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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05 2,568회 0건
(18부)
다음날 아침 은지의 깨우는 소리에 놀라 일어난 강혁과 은혜는 자신들이 옷을 입지 않고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데도 우선 침대시트로 몸을 가린 후 옷을 주섬주섬 집어들고 하나 둘 입기 시작했다..
기철과 은지는 이미 샤워까지 마친 상태로 아침상을 준비해 놓고 거실에 있었으며 풀어진 머리상태로 방문을 열고 나오는 그들을 쳐다보며 빙긋이 웃고 있었다.
"어이 이거 미안한데... 늦잠을 잤나? 몇시야? 어이구 이거 벌써 8시가 넘었네."
강혁이 겸연쩍은 듯 거실에 놓여있는 커다란 괘종시계에 눈을 돌리며 말을 했다.
"괜찮아요 산에 조금 늦게 오른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니까. 어서 빨리 씻고들 나오세요. 아침 먹게..."
강혁과 은혜는 같이 욕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이 또한 처음 해보는 것이 었지만 둘은 전혀 어색해 하지 않고 서로 쳐다보고 웃었다.
강혁은 은혜의 몸에 비누칠도 해주고 깨끗이 닦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아니 둘만 있었다면 넓직한 이 곳에서 한바탕 질펀한 섹스를 나누어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씻고 나서 머리도 덜 말린 채로 식탁에 앉은 은혜는 다 차려진 식탁에 미안해하며 그제서야 아침인사를 했다.
"잘 주무셨어요? 잠들이 별로 없는가 봐요? 전 잠이 좀 많고 게으른 편이라서...."
"하하...미녀의 요건을 갖추셨군요. 원래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잘 오지 않는 법인 데 어제밤에 잠을 설치시지는 않으셨나요?"
"잘 알면서 짖궂게 뭘 그러나... 하여간 좀 늦게 자긴 했지만 오랜만에 잠은 푹 잘 잤네"
은혜가 자꾸 대답하기 난처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강혁이 자리에 앉으며 가로채서 말을 받았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섹스를 한 강혁과 은혜는 쉽사리 잠을 이룰 수 없어 벌거 벗은 채로 서로의 몸을 만져가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강혁은 자신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사랑스런 얘기를 해대는 은혜로 인해 다시 발기가 되어 또 한번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잠이 들은 것 같은 기철부부를 의식해서 참기로 했다.
"우리 내일 또 해요" 라고 자그맣게 속삭이는 은혜를 꼬옥 껴안은 채 강혁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잠을 청했었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네사람은 간편한 복장으로 별장 인근의 산을 올랐다.
아침공기가 꽤 차가왔지만 얼마간의 산을 오르자 이마에 땀이 송그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기철이 특별이 산행을 준비한 것은 낮에 특별히 해야 할 적당한 이벤트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고 항상 같이 있어야 하는 실내와는 달리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강혁과 은혜에게 접근해 따로 이야기를 나누기가 용이해서였다.
이들이 오르는 산행 코스는 왕복 너댓시간이 소요되는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그리 가파르지 않은 평이한 산세여서 산보수준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였다.
산행초기에는 네사람이 같이 움직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남자둘이 앞서가고 여자들이 뒤따르는 모양이 되었다.
"그런데 기철이! 그 별장 시설 정말 환상적이던데 돈이 많은 친구들인가 보지?"
강혁이 궁금한 듯 기철에게 물었다.
"네. 돈만 많은 놈들이죠. 부모님 잘 만나서 가진 건 많은 데 열심히 사는 놈들은 아니죠. 그러다보니 그저 뭐 재미난 거 없나 그런거만 찾아 헤매죠"
"참. 그러고 보면 세상이 공평하지 만은 않은 것 같애. 누군 뭐 빠지게 고생해도 그런 곳은 구경하기도 힘든 데 그런걸 지어놓고 놀다니....그런데 그 침대 세 개있는 방은 좀 이상하던데?"
"형님도 뭔가 이상하다 느꼈는 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곳은 그놈들 즐기기 위해 만든 시설이예요"
"즐기다니?"
"그놈들은 원래부터 친한 놈들인데 그러다보니 와이프끼리도 굉장히 친하죠.
그런데 어느 날 남자들이 서로 의기투합이 된 거예요. 와이프를 공유하기로....
