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케치 9부
선생들이 모두 떠나가버린 주인 없는 교무실안 무언가에 몰입해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지만 그녀는 새로 맡게된 반 아이들의 신상명세서를 읽고 있었다..희수였다..
처음 경험도 얼마 되지않는 그녀에게 한학급의 임시 담임이란 직책이 주어졌을때 그녀는 당황스러워했다.
남고등학교의 경우 담임은 모두가 경험이 많은 남선생님들의 몫이었고 임시담임이라지만 당연히 경험많은 선생님이 그 자릴 대신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남선생들도 모두가 그 자릴 회피했다는 사실을 희수는 담임이 되고서야 알았다...
이유는 한가지였다..
자신이 맡고 있는반 아이들중 두아이 때문이었다.
"태혁과 철한"..그둘은 선생님들에겐 골칫거리였다.
2학년이된 지금 그들은 비교적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나갔지만 그중 철한은 1학년때부터 교내 폭력사건을 시작으로 몇몇 커다란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 그 아이가 아직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건 그의 어머니 덕이었다.
철한의 어머니는 매년 큰돈을 학교에 기부하는 큰손이었고 그로인해 학교에 커다란 파워를 행사할 수 있었다..
또한,학교에서 진행중인 별관 개수공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기에 더욱 그러했다.
태혁이란 아이는 그리 눈에 띄게 큰 사건을 읽으키진 않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소위 대일고 "짱"이라 인정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담임이란 자리는 가시방석과 같은 자리였다.
분명 그들과 트러블이 생길것이 분명했기에 일부러 그런 자리에 앉아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맘이 없는 것이었다.
학교내 막강한 입지를 굳히고 있던 "고유석"선생님이 그들의 담임임에도 그들을 학교밖으로 몰아내지 못한것은 철한의 어머니 영향이라
봐야했다..
물론 대신 그 어머니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챙겼음은 두말할 것 없었다.
더욱 놀라운건 태혁이었다..
태혁은 커다란 사건의 중심에 있다던가 하는 일은 한번도 없을만큼 평범한 학생처럼 보였지만 전교 학생들이 그를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단지 유일하게 예외가 있다면 그는 바로 철한이었다..
희수는 그런 생각을 하다 몇일전 태혁과의 일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소름 돋을 만큼 차가운 태혁의 성격때문이었다.
담임을 맡는동안 제발 별탈없이 지나치길 바랬다..
희수는 어느새 마지막 반아이의 신상명세서를 읽은 후 팔을 뻗어 시원하게 기지게를 했다..
철한은 텅빈 운동장 한켠에 앉아있었다..
그는 학생들이 모두 귀가한 빈 학교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평소엔 지겹게만 느껴지던 학교에서 지금은 편안함을 느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건 철한에겐 생소했다.
한땐 싸우려고 학교에 나오는 것처럼 학교내에서 많은 싸움을 하곤했다..
중학교에 들어서기 전부터 여타 아이들보다 훨씬 우월했던 신장덕도 있었지만 타고난 기질인지 철한은 연일 이어지는 싸움에서 매번 상대를
?였다.
그로 인해 많은 문제들을 읽으켜 학교내 문제아로 통했지만 어머니덕에 큰 징계없이 이제껏 학생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머닌 돈이 최고라는 물질만능주의 사상이 골수 깊이 물든 여인이었다.
없이 성장했다는 한 때문인지 그녀는 억척스럽게 돈을 벌었다.
지금의 그녀가 있기까진 돈이 되는 것을 남보다 빨리 알아보는 그녀의 직감이 큰몫을했다.
그 직감덕에 그녀는 투기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철한은 어머니의 재산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어머니 소유 빌딩만 세개였다..
결코 남에게 인정이 없는 어머니였지만 아버지와 자신에겐 물쓰듯 돈을 쏟아붓곤했다..그러나 철한은 그런 어머니가 결코 고맙지 않았다.
언제나 집을 비우는 아버지와 어머니...철한이 꼭 필요할때 그들은 밖으로만 돌았다..
처음 그들에게 반항하는 방법으로 시작했던 싸움이 그들에겐 상처를 줄 수 없음을 깨달았을때 철한은 자조섞인 웃음을 지어야했다.
비록 물질은 넘쳐날지 몰라도 언제나 그는 목마름을 느껴야했다..
철한과 달리 아버진 그런 어머니곁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어머니 몰래 해나갔다.
툭하면 몇푼 받지도 못하는 직장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라는 어머니의 말을 무시한채 이제껏 한길을 걸어 한회사의 중역이 되신 분이었다.
