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제국의 역습 18부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아침에 기훈은 진혜에게서 시게오 쥬니에게서 얻은 마약들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모두들 흔히 볼수 있는 마약들입니다. 하지만 질은 좋습니다"
"환각제들은 어때?"
"의사들이 처방해줄수있는 약들입니다. 약사들이나 의학연구원들이 간단하게 만들수있는 것들이죠. 이곳에서 흔히 보이는 약들입니다"
"이상한 점은 없었고?"
"네. 그리고 시게오 쥬니는 전쟁전에 마약소지로 두번 구속한것외에는 아무런 수상한 점이 없읍니다"
"일본인으로 나와있던가?"
"네. 하지만 그의 조상들을 조사해보니 한국인들이었더군요"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발설하지마"
"알았읍니다. 그리고 이건 준비해 놓으라고 말씀하신겁니다"
진혜가 가방을 책상위에 놓고 열자 그안에는 마스크와 가발들 그리고 안경과 수염들이 있었고 화장도구들도 있었다.
"사용하실줄은 아시죠?"
"응. SH50호에게도 갇다줬나?"
"네"
기훈이 가방안의 내용물들을 살펴보는데 진혜가 사근사근한 어조로 말했다.
"부장님"
"응?"
"던전에 가보시니까 어때요?"
기훈은 고개를 들어 진혜를 쳐다보았다. 어제밤에 군이 던전을 수색했으나 시체들만 있었고 그곳의 무기들을 수거하고 건물을 폐쇄시켰다는 보고를 했었다. 진혜는 호기심어린 얼굴로 기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곳에 가본적이 없어?"
"네"
"궁금해?"
"네. 거의 본부에만 있으니 세상구경을 할 기회가 없어서요. 그래서 그런 특이한 곳의 얘기를 들으면 궁금해요. 어제 부장님과 SH50호의 차림을 보니까 신기하던데요"
기훈은 웃음이 나왔다. 서희가 이말을 들었다면 아마 진혜를 가만 안놔뒀을 것이었다.
"간단히 얘기해서 심문실에서 고문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돼. 내가 자네의 입맛을 모르지만 그런곳에 가지마"
진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문을 받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곳에 왜 가요?"
"사람마다 제각기 틀린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아나?"
"그럼 부장님과 SH50호는 하셨어요?"
기훈은 이참에 서희에 대해서 슬쩍 물어보기로 했다.
"아니. 그냥 옷만 입고 물어보다가 그놈들이 낌새를 알아채서 싸움이 났어. 나는 그런곳을 안좋아하고 SH50호도 싫어하는 눈치더군"
진혜는 그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거에요. 고문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고문받기를 원하겠어요?"
"고문을 좋아해?"
그러자 진혜의 표정이 멈짓했다.
"이거 SH50호에게 말하지 마세요. 만약에 그분이 이걸 알면 저는 혼나요"
"걱정하지마. 우리들이 하는 얘기는 이방에서 안나갈테니 SH50호에 대해서 말해봐. 상관이 되어서 요원들을 알아야 제대로 쓸수 있잖아"
진혜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본 고문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잔인하게 고문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어요. 다른요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죠. 고문하는걸 즐기는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걸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것 같기도 하고. 요정에서 잡아온 여자들을 SH50호가 고문한다고 해서 부장님이 놀라셨잖아요.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어요"
"SH50호가 이곳에서 제일 오래 근무한 요원이지?"
"네"
"자네가 SH50호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느끼는 점을 말해봐"
진헤는 주저했다.
"SH50호가 저보다 위인데 그분에 대해서 말한다는것은 어쩐지........"
"괜찮아. 부장의 명령이야. SH50호에게는 모르게 할테니 걱정말고 얘기해"
진혜는 계속해서 주저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 SH50호는 혼자 있기를 좋아해서 다른 요원들과 그렇게 친하지가 않아요. 요원들도 그분을 매우 어려워하죠. 임무를 수행할때는 냉정하지만 고문할때만은 딴사람 같아요. 마치 이해할수없는 분노에 휩싸인것 같기도 하고"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는 아는것이 없지?"
"KS75호가 SH50호처럼 북한출신이잖아요. 그가 그러는데 통일전에 SH50호가 북한인민군에 소속된 대남특수공작부대에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적이 있대요"
"대남특수공작부대?"
"네. 하지만 요원들의 과거는 비밀에 묻혀있는게 관습이어서 정말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대남특수공작부대는 주요임무가 남한에 잠입해서 게릴라처럼 교란시키는것이었기 때문에 그부대에 들어갈려면 정신력과 육체가 여간 강인해서는 안되었다. 더군다나 교육과 훈련을 지옥같이 받기때문에 죽음을 아무렇지않게 생각했고 사람죽이는것도 대수롭지않게 여기던 무리들이었다. 통일후유증으로 혼란이 일어났을때 친북인사들중에는 대남특수공작부대출신 들이 많았었다.
"그밖에는 아는거 없어?"
"그정도에요. 정보국요원들의 뒤를 캐는것은 못하게 되어있고 또 그러는것도 우습잖아요. 같은 한편인데"
"알았어. 도움이 많이 되었어, 그만 나가보게"
진혜는 인사를 하고 나가다가 문득 물어보았다.
"부장님은 저에 대해서 궁금한점이 없으세요?"
"왜? 물어보면 대답해줄거야?"
"질문을 봐서요. 다른 요원들에게 물어보시지 마시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저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그러지. 보니까 성격이 활발한것 같은데 재미없는 정보국에는 왜 들어왔어?"
기훈의 질문에 진혜는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그것밖에 없어요?"