물론 와이프들이 선뜻 동의할 리가 없죠. 다들 반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친구가 아이디어를 내 이곳에 공동투자해 별장을 짓고 한달에 한번씩 같이 놀러오기로 한거예요.
그런데 와서 보니 모든 시설이 훌륭하긴 한데 욕실이 하나밖에 없고 또 커튼으로 가려져 있긴하지만 방하나에 침대가 세 개가 몰려 있으니 굉장히 불편한 거예요.
그리고 들뜬 기분으로 놀러와서 부부가 섹스를 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게 그리 쉬운일이 아니쟎아요?
그러다보니 한 친구가 아내를 살살 달궈가지고 커튼을 사이에 두고 친구부부들이 있었지만 섹스를 하게 된거죠.
그런데 그걸 다른 사람들이 모를 리 있나요?
그리고 처음에는 방에서 수준있는 영화만 틀다가 점차 야한 영화로 바뀌더니 나중에는 포르노 영화를 틀기까지 하였고 그러다보니 차츰 각자의 침대에서 모두들 섹스를 하게 된거예요.
그러더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욕실에도 같이 들어가게 되고 급기야는 남편과 아내를 서로 공유하는 사이로까지 진행되고 만거죠.
단 이친구들 이곳 외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을 안 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하니 지금은 여자들이 더 자주 가자고 조르기도 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 시설도 더할 나위없이 편하고 좋다는 거예요.
모두들 만족한다는 거죠.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이거 원 딴 나라 사람들 얘기 같아서....."
"어제보니 형님도 관심은 있으신 거 같던 데.....?"
"관심은 있지만....하여간 뭐 부부양쪽이 다 좋다면 못할 건 없겠지...
근데 하고 난 다음에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그게 영 자신이 없거든"
"사실 저도 이모임에 같이 가입해 볼려고 생각중이죠. 비록 돈은 그놈들처럼 없지만..
어제 은지가 말하는 거 들어서 짐작 하시겠지만 은지는 이제 어느정도 세뇌를 시켜놔서 관심이 많거든요?"
"그게 정말인가?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나?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의 품안에서 좋아하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을까?
만약 하고 난 후 은지가 다른 남자를 자네보다 더 좋아한다면 어쩔건가?"
"형님은 그럼 다른 여자랑 하고 나면 그 여자가 아내보다도 더 좋아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시나요?"
"그건 아닐 꺼 같아. 난 아내에 대한 사랑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아마 여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몰래 피는 바람이 아니라면.....
전 스와핑이란 부부간의 섹스의 일부이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쾌락을 자신과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하고픈 욕망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음....그 말에도 일리는 있는 거 같군..."
"요사이에는 우리는 섹스를 할 때 다른 사람과 하는 장면을 연상하곤 하거든요.
그게 흥분을 훨씬 가중시키기도 하지만 또 이모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도 볼 수 있죠."
"그러고 보니...어제밤....은지 소리는....?"
"아!..형님 들으셨어요? 어제는 저를 형님이라고 상상하고 했는 가봐요. 마지막 순간에 형님의 이름을 부르는 걸 보니..."
강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고 가파르지 않은 산이었지만 가슴이 방망이질 하며 숨이 턱에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기철은 강혁을 침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더욱 더 어려운 다음 질문을 던졌다.
"형님 스와핑은 아무나 하고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단 한번의 상대가 아니라면...
첫째 부부간에 사랑과 믿음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있어야 하죠.그런면에 있어선 형님과 저는 이런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혁은 기철의 질문을 듣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더 이상 걸어갈 힘이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기철이 우리 저기 좀 쉬었다 가지"
색다른 대화를 나누며 정신없이 걷다보니 뒤따라 오는 여자들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조그마한 바위에 나란히 걸터 앉은 두 사람은 잠깐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그 어색함을 깨고 말을 다시 꺼낸 것 역시 기철이였다.
"형님! 죄송합니다. 이거 제가 주제넘게 너무 앞서나간 듯 하네요. 부담스러우시면 안들은 걸로 하시죠. 정말 죄송합니다."
"음.....아니야 나도 예전에는 자네와 같은 욕구가 있었지.
하지만 아내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 보니 꿈도 꿀 수 없는 사치스러운 생각이 되버렸고 내 기억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야.
