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R.S. chapter 50
" 어서오십시오. "
소희는 가까이 가서야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언젠가 한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본적이 있는 복장이었던 것이다.
" 안녕하세요. 주희님"
" 주희...님? "
소희는 갑작스러운 미연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연이 방금 한 행동이 단순한 인사였다면 결코 놀랄 이유가 없었겠지만 미연이 주희-문옆에 서있던 여자-에게 한 인사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정중한 인사였다. 그리고 그 행동보다 더 소희를 놀라게 한 것은 "주희님"이라는 마지막의 말이었다.
" 너... "
" 친구 때문에 번거롭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
" 괜찮아.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손님부터 안으로 모셔야지? "
" 네, 감사합니다. "
" 실례가 많았습니다. 안에서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잠시 미연과 둘만의 대화를 나누던 주희는 소희를 향해 다시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문을 천천히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희의 시선은 계속 미연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 지금 뭐 하는거니? "
"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
미연은 소희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소희는 미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 보며 더 머리속이 복잡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미연이 대답을 하지 않는 이상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희로서는 일단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는 수 밖에 없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
안으로 들어서며 소희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집안의 모습은 미연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지만 이미 온갖 생각으로 정신이 없는 소희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길게 뻗어 있는 복도를 지나 거실에 도착했을 때 소희는 소퍼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주인님. "
" 이번엔 주인님이야? "
문 밖에서 주희가 처음 주인님이라는 말을 했을 때 미연에게 온 정신이 집중되어 미처 듣지 못했던 소희는 이제서야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 다녀왔습니다. 주인님. "
이번 것은 미연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소희는 놀란 눈으로 미연을 쳐다보았다가 막 책을 덮으며 일어서고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어서오세요. "
" 이... 이 목소리... "
가볍게 목례를 하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현성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소희는 망치에 머리를 얻어 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져 가며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 어떻게... "
처음 만난 그때부터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었던 그 눈빛이었다. 꿈속에서 늘 자신을 향해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을 보여주던 남자,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저 눈빛만은 그녀의 머리속에 각인처럼 새겨져 있었다. 소희는 이 순간에야 비로소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던 희미한 그 남자의 모습이 사진처럼 선명히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박현성입니다. "
" 저 목소리... "
모든 것을 이해해 줄 것 같은 부드러움을 담은 목소리였다. 단 한번만이라도 더 들어보고 싶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소희의 눈에서는 기쁨과 반가움, 그리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그녀의 감정을 대신하듯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무...무슨... "
현성은 막 악수를 청하려고 손을 내밀다가 자신을 향해 무너지듯 쓰러지며 안겨오는 소희의 행동에 놀라 급히 그녀의 몸을 안아 들었다. 소희는 현성이 자신을 잡아 줄 것이라 믿고 있었는지 그대로 몸을 맡긴 채 자신의 감정을 감싸고 있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 흑흑... "
" 혹시... "
현성은 그제서야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져 있는 소희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소희는 그런 현성이 야속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한 순간도 이 남자를 잊어본 적이 없는데 이 남자는 이제서야 자신을 기억해 내었다는 사실에 섭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소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물에 시야가 흐려진 눈으로 현성의 눈을 마주보았다.
" 그랬었구나... "
현성은 얼마 전 소나기가 내리던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 소희야... 왜... "
소희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던 미연은 뒤늦게 상황을 수습해 보려고 했지만 현성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 보고 싶었어요. 이래선 안된다는 걸 알지만... 단 한번만이라도... "
현성은 소희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다시 자신의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
"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잠시 그대로 있어요. "
" 편안하다... "
소희는 현성의 품에 안겨 한없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 영원히 이러고 있었으면... "
이미 미연으로부터 소희에 대한 얘기를 들어 알고 있는 현성은 지금 소희가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성도 처음 만났던 그 날 소희에게서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느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싫은 것만도 아니었다. 오히려 현성의 마음속에도 지금껏 기다려왔던 여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소희는 눈을 뜨며 자신이 난생 처음 보는 곳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 여긴 어디... "
그녀는 방안을 둘러보다가 잠에서 깨기 전에 빠져있던 달콤한 꿈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지 행복한 기분이었다는 기억만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행복했던 꿈속의 느낌에 취해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머리속에 시간순으로 저장되어 있는 기억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있는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이... 이런... "
소희는 현성의-이제 두번 만났을 뿐인- 품에 안겨 흐느끼던 기억에 눈앞이 캄캄해 진다고 느꼈다.
"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랬었는데... "
소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듯이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현실을 부정해보려 했지만 이미 일어난 사건을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 했다.
