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테스 7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거리를 난 열심히 뛰고 있다.
모두들 잠이 들어 있는 새벽 한시에 난 런닝 하나와 반바지 만 입고 헉헉대면서 동네를 두바퀴째 돌고 있었다.
내가 땅에 발을 내 딛을 때 마다 동네의 가로등과 아직 꺼지지 않은 네온사인불빛들이 녹아서 반짝이고 있던 빗물덩이들이 출렁이고 있었다.
달밤에 웬 체조냐구?.....
난 잠이 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뛰어서 녹초가 되면 좀 나아질지 모른다. 헐떡대느라 벌린 내 입안으로 휘몰아 치는 빗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헉헉 더 이상은 못뛸거 같다.
몸을 기역자로 구부린채 입을 한껏 벌려서 부족한 산소를 허겁지겁 공급 받는 지금 내 몸은 빗물인지 땀물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흠뻑 젖어 있었다.
동네는 가득 비에 젖어 있었고 지금 감히 골목에 서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그래 이대로 방으로 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 후에 잭 다니엘을 한모금 마시면...어쩌면...오늘은 쉽게 잠들지도 모르겠다.
유리잔에 정육면체 반투명 얼음을 일곱개 깔고 그 위에 잭다니엘을 부어서 마시는 이른바 "드래곤볼" 식 온더락을 만든 후에 샤워실로 들어갔다.
식었던 몸이 금새 다시 따듯해 졌고 기분이 조금 좋아진 나는 아까 탁자위에 만들어 둔 드래곤볼을 입으로 가져갔다.
목구멍을 갈고리로 긁듯이 내려가는 독한 알콜기운에 몸이 잠시 몽롱해졌다. 유리잔을 탁자에 놓고 불을 끄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
정말이지 오늘은 잘수 있을거야...
난 그렇게 믿고 또 바라면서 눈을 감았다.
삼십분을 뒤척이다 다시 이불을 신경질적으로 걷어낸 나는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몸을 웅크렸다.
창가에 빗질하듯 내리는 빗소리가 마치 날 보며 "바보" "렘?이라고 속삭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날 조롱하던 비바람소리가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크로테스크야....
.....인생은 크로테스크 한거야...
@크로테스크-어떤분이 지적하신 대로 그로테스크[grotesque]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목을 그렇게 정해버렸고 7부까지 와 버린 관계로 오타지만 하던대로 크로테스(크)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지적해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는 내게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크로테스크든 소크라테스든 그게 뭐 어쨌단 거냐?"
난 그렇게 힘없이 중얼 거렸다.
그녀가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가련한 눈빛을 번득이면서 내게 다시 속삭였다.
.....잠들기 힘들지?.... 넌 평생 그렇게 살거야....그렇게 억울한 얼굴 하지마...세상은 온통 불공평한 것 투성이야....
그녀의 집요한 시선을 외면하면서 난 다시 중얼거렸다.
"난 ...너를 모른다...난 모든걸 다 잊었어..."
성우의 발성같은 그녀의 또박또박한 말소리가 귓전을 때리기 시작했다.
....완전한 망각이란 것은 없어....지금의 넌 숙제를 하기 싫어서 애초에 숙제 따윈 없다고 스스로 믿으면서 티비이 앞에 앉아 있는 어린애와도 같아.....
옆에 나뒹굴고 있는 쿠션을 집어서 그녀의 얼굴로 집어 던졌다.
날아간 베게가 정확히 그녀의 얼굴로 향했지만 그녀의 허상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부엌에 있는 냉장고로 걸어간 나는 냉동실 한켠에 검은색 비닐에 쌓여진 것을 꺼냈고 식탁위에 굴러다니는 유리잔을 들고 다시 거실로 갔다.
덥수룩한 머리의 양배추 인형이 웃음을 짓고 있는 선반 밑에서 흰색 플라스틱에 담겨진 소다수병을 꺼냈다.
거실 탁자에 놓은 비닐 봉투에서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GHB(Gamma-HydroxyButrate) 분말을 프림스푼으로 덜어낸 이후에 소다수에 탔다.
물뽕이 용해되기를 기다리면서 다시 거실로 간 나는 아까 마시던 잭다니엘 잔을 들고와서 남은 걸 모두 붓고 스푼으로 휘휘 저은 이후에 원샷을 했다.
"희"의 말이 떠올랐다
(알콜에 절대 타서 마시지 마....강간범으로 만드는 약이니까)
난 희의 소심함이 우습게 느껴졌다.
이 비오는 새벽에 어떤 미친 여자가 나 잡아잡수쇼 하고 나온단 말인가...
잔을 내 던지고 비틀비틀 대면서 다시 거실로 왔을때 아직도 내 방에 걸터 앉은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시선을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다가가서 그녀에게 말을 했다.
"난 지금부터 잠들 수 있어.....조금 기다리면 효과가 나타나게 될거라구"
그녀는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알콜을 섞은 탓이었을까?...
내 생각보다 빨리 내 몸속 구석 구석으로 약효가 퍼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몸이 기분 좋을 정도로 나른해 져 왔고 희 녀석의 말대로 트렁크 팬티안에 단단히 숨겨둔 내 물건이 고개를 끄덕 들기 시작했다.
편안함과 미칠듯한 성욕이 뒤 엉키면서 머리가 복잡해 져 왔고 의식을 잡고 있던 끈의 매듭이 하나씩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마에 미미한 통증이 느껴오면서 내 성욕은 극한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혈관이 거세게 부풀어 오르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불을 뒤집어 쓴듯이 더워진 나는 유일하게 걸친 트렁크 팬티를 벗고 숨을 헐떡였다.
그녀가 한참동안 내 모습을 보면서 조소를 흘리더니 시야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흘린듯한 마지막 한오라기의 머리칼 마저 빗속으로 빨려들어가고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넌 못 벗어날거야.......기억을 지울 수 없어...............
그녀가 사라진 침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빗줄기가 거세게 새어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알몸 여기 저기에 문신처럼 맺힌 물방울들을 내려다 보면서 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네놈들을 찾겠다. 그리고 정말 지워 버리겠어)
충혈로 벌겋게 된 눈으로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팬티를 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전원을 누르고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메일계정으로 들어갔다.
어제 하이에나가 보내준 메일을 다시 열었고 첨부파일도 개방했다.
하이에나가 조사한 내용에 의하면 그들은 시드니에 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첨부파일을 꼼꼼히 체크한 나는 중요한 부분만 메모를 한 뒤에 하이에나가 보낸 메일과 첨부파일을 모두 휴지통으로 옮기고 휴지통까지 비워 버렸다.
메일에는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새로운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발신자는 성민지를 의뢰했던 그 녀석이었다.
쥐새끼 머리를 두번 두드리자 메일이 열렸다.
.....................................................................
답변
보내주신 메일을 잘 읽었고 송금한 돈도 잘 받았습니다.
역시 성민지 그녀는 님이라 하더라도 1주일만에 성공하긴 힘들었나 봅니다.
님이 다시 제시한 내기에 대한 내용을 읽고 하루종일 생각한 끝에 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도박이 시작된 관계로 이번에는 제가 새로운 조건을 추가할까 합니다.
조건을 추가하려는 이유는 님이 비록 실패는 했다고 하지만 1주일 가까이 그녀에게 공을 들였을 테고 그렇다면 시간을 1주일 더 연장해서 기존의 내기와 같은 거라면 아무래도 제가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각설하고... 제가 제시하려는 조건은 성민지 그녀에게 포르노를 찍게 될거라는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게임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 조건이라면 님은 매우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전 이미 님과의 도박에서 이긴 승자이고 돈도 챙겼으니 칼자루를 쥐고 있는것은 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이 제 조건을 받아들이시 겠다면 답신을 보내 주십시오
.......................................................................................................
녀석의 메일을 읽었지만 마지막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에게 미리 정보를 알려준다구?
어떻게 알려준단 말인가?
내가 직접 그녀에게 가서 내가 당신을 1주일 안에 포르노를 찍게 만들것이오 라고 친절하게 말이라도 하란 말인가?
즉각 그 녀석에게 답신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음 추가 설명 요망
그 녀석에게 답신 메일을 보내고 인터넷을 닫으려는 순간에 모니터 옆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예쁜 여자 목소리로 "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예쁜 목소리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녀를 당장에 발가 벗긴후에 덮쳐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
뜻밖에도 그 녀석이었다.
답신 메일을 보내고 일분도 지나지 않아서 녀석이 답신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메일을 열어보았다.
""""""""""""""""""""""""""""""""""""""""""""""
님도 다음 이메일을 쓰시는 군요...저도 지금 다음에 있습니다.
다음 메신저를 다운 받으 신 이후에 저를 친구로 등록하신 이후에 대화를 신청해 주세요
....................................................
녀석의 말대로 메신저를 다운 받은후에 실행하고 녀석의 아디를 검색해서 내 친구로 등록한 이후에 녀석에게 일대일을 신청하자 작은 대화창이 생성되었다.
[크로테스] 안녕하세요...
[히포크라테스] 님 방가...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보내주신 천만원은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감솨...
[크로테스] 별말씀을 그런데...어떻게 이렇게 빨리 답장을 줄수 있었나요?
[히포크라테스] 님이 저에게 메일을 보내는 시간이 늘 이 새벽시간대더군요...그래서 오늘도 님이 이 시간대에 접속해 있을거라고 추측하고 들어와 있었습니다.