그런데 그걸 이번에 자네가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준거지.
그런데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어제서야 겨우 은혜와 사이가 회복됐는 데 아내가 그런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우릴 이상한 놈들로 보고 오히려 충격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이거든.
아무래도.... 난 자신이 없어."
"형님 말씀 잘 알아 듣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장 뭘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라 형님의 생각만 한번 알아보려고 드린 말씀입니다.
물론 모든 여건과 분위기가 성숙될 경우에만 가능한 거겠죠. 민감한 부분이니까요.
형님만 괜찮으시다면 우리 친구들이 별장을 짓고 분위기를 만들었듯이 저도 한번 그런 시도를 해볼까 하구요."
"음.... 좋아....어차피 자넬 믿고 여기까지 왔고 지금까진 성과가 대만족이니 앞으로도 자넬 한번 지켜 보기로 하지.
하지만 절대로 부부간에 문제가 생기게 되어서는 안돼 알았지?"
"알았습니다. 형님 절 믿어 줘 고맙습니다.
아...저기들 오고 있군요. 이제 제가 처형과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죠. 그런 직접적인 얘기는 안 할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구요"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강혁은 은혜와 은지에게 다가가는 기철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지었다.
"강혁씨 뭐 그리 빨리가요. 완죤히 신사도가 빵이야"
걱정스런 강혁의 머릿속에는 순간 자신에게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고 있는 은지를 바라보자 출렁이는 가슴이 시야에 들어오며 벗은 몸이 연상되자 빙긋이 웃으며 화답했다.
"은지씨 너무 뛰지마라. 가슴 떨어질라."

한편 은혜는 앞서 걸어가는 강혁과 기철이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지자 그동안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지만 말할 기회가 없었던 던 어제 일을 은지에게 물었다.
"은지야! 너 어제 나이트에서 만났던 남자랑 잤다는 거 정말이니?"
"자긴? 내가 언제 잤다 그랬어? 했다고 했지 호호..."
은지가 살짝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근데 그걸 기철씨한테 얘기했단 말야? 너 미쳤니? 기철씬 그걸 듣고 가만있어?"
"어제 다 얘기 했쟎아. 괜찮다고.... 사실은 얘기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
그건 나중에 얘기 해줄테니 언니 얘기부터 해봐. 어제 어땠어? 좋았어?"
"몰라!... 너 그럼 기철씨한테 내 이야기도 했니?"
"나도 몰라....난 언니 이야기 먼저 듣지 않으면 얘기 안할래!"
은혜는 은지의 고집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지라 궁금한 걸 들을려면 자신가 먼저 이야기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알았어! 알았어. 어젠 정말 미치도록 좋았어. 됐니?"
"느낌이 어땠는지 자세히 얘기해봐 좀...."
하긴 은혜도 그 정도만 들을려고 묻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무얼 얘기해야 하나.....
"음....느낌은...그냥 온몸이 막 떨리고 전기가 오는 것 같고....그냥 그래..."
"그 정돈데 그렇게 정신없이 흐느끼고 그래 시끄러워 죽겠던 데?"
"얘는 자기는 안그랬나? 하여간 이 좋은 걸 여지껏 왜 안하고 살아왔나 싶은거 있지.그래서 앞으로는 많이 많이 하면서 살려고 그래...그동안 못한 것 까지 다채우고...."
"음....드디어 물이 올랐군....근데 형부 잘해?"
은혜는 은지의 물음에 순간적으로 전에 인식과의 섹스와 비교해 보았다.
인식이 부드러운 스타일이라면 강혁은 좀 터프한 면이 있는 것 같았고 인식이 다분히 치밀하고 계산적이라면 강혁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것 같았다.
"기철씨는 어떤 스타일일까?"
은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스스로 깜짝 놀라며 서둘러 대답했다
"몰라...내가 잘 하는게 뭔지 아니? 나를 좋게 해줬으니 잘하는 거겠지. 이젠 니가 얘기해 기철씨한테 왜 얘기했어?"
"얘기 들으면 송여사께서 좀 놀라실텐데...."
"왜? 내 이야기도 했구나 너?"
