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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30 2,495회 0건
대한 제국의 역습 12부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갑작스럽게 나타난 가게주인의 권총을 보고 기훈과 서희는 두팔을 올렸다. 서희가 기훈을 쳐다보았으나 기훈은 그녀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눈짓을 주었다. 가게주인은 몹시 경계를 한 탓인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기훈이 침착하게 그를 달래었다.
"왜 이러십니까?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읍니까?"
그러자 가게주인은 권총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조용히 하시오. 어디서 하꾸라술집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난 아직 당신들을 믿을수가 없으니 신분증들을 보이시오. 만약에 이상한 짓을 하면 쏘겠소"
남자의 기세가 등등해서 어쩔수없이 기훈과 서희는 천천히 신분증을 꺼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기훈의 신분증을 보니 한국에서 온 사업가로 되어 있었고 서희는 기훈이 온뒤로 바꾸어서 그의 비서로 적혀 있었다. 남자는 신분증들을 보고 그들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라고요?"
"그렇소. 후꾸오까에서 유흥업소를 차릴까해서 시장조사를 하다가 어제밤에 하꾸라에 갔더니 사장이 이곳을 알려 주더군요. 온지가 얼마안되어 좋은물건들이 있으면 계속 거래를 할까 했는데......."
남자는 서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사람도 마약을 합니까?"
"그렇소"
남자는 한동안 그들을 보다가 이윽고 권총을 뒤의 허리춤에 차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워낙 험한 세상이라서요. 앉아서 얘기를 하지요"
기훈과 서희도 팔을 내리고 그와 함께 앉았다.
"위험한 사람들이 찾아오나요?"
"네. 한국군들이 있다지만 그들은 반한세력에만 관심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곳은 거의 무법천지가 되었지요. 가끔가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와서 협박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겁니다"
"그렇겠군요"
그의 말대로 군은 치안을 담당했지만 불순분자들에게만 신경을 쓰고있어 시시한 좀도둑들은 내버려두고 있었다. 가게주인은 얼굴을 만지며 씁쓸한 웃음을 짓고 말을 계속 했다.
"한국분들이 저를 찾아온것은 처음이네요. 사실은 저도 한국인입니다. 한국어는 못하지만요"
"네?"
기훈과 서희는 놀라서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일본에 귀화를 하신 분입니까?"
"네. 조부님께서 일제때 징용으로 끌려 오셨죠. 돈도 없고 배편도 구하지 못해 그냥 이곳에 눌러 사셨읍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자라실때 일본인들에게 하도 괄시를 받아서 그만 귀화를 하셨지요. 그래서 저도 일본인이 되고 말았읍니다"
"전쟁전에 일본이 귀화한 교포들도 찾아내어 추방시켰는데 용케 여기에 머물고 있었군요. 한국인임을 밝히셨으면 지금보다는 편하게 살수 있을텐데 왜 아직 이러고 있읍니까? 만약에 일본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살기가 힘드실텐데요"
그러자 가게주인은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추방되서 한국으로 간 귀화인들이 한국인들에게 괄시를 받으며 산다는 얘기를 들었읍니다. 제가 살던 뿌리도 여기에 있는데 이제와서 뭣하러 그런 신세를 자초합니까?"
"음........"
부끄러운 일이었다. 전쟁전에 한국인들은 일본에 적대감으로 가득차 있어서 추방되서 갈곳이 없어 온 재일교포들을 귀화인들이라면 같은 일본인으로 보고 멸시했었다. 가게주인은 수줍은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원래는 한국인이라는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점잖아보여 그만 말을 했읍니다. 그리고 하꾸라사장의 소개로 왔다니까 믿을만 했고요. 그 여사장은 신뢰가 가는 사람이죠. 다른 술집사장들과는 틀립디다. 그래서 혹시 마약에 관심이 있냐고 믿고 물어봤었지요"
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굵직한 사람들을 상대하던 마담이었으니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보였겠지]
무의식적으로 서희를 보니 그녀는 읽을수없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가게주인에게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당신의 비밀은 지켜드리겠읍니다. 후꾸오까에서 오래동안 머물 예정인데 물건을 보고 당신과 계속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같은 한국인이라 그런지 믿음이 가네요"
"고맙습니다. 그럼 얘기를 시작할까요?"