"지금 생각나는게 그것밖에 안나네"
"좋아요. 말씀드리죠. 정보국에 들어와서 부장님같은 멋있는 남자를 만나볼까 했는데 다 무뚝뚝 하잖아요. 한번 들어오면 나갈수도 없고. 그래서 그만 여기에 주저앉게 되었어요"
그녀의 말에 기훈은 웃음이 나왔다.
"하하, 정보국요원들이 연애나 결혼을 안하는거는 세상사람들이 다 알잖아?"
"남녀의 일이란 아무도 모르죠. 부장님도 언젠가 사랑에 빠지실지 누가 알아요?"
기훈과 함께 웃던 진혜는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기훈은 잠시 서희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지난 며칠동안 그녀와 함께 다니며 위험한 고비들을 넘고 그랬으나 그녀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한적이 없었다. 능력도 뛰어나고 일도 잘 처리하는 나무랄데 없는 요원이었다. 또한 그녀가 그를 죽일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그동안 기회는 충분히 많았었다. 그렇기때문에 믿을 사람이 그녀밖에 없어서 어제밤에 고시다 미아의 죽음을 얘기했었으나 그동안 이상하게 굴었던 점들이 마음에 걸렸다. 모르는 에이꼬에 대해서 지나칠정도로 호기심을 갖는것도 그랬고 그가 괜찮다고 해도 그의 곁에 있을려고 고집을 부리는것도 이해가 안되었다. 또한 사적인 감정없이 일을 처리해야하는 요원이 던전에서 남자와 라베를 죽였던것은 복수심에서 일어났던 행동이었다.
[그녀가 이곳책임자였었는데 내가 자리를 뺏어서 심통을 내는건가?]
하지만 진혜의 말대로 다른 요원들과 잘 융합하지를 않는다면 책임자로서 부적격이었다. 책임자가 되면 부하들을 감싸고 책임져야 했다.
[대남특수공작부대? 그녀는 과연 믿을수있는 사람인가?]
기훈은 서울본부로 서희의 기록을 컴퓨터로 특별요청을 했다. 그런다음 진헤가 준 가방을 열고 변장을 하다가 급히 서희의 방으로 호출을 하자 스피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나왔다.
"SH50호입니다"
"마스크를 썼어?"
"아니요"
"그럼 쓰지말고 가져와. 가발과 안경만 써. 화장은 진하게 하지 말고"
"알았읍니다"
달리는 차안에는 안경을 낀 두남녀가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콧수염을 단 기훈은 학자같아 보였고 긴머리와 화장을 엷게 한 서희는 학교선생님처럼 보였다.
"마스크는 왜 쓰지말라고 했읍니까? 일진회가 자세히 보면 우리들을 알아볼수가 있는데요"
"시데오 쥬니한테 가는 길이야. 우리를 알아보지 못해서 마스크를 벗는다면 의심할거잖아"
"시데오는 왜요?"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 그보다 요원들에 대해서 자네가 알고있는점들을 말해봐"
"요원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파악하고 있는 점들을 말씀드리죠"
"행동요원들부터 말해봐"
"JT56호는 생김새처럼 상황판단이 예리합니다. 조그만것이라도 세심히 살펴보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다른요원들보다 증거를 잡아내는것이 뛰어납니다. 성격은 원만한편입니다"
"그친구와 HS67호가 변장술에 제일 뛰어나다고 그랬지?"
"네. 여기에서는 그들이 단연 최고입니다"
"다음은?"
"SC62호는 부장님도 함께 있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성격이 소탈하고 하던일의 끝을 봐야 성미가 풀리는 스타일이죠. 어떻게 보면 형사같기도 합니다"
"그런것 같더군"
"HS67호는 일처리가 꼼꼼합니다. 다른요원들보다 젊은세대들을 잘 이해해서 치쿠호오쪽을 맡고 있읍니다. 성격은 활발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새침떼기 같기도 합니다"
"KS75호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입니다. 조심스럽고 임무를 맡으면 정신없이 파고드는 스타일이죠"
"그친구의 표정을 보니 뭔가 불만이 있던거 같던데"
"원래 그런 표정인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때부터 그런 인상이었읍니다. 모두들 그런거보다하고 여기고 있죠"
"분석요원들은 어때?"
"분석요원들은 보통 본부에 있어서 의심이 제일 적게 가는 요원들로 생각됩니다. 많은 시간을 가져보셔서 그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하셨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자네의 생각이 듣고싶어"
"모두들 맡은 일들을 잘 해냅니다. JH72는 붙임성이 있고 호기심도 많으것 같아 보입니다"
기훈이 생각해도 진혜는 그런것 같았다. 하지만 자료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호기심도 있어야되어서 그리 흠일수는 없었다.
"SJ87호는 기계와 연구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공학도 스타일이죠. 일단 일에 몰두하면 옆에 누가 와도 눈치를 못챌 정도입니다. 성격도 괜찮고 남의 말을 잘들어주죠"
"KH42호는?"
"지부의 사무적인 일과 재정을 맡고 있어서 만약 그녀가 없으면 본부가 안돌아갈 정도입나다. 일을 잘 처리하고 친절한 성격입니다. 외부에서 오는 전화를 그녀가 받습니다"
"자네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나? 자네도 알아야 할거 아니야?"
그러자 서희는 기훈을 쳐다보았다.
"뭘 알고 싶으신 겁니까?"
"다른 요원들을 설명한것처럼 자네에 대해서 전체적인 브리핑을 듣고싶군"
서희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부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군요"
뜻밖의 질문에 기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자네를 잘 알지를 못해서 내생각이 틀릴수가 있지"
"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시죠"
기훈은 말을 잘못해서 서희의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그래도 말을 하기로 했다.
