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혹성상인 30. --- 수녀복의 여체
30.
“…왜? 왜 내가…?”
“…”
“난 못해요. 아니 안 해.”
한스가 거세게 반발하자 카를로스가 고개를 숙이고 발을 바닥에 비볐다. 그러자 링링이 방을 나갔다.
링링이 나가고 난후 카를로스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한스에게 말했다.
“도련님, 회장님께서는 도련님을 끔찍이 사랑하십니다.”
“그 말을 왜 당신이 하지요? 난 그 말을 아버지한테 듣고 싶어요. 날 정말 사랑한다면 아버지가 직접 그 말을 하라고 전해 주세요.”
“…도련님, 회장님께서는 도련님이 순조롭게 탱고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면 그냥 물려주면 되잖아요!”
카를로스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요요를 꺼내 벽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도련님… 그 자리 아무나 하는 자리 아닙니다. … 설령 회장님의 아드님이라도 말이지요. 카리스마를 보여 주십시오.”
“…”
“회장님이 마련해 주신 선물입니다. 매우 상징적인 일입니다. 이 일은…, 이 일을 해내시면 카리스마를 얻게 될 겁니다.”
“…”
“…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새벽 3시, 짙은 어둠 속에 기지는 온통 분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곧이어 대규모 공격단이 승선을 완료하고 숨죽여 출발을 기다렸다. 기내에 불이 들어오자 특수부대를 실은 공격 편대는 어둠을 가르고 하늘로 떠올랐다.
“파바로시아, 한적한 산골이에요. 별다른 시설은 없고 다만 높은 고원에 사원 하나가 자리 잡고 있어요. 도트네스의 오래된 사원 파바루니가 있을 뿐 그간 세상의 주목을 끌지 못한 지역이지요. 코드 블랙은 이곳에 숨어 있어요.”
“코드 블랙이 있는 곳인데 도트네스의 방비가 삼엄하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그들은 오히려 아무런 대비없는 시골에 코드 블랙을 숨겨 놓아 우리의 시선을 따돌린 것이에요. 사원의 사제들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저항이 없을 거에요.”
“믿어지지 않아요. 그래도 그들 신앙의 중심을 이처럼 허술하게…”
“설령 약간의 저항이 있다해도 도트네스가 이 정도의 공격력을 이겨낼 수 없어요. 안심하세요. 그리고 모든 장면은 실시간 중계가 될 것이에요. 약간 부담스럽더라도 참아야 해요.”
“또 포르노 배우가 되는 건가요.”
1시간도 안되어 공격기들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벌써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는 의미였다. 기내에는 푸른 불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정찰조가 상대의 저항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이었다. 공격기들은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스크린을 통해 높은 산 위에 장엄한 사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가 파바루니 사원, 성처녀가 숨어있는 곳이다.
한스가 탄 공격기가 하강하고 있는 동안 스크린에 파바루니 사원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적이 우리를 발견하고 사격을 시작했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기내의 병사들이 박수를 쳤다. 그렇군, 적이 쏜 것이 아니라 우리 편이 쏜 것이군. 스크린에는 계속 포격에 불꽃과 연기가 피어 오르는 파바루니 사원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저 화면도 지금 방송되고 있으리라. 저 방송을 보고 도트네스는 총력을 다해 파바루니와 성처녀를 구하러 달려오겠지. 그들이 올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때 쿵하는 충격이 있었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줄지어 밖으로 튀어 나갔다. 한스도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새벽의 푸른 기운이 대지에 피어 오르고 있었다. 구릉 위에 검은 연기를 내뿜는 파바루니 사원의 모습이 보였다. 능선 여기 저기에는 공격기들이 착륙하여 장갑차와 병사들을 토해내고 있었고 하늘에는 전투기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조직적인 저항의 모습은 없었다.
한스는 특수부대 중대장과 함께 바위 위에 앉아 약간의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중대장은 통신 호출을 받았다.
“됐습니다. 우리가 사원을 점령했습니다. 가시지요.”
중대는 잽싸게 장갑차에 올라타고 구릉 위의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에 들어간 한스는 카를로스 휘하의 특수부대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그 짧은 시간에 이들은 이미 사원을 완전히 점령한 것이다. 외곽과 내부에 물샐 틈 없는 경계를 펴고 있고 내부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포격으로 인한 화재도 이미 거의 진압되었고 여기 저기 있는 서버들의 시체와 핏자국도 치우고 있었다.
