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제국의 역습 17부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총소리가 나자 기훈과 서희는 사무실입구에서 본능적으로 납작하게 엎드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사격을 했다. 잠시후 총소리가 멎자 기훈은 사격을 중단하고 옆을 보았다. 서희는 총을 겨냥하면서 앞쪽을 경계하고 있었고 고니는 가슴에 여러군데 총상을 입고 죽어있었다.
"괜찮나?"
"네. 그 여자는 죽었읍니까?"
"응. 아깝게 됐군"
기훈은 서희에게 엄호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엘리베이터앞에는 그들을 위에서 이곳으로 안내했던 체격이 건장한 남자가 쓰러져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붉은 피가 나오고 있었고 옆에는 자동소총이 놓여있었다. 남자가 죽은것을 확인한 기훈은 소총을 챙기고 서희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서희는 쓰러져있는 남자를 묵묵히 보았다.
"위에는 처음만났던 두명이 있겠군요"
"최소한 그럴거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얼마쯤 올라가다가 기훈은 갑자기 정지단추를 눌러 엘리베이터를 세웠다. 그런다음 천장에 있는 뚜껑을 열어 그위로 올라가서 서희가 올라오는것을 도와주었다. 위를 보니 문이 멀리보이는게 한참을 더 올라가야했다. 장부를 바지뒷춤에 단단히 넣은다음 엘리베이터를 올리고 내리는 철끈을 잡았다.
"이리와"
서희는 기훈의 의도를 알아채고 다가와서 무릎을 구부린 그의 목을 끌어안고 철끈을 잡았다.
"단단히 잡어. 위에서는 놈들이 기다리고 있을줄 모르니 경계를 해"
서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훈은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자신의 몸으로 바짝 밀착시킨다음 엘리베이터에 달려있는 철끈을 총으로 쏘아 끊어버렸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무서운 속력으로 밑으로 떨어지고 기훈과 서희가 잡고 있는 철끈은 위로 올라갔다. 둘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위를 쳐다보는데 밑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바닥에 떨어져 충돌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먼지가 올라왔다. 철끈은 계속 올라가다가 멈추어서 기훈과 서희는 철끈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기훈을 바짝 끌어안고 있는 서희에게 그의 자지와 입고있는 가죽조끼사이로 드러난 그의 단단한 맨가슴이 느껴졌다. 그러자 방에서 보았던 기훈의 하체가 생각나서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위를 보니 엘리베이터문은 얼마 안남아 있었다. 기훈이 작은소리로 말했다.
"위로 올라갈수 있겠어?"
"네"
"그럼 먼저 올라가서 문밑에서 멈추고 나를 기다려"
서희가 철끈을 잡고 올라가자 기훈의 눈앞으로 잠바와 수영복같은 가죽옷을 입은 그녀의 상체와 망사스타킹을 입은 다리들이 차례대로 지나갔다. 그런다음 기훈은 위에 있는 서희의 엉덩이와 다리를 보면서 따라올라갔다. 줄을 타고 올라가던 서희는 엘리베이터문의 바로밑에서 멈추고 기훈을 기다렸다. 그가 올라와서 그녀를 안은다음 엘리베이터문을 잡고 바깥을 보자는 신호를 보냈다. 철끈을 벽쪽으로 움직여 발을 벽에 딛인다음 천천히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문을 잡았다.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훈이 옆에 있는 서희에게 눈짓을 주자 그녀는 총을 꺼내 경계하고 그는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문을 나갈수있을 정도만큼 위로 올렸다. 몸을 구르고 나온 기훈은 총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며 서희를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도 나오자 둘은 조심스럽게 소방차차고로 나가는 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자 차고에도 아무도 없었고 어두운 불빛만 있었다. 소리없이 차고를 가로지르는데 2층으로 가는 계단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기훈은 몸을 날리며 계단옆으로 숨고 서희는 펑크들이 타고 내려왔던 기둥옆에 숨어 윗쪽을 총으로 겨냥했다. 계단의 그림자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별안간 서희가 있는 기둥위로 펑크하나가 총을 쏘면서 몸을 내려트리자 서희는 몸을 구르며 그에게 총을 쏜다음 그위를 향해 다시 사격을 했다. 펑크가 차고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과 함께 기훈은 계단을 밟으며 위로 뛰어 올라갔다. 2층에 있던 펑크는 기둥구멍으로 날라오는 총알들에 잠시 멈짓하다가 기훈의 소리를 듣고 재빨리 총을 겨누었으나 이미 기훈의 총에서 나온 총알들이 그의 몸을 관통한후였다. 펑크들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자동소총들을 가지고 있었다. 2층에는 펑크들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의자몇개와 테이블 그리고 전화기 1대가 있었다. 테이블위에는 트럼프카드장들과 돈이 널려져 있었다. 자세히 조사하다가 아무것도 안나오자 기훈은 밑으로 내려왔다.
