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R.S. chapter 42
두 사람은 어린아이들이 장난치듯 거실을 뛰어다녔다. 미연이 끓이고 있던 해장국은 넘쳐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결국 미연은 처음에 끓이던 해장국을 모두 버리고 새로 끓여야만 했다.
소희와 미연은 저녁을 먹고 거실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소희는 미연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이 많았기 때문에 주로 소희가 질문을 하고 미연이 대답을 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 사실은 너한테 얘기 안한 것이 하나 있어. "
소희는 미연의 말이 상당히 의외라는 듯 계속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미연을 물끄러비 바라보았다. 그러나 미연은 금방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이다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왜 그래? "
미연은 소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뒤로 돌아서서 바지의 후크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약간 헐렁한 미연의 마지는 그녀가 바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그대로 발목까지 흘러내려갔다. 소영은 미연의 행동에 놀라 아무말도 못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미연은 계속해서 팬티의 허리부분에 양쪽 엄지손가락을 걸고는 그대로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 미... 미연이 너... "
소희는 자신의 눈앞에 드러난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팬티 아래에서 드러난 미연의 엉덩이에는 아직 파랗게 멍들어 있는 매자국이 이리저리 내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매자국의 그녀의 허벅지에도 여러 개가 남아 있었다.
" 어떻게 된거야? "
미연은 다시 팬티를 끌어올리고 바지를 입었다. 그녀는 바지의 후크를 채우고 나서 다시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웃는 얼굴로 소희를 보았다.
" 어떻게 되긴 너처럼 나쁜짓을 해서 벌을 받은거지? "
" 자세히좀 설명해 보란 말야. "
미연은 그날 소희와 헤어지고 난 이후의 일들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연은 우산도 없이 빗속을 뛰쳐나간 소희가 걱정되어 그 주위를 돌아다니며 찾아다니다가 결국 그녀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계속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소희와 연락이 되지 않자 미연은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하며 한동안 밥도 먹지 않고 그녀와 연락할 방법만을 찾고 있었다. 다음날 소희가 다니는 회사에 전화를 해보고 나서야 그녀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연은 소희의 집으로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소희가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 놓은채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걱정을 덜 할 수 있었다. 계속 충전을 하고 있다면 아무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연도 소희가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 둔 다음에 무슨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는 못했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더욱 잘된 일이었지만 말이다-
3일이 지나도록 소희와 연락을 할 수 없었던 미연은 자신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미연은 우선 인터넷을 통해 무작정 검색을 시작했다. 몇시간 만에 겨우 소영이 말한 것이 "spanking"이라는 것을 알게된 미연에게 다음은 어렵지 않은 작업들 뿐이었다. 처음에는 국내 검색엔질을 이용해 봤지만 하나같이 모두 똑 같은 뻔한 말들만 하고 있었고 정작 그녀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수 없자 미연은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미연이 외국의 검색 사이트에 접속해서 스팽킹이라는 단어를 입력하자마자 수많은 사이트 목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팽킹에 관련된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팽킹이란 것이 단순히 변태적인 행위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연은 자신이 그날 소희에게 한 행동이 큰 실수였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소희에게 한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는 것을 목표로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미연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자신이 스팽킹에 대한 자료를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팽킹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소설, 그리고 수많은 사진들을 접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스팽킹에 눈을 떠가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의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한 미국인에게 한국에도 스팽킹에 관련된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미연은 우여곡절 끝에 그 사이트를 찾아갈 수 있었다. 너무도 반가운 한국어에 그녀는 눈물을 흘릴뻔 했다. 하지만 조금 사이트를 둘러본 미연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해외 사이트를 다니면서 스팽킹에 대한 생각을 넓힌 미연에게 아직 SM문화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 사이트가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연은 사이트에 연결된 채팅방에서 한국 사람들과 자신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얘기를 나누던 미연은 문득 자신도 실제로 스팽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맞는 것이라면 자신은 스팽키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외국에는 돈을 주면 얼마든지 스팽킹을 할 수 있는 업소가 수두룩 했지만 한국에서는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기 전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소희의 아파트를 찾아가기 이틀전 미연은 예의 그 사이트 대화방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상대방의 음성을 대신해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만으로도 그 남자의 생각과 느낌을 알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 미연은 금방 그 사람과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그 남자는 오직 컴퓨터에 입력하는 글자만 가지고도 그녀를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미연은 자신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밤이 새도록 계속되는 대화-정확히 말한다면 미연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전혀 변함없는 태도를 보여주던 그 남자는 새벽동이 터올때쯤 되자 정중히 대화를 끝내야겠다는 말을 했다.
[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
[ 그런데 어째서... ]
[ ^^ 시계를 한번도 안보셨나 봅니다. ]
미연은 그 남자의 말에 시계를 보고 새벽 6시가 다 되어 간다는 것을 알았다.