"아니 사실은....놀라지 말고 들어....그 사람하고 정열적으로 섹스를 하고 나서 누워 있는 데 그러는 거야 자기는 이 근처에 사는 게 아니다. 남편이 주소를 알려줘서 오다가 만난거다 그러는 거야"
은지는 차마 같이 섹스를 했다고 할 수가 없어 은혜의 답변을 듣는 동안 약간의 각색을 준비했다.
"뭐라고? 기철씨가 그 사람을 어찌 알지?"
은혜는 너무나 놀라 잠시 할말을 잊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 때 그 남자가 쫓아 나와서 택시를 타고 떠나는 우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데 어떤사람이 다가와서 자기가 저 여자 남편이다 그러면서 술을 한잔하자고 하더래."
"기철씨가 거길 어떻게 왔지?"
"나중에 물어보니까 내가 거기 간다 했거든 그래서 우리랑 같이 놀아 주려고 왔었데..
그래서 그사람은 놀라 술집에 같이 갔는 데 거기서 서로 명함을 교환했고 집에 온 날 아침에 전화가 와 주소를 알려주며 집에 한번 가보라고 하드래"
"어머 기철씨는 무슨 맘을 먹고 주소를 알려줬다니?"
"왜 전에도 얘기했고 어제도 잠깐 얘기했지만 기철씨와 난 다른 사람이랑 하는 상상을 많이 해왔쟎아. 그걸 실현시키려고 한거야! 나도 다 듣고 나니 감이 잡히드라고.....
기철씬 그날 우리가 나이트에서 한 걸 다 본거야. 그래서 그 사람을 적임자라고 생각한거지 "
"그럼 나도 다 봤겠네?"
"몰라..언닌..안물어봤으니까. 하지만 봤겠지 뭐.
하여간 그래서 그날 그 남자한테 남편에게 여기 왔다고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고 남편이 돌아와도 모른 척 하고 있으니까 낮에 누구 온 사람 없더냐고 묻는 거야? 난 없다고 했지. 그런데 결정적으로 기철씨하고의 섹스때 마지막 절정의 순간에 그만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만거야! 그래서 완전히 들통났지"
"난 널 이핼 못하겠어... 어쩜 멍청하게 그 순간에 그 사람 이름을 부르니? 어라?...그러고 보니 너 어저께도...?"
"언니 미안해... 언제부턴가 나두 모르게 그렇게 돼! 어제밤에도 하두 야스런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인지 형부가 막 상대로 상상이 되더라고..."
"니들 부부는 정말 변태같애. 난 정말 모르겠어"
"기철씨 말로는 인간은 누구나 변태기질을 가지고 있데. 아마 언니도 예외는 아닐걸?
다른사람한테 동생과 레즈비언처럼 행동했다고 얘기하면 뭐라 할까?
변태같다라고 하지 않겠어?"
"너!...그건 내가 싫다 하는 데 니가 한거쟎아!"
"어쨌든 받아 들였쟎아. 나도 첨엔 기철씨한테 싫다 그랬어 뭘.."
"너 혹시 그거 기철씨한테 얘기 한거 아니지?"
"걱정마 아무렴 내가 그런 얘기까지 하는 푼순지 알아?"
그 때 앞서가던 기철이 다가오는 걸 보고 그녀들의 이야기는 멈췄다.
은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은지의 일은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기철은 저번에 인식과의 일도 알고 있는 데 이제 나이트에서의 일마저 알고 있다면 자신은 도저히 그를 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도 모르고 저번에 인식이 첫 외갓남자라고 고백했으니 만약 알고 있었다면 자신을 얼마나 가증스럽게 보았을 것인 가?
은혜는 다가온 기철을 따라 강혁이 쉬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잠시 앉아 같이 쉬었지만 기철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 딴 데만을 두리번 거렸다.
"자! 이제 그만 다시 출발하시지요"
기철의 주문대로 모두들 다시 몸을 일으켰고 기철이 은지에게 다가가 뭐라고 하자 은지는 강혁에게 바짝 다가가 팔짱을 기며 말했다.
"강혁씨 지금부터 나랑 같이 가요. 남자들끼리 먼저 휑하니 가버리면 연약한 여자들은 어쩌라고.....안그래요?"
이렇게 해서 기철은 자연스레 은혜의 옆에서 걷게 되었고 강혁과의 거리가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을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자 슬며시 은혜에게 말을 건넸다.
"형님 참 좋으신 분이죠?"
