가 없어서 혀를 찼다.
"이 멍청한 자식아, 지금 대통령 암살미수사건으로 외국기자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걸 보면 가만히 있을것 같해?"
기훈의 말이 맞았다. 한국이 일본합병이후 초강대국으로 떠오르자 서구세력들, 특히 미국은 긴장하고 있었다. 미국은 어떡하든간에 건수를 만들어 자신들의 말을 더이상 고분고분 안듣는 한국을 꼼작못하게 할 구실을 시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방법중의 하나가 그들이 잘써먹는 인권탄압이었다. 지금 이광경이 미국에게 알려지면 이것을 트집삼아 한국을 괴롭힐게 뻔했다. 상관은 할말이 없어 그냥 기훈을 노려보기만 하고 있는데 뒤에서 차소리가 났다. 보니까 군용지프차가 서있었다. 거기에서 내린 군인3명이 다가왔다.
"무슨 일들이야?"
골목에 서있던 군인들은 맨앞에서 다가오는 자를 보고 경례를 했다. 일본여자들을 농락하던 군인들도 얼른 바지를 입고 인사했다. 군인들에게서 풀려난 여자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흐느끼고 있었다.
"뭐야?"
맨앞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온 군인은 기훈을 보자 놀라며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 부장님이 여기는 왠일이십니까?"
바로 요정에서 만났던 부사령관들중의 하나였다. 군인들도 부장이라는 말에 서로 쳐다보았다. 기훈은 잡고있던 군인을 놓고 밀면서 부사령관을 쳐다보았다.
"반갑습니다. 이자들이 지금 정신나간짓들을 하고 있어서 다그치는 중이었읍니다"
"예?"
부사령관은 군인들과 쓰러져있는 일본인들을 보더니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거야?"
강간을 하던 상관이 대답했다.
"명을 받고 이곳으로 출동을 했는데 수상한 자들을 만나서 몇마다 물어본것 뿐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이 대들기에 몇대를 때렸읍니다"
"여자들은 왜 저래?"
"그냥 재미를 보고 있었읍니다. 대통령을 저격한 일본인들인데 뭐 어떴읍니까?"
상관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부사령관은 화를 내었다.
"이 돌대가리야,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 게엄령이 떨어졌는데 감시는 안하고 이런짓을 하고 있어?"
부사령관이 야단을 치자 당당하던 상관은 고개를 숙였다. 부사령관의 호령은 계속 되었다.
"임마, 이건 임무소흘죄야. 너희들 어디 소속이야? 부관, 이들의 이름과 소속부대를 모조리 적어."
옆에 있던 부관들은 얼른 군인들을 재촉하며 시키는대로 했다. 부사령관이 기훈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애들이 못나서 부장님께 실수를 했군요. 사과드립니다"
"외국기자들이 보았으면 큰일날뻔 했읍니다. 군인들에게 각별히 교육을 시키셔야 하겠읍니다"
"명심하겠읍니다. 그리고 요정에서의 일은 위에 함구해주셔서 사령관님과 저희들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읍니다"
"뭘 그런것가지고. 요정은 어떻게 되었읍니까?"
"철거를 했읍니다. 다른 장소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이곳 일본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위치는 몰라도 요정의 존재는 알고 있더군요. 조심을 하셔야겠읍니다"
"그래요?"
부사령관은 놀라서 기훈은 바라보았다.
"저 일본인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부장님께서 생각이 없으시다면 군으로 이송해 심문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저들이 죄가 없다고해도 나중에 쓸데없이 외국기자들에게 떠벌리고 다닐수 있으니 수용소에 집어넣으십시오"
"그렇게 하겠읍니다. 그리고 이번일로 군에서 정보국에 쌓였던 불만들이 나오는데 조심하십시오"
기훈은 부관들에게 이름을 말하는 군인들을 보며 웃었다.
"일러주셔서 고맙습니다"
기훈이 걸음을 뗄려고하자 쓰러져있던 여자1명이 급히 기어와서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찢어진 옷사이로 하얀 유방을 드러내며 그에게 애걸을 했다.