"2층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만 나가지"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온 기훈과 서희는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세워놓은곳으로 걸어갔다.
바깥은 조용했고 이미 저녁이 되어 캄캄했다. 서희가 운전석으로 갈려고 하자 기훈이 제지했다.
"내가 운전하지. 이제는 길을 어느정도 아니까 괜찮을거야"
서희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열쇠를 주고 조수석에 앉았다. 운전을 하며 얼마정도를 가니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뒤에서는 따라오는 차들은 없었다. 서희를 보니 그녀는 옆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서희는 고개를 돌리지않고 한참있다가 대답했다.
"네"
"내가 방심했었어. 나때문에 고생을 시켜서 미안해"
"아닙니다. 부장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가 원해서 따라온건데요"
잠시 적막이 흐르다가 서희가 입을 열었다.
"부장님"
"응?"
"던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아무에게도 말씀을 안해주셨으면 합니다"
옆을 보니 서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일이 뭔지를 기훈은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강하군]
"알았어. 걱정하지마"
"고맙습니다"
"이런 성고문을 받아본게 처음인가?"
"......."
"이런일은 우리들에게 언제든지 일어날수가 있어. 빨리 잊어버리는게 좋아"
"알겠읍니다"
본부에 오자 석재와 진혜가 그들의 옷차림을 보고 입을 벌렸다.
"어떻게 된겁니까?"
"던전에 갔다가 습격을 당했어. 우리가 나올때는 그곳의 사람들이 모두 죽어있었는데 군에게 연락해서 다시한번 조사를 해보라고 그래. 그리고 히데요 도시까의 사진을 갖고 있지?"
"네"
기훈은 분석요원들에게 던전주소를 말해준다음 장부와 디스크들을 건네주었다.
"이것들을 조사해봐. 디스크에 히데요가 있어. 그리고 장부에 있는 이름들도 모조리 신원조회를 해봐"
"네. 그리고 대통령을 저격한 자의 신원이 밝혀졌읍니다"
"누구야?"
"이름은 고찌로 다리주이고 나이는 28세입니다. 본적은 요코하마이고 일진회와의 관련은 아직 밝혀지지가 않았읍니다"
"나까무라대위의 후손들을 알아보라는것은 어떻게 되었나?"
"증손자1명만 있는데 지금은 행방을 모릅니다. 보고서를 부장님의 사무실에 갖다 놓았읍니다"
"알았어. 나중에 내사무실로 와봐"
"네"
기훈이 자리를 뜨자 서희도 쳐다보는 진혜와 석재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방으로 갔다. 분석실로 오면서 진혜가 말했다.
"어울린다"
"뭐가요?"
"부장님과 SH50호"
"네?"
"그렇잖아. 둘이 분위기도 비슷하고 실력들도 뛰어나잖아. 사귀면은 정말 잘 어울릴 커플이야"
"에이, 정보국요원들이 어떻게 이성을 사귀어요?"
"말이 그렇다 그런거지. 그런데 부장님이 저런 옷차림을 하고있으니까 멋있네"
진혜의 실없는 말에 석재는 웃으며 그녀를 따라 분석실로 들어갔다.
기훈은 씻고 옷을 갈아입은다음 사무실에서 분석요원들이 갖다놓은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나까무라대위의 증손자인 나까무라 사토시는 나이가 35세였고 미혼이었다. 전쟁전에는 경찰에 있었고 일진회에 소속되어 있었다. 주소는 오사까인데 집은 전쟁때 폭격으로 없어져 있었다. 지금은 행방이 묘연해서 사망처리도 안되고 있었다. 경찰복과 모자를 쓰고있는 사진을 보니 차가운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오사까라.......]
문에 노크소리가 났다.
"들어와"
진혜와 석재는 들어와서 기훈앞에 섰다.
"보고서는 잘봤어. 나까무라 사토시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 만약 죽었다면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아보고"
"네"
"군에는 연락했나?"
"네. 즉시 출동하겠답니다"
"그리고 내가 알아보라고 한것은 어떻게 되었나?"
"도쿄로 연락을 해서 알아보라고 했읍니다. 하지만 자료들이 많지가 않아서 어려울거라고 합니다. 미국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 유엔과 인권단체들을 동원해 일제때의 종군위안부와 731부대를 문제삼았었읍니다. 그래서 일본정부가 그것들에 관한 자료들을 없애거나 깊숙히 숨겨놓았답니다. 그동안 숨겨놓은 자료들을 찾아보았지만 정확히 알고있는 사람이 없어서 애를 먹고 있었답니다"
"알았어. 계속해서 도쿄로 연락을 하고 내가 준 장부와 디스크들을 되도록이면 빨리 조사를 해. 그리고 이곳에는 불법으로 하는 성환락소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아나?"
"정확히는 모릅니다. 오늘 가셨던곳에 일진회가 있었읍니까?"