"자네는 듣던대로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요원이야. 내가 느낀바로는 자네는 자존심이 아주 강하고 속을 남에게 보이기를 무척 꺼려하는것 같더군. 그래서 다른 요원들과도 잘 어울리지를 않지. 정말 그렇다면 자네가 책임자로 승진했을때 어려움을 겪게 돼. 내말에 마음이 상한다면 미안해"
서희가 말없이 침묵하고 있자 기훈은 걱정이 되었다.
"자네도 나에 대해서 할말이 있으면 해봐. 자네에게는 나도 혐의자가 될수 있잖아?"
그러자 서희는 앞만 보며 감정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냉정한 마음 한구석에 정이 있는것 같더군요. 정보국요원에게는 금물이죠"
기훈은 흠짓해서 무표정인 서희를 쳐다보았다.
[어제아침에 에이꼬와 같이 있는것을 보았나?]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 제생각입니다. 다 온것 같군요"
기훈은 앞을 보니 데무르레코드가게가 보여 차를 세웠다. 서희와 함께 걸어가니 문을 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닫혀있었다.
"왠일이죠? 오늘은 장사를 안하나?"
서희가 중얼거리고 있는데 맞은편 건물에서 사복을 입은 두남자가 나와서 그들에게 걸어왔다. 긴장한 기훈과 서희는 경계를 하며 그들을 바라보는데 그중의 한명이 말했다.
"가게에 오신겁니까?"
"네. 음악CD를 살까해서 지나는길에 들렀읍니다. 왜 그러십니까?"
"신분증들을 보여주시겠읍니까?"
"누구십니까?"
남자들은 신분증들을 꺼내 보이면서 말했다.
"군에서 나왔읍니다"
자세히 보니 틀림없는 군신분증이었다. 서희와 그들에게 새로 만든 신분증을 주었다.
"한국에서 오신 교수님들이시군요. 후꾸오까에는 강의를 하러 오신겁니까?"
"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이곳의 주인이 어제밤 마약을 판매하는것을 적발해서 지금 군에서 조사를 받고 있읍니다. 저희들은 단골고객들을 잡기위해서 잠복근무하는 중입니다"
기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인들끼리 마약을 사고 파는것은 어느정도 눈감아 주는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저격사건으로 일진회를 파악할려고 수상한 자들은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졌읍니다. 다른나라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마약거래자들을 잡아들이는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죠"
"지금 주인은 어디 있읍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사복차림의 군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을 아십니까? 혹시 그자와 마약거래를 하시는것은 아니겠죠?"
신분을 밝히고 싶지않았으나 시게오 쥬니라는 끈을 망가트릴수가 없어 기훈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는 정보국에서 나온 사람들이오. 주인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오"
군인들은 기훈의 말에 기겁을 했다.
"네?"
"조용히하고 우리를 연행하는척하며 그자에게 안내하시오. 그리고 당신들은 이곳에서 철수하시오"
기훈과 서희를 훑어보다가 서로 얼굴을 쳐다본 군인들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모르니 일단 이곳의 주인이 있는곳으로 가서 신원조회를 하겠읍니다"
"그렇게 하시오"
군인들은 기훈과 서희에게 수갑을 채운다음 그들을 데리고 자신들의 차에 탔다. 그런다음 부대로 연락을 하고 멀지않은곳에 있는 하카타완만의 한국군부대로 갔다.
부대에는 게엄령으로 모든군인들이 무장하고 있었고 감옥이 충분하지않아 임시로 만든 수용소에는 일본인들이 바글거렸다. 기훈과 서희와 함께 온 사복차림의 군인들은 그들을 데리고 부대중앙에 있는 건물로 가서 어느방으로 안내했다. 방은 작았으며 테이블과 의자몇개가 있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군인들은 수갑을 풀어주지않고 나가버렸다. 기훈이 방안을 둘러보니 도청장치나 감시카메라등은 없었다. 서희가 초조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군이 정보국에게 불만이 많은데 순순히 협조를 해줄까요?"
"그럴거야. 군도 테러범들을 찾아내는것에 혈안이 되어있고 또 일본인들의 폭동도 진압해야하기 때문에 정보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우리가 군보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잖아"
"시게오 쥬니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들의 정체를 밝히는게 좋겠어. 일진회를 빨리 찾아내야 해. 저격수가 위조여권을 가진거나 쉽게 대통령에게 접근을 한것을 보면 치밀하게 준비한것이 틀림없어. 분명히 일진회에서 지령을 받은 자일거야. 얼마전에 전임부장과 고시다를 죽인것을 보면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것 같아. 대통령저격이 그들의 최종목표는 아닐거야"
그러는데 문이 열리며 군인들과 그들을 데리고 왔던 사복차림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맨앞의 30대로 보이는 군인이 말했다.
"이 부대의 책임자입니다. 들으니 정보국에서 나오신 분들이라면서요?"
"그렇소. 정보국에 연락을 해보시오"
군인들은 모두 무표정으로 기훈과 서희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책임자가 뒤에 서있는 군인에게 말했다.
"정보국에 전화를 해봐"
명령을 받은 군인은 전화기을 꺼내 정보국에 연락했다.
"정보국입니까? 여기는 하카타완만에 있는 군부대입니다. 지금 이곳에 정보국에서 나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확인을 바랍니다"
군인은 기훈의 귀에 전화기를 갖다대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KH42호였다.
"나야"
그러자 경희의 놀란 목소리가 나왔다.
"관장님이십니까?"