"살려주세요. 저희들은 죄가 없어요"
"너희들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조사해보면 알아"
"그러면 군인들말고 선생님이 저희들을 데려가 주세요"
"뭐?"
기훈이 정보국사람임을 알면서 사정하는것을 보면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 기훈은 사정하는 여자를 뿌리치며 부사령관에게 인사를 받고 상철과 차에 타서 본부로 향했다.
"그렇게 사정하는것을 보니 불쌍하더군요"
상철의 말에 다리오교수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한국여자들은 일제때 저것보다 더 한것들을 당했어. 그들에게 쓸데없는 동정심을 갖지마"
"알았읍니다"
그때 주머니에 있던 단말기가 진동했다. 꺼내서 보니 본부로 들어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본부에 도착한 기훈은 상철과 분석실로 들어갔다.
13부끝
멜주소: [email protected]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기훈과 상철이 숨어서 대문앞에 있는 채소밭을 보니 한노인네가 쟁기를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노인은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고 키는 작았으며 체격은 왜소해 보였다. 들고온 쟁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노인은 쟁기를 채소밭옆에 놔두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부엌옆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손과 얼굴을 씻고 나오는데 기훈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상철은 재빨리 대문쪽으로 가서 경계를 했다. 노인은 수건으로 손과 얼굴을 닦고 나오다가 기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구요?"
"다리오 하미까 교수입니까?"
"그렇소만...."
다리오교수는 전형적인 학자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차분했으며 어딘지 모르게 근엄한 분위기도 느끼게 했다.
"정보국에서 나왔읍니다"
기훈의 말에 노인은 놀라지도 않고 그를 잠시 보다가 대문앞에 서있는 상철을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기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부장인가 보군. 저사람은 부하이고"
"그렇습니다"
다리오 교수는 권총을 여전히 쥐고 있는 기훈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서재로 갑시다. 그리고 총은 내려놓으시오. 여기는 아무도 찾아오지를 않아요"
기훈은 총을 다시 집어넣고 교수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무엇을 마시겠소? 차가 있는데. 바깥에 저사람도 들어오라 그러지"
"차는 괜찮습니다. 저사람도 저기에 있는게 편할거구요. 잠시 얘기를 나누었으면 하는데요"
"그럽시다"
교수는 방석을 건네주며 기훈과 앉았다.
"언젠가는 당신네들이 찾아올줄을 알고 있었소"
"어디를 다녀오시는것 같근요"
"쟁기가 말을 안들어서 근처에 가서 손좀 보고 오는 길이요"
기훈은 말없이 <조선독립운동의 역사>책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책은 걸리면 곤경에 처할텐데요"
"하하, 이나이에 뭐가 무섭단 말이요? 더군다나 나라도 빼앗겼는데. 그 옛날 한국독립운동가들도 이렇게 살았을거요"
"우리도 당신네들이 했던 식민지경영을 연구하고 있읍니다"
"알고 있소. 당연히 그러겠지"
"일본인들이 다시 나라를 찾을수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오. 당신네들처럼 우리도 한국이 결코 해방을 할수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소.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었소?"
"일본인들의 탐욕때문입니다. 무모하게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죠. 일본이 이미 교훈을 던져주었으니 우리는 안그럴겁니다"
"그거야 두고보면 알겠지요"
잠시 두사람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찾아온 이유는 물론 제과거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협조를 해주셔야 하겠읍니다"
"저는 일진회와 인연을 끊은지 오래입니다"
"그렇더라도 일진회에 대해서 아는것들을 말씀해주시면 도움이 되겠읍니다. 지금 일진회에 안계시니 온건파였겠네요"
"맞아요. 급진파들은 생각이 너무 무모해서 회의가 느껴집디다"
"어떤점에서요?"
"일본을 위하는 마음은 다 같았지만 그래도 우리 온건파는 남의 나라사람들을 멸종시킬 생각은 없었소"
"한국을 침략한것은 온건파도 동조하였지 않소?"