" 제발 누가 아니라고 말해줘! "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자신의 발로 차버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소희는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현성의 얼굴조차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분명히 날 멍청하고 생각 없는 여자라 생각하고 있을꺼야... "
처음 만났던 날에도 멍하니 차가 달리고 있는 도로로 걸어가려 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소희는 점점 더 안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에요? "
소희는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문 바깥쪽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누구세요? "
" 잠꾸러기 같으니라고 "
" 밖에 누구세요?! "
잠꾸러기란 말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한 소희는 조금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 이정도 목소리면 들렸을텐데... "
소희는 갑자기 밖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문으로 걸어갔다.
" 일어나셨어요? "
소희는 조금 열린 문 사이로 고개만 내밀고 말을 하는 아직 어려 보이는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누구시죠? "
고개만 내밀고 있던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안으로 들어와 양손으로 짧은 유니폼 자락을 잡고 살짝 무릎을 굽히며 소희를 향해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
그녀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짓고 인사를 했다.
" 저는 손님께서 머무르시는 동안 시중을 들게 된 이곳의 하녀에요. 하!나!라고 불러주시면 되요. "
소희는 자신의 눈앞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가장 중요하다는 듯 자신의 이름을 한글자씩 끊어서 말해준 소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무리 많이 잡아 생각해도 스물한두살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소녀였다. 그녀는 처음에 보았던 주희라는 여자와 똑 같은 형태에 색상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 네, 하나씨. 반가워요. "
" 아니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 그냥 하!나!라고 부르세요.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
" 그래도 어떻게... "
" 안그럼 제가 주인님께 꾸중 들어요. "
세번째로 듣는 주인님이라는 말이 계속 소희의 귓가에서 맴돌았다.
" 그... 근데... 저기... "
" 네? "
" 아까... 제가 밖에서... "
" 밖에서 뭐요? "
하나는 갑자기 소희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두손을 모아 쥐고 고개를 들어 소희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 제발, 아까 제가 무례했던걸 주인님께 말씀드리지 말아주세요. 흑흑... "
소희는 하나의 눈에 고여있는 눈물이 왠지 진실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꼭 그래야 하나요? 나는 꼭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하나의 행동에 오랜만에 즐거운 기분이 된 소희의 얼굴에 기분좋은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의 얼굴은 그녀와는 정 반대의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 어서오십시오. "
소희는 가까이 가서야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언젠가 한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본적이 있는 복장이었던 것이다.
" 안녕하세요. 주희님"
" 주희...님? "
소희는 갑작스러운 미연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연이 방금 한 행동이 단순한 인사였다면 결코 놀랄 이유가 없었겠지만 미연이 주희-문옆에 서있던 여자-에게 한 인사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정중한 인사였다. 그리고 그 행동보다 더 소희를 놀라게 한 것은 "주희님"이라는 마지막의 말이었다.
" 너... "
" 친구 때문에 번거롭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
" 괜찮아.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손님부터 안으로 모셔야지? "
" 네, 감사합니다. "
" 실례가 많았습니다. 안에서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잠시 미연과 둘만의 대화를 나누던 주희는 소희를 향해 다시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문을 천천히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희의 시선은 계속 미연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 지금 뭐 하는거니? "
"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
미연은 소희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소희는 미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 보며 더 머리속이 복잡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미연이 대답을 하지 않는 이상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희로서는 일단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는 수 밖에 없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
안으로 들어서며 소희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집안의 모습은 미연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지만 이미 온갖 생각으로 정신이 없는 소희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길게 뻗어 있는 복도를 지나 거실에 도착했을 때 소희는 소퍼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주인님. "
" 이번엔 주인님이야? "
문 밖에서 주희가 처음 주인님이라는 말을 했을 때 미연에게 온 정신이 집중되어 미처 듣지 못했던 소희는 이제서야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 다녀왔습니다. 주인님. "
이번 것은 미연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소희는 놀란 눈으로 미연을 쳐다보았다가 막 책을 덮으며 일어서고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어서오세요. "
" 이... 이 목소리... "
가볍게 목례를 하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현성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소희는 망치에 머리를 얻어 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져 가며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 어떻게... "
처음 만난 그때부터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었던 그 눈빛이었다. 꿈속에서 늘 자신을 향해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을 보여주던 남자,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저 눈빛만은 그녀의 머리속에 각인처럼 새겨져 있었다. 소희는 이 순간에야 비로소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던 희미한 그 남자의 모습이 사진처럼 선명히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박현성입니다. "
" 저 목소리... "
모든 것을 이해해 줄 것 같은 부드러움을 담은 목소리였다. 단 한번만이라도 더 들어보고 싶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소희의 눈에서는 기쁨과 반가움, 그리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그녀의 감정을 대신하듯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무...무슨... "
현성은 막 악수를 청하려고 손을 내밀다가 자신을 향해 무너지듯 쓰러지며 안겨오는 소희의 행동에 놀라 급히 그녀의 몸을 안아 들었다. 소희는 현성이 자신을 잡아 줄 것이라 믿고 있었는지 그대로 몸을 맡긴 채 자신의 감정을 감싸고 있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 흑흑... "
" 혹시... "
현성은 그제서야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져 있는 소희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소희는 그런 현성이 야속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한 순간도 이 남자를 잊어본 적이 없는데 이 남자는 이제서야 자신을 기억해 내었다는 사실에 섭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소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물에 시야가 흐려진 눈으로 현성의 눈을 마주보았다.
