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8
소영은 미라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 놔! 빨리 놓지 못해! "
미라는 소영의 손목을 잡은채로 그녀를 데리고 문이 있는쪽으로 걸어갔다. 소영은 어떻게 해서든지 끌려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손목이 아파 강한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 휴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하잖아. "
" 이럴수는 없어! 그만둘꺼야! 여기서 나갈꺼란 말이야! "
소영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미라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소영의 방을 나온 미라는 그녀를 어딘가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 이거놔! 싫어! 아프단 말야! "
소영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온몸의 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미라가 그녀보다 힘이 세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완강하게 저항하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복도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운동을 하러간 동안 청소를 하고 있던 하녀 두명이 그런 미라와 소영의 모습을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다.
" 이리와서 좀 도와줘요. "
미라는 하녀들을 발견하고 급히 그녀들을 불렀다. 두명의 하녀는 무슨 영문인지 알지도 못한채 달려와서 미라의 말대로 소영의 양쪽 팔을 잡았다.
" 너희들은 뭐야! 이거 놓지 못해! "
" 휴우~ "
미라는 그제서야 잡고있던 소영의 손목을 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 두사람은 이 학생을 데리고 개인 교육실로 가줘요. 반항이 심할테니까 교육실에 도착하면 밖에서 문을 잠궈두고요. "
" 네, 선생님 "
두 하녀는 동시에 대답을 하고는 소영을 끌고가기 시작했다.
" 아아아아악! 빨리 놓으란 말야! "
소영은 자신의 뜻대로 되는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아아악! 살려줘요! "
기숙사에는 몇명의 하녀가 청소를 하고 있는것 외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학생들이 그녀의 비명을 들었다고 해도 그들이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것은 없었다.
미라는 소영을 억지로 방에서 끌어내느라 힘들었는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팔을 다른손으로 잠시 주무르고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전쟁이라도 치룬듯한 방안의 모습을 한차례 둘러본 미라는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나와 개인 교육실로 향했다.
개인 교육실 문앞에는 좀전에 소영을 끌고갔던 하녀 두명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있었다.
" 수고했어요. 이제 돌아가도 좋아요. "
" 네, 선생님 "
하녀들은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다시 청소를 하기 위해 돌아갔고 미라는 문 안쪽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문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소영은 끌려오는 동안 계속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리 여자라고는 해도 두명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교육실 안에 갇힐때까지 쉬지않고 비명을 지르고 반항을 한 소영은 힘이 들어 주저앉고 싶었지만 불도 켜있지 않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넋놓고 있을 수 만은 없었는지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 내보내줘! 내보내 달란 말야! "
20분 정도 지났을까 소영에게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너무 분하고 억울한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을 느낀 소영은 눈물을 흘리며 문앞에 주저앉았다.
" 흑흑... 빨리... 아아앙~ 동민씨이... 나 좀 내보내줘... 엉엉. "
소영은 어린애처럼 바닥에 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분한 마음보다는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적이 없었던 그녀였다. 25년 동안 그 누구도 그녀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 그녀의 과거가, 그리고 그녀의 주변사람들이 지금의 멋대로인 성격을 형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참동안 개인 교육실의 문앞에서 기다리던 미라는 소리가 멈추고 조용해지자 살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미라는 문 바로 안쪽의 바닥에 소영이 앉아서 흐느끼며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창문조차 없고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안에서 울고 있던 소영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오자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미라를 발견했다.
" 이... 이~씨... 내보내줘... 나 동민씨한테 갈꺼야. 흑흑... "
끌려오지 않으려 저항하고 소리지르고 울면서 힘이 다 써버린 소영은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미라에게 대들지도 못했다. 단지 바닥에 앉은 상태로 훌쩍거리며 애원을 하는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영의 모습은 미라에게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불쌍한 여자야. "
미라는 소영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그녀가 이런 성격이 된 것은 그녀 자신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주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그녀가 잘못을 했을때 엄하게 벌을 주고 가르쳤다면 이런 곳까지 와서 울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 소영양, 이제 일어나요. "
" 싫어. 저리가. "
미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방에 불을 켰다.