"일진회와 관련이 있더군. 더군다나 일진회에서 나와 SH50호의 사진들을 찍어서 후꾸오까에 퍼트리고 다닌데"
"큰일이군요. 나가실때 변장을 하셔야겠읍니다"
"응. 그럴생각이야. 더 할말이 없으면 나가서 일을 봐"
진혜와 석재가 나가자 기훈은 나까무라 사토시의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던전에서 보았던 카메라렌즈들이 우연히 생각났다.
[교묘하게 만들었던데. 잘못하면 눈치를 못챌뻔 했어. 던전이 그정도인데 앞으로는 어디를 가든 단단히 조심을 해야겠어]
그러는데 문득 짚이는게 있었다.
[설마......]
기훈은 벌떡 일어나서 서희의 방으로 뛰어갔다. 생각없이 그녀의 방문을 노크없이 열다가 그만 우뚝 서버렸다. 나체로 서있는 서희도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다가 기훈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라서 입을 벌리고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직까지 어느정도의 물기가 있는 그녀의 육체는 아름다웠다. 늘씬한 몸매는 탄탄했고 젖가슴은 생각보다 풍만했으며 잘룩한 허리와 근육질의 복부밑에 있는 번들거리는 수풀은 신비스럽게 보였다. 던전에서 그녀의 몸의 일부분을 보았으나 이정도인지는 몰랐다. 정신을 차린 서희는 들고있던 수건으로 얼른 몸을 가리며 등을 돌렸다. 기훈도 정신이 들어 말을 더듬으며 급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미..미안해"
복도로 나온 기훈은 어떡해야 좋을지를 몰라 머뭇거리는데 방문이 열리며 수건을 몸에 두른 서희가 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서희의 얼굴은 빨갛게 되어있었다. 기훈은 그녀를 똑바로 못쳐다보며 말했다.
"물어볼게 있어서 왔는데 옷을 안입고 있는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해. 나중에 부를게"
"제방에 오신걸 보면 급한일인가 보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기훈이 잠시 서있자 티와 바지를 입은 서희가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서희는 아직까지 머리가 젖어있었다. 화장을 안한 얼굴은 평소의 차갑던 인상과는 다르게 순진하게 보였다. 방안은 평범하고 깨끗했다. 책장에는 책들이 많이 있었는데 거의가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들이었다. 서희는 책상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앉으세요"
기훈이 의자에 앉자 서희도 마주보며 침대에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얼굴에 홍조를 띤채 계면쩍게 미소를 지었다.
"제방에 누가 오기는 부장님이 처음이시네요"
"그런가? 책들을 보니 철학에 관심이 많은것 같군"
"네"
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은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근데 무슨 일이죠?"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고시다 미아가 죽었을때 자네는 실수를 안했다고 그랬지?"
"네. 저도 그녀의 죽음이 이상했다고 여기고 있었읍니다. 절대로 그렇게 안했거든요. 그런데 왜 그러시죠?"
서희의 실력들을 보아온 기훈은 그녀가 그런 실수를 했었을리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시다가 죽었던 시간의 비디오를 봤지?"
"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들었어?"
"갑자기 피를 내며 죽은거요?"
"응.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자네가 실수를 했을수도 있고 사람마다 신체구조가 틀려서 그럴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었어. 실수를 안한게 확실하지?"
"확실합니다. 만약에 고문을 하다가 막대기가 자궁과 내장을 뚫었다면 그자리에서 피를 내며 죽었을겁니다. 하지만 고시다는 그러지 않았어요"
서희의 단호한 태도를 보자 기훈은 확신이 생겼다.
"그날밤 모든 요원들이 이곳에 있었지?"
"네"
"자네는 그시간에 뭘 하고 있었지?"
"여기서 눈을 붙히고 있었읍니다"
서희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훈이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를 재촉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제3자가 고시다를 죽였을거라는 가능성이 생각났어"
"네?"
서희는 손으로 벌어진 입을 막고 기훈을 쳐다보았다.
"그럼 누가? 혹시 요원들을 의심하시는겁니까?"
"응. 외부에서 들어오는것도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것도 역시 내부에서 도움을 줘야해"
"하..하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정보국요원이 일진회를 도와줄 까닭이 없지 않습니까?"
"사람속은 아무도 모르지"
"비디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읍니다"
"비디오카드를 카메라에 바꿔낀다면 충분히 그럴수있어. 옛날에 그런 술수를 본적이 있거든"
서희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도 혐의자일수가 있읍니다"
"물론이야. 나도 마찬가지지"
"그런데 왜 이걸 저에게 말씀하시는거죠?"