지휘관이 인상을 쓰며 한스와 링링에게 달려왔다.
“죄송합니다. 아직 코드 블랙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찾아 대령하겠습니다.”
“왜? 여기 없습니까?”
“아닙니다. 아마 여기 어디에 숨어 있는 듯한데 어디 있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코드 원께 연락하여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지휘관이 얼굴을 찌푸리고 가버리자 한스는 링링을 보았다.
“이거 뭐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
“코드 블랙이 여기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럴 리는 없어요. 코드 원의 정보는 틀린 적이 없어요.”
”도트네스가 여기로 반격해 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그들은 못올 것이에요.”
“왜요? 이 일은 그들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일인데.”
“올렝고가 오는 길을 막고 있어요. 그들은 절대로 올렝고의 화력을 당해내지 못해요.”
“그래도 절대 못올 것이라고 진짜로 믿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 않으면 지휘관이 저렇게 서두르지 않겠죠.”
“그럴지도 모르죠. 3일 정도 걸리면 뚫고 올지도…. 하지만 지휘관이 서두르는 것은 다른 이유에요. 만일 성처녀가 자살이라도 하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니까요 . 그러면 도트네스는 그 시간에 태어난 아이 하나만 찾아내면 우리의 모든 의도를 무산시킬 수 있으니까요.”
“골치 아프군요.”
“그러지 말고 지휘관이 뭘하고 있는지나 가보지요.”
그들은 계단을 따라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은 넓은 공간으로 아마 예배를 드리는 홀같았다. 거기가 바로 고문장으로 변해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서버들, 아마도 사제들인 것 같았다, 그 서버들을 묶어 놓고 갖은 고문을 하고 있었다. 벌써 여기저기 핏자국이 낭자했다. 지휘관은 초조해하며 부하들을 다그쳤다.
수십 명의 사제가 고문당하고 있고 백 여명의 나머지 사제들이 한곳에 몰려 있었다. 초조한 지휘관이 부하를 불러 뭐라고 지시하자 병사들은 스프레이 페인트를 들고 가서 나머지 사제들의 검은 옷에 번호를 쓰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도 고문은 계속되었다. 고문은 잔혹의 극치였다. 벤치로 이를 뽑고, 망치로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전기인두로 젖꼭지를 지지고 송곳으로 눈을 찔렀다. 한스는 이 장면은 절대로 중계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하나 회사 내에서 오직 한 사람, 카를로스 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확신했다.
그러나 그러한 잔혹한 고문이 행해지는 데도 사제들은 찢어지는 비명 소리에 맞서 기도를 외거나 찬송가를 부르며 아무도 고문에 굴하지 않고 성처녀의 소재를 불지 않았다. 마침내 나머지 사제들에 대한 페인트 칠하기가 끝나자 그녀들은 한 명씩 끌려 앞으로 나왔다. 건물 기둥에 1번이 그려진 사제가 묶이자 병사들이 총을 겨눴다. 지휘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도트네스 서버들은 들어라. 너희가 불지 않으면 한명씩 계속 사살하겠다. 죽기 싫으면 불어라. 기회는 한번 뿐이다. 자 시작하라.”
지휘관의 말이 떨어지자 바로 병사들이 사격했다. 첫 사제가 온몸에 총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2번이 다시 묶였다. 사제들은 일제히 간절한 기도에 이어 찬송가를 부르며 죽음 앞에서 신앙의 힘으로 버티려 했다. 2번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이어 3번…
한명, 한명 총탄에 희생자가 늘어가자 여사제들이 부르는 찬송가는 점차 장엄하고 비장한 곡조로 변해갔다. 공포심이 그녀들을 휩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고문받던 사제들도 하나 둘 씩 숨을 거두고 있었다. 한스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장면을 보고 있기가 두려워 링링의 손을 꼭 잡았다. 링링은 엄마가 아이를 감싸듯 한스의 어깨를 부축해 주었다.
33번째 사제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때 다음 사제가 소리를 질렀다.
“잠깐 만요! 제가, 제가 다 말할께요.”
