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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6 819회 0건
Chapter 27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소영은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이곳을 벗어나는 것은 나중 일이고 지금은 눈앞에 닥친 이 상황을 벗어나는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뜻을 알 수 없는 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이런 형식의 도표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던 소영은 조금 헤매고 나서야 겨우 B-14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 C, 6 그리고 더하기. "

그녀가 찾은 부분에는 "C 6(+)"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 아래쪽에서 C가 무엇인지 확인해요. "

" Cane이라고 써 있습니다. "

" 거기에 있는 표는 어떤 도구로 몇대를 맞아야 하는지를 적어놓은 것이에요. 다시 말해서 적절하지 못한 화장을 한 경우 케인으로 여섯대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죠. "

미라의 설명을 들은 소영은 눈에 띌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뒤에 표시되어 있는 기호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했을 때 매의 대수가 어떻게 늘어나는지를 말하는 거에요. 더하기 기호는 계속 앞의 숫자만큼 더해진다는 것이죠. 두번 잘못했을때는 열두대, 세번째는 열여덟대, 만약 곱하기 기호가 써 있다면, 뭐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계속 두배로 늘어나는 거에요. 열두대, 스물네대 이런식으로요. 이제 이해가 되나요? "

" 네, 선생님. "

겁이 나긴 했지만 실수를 하면 또 어떤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한 소영은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정중하게 대답을 했다.

" 소영양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여섯대만 맞으면 되겠군요. "

" 하지만... "

" 변명할 생각은 말아요. 분명히 어제 규율집을 읽어두라고 했으니까. 벌은 잠시후에 주도록 하죠. "

소영은 어제 지수가 자신의 앞에서 케인으로 매를 맞던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 앞으로 한동안은 매일 오전에 소영양의 복장검사와 위생검사를 하겠어요. "

" 복장검사? 위생검사? "

" 손톱은 깎았겠죠? "

" 네, 선생님 "

" 손을 내밀어 봐요. "

소영은 양손가락을 쭉펴고 손등을 위로가게 해서 미라에게 보여주었다. 미라는 소영의 손톱 길이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소영의 손톱길이는 최근 몇년동안에 가장 짧은 상태였다. 그녀는 사실 자신의 손을 보면서 짧은 손톱이 너무 보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매니큐어도 바르지 않은 손톱은 소영에게 어색하기만 했던 것이다.

" 너무 화려한 색이 아니라면 매니큐어를 발라도 괜찮아요. "

미라는 소영의 손톱을 검사하고 나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한번 쭉 훑어보았다.

" 양손을 머리위로 올려요. "

소영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채 벌을 서는 것처럼 두팔을 위로 올렸다.

" 그렇게까지 하지말고... "

미라는 직접 소영의 손을 잡고 머리위에서 깍지를 끼어 주었다.

" 복장검사를 받을때의 자세니까 기억해 두도록 해요. 다리는 30cm 정도 벌려요. "

소영은 양손을 머리위에 얹은채로 한쪽발을 떼어 미라가 말한대로 다리를 벌렸다. 소영이 자세를 잡자 미라는 소영의 가슴께에 위치한 브라우스 단추를 하나 풀더니 한손으로 그 사이를 벌리고 속옷을 확인했다. 소영은 미라의 행동에 당황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함부로 그녀를 제지하지 못한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미라는 브라우스의 단추를 다시 채워놓고 이번에는 스커트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소영은 미라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그녀가 자신의 스커트단을 걷어올리려 하자 깜짝 놀라며 양손을 내려서 스커트를 잡았다.

" 선생님! "

미라를 부르는 소영의 목소리에는 항의의 뜻이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미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커트를 들어올렸다.

" 복장검사에 관한 규칙, 검사를 받는 동안 학생은 허락없이 움직여서는 안된다. "

미라는 스커트 자락을 들어올리며 책을 읽듯이 교칙을 알려주었고 소영은 미라의 말에 황급히 그녀가 스커트를 들어올리지 못하게 잡고 있던 손을 떼었다.