"네~~~"
뭔가 말을 이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은혜는 얼굴을 푹 숙인 채 다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가 준비한 스케줄이 마음에 드셨나요? 산행은 별론지 영 안색이 안 좋네요"
"아니예요. 좋아요. 공기도 맑고. 별로 힘도 들지 않고....."
"은혜씨! 제가 왜 이런 별장과 이벤트를 준비했는 지 아시죠?"
"네~~~....................... 저흴 위해서~~~~덕분에 즐거웠어요"
은혜는 이번에도 네라고 대답만 하려다가 너무 어색한 것 같아 말꼬리를 달았다.
"즐거우셨다니 다행이군요.
은혜씨!! 저는 형님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은혜씨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전 은혜씨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은혜씨가 거의 섹스없이 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건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다 생각했습니다.
은혜씨는 섹스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하였지만 그건 아직 진정한 섹스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저에게는.....
은혜씨도 섹스를 하지 않고 사는 생활이 그리 만족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왠지 공허한 구석이 있었겠죠.
그래서 채팅도 하고 저번과 같은 일도 생긴 걸 겁니다."
이야기를 듣던 은혜는 "아! 이 남자가 왜 또 나의 아픈 기억을 들춰내나"하는 마음에고개를 들고 기철을 원망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한마디 던졌다.
"기철씨... 그만.... 그건 저의 실수였어요. 그리고 기철씨도 그 날 더 이상 기억하지 말라고 하고 다시 얘기를 꺼내는 건....."
기철은 잠시 침묵을 지킨 뒤 비장한 결심이라도 한 듯 입술을 지긋이 깨물더니 말을 계속했다.
"그래요!!...그땐 그랬죠...그런데 은혜씨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길 바라던 그 일이 제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거예요
사실 전 은혜씨의 일을 전해 듣고 형님이 그렇게 무관심하다면 저라도 은혜씨를 한번 안아주면 어떨까도 생각했었습니다.
은혜씨를 아끼는 저의 마음과 은혜씨의 행복을 위해.......
하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죠. 가족이니까......
더군다나 은혜씨가 당연히 받아줄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형님과의 관계를 ?게 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중에 호텔에서의 은혜씨를 목격했고 그래도 눈물 흘리며 후회하는 은혜씨를 보고 "그래! 한번의 실수다"라고 생각하고 은혜씨를 위로도 했지만 집에 와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는 거예요
형님이라면 몰라도 다른 놈이 내가 그토록 아끼는 은혜씨와 살을 섞었다는 사실이....
그럴줄 알았다면.....은혜씨가 그토록 남자를 그리워하는 줄 알았다면....
내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었는 데 하는 생각이 들며 말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기철의 말을 듣던 은혜는 너무 놀라 고개를 들고 강혁이 쪽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들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은지와 연신 깔깔거리고 있는 강혁은 이들의 대화를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다.
"그만!! 그만하세요. 그건 실수였다고요. 그리고 제가 기철씨와 어쩐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만의 하나 제가 기철씨와 그리 되었더래도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은혜는 강혁과의 충분한 거리에 안도하였는 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가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군요.
전 제가 은혜씨를 좋아하는 만큼 은혜씨도 저를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채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보다는....
그래서 더욱 화가 난 거구요.
전 그날 은혜씨 집에 갔다온 후로 한숨도 잘 수 없었습니다.
저의 입술을 받아 들인 은혜씨의 마음은 무엇일 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실수였나요? 그것도 후회하시나요?"
"그건.....기철씨!! 참 잔인하시군요.
기철씬 저에 대해...저의 마음, 저의 행동에 대해 모든 걸 다 알고 계시면서....
절 이렇게 난처하게 해서 뭘 어쩌시려는 거죠?"
은혜는 갑자기 기철이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뭘 어쩌자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성으로 억눌러 왔던 은혜씨에 대한 감정을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얘기죠.
은혜씨가 어떤 반응을 할 것인지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게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도 전 상관없습니다."
은혜는 이 남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 사람의 의도대로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직감이 들며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느덧 정상에 다다른 네사람은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하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은혜는 조금전의 심각했던 대화가 언제 있었냐 싶게 즐겁게 웃고 떠드는 기철과 자신을 돌아 보며 누구에게나 내재된 인간의 양면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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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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