[크로테스] 머리가 매우 총명하군요...그런데 님이 말씀하신 추가 조건에 관한 내용이 잘 이해가 안갑니다. 어떻게 그녀에게 미리 정보를 말하겠다는 겁니까?
[히포크라테스] ^^" 말이 어려웠나 봅니다. 쉽게 말하면 미리 그녀에게 당신을 주연으로 한 포르노를 찍으려는 인물이 있다고 사전에 경고를 하자는 겁니다.
[크로테스] 하항 잘 알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녀에게 미리 정보를 흘리자는 거군요
[히포크라테스] 그렇습니다. 님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조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선택은 님이 하세요
[크로테스] 재밌겠군요...야구에서 말하는 예고 홈런인셈이군요...괜찮습니다. 전 수락하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오우? 진심입니까? 신중히 생각하세요 이번에 걸린 돈은 오천만원입니다.
[크로테스] 판이 커져야 더 재미가 있겠죠...제 결정은 변함없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누가 그 정보를 말해줍니까?"
[히포크라테스] 걱정마세요...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녀에게 정보를 흘린 이후 그 시간부터 1주일로 기한을 정하겠습니다
[크로테스] 님이?...알겠습니다. 그럼 그녀에게 그 정보를 말해준 뒤에 다시 메일을 주십시오
[히포크라테스] 님이 그 조건을 받아들이다니 굉장히 의욉니다...당신은.지금 그 ..약속을 지키겠지요?
[크로테스] 전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히포크라테스] 그렇군요..하지만 가끔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죠..어떤 멍청한 놈이 그런 소릴 하더군요..신뢰는 배반당하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것이라고...참 개같은 소리 아닙니까?
[크로테스] 터진입으로 하는 말들일 뿐입니다. 난 개같다고 생각하지도 또한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히포크라테스] 당신은 냉정한 사람같군요...당신처럼 냉정한 사람을 또 한명 전 알고 있지요....아무튼
건투를 빕니다. 참 그런데 님의 대화명이 저랑 참 비슷하군요...크로테스..크로테스는 무슨 뜻입니까?
[크로테스] 우스꽝스럽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히포크라테스라면...님은 의료계 쪽에서 일하시나요?
[히포크라테스] 그렇습니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는 신일 뿐이고 전 아니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란 것도 약속인데 그 선서를 저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지요 님 말대로 우스꽝 스런 일이죠
녀석과 통신을 끊은 나는 녀석이 지껄이는 소리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딴 녀석이 주절대는 소리에 신경을 쓸 여유가 지금 나에겐 없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국내의 한 섹스사이트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벌거벗은 여자 사진들은 얼마든지 널려 있었고 2명의 여자 사진을 창에 띄어놓고 미친듯이 자위를 시작했다.
비록 꼬부랑 할머니였더래도... 지금 내 눈앞에만 있다면 난 발정난 개처럼 덤벼 들었을 것이다.
한 번...
두번....
세번....
티슈 한장
티슈 두장
티슈 세장
내 발 밑으로 휴지가 된 티슈들이 즐비하게 쌓이기 시작했지만 한번 물뽕에 제대로 걸린 내 물건은 지치지도 않고 다시 고개를 바짝 쳐들고 다시 내 손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내 방 침실은 밤꽃향기와 구겨진 티슈로 채워지고 있었다.
일곱번을 끝으로 난 휴식을 허락받았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 나는 시체처럼 잠이 들었다.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성민지네 가족은 모처럼 아침식탁에 모여서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남편도 다시 기운을 찾아가고 있었고 성민지도 극장에서의 악몽을 천천히 떨쳐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악몽이라고 애써 믿고 싶은 그녀였다.
자기 앞에 놓인 밥그릇을 번개같이 비운 훈이는 아빠 엄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성민지는 훈이가 빨리 밥을 먹은 이유가 다름 아닌 조금 있으면 시작할 텔레비젼 만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거실에 있는 티비를 볼것을 허락하자 훈이는 강아지 새끼처럼 쪼르르 식탁을 빠져 나가서 소파에 놓여진 리모콘을 집어 들었다.
성민지도 밥을 다 먹었지만 밥상머리에서 신문을 읽으면서 밥을 먹는 습관을 가진 임성택은 아직도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눈쌀을 조금 찌푸리면서 남편에게 말을 했다.
"여보...신문 나중에 보구.밥부터 먹어요?"
임성택은 으응 하고 입으로는 대답하면서도 여전히 눈을 펼쳐놓은 신문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을 읽던 임성택이 활짝 웃으면서 중얼 거렸다.
"됐어...드디어 경기부양책을 정부가 쓴다...이제 주식값도 안정을 찾겠지"
그는 대단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제서야 신문을 옆의 빈자리에 내려놓고 숟가락을 밥그릇에 삽처럼 푸욱 하고 꽂았다.
에휴..
성민지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었다.
남편은 일에 대한 욕심이 대단한 사람이었고 성민지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남편이 열심히 하는 모습은 늘 든든하지만 집에서까지 그 일을 이야기 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달가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녀가 주식이나 경제 같은것을 알리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그동안 그 주식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은행과 친척에게 까지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임성택과 같은 마음이었다.
남편말을 들어보면 무조건 올라가는게 좋고 색깔은 빨간색이 젤 좋다고 하니...그녀의 마음도 어느덧 두둥실 올라 가는 빨간 풍선이 되어 있었다.
아직 남편에게 카페에서 일을 하는것을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미루다가 일주일이 지났고 어쩌면 이러다가 영영 말을 꺼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성민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힘들것이 없는 카페일이 싫지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비록 아는 사람에게는 나 카페에서 카운터 봐 라고 대 놓고 말하기에는 챙피한 구석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결혼 후에 첨으로 자기 손으로 돈을 벌고 나름대로 사회활동을 하는 지금이 좋기도 했다.
오래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빚만 대충 갚고 남편도 다시 자리를 찾게 되면 언제고 그 일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이대로 남편 몰래 이런 생활을 조금 더 즐기고도 싶은 지금 성민지의 심정은 한마디로 왔다리 갔다리 였다.
뒤늦게 식사를 마친 남성택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참..내가 깜박했어...당신 내일 나랑 한남동 가자..내가 점심시간때 당신 데리러 갈께"
"한남동?...대련님 집 말인가요?"
"응...내일이 그 녀석 개원하는 날이잖아..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듣고도 넘어갈뻔 했네...녀석이 드디어 자기 병원을 가지는 날인데 가봐야 하지 않겠어?"
그녀가 잠시 우물쭈물했다. 임성택이 그녀가 대답이 없자 이상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왜 그래?...내일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저기...여보...나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요...그래서"
그러자 임성택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내의 말이 진심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성민지는 자신의 동생인 성제에게는 늘 불편한 자세를 나타내었다.
결혼하기 전에 동생과 함께 셋이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고 술도 같이 마신 적이 있었지만 그럴때면 아내는 늘 표정이 어둡고 불편해 보였었다. 한번은 그것이 이상해서 결혼식 하기전에 아내에게 물어 본적이 있었다.
"민지야...우리 성제가 맘에 안드니?"
"응? 아니야...자긴 왜 그런말을 하구 그래?"
"내가 보니까 성제랑 말도 잘 안하려고 하는거 같아...그애가 뭐 너에게 실수같은거라도 한거 있니?"
"아니야...성제씨는 그런적 없어...자기도 알잖아...내가 사람 낮을 많이 가리는거...아직 어색해서 그래"
아내는 그렇게 말했고 임성택도 그렇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내가 자기 집안으로 시집을 온 이후에도 아내의 태도는 별로 변한게 없어 보였다. 동생을 많이 어려워 하는것 처럼 보였다.
임성택은 잠시 동생 임성제를 떠올렸다.
다섯살이나 아래인 성제는 어릴때 부터 자기를 어려워 했고 형이라기 보단 삼촌을 대하듯이 행동했다.
원래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맏아들 임성택은 동생이 그런것은 자기와의 나이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별로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학창시절 성제는 형인 자신을 능가하는 수재였다.
임성택도 꽤 우등생이었으나 동생과 필적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무뚝뚝하고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었지만 임성택은 동생을 늘 자랑스러워 했고 그 녀석이 의대에 합격했을때 그는 자신의 일보다 더 기뻐했었다.
똑똑했던 녀석이 의대를 졸업후에 인턴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때 광주에 계신 부모님은 한바탕 동네 잔치까지 벌였었다.
그런데 두달만에 동생은 소식을 끊었고 그때 집안 분위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년후에 퍽도 늙어버린 동생이 다시 돌아왔으나 동생은 아무것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착한 동생이었고 녀석은 다시 국내의 종합병원에 레지던트로 일을 하였고 전문의 자격증까지 취득한 대견한 녀석이었다.
그는 당연히 아내에게 자신의 동생을 자랑하고 싶었고 둘이서 좋은 관계가 되길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임성택의 바램되로 잘 되어가지는 않았다. 동생은 작년 레지던트 마지막 2년차때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동갑내기 레지던트 여자와 결혼식을 했고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한 올해 드디어 집안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개원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전히 우물쭈물 하는 아내의 모습을 훔쳐 보면서 임성택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직도 더 기다려야 되는 것일까?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임성택이 조용하게 물었다.
"내일 무슨 일인데...?"
아내가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친구들과 계 모임이 있어...아침에 일찍 만나기로 했거든"
"당신 친구들과 계도 했었어? 난 처음 듣는 일인데?"