"그러시죠"
"어떤 종류를 원하십니까?"
"마리화나가 그래도 구하기 쉬워서 합니다마는 그래도 효과가 샌것들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특별히 생각하시는게 있읍니까?"
"저희들은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시게오씨께서 권해주셨으면 합니다"
시게오는 잠시 생각하더니 일어났다.
"잠시 기다리시지요. 물건들을 가져오겠읍니다"
그리고는 나가더니 조금 있다가 중간크기의 궤짝을 들고 왔다. 궤짝을 열으니 온갖 종류의 마악들이 들어 있었다.
"이게 제가 취급하는 물건들의 전부입니다. 마음에 드시는것을 골라보시지요"
기훈이 보니 궤짝안에는 마리화나, 헤로인, 코케인, 그리고 알약들이 있었다.
"이 알약들은 뭡니까?"
"환각제들이죠. 이런것들은 전쟁전에 의사나 연구원들에게서 쉽게 구할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값도 비싸고요"
"그렇군요. 그럼 전부 종류별로 약간씩 구입할수 있을까요?"
그말에 시게오는 놀라서 기훈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비쌀텐데요. 그만한 돈이 있으십니까?"
"걱정마십시오. 한번씩 맛을 본다음 다음부터 입에 맞는것을 구입할려고 그럽니다"
기훈은 본부를 떠나기전에 이점을 생각해서 상당한 현금을 가지고 왔었다. 하나씩 봉지로 싸고있는 시게오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런것들을 어디에서 구입하십니까? 항구로 들어오는 물건들입니까?"
"죄송합니다만 그거는 밝힐수가 없읍니다"
시게오의 신임을 얻기위해서는 더이상 캐물을수가 없었다. 그러나 궤짝의 물건들을 보며 한가지만 더 물어 보았다.
"고객들은 전부 일본인들입니까?"
"네. 주로 오래동안 거래를 한 사람들입니다. 저혼자해서 믿을수 있는 사람과 해야죠"
"그럼 야꾸자출신들도 있나요?"
"네?"
시게오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 기훈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수사관처럼 물으시군요. 왜 물어보십니까?"
"딴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여기에 또 올때 조심을 할려고 그럽니다"
기훈은 급히 속주머니에서 돈을 건네주었다. 시게오는 돈을 받고 잠시 생각했다.
"그 정도면 충분한가요?"
시게오는 돈을 센다음 일부분을 기훈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너무 많습니다. 돈이 많으신가 보군요. 저는 고객들의 신상을 알려고 하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조심하실려고 그러신다면 제가 가격을 알려드릴테니 그것에 맞는 돈만 들고 오늘같은때에 오시면 됩니다"
시게오는 마악들을 담은 봉지를 주면서 가격들을 말해주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기훈에게 서희가 옆에서 물어보았다.
"그냥 잡아서 물어보시지 왜 그냥 나오셨읍니까?"
"저런 사람을 붙잡으면 공급해주는 줄이 사라지게 돼. 어떡하든 잘 구술러서 알아내는 방법밖에 없어"
"그렇군요. 그나저나 저자와 같은 한국인들이 많겠지요?"
"그럴꺼야. 빨리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지 안그러면 그사실들을 안 일본인들에게 괴롭힙을 당할거야. 그런일이 나면 안되지"
차를 타고 운전하던 서희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 마담이라는 여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누구? 하꾸라사장말이야?"
"네"
"그사람은 왜?"