" 그랬었구나... "
현성은 얼마 전 소나기가 내리던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 소희야... 왜... "
소희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던 미연은 뒤늦게 상황을 수습해 보려고 했지만 현성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 보고 싶었어요. 이래선 안된다는 걸 알지만... 단 한번만이라도... "
현성은 소희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다시 자신의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
"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잠시 그대로 있어요. "
" 편안하다... "
소희는 현성의 품에 안겨 한없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 영원히 이러고 있었으면... "
이미 미연으로부터 소희에 대한 얘기를 들어 알고 있는 현성은 지금 소희가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성도 처음 만났던 그 날 소희에게서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느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싫은 것만도 아니었다. 오히려 현성의 마음속에도 지금껏 기다려왔던 여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소희는 눈을 뜨며 자신이 난생 처음 보는 곳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 여긴 어디... "
그녀는 방안을 둘러보다가 잠에서 깨기 전에 빠져있던 달콤한 꿈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지 행복한 기분이었다는 기억만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행복했던 꿈속의 느낌에 취해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머리속에 시간순으로 저장되어 있는 기억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있는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이... 이런... "
소희는 현성의-이제 두번 만났을 뿐인- 품에 안겨 흐느끼던 기억에 눈앞이 캄캄해 진다고 느꼈다.
"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랬었는데... "
소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듯이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현실을 부정해보려 했지만 이미 일어난 사건을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 했다.
" 제발 누가 아니라고 말해줘! "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자신의 발로 차버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소희는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현성의 얼굴조차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분명히 날 멍청하고 생각 없는 여자라 생각하고 있을꺼야... "
처음 만났던 날에도 멍하니 차가 달리고 있는 도로로 걸어가려 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소희는 점점 더 안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에요? "
소희는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문 바깥쪽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누구세요? "
" 잠꾸러기 같으니라고 "
" 밖에 누구세요?! "
잠꾸러기란 말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한 소희는 조금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 이정도 목소리면 들렸을텐데... "
소희는 갑자기 밖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문으로 걸어갔다.
" 일어나셨어요? "
소희는 조금 열린 문 사이로 고개만 내밀고 말을 하는 아직 어려 보이는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누구시죠? "
고개만 내밀고 있던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안으로 들어와 양손으로 짧은 유니폼 자락을 잡고 살짝 무릎을 굽히며 소희를 향해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
그녀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짓고 인사를 했다.
" 저는 손님께서 머무르시는 동안 시중을 들게 된 이곳의 하녀에요. 하!나!라고 불러주시면 되요. "
소희는 자신의 눈앞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가장 중요하다는 듯 자신의 이름을 한글자씩 끊어서 말해준 소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무리 많이 잡아 생각해도 스물한두살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소녀였다. 그녀는 처음에 보았던 주희라는 여자와 똑 같은 형태에 색상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 네, 하나씨. 반가워요. "
" 아니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 그냥 하!나!라고 부르세요.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
" 그래도 어떻게... "
" 안그럼 제가 주인님께 꾸중 들어요. "
세번째로 듣는 주인님이라는 말이 계속 소희의 귓가에서 맴돌았다.
" 그... 근데... 저기... "
" 네? "
" 아까... 제가 밖에서... "
" 밖에서 뭐요? "
하나는 갑자기 소희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두손을 모아 쥐고 고개를 들어 소희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 제발, 아까 제가 무례했던걸 주인님께 말씀드리지 말아주세요. 흑흑... "
소희는 하나의 눈에 고여있는 눈물이 왠지 진실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꼭 그래야 하나요? 나는 꼭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하나의 행동에 오랜만에 즐거운 기분이 된 소희의 얼굴에 기분좋은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의 얼굴은 그녀와는 정 반대의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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