그녀는 도서관에 있었기때문에 거기서는 부장을 도서관장이라고 불렀다.
"응. 이 사람들에게 나를 확인시켜줘"
그리고는 군인에게 전화를 받으라는 눈짓을 했다.
"알았읍니다"
전화를 끊은 군인은 동요없이 책임자를 쳐다보았다.
"정보국요원입니다"
책임자도 흔들림없이 기훈과 서희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옆의 분도 요원입니까?"
"그렇소"
"실례했읍니다. 수갑을 풀어드려"
수갑이 풀리자 기훈과 서희는 가발과 콧수염 그리고 안경을 벗었다.
"마약거래자를 찾으신다고요?"
"그렇소. 정보를 캐기위해서 접근하고 있었소. 앞으로 그자는 건들이지 마시오"
"알겠읍니다. 부관, 어서 그자를 데리고 와"
전화를 걸었던 자가 나가자 책임자가 서류를 읽으며 말했다.
"그자의 이름이 시게오 쥬니가 맞습니까?"
"그렇소"
"그자는 고품질의 마약을 갖고 있었읍니다. 그런 마약을 거래하는 자는 많지가 않습니다"
"알고있소"
"그리고 그가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이라는것은 알고 있읍니까?"
"그렇소. 그 기록은 없애버리시오. 그자의 정체가 일본인들에게 탄로나면 안되오"
"알겠읍니다. 앞에 부관 2명을 놓아둘테니 필요한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고맙소"
군인들이 나간 문을 서희가 노려보았다.
"평소에는 정보국이라면 쩔쩔 맸는데 뻣뻣하군요"
"신경쓰지마. 시게오 쥬니만 데리고 나가면 돼"
얼마후 문이 다시 열리며 사복차림의 남자들이 시게오 쥬니를 의자에 앉힌다음 나갔다. 시게오는 약간 여윈 모습이었다. 기훈과 서희를 보자 눈을 크게 뜨며 놀랬다.
"아니, 이곳은 왠일이십니까? 당신들도 걸려서 들어왔읍니까?"
기훈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서 부드러운 인상을 지었다.
"마약을 팔다가 걸리신겁니까?"
"네. 대통령저격사건이후 조그만 꼬투리만 잡으면 한국군이 잡아갑니다. 저도 그런와중에 걸렸지요"
"시게오 쥬니씨"
"네"
"당신을 지금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겠읍니다. 앞으로는 당신에게 이런일이 없을겁니다. 다만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무슨 말씀인지?"
기훈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처음에 속여서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정보국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네?"
시게오는 너무나 놀라서 기훈과 서희를 바라만 볼뿐이었다.
"저..저는 마약이외에는 잘못한것이 없읍니다. 일진회하고도 아무 관련이 없고요"
"압니다. 마약에 대해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신에게 접근을 한것입니다. 당신에게는 아무 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 저희들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무슨 도움을요?"
"도와주시는겁니까?"
시게오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다가 얼굴을 들었다.
"왜 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겁니까? 저를 믿으시나요?"
"정보국요원들은 동료외에는 아무도 믿지를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믿어봐도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죠?"
"당신이 한국인이기 때문이죠. 한국을 안좋게 보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본이 당신을 받아주겠읍니까? 시간이 흐르면 한국도 귀화인들을 이해해주고 포용해줄 겁니다. 더군다나 당신이 한국을 도와주면 한국도 당신에게 그만큼 보상을 해줄겁니다"
"......"
"당신의 조부님을 생각해 보세요. 그분은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와서 고생만 하시다가 조국으로 돌아가시지도 못하고 여기서 눈을 감을수밖에 없지 않으셨읍니까? 우리를 도와주면 그분도 기뻐하실겁니다"
테이블을 보며 갈등하던 시게오는 이윽고 고개를 들고 힘차게 말했다.
"알겠읍니다. 당신들을 도와드리기로 하죠"
"고맙습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당신이 준 마약들을 보니 품질이 좋더군요. 어디에서 구하시는 겁니까?"
"우선 말을 하면 거래선을 건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저도 생계유지를 위해 그것이 필요합니다"
"조사에 착수하게되면 무슨일이 날줄 몰라 약속은 못하겠지만 피해가 안가게 최선을 다하겠읍니다"
"좋습니다. 마약들은 혼슈에서 오기도 하는데 주로 후꾸오까와 나가사끼의 항구로 옵니다. 동남아나 남미에서 오는 배들이죠. 마약을 밀수하는 자들은 식품이나 원료를 수입하는 배편으로 오는걸로 알고 있읍니다. 저는 중간선에서 구입을 하는데 정확한 루트는 저도 모릅니다"
"일진회나 야꾸자와는 접촉이 있었나요?"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고객이나 거래선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일진회에 대해서는 들어본적이 없고 마약밀수조직에는 어디에나 야꾸자출신들이 있읍니다. 하지만 저는 얘기만 들었을뿐 자세히는 모릅니다"
"마약종류에 대해서는 많이 아십니까?"
"네. 이짓을 오래동안 했었기때문에 왠만한것은 압니다"
"냉동으로 들어와야 하는 마약이 있읍니까?"
"글쎄요. 그런거는 못들어봤는데요. 보통 마약들은 물에 젖지않거나 온도만 뜨겁게 않하면 됩니다"
"그런 마약이 있다면 살펴주시겠읍니까? 그리고 힘드시겠지만 고객이나 밀수업자들도 알아봐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힘들겠지만 한번 해보죠"
"고맙습니다"
기훈은 연락처를 주고 시게오를 훈방조치로 부대에서 내보낸뒤 서희와 부대를 나섰다.