[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
[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 하겠는데요. ]
[ 네? ]
[ 미연씨처럼 스팽킹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
[ 덕분에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
[ 저... ]
미연은 지금껏 참아왔던 말을 꺼내려고 그의 주의를 끌만한 말을 입력했다.
[ 네, 말씀하세요. ]
밤새도록 약간의 변화도 없었던 반응이었다. 그 남자는 미연이 머뭇거릴때마다 이런식의 문장을 입력했던 것이다. 미연은 이 짧은 문장에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 사실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
[ 음...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
[ 네. ]
[ 오래기다리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
그 사람은 정확히 10분후에 돌아와서 사과의 뜻을 담은 문장을 입력했다.
[ 아니에요. 괜히 바쁘신데... ]
[ 괜찮습니다. 이제 말씀하세요. ]
[ ... ]
미연은 잠시 망설이며 반복해서 마침표를 입력하고 있었다.
[ 만나고 싶어요! ]
한참을 그러고 있던 미연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 ^^; ]
[ ... ]
상대방은 의외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물론 전혀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채팅을 해오면서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자신이 먼저 만나자고 했는데도 상대방은 망설이는 듯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 안되겠죠? ]
[ 그건 아닙니다만... ]
[ 혹시 절 못믿으시는 건가요? ]
[ 음... 잠시만 제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
[ 네. ]
그 남자는 자신이 왜 미연의 말에 흔쾌히 대답할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의 요지는 두가지였다. 갑작스러운 감정에서 시작된 오프라인 상에서의 만남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과 미연 자신이 아직 자신에 대해서 모르면서 만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의 설명은 미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첫번째 이유는 수긍할 수 있었지만 미연이 자신-그 남자-을 모르면서 만나자고 하겠다는 것을 질책하는 듯한 두번째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저게는 오늘 중으로 오프 경험을 해봐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
[ 채팅 다음은 전화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하셨죠? 011-XXX-XXXX ]
미연은 오기가 발동했는지 용기를 낸 것인지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 지금 받을 수 있어요. 아니 꼭 통화해야해요. ]
잠시 후 미연의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미연은 몇번 심호흡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에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미연이 예상하고 있던 목소리와 비슷했다. 미연은 상대방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성에 전화해달라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미연은 상대방에게 왜 자신이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그녀의 설명을 듣고 있던 그 남자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질문을 한가지 했다.
두 사람은 어린아이들이 장난치듯 거실을 뛰어다녔다. 미연이 끓이고 있던 해장국은 넘쳐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결국 미연은 처음에 끓이던 해장국을 모두 버리고 새로 끓여야만 했다.
소희와 미연은 저녁을 먹고 거실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소희는 미연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이 많았기 때문에 주로 소희가 질문을 하고 미연이 대답을 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 사실은 너한테 얘기 안한 것이 하나 있어. "
소희는 미연의 말이 상당히 의외라는 듯 계속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미연을 물끄러비 바라보았다. 그러나 미연은 금방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이다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왜 그래? "
미연은 소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뒤로 돌아서서 바지의 후크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약간 헐렁한 미연의 마지는 그녀가 바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그대로 발목까지 흘러내려갔다. 소영은 미연의 행동에 놀라 아무말도 못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미연은 계속해서 팬티의 허리부분에 양쪽 엄지손가락을 걸고는 그대로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 미... 미연이 너... "
소희는 자신의 눈앞에 드러난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팬티 아래에서 드러난 미연의 엉덩이에는 아직 파랗게 멍들어 있는 매자국이 이리저리 내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매자국의 그녀의 허벅지에도 여러 개가 남아 있었다.
" 어떻게 된거야? "
미연은 다시 팬티를 끌어올리고 바지를 입었다. 그녀는 바지의 후크를 채우고 나서 다시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웃는 얼굴로 소희를 보았다.
