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12부
토요일이었다...
재민은 잠시라도 머리를 식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강의를 마친 재민은 무작정 기차역으로 향했다..
성북역에서 재민은 춘천행 열차 표를 끊었다..
그리곤 무작정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작은 미니카세트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이어폰을 통해 들으며 재민은 지나치는 낮선 풍경들에 시선을 두었다...
얼마나 지났을까....열차는 경강역에 도착해 잠시 멈췄다..
재민은 불연듯 내리고 싶어졌다..한번 인 마음은 자신의 발길을 제촉했다..
한번도 와보지 못한 낮선곳..그곳에 혼자 버려진듯한 느낌에 약간은 두렵기도 했지만 재민은 나름대로 이 여행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다...
낮이 점차 길어지는지 다섯시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밖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하지만 곳 해가 지리란걸 재민은 알고 있었다..
재민은 한참 동안을 도로를 따라 걸었다..길 한쪽으로 드문드문 집들이 보였다..자전 거를 타고 하이킹을 오면 아주 좋을듯한 나무를 사이에 두고 도로는 하염없이 뻗어있 었다...
이제 푸르름을 더해가는 나무잎들을 보며 재민은 크게 숨을 들이 쉰다...기분탔일까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상쾌함이 코를 찌르는 듯 했다...
길을 걷고 있었지만 목적지는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걷던 재민은 점점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보며 이렇게 밤새도록 걷는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자연앞에서면 모두가 부질없는 것인데 왜 그토록 버리지 못하고 연연해 하는 것일까....
이렇듯 이렇듯...자유로워 질 수 있는것을.....
잠시겠지만 재민은 오랜만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팔에 살짝 닭살이 돋았다..
아직은 밤이 조금 추웠다..특히 서울이 아닌 곳이라 그 추위는 서울 보다 조금 더한듯 했다...
경강역에 내려서 역 부근에서 조그만 마을을 보았다..
재민은 집들없이 끝없이 이어진 길을 되돌려 다시 경강역으로 향했다...
하루밤 묵을 곳을 찾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역에서 밤을 지새울 작정이었다...
서울은 아직도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날 시간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사람이라곤 전혀 찾 아볼수가 없었다...
경강역에 다달았을 즈음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간간히 인기척을 느낀 개가 짖어댔다..재민은 조용한 길을 지나 마을 맞은편으로 흐르 는 작은 강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마을은 조용했지만 강에는 몇몇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재민은 조용히 한 낚시꾼의 뒤로 다가갔다..
물소리와 건너편 큰길로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리는 적막한 가운데 자신에 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낚시꾼이 뒤를 돌아본다...
재민은 멋적은 듯 웃음을 보였지만 어둠으로 인해 가려졌다..
"낚시하러 오셨나 보군요..."
그는 재민이 낚시를 하러온 낚시꾼으로 오인했다..
"아니요..그냥 기차를 타고 왔다 너무 아름다워서 내린게..."
"아 네~~~~"
그는 재민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저기 여기서 잠깐 낚시하시는것 구경해도 될까요??"
"그러세요..어짜피 혼자있기도 적적하던 참이었으니..."
그는 대답을 하더니 자신의 텐트인지 텐트안으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왔다...
자세히 보니 소주였다..
"소주 한 잔 하실래요??"
"네??...네 ..감사합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통성명이나 하죠..난 정원석이라고 해요"
"아네...전 유재민 이라고 합니다.."
"학생인가요??"
"네..2학년이요..."
"반가워요..서울살죠??"
"네.."
"저도 서울살아요..수유리에..가끔 답답하면 이곳에 오곤하죠.."
"낚시를 좋아하시나봐요.."
"그냥 혼자 궁상떠는것 면해볼려고 가지고 다니는 거지만 실은 혼자 생각하고 싶을때 면 이렇게 나오곤 해요.."
"네..."
"근데 토요일에 혼자서 어떻게 ...."
"네..저도 오랜만에 혼자 기차를 탄것이....이렇게 되었네요..."
말을 하면서도 그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고 참치캔과 과자 그리고 소주가 작은 나무 판에 차려졌다..
"자 한잔 받아요..."
"네..."
그는 종이컵에 술을 반쯤 따랗다...
"제가 한잔 따라드릴게요.."
재민도 그의 잔을 채웠다...
한잔의 술을 서로 마신후..재민이 물었다..
"고기는 좀 잡으셨어요??"
"오늘따라 통 입질이 없네요..아직 잔챙이 몇마리만 입질을 할뿐이에요..."
"네..."
한동안 재민은 흐르는 강을 주시했다...