18부끝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아침에 기훈은 진혜에게서 시게오 쥬니에게서 얻은 마약들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모두들 흔히 볼수 있는 마약들입니다. 하지만 질은 좋습니다"
"환각제들은 어때?"
"의사들이 처방해줄수있는 약들입니다. 약사들이나 의학연구원들이 간단하게 만들수있는 것들이죠. 이곳에서 흔히 보이는 약들입니다"
"이상한 점은 없었고?"
"네. 그리고 시게오 쥬니는 전쟁전에 마약소지로 두번 구속한것외에는 아무런 수상한 점이 없읍니다"
"일본인으로 나와있던가?"
"네. 하지만 그의 조상들을 조사해보니 한국인들이었더군요"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발설하지마"
"알았읍니다. 그리고 이건 준비해 놓으라고 말씀하신겁니다"
진혜가 가방을 책상위에 놓고 열자 그안에는 마스크와 가발들 그리고 안경과 수염들이 있었고 화장도구들도 있었다.
"사용하실줄은 아시죠?"
"응. SH50호에게도 갇다줬나?"
"네"
기훈이 가방안의 내용물들을 살펴보는데 진혜가 사근사근한 어조로 말했다.
"부장님"
"응?"
"던전에 가보시니까 어때요?"
기훈은 고개를 들어 진혜를 쳐다보았다. 어제밤에 군이 던전을 수색했으나 시체들만 있었고 그곳의 무기들을 수거하고 건물을 폐쇄시켰다는 보고를 했었다. 진혜는 호기심어린 얼굴로 기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곳에 가본적이 없어?"
"네"
"궁금해?"
"네. 거의 본부에만 있으니 세상구경을 할 기회가 없어서요. 그래서 그런 특이한 곳의 얘기를 들으면 궁금해요. 어제 부장님과 SH50호의 차림을 보니까 신기하던데요"
기훈은 웃음이 나왔다. 서희가 이말을 들었다면 아마 진혜를 가만 안놔뒀을 것이었다.
"간단히 얘기해서 심문실에서 고문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돼. 내가 자네의 입맛을 모르지만 그런곳에 가지마"
진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문을 받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곳에 왜 가요?"
"사람마다 제각기 틀린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아나?"
"그럼 부장님과 SH50호는 하셨어요?"
기훈은 이참에 서희에 대해서 슬쩍 물어보기로 했다.
"아니. 그냥 옷만 입고 물어보다가 그놈들이 낌새를 알아채서 싸움이 났어. 나는 그런곳을 안좋아하고 SH50호도 싫어하는 눈치더군"
진혜는 그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거에요. 고문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고문받기를 원하겠어요?"
"고문을 좋아해?"
그러자 진혜의 표정이 멈짓했다.
"이거 SH50호에게 말하지 마세요. 만약에 그분이 이걸 알면 저는 혼나요"
"걱정하지마. 우리들이 하는 얘기는 이방에서 안나갈테니 SH50호에 대해서 말해봐. 상관이 되어서 요원들을 알아야 제대로 쓸수 있잖아"
진혜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본 고문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잔인하게 고문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어요. 다른요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죠. 고문하는걸 즐기는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걸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것 같기도 하고. 요정에서 잡아온 여자들을 SH50호가 고문한다고 해서 부장님이 놀라셨잖아요.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어요"
"SH50호가 이곳에서 제일 오래 근무한 요원이지?"
"네"
"자네가 SH50호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느끼는 점을 말해봐"
진헤는 주저했다.
"SH50호가 저보다 위인데 그분에 대해서 말한다는것은 어쩐지........"
"괜찮아. 부장의 명령이야. SH50호에게는 모르게 할테니 걱정말고 얘기해"
진혜는 계속해서 주저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 SH50호는 혼자 있기를 좋아해서 다른 요원들과 그렇게 친하지가 않아요. 요원들도 그분을 매우 어려워하죠. 임무를 수행할때는 냉정하지만 고문할때만은 딴사람 같아요. 마치 이해할수없는 분노에 휩싸인것 같기도 하고"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는 아는것이 없지?"
"KS75호가 SH50호처럼 북한출신이잖아요. 그가 그러는데 통일전에 SH50호가 북한인민군에 소속된 대남특수공작부대에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적이 있대요"
"대남특수공작부대?"
"네. 하지만 요원들의 과거는 비밀에 묻혀있는게 관습이어서 정말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대남특수공작부대는 주요임무가 남한에 잠입해서 게릴라처럼 교란시키는것이었기 때문에 그부대에 들어갈려면 정신력과 육체가 여간 강인해서는 안되었다. 더군다나 교육과 훈련을 지옥같이 받기때문에 죽음을 아무렇지않게 생각했고 사람죽이는것도 대수롭지않게 여기던 무리들이었다. 통일후유증으로 혼란이 일어났을때 친북인사들중에는 대남특수공작부대출신 들이 많았었다.
"그밖에는 아는거 없어?"
"그정도에요. 정보국요원들의 뒤를 캐는것은 못하게 되어있고 또 그러는것도 우습잖아요. 같은 한편인데"
"알았어. 도움이 많이 되었어, 그만 나가보게"
진혜는 인사를 하고 나가다가 문득 물어보았다.
"부장님은 저에 대해서 궁금한점이 없으세요?"
"왜? 물어보면 대답해줄거야?"
"질문을 봐서요. 다른 요원들에게 물어보시지 마시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저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그러지. 보니까 성격이 활발한것 같은데 재미없는 정보국에는 왜 들어왔어?"
기훈의 질문에 진혜는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그것밖에 없어요?"