"그것은 한국의 시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독도라 부르는 다케시마를 우리는 우리의 영토로 보고 있었어요. 침략이라고는 생각을 안했지요.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다는것은 나쁘지만 그당시에는 경제가 하도 나빠서 한국의 경제를 흡수하는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죠. 물론 질거라는 생각은 누구도 안하고 있었고....."
다리오교수는 열려있는 문으로 뒷마당의 정원을 한숨을 쉬며 쳐다보았다.
"남들은 한국이 과거의 일본식민지였다고 얕잡아 보았지만 우리 역사학자들은 아니었소. 옛날부터 한국인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지. 우리도 태평양전쟁에 졌을때 다시 일어났지만 이번이야말로 일본인들에게 주어진 첫시험이라 생각하오. 우리도 당신네들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것이오"
기훈도 그것을 알고있었다. 일본도 역사가 오래된 나라인데 이렇게 남의 나라의 지배를 저항없이 받을리는 만무했다.
"멸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무슨 뜻입니까?"
교수는 한동안 정원에 있는 나무들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 지나간 일들인데 숨길 필요가 없겠군"
"........"
"전쟁때 중국이 개입하여 석유를 차단했어도 우리에게는 마지막 카드인 핵이 있었소"
"만약에 그핵을 사용했다면 한국이나 일본은 모두 멸망했을겁니다"
그러나 다리오교수는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는 한국을 잘알고 있는데 당신네들은 우리를 너무 모르군. 미국에게 졌어도 미국은 원래 식민지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나라라 걱정하지는 않았소. 하지만 한국은 달랐소. 우리에게 원한을 품고있는 한국에게 지면 보복을 당할것이라고는 불을 보듯 뻔했지"
"당신네들이 뿌린 씨앗입니다"
"맞아요. 인과응보지. 우리는 죽으면 죽었지 그것만은 받아드릴수가 없었소. 카미카제를 아시오?"
"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공군들이 자신들을 희생시키면서 전투기들을 미군구축함들에다 들이받았죠"
"맞아요. 그게 일본인들의 정신입니다. 우리가 죽을바에는 적과 같이 죽는다는거죠. 전쟁에서 우리가 몰리고있자 급진파와 군은 핵을 쏘아 한국과 같이 죽자는 견해가 팽배했었소. 온건파는 그래도 두나라를 멸망시킬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자고 했지요"
"......."
"그런데 쿠데타설이 나돌면서 호까이도를 포함한 핵기지들이 당신네들의 첩보원들에게 파괴되면서 상황은 급변해졌소. 군이 정부를 장악하려고 했으나 그나마 그것을 주동하려던 장교들도 한국의 첩보원들에게 암살당했죠. 그건 당신도 잘 알텐데요"
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행한 공작이였기 때문이었다. 다리오교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다급해진 정부와 군, 그리고 일진회는 일본의 패배가 명확해지자 급진파쪽으로 기울어졌소. 온건파들을 친한파로 몰아부치며 협박을 했죠. 그때 급진파가 장악한 일본정보부가 사학자들을 모아놓고 지시를 내렸소. 나도 그때 그 사학자들속에 있었고......."
"지시는 뭐였읍니까?"
교수는 천장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핵을 대신할 가공할 무기를 찾아내는것이요"
"과학자들도 아닌데 사학자들이 그런것을 어떻게 만듭니까?"
"만드는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것을 찾는것이지"
"그게 뭡니까?"
다리오교수는 기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슬픈 눈으로 천천히 말했다.
"생화학무기"
"네? 그..그러면 일제때 731부대가 만든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냉정한 기훈도 그말에 몸서리를 쳤다.
"그 무기들이 아직도 있읍니까?"
"만주에 있소"
"어..어떻게 그런일이... 하지만 그 부대의 서류들은 미국과 소련이 갖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맞아요. 2차대전이 끝나고 전범재판들이 열렸지만 731부대원들만은 한명도 처벌을 안받았소. 오히려 그부대 출신들은 일본의 의학계와 교육계의 요직에 앉게 되었죠. 그 무기들과 지식을 차지하려는 미국과 소련의 배려라고나 할까......"
