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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7 2,194회 0건
Chapter 8
" 자신을 버린다니... 왜 내 사고방식이 날 힘들게 한다는거지? "

" NWRS에서 며칠만 생활하시면 이해하실수 있으실 겁니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지만요. "

" 결국은 지금 들을 수 있는 대답이 없군요. "

" 충분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하신 질문들에 대해서는 최선의 답변을 드린 것입니다. "

" 좋아요. 그럼 세번째는요? "

" 세번째는 정해진 기간동안 교육을 받기 전에는 어떤 경우에도 학교를 떠나실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지수에게 다시 듣고나니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떤 경우에도 안된다고 하면... 만약 큰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죠? "

지수는 소영의 말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 NWRS에는 국내 최고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의료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교육기간 동안에는 교육을 받으시는 분들의 모든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들에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

" 도망가는 사람은 없었나요? "

소영은 NWRS가 무조건 최고인듯 말하는 지수를 보고 조금은 화가 나서 질문을 했다.

" 한국에서 문을 연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아직 없었지만 오래전에 교육을 시작한 다른 나라에서는 몇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

소영이 다시 무언가 질문하려 했지만 지수는 먼저 눈치를 채고 대답을 시작했다.

" 하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NWRS의 주변 20Km는 숲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24시간 경비원 들에 의해 보호되고 있죠. "

" 그렇다면 감옥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

소영은 따지듯이 질문했지만 지수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 교육생 전원이 서약서를 쓰고 교육을 받기 때문에 도망간다는 것은 서로간의 약속을 깨버리는 것입니다. 저희 NWRS는 그 약속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입학원서에 보호자와 교육생 모두의 서명이 있어야 하는것은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도 하죠. "

지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 저희는 보호자 분과 교육을 철저히 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교육 받는 분들의 의사보다는 보호자와의 약속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어련하시겠어요. "

비꼬는 듯이 말하는 소영의 태도에 지수는 어쩔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다른 질문이 있으십니까? "

" 아니요. 어차피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도 못할텐데요 뭐. "

" 지금은 그런식으로 말씀하셔도 상관없지만 학교에 도착한 후에는 절대 그러시면 안됩니다. 소영씨가 걱정되어서 드리는 말씀이니 주의해 주십시오. "

소영은 지수의 말에 대꾸라도 하려는 듯이 입을 벌렸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다물어 버리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 이동민씨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겠어. 한동안 고생좀 하겠는걸. "

소영과 지수가 각자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두 사람을 태운 차는 어느덧 빽빽한 숲사이로 난 한적한 도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도로의 입구에는 "National Woman" Reform School"이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고 간판의 아래쪽에는 정문까지 20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 이제 다 왔습니다. 곧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

소영은 지수의 말을 듣고서야 주변의 경치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조금전까지 멀리 보이던 나무들이 차창 바로옆을 스치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20분 정도 똑바로 뻗어있는 길을 달리던 차는 커다란 철문 앞에서 멈춰섰다. 마치 창살과도 같은 문 뒤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고풍스런 건물이 늘어서 있고 높다란 시계탑이 소영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녀는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던 학교 건물의 모습에 놀랐다. 한국에도 이런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차가 잠시 정지해 있는 동안 커다란 철문은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차는 다시 움직여 가운데에 보이는 가장 큰 건물을 향했다.

소영은 학교 여기저기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건물들을 한참 바라보던 소영은 차의 오른쪽으로 넓은 운동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운동장에는 마침 10여명의 여자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굉장히 평화스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소영은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여자들 중 몇명의 허벅지에 옆으로 길쭉한 멍이 여러개 나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차가 건물의 입구에 멈춰서자 지수는 소영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 가방은 그냥 두세요. 나중에 소영씨 방으로 가져다 줄겁니다. 그리고 절 따라오세요. 절대 발소리를 크게 내서 걸어서는 안됩니다. "

이미 학교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소영은 지수의 말에 아무 대꾸없이 조용히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건물의 복도에는 카페트가 깔려 있고 벽에는 제법 값이 나가보이는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소영은 지수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계속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장식들을 살피고 있었다.

" 앞만 보고 걸어가세요. 나중에 절 원망하지 마시고요. "

지수는 평소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리듯이 소영에게 말을 했다.

" 뭐가 그렇게 까다로운가요? "

" 쉿~! 제발 목소리를 낮추세요. "

소영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지수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앞쪽만 쳐다보면서 따라오세요. "

두 사람이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다른 방들과는 조금 틀린 모양의 문이 나있는 방이 보였다. 문의 위쪽에는 "교장실"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붙어 있었다. 지수는 문앞으로 다가가 노크를 했다. 하지만 문 안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다시 한번 해봐요. "

소영이 지수에게 말했지만 지수는 소영의 말을 듣지 않고 한참을 그대로 서서 기다렸다.

" 아휴~ 답답해 다시 한번... "

지수는 소영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다시 노크를 했다. 이번에는 방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수는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돌려 문을 열고 안으로 한발자국 들어섰다.

"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교장선생님? "

" 들어와요. "

방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책상에 서류를 잔뜩 펼쳐놓고 있던 40대 후반의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지수에게 말했다. 지수는 소영에게 따라 들어오라는 듯한 손짓을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 조금 늦었군요. "

소영이 지수를 따라 들어가 그녀의 뒤에 서자마자 교장선생님이라 불리운 여자가 말을 꺼냈다.

" 죄송합니다. 출발시간이 지체되어서...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교장선생님."

" 최근들어 지수양이 몇번 시간을 지키지 못한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가요? "

" 예, 교장선생님. 죄송합니다. "

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작은 원통이 있었고 그 안에는 지팡이 처럼 생긴것들이 몇개 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 중 하나를 집어들어 양끝을 잡고 휘어지도록 했다. 소영은 교장이 하는 행동을 쳐다보다가 그녀가 들고있는 것이 굉장히 유연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지수도 마찬가지로 교장을 보고 있다가 앞으로 몇발자국 걸어가더니 입고 있던 스커트를 허리까지 걷어올린채로 허리를 구부려 양손으로 발목을 잡았다. 소영은 지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스커트 밑에서 드러난 지수의 속옷만 바라보고 있었다. 소영은 지금 방안에서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는것인지 눈치를 채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소영의 짐작대로 교장은 한손에 케인이라 불리는 회초리를 들고 지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영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다리가 눈에 보일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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