"지금 생각나는게 그것밖에 안나네"
"좋아요. 말씀드리죠. 정보국에 들어와서 부장님같은 멋있는 남자를 만나볼까 했는데 다 무뚝뚝 하잖아요. 한번 들어오면 나갈수도 없고. 그래서 그만 여기에 주저앉게 되었어요"
그녀의 말에 기훈은 웃음이 나왔다.
"하하, 정보국요원들이 연애나 결혼을 안하는거는 세상사람들이 다 알잖아?"
"남녀의 일이란 아무도 모르죠. 부장님도 언젠가 사랑에 빠지실지 누가 알아요?"
기훈과 함께 웃던 진혜는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기훈은 잠시 서희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지난 며칠동안 그녀와 함께 다니며 위험한 고비들을 넘고 그랬으나 그녀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한적이 없었다. 능력도 뛰어나고 일도 잘 처리하는 나무랄데 없는 요원이었다. 또한 그녀가 그를 죽일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그동안 기회는 충분히 많았었다. 그렇기때문에 믿을 사람이 그녀밖에 없어서 어제밤에 고시다 미아의 죽음을 얘기했었으나 그동안 이상하게 굴었던 점들이 마음에 걸렸다. 모르는 에이꼬에 대해서 지나칠정도로 호기심을 갖는것도 그랬고 그가 괜찮다고 해도 그의 곁에 있을려고 고집을 부리는것도 이해가 안되었다. 또한 사적인 감정없이 일을 처리해야하는 요원이 던전에서 남자와 라베를 죽였던것은 복수심에서 일어났던 행동이었다.
[그녀가 이곳책임자였었는데 내가 자리를 뺏어서 심통을 내는건가?]
하지만 진혜의 말대로 다른 요원들과 잘 융합하지를 않는다면 책임자로서 부적격이었다. 책임자가 되면 부하들을 감싸고 책임져야 했다.
[대남특수공작부대? 그녀는 과연 믿을수있는 사람인가?]
기훈은 서울본부로 서희의 기록을 컴퓨터로 특별요청을 했다. 그런다음 진헤가 준 가방을 열고 변장을 하다가 급히 서희의 방으로 호출을 하자 스피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나왔다.
"SH50호입니다"
"마스크를 썼어?"
"아니요"
"그럼 쓰지말고 가져와. 가발과 안경만 써. 화장은 진하게 하지 말고"
"알았읍니다"
달리는 차안에는 안경을 낀 두남녀가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콧수염을 단 기훈은 학자같아 보였고 긴머리와 화장을 엷게 한 서희는 학교선생님처럼 보였다.
"마스크는 왜 쓰지말라고 했읍니까? 일진회가 자세히 보면 우리들을 알아볼수가 있는데요"
"시데오 쥬니한테 가는 길이야. 우리를 알아보지 못해서 마스크를 벗는다면 의심할거잖아"
"시데오는 왜요?"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 그보다 요원들에 대해서 자네가 알고있는점들을 말해봐"
"요원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파악하고 있는 점들을 말씀드리죠"
"행동요원들부터 말해봐"
"JT56호는 생김새처럼 상황판단이 예리합니다. 조그만것이라도 세심히 살펴보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다른요원들보다 증거를 잡아내는것이 뛰어납니다. 성격은 원만한편입니다"
"그친구와 HS67호가 변장술에 제일 뛰어나다고 그랬지?"
"네. 여기에서는 그들이 단연 최고입니다"
"다음은?"
"SC62호는 부장님도 함께 있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성격이 소탈하고 하던일의 끝을 봐야 성미가 풀리는 스타일이죠. 어떻게 보면 형사같기도 합니다"
"그런것 같더군"
"HS67호는 일처리가 꼼꼼합니다. 다른요원들보다 젊은세대들을 잘 이해해서 치쿠호오쪽을 맡고 있읍니다. 성격은 활발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새침떼기 같기도 합니다"
"KS75호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입니다. 조심스럽고 임무를 맡으면 정신없이 파고드는 스타일이죠"
"그친구의 표정을 보니 뭔가 불만이 있던거 같던데"
"원래 그런 표정인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때부터 그런 인상이었읍니다. 모두들 그런거보다하고 여기고 있죠"
"분석요원들은 어때?"
"분석요원들은 보통 본부에 있어서 의심이 제일 적게 가는 요원들로 생각됩니다. 많은 시간을 가져보셔서 그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하셨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자네의 생각이 듣고싶어"
"모두들 맡은 일들을 잘 해냅니다. JH72는 붙임성이 있고 호기심도 많으것 같아 보입니다"
기훈이 생각해도 진혜는 그런것 같았다. 하지만 자료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호기심도 있어야되어서 그리 흠일수는 없었다.
"SJ87호는 기계와 연구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공학도 스타일이죠. 일단 일에 몰두하면 옆에 누가 와도 눈치를 못챌 정도입니다. 성격도 괜찮고 남의 말을 잘들어주죠"
"KH42호는?"
"지부의 사무적인 일과 재정을 맡고 있어서 만약 그녀가 없으면 본부가 안돌아갈 정도입나다. 일을 잘 처리하고 친절한 성격입니다. 외부에서 오는 전화를 그녀가 받습니다"
"자네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나? 자네도 알아야 할거 아니야?"
그러자 서희는 기훈을 쳐다보았다.
"뭘 알고 싶으신 겁니까?"
"다른 요원들을 설명한것처럼 자네에 대해서 전체적인 브리핑을 듣고싶군"
서희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부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군요"
뜻밖의 질문에 기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자네를 잘 알지를 못해서 내생각이 틀릴수가 있지"
"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시죠"
기훈은 말을 잘못해서 서희의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그래도 말을 하기로 했다.