" 자세를 가르쳐 줬을텐데요. "

소영은 다시 머리위에 양손을 올려놓았다. 그녀는 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마음대로 움직일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미라의 손은 거침없이 스커트를 허리위쪽으로 들어올렸고 소영은 부끄러움에 눈을 감아버렸다. 이미 몇번이나 엉덩이를 드러내고 매를 맞은 경험이 있었지만 그것은 벌을 받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었다.

" 이럴수는 없어! "

소영은 어린아이라도 이런식으로 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사람이, 아니 자신과 똑같은 여성이 이런 모욕감을 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라는 소영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가운 표정으로 검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녀는 들어올렸던 스커트를 내린 다음 소영의 뒤쪽으로 가서 다시 스커트를 들어올리려 했다. 소영은 자신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 나는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야! "

소영은 두눈을 감은채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 이건 더이상 참을 수 없어.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혼자서도 동민씨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단 말야! "

다음 순간 소영은 한손으로 스커트를 올리려고 하는 미라의 손을 쳐내며 몸을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

" 더이상은 못참겠어요! "

미라는 갑작스런 소영의 행동에 놀라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소영양 "

" 당신이 뭔데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거야? 양? 나보다 나이많아? 어디서 양이야! "

한번 폭발한 감정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는 법이다. 소영은 이왕 이렇게 된거 더 이상 자존심 구겨가며 참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꺾을 수 없는 자존심에 자신이 어떤 여자보다도 뛰어나다고 자만하던 소영의 모습 그대로였다.

" 계속한다면 이번엔 쉽게 용서받지 못할거에요. "

미라는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만은 소영을 압도할 정도로 무섭게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 용서하지 않으면 어쩔거야?! 이따위 학교 당장 그만둘거니까 더이상 나한테 그따위로 말하지 마! "

" 진정하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요. "

" 흥! 아직도 자기가 선생인줄 아나보지? 고등학교때 선생들도 나한테 이렇게는 못했어. 그런데 내가 지금에 와서, 결혼까지 한 내가 이런 취급을 받을 이유는 절대로 없어! "

" 이런 행동을 소영양의 남편이 원할까요? "

소영은 미라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갑자기 자신이 이곳으로 떠나던날 사랑이 가득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키스해 주던 동민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 당신이 동민씨에 대해 뭘 알아?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걸 알면 우리 동민씨도 절대 가만있지 않을거야. 미라씨라고 했지? 당장 가서 그 교장인지 뭔지 하는 아줌마에게 전해 오늘부로 그만두겠다고, 아니 학교라고 했으니 자퇴라고 해야 맞는건가? "

" 마지막으로 경고하겠어요. 당장 용서를 빈다면 가벼운 벌로 끝날수도 있어요. "

미라는 교장을 모욕하는 듯한 말에 더 화가 났지만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그러나 소영은 그녀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신이 가져왔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 ...... "

미라는 소영이 화난 얼굴로 씩씩거리며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잠시 쳐다보고 있었다.

" 우습지도 않아. 어떻게 이런델 오겠다고 했는지. 내가 미쳤지. "

소영은 계속 움직이면서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당장 그만두지 못해요! "

미라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소영은 깜짝 놀라서 짐을 챙기던 손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 "

" 도저히 두고 볼수가 없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지금 당장 잘못했다고 빌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거에요. "

" 후훗. "

소영은 그제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는지 미라의 말에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 어떻게 후회하게 할껀데? "

미라는 자신의 마지막 경고에도 변함없는 소영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미라는 소영에게 다가가 그녀의 오른쪽 뺨에 사정없이 따귀를 올려붙였다. 소영은 아프고 또 놀라서 한손으로 맞은곳을 감싼채 멍하니 미라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소영은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 이... 이게 무슨 짓이야! "

이젠 소리를 지르고 건방지게 행동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소영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듯한 눈으로 미라를 노려보며 무섭게 덤벼들었다. 다음 순간 "짝!"하는 소리와 함께 소영의 얼굴이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미라가 다시 그녀의 왼쪽 뺨을 때린 것이다.

" 너... 너... "

소영의 양쪽뺨은 금새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소영은 더 참을 수가 없었는지 미라의 뺨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그러나 미라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뺨을 얻어맞을 만큼 이리숙한 선생이 아니었다. 미라는 소영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내고는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아아아. "

" 놔... 놓으란 말이야! "

" 어차피 쉽게 교육시킬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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