까만 하늘아래 흐르는 물소리를 듣자니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아요..."
말이 없이 강만 보는 재민에게 그가 물었다...
"네??..네에...."
"에이..어차피 고기 잡으러 온것도 아닌데 우리 오늘밤 술이나 한번 마셔 볼까요??"
어둠속에서 그의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재민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환하게 웃었다..
그는 스물 일곱이었고 용접일을 한다고 했다..
재민은 스스럼 없는 그의 붙임성에 이내 그와 쉽게 친해졌고 결국은 그를 형이라 불렇 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갔을 무렵 재민은 오늘만큼은 이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어느정도 풀어놓고 시원해지고 싶었다...
"형....우숩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 얘기좀 들어보실래요??"
"하~~~~이제서야 말을 할 맘이 생겼나보구나..말해봐~~~뭐가 그렇게 젊은 동생의 맘을 무겁게 만들었는지..어디 들어보자고.."
"형..전 조금 외롭게 자랐어요..아버지가 어렸을적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제가 고등 학교때 돌아가셨지요..두분다 일가친척이 없는 관계로 그때부터 혼자란 것에 익숙해져 야 했어요..전 그런티를 내고싶지 않은마음에 누구보다 밝게 살려고 노력했죠..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한여자가 내앞에 나타난것은...처음엔 그녀가 내게 이렇듯 내마음 깊이 들어설줄은 꿈에도 몰랐어요...하지만 이래선 안된다고 무수히 다짐하고 다짐했 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내 모든것을 빼앗아 버리고 말았어요..그녀의 사사로운 표정하나에 울고 웃는 저를 보면 우숩지만 도저히 벗어날수가 없어요..하지만...하지 만...그녀는 제가 다가가기에 너무도 멀리있어요...항상 다가가기도 전 좌절하게되요 ...이대로 계속 이렇게 아파해야 하는건지 어찌해야 하는건지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말을 하는 재민의 눈가에 살며시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말을 들어보니 좋아하는 여자가....."
그는 재민의 말 속에서 무엇인가를 짐작했지만 쉽게 말을 꺼내진 않았다...
"네...그녀는 저보다 나이가 일곱살이나 많아요...그리고 친구의 누나이기도 하고요 ...형..전 어떻해야 해요..."
재민을 바라보던 원석은 말없이 술한잔을 마신다...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그는 이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말을 하면서도 쑥쓰럽지만..단지 재민보다 몇년 더 살았다는 이유로 몇마디 할게.."
"네..."
"지금 재민이는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한 장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중이란 느낌이 들어...물론 그 추억이 아픔으로 남을지 아니면 먼 훗날 그녀와 함께 할수있는 추억이 될진 아무도 알수 없지만 난 그 결과에 관계없이 나중 재민에게 후회가 남지 않토록 재민이 행동해 주길 바래...물론, 지금 당장엔 재민의 주위에 누구도 재민이편이 없다 는걸 느낄거야...그렇기에 더욱 암담한 것도 사실일거고...하지만 재민아..형이 너에 게 말해주고 싶은 사랑이란것은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야..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건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재민이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 남의 아내도 아니고 단 지 재민보다 몇년 일찍 태어난 그리고 가까운 친구의 누나일뿐이야...그런것에 너무 신경을 써서 재민의 순수한 사랑이 빛바래질 않길 바래..지금은 그냥 순수하게 사랑하 는거야...그녀 곁에서 네가 느끼는 감정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사랑하는거야...과장하 지도 말고 애써 숨기지도말고 네가 느끼는 그대로를....그녀에게 보여줘..참지못할만 큼 가슴 격해지면 오늘 재민이 내게 이렇듯 진솔하게 말해주었듯이 그녀에게 말해주렴 ..재민이 느끼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 답고 큰지....만일 그로인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훗날 분명히 웃을 수 있을거야..."
재민은 원석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형..고마워요..."
"고맙긴 ...자...그런의미에서 우리 재민의 사랑을 위해 건배할까??"
"네..."
재민은 술 한 잔을 입으로 넘겼다...
하늘에 제법 많은 별들과 어둠속으로 흐르는 강물..주위에 있는 나무들처럼 지금 이순 간만은 이 조용한 곳의 한 일부가 된듯 재민은 더없이 편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모든것을 받아들이자..그녀로 인해 기뻐하고 슬퍼하고 울고 웃을 수 있음에 오 히려 감사하자...모든것이 그녀를 사랑해서 느껴지는 감정이기에 오히려 달갑게 받아 들일 수 있음아닌가..비록 반응없는 감정이면 어떤가..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비록 곁 은 아니지만 내 가까이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데..."