다리오교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국이 20여년전에 겉프전에서 생화학무기를 썼다는것은 들었읍니다. 그게 731부대에서 나온겁니까?"
"그래요. 미국이 한국전때도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중국군들에게 세균무기를 사용했다는 말이 나돌았는데 그거는 아직 증명되지가 않았죠"
"그러면 미국과 소련이 731부대에서 생화학무기들의 일부분을 가지고 간것입니까?"
"아니오. 당시 일본의 군정보부가 무기들을 일본으로 운반하려다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만주에 어딘가에 숨겼소. 그후 그들은 자취를 감추어서 미국과 소련은 보고서들만 챙겼지요"
"그럼 그 무기들을 어떻게 찾습니까?"
"무기들을 숨긴 사람들은 총 4명이요. 그들은 그때 거기서 죽은걸로 알려졌는데 그중에서 한명인 나까무라 호시다라는 대위가 일본에 있는 가족으로 편지를 보냈소. 그 편지에는 생화학무기들을 숨긴 장소를 가리키는 암호가 들어있었소"
"그래서 그 무기들을 찾았읍니까?"
교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걸 찾았으면 일본이 그대로 항복했겠소? 암호를 풀고 있는데 한국군들이 상륙해서 항복을 하는 바람에 중단되었소. 아마 일본은 그 무기들과는 인연이 머나 보오.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써보지도 못했잖소. 허허"
다리오교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 암호문은 지금 어디에 있읍니까?"
"나는 차마 그작업에 동조할수 없어서 나와 뜻을 같이한 학자들과 일진회에게 안하겠다고 했소. 일진회는 우리들의 교수직들을 박탈하고 전쟁이 끝날때까지 감금했지요. 그 암호문은 일진회가 가지고 있는것으로 알아요"
"그럼 일진회가 그걸 아직도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럴거요"
중대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만약에 일진회의 손에 생화학무기들이 들어가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게 분명했다. 다리오교수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기훈을 보며 말했다.
"나도 급진파처럼 일본을 생각하는 사람이요. 하지만 이런식으로 대량학살을 하며 비극을 가져오는것은 원치않소. 그래서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오"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일진회에 대해서는 모르십니까?"
"모르오. 그들과 소식을 끊은지 2년이나 되었으니까"
"이쪽의 일진회를 정계인사가 이끌고 있다는것을 들었는데요"
"급진파이겠지. 관심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오. 일본의 독립은 원하지만 일진회가 하는 일들은 찬성하지를 않소"
"나까무라대위의 후손들은 아직까지 생존해 있읍니까?"
"그의 증손자가 급진파에 있었지.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오"
인사를 하고 일어서는 기훈에게 교수가 한마디했다.
"당신은 한국이 영원히 일본을 지배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하오?"
"그러기를 바랍니다. 일본은 한민족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지었읍니다. 당신들도 그 고통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봐야 서로간에 복수심만 심어줄뿐인데 그게 가치가 있을까요?"
"당신이 말하지 않았읍니까? 일본인들이 한국을 깔보고 있었다고요. 저는 세계의 평화같은것은 믿지를 않습니다. 식민지지배를 했던 나라들을 같은 대열로 존중해주는 나라가 어디있읍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입니다. 그런 나라들도 똑같은 고충을 받아야 피해자들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읍니다"
다리오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한국인들이 정말로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계속해서 서로간에 희생만 늘어가겠군요"
기훈과 상철은 정원을 바라보고 있는 교수를 뒤로한채 그의 집을 나섰다.
그들이 후꾸오까시로 들어와서 어느 거리를 지나가고 있을때였다. 거리는 부서진 건물들이 길가에 서있었는데 그중의 한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십여명의 한국군인들이 골목을 보며 있었다. 무슨일인가하고 차를 세우고 다가가 보았다. 군인들은 골목안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쪽바리년들을 박아버려!"
"쪽바리새끼들, 감히 어디다가 총을 쏴?"
"그년들 삼삼한데"
기훈과 상철이 군인들을 밀치며 골목안으로 들어가자 군인들이 화를 내었다.