모두가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한스는 그녀를 쳐다보고 절망감을 느꼈다. 그녀는 한스가 이곳에 와서 본 사제들 중에 군계일학이랄 정도의 미모였다. 몸을 감추는 역할이 탁월한 검은 사제복에도 불구하고 굴곡이 뚜렷한 그녀의 몸매가 화려하게 빛나고 있고 깨끗하고 또렷한 얼굴은 청순미의 극치라 할 만했다. 결국, 결국에는 예쁜 년이 얼굴값을 하는구나. 하긴 그 얼굴에 그 몸매로 죽기는 아깝기도 했겠지.
34번 사제의 말에 남아있던 사제들의 무리에서 일제히 탄식과 저주의 말이 새어 나왔다. 지휘관은 재빨리 그녀를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나머지에 대한 총살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지휘관과 한스, 링링은 다급히 심문실로 향했다. 넓은 방의 한쪽 구석에서 심문이 행해졌다. 한스와 링링은 다른 쪽 구석에서 그 모습을 구경했다.
34번 사제는 겁에 질려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불었다. 지휘관과 병사들은 급히 아래 층으로 달려가 한 곳에 폭약을 설치하고 폭파시켰다. 한쪽 벽이 무너지고 공간이 나타났다. 그러나 모두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성처녀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래 바닥에 거대한 미닫이문 형태가 보일 뿐이었다. 화난 지휘관은 다시 34번 사제를 불러 내렸다.
그녀는 겁에 질려 끌려 내려왔다. 지휘관이 그녀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케, 케액, 아, 제, 제발… 제가 말씀드릴께요. 말을 할 수 있게…”
지휘관이 멱살을 놓았다.
“이건 비밀의 방이에요. 성처녀님은 이 아래에 계세요. 아래에서 문을 잠그면 위에서 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요. 문 옆에 보면 구멍이 있을 거에요. 거기에…”
“거기에? 빨리 말해, 이년아!”
“거기에 남자의 성기를 맞추어야 해요.”
“그러면 정말 되는 거야?”
“제발 급하게 서둘지 말고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그것은 특정한 모양의 성기를 원해요. 모양과 온도, 길이 모든 것이 맞아야 해요. 아니면…”
“아니면?”
“기계가 그걸 잘라 버리죠.”
“무슨 미친 소리야!”
지휘관은 화를 버럭내며 소리를 지르고는 부하들에게 바닥의 두께를 측정하고 폭파하라고 지시했다. 그 말을 들은 링링이 지휘관을 제재했다. 그리고34번 사제에게 물었다.
“이 바닥의 두께가 어느 정도야?”
“5미터가 넘을 거에요. 문도 마찬가지구요.”
링링은 지휘관을 보았다.
“폭파하면 안돼요. 그러면 코드 블랙이 깔려 죽을 수 있어요.”
링링의 말에 지휘관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잠시 곤혹스러운 침묵이 흘렀다. 지휘관은 땀을 뻘뻘 흘렸다. 이 따위 기계에 자지를 짤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통신병이 달려와 지휘소의 전문을 전했다. 도트네스가 올렝고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연락이었다. 한 병사가 막대기를 문 옆의 구멍에 넣어 보았다. 순식간에 싹뚝하고 막대기가 베어져 버렸다.
병사들이 총신을 넣어 구멍 안의 칼날을 망가트리려 하자 34번 사제가 그들을 말렸다.
“그만 두세요. 칼날이 망가지면 문은 작동을 멈춰요. 그러면 안에서 열지 않으면 그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아요.”
지휘관은 병사들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이십 여명의 서버가 끌려오고 병사들이 무더기로 내려왔다. 지휘관이 마이크를 들었다.
“용감무쌍한 특수부대 용사들이여. 우리는 지금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자살 특공대를 뽑겠다. 자원자는 앞으로 나와라.”
병사들은 웅성거렸다. 내용을 아는 일부 병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휘관의 말이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잠시의 망설임이 있은 후 이십 여명의 병사가 앞으로 나왔다.
한스는 그들을 보며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작전의 내용도 모르면서 자살하러 나오라는 데 자원하다니. 탄복과 더불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카를로스는 이런 휘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충성심과 무모성은 도트네스 이상이었다.
이십 여명의 병사들이 줄지어 서서 바지를 내리고 끌려온 여사제들이 그들의 앞에 무릎꿇고 앉아 머리를 대고 그들의 자지를 빨았다. 그들의 앞에 끌려온 여사제 대여섯 명이 옷을 벗고 다리를 벌리거나 엎드려 엉덩이를 내밀어 병사들에게 보여주게 강제되었다. 차츰 한두 명씩 자지가 빳빳하게 성나기 시작했다.