" 어떻게 되긴 너처럼 나쁜짓을 해서 벌을 받은거지? "
" 자세히좀 설명해 보란 말야. "
미연은 그날 소희와 헤어지고 난 이후의 일들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연은 우산도 없이 빗속을 뛰쳐나간 소희가 걱정되어 그 주위를 돌아다니며 찾아다니다가 결국 그녀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계속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소희와 연락이 되지 않자 미연은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하며 한동안 밥도 먹지 않고 그녀와 연락할 방법만을 찾고 있었다. 다음날 소희가 다니는 회사에 전화를 해보고 나서야 그녀가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연은 소희의 집으로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소희가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 놓은채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걱정을 덜 할 수 있었다. 계속 충전을 하고 있다면 아무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연도 소희가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 둔 다음에 무슨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는 못했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더욱 잘된 일이었지만 말이다-
3일이 지나도록 소희와 연락을 할 수 없었던 미연은 자신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미연은 우선 인터넷을 통해 무작정 검색을 시작했다. 몇시간 만에 겨우 소영이 말한 것이 "spanking"이라는 것을 알게된 미연에게 다음은 어렵지 않은 작업들 뿐이었다. 처음에는 국내 검색엔질을 이용해 봤지만 하나같이 모두 똑 같은 뻔한 말들만 하고 있었고 정작 그녀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수 없자 미연은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미연이 외국의 검색 사이트에 접속해서 스팽킹이라는 단어를 입력하자마자 수많은 사이트 목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팽킹에 관련된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팽킹이란 것이 단순히 변태적인 행위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연은 자신이 그날 소희에게 한 행동이 큰 실수였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소희에게 한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는 것을 목표로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미연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자신이 스팽킹에 대한 자료를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팽킹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소설, 그리고 수많은 사진들을 접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스팽킹에 눈을 떠가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의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한 미국인에게 한국에도 스팽킹에 관련된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미연은 우여곡절 끝에 그 사이트를 찾아갈 수 있었다. 너무도 반가운 한국어에 그녀는 눈물을 흘릴뻔 했다. 하지만 조금 사이트를 둘러본 미연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해외 사이트를 다니면서 스팽킹에 대한 생각을 넓힌 미연에게 아직 SM문화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 사이트가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연은 사이트에 연결된 채팅방에서 한국 사람들과 자신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언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얘기를 나누던 미연은 문득 자신도 실제로 스팽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맞는 것이라면 자신은 스팽키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외국에는 돈을 주면 얼마든지 스팽킹을 할 수 있는 업소가 수두룩 했지만 한국에서는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기 전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소희의 아파트를 찾아가기 이틀전 미연은 예의 그 사이트 대화방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상대방의 음성을 대신해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만으로도 그 남자의 생각과 느낌을 알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 미연은 금방 그 사람과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그 남자는 오직 컴퓨터에 입력하는 글자만 가지고도 그녀를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미연은 자신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밤이 새도록 계속되는 대화-정확히 말한다면 미연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전혀 변함없는 태도를 보여주던 그 남자는 새벽동이 터올때쯤 되자 정중히 대화를 끝내야겠다는 말을 했다.
[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
[ 그런데 어째서... ]
[ ^^ 시계를 한번도 안보셨나 봅니다. ]
미연은 그 남자의 말에 시계를 보고 새벽 6시가 다 되어 간다는 것을 알았다.
[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
[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 하겠는데요. ]
[ 네? ]
[ 미연씨처럼 스팽킹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
[ 덕분에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
[ 저... ]
미연은 지금껏 참아왔던 말을 꺼내려고 그의 주의를 끌만한 말을 입력했다.
[ 네, 말씀하세요. ]
밤새도록 약간의 변화도 없었던 반응이었다. 그 남자는 미연이 머뭇거릴때마다 이런식의 문장을 입력했던 것이다. 미연은 이 짧은 문장에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 사실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
[ 음...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
[ 네. ]
[ 오래기다리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
그 사람은 정확히 10분후에 돌아와서 사과의 뜻을 담은 문장을 입력했다.
[ 아니에요. 괜히 바쁘신데... ]
[ 괜찮습니다. 이제 말씀하세요. ]
[ ... ]
미연은 잠시 망설이며 반복해서 마침표를 입력하고 있었다.
[ 만나고 싶어요! ]
한참을 그러고 있던 미연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 ^^; ]
[ ... ]
상대방은 의외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물론 전혀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채팅을 해오면서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자신이 먼저 만나자고 했는데도 상대방은 망설이는 듯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 안되겠죠? ]
[ 그건 아닙니다만... ]
[ 혹시 절 못믿으시는 건가요? ]
[ 음... 잠시만 제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
[ 네. ]
그 남자는 자신이 왜 미연의 말에 흔쾌히 대답할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의 요지는 두가지였다. 갑작스러운 감정에서 시작된 오프라인 상에서의 만남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과 미연 자신이 아직 자신에 대해서 모르면서 만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의 설명은 미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첫번째 이유는 수긍할 수 있었지만 미연이 자신-그 남자-을 모르면서 만나자고 하겠다는 것을 질책하는 듯한 두번째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저게는 오늘 중으로 오프 경험을 해봐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
[ 채팅 다음은 전화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하셨죠? 011-XXX-XXXX ]
미연은 오기가 발동했는지 용기를 낸 것인지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 지금 받을 수 있어요. 아니 꼭 통화해야해요. ]
잠시 후 미연의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미연은 몇번 심호흡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에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미연이 예상하고 있던 목소리와 비슷했다. 미연은 상대방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성에 전화해달라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미연은 상대방에게 왜 자신이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그녀의 설명을 듣고 있던 그 남자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질문을 한가지 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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