"네놈들은 뭐야?"
골목안을 보니까 일본남자 4명이 쓰러져 있었고 군인7명이 울부짓는 일본여자5명을 강간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10대후반에서 20대로 보였고 모두들 옷들이 찢겨져 있었다. 군인2명은 각각 여자1명씩을 벽을 짚게해서 뒤에서 그녀들을 유린하고 있었고 다른 군인4명은 2명씩 짝을 지어 여자1명씩을 엎드리게 한후 그녀들의 입과 질안으로 자지들을 박으며 농락하고 있었다. 나머지군인1명은 몸부림치는 여자1명의 치마가 올려져서 드러난 엉덩이를 잡고 맞은편의 벽에 밀어붙히고 그녀의 두다리사이에서 허리를 움직이며 보지를 쑤시고 있었다. 그녀의 옷과 브래지어가 찢어져서 봉긋한 유방이 거친 움직임으로 출렁거리고 있었다. 여자들의 비명은 골목안을 울리고 있었지만 군인들외에는 아무도 보는 사람들이 없었다.
"아악!.....악!....살 려줘요!......"
"읍!......읍!......"
"흐흑....흑......."
"읍!.....으읍!....... "
"으아악!....흑흑....제 발.....어억!......."
그광경을 즐기고 있던 군인들이 기훈과 상철에게 계속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너희들도 맞고싶어?"
그러자 상철이 노려보며 대꾸했다.
"너희들의 상관이 누구야?"
"이자식아, 그건 알아서 뭐해? 어서 썩 안꺼져?"
그러자 기훈이 번개같이 옆에 있던 군인3명을 쓰러트리면서 다른1명을 붙잡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을 들이댔다. 상철도 재빨리 물러서며 권총을 들고 기훈을 엄호했다. 군인들도 총을 들며 대응을 할려고 했지만 갑자기 당한일이라서 엉거주춤했다. 여자들을 강간하던 군인들도 상황을 알아채고 동작을 멈추었다. 뒤치기를 하던 자들중의 하나가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은 뭐야?"
기훈도 차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
"네가 상관이야?"
"그렇다"
"우리는 정보국에서 나온 사람들이야. 이게 무슨 짓들이야?"
상관이라는 자는 그소리에 놀라지도 않고 코웃음을 쳤다.
"정보국에서 나왔다고? 흥, 제대로 일을 안해서 대통령이 암살될뻔하게 만들어놓고는 무슨 큰소리야? 군이 막았기에 다행이지. 너희들은 큰소리만 치고서는 제대로 하는일이 뭐가 있어?"
그러자 상철이 그에게 권총을 쏘았다. 총알은 상관의 얼굴옆을 지나가 벽을 관통했다. 그바람에 모든군인들이 총을 들었다. 기훈이 그런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죽기싫으면 가만히 있어!"
상관은 여자의 엉덩이를 계속 잡은채로 기훈과 상철을 노려보았다.
"대통령을 저격해서 우리가 쪽바리들에게 분풀이를 하는데 당신네들이 무슨 상관이야?"
"아직 일본인이라고는 밝혀지지 않았어"
"그놈이 일본인이라는것은 세상사람들이 다 알어. 당신네들, 혹시 친일파가 아니야?"
기훈은 어이가 없어서 혀를 찼다.
"이 멍청한 자식아, 지금 대통령 암살미수사건으로 외국기자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걸 보면 가만히 있을것 같해?"
기훈의 말이 맞았다. 한국이 일본합병이후 초강대국으로 떠오르자 서구세력들, 특히 미국은 긴장하고 있었다. 미국은 어떡하든간에 건수를 만들어 자신들의 말을 더이상 고분고분 안듣는 한국을 꼼작못하게 할 구실을 시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방법중의 하나가 그들이 잘써먹는 인권탄압이었다. 지금 이광경이 미국에게 알려지면 이것을 트집삼아 한국을 괴롭힐게 뻔했다. 상관은 할말이 없어 그냥 기훈을 노려보기만 하고 있는데 뒤에서 차소리가 났다. 보니까 군용지프차가 서있었다. 거기에서 내린 군인3명이 다가왔다.
