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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5 1,434회 0건
N.W.R.S. chapter 43

" 솔직하게 대답해주시길 바랍니다. 스팽킹을 직접 경험해 보겠다는 생각은 자신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친구분을 위한 것입니까? "

" ...... "

미연은 이 남자에게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 친구를 위한 것이에요. "

그 다음은 간단했다.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전화를 끊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 저는 아무 이유없는 스팽킹을 하지는 않습니다. 내일 시간 정확히 지키시고 최근에 가장 잘못한 일 한가지를 생각해서 오세요. 그 잘못에 대해 벌을 주겠습니다. "


마지막 한마디를 하는 그 남자의 음성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을 담고 있는 듯 했다.

" 네... "

미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채 그냥 간단한 대답만을 하고 도망치듯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 휴우~ "

미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녀의 가슴은 처음 치과에 가서 입을 벌리고 누워있었을 때보다 더 심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바로 미지의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 바보같이 그렇게 전화를 끊다니... "

미연은 제대로 인사도 못한채 전화를 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 이것 때문에 벌을 더 받게되지는 않을까? "

미연은 자신이 벌을 더 받게되는 것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미연은 그 어느때보다 머리속이 복잡하고 온몸이 긴장되어 있었다.


미연은 그 사람과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을 들어서며 혹시 그가 먼저와서 기다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자신의 머리속에 상상해 놓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금방 포기하고는 가장 구석진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밝은곳에 앉아 있는 것이 웬지 두렵다는 생각에서였다. 미연은 두근거림이 멎지 않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냉수를 마셔보기도 하고 다른 생각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차라리 빨리 그 사람이 와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던 미연은 갑자기 핸드백을 열고 자신의 화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내가 왜 이러지... "

화장을 고치고 물을 마시고 안절부절 하는 모습은 마치 첫 소개팅에 나온 새내기 대학생 같은 모습이었다. 미연은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며 12시가 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시계의 초침은 너무나도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 11시 45분... "

미연은 혹시라도 약속시간에 맞추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두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을 했었다. 그리고 길이 막힐까봐 늘 타고 다니던 차는 그대로 두고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가 있는 강남역까지 왔던 것이다.

" 송미연씨 맞습니까? "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어젯밤 그 사람과의 대화를 생각하고 있던 미연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보이지 않게 떨리기 시작했다.

"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아... "
" 화장은 잘 됐을까? 옷을 너무 화려하게 입은건 아닐까? "

수많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리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방금전까지 거울을 들여다 보며 화장을 고쳤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는 미연은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쳐다볼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한채 밝게 채색된 입술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네... "

겨우 자신을 확인하는 질문에 대답을 하고난 미연은 큰일을 해냈다는 기쁨까지 느낄 정도였다.

" 제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궁금하지도 않으시간 봅니다. "

" 그... 그게 아니라! "

그가 하는 말이 농담인줄도 알아채지 못한 미연은 자신을 질책하는 듯한 말에 자신도 모르게 급히 고개를 들며 변명을 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차마 뒷말을 잊지 못하고 입을 벌린채로 멍하니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크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다고도 할 수 없는 키에 평범한 얼굴, 부드럽게 빗어넘긴 검은 머리카락... 전체적으로 남자다운 인상을 풍기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연을 꼼짝못하게 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그 사람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느낌을 주는 눈빛이었다.

" 괜찮으십니까? "

미연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미연은 바보 같은 표정-그녀가 생각하기에-으로 입을 벌리고 한참동안 상대방을 쳐다보고 있었던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처음 뵙겠습니다. 송미연입니다. "

" 하하 그렇게 예의를 차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박현성입니다. "

박현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남자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미연은 그런 현성의 모습을 보며 마치 맞선 장소에라도 나온 사람처럼 허리까지 숙여가며 어색하게 인사를 한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앉아도 되겠습니까? "

" 네? 아... 앉으세요. "

현성은 미연의 말을 듣고나서야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 오래기다리신건 아니십니까? "

" 아... 아니에요. 저도 막 왔어요. "

미연은 자꾸 말을 더듬는 자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 첫번째 규칙입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어떤경우에도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

나지막한 그의 음성에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미연은 현성의 말에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그런데 오빠는 처음 절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어요? "

점심식사를 하며 한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지난밤 채팅할 때와 같은 편안한 기분이 된 미연은 스스럼 없이 상대를 오빠라고 부르며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 솔직히 말하면 얼마전에 잠깐 만났던 여자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조금 놀랐어. "

" 치이- 그 여자가 누군데요? "

미연은 입을 삐죽 내밀고 화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음, 나도 모르는 여자. "

" 그게 뭐에요? 거짓말 하는거죠? "

" 난 거짓말을 못해. "

" 정말이에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거짓말을 안해봤어요? "

" 그렇게 물으니 대답할 말이 없다. "

" 거봐 자기도 거짓말 하면서... 아! "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하던 미연은 급히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아야만 했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친오빠와 같은 편한 기분이 된 미연은 너무 버릇없이 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다.

" 죄송해요... "

미연은 금방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이고 살짝 현성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미연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미소를 짓고 있는 현성의 눈빛이 어떤때에는 편안하고 또 어떤때에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 용서해 주는건 언제나 처음 한번 뿐이야. "

" 네. "

미연은 그제서야 조마조마했던 가슴을 펴고 편한 숨을 내쉴수 있었다.


오늘 처음 만난 남자와 단둘이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미연의 표정에는 처음 레스토랑에 앉아있던 때와 똑 같은 긴장감이 보이고 있었다. 조용하게 차안을 흐르고 있는 음악도 이따금씩 들려오는 현성의 목소리도 그녀의 긴장을 풀러주는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서울의 외곽으로 빠져나온 현성의 차는 20분 가량을 쉬지 않고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 다왔어. "

" 여... 여긴가요? "

미연은 차의 앞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저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내가 일도 하고 잠도 자고 또 미연이 같이 버릇없는 아이들에게 벌을 주기도 하는 곳이지. "

현성의 말은 미연을 더 긴장시키고 있었다.

" 자꾸 무섭게 하지 말아요. 기절할 것만 같단 말이에요. "

차에서 내린 미연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현성을 따라 현관으로 향했다.

" 무슨 집이 이렇게 커? 영화에 나오는 귀족들이 사는 집 같잖아? "

그녀는 애써 긴장을 풀어보려고 혼잣말을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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