30.
“…왜? 왜 내가…?”
“…”
“난 못해요. 아니 안 해.”
한스가 거세게 반발하자 카를로스가 고개를 숙이고 발을 바닥에 비볐다. 그러자 링링이 방을 나갔다.
링링이 나가고 난후 카를로스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한스에게 말했다.
“도련님, 회장님께서는 도련님을 끔찍이 사랑하십니다.”
“그 말을 왜 당신이 하지요? 난 그 말을 아버지한테 듣고 싶어요. 날 정말 사랑한다면 아버지가 직접 그 말을 하라고 전해 주세요.”
“…도련님, 회장님께서는 도련님이 순조롭게 탱고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면 그냥 물려주면 되잖아요!”
카를로스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요요를 꺼내 벽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도련님… 그 자리 아무나 하는 자리 아닙니다. … 설령 회장님의 아드님이라도 말이지요. 카리스마를 보여 주십시오.”
“…”
“회장님이 마련해 주신 선물입니다. 매우 상징적인 일입니다. 이 일은…, 이 일을 해내시면 카리스마를 얻게 될 겁니다.”
“…”
“…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새벽 3시, 짙은 어둠 속에 기지는 온통 분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곧이어 대규모 공격단이 승선을 완료하고 숨죽여 출발을 기다렸다. 기내에 불이 들어오자 특수부대를 실은 공격 편대는 어둠을 가르고 하늘로 떠올랐다.
“파바로시아, 한적한 산골이에요. 별다른 시설은 없고 다만 높은 고원에 사원 하나가 자리 잡고 있어요. 도트네스의 오래된 사원 파바루니가 있을 뿐 그간 세상의 주목을 끌지 못한 지역이지요. 코드 블랙은 이곳에 숨어 있어요.”
“코드 블랙이 있는 곳인데 도트네스의 방비가 삼엄하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그들은 오히려 아무런 대비없는 시골에 코드 블랙을 숨겨 놓아 우리의 시선을 따돌린 것이에요. 사원의 사제들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저항이 없을 거에요.”
“믿어지지 않아요. 그래도 그들 신앙의 중심을 이처럼 허술하게…”
“설령 약간의 저항이 있다해도 도트네스가 이 정도의 공격력을 이겨낼 수 없어요. 안심하세요. 그리고 모든 장면은 실시간 중계가 될 것이에요. 약간 부담스럽더라도 참아야 해요.”
“또 포르노 배우가 되는 건가요.”
1시간도 안되어 공격기들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벌써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는 의미였다. 기내에는 푸른 불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정찰조가 상대의 저항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이었다. 공격기들은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스크린을 통해 높은 산 위에 장엄한 사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가 파바루니 사원, 성처녀가 숨어있는 곳이다.
한스가 탄 공격기가 하강하고 있는 동안 스크린에 파바루니 사원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적이 우리를 발견하고 사격을 시작했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기내의 병사들이 박수를 쳤다. 그렇군, 적이 쏜 것이 아니라 우리 편이 쏜 것이군. 스크린에는 계속 포격에 불꽃과 연기가 피어 오르는 파바루니 사원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저 화면도 지금 방송되고 있으리라. 저 방송을 보고 도트네스는 총력을 다해 파바루니와 성처녀를 구하러 달려오겠지. 그들이 올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때 쿵하는 충격이 있었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줄지어 밖으로 튀어 나갔다. 한스도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새벽의 푸른 기운이 대지에 피어 오르고 있었다. 구릉 위에 검은 연기를 내뿜는 파바루니 사원의 모습이 보였다. 능선 여기 저기에는 공격기들이 착륙하여 장갑차와 병사들을 토해내고 있었고 하늘에는 전투기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조직적인 저항의 모습은 없었다.
한스는 특수부대 중대장과 함께 바위 위에 앉아 약간의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중대장은 통신 호출을 받았다.
“됐습니다. 우리가 사원을 점령했습니다. 가시지요.”
중대는 잽싸게 장갑차에 올라타고 구릉 위의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에 들어간 한스는 카를로스 휘하의 특수부대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그 짧은 시간에 이들은 이미 사원을 완전히 점령한 것이다. 외곽과 내부에 물샐 틈 없는 경계를 펴고 있고 내부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포격으로 인한 화재도 이미 거의 진압되었고 여기 저기 있는 서버들의 시체와 핏자국도 치우고 있었다.