"무슨 일들이야?"
골목에 서있던 군인들은 맨앞에서 다가오는 자를 보고 경례를 했다. 일본여자들을 농락하던 군인들도 얼른 바지를 입고 인사했다. 군인들에게서 풀려난 여자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흐느끼고 있었다.
"뭐야?"
맨앞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온 군인은 기훈을 보자 놀라며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 부장님이 여기는 왠일이십니까?"
바로 요정에서 만났던 부사령관들중의 하나였다. 군인들도 부장이라는 말에 서로 쳐다보았다. 기훈은 잡고있던 군인을 놓고 밀면서 부사령관을 쳐다보았다.
"반갑습니다. 이자들이 지금 정신나간짓들을 하고 있어서 다그치는 중이었읍니다"
"예?"
부사령관은 군인들과 쓰러져있는 일본인들을 보더니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거야?"
강간을 하던 상관이 대답했다.
"명을 받고 이곳으로 출동을 했는데 수상한 자들을 만나서 몇마다 물어본것 뿐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이 대들기에 몇대를 때렸읍니다"
"여자들은 왜 저래?"
"그냥 재미를 보고 있었읍니다. 대통령을 저격한 일본인들인데 뭐 어떴읍니까?"
상관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부사령관은 화를 내었다.
"이 돌대가리야,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 게엄령이 떨어졌는데 감시는 안하고 이런짓을 하고 있어?"
부사령관이 야단을 치자 당당하던 상관은 고개를 숙였다. 부사령관의 호령은 계속 되었다.
"임마, 이건 임무소흘죄야. 너희들 어디 소속이야? 부관, 이들의 이름과 소속부대를 모조리 적어."
옆에 있던 부관들은 얼른 군인들을 재촉하며 시키는대로 했다. 부사령관이 기훈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애들이 못나서 부장님께 실수를 했군요. 사과드립니다"
"외국기자들이 보았으면 큰일날뻔 했읍니다. 군인들에게 각별히 교육을 시키셔야 하겠읍니다"
"명심하겠읍니다. 그리고 요정에서의 일은 위에 함구해주셔서 사령관님과 저희들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읍니다"
"뭘 그런것가지고. 요정은 어떻게 되었읍니까?"
"철거를 했읍니다. 다른 장소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이곳 일본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위치는 몰라도 요정의 존재는 알고 있더군요. 조심을 하셔야겠읍니다"
"그래요?"
부사령관은 놀라서 기훈은 바라보았다.
"저 일본인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부장님께서 생각이 없으시다면 군으로 이송해 심문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저들이 죄가 없다고해도 나중에 쓸데없이 외국기자들에게 떠벌리고 다닐수 있으니 수용소에 집어넣으십시오"
"그렇게 하겠읍니다. 그리고 이번일로 군에서 정보국에 쌓였던 불만들이 나오는데 조심하십시오"
기훈은 부관들에게 이름을 말하는 군인들을 보며 웃었다.
"일러주셔서 고맙습니다"
기훈이 걸음을 뗄려고하자 쓰러져있던 여자1명이 급히 기어와서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찢어진 옷사이로 하얀 유방을 드러내며 그에게 애걸을 했다.
"살려주세요. 저희들은 죄가 없어요"
"너희들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조사해보면 알아"
"그러면 군인들말고 선생님이 저희들을 데려가 주세요"
"뭐?"
기훈이 정보국사람임을 알면서 사정하는것을 보면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 기훈은 사정하는 여자를 뿌리치며 부사령관에게 인사를 받고 상철과 차에 타서 본부로 향했다.
"그렇게 사정하는것을 보니 불쌍하더군요"
상철의 말에 다리오교수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한국여자들은 일제때 저것보다 더 한것들을 당했어. 그들에게 쓸데없는 동정심을 갖지마"
"알았읍니다"
그때 주머니에 있던 단말기가 진동했다. 꺼내서 보니 본부로 들어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본부에 도착한 기훈은 상철과 분석실로 들어갔다.
13부끝
멜주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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