"아직까지 자네도 의심하고 있어. 하지만 만약에 이일이 사실이라면 믿을 요원들이 한명도 없게 돼. 일을 하는데 막대한 지장이 생기게 되지. 이곳에 온지가 얼마안되어 나혼자로서는 범인을 색출하는게 어려워. 적어도 누구 한명의 도움이 필요해. 그동안 자네와 붙어다녔고 자네가 한 일도 보아와서 그래도 믿을사람은 자네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요원들을 사무적으로 만나야하기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그러니 자네가 요원들과 얘기를 해보면서 하나씩 살펴보고 나에게 보고를 해줘. 물론 나도 그럴거지만"
"알겠읍니다"
"자세한 얘기는 내일 밖에서 하지. 그만 쉬게"
기훈이 나가자 서희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오이타항구에서는 어느 한 신부가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기다란 신부복과 그위에 롱코트를 입은 신부는 30대로 보였고 큰키에 온화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가방을 든 신부에게 한국관원이 물었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신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신분증을 주었다.
"오사까에서 사는군요. 이곳에는 무슨일로 왔읍니까?"
"나가사끼에서 미사집회가 있어 가는길입니다"
"가만있자, 맞아. 며칠전에는 어떤 신부가 나가사끼에서 오사까로 가던데 당신은 그 반대이군요"
"나가사끼에 추기경님이 계셔서 그분이 신부들에게 다른곳에서 미사집회를 도우라는 명을 내리시죠. 저는 추기경님이 부르셔서 그쪽으로 가는길입니다"
"그렇습니까? 가방을 열어주시겠읍니까?"
가방을 열자 그안에는 옷들과 십자가 몇개 그리고 성경책 2권이 들어있었다.
"됐읍니다. 가보시죠"
신부는 한국관원에게 인사를 하고 항구를 떠났다.
후꾸오까역에서는 한국관원이 30대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신분증을 보고 있었다. 남자는 172정도되는 키에 몸은 호리호리했다. 인상은 창백하고 고독해 보였으며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남자는 가방과 첼로케이스를 들고 있었다.
"오사까에서 이곳은 무슨일로 왔읍니까?"
"키타루대학에 공부를 하기위해서 왔읍니다"
키타루대학은 음악전문대학교였다.
"음악을 하십니까?"
"네. 첼로를 하고 있읍니다. 전쟁전에 공부를 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할려고 가는 길입니다"
"소지품들을 검사하겠읍니다"
가방에는 옷들과 책들 그리고 악보들이 있었고 첼로케이스에는 낡은 첼로가 들어있었다. 무거운 첼로를 들어 밑에도 조사해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통과입니다"
남자는 인사를 하고 무거운 첼로케이스를 짊어지고 가방을 들며 버스를 타기위해서 거리로 갔다.
20대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키타큐슈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168정도의 키를 가진 여자는 평범한 옷을 입고 조그만 가방을 들고 있었다. 얼굴은 상냥하게 보였고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공장사이에 있는 골목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걷고 있는데 20대로 보이는 4명의 건달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가씨, 어디 가는거야?"
"이쁜데. 우리와 놀아볼래?"
여자는 겁을 내며 말했다.
"왜 이래요? 그냥 가게 해주세요"
건달들은 웃으며 음흉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가씨의 몸매가 예뻐보이는데 즐기고 싶어서 그래. 이리와봐"
여자는 울음이 터질것같은 표정으로 몸을 움추리며 애원했다.
"안돼요. 제발 가게 해주세요"
건달 1명이 웃으면서 그녀의 팔을 잡을려고 손을 뻗었다.
"이리와. 오빠들이 재미나게 해줄게"
손이 그녀의 팔에 닿는순간 여자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면서 건달의 팔을 꺾어서 뼈를 부러트렸다. 그러자 건달은 땅에 주저않으며 바닥에서 고통으로 뒹굴었다. 다른 건달들은 표정이 비뀌며 여자를 애워쌌다.
"뭐야? 이년. 죽고싶어 환장했군"
앞에서 건달이 달려들자 여자는 공중으로 뛰면서 그의 면상을 걷어찼다. 그런다음 착지해서 뒤에서 그녀를 잡는 건달의 다리를 발로 세차게 가격해서 부러트리고 옆에서 달려오는 건달의 자지를 무릎으로 찍고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여자의 긴손톱들이 목안으로 파고들어오자 건달은 몸부림을 쳤다. 여자는 싸늘한 웃음을 짓더니 목을 잡고있던 손을 놓았다. 건달은 피가 나오는 목을 붙잡고 헐떡거렸다. 여자는 계속 웃음을 지으면서 건달의 얼굴을 붙잡고 세차게 비틀어 목뼈를 부러트렸다. 같은 방식으로 쓰러져있는 건달들도 죽인다음 옷을 바로하고 가방을 들었다. 다시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는 골목안으로 사라졌다.
17부끝
한국정보국 후꾸오까지부
부장: 이기훈. KH29호.
1. 한서희. SH50호. 32세. 행동요원. 여. 평안남도 평양 출신.
2. 우지태. JT56호. 30세. 행동요원. 남. 경상북도 대구 출신.
3, 김상철. SC62호. 30세. 행동요원. 남. 전라남도 광주 출신.