지휘관이 인상을 쓰며 한스와 링링에게 달려왔다.
“죄송합니다. 아직 코드 블랙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찾아 대령하겠습니다.”
“왜? 여기 없습니까?”
“아닙니다. 아마 여기 어디에 숨어 있는 듯한데 어디 있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코드 원께 연락하여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지휘관이 얼굴을 찌푸리고 가버리자 한스는 링링을 보았다.
“이거 뭐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
“코드 블랙이 여기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럴 리는 없어요. 코드 원의 정보는 틀린 적이 없어요.”
”도트네스가 여기로 반격해 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그들은 못올 것이에요.”
“왜요? 이 일은 그들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일인데.”
“올렝고가 오는 길을 막고 있어요. 그들은 절대로 올렝고의 화력을 당해내지 못해요.”
“그래도 절대 못올 것이라고 진짜로 믿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 않으면 지휘관이 저렇게 서두르지 않겠죠.”
“그럴지도 모르죠. 3일 정도 걸리면 뚫고 올지도…. 하지만 지휘관이 서두르는 것은 다른 이유에요. 만일 성처녀가 자살이라도 하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니까요 . 그러면 도트네스는 그 시간에 태어난 아이 하나만 찾아내면 우리의 모든 의도를 무산시킬 수 있으니까요.”
“골치 아프군요.”
“그러지 말고 지휘관이 뭘하고 있는지나 가보지요.”
그들은 계단을 따라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은 넓은 공간으로 아마 예배를 드리는 홀같았다. 거기가 바로 고문장으로 변해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서버들, 아마도 사제들인 것 같았다, 그 서버들을 묶어 놓고 갖은 고문을 하고 있었다. 벌써 여기저기 핏자국이 낭자했다. 지휘관은 초조해하며 부하들을 다그쳤다.
수십 명의 사제가 고문당하고 있고 백 여명의 나머지 사제들이 한곳에 몰려 있었다. 초조한 지휘관이 부하를 불러 뭐라고 지시하자 병사들은 스프레이 페인트를 들고 가서 나머지 사제들의 검은 옷에 번호를 쓰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도 고문은 계속되었다. 고문은 잔혹의 극치였다. 벤치로 이를 뽑고, 망치로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전기인두로 젖꼭지를 지지고 송곳으로 눈을 찔렀다. 한스는 이 장면은 절대로 중계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하나 회사 내에서 오직 한 사람, 카를로스 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확신했다.
그러나 그러한 잔혹한 고문이 행해지는 데도 사제들은 찢어지는 비명 소리에 맞서 기도를 외거나 찬송가를 부르며 아무도 고문에 굴하지 않고 성처녀의 소재를 불지 않았다. 마침내 나머지 사제들에 대한 페인트 칠하기가 끝나자 그녀들은 한 명씩 끌려 앞으로 나왔다. 건물 기둥에 1번이 그려진 사제가 묶이자 병사들이 총을 겨눴다. 지휘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도트네스 서버들은 들어라. 너희가 불지 않으면 한명씩 계속 사살하겠다. 죽기 싫으면 불어라. 기회는 한번 뿐이다. 자 시작하라.”
지휘관의 말이 떨어지자 바로 병사들이 사격했다. 첫 사제가 온몸에 총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2번이 다시 묶였다. 사제들은 일제히 간절한 기도에 이어 찬송가를 부르며 죽음 앞에서 신앙의 힘으로 버티려 했다. 2번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이어 3번…
한명, 한명 총탄에 희생자가 늘어가자 여사제들이 부르는 찬송가는 점차 장엄하고 비장한 곡조로 변해갔다. 공포심이 그녀들을 휩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고문받던 사제들도 하나 둘 씩 숨을 거두고 있었다. 한스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장면을 보고 있기가 두려워 링링의 손을 꼭 잡았다. 링링은 엄마가 아이를 감싸듯 한스의 어깨를 부축해 주었다.
33번째 사제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때 다음 사제가 소리를 질렀다.
“잠깐 만요! 제가, 제가 다 말할께요.”
모두가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한스는 그녀를 쳐다보고 절망감을 느꼈다. 그녀는 한스가 이곳에 와서 본 사제들 중에 군계일학이랄 정도의 미모였다. 몸을 감추는 역할이 탁월한 검은 사제복에도 불구하고 굴곡이 뚜렷한 그녀의 몸매가 화려하게 빛나고 있고 깨끗하고 또렷한 얼굴은 청순미의 극치라 할 만했다. 결국, 결국에는 예쁜 년이 얼굴값을 하는구나. 하긴 그 얼굴에 그 몸매로 죽기는 아깝기도 했겠지.