"자네는 듣던대로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요원이야. 내가 느낀바로는 자네는 자존심이 아주 강하고 속을 남에게 보이기를 무척 꺼려하는것 같더군. 그래서 다른 요원들과도 잘 어울리지를 않지. 정말 그렇다면 자네가 책임자로 승진했을때 어려움을 겪게 돼. 내말에 마음이 상한다면 미안해"
서희가 말없이 침묵하고 있자 기훈은 걱정이 되었다.
"자네도 나에 대해서 할말이 있으면 해봐. 자네에게는 나도 혐의자가 될수 있잖아?"
그러자 서희는 앞만 보며 감정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냉정한 마음 한구석에 정이 있는것 같더군요. 정보국요원에게는 금물이죠"
기훈은 흠짓해서 무표정인 서희를 쳐다보았다.
[어제아침에 에이꼬와 같이 있는것을 보았나?]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 제생각입니다. 다 온것 같군요"
기훈은 앞을 보니 데무르레코드가게가 보여 차를 세웠다. 서희와 함께 걸어가니 문을 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닫혀있었다.
"왠일이죠? 오늘은 장사를 안하나?"
서희가 중얼거리고 있는데 맞은편 건물에서 사복을 입은 두남자가 나와서 그들에게 걸어왔다. 긴장한 기훈과 서희는 경계를 하며 그들을 바라보는데 그중의 한명이 말했다.
"가게에 오신겁니까?"
"네. 음악CD를 살까해서 지나는길에 들렀읍니다. 왜 그러십니까?"
"신분증들을 보여주시겠읍니까?"
"누구십니까?"
남자들은 신분증들을 꺼내 보이면서 말했다.
"군에서 나왔읍니다"
자세히 보니 틀림없는 군신분증이었다. 서희와 그들에게 새로 만든 신분증을 주었다.
"한국에서 오신 교수님들이시군요. 후꾸오까에는 강의를 하러 오신겁니까?"
"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이곳의 주인이 어제밤 마약을 판매하는것을 적발해서 지금 군에서 조사를 받고 있읍니다. 저희들은 단골고객들을 잡기위해서 잠복근무하는 중입니다"
기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인들끼리 마약을 사고 파는것은 어느정도 눈감아 주는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저격사건으로 일진회를 파악할려고 수상한 자들은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졌읍니다. 다른나라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마약거래자들을 잡아들이는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죠"
"지금 주인은 어디 있읍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사복차림의 군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을 아십니까? 혹시 그자와 마약거래를 하시는것은 아니겠죠?"
신분을 밝히고 싶지않았으나 시게오 쥬니라는 끈을 망가트릴수가 없어 기훈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는 정보국에서 나온 사람들이오. 주인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오"
군인들은 기훈의 말에 기겁을 했다.
"네?"
"조용히하고 우리를 연행하는척하며 그자에게 안내하시오. 그리고 당신들은 이곳에서 철수하시오"
기훈과 서희를 훑어보다가 서로 얼굴을 쳐다본 군인들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모르니 일단 이곳의 주인이 있는곳으로 가서 신원조회를 하겠읍니다"
"그렇게 하시오"
군인들은 기훈과 서희에게 수갑을 채운다음 그들을 데리고 자신들의 차에 탔다. 그런다음 부대로 연락을 하고 멀지않은곳에 있는 하카타완만의 한국군부대로 갔다.
부대에는 게엄령으로 모든군인들이 무장하고 있었고 감옥이 충분하지않아 임시로 만든 수용소에는 일본인들이 바글거렸다. 기훈과 서희와 함께 온 사복차림의 군인들은 그들을 데리고 부대중앙에 있는 건물로 가서 어느방으로 안내했다. 방은 작았으며 테이블과 의자몇개가 있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군인들은 수갑을 풀어주지않고 나가버렸다. 기훈이 방안을 둘러보니 도청장치나 감시카메라등은 없었다. 서희가 초조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군이 정보국에게 불만이 많은데 순순히 협조를 해줄까요?"
"그럴거야. 군도 테러범들을 찾아내는것에 혈안이 되어있고 또 일본인들의 폭동도 진압해야하기 때문에 정보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우리가 군보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잖아"
"시게오 쥬니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들의 정체를 밝히는게 좋겠어. 일진회를 빨리 찾아내야 해. 저격수가 위조여권을 가진거나 쉽게 대통령에게 접근을 한것을 보면 치밀하게 준비한것이 틀림없어. 분명히 일진회에서 지령을 받은 자일거야. 얼마전에 전임부장과 고시다를 죽인것을 보면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것 같아. 대통령저격이 그들의 최종목표는 아닐거야"
그러는데 문이 열리며 군인들과 그들을 데리고 왔던 사복차림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맨앞의 30대로 보이는 군인이 말했다.
"이 부대의 책임자입니다. 들으니 정보국에서 나오신 분들이라면서요?"
"그렇소. 정보국에 연락을 해보시오"
군인들은 모두 무표정으로 기훈과 서희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책임자가 뒤에 서있는 군인에게 말했다.
"정보국에 전화를 해봐"
명령을 받은 군인은 전화기을 꺼내 정보국에 연락했다.
"정보국입니까? 여기는 하카타완만에 있는 군부대입니다. 지금 이곳에 정보국에서 나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확인을 바랍니다"
군인은 기훈의 귀에 전화기를 갖다대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KH42호였다.
"나야"
그러자 경희의 놀란 목소리가 나왔다.
"관장님이십니까?"