4. 정희숙. HS67호. 28세. 행동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5. 박광석. KS75호. 27세. 행동요원. 남. 황해도 해주 출신.
6. 나진혜. JH72호. 29세. 분석요원. 여. 서울 특별시 출신.
7. 오석재. SJ87호. 27세. 분석요원. 남. 함경남도 함흥 출신.
8. 신경희. KH42호. 42세. 행정요원. 여. 강원도 강릉 출신.
총소리가 나자 기훈과 서희는 사무실입구에서 본능적으로 납작하게 엎드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사격을 했다. 잠시후 총소리가 멎자 기훈은 사격을 중단하고 옆을 보았다. 서희는 총을 겨냥하면서 앞쪽을 경계하고 있었고 고니는 가슴에 여러군데 총상을 입고 죽어있었다.
"괜찮나?"
"네. 그 여자는 죽었읍니까?"
"응. 아깝게 됐군"
기훈은 서희에게 엄호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엘리베이터앞에는 그들을 위에서 이곳으로 안내했던 체격이 건장한 남자가 쓰러져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붉은 피가 나오고 있었고 옆에는 자동소총이 놓여있었다. 남자가 죽은것을 확인한 기훈은 소총을 챙기고 서희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서희는 쓰러져있는 남자를 묵묵히 보았다.
"위에는 처음만났던 두명이 있겠군요"
"최소한 그럴거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얼마쯤 올라가다가 기훈은 갑자기 정지단추를 눌러 엘리베이터를 세웠다. 그런다음 천장에 있는 뚜껑을 열어 그위로 올라가서 서희가 올라오는것을 도와주었다. 위를 보니 문이 멀리보이는게 한참을 더 올라가야했다. 장부를 바지뒷춤에 단단히 넣은다음 엘리베이터를 올리고 내리는 철끈을 잡았다.
"이리와"
서희는 기훈의 의도를 알아채고 다가와서 무릎을 구부린 그의 목을 끌어안고 철끈을 잡았다.
"단단히 잡어. 위에서는 놈들이 기다리고 있을줄 모르니 경계를 해"
서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훈은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자신의 몸으로 바짝 밀착시킨다음 엘리베이터에 달려있는 철끈을 총으로 쏘아 끊어버렸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무서운 속력으로 밑으로 떨어지고 기훈과 서희가 잡고 있는 철끈은 위로 올라갔다. 둘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위를 쳐다보는데 밑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바닥에 떨어져 충돌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먼지가 올라왔다. 철끈은 계속 올라가다가 멈추어서 기훈과 서희는 철끈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기훈을 바짝 끌어안고 있는 서희에게 그의 자지와 입고있는 가죽조끼사이로 드러난 그의 단단한 맨가슴이 느껴졌다. 그러자 방에서 보았던 기훈의 하체가 생각나서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위를 보니 엘리베이터문은 얼마 안남아 있었다. 기훈이 작은소리로 말했다.
"위로 올라갈수 있겠어?"
"네"
"그럼 먼저 올라가서 문밑에서 멈추고 나를 기다려"
서희가 철끈을 잡고 올라가자 기훈의 눈앞으로 잠바와 수영복같은 가죽옷을 입은 그녀의 상체와 망사스타킹을 입은 다리들이 차례대로 지나갔다. 그런다음 기훈은 위에 있는 서희의 엉덩이와 다리를 보면서 따라올라갔다. 줄을 타고 올라가던 서희는 엘리베이터문의 바로밑에서 멈추고 기훈을 기다렸다. 그가 올라와서 그녀를 안은다음 엘리베이터문을 잡고 바깥을 보자는 신호를 보냈다. 철끈을 벽쪽으로 움직여 발을 벽에 딛인다음 천천히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문을 잡았다.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훈이 옆에 있는 서희에게 눈짓을 주자 그녀는 총을 꺼내 경계하고 그는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문을 나갈수있을 정도만큼 위로 올렸다. 몸을 구르고 나온 기훈은 총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며 서희를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도 나오자 둘은 조심스럽게 소방차차고로 나가는 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자 차고에도 아무도 없었고 어두운 불빛만 있었다. 소리없이 차고를 가로지르는데 2층으로 가는 계단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기훈은 몸을 날리며 계단옆으로 숨고 서희는 펑크들이 타고 내려왔던 기둥옆에 숨어 윗쪽을 총으로 겨냥했다. 계단의 그림자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별안간 서희가 있는 기둥위로 펑크하나가 총을 쏘면서 몸을 내려트리자 서희는 몸을 구르며 그에게 총을 쏜다음 그위를 향해 다시 사격을 했다. 펑크가 차고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과 함께 기훈은 계단을 밟으며 위로 뛰어 올라갔다. 2층에 있던 펑크는 기둥구멍으로 날라오는 총알들에 잠시 멈짓하다가 기훈의 소리를 듣고 재빨리 총을 겨누었으나 이미 기훈의 총에서 나온 총알들이 그의 몸을 관통한후였다. 펑크들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자동소총들을 가지고 있었다. 2층에는 펑크들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의자몇개와 테이블 그리고 전화기 1대가 있었다. 테이블위에는 트럼프카드장들과 돈이 널려져 있었다. 자세히 조사하다가 아무것도 안나오자 기훈은 밑으로 내려왔다.
