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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13 1,162회 0건
SF] 혹성상인 49. --- 굿바이 트윈
49.

혁대로 엉덩이를 맞는 쯔이의 표정은 의외에도 아프다기 보다는 오히려 감미로운 표정이었다. 한스는 다섯 대를 때리고 브룩을 쳐다보았다. 브룩과 사마지아는 긴장된 눈으로 쯔이가 엉덩이를 맞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쯔이가 전혀 아파하지도 않고 쯔이의 엉덩이에 자국이나 상처도 남지않자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다.

브룩이 의자를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한스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일부러 쯔이를 살살 때렸던 것이다. 검사가 되어 사회정의를 위해 모두에게 공평 무사해야할 브룩이 아까 미셀에게 보인 태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회의 하류층은 모두 질낮은 잠재적 우범자로 생각하는 검사는 절대 사회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

한스는 유난히 뒤로 튀어 나온 브룩의 크고 풍만한 엉덩이를 보고 불두덩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한스는 분노와 꼴림을 한데 모아 브룩의 엉덩이를 향해 혁대를 힘껏 내리쳤다.
짜악하는 무서운 소리와 함께 브룩의 엉덩이가 들썩하고 그녀의 입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엉덩이에는 붉은 줄이 그어졌다.

브룩은 놀라 한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럴 틈도 없이 다시 혁대가 쉬지 않고 브룩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브룩은 엉덩이가 너무 아퍼 몸을 빼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브룩의 자존심도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브룩의 엉덩이를 온 힘을 다해 7대를 때리고 난 한스는 혁대를 흔들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마지아를 쳐다보았다.

브룩은 견디기 힘든 순간이 되어 피하거나 항의하려는 순간 매질이 멈추자 맥이 빠졌다. 그녀는 아픔으로 화끈거리는 큰 볼기짝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엉금엉금 비켜섰다. 사마지아가 다시 두려운 표정으로 의자 위에 엎드렸다. 그러나 한스는 쯔이에게 했듯이 사마지아의 엉덩이를 찰싹 찰싹 살살 때리고 말았다.

엉덩이를 다 맞고 난 세 여자는 이제 기대하는 표정으로 한스를 쳐다보았다. 한스는 아직도 옷을 벗고 있는 세 여자를 쳐다보았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미모의 엘리트들. 한스는 그녀들의 독촉에 못이겨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는 쯔이 당신이 세 분 중에 가장 예뻐요.”
잔뜩 기대하고 기다리던 쯔이가 만세를 불렀다. 브룩과 사마지아는 울쌍이 되었다. 브룩이 한스에게 뭐라고 항의하려고 하자 한스가 먼저 말했다.
“미안해요. 브룩, 사마지아. 당신들도 아주 뛰어난 미모에요. 사실 당신들 셋 다 너무 예뻐서 누가 더 나은지 정하기 힘들었어요. 반드시 정해야 한다니까 쯔이로 정한 것 뿐이에요. 브룩, 당신도 지성인이니까 승복하리라고 믿어요.”

브룩은 솟구치는 화를 간신히 참으며 한마디 했다.
“좋아요. 원래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승복하기로 하지요. 그런데 쯔이의 어디가 나보다 더 예쁘죠?”
“브룩… 당신이 잘난 체만 안한다면…”
“뭐라구요?”

한스는 끝없는 수다로 이야기를 걸어오는 그녀들을 뒤로 하고 레스토랑에서 차를 수배해서 호텔로 향했다. 계속 화를 내고 가버린 미셀이 마음에 걸렸다. 한스는 나타샤에게 호텔로 돌아가면 한스가 소유하고 있는 다른 암캐들을 만날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나타샤는 그녀들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보였다.


“그래, 그 콜걸을 따라가서 재미 많이 봤나요?”
“링링,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콜걸이라니?”
“아니었나요? 그럼 미안해요. 하긴 이렇게 일찍 돌아온 것을 보면 별로 재미가 없었나 보네요.”
“재미있었어.”
“안됐군요. 이제 그 재미도 끝이에요. 회사에서 돌아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무슨 일인데?”
“가보면 알겠죠. 여기서는 말 못해요.”