한땐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 회사가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임을 알게된 철한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알지못했지만 철한은 아버지가 매번 어머니의 돈으로 다른 여자와 즐기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어머니가 불쌍하지는 않았다.
어머닌 어머니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언젠가 철한이 학교에서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어머닌 자신의 운전기사와 안방에서 뒹굴고 있었다..
숨넘어갈듯한 교성소리..헉헉거리는 남자의 신음소리..철한은 어린나이에 귀를 틀어막고 집을 뛰쳐나가야 했다.
그때 철한이 받았던 충격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수 없는 것이었다.
택혁이란 존재가 철한에게 친구로 다가온것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같았다.
녀석과의 몇번의 주먹다툼속에 철한은 자신과 흡싸한 느낌을 녀석에게서 읽을 수 있었다.
차가왔지만 그건 녀석을 모르는 사람들의 소리였다.
녀석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었고 단지 그것을 남들관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을 철한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언제부턴가 녀석은 철한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한 친구였다.
하지만 철한이 녀석에게 전부일 수 없듯이 철한 또한 태혁으로 인해 그 모든 목마름을 해소할 순 없었다..
철한은 여느 아이들이 받는 따뜻한 사랑에 목말라 있었고 그로 인해 나이답지않게 많은 여자들을 만나기도 했다..하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철한이 찾는 따뜻함은 존재치 않았다..
철한이 여느날처럼 아침지하철을 탄 어느날이었다.
사람들 사이로 책을 읽고있는 한 여성에게 눈길을 준건...
한번 그녀에게 향한 시선을 거둘길이 없었다..
그 느낌을 확실히 말로 표현할 순 없었지만 그녀를 본 순간 철한은 가슴이 내려앉는 충격을 받아야했다..
너무도 오랫동안 찾아헤메던 사람인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사람이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이란것을 알았을때 좌절해야했다..
그런 그녀가 이젠 자신의 반 담임이 되어있었다..
그녀가 들어선 그날 아침 철한은 그것이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지금 그녀를 얻기 위한 길고도 힘들지 모를 그 여정의 출발점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어두워진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한사람이 보였다..
순간 철한은 한참을 앉아있던 그곳에서 미련없이 일어서서 그녀곁으로 향했다..
누군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그녀가 걷다가 한순간 뒤를 돌아봤다..
"어??"
"어머...철한이 아니니??"
"선생님 아직 안가셨네요??"
"응..뭐 좀 보느라고..넌 왜 여태 집에 안가고 있어??"
"아네...교실에 뭘 좀 두고가서요.."
"그렇구나.."
둘은 어느새 함께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댁이 어디세요?"
"약수동쪽이야.."
"저랑 같은 방향이네요...3호선 타고가시죠??"
"응.."
"같이 가면 되겠네요..전 압구정역에서 내리거든요.."
"그렇구나..잘됐다..혼자가기 심심했는데.."
희수가 가볍게 웃음지었다..그모습에 철한의 얼굴이 한결 밝아진다.
"밥은 먹었니??...옷차림이 그대로인걸 보니 아직 못먹은것 같은데..."
"네..아직 안먹었어요..아사직전이에요"
"후훗...그럼 우리 어디가서 밥이나 먹을까??..선생님이 사줄께.."
"정말요??....저야 좋죠"
"그럼 우리 뭐먹으러갈까??"
"전 아무거나 잘먹어요.."
"음...선생님이 낙지전골 잘하는곳 아는데 그거 먹으러갈까??"
"좋죠..."
철한은 뜻하지 않게 함께 하게된 희수와의 저녁식사에 무슨 횡재를 한 느낌이었다.
"철한이는 어느대학 가고싶어??"
"제가 갈 대학도 있나요??"
희수는 철한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경솔했다는 생각을 했다..
"철한아..갈 수 없는 대학은 없어...노력한다면..."
"그렇겠죠...실망스러운 대답일진 모르지만 전 대학엔 뜻이 없어요..나한테 어울리지도 않고...하지만 대학 이외에 저한테 맞는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아직 그게 무언진 모르겠지만.."
"그래..아직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생각하렴..."
"선생님은 언제 선생님이 되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고등학교 1학년때.."
"왜요??"
"학창시절 최고의 은사님을 만난 시간이었고 그분을 보며 그분같은 선생님이 되고싶단 생각을 했어.."
"그랬구나...좋은 분이셨나보네요..."
"그래.."
말을 하는사이 음식이 나왔다..
"자...배고플텐데 먹어.."
희수는 작은 사라에 전골을 담아 철한에게 건넸다..
"잘먹을게요.."
"많이먹어.."
"태혁이와 친한 사이지??"
음식을 다 먹을 무렵 희수가 물었다..