"2층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만 나가지"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온 기훈과 서희는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세워놓은곳으로 걸어갔다.
바깥은 조용했고 이미 저녁이 되어 캄캄했다. 서희가 운전석으로 갈려고 하자 기훈이 제지했다.
"내가 운전하지. 이제는 길을 어느정도 아니까 괜찮을거야"
서희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열쇠를 주고 조수석에 앉았다. 운전을 하며 얼마정도를 가니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뒤에서는 따라오는 차들은 없었다. 서희를 보니 그녀는 옆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서희는 고개를 돌리지않고 한참있다가 대답했다.
"네"
"내가 방심했었어. 나때문에 고생을 시켜서 미안해"
"아닙니다. 부장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가 원해서 따라온건데요"
잠시 적막이 흐르다가 서희가 입을 열었다.
"부장님"
"응?"
"던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아무에게도 말씀을 안해주셨으면 합니다"
옆을 보니 서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일이 뭔지를 기훈은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강하군]
"알았어. 걱정하지마"
"고맙습니다"
"이런 성고문을 받아본게 처음인가?"
"......."
"이런일은 우리들에게 언제든지 일어날수가 있어. 빨리 잊어버리는게 좋아"
"알겠읍니다"
본부에 오자 석재와 진혜가 그들의 옷차림을 보고 입을 벌렸다.
"어떻게 된겁니까?"
"던전에 갔다가 습격을 당했어. 우리가 나올때는 그곳의 사람들이 모두 죽어있었는데 군에게 연락해서 다시한번 조사를 해보라고 그래. 그리고 히데요 도시까의 사진을 갖고 있지?"
"네"
기훈은 분석요원들에게 던전주소를 말해준다음 장부와 디스크들을 건네주었다.
"이것들을 조사해봐. 디스크에 히데요가 있어. 그리고 장부에 있는 이름들도 모조리 신원조회를 해봐"
"네. 그리고 대통령을 저격한 자의 신원이 밝혀졌읍니다"
"누구야?"
"이름은 고찌로 다리주이고 나이는 28세입니다. 본적은 요코하마이고 일진회와의 관련은 아직 밝혀지지가 않았읍니다"
"나까무라대위의 후손들을 알아보라는것은 어떻게 되었나?"
"증손자1명만 있는데 지금은 행방을 모릅니다. 보고서를 부장님의 사무실에 갖다 놓았읍니다"
"알았어. 나중에 내사무실로 와봐"
"네"
기훈이 자리를 뜨자 서희도 쳐다보는 진혜와 석재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방으로 갔다. 분석실로 오면서 진혜가 말했다.
"어울린다"
"뭐가요?"
"부장님과 SH50호"
"네?"
"그렇잖아. 둘이 분위기도 비슷하고 실력들도 뛰어나잖아. 사귀면은 정말 잘 어울릴 커플이야"
"에이, 정보국요원들이 어떻게 이성을 사귀어요?"
"말이 그렇다 그런거지. 그런데 부장님이 저런 옷차림을 하고있으니까 멋있네"
진혜의 실없는 말에 석재는 웃으며 그녀를 따라 분석실로 들어갔다.
기훈은 씻고 옷을 갈아입은다음 사무실에서 분석요원들이 갖다놓은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나까무라대위의 증손자인 나까무라 사토시는 나이가 35세였고 미혼이었다. 전쟁전에는 경찰에 있었고 일진회에 소속되어 있었다. 주소는 오사까인데 집은 전쟁때 폭격으로 없어져 있었다. 지금은 행방이 묘연해서 사망처리도 안되고 있었다. 경찰복과 모자를 쓰고있는 사진을 보니 차가운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오사까라.......]
문에 노크소리가 났다.
"들어와"
진혜와 석재는 들어와서 기훈앞에 섰다.
"보고서는 잘봤어. 나까무라 사토시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 만약 죽었다면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아보고"
"네"
"군에는 연락했나?"
"네. 즉시 출동하겠답니다"
"그리고 내가 알아보라고 한것은 어떻게 되었나?"
"도쿄로 연락을 해서 알아보라고 했읍니다. 하지만 자료들이 많지가 않아서 어려울거라고 합니다. 미국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 유엔과 인권단체들을 동원해 일제때의 종군위안부와 731부대를 문제삼았었읍니다. 그래서 일본정부가 그것들에 관한 자료들을 없애거나 깊숙히 숨겨놓았답니다. 그동안 숨겨놓은 자료들을 찾아보았지만 정확히 알고있는 사람이 없어서 애를 먹고 있었답니다"
"알았어. 계속해서 도쿄로 연락을 하고 내가 준 장부와 디스크들을 되도록이면 빨리 조사를 해. 그리고 이곳에는 불법으로 하는 성환락소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아나?"