"궁금해서요. 가게주인의 말을 들어보니 대단한 사람 같더군요"
"그냥 전에 알던 사람이야"
"애인이었나요?"
기훈은 서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계속 무표정으로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지?"
"부장님도 여자를 사귀나해서요"
그말에 기훈은 웃음이 나왔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성을 사귈수있나? 전쟁때 공작을 하다가 도움을 받은 사람이야"
"친한파인가요? 그렇다면 저도 도움을 받아도 될까요?"
기훈은 말없이 창문으로 지나가는 바깥풍경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사람은 건들이지마"
서희는 기훈을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알수없는 침울함이 들어있었다. 더이상 묻지를 않고 서희는 항구를 향해 가다가 본부에서 호출이 와서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기훈과 서희가 분석실로 들어가자 진혜와 석재가 초조한 얼굴로 맞아주었다.
"무슨일이야?"
"서울에서 연락이 왔었읍니다. 30분전에 대통령 암살미수사건이 있었읍니다"
"뭐?"
"국회의사당에 도착하셔서 차를 내리시던 대통령께 중국여권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삼엄한 경계를 뚫고 총을 쏘았답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군인들이 막아서 대통령께서는 무사하십니다"
"다친 사람들은 있나?"
"지금까지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경호원 1명과 보좌관 1명이 그자리에서 절명했고 군인 1명과 경호원 2명이 부상을 당했답니다"
"그 중국인은 잡았지?"
"네. 지금 정보국으로 이송되는 중이랍니다. 일본에 있는 전지부에 대기하라는 발령이 떨어졌읍니다"
"음......"
이 사건은 정보국에게 커다란 타격이 될것임이 틀림없었다. 일제치하에서 벌렸던 조상들의 독립운동을 잘아는 한국은 일본도 틀림없이 한국주요인사들에게 테러를 자행할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계를 단단히 하며 한국으로 들어오는 동양인들을 주의깊게 지켜보았다. 물론 그일은 정보국의 책임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저격을 받았으니 정보국의 이미지에 실추될게 뻔했다. 안그래도 정보국의 무소불위한 권력때문에 곱게 안보는 시선들이 많았었다.
"정보국이 뒤집어지겠군"
"이 기회에 군이 큰소리를 낼겁니다"
서희와 분석요원들도 사정을 파악하고 있어서 침통하게 서있었다.
"그 중국인은 가장하고 들어온 일본인일거야"
"그럴겁니다"
"다른 요원들에게도 호출했나?"
"네. 지금 복귀하는 중입니다"
"사무실에 가있을테니 무슨 연락이 오면 불러. 그리고 이것들도 조사해봐"
기훈은 분석요원들에게 가지고 온 봉지를 주었다. 봉지를 열고 내용물을 본 분석요원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이 많은 마약들을 어디서 구하셨읍니까?"
"마약을 판매하는 자에게서 구했어. 그자를 이용해서 마약공급줄을 알아볼 생각이야"
분석실을 나갈려다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시게오 쥬니라는 자가 전과기록이 있는지 알아봐. 후꾸오까시에서 데무르레코드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알겠읍니다"
기훈이 나가자 서희가 진혜에게 말했다.
"어제 부장님께 유흥업소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지?"
"네. 그런데요?"
"거기서 하꾸라의 사장의 과거를 알아내줘. 이름이 이케다 에이꼬라나?"
"그건 왜요?"
서희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아볼게 있어서 그래. 그리고 부장님한테는 비밀이야. 알았어?"
"알겠읍니다"

요원들은 모두 돌아왔으나 상철만은 안돌아왔다. 요원들을 분석실로 소집한 기훈은 이제 전세계로 보도가 되고있는 한국대통령 암살미수 뉴스를 보고있었다. 전세계 방송국들은 한국의 일본합병이후 한국의 국가원수에게 행해진 첫 테러를 속보로 보도하고 있었다.