한스는 링링의 재촉에 따라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을 챙겨 나오던 한스는 한쪽에 준비를 마치고 나와 있는 암캐들을 만났다. 하나, 마농, 나타샤, 그 뒤에 미샤와 마칼레나가 있었다. 힐끗 보니 마칼레나는 한스를 외면했다. 무척이나 디프레쓰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긴 그렇겠지. 한스가 일방적으로 링링의 손을 들어주고 마칼레나는 한낱 암캐 취급을 하고 말았으니…

한스는 리에의 경고를 되새기며 마칼레나가 안스럽게 느껴졌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그녀를 달래주어야겠다. 한스는 링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서서 우주선을 타러 걸어갔다.

블루센?의 여객 터미널에 이르자 직원이 나와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붉은 장미 100송이. 트윈을 떠나는 제임스에게 썅오?수지가 행운을 빈다는 메시지가 첨부되어 있었다. 리에… 한스는 리에가 했던 말들을 되새기며 마음 속으로 그녀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그래 리에…고마워. 내가 너에게 오빠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줄게. 이 오빠를 믿으렴.

우주선이 초공간 이동 궤도에 올라 정상 항해를 계속하자 한스는 링링이 잠든 틈을 타서 슬그머니 마칼레나가 있는 선실을 찾았다. 책을 읽고 있던 마칼레나는 한스가 들어오자 의외라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한스를 외면했다.

한스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오랜 만에 마칼레나를 옆에 대하니 그동안 잊었던 느낌들이 하나씩 새록새록 되살아 났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그녀의 내음. 길고 윤기나는 금발의 머리카락. 그 무엇보다도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눈부신 느낌.

한스는 마칼레나의 옆에 앉아 외면하는 마칼레나의 어깨를 바라보며 그녀가 자기보다 몸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깊이 느꼈다. 이렇게 큰 몸, 이렇게 눈부신 육체를 갖고 그렇게 큰 야망을 갖고 태어난 마칼레나가 엉켜있는 우주의 운명 때문에 한스의 암캐가 되고 그것도 모자라 배신자 취급을 받다니…

한스는 마칼레나가 안스러웠다. 리에는 마칼레나의 말을 확인해 주었다. 한스의 몸에는 도청벌레가 들어있고 그 건 바로 링링이 심어놓은 것이다. 링링이 카를로스의 끄나풀이란 마칼레나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아니다. 한스는 마칼레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마칼레나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으나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한스는 손을 돌려 그녀의 뺨을 만지려했다. 그러나 마칼레나는 얼굴을 돌려 한스의 손을 뿌리쳤다. 마칼레나에게 매몰차게 외면당하자 한스는 화가 났다. 마칼레나, 나는 네가 안스러워서 너에게 왔고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이제 너한테 사과하고 다시 너를 사랑하려고 왔어. 그런데 아무리 내가 잘못했기로서니 마칼레나 네가 나에게 이럴 수 있어…

너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암캐야. 암캐는 그만두고라도 나에게 영구접속 되어있는 서버라고. 이 자리는 원래 네가 원해서 온 자리야. 네가 이게 싫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는 거야. 넌 내가 아니었으면 그리고 네가 선택한 이 길이 아니었으면 비참하게 죽었을 거야. 이런 게 싫다면 너에게 남은 길은 죽는 것 밖에 없어. 이게 싫으면 그 길을 택하란 말야.

너는 지난날 미구엘의 양아치 두목을 했던 그 기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지 모르지만 그렇다해도 나에게 이럴 수는 없어. 화가 난 한스는 몸을 일으켜 마칼레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마칼레나는 몸을 돌리며 한스를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한스는 그녀의 몸을 거칠게 잡아 그녀의 얼굴을 돌려 한스를 쳐다보게 했다.