34번 사제의 말에 남아있던 사제들의 무리에서 일제히 탄식과 저주의 말이 새어 나왔다. 지휘관은 재빨리 그녀를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나머지에 대한 총살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지휘관과 한스, 링링은 다급히 심문실로 향했다. 넓은 방의 한쪽 구석에서 심문이 행해졌다. 한스와 링링은 다른 쪽 구석에서 그 모습을 구경했다.
34번 사제는 겁에 질려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불었다. 지휘관과 병사들은 급히 아래 층으로 달려가 한 곳에 폭약을 설치하고 폭파시켰다. 한쪽 벽이 무너지고 공간이 나타났다. 그러나 모두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성처녀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래 바닥에 거대한 미닫이문 형태가 보일 뿐이었다. 화난 지휘관은 다시 34번 사제를 불러 내렸다.
그녀는 겁에 질려 끌려 내려왔다. 지휘관이 그녀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케, 케액, 아, 제, 제발… 제가 말씀드릴께요. 말을 할 수 있게…”
지휘관이 멱살을 놓았다.
“이건 비밀의 방이에요. 성처녀님은 이 아래에 계세요. 아래에서 문을 잠그면 위에서 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요. 문 옆에 보면 구멍이 있을 거에요. 거기에…”
“거기에? 빨리 말해, 이년아!”
“거기에 남자의 성기를 맞추어야 해요.”
“그러면 정말 되는 거야?”
“제발 급하게 서둘지 말고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그것은 특정한 모양의 성기를 원해요. 모양과 온도, 길이 모든 것이 맞아야 해요. 아니면…”
“아니면?”
“기계가 그걸 잘라 버리죠.”
“무슨 미친 소리야!”
지휘관은 화를 버럭내며 소리를 지르고는 부하들에게 바닥의 두께를 측정하고 폭파하라고 지시했다. 그 말을 들은 링링이 지휘관을 제재했다. 그리고34번 사제에게 물었다.
“이 바닥의 두께가 어느 정도야?”
“5미터가 넘을 거에요. 문도 마찬가지구요.”
링링은 지휘관을 보았다.
“폭파하면 안돼요. 그러면 코드 블랙이 깔려 죽을 수 있어요.”
링링의 말에 지휘관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잠시 곤혹스러운 침묵이 흘렀다. 지휘관은 땀을 뻘뻘 흘렸다. 이 따위 기계에 자지를 짤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통신병이 달려와 지휘소의 전문을 전했다. 도트네스가 올렝고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연락이었다. 한 병사가 막대기를 문 옆의 구멍에 넣어 보았다. 순식간에 싹뚝하고 막대기가 베어져 버렸다.
병사들이 총신을 넣어 구멍 안의 칼날을 망가트리려 하자 34번 사제가 그들을 말렸다.
“그만 두세요. 칼날이 망가지면 문은 작동을 멈춰요. 그러면 안에서 열지 않으면 그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아요.”
지휘관은 병사들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이십 여명의 서버가 끌려오고 병사들이 무더기로 내려왔다. 지휘관이 마이크를 들었다.
“용감무쌍한 특수부대 용사들이여. 우리는 지금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자살 특공대를 뽑겠다. 자원자는 앞으로 나와라.”
병사들은 웅성거렸다. 내용을 아는 일부 병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휘관의 말이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잠시의 망설임이 있은 후 이십 여명의 병사가 앞으로 나왔다.
한스는 그들을 보며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작전의 내용도 모르면서 자살하러 나오라는 데 자원하다니. 탄복과 더불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카를로스는 이런 휘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충성심과 무모성은 도트네스 이상이었다.
이십 여명의 병사들이 줄지어 서서 바지를 내리고 끌려온 여사제들이 그들의 앞에 무릎꿇고 앉아 머리를 대고 그들의 자지를 빨았다. 그들의 앞에 끌려온 여사제 대여섯 명이 옷을 벗고 다리를 벌리거나 엎드려 엉덩이를 내밀어 병사들에게 보여주게 강제되었다. 차츰 한두 명씩 자지가 빳빳하게 성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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