그녀가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당신도..난 친구도 없는줄 알어....늘 만나는 애들두 아니구 일년에 기껏해야 두번 정도 모이는 모임이란 말이야.."
"그러니?...아무리 그래두...성제가 섭섭해 할텐데...계 모임에 한번 빠지고 내일 나랑 한남동 가면 안되겠니?"
"약속을 이미 해버렸는걸 어떡해...그리구 당신도 그래...그런 중요한 일이 있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 약속이 겹치지 않지...전날에 덜컥 말하면 난 뭐가 되냐구"
그녀답지 않게 제법 논리적으로 대꾸하자 임성택도 금새 대답이 궁해졌다.
사실 아내말도 일리는 있었다.
동생의 개원날을 전날에야 말해주는 자신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뾰루퉁하게 쏘아붙인 성민지는 남편이 침묵을 하자 잠시 눈치를 살핀 후에 입을 열었다.
"하긴..당신이 요즘 신경쓸게 많아서 그랬단거 이해해...그럼 이렇게 해..오늘 나랑 한남동에 가서 미리 축하한다고 인사하고 오면 어떨까?"
그녀로서는 묘안을 낸다고 한 말이었는데 임성택은 시큰둥했다.
"오늘은 내가 안되는걸?...난 조금 있다가 거래처 사람이랑 잠시 만나기로 했어"
"당신은 꼭 일요일날 그렇게 약속을 잡더라.....으응..그럼 어떻게 하지"
잠시 생각하던 임성택이 입을 열었다.
"그럼 할수없지 오늘 당신 혼자 한남동에 가서 인사만 하고 와...내일은 혼자 내가 갈테니까"
그러자 성민지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
"나 혼자?...가라구?"
"응...왜 혼자는 싫니?"
성민지는 다시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혼자서는 죽어도 가기 싫은 자리이고 혼자서는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래 알았어...그럼 혼자 오늘 갔다올께...뭐 그쪽도 내일 개원준비한다고 바쁠테니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그럴께"
임성택은 아내의 기특한 말에 맘이 흐뭇해졌다.
이번 기회에 시동생과 형수사이에 어색한 관계가 많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남편은 지금 비가 오니까 택시를 타고 가랬지만 성민지는 그럴께하고 대답만 하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서 한남동에 내렸다.
다른때면 그랬겠지만 남편을 돕는답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조금씩 돈에 대해서 인색해져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 사이로 임성제가 살고 있는 롯데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우산을 받쳐든채 아파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성민지의 마음은 천근만근이었다. 아파트쪽으로 걸어가면서도 몇번이고 후회를 했다.
억지로라도 남편을 데리고 가는 거였어....
아파트 상가에서 산 청량음료 한박스를 손에 들고 성민지는 임성제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 문앞에 다다랐다.
시동생이나 동서가 집에 없기를 바랬다.
그렇다면 그녀는 모르는 척하고 그대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거라고 몇번이고 다짐하면서 현관문에 앙증맞게 달린 붉은색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기대를 매정하게 저버린 현관문은 덜컥 하고 열렸고 성민지는 아랫입술을 자신도 모르게 세게 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임성제 본인이였다. 내일이 개원인데도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던지 덥수룩한 머리와 기름기가 그대로 드러난 얼굴에 잠옷차림이었다.
그녀가 임성제에게 먼저 고개를 약간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어요 대련님?"
그러나 임성제는 대꾸도 하지 않고 거실로 들어가더니 거실 한가운데 있는 보라빛 가죽 소파에 털썩 하고 앉아 버렸다.
동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성민지는 참으로 난감했다.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엉거주춤 서 있는데 무뚝뚝한 임성제의 말이 들렸다.
"왔으면 들어와...거기 서서 뭐해?"
성민지는 얼굴이 찌푸려 졌으나 그의 말대로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
임성제는 느긋하게 소파에 기댄채 발을 들어올려서 까딱까닥 거리면서 장난치고 있었다.
그녀가 떠듬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동서는...?"
"미숙이는 아침에 급한 환자 때문에 병원으로 갔어....그런데 웬일이야? 우리집에 다 발걸음을 하고"
임성제가 자신과 단 둘이 있으면 반말을 하는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5년이 지났다.
남편 임성택과 같이 있을때면 꼬박꼬박 존칭을 쓰면서 말을 높히는 이 남자...성민지는 오늘 여기서 있어야 할 시간이 웬지 길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개원이라고 왔어요...이거 변변치 않지만 "
그녀가 사들고 온 음료수캔을 집어 올렸다.
그녀는 아직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엉거주춤 거실에 서 있는 상태였다.
그러자 임성제의 냉소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개원은 낼인데 무슨 헛소리야?...아!.오늘 오는거 보니 내일은 못오시겠다 이 뜻이군"
"저기...대련님..."
"왜?"
"내가 대련님보단 나이가 어리지만 난 그래도 형수되는 사람이에요...계속 그렇게 말을 놓으시니까 듣기가 좋지 않아요"
그러자 임성제가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비면서 내 뱉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내가 늘 너한테 반말만 하던? 그래도 형이랑 같이 만나면 꼬박꼬박 말 올려줬잖아?"
성민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들고 있던 음료수 박스를 내려 놓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방금 내게 뭐라 했어요? 지랄...이라고 했나요? 반말도 모자라서 이제 욕설까지 하는거에요?"
임성제는 별로 대꾸도 하지 않고 벌떡 일어서서 서 있는 성민지를 지나쳐서 냉장고로 갔다.
그녀가 뒤에서 노려보고 있건 말건 개의치 않고 냉장실에서 보리차가 가득든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꺼내서 입을 살짝떼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목을 뒤로 젖힌채 보리차를 게걸스럽게 마시는 임성제의 목에 혹처럼 난 성대가 꿈틀거리는것이 그녀의 눈에는 얄밉게도 보였다.
실컷 물을 마신 후에 소리나게 꺼억하고 트럼을 한 임성제는 그대로 거실 옆에 있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민지는 그의 모습을 말없이 노려보고 있다가 고개를 황급히 돌려 버렸다.
거실과 정면으로 보이는 변기통에 앉은 임성택은 주저 하지 않고 잠옷 바지를 까내렸고 문도 닫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변을 누기 시작했다.
"어어~ 씨원하다...어제 개원 축하하러 온 병원 친구들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계속 아침부터 속이 안좋네"
성민지는 거실을 나와서 아까 임성제가 앉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녀가 신경을 쓸때마다 나타나는 증상인 편두통이 다시 미미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이마에 한 손을 댄체 두통을 참고 있는데 화장실로 부터 임성제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이거 휴지가 다 떨어졌네..미숙이는 화장실에 휴지도 안 갖다 놓냐? 에이...야 ! 성미진! 거실에 있는 티슈 몇장 뽑아서 빨리 이리로 갖고 와"
그녀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을 막대한다고 해도 이럴수는 없었다.
성민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톤 더 높아진 임성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휴지 갖고오라니가?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너 안가져 오면 내가 이대로 엉덩이 들고 거실로 가야 하나?"
성민지는 인사고 뭐고 이대로 나가버리고 싶었지만 남편의 선한 얼굴과 자신을 딸처럼 아껴주시는 시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고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탁자 테이블에 있는 크리넥스 티슈를 잔뜩 뽑았다.
(휴지가 적다고 또 가져오라고 할지도 몰라)
그녀가 휴지를 한손에 든채 화장실로 다가가자 고약한 냄세가 났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휴지 가져 왔어요...문 앞에 두고 갈께요"
"헤헤...이왕이면 들어와서 주면 더 좋을텐데...할수없지 어이 고마워"
낄낄거리는 임성제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그녀가 황급히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임성제가 어기적 거리면서 거실로 다가오더니 아까 자신이 앉던 자리에 앉으면서 담배를 물었다.
"그래...내일은 일이 있어서 못오는구나 그렇지?"
"저기 대련님..또 한번 말하지만 말하실때 좀 신경써주세요..전 대련님의 형님되시는 분의 아내에요"
"씨발 또 그소리네...너도 그럼 같이 말놔...내가 언제 너보고 말올려달라고 그랬냐?"
"난...난 그럴 수 없어요...."
그러자 임성제가 비아냥 거리면서 말했다.
"호호..그러니까 계속 예절을 지키시겠다 그거군..좋지 좋아..당신이란 여잔 그점이 늘 매력이었어"
"도대체..왜 나한테 계속 이렇게 대하는 거죠? 내가 뭘 잘못했나요? 섭섭한게 있으면 그렇다고 말씀하시면 되지 않나요?...형님이랑 같이 있을때는 안 그러시는 분이 왜 둘만 있으면 나한테 이렇게 막 대하는 거에요?"
그녀가 큰 소리로 따졌다.
임성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아무 대꾸도 없이 담배만 피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용기를 내어서 말했다.
"이제..제발 그만해요 네?...부끄럽지도 않으세요...형수되는 여자에게 반말을 하고 함부로 대하고...대련님도 이제 결혼하셨으니 의젓한 어른이시 잖아요 네?"
임성제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내가 형수 대접을 제대로 해주면 형수는 나에게 뭘 해줄거에요?"
갑작스런 그의 존칭에 성민지는 잠시 어리둥절 했으나 질문의 의도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무슨..무슨 말이에요?..내가 뭘 해주길 바래요?"
임성제가 그녀 쪽으로 무거운 시선을 던지면서 다시 말했다.
"나랑 결혼해 줄수 있어요?"
"무..무슨 말이에요...지금 대련님 장난하시는 거에요?"
