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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07 1,365회 0건
엄마는 당직이라 아침일찍 학교에 나가 셨단다. 나는 할머니께서 차려 주시는 밥을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집을 나섰다. 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려 자전거는 그냥 두고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어 학교로 향했다.
이미 승준이와 영민이는 학교에 와 있었다. 바로 내일이 시험이라 교실 안에는 반 아이들이 제법 보였다. 나는 내 자리에 승준이와 영민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내 자리에 앉아 책을 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자 채린이가 보조개가 들어가게 웃으며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채린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러자 채린이 얼굴을 붉히며 교실 안을 살폈다. 그제야 나는 주위를 의식했고 채린의 손을 놓았다.
"나도 여기와서 공부 할까?" 채린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채린이 웃으며 뒤돌아서 나갔다 잠시후 연희와 또 다른 친구와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 아마도 7반의 이지선이라는 친구인 모양이다.
여자 애들이 교실로 들어오자 승준이와 영민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우리 여섯은 앞뒤 옆으로 붙어 앉아 공부를 했다. 간간히 서로 얘기를 하기도 하고 나는 채린이가 묻는 질문에 상세하게 설명하며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난 내가 공부를 잘 하는것이 무척 다행스럽게 여겨 졌다.
저녁 6시쯤에 우리는 학교에서 나왔다. 나와 채린이,그리고 영민이와 연희 집도 가깝고 또 같은 방향이라 넷이서 같이 걸어 왔고 승민이와 지선이는 각각 서로 다른 버스로 집에 갔다.
영민이와 연희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채린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왔다. 어제 이후 우리는 무척이나 가까워졌고 보는 사람이 없을때 자연스레 손을 잡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우리가 손을 잡고 조금 걸어갔을때 잠시 멈추었던 비가 또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 우산을 펴고 채린이와 같이 썼다. 내가 우산을 받쳐 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채린이의 손을 놓았지만 우산을 잡은 내 팔에 채린이 팔짱을 껴왔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갈 수록 빗방울은 굵어 지고 쏟아지는 양도 많아 져 자꾸만 나와 채린의 바깥쪽 어깨가 빗물에 젖어 들었다. 나는 우산을 반대 손으로 잡고 채린이의 어깨를 오른쪽 팔로 끌어 안으며 채린이가 비에 젖지 않도록 내쪽으로 꽉 안았다.그러자 채린이도 자연스럽게 내 허리에 왼팔을 두르고 내게 안겨 왔다.그렇게 서로의 몸을 접촉시킨 채 한 우산을 쓰고 걷다 보니 채린의 가슴이 내 가슴에 자꾸 와 닿았다. 채린의 가슴이 내 가슴에 와 닿을때 마다 나는 머리가 쭈빗쭈빗 서는것만 같았다. 물컹한 그 감촉이 얼마나 내 가슴을 뛰게 만들던지....
한 우산 속에서 채린의 향긋한 체취와 샴푸 냄새를 맡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채린이를 더욱 꽈악 끌어 안았다. 내가 너무 힘을 주어 아팠던지 채린이 "아" 조그맣게 소리를 냈고 난 팔에 힘을 조금 빼며 "미안..."하고 말했다.
채린은 내가 미안해 하자 괜히 더 미안했던지 "아니야 괜찮아"하며 이번엔 먼저 내 쪽으로 더 안겨 왔다.
그렇게 서로 꼭 껴안고 걸어오다 보니 어느새 채린이가 사는 빌라에 도착하게 되었다.
채린이가 사는 빌라는 아주 큰 평수에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우리는 빌라 앞에서 멈춰 서 서로의 몸에 감았던 팔을 물었고 얼굴을 마주하고 섰다.
"잘가..내일 시험도 잘 보고..."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내 마음은 영원히 채린이를 보내고 싶지가 않았다.
"응...승하도..."채린 이도 내게 인사를 했지만 역시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한다. 가슴이 아파왔다. 인사를 나누고 한참 후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의 손을 잡고 마주보며 서 있었다.
내가 긴 한숨을 내뱉고 잡았던 손을 놓을때 채린이 힘을 주며 내 손을 다시 꼬옥 쥐어왔고 나는 다시 그 보다 더 강하고 따뜻하게 채린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한참을 안타까움과 아쉬움에 아무 말도 못한채 서로의 손만을 잡은채 서로의 눈만 바라본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기를 한참만에 채린이 나즈막힌 속삭였다.
"승하야...우리 내일부터 시험기간 동안 둘이서 같이 공부하지 않을래?"
"응??둘이서?" 내가 물었다.
"응..우리 단둘이서만 같이 공부하자" 그렇게 말하는 채린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고 눈빛에는 애절함이 베어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채린이와 단둘이서만 있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서 그렇게 있는단 말인가..나는 그렇게 말하는 채린의 말대로 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자 안타까웠다.
내가 안타까움과 미안한 눈빛으로 채린이에게 말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둘이서만 공부 할 때가 없잖아" 하며 채린이의 눈치를 살폈다. 내 말은 채린이 환하게 웃으며 걱정말라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우리집에서 하면 돼. 오전에 시험 끝나면 오후에는 우리집에서 같이 하면 돼"
"니네 집에서? 집에 아무도 안계셔?"
나는 반가움을 감추치 못하며 그렇게 되물었다.
"응..아빠는 미국 지사로 출장 가셔서 당분간 집에 안들어 오시구...엄마는 병원 진료가 끝나야 집에 오시니깐 항상 저녁 7시~8시 사이에 오셔. 그러니까 그 전까진 단둘이서 있을 수 있어"
나는 너무나 기뻤다. 채린이 집에 간다는 사실도 너무나 기뻤고 또 단둘이만 있게 된다는 사실에 더욱 기뻐 하늘위를 둥둥 떠가는 기분이였다.
그런 기쁨과 흥분을 그대로 드러내며 난 채린의 손을 꽉 움켜 잡으며 채린이의 눈을 바라 보며 말했다.
"우와..잘됐다..정말 다행이야.."
내가 너무 큰 소리로 흥분에 겨워 말하자 채린이 우스웠던지 "호호호"하며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는 내일부터 그렇게 오후에 채린이네 집에서 단둘이서만 같이 공부하기로 하고 아쉽게 뒤돌아 서 헤어졌다.
하지만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오후내내 누구의 침입도 관심도 없는 공간에서 단둘이서만 있을 수 있다는 기쁨이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헤어질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간신히 들뜬 몸과 마음을 누그러 뜨리며 공부를 했고 어서 빨리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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