"네.."
"제일 친한 친구라 들었는데 곁에서 보는 태혁인 어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녀석이에요..선생님도 들었을거에요..태혁에 관한 이야기를."
"그래.."
"하지만 흔히 녀석을 정의 내리는 이야기들은 녀석을 잘 알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들일 뿐이에요"
"음..그럼 철한이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는 거니??"
"물론이죠..선생님이 녀석을 상담실로 불렀다는거 알고 있어요.."
"그건.."
"네..물론 선생님이 알고계신 그대로에요..하지만 녀석이 공연히 힘자랑 할려고 그랬던건 아니에요..나때문이죠.."
"그게 무슨말이니??"
"음..이자린 사적인 자리죠??"
"후훗..그래.."
"사실은 혁재녀석과 먼저 시비가 붙은건 저였어요..당구장에 갔다가 녀석패거리랑 시비가 붙어 싸움을 했죠..그날 녀석을 찾았고..함께 녀석의
집에서 잤어요.다음날 녀석이 저모르게 혁재를 찾아간거구요.."
"그렇게 된거구나.."
"실상 학교에선 녀석이 싸움꾼에 문제아로 알고있는데 녀석은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 이유없이 싸움을 하지 않는 놈이에요..물론 몇일전
사건은 예외였지만요.."
"음..."
"녀석이 굉장히 차가와 보이지만 속은 안그래요..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놈이에요..전 그런 녀석에게 반해 친구가 된거구요.."
희수는 철한의 이야기를 들으며 태혁이나 철한이 타 선생님들이 말하듯 구제받지 못할 문제아란 말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야했다..실상 지금 눈앞에 있는 철한만 해도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그것은 여타 학생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볐다..
철한과 희수는 그들 틈사이에 서있었다..
철한은 희수에게서 뿜어지는 향기로움에 머리가 맑아지는것 같았다..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지하철 창으로 그녀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희수가 내릴역이 다가왔다..
"다음역에서 내리셔야죠??"
"그래..빨리왔네.."
"네..오늘 저녁 고마웠습니다.."
"그래..푹자고...내일 학교에서 보자.."
"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내렸다..내리기전 철한을 향해 웃음을 선물한채...
철한은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기전까지 그녀를 바라봤다..
벌써부터 알수없는 허전함이 밀려오는것만 같았다..
선생들이 모두 떠나가버린 주인 없는 교무실안 무언가에 몰입해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지만 그녀는 새로 맡게된 반 아이들의 신상명세서를 읽고 있었다..희수였다..
처음 경험도 얼마 되지않는 그녀에게 한학급의 임시 담임이란 직책이 주어졌을때 그녀는 당황스러워했다.
남고등학교의 경우 담임은 모두가 경험이 많은 남선생님들의 몫이었고 임시담임이라지만 당연히 경험많은 선생님이 그 자릴 대신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남선생들도 모두가 그 자릴 회피했다는 사실을 희수는 담임이 되고서야 알았다...
이유는 한가지였다..
자신이 맡고 있는반 아이들중 두아이 때문이었다.
"태혁과 철한"..그둘은 선생님들에겐 골칫거리였다.
2학년이된 지금 그들은 비교적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나갔지만 그중 철한은 1학년때부터 교내 폭력사건을 시작으로 몇몇 커다란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 그 아이가 아직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건 그의 어머니 덕이었다.
철한의 어머니는 매년 큰돈을 학교에 기부하는 큰손이었고 그로인해 학교에 커다란 파워를 행사할 수 있었다..
또한,학교에서 진행중인 별관 개수공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기에 더욱 그러했다.
태혁이란 아이는 그리 눈에 띄게 큰 사건을 읽으키진 않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소위 대일고 "짱"이라 인정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담임이란 자리는 가시방석과 같은 자리였다.
분명 그들과 트러블이 생길것이 분명했기에 일부러 그런 자리에 앉아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맘이 없는 것이었다.
학교내 막강한 입지를 굳히고 있던 "고유석"선생님이 그들의 담임임에도 그들을 학교밖으로 몰아내지 못한것은 철한의 어머니 영향이라
봐야했다..
물론 대신 그 어머니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챙겼음은 두말할 것 없었다.
더욱 놀라운건 태혁이었다..
태혁은 커다란 사건의 중심에 있다던가 하는 일은 한번도 없을만큼 평범한 학생처럼 보였지만 전교 학생들이 그를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단지 유일하게 예외가 있다면 그는 바로 철한이었다..
희수는 그런 생각을 하다 몇일전 태혁과의 일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소름 돋을 만큼 차가운 태혁의 성격때문이었다.