임성제가 자세를 바로 잡고는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이 남자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난 아닙니다.....형수..아니 민지씨...당신도 잘 알지 않나요? 제가 형보다 먼저 당신을 좋아했단 것을.."
"그... 그건..."
성민지는 말을 얼버무렸다. 그로부터 결코 듣지 말아야 할 말을 오랜만에 다시 듣고 말았다.
"형은 아직 모르죠?....형이 민지씨랑 만나기 전에 제가 당신을 먼저 알았고 서로 우리가 좋아했단 사실을.."
성민지는 눈을 감아버렸다.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시작은...원사이이드 러브...순전히 나 혼자 일방적으로 좋아했던 일이었지요...내가 갓 의대를 졸업하고 종합병원에서 병아리 인턴하던 시절...그때 당신은 내가 있었던 신경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어요. 난 아직도 당신의 그때 모습을 기억해요 모든걸 다요...당신이 가지고 있었던 병명까지도.. 조울증 증상이었죠..당신도 기억하죠?...난 자주 당신과 상담을 했어요...당신은 몰랐을거에요..우리 병동 치프한테 맞아가면서 까지 일부러 내가 당신과 상담하는 자리로 나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직도 무릎을 꿇은채 진지한 자세로 이야기 하는 남성제를 보았다.
남성제가 계속 말을 했다.
"당신을 얻기 위해서 전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어요...결국 당신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당신은..."
남성제가 말끝을 흐리더니 눈이 금새 충혈되었다.
그제서야 침묵을 깨고 성민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내게 참 잘 해 주었지요..오랫동안 입원해서 외로운 나에게 당신은 자주 상담도 해 주었고 나에게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주었지요 물론 당신이 날 좋아하고 있구나 란것은 금새 알수 있었지만 첨에는 당신에게 맘을 주는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난 그때 엄마가 죽은 이후로 조울증에 빠져 있었어요...마음만 병이 든게 아니라 제대로 먹지 못해서 몸도 아팠다구요...그래서 당신이 내게 잘해주는건 일종의 동정심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죠"
"그건...절대 동정이 아니었어요"
임성제가 부르짖었다.
성민지가 고개를 흔들면서 다시 말을 했다.
"내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어요...하지만 다 좋아요...첨엔 그것 때문에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결국 당신의 정성에 나도 감동을 하고 말았던 거죠...그래서 난 당신의 맘을 받아들이기로 했죠 "
임성제가 갑자기 울먹이면서 외쳤다.
"그랬는데...그랬는데 왜?...당신은 내가 유학을 간 사이에 맘을 바꾸었나요?" 당신은 기다리겠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성민지가 애들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임성제를 보면서 자신이 이제 부터 해야할 말을 가다듬었다.
그녀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난 스트레스만 받으면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 편두통 증세가 있어요...당신이 보스톤으로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난 그 편두통때문에 다시 그 병원으로 간 적이 있어요...그때 병원에서 당신이 옛날에 치프로 모셨던 의사 선생님이 절 상담 해주셨는데 그 분으로 부터 놀라운 사실을 두개 들었죠...첫번째는 그 옛날 조울증으로 입원했을때 두달 이나 넘게 입원할 정도로 증상이 대단하지 않았단 사실이죠 그 분의 말로는 난 그당시 일주일 정도 입원하고 이후에 안정제 몇알과 2주에 한번씩 통원 치료면 충분했다더군요 두번째로 알게된 사실은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입원하도록 소견서를 바꿔치기하고 조울증 치료에 전혀 관계없을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하게 만드는 바이탈이라는 환각성 강한 마취제를 내가 계속 복용하도록 부탁한 사람이 임성제 바로 당신이었단 사람을요..."
그녀 앞에 꿇어앉아서 눈물을 흘려대던 임성제는 더 이상 울지도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고 있었지만 성민지는 내친김에 이야기를 마감하기로 결심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난 사실이 아니길 빌었죠...하지만 모든게 사실이었어요....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신은 신경정신과 의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오히려 당신이 그 치료대상이에요
더 이상 당신을 만나기 어려운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어요....난 그때 충격으로 다시 다른 병원에 입원을 했고 그때 같은 병실에 입원중이던 환자의 친구분이었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죠...바로 당신의 형님이자 지금 내 남편인 훈이 아빠죠"
그녀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훈이 아빠가 당신과 형제란 사실을 난 그때 전혀 몰랐죠...훈이 아빠는 당신 이야기를 좀처럼 꺼내지 않았어요...보스톤에서 갑자기 행방불명된 동생의 존재를 첨부터 나에게 말을 하기가 힘들었겠죠..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당신과 훈이 아빠가 형제란 것을 알았을때는 이미 늦었어요...난 이미 그때 뱃속에 훈이가 있었으니까요..."
"크크...그렇군...그렇게 된거였군"
임성제가 알수없는 웃음을 터뜨리면 떠듬떠듬 말을 했다.
그녀가 그제서야 임성제 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으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생각하면 나도 늘 맘이 무거웠고 가슴이 아팠어요...당신이 우리 둘만 있을때 내게 막대하는 것도 어?든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우리 지낼수는 없지 않아요? 대련님도 이제 결혼을 했고 얼마 있지 않으면 곧 가장이 될거에요...물론 첨부터 모른일처럼 지낼 순 없지만 난 이제부터라도 대련님과 잘 지내고 싶어요"
그녀가 간절한 호소를 목소리에 심어서 말했다. 그녀의 눈빛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별안간 임성제는 그녀를 안고는 거실 바닥에 쓰러뜨렸다.
"어마...대련님?...지금 뭐 하시는거에요?"
난데없는 임성제의 행동에 속절없이 바닥에 깔린 성민지의 눈이 공포에 질리기시작했다.
그녀의 눈빛에 드러난 임성제는 어린애 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계속 혓바닥을 뱀처럼 내밀어서 입술을 적시면서 손을 뻗어서 자신의 밑에 깔린 성민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앗...아파요...놔줘요...제발..."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호소를 했다. 임성제는 그녀의 분홍색 블라우스 위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더니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댔다.
그녀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임성제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나 억센 사내의 손이 다시 그녀의 고개를 원위치 시켰고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침으로 번들거리는 임성제의 입술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웁 웁..."
그녀가 도리질 하면서 결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은 어쩔수 없더라도 더 이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본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임성제의 입술이 굳게 닫힌 그녀의 입수을 열기 위해서 힘을 썼지만 그녀도 모든 힘을 입술로 집결시켜서 남자의 혓바닥이 침임하는것을 저지하고 있었다 .
임성태는 그녀의 입술을 여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닫혀진 입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남자의 입냄세와 함께 불쾌한 기분까지 드는 뜨끈뜨끈한 콧김이 느껴졌다. 임성제는 한동안 그녀의 오무린 입술을 빨아들이다가 혓바닥을 뱀처럼 길게 내밀어서 그녀의 얼굴을 마치 죽그릇을 빨듯이 핥기 시작했다.
그녀의 전신에는 소름이 쫘악 돋았지만 그녀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눈두덩이에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남성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녀에게서 몸을 떼고는 거실이 떠나가라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한참동안 넋이 나간사람처럼 웃던 남성제가 웃음을 그치고는 살기어린 미소를 띠면서 말을 했다.
"좋군 좋아...그나마 양심이 있었나 보군...이 정도 애무에 별 반항없이 가만히 있는 걸 보면 그동안 나한테 꽤 미안했었나 봐...좋군 좋아...당신을 알고 처음으로 당신에게 키스 했어 난 그동안 당신과 키스하는 상상을 하면서 잠을 설쳤는데...겨우 이런거였나? 생각보다 시시하군..."
남성제가 거기서 말을 끊고는 손을 뻗어서 아직도 멍하게 누워서 자신을 바라보는 성민지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이 걸로 당신에 대한 내 미련을 전부 끊겠다..."
"대련님...아니 성제씨..."
그녀가 몸을 일으키면서 황급히 말을 했다.
임성제가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갖다대곤 조용히 하란 포즈를 취했다.
임성제가 천천히 말을 했다.
"오늘 당신이 형과 이혼하고 나랑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만 했으면 당신은 더 이상 시험에 빠지지 않아도 되었을것을....하지만 그렇게 할맘은 없는걸 확인했으니 나도 더 이상 추하게 당신에게 집적대진 않겠어...하지만 당신은 분명히 과거에 나랑 한 약속을 어겼어...약속이란게 배신당하기 때문에 매력있단 말은 우스꽝스러운 말이 아니었어 ..그 배신은 댓가를 꼭 치러야 하는 것이지....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들어 성민지씨...앞으로 일주일 내로 당신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날거야"
성민지는 임성제가 두서없이 내뱉는 말을 멍하게 듣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크게 놀라서 그에게 물었다.
"성제씨?..그게 무슨 말이에요?...날 원하는 사람이라니?"
임성제가 다시 소파로 올라와서 담배에 불을 당기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쯤에나 이야기 할려고 그랬는데 마침 당신이 오늘 여기 와주어서 편하군 자 한번만 말할테니 잘들어라 일주일이다...당신을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이 나타날거야...자 내 이야기는 끝났어 그러니 그만 가줘..난 내일 개원준비 때문에 좀 쉬어야 겠어..아 참 당신이 들고 온 저 음료수 박스는 가져가서 조카녀석이나 줘...당신이 가져온것은 뭐든지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렇게 말을 한 임성제가 담배를 입에 문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임성제가 들어간 이후에도 성민지는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멍한 머리속으로 다시 미미하게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의 편두통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거리를 난 열심히 뛰고 있다.