" 투정은 그만 부려요. 그런다고 소영양이 원하는 대로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 동민씨에게 다 말할거야. 그리고 나갈거니까 날 내버려둬... 제발... 흑흑... "
" 또 남편을 실망시킬 건가요? 동민씨라고 했죠? 동민씨를 사랑하지 않나요? "
" ... "
아까는 이성을 잃고 미라에게 대드는 바람에 그녀가 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슬퍼하고 있는 소영은 미라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 동민씨... "
소영은 자신의 앞에 이혼합의서를 꺼내놓고 NWRS로 가기를 권유하던 동민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미안함과 슬픔, 그리고 소영에 대한 믿음을 담은 채 그녀를 바라보던 남편의 눈빛이 생각났다. 소영의 의식속에서 그는 그녀에 대한 실망감을 담은 눈길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 아니야... 동민씨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면 그만 두라고 할꺼야. "
" 스스로 선택한 곳이에요. 동민씨가 원하는 아내가 되기 위해서. 그렇지 않나요? "
" ... 그... 그건... "
"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원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여요. 더 이상 어린애처럼 투정 부리지 말아요. "
" 하지만... 여긴 내가 원한 곳이 아니에요... 이런... 이런 곳을 원한게 아니란 말이에요... "
어느새 소영의 태도가 누그러져 있었고 미라에게 다시 존대를 하기 시작했다.
" 그럼, 어떤 곳을 상상한거죠?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곳에서 바뀔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요? 스스로에게 솔직해봐요. 소영양의 표현대로 왜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그건 소영양이 더 잘 알고 있을거에요. "
소영은 미라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소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던 것이다. 동민이 때로는 애원도 하고 때로는 그녀와 심각하게 진지한 대화도 했었지만 그 순간만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던 소영이었다.
" 하지만... 무... 무서워요... 여긴 너무 무서워요... "
" 노력하면 되요. 남편을 위해 노력한다면 아무도 소영양에게 무섭게 대하지 않아요. 다른 학생들도 봤잖아요. 모두 똑같은 조건이에요. 벌받는게 무섭고 평소와 다른 생활방식이 힘들긴 하겠지만 학교가 무서운건 아니잖아요. "
미라가 하는 말을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어 포기한 것인지 소영은 아무말없이 고개를 숙인채 앉아만 있었다. 눈물도 멈췄는지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영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어 미라를 봤다.
" 마음을 굳게 먹는다면 더 좋을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지금은 참고 견뎌야 해요.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좋으나 싫으나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니까요. "
" ... "
" 오늘 하루는 아마 소영양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하루가 될꺼에요. 넉놓고 앉아 있지 말고 일어나요. "
미라는 소영을 부축해서 일으키고 구겨진 그녀의 교복을 펴 주었다. 이곳에 끌려오면서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소영의 손목에는 빨간 손자국이 나 있고 한쪽 다리에는 스타킹이 무릎까지 흘러내려와 있었다.
" 이런, 이게 다 뭐에요. 숙녀답게 행동해야죠. "
" 됐어요. 제가 할께요. "
소영은 자신의 스타킹을 올려주려는 미라의 손을 잡았다.
" 혼자 할 수 있어요. "
소영은 스타킹을 끌어올려 다시 가터벨트를 채우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화장을 좀 고쳐야 겠지만 누가 볼 사람도 없고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으니 상관 없겠네요. "
소영의 얼굴은 화장을 옅게 해서 그런지 한참을 울었는데도 심하게 화장이 망가지거나 하진 않은 것처럼 보였다.