"정확히는 모릅니다. 오늘 가셨던곳에 일진회가 있었읍니까?"
"일진회와 관련이 있더군. 더군다나 일진회에서 나와 SH50호의 사진들을 찍어서 후꾸오까에 퍼트리고 다닌데"
"큰일이군요. 나가실때 변장을 하셔야겠읍니다"
"응. 그럴생각이야. 더 할말이 없으면 나가서 일을 봐"
진혜와 석재가 나가자 기훈은 나까무라 사토시의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던전에서 보았던 카메라렌즈들이 우연히 생각났다.
[교묘하게 만들었던데. 잘못하면 눈치를 못챌뻔 했어. 던전이 그정도인데 앞으로는 어디를 가든 단단히 조심을 해야겠어]
그러는데 문득 짚이는게 있었다.
[설마......]
기훈은 벌떡 일어나서 서희의 방으로 뛰어갔다. 생각없이 그녀의 방문을 노크없이 열다가 그만 우뚝 서버렸다. 나체로 서있는 서희도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다가 기훈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라서 입을 벌리고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직까지 어느정도의 물기가 있는 그녀의 육체는 아름다웠다. 늘씬한 몸매는 탄탄했고 젖가슴은 생각보다 풍만했으며 잘룩한 허리와 근육질의 복부밑에 있는 번들거리는 수풀은 신비스럽게 보였다. 던전에서 그녀의 몸의 일부분을 보았으나 이정도인지는 몰랐다. 정신을 차린 서희는 들고있던 수건으로 얼른 몸을 가리며 등을 돌렸다. 기훈도 정신이 들어 말을 더듬으며 급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미..미안해"
복도로 나온 기훈은 어떡해야 좋을지를 몰라 머뭇거리는데 방문이 열리며 수건을 몸에 두른 서희가 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서희의 얼굴은 빨갛게 되어있었다. 기훈은 그녀를 똑바로 못쳐다보며 말했다.
"물어볼게 있어서 왔는데 옷을 안입고 있는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해. 나중에 부를게"
"제방에 오신걸 보면 급한일인가 보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기훈이 잠시 서있자 티와 바지를 입은 서희가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서희는 아직까지 머리가 젖어있었다. 화장을 안한 얼굴은 평소의 차갑던 인상과는 다르게 순진하게 보였다. 방안은 평범하고 깨끗했다. 책장에는 책들이 많이 있었는데 거의가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들이었다. 서희는 책상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앉으세요"
기훈이 의자에 앉자 서희도 마주보며 침대에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얼굴에 홍조를 띤채 계면쩍게 미소를 지었다.
"제방에 누가 오기는 부장님이 처음이시네요"
"그런가? 책들을 보니 철학에 관심이 많은것 같군"
"네"
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은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근데 무슨 일이죠?"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고시다 미아가 죽었을때 자네는 실수를 안했다고 그랬지?"
"네. 저도 그녀의 죽음이 이상했다고 여기고 있었읍니다. 절대로 그렇게 안했거든요. 그런데 왜 그러시죠?"
서희의 실력들을 보아온 기훈은 그녀가 그런 실수를 했었을리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시다가 죽었던 시간의 비디오를 봤지?"
"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들었어?"
"갑자기 피를 내며 죽은거요?"
"응.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자네가 실수를 했을수도 있고 사람마다 신체구조가 틀려서 그럴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었어. 실수를 안한게 확실하지?"
"확실합니다. 만약에 고문을 하다가 막대기가 자궁과 내장을 뚫었다면 그자리에서 피를 내며 죽었을겁니다. 하지만 고시다는 그러지 않았어요"
서희의 단호한 태도를 보자 기훈은 확신이 생겼다.
"그날밤 모든 요원들이 이곳에 있었지?"
"네"
"자네는 그시간에 뭘 하고 있었지?"
"여기서 눈을 붙히고 있었읍니다"
서희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훈이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를 재촉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제3자가 고시다를 죽였을거라는 가능성이 생각났어"
"네?"
서희는 손으로 벌어진 입을 막고 기훈을 쳐다보았다.
"그럼 누가? 혹시 요원들을 의심하시는겁니까?"
"응. 외부에서 들어오는것도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것도 역시 내부에서 도움을 줘야해"
"하..하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정보국요원이 일진회를 도와줄 까닭이 없지 않습니까?"
"사람속은 아무도 모르지"
"비디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읍니다"
"비디오카드를 카메라에 바꿔낀다면 충분히 그럴수있어. 옛날에 그런 술수를 본적이 있거든"
서희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도 혐의자일수가 있읍니다"
"물론이야. 나도 마찬가지지"
"그런데 왜 이걸 저에게 말씀하시는거죠?"