모두들 잠이 들어 있는 새벽 한시에 난 런닝 하나와 반바지 만 입고 헉헉대면서 동네를 두바퀴째 돌고 있었다.
내가 땅에 발을 내 딛을 때 마다 동네의 가로등과 아직 꺼지지 않은 네온사인불빛들이 녹아서 반짝이고 있던 빗물덩이들이 출렁이고 있었다.
달밤에 웬 체조냐구?.....
난 잠이 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뛰어서 녹초가 되면 좀 나아질지 모른다. 헐떡대느라 벌린 내 입안으로 휘몰아 치는 빗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헉헉 더 이상은 못뛸거 같다.
몸을 기역자로 구부린채 입을 한껏 벌려서 부족한 산소를 허겁지겁 공급 받는 지금 내 몸은 빗물인지 땀물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흠뻑 젖어 있었다.
동네는 가득 비에 젖어 있었고 지금 감히 골목에 서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그래 이대로 방으로 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 후에 잭 다니엘을 한모금 마시면...어쩌면...오늘은 쉽게 잠들지도 모르겠다.
유리잔에 정육면체 반투명 얼음을 일곱개 깔고 그 위에 잭다니엘을 부어서 마시는 이른바 "드래곤볼" 식 온더락을 만든 후에 샤워실로 들어갔다.
식었던 몸이 금새 다시 따듯해 졌고 기분이 조금 좋아진 나는 아까 탁자위에 만들어 둔 드래곤볼을 입으로 가져갔다.
목구멍을 갈고리로 긁듯이 내려가는 독한 알콜기운에 몸이 잠시 몽롱해졌다. 유리잔을 탁자에 놓고 불을 끄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
정말이지 오늘은 잘수 있을거야...
난 그렇게 믿고 또 바라면서 눈을 감았다.
삼십분을 뒤척이다 다시 이불을 신경질적으로 걷어낸 나는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몸을 웅크렸다.
창가에 빗질하듯 내리는 빗소리가 마치 날 보며 "바보" "렘?이라고 속삭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날 조롱하던 비바람소리가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크로테스크야....
.....인생은 크로테스크 한거야...
@크로테스크-어떤분이 지적하신 대로 그로테스크[grotesque]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목을 그렇게 정해버렸고 7부까지 와 버린 관계로 오타지만 하던대로 크로테스(크)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지적해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는 내게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크로테스크든 소크라테스든 그게 뭐 어쨌단 거냐?"
난 그렇게 힘없이 중얼 거렸다.
그녀가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가련한 눈빛을 번득이면서 내게 다시 속삭였다.
.....잠들기 힘들지?.... 넌 평생 그렇게 살거야....그렇게 억울한 얼굴 하지마...세상은 온통 불공평한 것 투성이야....
그녀의 집요한 시선을 외면하면서 난 다시 중얼거렸다.
"난 ...너를 모른다...난 모든걸 다 잊었어..."
성우의 발성같은 그녀의 또박또박한 말소리가 귓전을 때리기 시작했다.
....완전한 망각이란 것은 없어....지금의 넌 숙제를 하기 싫어서 애초에 숙제 따윈 없다고 스스로 믿으면서 티비이 앞에 앉아 있는 어린애와도 같아.....
옆에 나뒹굴고 있는 쿠션을 집어서 그녀의 얼굴로 집어 던졌다.
날아간 베게가 정확히 그녀의 얼굴로 향했지만 그녀의 허상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부엌에 있는 냉장고로 걸어간 나는 냉동실 한켠에 검은색 비닐에 쌓여진 것을 꺼냈고 식탁위에 굴러다니는 유리잔을 들고 다시 거실로 갔다.
덥수룩한 머리의 양배추 인형이 웃음을 짓고 있는 선반 밑에서 흰색 플라스틱에 담겨진 소다수병을 꺼냈다.
거실 탁자에 놓은 비닐 봉투에서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GHB(Gamma-HydroxyButrate) 분말을 프림스푼으로 덜어낸 이후에 소다수에 탔다.
물뽕이 용해되기를 기다리면서 다시 거실로 간 나는 아까 마시던 잭다니엘 잔을 들고와서 남은 걸 모두 붓고 스푼으로 휘휘 저은 이후에 원샷을 했다.
"희"의 말이 떠올랐다
(알콜에 절대 타서 마시지 마....강간범으로 만드는 약이니까)
난 희의 소심함이 우습게 느껴졌다.
이 비오는 새벽에 어떤 미친 여자가 나 잡아잡수쇼 하고 나온단 말인가...
잔을 내 던지고 비틀비틀 대면서 다시 거실로 왔을때 아직도 내 방에 걸터 앉은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시선을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다가가서 그녀에게 말을 했다.
"난 지금부터 잠들 수 있어.....조금 기다리면 효과가 나타나게 될거라구"
그녀는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알콜을 섞은 탓이었을까?...
내 생각보다 빨리 내 몸속 구석 구석으로 약효가 퍼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몸이 기분 좋을 정도로 나른해 져 왔고 희 녀석의 말대로 트렁크 팬티안에 단단히 숨겨둔 내 물건이 고개를 끄덕 들기 시작했다.
편안함과 미칠듯한 성욕이 뒤 엉키면서 머리가 복잡해 져 왔고 의식을 잡고 있던 끈의 매듭이 하나씩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마에 미미한 통증이 느껴오면서 내 성욕은 극한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혈관이 거세게 부풀어 오르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불을 뒤집어 쓴듯이 더워진 나는 유일하게 걸친 트렁크 팬티를 벗고 숨을 헐떡였다.
그녀가 한참동안 내 모습을 보면서 조소를 흘리더니 시야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흘린듯한 마지막 한오라기의 머리칼 마저 빗속으로 빨려들어가고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넌 못 벗어날거야.......기억을 지울 수 없어...............
그녀가 사라진 침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빗줄기가 거세게 새어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알몸 여기 저기에 문신처럼 맺힌 물방울들을 내려다 보면서 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네놈들을 찾겠다. 그리고 정말 지워 버리겠어)
충혈로 벌겋게 된 눈으로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팬티를 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전원을 누르고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메일계정으로 들어갔다.
어제 하이에나가 보내준 메일을 다시 열었고 첨부파일도 개방했다.
하이에나가 조사한 내용에 의하면 그들은 시드니에 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첨부파일을 꼼꼼히 체크한 나는 중요한 부분만 메모를 한 뒤에 하이에나가 보낸 메일과 첨부파일을 모두 휴지통으로 옮기고 휴지통까지 비워 버렸다.
메일에는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새로운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발신자는 성민지를 의뢰했던 그 녀석이었다.
쥐새끼 머리를 두번 두드리자 메일이 열렸다.
.....................................................................
답변
보내주신 메일을 잘 읽었고 송금한 돈도 잘 받았습니다.
역시 성민지 그녀는 님이라 하더라도 1주일만에 성공하긴 힘들었나 봅니다.
님이 다시 제시한 내기에 대한 내용을 읽고 하루종일 생각한 끝에 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도박이 시작된 관계로 이번에는 제가 새로운 조건을 추가할까 합니다.
조건을 추가하려는 이유는 님이 비록 실패는 했다고 하지만 1주일 가까이 그녀에게 공을 들였을 테고 그렇다면 시간을 1주일 더 연장해서 기존의 내기와 같은 거라면 아무래도 제가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각설하고... 제가 제시하려는 조건은 성민지 그녀에게 포르노를 찍게 될거라는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게임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 조건이라면 님은 매우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전 이미 님과의 도박에서 이긴 승자이고 돈도 챙겼으니 칼자루를 쥐고 있는것은 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이 제 조건을 받아들이시 겠다면 답신을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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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메일을 읽었지만 마지막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에게 미리 정보를 알려준다구?
어떻게 알려준단 말인가?
내가 직접 그녀에게 가서 내가 당신을 1주일 안에 포르노를 찍게 만들것이오 라고 친절하게 말이라도 하란 말인가?
즉각 그 녀석에게 답신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음 추가 설명 요망
그 녀석에게 답신 메일을 보내고 인터넷을 닫으려는 순간에 모니터 옆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예쁜 여자 목소리로 "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예쁜 목소리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녀를 당장에 발가 벗긴후에 덮쳐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
뜻밖에도 그 녀석이었다.
답신 메일을 보내고 일분도 지나지 않아서 녀석이 답신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메일을 열어보았다.
""""""""""""""""""""""""""""""""""""""""""""""
님도 다음 이메일을 쓰시는 군요...저도 지금 다음에 있습니다.
다음 메신저를 다운 받으 신 이후에 저를 친구로 등록하신 이후에 대화를 신청해 주세요
....................................................
녀석의 말대로 메신저를 다운 받은후에 실행하고 녀석의 아디를 검색해서 내 친구로 등록한 이후에 녀석에게 일대일을 신청하자 작은 대화창이 생성되었다.
[크로테스] 안녕하세요...
[히포크라테스] 님 방가...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보내주신 천만원은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감솨...
[크로테스] 별말씀을 그런데...어떻게 이렇게 빨리 답장을 줄수 있었나요?
[히포크라테스] 님이 저에게 메일을 보내는 시간이 늘 이 새벽시간대더군요...그래서 오늘도 님이 이 시간대에 접속해 있을거라고 추측하고 들어와 있었습니다.
