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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12 1,121회 0건
SF] 혹성상인 62. --- 역전

62.

카를로스의 멘트가 끝나자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바로 스크린의 뿌연 연막이 사라지고 푸른 영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딘가 한곳에 약간 붉은 기운이 느껴졌다. 저기가 어딘가?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이제 탐색 위성은 빠른 속도로 스캔을 하며 축적을 확대하며 추적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웃은 것은 장리웨이였다. 장리웨이는 키득거리는 웃음을 참으려 한 것 같았으나 억지로 참으려는데 튀어 나오는 웃음소리는 오히려 참석자 전원의 청각을 자극했다. 위성 스캔이 더 진행되어 나가자 이제 참석자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카를로스는 이마를 찌푸렸고 카르타와 링링의 표정은 얼어붙었다.

마침내 위성스캔은 어느 별장 별관의 한 방에서 손잡이가 달린 네모난 물건속에 있는 통신장비를 적출해 냈다. 한스는 어색한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저기가 어딘데 왜 모두 저러는가. 칼리프가 테이블을 치며 웃는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왜들 그러지요. 저도 영문이나 알고 싶네요? 저기가 어디에요? 저 물건은 뭐죠?”
리에의 질문에 얼굴이 더욱 창백해진 카를로스가 대답을 않고 링링을 쳐다보았다. 링링은 카를로스의 눈짓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입을 열렀다.
“저건, 저건 제 여행가방이에요.”


전략정보처의 액션은 웃음거리로 끝났다. 카를로스는 회장의 노한 눈빛을 보고 일행을 데리고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이사들도 모두 통쾌해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한스도 회장 별장을 나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는 모터보트에 몸을 실었다.

웃기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잘해주던 링링이 궁지에 몰린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일까. 전략정보처가 그렇게 바보일리 없지 않은가. 뭔가 곡절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링링은 중남해에서 첩자의 통신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 긴급히 중남해에 투입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 통신의 주인공이 링링일리는 없다.

그럼 어찌된 일인가. 누군가 링링의 가방에 그 물건을 넣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이야기일 것이다. 누가 넣었을까? 카를로스가? 아니면 카를로스 별장에 있는 다른 사람이? 그러나 그렇다고 하면 카를로스가 이 일을 벌렸을 가능성이 없었다.

문득 링링이 중남해에 와서 처음 들린 곳이 자신의 별장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마칼레나의 방에서 화장과 샤워를 했다. 갑자기 뒤통수에 망치를 맞은 듯 머리가 아팠다. 이건… 그래 틀림없었다. 이건 마칼레나가 링링이 샤워하는 틈을 타서 링링의 가방에 통신장비를 넣어 놓은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마칼레나는 한스의 암캐로 있으면서도 저항단체와 연락을 맺고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곳 중남해에 와서 한스에게 사랑을 강요한 것도 그 입지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링링이 오자 무언가에 불안감을 느껴 통신장비를 처리한 것이다.

한스가 이사가 되고 자신은 그의 유일한 연인이 되자 그걸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고 조직에 알린 것이다. 한스는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배신감에 고통을 느꼈다. 마칼레나를 버려버려? … 한스는 아직 자신이 없었다. 마칼레나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으나 그녀를 버리고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러자 다시 다른 생각이 엄습해왔다. 카를로스나 링링, 전략정보처도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회장 앞에서 망신을 당하자 더 이상 어필하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바로 진상을 추론해낼 것이다. 그러면 바로 마칼레나를 추궁할 것이고 그러면 내가 좋던 싫던 마칼레나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한스가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에 잠겨있는 사이 어느덧 보트는 별장에 다다랐다. 한스는 마중나온 마칼레나를 데리고 집무실로 들어가 화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마칼레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정하게 말을 건냈다.

“도련님 표정이 왜 그래요? 회의에서 나쁜 일이라도 있었나요?”
“마칼레나.”
“네.”
“링링에게 무슨 짓을 했지?”
“네? 무슨 말…”
“링링의 가방에 무얼 넣었느냐고?”
“…”
“나한테 진실을 말해봐.”
“… 도련님이 알면 심란해 할까봐 아무 말도 안했는데… 어차피 아는 일이라면 모두 말할께요.”

마칼레나가 입을 열자 한스는 몸이 떨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랬었다는 말이지. 그럼 이제 이 일을 어째야하나…

“링링이 옷을 벗고 제 욕실에 들어갔을 때 밖에 있던 나는 혹시 링링이 필요할까봐 스프레이나 뭐 그런 걸 챙겨주려고 제 방에 다시 들어갔어요. 그리고 스프레이와 빗을 찾는데 갑자기 제 반짇고리가 원래 놓여있던 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나는 링링이 반짇고리에서 뭘 썼나하고 그 뚜껑을 열어보았어요. 그런데 그 속에 처음보는 이상한 기계가 있었어요. 무슨 무전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그것이 링링의 물건이라고 생각해서 링링의 가방안에 넣어 놓았아요. 그냥 갖고 있으면 뭔가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생각도 들었구요. 그게 무슨 문제를 일으켰나요?”

마칼레나는 말을 하며 그냥 덤덤한 표정이었다. 한스는 마칼레나의 말을 듣자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만일 그렇다면… 마칼레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링링은 카를로스의 명령을 받고 나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일부러 통신기기를 마칼레나의 방에 놓아두려 여기에 왔었다는 말인데…

마칼레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면 이게 모두 전략정보처의 조작극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런 한스에게 ‘이건 카를로스의 음모야…’라고 중얼거리던 장리웨이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카를로스는 나를 제거하기 위해, 그리고 링링은 마칼레나를 제거하기 위해 이 음모에 가담한 것일 거다. 그런데 일차 음모는 마칼레나의 기지로 인해 낭패를 보게 되었고… 그러나 한스는 급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지금쯤 카를로스 일당은 다시 회장을 찾아가 통신기기가 링링의 가방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보고하고 자신과 마칼레나를 체포하려하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었다.