"일본놈들이 이거때문에 쓸데없이 동요를 하지 말아야 할텐데요"
지태가 말하자 석재가 대답했다.
"지금 한국과 일본전역에 게엄령이 떨어져서 무장한 군들이 출동하고 있읍니다"
"그 저격수는 어떻게 되었다나?"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답니다"
그때 상철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장님"
"어떻게 된거야?"
"일본합병전에 일진회에 있었던 자의 소재를 알아내었읍니다"
"뭐?"
모두들 상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일진회는 현멤버나 전멤버든간에 자취를 감추고 있어 찾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어디서?"
"제가 몇달동안 끄나풀들을 동원해서 오늘 아침에야 확인햇읍니다"
"지금 그곳에 있나?"
"네"
"지금 나와 가지"
기훈은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여기서 모두들 서울에서 오는 지시를 기다려. 만약에 나를 찾으면 사실대로 말하고 단말기를 가져갈테니 즉시 연락해"
그리고는 진혜가 주는 조그마한 단말기를 챙겨들고 상철과 함께 허겁지겁 뛰어나갔다.

차안에서 상철은 자초지정을 얘기해주었다.
"그자의 이름은 다리오 하미까입니다. 나이는 70세이고 와세다대학의 사학과 교수였답니다. 전쟁후에 치쿠고로 내려와서 혼자 농사를 짓고 있읍니다. 조용하게 지내고 있어서 주위에서는 그냥 어디서 은퇴하고 와서 지내는 노인네로 알고 있었답니다"
전쟁후에 그런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정보국과 군도 그들이 조용하게 지내는지라 별 관심을 안기울이고 있었다.
"지금 일진회에 안있다면 온건파였겠군?"
"네"
전쟁이 끝나고 일진회는 급진파가 장악하게 되었고 온건파였던 사람들도 일진회에 남을려면 파를 바꿔야만 했다.
"가족은 없나?"
"상처를 했고 아들은 전쟁중에 죽었으며 딸은 요꼬하마에서 남편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한참을 가자 치쿠고의 전원풍경이 나왔다. 역시 농업지역이라 곳곳에서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보였다. 때로는 과수원과 농장도 눈에 띠었다. 이지역은 그런대로 다른지역들과는 달리 평화로워 보였다. 황폐되어버린 도시들만을 보아왔던 기훈은 가슴이 탁 트이는것 같았다. 상철은 어느마을에서 깊숙히 들어가 조그만 집에서 차를 세웠다. 대문이 열려있었고 들어가보니 조그만 정원이 있었다. 보니까 채소밭이었다. 집은 작지만 깨끗하고 아담했다. 아무도 없어서 기훈과 상철은 총을 꺼내들고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이가 든 노인네였지만 일진회의 멤버였기때문에 조심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집안에는 부엌과 방2개가 있었는데 방하나는 자는곳으로 쓰이는것 같았고 다른하나는 서재였다. 교수라서 그런지 책장에는 어려운 책들이 꽤 많았다. 바닥에 몇권의 책들이 놓여있어서 자세히 보니 한권의 책이 눈에 띠었다. 책장에는 한문으로 제목이 적혀있었다.
<조선독립운동의 역사>
무의식적으로 기훈에게 한숨이 나왔다.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한세기전만 하더라도 지배를 하고 지배를 받던 두나라가 입장이 뒤바뀌어서 이제는 한국지식인들이 과거 일본의 한국식민지 경영을 연구하고 있었고 일본의 지식인들은 이렇게 일본에 대항해서 싸웠던 한국독립운동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서재로 들어온 문의 맞은편에 또하나의 문이 있었다. 그문을 열자 대청마루가 나왔는데 반대편으로는 잘가꾼 정원이 있었다. 기훈은 한동안 정원의 운치를 음미했다. 그때 대문쪽에서 소리가 나서 기훈과 상철은 총을 들고 급히 숨었다.

12부끝


멜주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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