[크로테스] 머리가 매우 총명하군요...그런데 님이 말씀하신 추가 조건에 관한 내용이 잘 이해가 안갑니다. 어떻게 그녀에게 미리 정보를 말하겠다는 겁니까?
[히포크라테스] ^^" 말이 어려웠나 봅니다. 쉽게 말하면 미리 그녀에게 당신을 주연으로 한 포르노를 찍으려는 인물이 있다고 사전에 경고를 하자는 겁니다.
[크로테스] 하항 잘 알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녀에게 미리 정보를 흘리자는 거군요
[히포크라테스] 그렇습니다. 님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조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선택은 님이 하세요
[크로테스] 재밌겠군요...야구에서 말하는 예고 홈런인셈이군요...괜찮습니다. 전 수락하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오우? 진심입니까? 신중히 생각하세요 이번에 걸린 돈은 오천만원입니다.
[크로테스] 판이 커져야 더 재미가 있겠죠...제 결정은 변함없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누가 그 정보를 말해줍니까?"
[히포크라테스] 걱정마세요...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녀에게 정보를 흘린 이후 그 시간부터 1주일로 기한을 정하겠습니다
[크로테스] 님이?...알겠습니다. 그럼 그녀에게 그 정보를 말해준 뒤에 다시 메일을 주십시오
[히포크라테스] 님이 그 조건을 받아들이다니 굉장히 의욉니다...당신은.지금 그 ..약속을 지키겠지요?
[크로테스] 전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히포크라테스] 그렇군요..하지만 가끔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죠..어떤 멍청한 놈이 그런 소릴 하더군요..신뢰는 배반당하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것이라고...참 개같은 소리 아닙니까?
[크로테스] 터진입으로 하는 말들일 뿐입니다. 난 개같다고 생각하지도 또한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히포크라테스] 당신은 냉정한 사람같군요...당신처럼 냉정한 사람을 또 한명 전 알고 있지요....아무튼
건투를 빕니다. 참 그런데 님의 대화명이 저랑 참 비슷하군요...크로테스..크로테스는 무슨 뜻입니까?
[크로테스] 우스꽝스럽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히포크라테스라면...님은 의료계 쪽에서 일하시나요?
[히포크라테스] 그렇습니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는 신일 뿐이고 전 아니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란 것도 약속인데 그 선서를 저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지요 님 말대로 우스꽝 스런 일이죠
녀석과 통신을 끊은 나는 녀석이 지껄이는 소리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딴 녀석이 주절대는 소리에 신경을 쓸 여유가 지금 나에겐 없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국내의 한 섹스사이트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벌거벗은 여자 사진들은 얼마든지 널려 있었고 2명의 여자 사진을 창에 띄어놓고 미친듯이 자위를 시작했다.
비록 꼬부랑 할머니였더래도... 지금 내 눈앞에만 있다면 난 발정난 개처럼 덤벼 들었을 것이다.
한 번...
두번....
세번....
티슈 한장
티슈 두장
티슈 세장
내 발 밑으로 휴지가 된 티슈들이 즐비하게 쌓이기 시작했지만 한번 물뽕에 제대로 걸린 내 물건은 지치지도 않고 다시 고개를 바짝 쳐들고 다시 내 손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내 방 침실은 밤꽃향기와 구겨진 티슈로 채워지고 있었다.
일곱번을 끝으로 난 휴식을 허락받았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 나는 시체처럼 잠이 들었다.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성민지네 가족은 모처럼 아침식탁에 모여서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남편도 다시 기운을 찾아가고 있었고 성민지도 극장에서의 악몽을 천천히 떨쳐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악몽이라고 애써 믿고 싶은 그녀였다.
자기 앞에 놓인 밥그릇을 번개같이 비운 훈이는 아빠 엄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성민지는 훈이가 빨리 밥을 먹은 이유가 다름 아닌 조금 있으면 시작할 텔레비젼 만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거실에 있는 티비를 볼것을 허락하자 훈이는 강아지 새끼처럼 쪼르르 식탁을 빠져 나가서 소파에 놓여진 리모콘을 집어 들었다.
성민지도 밥을 다 먹었지만 밥상머리에서 신문을 읽으면서 밥을 먹는 습관을 가진 임성택은 아직도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눈쌀을 조금 찌푸리면서 남편에게 말을 했다.
"여보...신문 나중에 보구.밥부터 먹어요?"
임성택은 으응 하고 입으로는 대답하면서도 여전히 눈을 펼쳐놓은 신문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을 읽던 임성택이 활짝 웃으면서 중얼 거렸다.
"됐어...드디어 경기부양책을 정부가 쓴다...이제 주식값도 안정을 찾겠지"
그는 대단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제서야 신문을 옆의 빈자리에 내려놓고 숟가락을 밥그릇에 삽처럼 푸욱 하고 꽂았다.
에휴..
성민지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었다.
남편은 일에 대한 욕심이 대단한 사람이었고 성민지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남편이 열심히 하는 모습은 늘 든든하지만 집에서까지 그 일을 이야기 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달가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녀가 주식이나 경제 같은것을 알리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그동안 그 주식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은행과 친척에게 까지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임성택과 같은 마음이었다.
남편말을 들어보면 무조건 올라가는게 좋고 색깔은 빨간색이 젤 좋다고 하니...그녀의 마음도 어느덧 두둥실 올라 가는 빨간 풍선이 되어 있었다.
아직 남편에게 카페에서 일을 하는것을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미루다가 일주일이 지났고 어쩌면 이러다가 영영 말을 꺼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성민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힘들것이 없는 카페일이 싫지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비록 아는 사람에게는 나 카페에서 카운터 봐 라고 대 놓고 말하기에는 챙피한 구석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결혼 후에 첨으로 자기 손으로 돈을 벌고 나름대로 사회활동을 하는 지금이 좋기도 했다.
오래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빚만 대충 갚고 남편도 다시 자리를 찾게 되면 언제고 그 일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이대로 남편 몰래 이런 생활을 조금 더 즐기고도 싶은 지금 성민지의 심정은 한마디로 왔다리 갔다리 였다.
뒤늦게 식사를 마친 남성택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참..내가 깜박했어...당신 내일 나랑 한남동 가자..내가 점심시간때 당신 데리러 갈께"
"한남동?...대련님 집 말인가요?"
"응...내일이 그 녀석 개원하는 날이잖아..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듣고도 넘어갈뻔 했네...녀석이 드디어 자기 병원을 가지는 날인데 가봐야 하지 않겠어?"
그녀가 잠시 우물쭈물했다. 임성택이 그녀가 대답이 없자 이상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왜 그래?...내일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저기...여보...나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요...그래서"
그러자 임성택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내의 말이 진심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성민지는 자신의 동생인 성제에게는 늘 불편한 자세를 나타내었다.
결혼하기 전에 동생과 함께 셋이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고 술도 같이 마신 적이 있었지만 그럴때면 아내는 늘 표정이 어둡고 불편해 보였었다. 한번은 그것이 이상해서 결혼식 하기전에 아내에게 물어 본적이 있었다.
"민지야...우리 성제가 맘에 안드니?"
"응? 아니야...자긴 왜 그런말을 하구 그래?"
"내가 보니까 성제랑 말도 잘 안하려고 하는거 같아...그애가 뭐 너에게 실수같은거라도 한거 있니?"
"아니야...성제씨는 그런적 없어...자기도 알잖아...내가 사람 낮을 많이 가리는거...아직 어색해서 그래"
아내는 그렇게 말했고 임성택도 그렇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내가 자기 집안으로 시집을 온 이후에도 아내의 태도는 별로 변한게 없어 보였다. 동생을 많이 어려워 하는것 처럼 보였다.
임성택은 잠시 동생 임성제를 떠올렸다.
다섯살이나 아래인 성제는 어릴때 부터 자기를 어려워 했고 형이라기 보단 삼촌을 대하듯이 행동했다.
원래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맏아들 임성택은 동생이 그런것은 자기와의 나이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별로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학창시절 성제는 형인 자신을 능가하는 수재였다.
임성택도 꽤 우등생이었으나 동생과 필적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무뚝뚝하고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었지만 임성택은 동생을 늘 자랑스러워 했고 그 녀석이 의대에 합격했을때 그는 자신의 일보다 더 기뻐했었다.
똑똑했던 녀석이 의대를 졸업후에 인턴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때 광주에 계신 부모님은 한바탕 동네 잔치까지 벌였었다.
그런데 두달만에 동생은 소식을 끊었고 그때 집안 분위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년후에 퍽도 늙어버린 동생이 다시 돌아왔으나 동생은 아무것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착한 동생이었고 녀석은 다시 국내의 종합병원에 레지던트로 일을 하였고 전문의 자격증까지 취득한 대견한 녀석이었다.
그는 당연히 아내에게 자신의 동생을 자랑하고 싶었고 둘이서 좋은 관계가 되길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임성택의 바램되로 잘 되어가지는 않았다. 동생은 작년 레지던트 마지막 2년차때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동갑내기 레지던트 여자와 결혼식을 했고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한 올해 드디어 집안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개원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전히 우물쭈물 하는 아내의 모습을 훔쳐 보면서 임성택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직도 더 기다려야 되는 것일까?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임성택이 조용하게 물었다.
"내일 무슨 일인데...?"
아내가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친구들과 계 모임이 있어...아침에 일찍 만나기로 했거든"
"당신 친구들과 계도 했었어? 난 처음 듣는 일인데?"
그녀가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당신도..난 친구도 없는줄 알어....늘 만나는 애들두 아니구 일년에 기껏해야 두번 정도 모이는 모임이란 말이야.."
