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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15 2,679회 0건
[SF] 혹성상인 1. -- 첫날밤
1. 첫날밤

자리를 주섬주섬 일어나는 한스에게 중년여자가 다가와 안내했다. 이 여자는 귀부인 스타일의 여자였다. 한스는 혹시 아버지의 애인이 이 여자인가 하며 그녀를 따라가며 말을 붙였다.

“저….말 좀..”
“네, 말씀하세요. 도련님”
“저기, 아버지가 이 곳에서 높은 분인가요?”
“네? 무슨 말씀을…. 아버님은 이 곳의 주인이세요. 우린 회장님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보통 말할 때 회장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이곳의 불문율이에요.”
“회장님이라고요? 저 그런데…”
‘네.”
“이 곳은 무엇 하는 곳이죠?”
“무엇이라뇨?”
“아니, 저… 무장이 삼엄해서…”
“아, 네. 신경 쓰지 마세요. 나중에 자세히 아시게 될 겁니다. 이곳은 회사에요. 장사하는 곳이죠. 군대는 아닙니다.”

여자와 말을 주고 받으며 가는 도중에 한스는 주변에 가끔씩 숨어있는 자동살인무기들을 보았다. 이 무기들은 전기밥솥 만한 크기로 바퀴가 달려 스스로 이동하고 사물을 인식하며 자동소총을 내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회사치고는 살벌한 곳임에 틀림없었다.

한스가 안내되어 들어간 곳은 매우 넓은 홀이었다. 중년여자는 거기까지 안내하고 편히 쉬시라는 인사와 함께 물러갔다.

그곳은 매우 넓은 홀이라서 한스는 도대체 어디서 쉬어야 할지 한참을 찾았다. 저쪽 멀리 소파와 침대가 보였다. 이건 방이라기에는 너무 넓고, 어쩌면 방이 없어 이런 홀에 한스를 재우려고 하는 것인가. 한스는 도대체 이런 방이 자신을 환대하는 큰 방인지 홀대하는 한데인지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한스가 침대에 거의 다가갔을 때 대각선 방향의 문이 열리며 세 명의 여자가 걸어 나왔다.
으윽. 역시 이곳은 길바닥이었어. 아니 이럴 수가. 아버지는 이곳 회장이라면서 나를 이런 길바닥에 재우다니…. 한스는 기가 막힌 생각을 하며 여자들을 보았다. 멀리서 보아도 너무나 멋진 여자들이었다. 완벽한 몸매, 균형 잡힌 부분들, 왠지 모르게 풍기는 아름다움. 깨끗한 마스크.

그런데 빨간, 파란,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그녀들은 한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 왔다. 멀리서 볼 때 그냥 늘씬하다고 만 느꼈는데 가까이 다가 오자 그녀들의 키가 엄청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림잡아 180이 넘는 것 같았다. 한스는 그녀들이 점차 자신에게 다가오자 놀랐다. 분명히 나에게 오고 있는 것이다. 왜?

그녀들은 마침내 한스의 2 미터 앞까지 다가와 멈춰 섰다. 그 순간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와 시각더듬이를 날카롭게 번득이는 자동살인무기. 한스는 깜짝 놀랐으나 여자들은 전혀 동요가 없었다. 한스가 두려워 하며 기계를 보니 의외에도 기계는 여자들 쪽에 시각 더듬이를 맞추고 있었다.

한스는 놀란 가슴을 추스리고 여자들을 보았다. 또렷이 보이는 그녀들의 얼굴, 몸매. 매우 섹시한 몸매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키가 180도 훨씬 넘어 보였다. 워낙 큰 여자들이어서 한스는 섹시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위압감도 느꼈다. 그녀들의 몸매를 흘깃거리며 보다가 붉은 옷의 여자와 눈을 마주치자 한스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쑥스러워 졌다. 그런데 그녀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것도 90도로 허리를 숙여.