그녀는 도서관에 있었기때문에 거기서는 부장을 도서관장이라고 불렀다.
"응. 이 사람들에게 나를 확인시켜줘"
그리고는 군인에게 전화를 받으라는 눈짓을 했다.
"알았읍니다"
전화를 끊은 군인은 동요없이 책임자를 쳐다보았다.
"정보국요원입니다"
책임자도 흔들림없이 기훈과 서희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옆의 분도 요원입니까?"
"그렇소"
"실례했읍니다. 수갑을 풀어드려"
수갑이 풀리자 기훈과 서희는 가발과 콧수염 그리고 안경을 벗었다.
"마약거래자를 찾으신다고요?"
"그렇소. 정보를 캐기위해서 접근하고 있었소. 앞으로 그자는 건들이지 마시오"
"알겠읍니다. 부관, 어서 그자를 데리고 와"
전화를 걸었던 자가 나가자 책임자가 서류를 읽으며 말했다.
"그자의 이름이 시게오 쥬니가 맞습니까?"
"그렇소"
"그자는 고품질의 마약을 갖고 있었읍니다. 그런 마약을 거래하는 자는 많지가 않습니다"
"알고있소"
"그리고 그가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이라는것은 알고 있읍니까?"
"그렇소. 그 기록은 없애버리시오. 그자의 정체가 일본인들에게 탄로나면 안되오"
"알겠읍니다. 앞에 부관 2명을 놓아둘테니 필요한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고맙소"
군인들이 나간 문을 서희가 노려보았다.
"평소에는 정보국이라면 쩔쩔 맸는데 뻣뻣하군요"
"신경쓰지마. 시게오 쥬니만 데리고 나가면 돼"
얼마후 문이 다시 열리며 사복차림의 남자들이 시게오 쥬니를 의자에 앉힌다음 나갔다. 시게오는 약간 여윈 모습이었다. 기훈과 서희를 보자 눈을 크게 뜨며 놀랬다.
"아니, 이곳은 왠일이십니까? 당신들도 걸려서 들어왔읍니까?"
기훈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서 부드러운 인상을 지었다.
"마약을 팔다가 걸리신겁니까?"
"네. 대통령저격사건이후 조그만 꼬투리만 잡으면 한국군이 잡아갑니다. 저도 그런와중에 걸렸지요"
"시게오 쥬니씨"
"네"
"당신을 지금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겠읍니다. 앞으로는 당신에게 이런일이 없을겁니다. 다만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무슨 말씀인지?"
기훈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처음에 속여서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정보국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네?"
시게오는 너무나 놀라서 기훈과 서희를 바라만 볼뿐이었다.
"저..저는 마약이외에는 잘못한것이 없읍니다. 일진회하고도 아무 관련이 없고요"
"압니다. 마약에 대해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신에게 접근을 한것입니다. 당신에게는 아무 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 저희들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무슨 도움을요?"
"도와주시는겁니까?"
시게오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다가 얼굴을 들었다.
"왜 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겁니까? 저를 믿으시나요?"
"정보국요원들은 동료외에는 아무도 믿지를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믿어봐도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죠?"
"당신이 한국인이기 때문이죠. 한국을 안좋게 보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본이 당신을 받아주겠읍니까? 시간이 흐르면 한국도 귀화인들을 이해해주고 포용해줄 겁니다. 더군다나 당신이 한국을 도와주면 한국도 당신에게 그만큼 보상을 해줄겁니다"
"......"
"당신의 조부님을 생각해 보세요. 그분은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와서 고생만 하시다가 조국으로 돌아가시지도 못하고 여기서 눈을 감을수밖에 없지 않으셨읍니까? 우리를 도와주면 그분도 기뻐하실겁니다"
테이블을 보며 갈등하던 시게오는 이윽고 고개를 들고 힘차게 말했다.
"알겠읍니다. 당신들을 도와드리기로 하죠"
"고맙습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당신이 준 마약들을 보니 품질이 좋더군요. 어디에서 구하시는 겁니까?"
"우선 말을 하면 거래선을 건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저도 생계유지를 위해 그것이 필요합니다"
"조사에 착수하게되면 무슨일이 날줄 몰라 약속은 못하겠지만 피해가 안가게 최선을 다하겠읍니다"
"좋습니다. 마약들은 혼슈에서 오기도 하는데 주로 후꾸오까와 나가사끼의 항구로 옵니다. 동남아나 남미에서 오는 배들이죠. 마약을 밀수하는 자들은 식품이나 원료를 수입하는 배편으로 오는걸로 알고 있읍니다. 저는 중간선에서 구입을 하는데 정확한 루트는 저도 모릅니다"
"일진회나 야꾸자와는 접촉이 있었나요?"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고객이나 거래선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일진회에 대해서는 들어본적이 없고 마약밀수조직에는 어디에나 야꾸자출신들이 있읍니다. 하지만 저는 얘기만 들었을뿐 자세히는 모릅니다"
"마약종류에 대해서는 많이 아십니까?"
"네. 이짓을 오래동안 했었기때문에 왠만한것은 압니다"
"냉동으로 들어와야 하는 마약이 있읍니까?"
"글쎄요. 그런거는 못들어봤는데요. 보통 마약들은 물에 젖지않거나 온도만 뜨겁게 않하면 됩니다"
"그런 마약이 있다면 살펴주시겠읍니까? 그리고 힘드시겠지만 고객이나 밀수업자들도 알아봐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힘들겠지만 한번 해보죠"
"고맙습니다"
기훈은 연락처를 주고 시게오를 훈방조치로 부대에서 내보낸뒤 서희와 부대를 나섰다.
18부끝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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