"그러니?...아무리 그래두...성제가 섭섭해 할텐데...계 모임에 한번 빠지고 내일 나랑 한남동 가면 안되겠니?"
"약속을 이미 해버렸는걸 어떡해...그리구 당신도 그래...그런 중요한 일이 있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 약속이 겹치지 않지...전날에 덜컥 말하면 난 뭐가 되냐구"
그녀답지 않게 제법 논리적으로 대꾸하자 임성택도 금새 대답이 궁해졌다.
사실 아내말도 일리는 있었다.
동생의 개원날을 전날에야 말해주는 자신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뾰루퉁하게 쏘아붙인 성민지는 남편이 침묵을 하자 잠시 눈치를 살핀 후에 입을 열었다.
"하긴..당신이 요즘 신경쓸게 많아서 그랬단거 이해해...그럼 이렇게 해..오늘 나랑 한남동에 가서 미리 축하한다고 인사하고 오면 어떨까?"
그녀로서는 묘안을 낸다고 한 말이었는데 임성택은 시큰둥했다.
"오늘은 내가 안되는걸?...난 조금 있다가 거래처 사람이랑 잠시 만나기로 했어"
"당신은 꼭 일요일날 그렇게 약속을 잡더라.....으응..그럼 어떻게 하지"
잠시 생각하던 임성택이 입을 열었다.
"그럼 할수없지 오늘 당신 혼자 한남동에 가서 인사만 하고 와...내일은 혼자 내가 갈테니까"
그러자 성민지의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
"나 혼자?...가라구?"
"응...왜 혼자는 싫니?"
성민지는 다시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혼자서는 죽어도 가기 싫은 자리이고 혼자서는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래 알았어...그럼 혼자 오늘 갔다올께...뭐 그쪽도 내일 개원준비한다고 바쁠테니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그럴께"
임성택은 아내의 기특한 말에 맘이 흐뭇해졌다.
이번 기회에 시동생과 형수사이에 어색한 관계가 많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남편은 지금 비가 오니까 택시를 타고 가랬지만 성민지는 그럴께하고 대답만 하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서 한남동에 내렸다.
다른때면 그랬겠지만 남편을 돕는답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조금씩 돈에 대해서 인색해져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 사이로 임성제가 살고 있는 롯데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우산을 받쳐든채 아파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성민지의 마음은 천근만근이었다. 아파트쪽으로 걸어가면서도 몇번이고 후회를 했다.
억지로라도 남편을 데리고 가는 거였어....
아파트 상가에서 산 청량음료 한박스를 손에 들고 성민지는 임성제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 문앞에 다다랐다.
시동생이나 동서가 집에 없기를 바랬다.
그렇다면 그녀는 모르는 척하고 그대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거라고 몇번이고 다짐하면서 현관문에 앙증맞게 달린 붉은색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기대를 매정하게 저버린 현관문은 덜컥 하고 열렸고 성민지는 아랫입술을 자신도 모르게 세게 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임성제 본인이였다. 내일이 개원인데도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던지 덥수룩한 머리와 기름기가 그대로 드러난 얼굴에 잠옷차림이었다.
그녀가 임성제에게 먼저 고개를 약간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어요 대련님?"
그러나 임성제는 대꾸도 하지 않고 거실로 들어가더니 거실 한가운데 있는 보라빛 가죽 소파에 털썩 하고 앉아 버렸다.
동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성민지는 참으로 난감했다.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엉거주춤 서 있는데 무뚝뚝한 임성제의 말이 들렸다.
"왔으면 들어와...거기 서서 뭐해?"
성민지는 얼굴이 찌푸려 졌으나 그의 말대로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
임성제는 느긋하게 소파에 기댄채 발을 들어올려서 까딱까닥 거리면서 장난치고 있었다.
그녀가 떠듬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동서는...?"
"미숙이는 아침에 급한 환자 때문에 병원으로 갔어....그런데 웬일이야? 우리집에 다 발걸음을 하고"
임성제가 자신과 단 둘이 있으면 반말을 하는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5년이 지났다.
남편 임성택과 같이 있을때면 꼬박꼬박 존칭을 쓰면서 말을 높히는 이 남자...성민지는 오늘 여기서 있어야 할 시간이 웬지 길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개원이라고 왔어요...이거 변변치 않지만 "
그녀가 사들고 온 음료수캔을 집어 올렸다.
그녀는 아직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엉거주춤 거실에 서 있는 상태였다.
그러자 임성제의 냉소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개원은 낼인데 무슨 헛소리야?...아!.오늘 오는거 보니 내일은 못오시겠다 이 뜻이군"
"저기...대련님..."
"왜?"
"내가 대련님보단 나이가 어리지만 난 그래도 형수되는 사람이에요...계속 그렇게 말을 놓으시니까 듣기가 좋지 않아요"
그러자 임성제가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비면서 내 뱉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내가 늘 너한테 반말만 하던? 그래도 형이랑 같이 만나면 꼬박꼬박 말 올려줬잖아?"
성민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들고 있던 음료수 박스를 내려 놓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방금 내게 뭐라 했어요? 지랄...이라고 했나요? 반말도 모자라서 이제 욕설까지 하는거에요?"
임성제는 별로 대꾸도 하지 않고 벌떡 일어서서 서 있는 성민지를 지나쳐서 냉장고로 갔다.
그녀가 뒤에서 노려보고 있건 말건 개의치 않고 냉장실에서 보리차가 가득든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꺼내서 입을 살짝떼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목을 뒤로 젖힌채 보리차를 게걸스럽게 마시는 임성제의 목에 혹처럼 난 성대가 꿈틀거리는것이 그녀의 눈에는 얄밉게도 보였다.
실컷 물을 마신 후에 소리나게 꺼억하고 트럼을 한 임성제는 그대로 거실 옆에 있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민지는 그의 모습을 말없이 노려보고 있다가 고개를 황급히 돌려 버렸다.
거실과 정면으로 보이는 변기통에 앉은 임성택은 주저 하지 않고 잠옷 바지를 까내렸고 문도 닫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변을 누기 시작했다.
"어어~ 씨원하다...어제 개원 축하하러 온 병원 친구들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계속 아침부터 속이 안좋네"
성민지는 거실을 나와서 아까 임성제가 앉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녀가 신경을 쓸때마다 나타나는 증상인 편두통이 다시 미미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이마에 한 손을 댄체 두통을 참고 있는데 화장실로 부터 임성제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이거 휴지가 다 떨어졌네..미숙이는 화장실에 휴지도 안 갖다 놓냐? 에이...야 ! 성미진! 거실에 있는 티슈 몇장 뽑아서 빨리 이리로 갖고 와"
그녀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을 막대한다고 해도 이럴수는 없었다.
성민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톤 더 높아진 임성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휴지 갖고오라니가?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너 안가져 오면 내가 이대로 엉덩이 들고 거실로 가야 하나?"
성민지는 인사고 뭐고 이대로 나가버리고 싶었지만 남편의 선한 얼굴과 자신을 딸처럼 아껴주시는 시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고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탁자 테이블에 있는 크리넥스 티슈를 잔뜩 뽑았다.
(휴지가 적다고 또 가져오라고 할지도 몰라)
그녀가 휴지를 한손에 든채 화장실로 다가가자 고약한 냄세가 났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휴지 가져 왔어요...문 앞에 두고 갈께요"
"헤헤...이왕이면 들어와서 주면 더 좋을텐데...할수없지 어이 고마워"
낄낄거리는 임성제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그녀가 황급히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임성제가 어기적 거리면서 거실로 다가오더니 아까 자신이 앉던 자리에 앉으면서 담배를 물었다.
"그래...내일은 일이 있어서 못오는구나 그렇지?"
"저기 대련님..또 한번 말하지만 말하실때 좀 신경써주세요..전 대련님의 형님되시는 분의 아내에요"
"씨발 또 그소리네...너도 그럼 같이 말놔...내가 언제 너보고 말올려달라고 그랬냐?"
"난...난 그럴 수 없어요...."
그러자 임성제가 비아냥 거리면서 말했다.
"호호..그러니까 계속 예절을 지키시겠다 그거군..좋지 좋아..당신이란 여잔 그점이 늘 매력이었어"
"도대체..왜 나한테 계속 이렇게 대하는 거죠? 내가 뭘 잘못했나요? 섭섭한게 있으면 그렇다고 말씀하시면 되지 않나요?...형님이랑 같이 있을때는 안 그러시는 분이 왜 둘만 있으면 나한테 이렇게 막 대하는 거에요?"
그녀가 큰 소리로 따졌다.
임성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아무 대꾸도 없이 담배만 피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용기를 내어서 말했다.
"이제..제발 그만해요 네?...부끄럽지도 않으세요...형수되는 여자에게 반말을 하고 함부로 대하고...대련님도 이제 결혼하셨으니 의젓한 어른이시 잖아요 네?"
임성제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내가 형수 대접을 제대로 해주면 형수는 나에게 뭘 해줄거에요?"
갑작스런 그의 존칭에 성민지는 잠시 어리둥절 했으나 질문의 의도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무슨..무슨 말이에요?..내가 뭘 해주길 바래요?"
임성제가 그녀 쪽으로 무거운 시선을 던지면서 다시 말했다.
"나랑 결혼해 줄수 있어요?"
"무..무슨 말이에요...지금 대련님 장난하시는 거에요?"