" 설명이 늦었는데 오늘 하루는 여기서 교육을 받게 될거에요. 소영양 처럼 쉽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개인 교육실이죠. "
" ... 여... 여긴... "
소영은 그제서야 교육실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처음 이곳에 끌려왔을 때에는 불빛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그녀가 보고있는 개인 교육실은 그녀를 겁에 질리게 만들기 충분하고도 남을만한 모습이었다. 소영은 자신도 모르게 문쪽으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소영은 미라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 놔! 빨리 놓지 못해! "
미라는 소영의 손목을 잡은채로 그녀를 데리고 문이 있는쪽으로 걸어갔다. 소영은 어떻게 해서든지 끌려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손목이 아파 강한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 휴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하잖아. "
" 이럴수는 없어! 그만둘꺼야! 여기서 나갈꺼란 말이야! "
소영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미라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소영의 방을 나온 미라는 그녀를 어딘가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 이거놔! 싫어! 아프단 말야! "
소영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온몸의 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미라가 그녀보다 힘이 세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완강하게 저항하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복도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운동을 하러간 동안 청소를 하고 있던 하녀 두명이 그런 미라와 소영의 모습을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다.
" 이리와서 좀 도와줘요. "
미라는 하녀들을 발견하고 급히 그녀들을 불렀다. 두명의 하녀는 무슨 영문인지 알지도 못한채 달려와서 미라의 말대로 소영의 양쪽 팔을 잡았다.
" 너희들은 뭐야! 이거 놓지 못해! "
" 휴우~ "
미라는 그제서야 잡고있던 소영의 손목을 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 두사람은 이 학생을 데리고 개인 교육실로 가줘요. 반항이 심할테니까 교육실에 도착하면 밖에서 문을 잠궈두고요. "
" 네, 선생님 "
두 하녀는 동시에 대답을 하고는 소영을 끌고가기 시작했다.
" 아아아아악! 빨리 놓으란 말야! "
소영은 자신의 뜻대로 되는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아아악! 살려줘요! "
기숙사에는 몇명의 하녀가 청소를 하고 있는것 외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학생들이 그녀의 비명을 들었다고 해도 그들이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것은 없었다.
미라는 소영을 억지로 방에서 끌어내느라 힘들었는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팔을 다른손으로 잠시 주무르고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전쟁이라도 치룬듯한 방안의 모습을 한차례 둘러본 미라는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나와 개인 교육실로 향했다.
개인 교육실 문앞에는 좀전에 소영을 끌고갔던 하녀 두명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있었다.
" 수고했어요. 이제 돌아가도 좋아요. "
" 네, 선생님 "
하녀들은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다시 청소를 하기 위해 돌아갔고 미라는 문 안쪽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문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소영은 끌려오는 동안 계속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리 여자라고는 해도 두명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교육실 안에 갇힐때까지 쉬지않고 비명을 지르고 반항을 한 소영은 힘이 들어 주저앉고 싶었지만 불도 켜있지 않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넋놓고 있을 수 만은 없었는지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 내보내줘! 내보내 달란 말야! "
20분 정도 지났을까 소영에게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너무 분하고 억울한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을 느낀 소영은 눈물을 흘리며 문앞에 주저앉았다.
" 흑흑... 빨리... 아아앙~ 동민씨이... 나 좀 내보내줘... 엉엉. "
소영은 어린애처럼 바닥에 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분한 마음보다는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적이 없었던 그녀였다. 25년 동안 그 누구도 그녀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 그녀의 과거가, 그리고 그녀의 주변사람들이 지금의 멋대로인 성격을 형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참동안 개인 교육실의 문앞에서 기다리던 미라는 소리가 멈추고 조용해지자 살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미라는 문 바로 안쪽의 바닥에 소영이 앉아서 흐느끼며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창문조차 없고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안에서 울고 있던 소영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오자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미라를 발견했다.
" 이... 이~씨... 내보내줘... 나 동민씨한테 갈꺼야. 흑흑... "
끌려오지 않으려 저항하고 소리지르고 울면서 힘이 다 써버린 소영은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미라에게 대들지도 못했다. 단지 바닥에 앉은 상태로 훌쩍거리며 애원을 하는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영의 모습은 미라에게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불쌍한 여자야. "
미라는 소영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그녀가 이런 성격이 된 것은 그녀 자신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주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그녀가 잘못을 했을때 엄하게 벌을 주고 가르쳤다면 이런 곳까지 와서 울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 소영양, 이제 일어나요. "
" 싫어. 저리가. "
미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방에 불을 켰다.