"아직까지 자네도 의심하고 있어. 하지만 만약에 이일이 사실이라면 믿을 요원들이 한명도 없게 돼. 일을 하는데 막대한 지장이 생기게 되지. 이곳에 온지가 얼마안되어 나혼자로서는 범인을 색출하는게 어려워. 적어도 누구 한명의 도움이 필요해. 그동안 자네와 붙어다녔고 자네가 한 일도 보아와서 그래도 믿을사람은 자네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요원들을 사무적으로 만나야하기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그러니 자네가 요원들과 얘기를 해보면서 하나씩 살펴보고 나에게 보고를 해줘. 물론 나도 그럴거지만"
"알겠읍니다"
"자세한 얘기는 내일 밖에서 하지. 그만 쉬게"
기훈이 나가자 서희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오이타항구에서는 어느 한 신부가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기다란 신부복과 그위에 롱코트를 입은 신부는 30대로 보였고 큰키에 온화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가방을 든 신부에게 한국관원이 물었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신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신분증을 주었다.
"오사까에서 사는군요. 이곳에는 무슨일로 왔읍니까?"
"나가사끼에서 미사집회가 있어 가는길입니다"
"가만있자, 맞아. 며칠전에는 어떤 신부가 나가사끼에서 오사까로 가던데 당신은 그 반대이군요"
"나가사끼에 추기경님이 계셔서 그분이 신부들에게 다른곳에서 미사집회를 도우라는 명을 내리시죠. 저는 추기경님이 부르셔서 그쪽으로 가는길입니다"
"그렇습니까? 가방을 열어주시겠읍니까?"
가방을 열자 그안에는 옷들과 십자가 몇개 그리고 성경책 2권이 들어있었다.
"됐읍니다. 가보시죠"
신부는 한국관원에게 인사를 하고 항구를 떠났다.
후꾸오까역에서는 한국관원이 30대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신분증을 보고 있었다. 남자는 172정도되는 키에 몸은 호리호리했다. 인상은 창백하고 고독해 보였으며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남자는 가방과 첼로케이스를 들고 있었다.
"오사까에서 이곳은 무슨일로 왔읍니까?"
"키타루대학에 공부를 하기위해서 왔읍니다"
키타루대학은 음악전문대학교였다.
"음악을 하십니까?"
"네. 첼로를 하고 있읍니다. 전쟁전에 공부를 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할려고 가는 길입니다"
"소지품들을 검사하겠읍니다"
가방에는 옷들과 책들 그리고 악보들이 있었고 첼로케이스에는 낡은 첼로가 들어있었다. 무거운 첼로를 들어 밑에도 조사해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통과입니다"
남자는 인사를 하고 무거운 첼로케이스를 짊어지고 가방을 들며 버스를 타기위해서 거리로 갔다.
20대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키타큐슈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168정도의 키를 가진 여자는 평범한 옷을 입고 조그만 가방을 들고 있었다. 얼굴은 상냥하게 보였고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공장사이에 있는 골목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걷고 있는데 20대로 보이는 4명의 건달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가씨, 어디 가는거야?"
"이쁜데. 우리와 놀아볼래?"
여자는 겁을 내며 말했다.
"왜 이래요? 그냥 가게 해주세요"
건달들은 웃으며 음흉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가씨의 몸매가 예뻐보이는데 즐기고 싶어서 그래. 이리와봐"
여자는 울음이 터질것같은 표정으로 몸을 움추리며 애원했다.
"안돼요. 제발 가게 해주세요"
건달 1명이 웃으면서 그녀의 팔을 잡을려고 손을 뻗었다.
"이리와. 오빠들이 재미나게 해줄게"
손이 그녀의 팔에 닿는순간 여자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면서 건달의 팔을 꺾어서 뼈를 부러트렸다. 그러자 건달은 땅에 주저않으며 바닥에서 고통으로 뒹굴었다. 다른 건달들은 표정이 비뀌며 여자를 애워쌌다.
"뭐야? 이년. 죽고싶어 환장했군"
앞에서 건달이 달려들자 여자는 공중으로 뛰면서 그의 면상을 걷어찼다. 그런다음 착지해서 뒤에서 그녀를 잡는 건달의 다리를 발로 세차게 가격해서 부러트리고 옆에서 달려오는 건달의 자지를 무릎으로 찍고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여자의 긴손톱들이 목안으로 파고들어오자 건달은 몸부림을 쳤다. 여자는 싸늘한 웃음을 짓더니 목을 잡고있던 손을 놓았다. 건달은 피가 나오는 목을 붙잡고 헐떡거렸다. 여자는 계속 웃음을 지으면서 건달의 얼굴을 붙잡고 세차게 비틀어 목뼈를 부러트렸다. 같은 방식으로 쓰러져있는 건달들도 죽인다음 옷을 바로하고 가방을 들었다. 다시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는 골목안으로 사라졌다.
17부끝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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