담임을 맡는동안 제발 별탈없이 지나치길 바랬다..
희수는 어느새 마지막 반아이의 신상명세서를 읽은 후 팔을 뻗어 시원하게 기지게를 했다..
철한은 텅빈 운동장 한켠에 앉아있었다..
그는 학생들이 모두 귀가한 빈 학교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평소엔 지겹게만 느껴지던 학교에서 지금은 편안함을 느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건 철한에겐 생소했다.
한땐 싸우려고 학교에 나오는 것처럼 학교내에서 많은 싸움을 하곤했다..
중학교에 들어서기 전부터 여타 아이들보다 훨씬 우월했던 신장덕도 있었지만 타고난 기질인지 철한은 연일 이어지는 싸움에서 매번 상대를
?였다.
그로 인해 많은 문제들을 읽으켜 학교내 문제아로 통했지만 어머니덕에 큰 징계없이 이제껏 학생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머닌 돈이 최고라는 물질만능주의 사상이 골수 깊이 물든 여인이었다.
없이 성장했다는 한 때문인지 그녀는 억척스럽게 돈을 벌었다.
지금의 그녀가 있기까진 돈이 되는 것을 남보다 빨리 알아보는 그녀의 직감이 큰몫을했다.
그 직감덕에 그녀는 투기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철한은 어머니의 재산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어머니 소유 빌딩만 세개였다..
결코 남에게 인정이 없는 어머니였지만 아버지와 자신에겐 물쓰듯 돈을 쏟아붓곤했다..그러나 철한은 그런 어머니가 결코 고맙지 않았다.
언제나 집을 비우는 아버지와 어머니...철한이 꼭 필요할때 그들은 밖으로만 돌았다..
처음 그들에게 반항하는 방법으로 시작했던 싸움이 그들에겐 상처를 줄 수 없음을 깨달았을때 철한은 자조섞인 웃음을 지어야했다.
비록 물질은 넘쳐날지 몰라도 언제나 그는 목마름을 느껴야했다..
철한과 달리 아버진 그런 어머니곁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어머니 몰래 해나갔다.
툭하면 몇푼 받지도 못하는 직장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라는 어머니의 말을 무시한채 이제껏 한길을 걸어 한회사의 중역이 되신 분이었다.
한땐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 회사가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임을 알게된 철한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알지못했지만 철한은 아버지가 매번 어머니의 돈으로 다른 여자와 즐기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어머니가 불쌍하지는 않았다.
어머닌 어머니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언젠가 철한이 학교에서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어머닌 자신의 운전기사와 안방에서 뒹굴고 있었다..
숨넘어갈듯한 교성소리..헉헉거리는 남자의 신음소리..철한은 어린나이에 귀를 틀어막고 집을 뛰쳐나가야 했다.
그때 철한이 받았던 충격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수 없는 것이었다.
택혁이란 존재가 철한에게 친구로 다가온것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같았다.
녀석과의 몇번의 주먹다툼속에 철한은 자신과 흡싸한 느낌을 녀석에게서 읽을 수 있었다.
차가왔지만 그건 녀석을 모르는 사람들의 소리였다.
녀석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었고 단지 그것을 남들관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을 철한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언제부턴가 녀석은 철한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한 친구였다.
하지만 철한이 녀석에게 전부일 수 없듯이 철한 또한 태혁으로 인해 그 모든 목마름을 해소할 순 없었다..
철한은 여느 아이들이 받는 따뜻한 사랑에 목말라 있었고 그로 인해 나이답지않게 많은 여자들을 만나기도 했다..하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철한이 찾는 따뜻함은 존재치 않았다..
철한이 여느날처럼 아침지하철을 탄 어느날이었다.
사람들 사이로 책을 읽고있는 한 여성에게 눈길을 준건...
한번 그녀에게 향한 시선을 거둘길이 없었다..
그 느낌을 확실히 말로 표현할 순 없었지만 그녀를 본 순간 철한은 가슴이 내려앉는 충격을 받아야했다..
너무도 오랫동안 찾아헤메던 사람인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사람이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이란것을 알았을때 좌절해야했다..
그런 그녀가 이젠 자신의 반 담임이 되어있었다..
그녀가 들어선 그날 아침 철한은 그것이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지금 그녀를 얻기 위한 길고도 힘들지 모를 그 여정의 출발점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어두워진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한사람이 보였다..
순간 철한은 한참을 앉아있던 그곳에서 미련없이 일어서서 그녀곁으로 향했다..
누군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그녀가 걷다가 한순간 뒤를 돌아봤다..
"어??"
"어머...철한이 아니니??"
"선생님 아직 안가셨네요??"