임성제가 자세를 바로 잡고는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이 남자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난 아닙니다.....형수..아니 민지씨...당신도 잘 알지 않나요? 제가 형보다 먼저 당신을 좋아했단 것을.."
"그... 그건..."
성민지는 말을 얼버무렸다. 그로부터 결코 듣지 말아야 할 말을 오랜만에 다시 듣고 말았다.
"형은 아직 모르죠?....형이 민지씨랑 만나기 전에 제가 당신을 먼저 알았고 서로 우리가 좋아했단 사실을.."
성민지는 눈을 감아버렸다.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시작은...원사이이드 러브...순전히 나 혼자 일방적으로 좋아했던 일이었지요...내가 갓 의대를 졸업하고 종합병원에서 병아리 인턴하던 시절...그때 당신은 내가 있었던 신경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어요. 난 아직도 당신의 그때 모습을 기억해요 모든걸 다요...당신이 가지고 있었던 병명까지도.. 조울증 증상이었죠..당신도 기억하죠?...난 자주 당신과 상담을 했어요...당신은 몰랐을거에요..우리 병동 치프한테 맞아가면서 까지 일부러 내가 당신과 상담하는 자리로 나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직도 무릎을 꿇은채 진지한 자세로 이야기 하는 남성제를 보았다.
남성제가 계속 말을 했다.
"당신을 얻기 위해서 전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어요...결국 당신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당신은..."
남성제가 말끝을 흐리더니 눈이 금새 충혈되었다.
그제서야 침묵을 깨고 성민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내게 참 잘 해 주었지요..오랫동안 입원해서 외로운 나에게 당신은 자주 상담도 해 주었고 나에게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주었지요 물론 당신이 날 좋아하고 있구나 란것은 금새 알수 있었지만 첨에는 당신에게 맘을 주는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난 그때 엄마가 죽은 이후로 조울증에 빠져 있었어요...마음만 병이 든게 아니라 제대로 먹지 못해서 몸도 아팠다구요...그래서 당신이 내게 잘해주는건 일종의 동정심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죠"
"그건...절대 동정이 아니었어요"
임성제가 부르짖었다.
성민지가 고개를 흔들면서 다시 말을 했다.
"내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어요...하지만 다 좋아요...첨엔 그것 때문에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결국 당신의 정성에 나도 감동을 하고 말았던 거죠...그래서 난 당신의 맘을 받아들이기로 했죠 "
임성제가 갑자기 울먹이면서 외쳤다.
"그랬는데...그랬는데 왜?...당신은 내가 유학을 간 사이에 맘을 바꾸었나요?" 당신은 기다리겠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성민지가 애들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임성제를 보면서 자신이 이제 부터 해야할 말을 가다듬었다.
그녀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난 스트레스만 받으면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 편두통 증세가 있어요...당신이 보스톤으로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난 그 편두통때문에 다시 그 병원으로 간 적이 있어요...그때 병원에서 당신이 옛날에 치프로 모셨던 의사 선생님이 절 상담 해주셨는데 그 분으로 부터 놀라운 사실을 두개 들었죠...첫번째는 그 옛날 조울증으로 입원했을때 두달 이나 넘게 입원할 정도로 증상이 대단하지 않았단 사실이죠 그 분의 말로는 난 그당시 일주일 정도 입원하고 이후에 안정제 몇알과 2주에 한번씩 통원 치료면 충분했다더군요 두번째로 알게된 사실은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입원하도록 소견서를 바꿔치기하고 조울증 치료에 전혀 관계없을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하게 만드는 바이탈이라는 환각성 강한 마취제를 내가 계속 복용하도록 부탁한 사람이 임성제 바로 당신이었단 사람을요..."
그녀 앞에 꿇어앉아서 눈물을 흘려대던 임성제는 더 이상 울지도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고 있었지만 성민지는 내친김에 이야기를 마감하기로 결심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난 사실이 아니길 빌었죠...하지만 모든게 사실이었어요....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신은 신경정신과 의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오히려 당신이 그 치료대상이에요
더 이상 당신을 만나기 어려운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어요....난 그때 충격으로 다시 다른 병원에 입원을 했고 그때 같은 병실에 입원중이던 환자의 친구분이었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죠...바로 당신의 형님이자 지금 내 남편인 훈이 아빠죠"
그녀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훈이 아빠가 당신과 형제란 사실을 난 그때 전혀 몰랐죠...훈이 아빠는 당신 이야기를 좀처럼 꺼내지 않았어요...보스톤에서 갑자기 행방불명된 동생의 존재를 첨부터 나에게 말을 하기가 힘들었겠죠..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당신과 훈이 아빠가 형제란 것을 알았을때는 이미 늦었어요...난 이미 그때 뱃속에 훈이가 있었으니까요..."
"크크...그렇군...그렇게 된거였군"
임성제가 알수없는 웃음을 터뜨리면 떠듬떠듬 말을 했다.
그녀가 그제서야 임성제 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으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생각하면 나도 늘 맘이 무거웠고 가슴이 아팠어요...당신이 우리 둘만 있을때 내게 막대하는 것도 어?든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우리 지낼수는 없지 않아요? 대련님도 이제 결혼을 했고 얼마 있지 않으면 곧 가장이 될거에요...물론 첨부터 모른일처럼 지낼 순 없지만 난 이제부터라도 대련님과 잘 지내고 싶어요"
그녀가 간절한 호소를 목소리에 심어서 말했다. 그녀의 눈빛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별안간 임성제는 그녀를 안고는 거실 바닥에 쓰러뜨렸다.
"어마...대련님?...지금 뭐 하시는거에요?"
난데없는 임성제의 행동에 속절없이 바닥에 깔린 성민지의 눈이 공포에 질리기시작했다.
그녀의 눈빛에 드러난 임성제는 어린애 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계속 혓바닥을 뱀처럼 내밀어서 입술을 적시면서 손을 뻗어서 자신의 밑에 깔린 성민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앗...아파요...놔줘요...제발..."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호소를 했다. 임성제는 그녀의 분홍색 블라우스 위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더니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댔다.
그녀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임성제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나 억센 사내의 손이 다시 그녀의 고개를 원위치 시켰고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침으로 번들거리는 임성제의 입술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웁 웁..."
그녀가 도리질 하면서 결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은 어쩔수 없더라도 더 이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본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임성제의 입술이 굳게 닫힌 그녀의 입수을 열기 위해서 힘을 썼지만 그녀도 모든 힘을 입술로 집결시켜서 남자의 혓바닥이 침임하는것을 저지하고 있었다 .
임성태는 그녀의 입술을 여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닫혀진 입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남자의 입냄세와 함께 불쾌한 기분까지 드는 뜨끈뜨끈한 콧김이 느껴졌다. 임성제는 한동안 그녀의 오무린 입술을 빨아들이다가 혓바닥을 뱀처럼 길게 내밀어서 그녀의 얼굴을 마치 죽그릇을 빨듯이 핥기 시작했다.
그녀의 전신에는 소름이 쫘악 돋았지만 그녀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눈두덩이에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남성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녀에게서 몸을 떼고는 거실이 떠나가라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한참동안 넋이 나간사람처럼 웃던 남성제가 웃음을 그치고는 살기어린 미소를 띠면서 말을 했다.
"좋군 좋아...그나마 양심이 있었나 보군...이 정도 애무에 별 반항없이 가만히 있는 걸 보면 그동안 나한테 꽤 미안했었나 봐...좋군 좋아...당신을 알고 처음으로 당신에게 키스 했어 난 그동안 당신과 키스하는 상상을 하면서 잠을 설쳤는데...겨우 이런거였나? 생각보다 시시하군..."
남성제가 거기서 말을 끊고는 손을 뻗어서 아직도 멍하게 누워서 자신을 바라보는 성민지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이 걸로 당신에 대한 내 미련을 전부 끊겠다..."
"대련님...아니 성제씨..."
그녀가 몸을 일으키면서 황급히 말을 했다.
임성제가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갖다대곤 조용히 하란 포즈를 취했다.
임성제가 천천히 말을 했다.
"오늘 당신이 형과 이혼하고 나랑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만 했으면 당신은 더 이상 시험에 빠지지 않아도 되었을것을....하지만 그렇게 할맘은 없는걸 확인했으니 나도 더 이상 추하게 당신에게 집적대진 않겠어...하지만 당신은 분명히 과거에 나랑 한 약속을 어겼어...약속이란게 배신당하기 때문에 매력있단 말은 우스꽝스러운 말이 아니었어 ..그 배신은 댓가를 꼭 치러야 하는 것이지....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들어 성민지씨...앞으로 일주일 내로 당신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날거야"
성민지는 임성제가 두서없이 내뱉는 말을 멍하게 듣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크게 놀라서 그에게 물었다.
"성제씨?..그게 무슨 말이에요?...날 원하는 사람이라니?"
임성제가 다시 소파로 올라와서 담배에 불을 당기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쯤에나 이야기 할려고 그랬는데 마침 당신이 오늘 여기 와주어서 편하군 자 한번만 말할테니 잘들어라 일주일이다...당신을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이 나타날거야...자 내 이야기는 끝났어 그러니 그만 가줘..난 내일 개원준비 때문에 좀 쉬어야 겠어..아 참 당신이 들고 온 저 음료수 박스는 가져가서 조카녀석이나 줘...당신이 가져온것은 뭐든지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렇게 말을 한 임성제가 담배를 입에 문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임성제가 들어간 이후에도 성민지는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멍한 머리속으로 다시 미미하게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의 편두통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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