한스는 황급히 전화를 들었다. 그러나 전화를 걸려는 수화기를 귀에 대는 순간 걸려오는 신호음이 먼저 들렸다. 한스는 긴장되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앤슬롯 감사요. 회장님 지시로 오늘 사건을 조사하고 있소. 중앙센터로 나와 주시오.”
한스는 네라는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미 일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중앙센터로 가면서 한스는 각오를 다졌다. 여기서는 어설프게 물러나서는 안된다. 그러면 저 사악한 자들에게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한스는 이를 악물었다.

중앙센터의 한 홀에는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한켠에 회장이 앉아 보고 있고 중앙에 앤슬롯이 있었다. 저편에는 카를로스와 링링이 서있었다. 한스가 자리를 잡자 앤슬롯이 조사를 시작했다.

“링링, 경위를 설명해 보시오.”
“네. 저는 카르타께서 정보를 포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명령을 받아 중남해에 왔습니다. 도착헤서 먼저 그동안 제가 모셨던 김이사님께 축하 인사를 드리려 그 별장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여독을 씻느라 샤워를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코드원의 숙소에 와서 임무에 착수했습니다. 중남해에 있었던 통신장비가 제 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시기는 김이사님 숙소에 머물 때 뿐이었습니다.”
한스가 눈을 째려보는 가운데 링링은 시선을 외면하며 진술을 이어 나갔다. 앤슬롯은 부하를 시켜 문제의 통신장비를 가져오게 했다.

부하는 비닐봉투에 싸인 통신장비를 가져왔다. 앤슬롯이 부하에게 물었다.
“통신장비에서 지문이 채취됐나?”
“네.”
“누구 것인가?”
“김이사님의 서버 마칼레나의 것입니다.”

앤슬롯은 한스를 쳐다보았다.
“김이사, 의견을 말해 보시오.”

한스는 앤슬롯을 외면하고 회장을 쳐다 보았다. 회장은 어서 말해보라는 듯한 눈길로 한스를 쳐다 보았다. 한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했다.
“존경하는 회장님, 앤슬롯 감사님. 저는 회장의 아들이란 이유로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어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남들에게 협조하고 겸손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
“그런데 그런 저의 태도를 보고 저를 업신여기고 맘대로 갖고 놀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동안 온갖 음모를 꾸며 저를 조종하고 매수하고 타락시키고 함정에 밀어 넣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이 언젠가는 개과천선할 것이라고 믿고 그 모든 것을 참아왔습니다. 제가 언제 한 번 회장님께나 다른 이사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거나 누구를 모함하거나 비방하는 것을 들어보신 적이 없을 것입니다.’
“…”
“그런데 이제 그들은 최후의 함정을 만들어 이 회사의 이사 자리에 까지 오른 저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자리에 계신 회장님과 앤슬롯 감사님께서 이 일을 정의롭게 처리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한스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카를로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링링은 몹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스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앤슬롯이 물었다.
“지금 이 사실들이 함정이란 말인가요? 김이사?”
“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게 함정이라는 무슨 증거가 있나요?”

한스가 묵묵부답으로 있자 앤슬롯이 카를로스에게 물었다.
“메사 이사는 김이사의 진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카를로스는 눈을 껌뻑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김이사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 일은 김이사의 일이 아니고 그냥 일개 서버에 관한 일입니다. 설령 음모라해도 서버 하나 다치는 일에 김이사가 왜 흥분하는 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소 김이사. 나도 그 점을 이해하기 어렵소. 김이사 소유의 마칼레나는 원래 반역죄인이요, 그러니 그 서버가 그런 일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소. 우리는 그 서버의 처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참인데 김이사는 이 일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요? 나는 오히려 그점이 의문스럽소.”

한스는 다시 어버지를 쳐다보았다. 회장도 그들의 말에 수긍을 하는 표정이었다. 한스는 눈을 감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면 회사의 주요 간부이고 회장의 아들인 제 몸 안에 도청벌레를 심는 것도 이미 허가된 것인가요?”

한스의 말에 모두가 놀라 한스를 쳐다보았다. 카를로스와 링링조차 놀란 눈으로 한스를 쳐다 보았다. 회장과 앤슬롯이 카를로스를 쳐다보자 카를로스는 어깨를 움찔하며 두 팔을 벌려 보았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김이사, 그게 사실이요?”
“네, 확인을 해보시면 알 겁니다.”

잠시후 앤슬롯이 부른 연구원들이 장비들을 들고 들어오고 한스를 침대에 눕힌 다음 온 몸의 스캔을 떴다. 인상을 찌푸리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연구원이 입을 열었다.
“…네, 있습니다. … 한 마리고 보통 사이즈입니다… 종류는… SL3… 전략정보처 표준형입니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카를로스도 링링도 아무런 말이 없이 인상을 찌푸린 채 굳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한스가 침대에서 내려와 자리에 앉자 모두가 회장을 쳐다보았다.

“카를로스, 당분간 좀 쉬도록 하지. 전략정보처는 한스가 맡도록…”







root1 (2003-09-11 17:57:06)

"카라마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 후속편을 기대합니다.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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