"응..뭐 좀 보느라고..넌 왜 여태 집에 안가고 있어??"
"아네...교실에 뭘 좀 두고가서요.."
"그렇구나.."
둘은 어느새 함께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댁이 어디세요?"
"약수동쪽이야.."
"저랑 같은 방향이네요...3호선 타고가시죠??"
"응.."
"같이 가면 되겠네요..전 압구정역에서 내리거든요.."
"그렇구나..잘됐다..혼자가기 심심했는데.."
희수가 가볍게 웃음지었다..그모습에 철한의 얼굴이 한결 밝아진다.
"밥은 먹었니??...옷차림이 그대로인걸 보니 아직 못먹은것 같은데..."
"네..아직 안먹었어요..아사직전이에요"
"후훗...그럼 우리 어디가서 밥이나 먹을까??..선생님이 사줄께.."
"정말요??....저야 좋죠"
"그럼 우리 뭐먹으러갈까??"
"전 아무거나 잘먹어요.."
"음...선생님이 낙지전골 잘하는곳 아는데 그거 먹으러갈까??"
"좋죠..."
철한은 뜻하지 않게 함께 하게된 희수와의 저녁식사에 무슨 횡재를 한 느낌이었다.
"철한이는 어느대학 가고싶어??"
"제가 갈 대학도 있나요??"
희수는 철한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경솔했다는 생각을 했다..
"철한아..갈 수 없는 대학은 없어...노력한다면..."
"그렇겠죠...실망스러운 대답일진 모르지만 전 대학엔 뜻이 없어요..나한테 어울리지도 않고...하지만 대학 이외에 저한테 맞는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아직 그게 무언진 모르겠지만.."
"그래..아직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생각하렴..."
"선생님은 언제 선생님이 되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고등학교 1학년때.."
"왜요??"
"학창시절 최고의 은사님을 만난 시간이었고 그분을 보며 그분같은 선생님이 되고싶단 생각을 했어.."
"그랬구나...좋은 분이셨나보네요..."
"그래.."
말을 하는사이 음식이 나왔다..
"자...배고플텐데 먹어.."
희수는 작은 사라에 전골을 담아 철한에게 건넸다..
"잘먹을게요.."
"많이먹어.."
"태혁이와 친한 사이지??"
음식을 다 먹을 무렵 희수가 물었다..
"네.."
"제일 친한 친구라 들었는데 곁에서 보는 태혁인 어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녀석이에요..선생님도 들었을거에요..태혁에 관한 이야기를."
"그래.."
"하지만 흔히 녀석을 정의 내리는 이야기들은 녀석을 잘 알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들일 뿐이에요"
"음..그럼 철한이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는 거니??"
"물론이죠..선생님이 녀석을 상담실로 불렀다는거 알고 있어요.."
"그건.."
"네..물론 선생님이 알고계신 그대로에요..하지만 녀석이 공연히 힘자랑 할려고 그랬던건 아니에요..나때문이죠.."
"그게 무슨말이니??"
"음..이자린 사적인 자리죠??"
"후훗..그래.."
"사실은 혁재녀석과 먼저 시비가 붙은건 저였어요..당구장에 갔다가 녀석패거리랑 시비가 붙어 싸움을 했죠..그날 녀석을 찾았고..함께 녀석의
집에서 잤어요.다음날 녀석이 저모르게 혁재를 찾아간거구요.."
"그렇게 된거구나.."
"실상 학교에선 녀석이 싸움꾼에 문제아로 알고있는데 녀석은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 이유없이 싸움을 하지 않는 놈이에요..물론 몇일전
사건은 예외였지만요.."
"음..."
"녀석이 굉장히 차가와 보이지만 속은 안그래요..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놈이에요..전 그런 녀석에게 반해 친구가 된거구요.."
희수는 철한의 이야기를 들으며 태혁이나 철한이 타 선생님들이 말하듯 구제받지 못할 문제아란 말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야했다..실상 지금 눈앞에 있는 철한만 해도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그것은 여타 학생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볐다..
철한과 희수는 그들 틈사이에 서있었다..
철한은 희수에게서 뿜어지는 향기로움에 머리가 맑아지는것 같았다..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지하철 창으로 그녀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희수가 내릴역이 다가왔다..
"다음역에서 내리셔야죠??"
"그래..빨리왔네.."
"네..오늘 저녁 고마웠습니다.."
"그래..푹자고...내일 학교에서 보자.."
"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내렸다..내리기전 철한을 향해 웃음을 선물한채...
철한은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기전까지 그녀를 바라봤다..
벌써부터 알수없는 허전함이 밀려오는것만 같았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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