마칼레나의 얼굴을 보는 순간 한스는 놀라 앗하고 소리를 질렀다. 잠깐 얼굴을 보여준 마칼레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한스를 외면했다. 마칼레나의 얼굴은… 그 아름다운 얼굴은 여기 저기 긁히고 찢어진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언뜻 보아서도 지금은 제법 아문 상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남은 흔적이 저 정도라면 어떤 일을 당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순간 한스는 또다시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고 후회가 물결 쳐왔다. 전에 마칼레나가 링링의 문제를 말했을 때도 오해해서 그녀를 박대하고 그것을 후회해서 사과하러 와서도 또다시 그녀를 오해하다니… 한스 너는 왜 그렇게 경솔하냐. 마칼레나가 한스를 외면한 것은 한스가 싫어서, 삐져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상처를 감추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는 마칼레나를 쳐다보며 묻지 않아도 한스는 알 수 있었다. 링링 말고는 마칼레나를 아렇게 할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한스의 몸에 숨겨진 도청벌레 때문에 링링은 마칼레나가 자신을 한스에게 찔러 바쳤던 일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스가 마칼레나의 말을 믿지 않고 그녀를 내치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있게 마칼레나를 괴롭힌 것이다.

한스는 링링과 마칼레나를 함께 놔두고 센? 구경 나갔던 것을 후회했다. 한스는 웅크리고 있는 마칼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칼레나,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나를 용서해줘.”
마칼레나의 어깨가 살며시 들썩거렸다. 마칼레나가, 천하의 마칼레나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한스는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품고 울먹이는 그녀의 몸을 느꼈다.


나사미야의 우주정거장에 이르자 쿠엔 쓰루가 마중 나와 있었다. 링링은 한스와 쓰루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 이제 여기서 헤어져야 겠네요. 회사는 확대 이사회를 소집했어요. 회의는 중남해에서 열릴 거에요. 나는 그 곳에 갈 군번이 못되죠. 아마 도련님도 그곳에 가서 처음으로 회사의 중요 인사들을 모두 만나실 거에요. 나는 그곳에서 도련님이 그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주길 바래요.”
“링링, 그동안 고마웠어. 나중에 다시 만나기를 바래.”
“뭐 도련님이 나를 만나기 싫다고 해도 다시 만날 거에요. 잠시지만 쓰루가 도련님을 잘 모실 거에요. 그렇지요, 쓰루?”
“네. 하지만 제가 어디 링링님만 하겠어요.”
“그런데요… 도련님…”
“왜 그래요? 링링, 뭐 할 말이 있어요?”
“… 암캐들은 안 데려가면 안돼나요?”
“왜요?”
“그곳에 가서 높은 양반들을 만날 때 암캐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면 품위가 떨어져 보이지 않겠어요. 나는 도련님이 남들에게 우습게 보이는 게 싫어요.”
“링링, 당신 아직도…”
“그곳에 가면 도련님의 객고를 풀어줄 일급 서버들이 많아요.”
“됐어요. 링링.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소.”

간신히 링링을 따돌린 한스는 밀레니카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앉아 쿠엔 쓰루의 설명을 들으며 링링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링링, 도대체 이 여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스의 몸에 도청벌레를 심고 한스의 행동을 모두 카를로스에게 보고 하는 것을 보면 이 여자는 카를로스의 심복이자 끄나풀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오랜 동안 전략정보처에서 일해온 요원이니 카를로스의 부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스의 안위와 출세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더욱이 마칼레나나 쓰루 등에게 노골적인 질투심을 보이고 있다. 이 걸 생각하면 링링이 남자로서 한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확실했다.

도대체 어떤 것이 그녀의 진심일까. 한스는 자신이 그녀를 애인으로 선택하면 그녀의 태도가 바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링링. 한스는 다시 링링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그녀를 내 여자로, 내 아내로 선택할 수 있을까. 한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은, 아직은 그녀를 그렇게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아직도 방황하는 자신의 마음은 카를로스를 꺾기 위해 링링을 아내로 정할 수는 없다는 답을 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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