" 투정은 그만 부려요. 그런다고 소영양이 원하는 대로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 동민씨에게 다 말할거야. 그리고 나갈거니까 날 내버려둬... 제발... 흑흑... "
" 또 남편을 실망시킬 건가요? 동민씨라고 했죠? 동민씨를 사랑하지 않나요? "
" ... "
아까는 이성을 잃고 미라에게 대드는 바람에 그녀가 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슬퍼하고 있는 소영은 미라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 동민씨... "
소영은 자신의 앞에 이혼합의서를 꺼내놓고 NWRS로 가기를 권유하던 동민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미안함과 슬픔, 그리고 소영에 대한 믿음을 담은 채 그녀를 바라보던 남편의 눈빛이 생각났다. 소영의 의식속에서 그는 그녀에 대한 실망감을 담은 눈길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 아니야... 동민씨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면 그만 두라고 할꺼야. "
" 스스로 선택한 곳이에요. 동민씨가 원하는 아내가 되기 위해서. 그렇지 않나요? "
" ... 그... 그건... "
"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원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여요. 더 이상 어린애처럼 투정 부리지 말아요. "
" 하지만... 여긴 내가 원한 곳이 아니에요... 이런... 이런 곳을 원한게 아니란 말이에요... "
어느새 소영의 태도가 누그러져 있었고 미라에게 다시 존대를 하기 시작했다.
" 그럼, 어떤 곳을 상상한거죠?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곳에서 바뀔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요? 스스로에게 솔직해봐요. 소영양의 표현대로 왜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그건 소영양이 더 잘 알고 있을거에요. "
소영은 미라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소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던 것이다. 동민이 때로는 애원도 하고 때로는 그녀와 심각하게 진지한 대화도 했었지만 그 순간만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던 소영이었다.
" 하지만... 무... 무서워요... 여긴 너무 무서워요... "
" 노력하면 되요. 남편을 위해 노력한다면 아무도 소영양에게 무섭게 대하지 않아요. 다른 학생들도 봤잖아요. 모두 똑같은 조건이에요. 벌받는게 무섭고 평소와 다른 생활방식이 힘들긴 하겠지만 학교가 무서운건 아니잖아요. "
미라가 하는 말을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어 포기한 것인지 소영은 아무말없이 고개를 숙인채 앉아만 있었다. 눈물도 멈췄는지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영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어 미라를 봤다.
" 마음을 굳게 먹는다면 더 좋을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지금은 참고 견뎌야 해요.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좋으나 싫으나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니까요. "
" ... "
" 오늘 하루는 아마 소영양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하루가 될꺼에요. 넉놓고 앉아 있지 말고 일어나요. "
미라는 소영을 부축해서 일으키고 구겨진 그녀의 교복을 펴 주었다. 이곳에 끌려오면서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소영의 손목에는 빨간 손자국이 나 있고 한쪽 다리에는 스타킹이 무릎까지 흘러내려와 있었다.
" 이런, 이게 다 뭐에요. 숙녀답게 행동해야죠. "
" 됐어요. 제가 할께요. "
소영은 자신의 스타킹을 올려주려는 미라의 손을 잡았다.
" 혼자 할 수 있어요. "
소영은 스타킹을 끌어올려 다시 가터벨트를 채우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화장을 좀 고쳐야 겠지만 누가 볼 사람도 없고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으니 상관 없겠네요. "
소영의 얼굴은 화장을 옅게 해서 그런지 한참을 울었는데도 심하게 화장이 망가지거나 하진 않은 것처럼 보였다.
" 설명이 늦었는데 오늘 하루는 여기서 교육을 받게 될거에요. 소영양 처럼 쉽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개인 교육실이죠. "
" ... 여... 여긴... "
소영은 그제서야 교육실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처음 이곳에 끌려왔을 때에는 불빛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그녀가 보고있는 개인 교육실은 그녀를 겁에 질리게 만들기 충분하고도 남을만한 모습이었다. 소영은 자신도 모르게 문쪽으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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