한스는 저도 모르게 습관대로 맞받아 인사를 했다. 인사를 마친 그녀들은 다소곳하게 공손한 태도로 그대로 서있었다. 한스는 어색함을 느꼈으나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해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녀들은 마치 마네킹처럼 아무 동작이나 표정도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마침내 한스가 그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저기, 저 그렇게 서있으니 이상하군요. 괜찮으면 저쪽 소파에 좀 앉아요.”
한스의 말이 끝나자 그녀들은 소파에 가서 나란히 앉았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공손한 태도로 그녀들은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앉으나 서나 똑같군. 한스는 답답하고 지루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변화가 없자 마침내 오늘의 피로가 모두 몰려오며 졸리기 시작했다. 하품을 한 한스는 침대에 누워 자려다가 여자들이 보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거기 계속 있어야 하나요?”
“…”
여자들은 말이 없었다.
“그냥 있고 싶으면 있어요. 그 대신 나 잠 좀 잘 테니 이 쪽은 보지 말아요.”
한스는 엣다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 썼다. 그런데 이불을 썼는데도 집에서와 달리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냥 자려고 했는데 자꾸 불이 거슬렸다.
한스는 혼자 중얼거렸다.
“불 좀 끌 수 없나…”
한스가 중얼거리는 순간 한 여자가 일어나 한쪽 벽의 스위치를 찾아 누르자 불이 꺼졌다.
“고마워요.”
한스는 그렇게 말하고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아침 한스가 잠에서 깨어 보니 여자들은 어젯밤처럼 소파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저 여자들은 이곳에서 잠을 잤나? 몹시 이상한 여자들이군. 여하튼 그건 그렇고 어디서 씻고 밥은 어디서 먹어야 하나. 한스는 꾸물대며 일어났다. 부시시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데 한쪽 문이 열리며 어제의 그 중년 여자가 들어왔다.

“도련님, 어젯밤은 즐거우셨나요?”
“네.”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아침은 이곳에서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레스토랑에 가셔서 드시겠습니까?”
“먼저 좀 세수를 했으면 좋겠는데요.”
“아직 안하셨나요?”

중년 여자가 그말을 하며 세 여자 쪽을 흘깃 보자 세 여자가 순간 몸을 떠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중년여자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방의 한쪽 벽을 가리켰다. 그러자 방 한 쪽 바닥이 벗겨지며 아주 크고 호화로운 욕실이 올라왔다. 음 대단하군.
“도련님, 씻겨드릴까요? 아니면 …”
“내가 어린앤가요. 내가 ?겠어요. 다만…”
“네? 말씀하세요?”
“저기 이렇게 들 보고 있으니 불편하군요. 조금 가려줬으면…”
“아, 예.”

중년여자가 다시 어느 곳을 가리키자 칸막이가 솟아 올라왔다. 한스는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고 용변을 봤다. 오랜만에 혼자라는 기분이 드니 참 편했다. 깔끔하게 머리를 다듬고 난 한스가 밖으로 나와보니 그녀들은 그대로 있었다.
“저, 레스토랑에 가서 먹겠어요.”

중년여자가 한스를 데리고 방을 나왔다. 세 여자는 그대로 방에 남아 있었다. 방을 나오니 자그마한 전기 자동차가 있었다. 중년 여자와 함께 그것을 타니 한쪽 벽이 열리며 자동차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정신없는 속도로 깜깜한 공간 속을 질주했다.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더니 한쪽에서 빛이 들어왔다. 나중에 한스는 그것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생활공간의 한쪽 벽이 열린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밖으로 나오자 둘은 내렸다. 그들이 내리자 문이 열렸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대단했다. 널찍한 실내에 한쪽은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는…. 아니 폭포의 중간에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이 것이 사이버 효과라는 것을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스는 한 곳에 안내되었다. 아주 큰 테이블의 한쪽에 의자 하나만 있었다.

“아니, 저만 먹는 겁니까?”
“네.”
“저, 식사하셨나요?”
“네.”
‘아, 그래요.”

그러고 있는 동안 두 명의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들도 어제 그녀들처럼 키가 컸고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들은 식기와 접시, 컵 등을 자리에 놓고 옆에 다소곳이 섰다.
“뭘 드시겠습니까?”
“그냥, 미국식 아침으로…”

이 음식을 왜 미국식 아침이라고 하는 지 한스는 몰랐다. 아니 아무도 몰랐다. 여기서 미국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이런 음식을 그냥 그렇게 부를 뿐인 것이다.

두 여자가 부지런히 음식을 날라왔다. 푸짐하게 음식을 먹고 난 한스는 중년 여자를 쳐다보았다. 다음 일정은 무엇이냐는 표정으로.
“회사 브리핑을 받으시겠습니까? 또는 체험센터를 보실까요? 아니면 현장 시찰을 하시겠습니까? 오늘 오전에 이 중에 하나를 하시고 오후에는 탱고에 가셔야 합니다.”
“탱고?”
“네. 회장님이 계신 곳이죠.”
중년 여자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낮게 말했다.
“회사 브리핑을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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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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