무작정 올라탄 열차..그리고 외진곳에서 만난 사람...그리고 그와의 술한잔...지금 재 민은 오늘 자신이 만난 인연에 감사하며 점점 깊어가는 어둠속에 함께 동화되어갔다 ...
재민은 다시 어제와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침에 원석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첫기차를 탄 재민의 눈을 스쳐가는 바깥풍경은 새 삼 너무도 아름답게만 보였다..
재민은 성북역에 내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저 재민입니다..."
"아~~재민학생..기다려요 안그래도 윤경이가 아침부터 재민학생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 요..."
"윤경아~~~재민학생 전화받아라.."
수화기를 통해 윤경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재민오빠??"
"응...미안하다 어제 좀 바빠서 전화를 못했어..."
"몰라요...내가 얼마나 기다린줄 아세요??"
"그래..미안하다..우리 몇시에 만날까??"
"몇시는요 지금 당장 만나요..."
"그래..그럼 00역에서 지금 만나자..여기 성북역이니까 한 30분정도 걸릴꺼야..."
"알았어요..그럼 이따봐요..."
"그래..."
재민은 아까 열차를 타기전 세면을 했지만 다시금 역 화장실에서 가지고 다니는 세면 도구를 이용해 세면을 했다..
그리곤 서둘러 인천행 열차에 올라탔다..
재민이 역에 도착했을때 윤경은 벌써 나와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윤경아~~"
"오빠~~~~~~"
재민을 본 윤경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며 재민을 향해 달려왔다.
"내가 조금 늦었지??"
"핏~~
"일요일이라 놀이동산에 사람이 많을텐데 서두르자.."
재민은 토라진척하는 윤경을 못본척하며 윤경의 손을 잡아끌었다.
열차안에서 윤경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었다..
그런 윤경을 보고있자니 재민도 즐거웠다...
매일 집에서 볼적엔 몰랐는데 오늘 윤경은 대학생같았다..
165정도 되는 키에 길게 기른 머리는 살짝 바람이 불어올적 마다 흩날렸고 몸에 붙는 진한 회색바지에 같은색 긴팔 티셔츠를 입은 윤경은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보였다..또한 목에 살짝 두른 흰색 머플러가 눈에 띄었다..
"윤경이도 이러니까 벌써 대학생티가 나는걸??"
"정말요??하하 제가 좀 성숙하긴 해요..히힛"
재민의 말에 윤경은 기분이 좋은듯 웃었다...
"와~~~~~~~~"
재민과 윤경은 롯데월드를 찾았다..
생각은 했지만 넘쳐나는 사람들을 보며 재민은 절로 탄성이 나왔다..
"오빠 우리 놀이기구 타요..."
"그래...."
하지만 무슨 놀이기구든 사람들의 줄은 길게만 늘어서 있었다,,
재민과 윤경은 바이킹을 타기위해 사람들 뒤에 가서 줄을 섰다.
자칫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저 신이난 윤경의 재잘거림에 지루 한줄 몰랐다...
드디어 재민과 윤경이 바이킹에 올라타고...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킹의 움직임이 커지고 서서히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재민 또한 하강하면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나왔다..
"꺄아~~~~~~~~~~~~~ㄱ"
힐끔 본 윤경은 비명을 내질르느라 옆의 재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 윤경을 보며 재민도 좀 과장되게 소리를 내질렇다..
한번 소리를 지르자 시원한 느낌에 재민과 윤경은 한동안 계속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 다...
윤경과 재민이 다리를 쉬게 하기 위해 의자에 앉은건 바이킹을 타고 나서도 몇개의 놀 이기구를 더 타고난 후였다..
윤경의 요구로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윤경과 재민은 제법 높은곳에서 발밑에 사람들을 보며 앉아있었다...
"자이어 드롭 너무 잼있어요..오빠도 그랬죠??"
윤경이 이야기하는 자이어 드롭은 공중높이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땅으로 떨어져 내리 는 놀이기구였다..재민 또한 그 기구가 하강하는 순간 아찔함을 느꼈었다..
"난 아찔해서 아무생각도 안나더라..."
"히힛....놀이기구는 역시 짜릿한게 최고라니깐..."
"넌 여자에게 어떻게 무서워하는게 없냐..."
"즐기라고 만들어놓은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면 어떻게해요??"
말을 하며 윤경은 또 무슨 재미있는 놀이기구 없냐는 식으로 눈을 두리번 거렸다...이 윽고 무엇인가를 발견한듯 재민을 쳐다보며 의미있는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오빠~~~~~"
"왜??"
"우리 스케이트 타요...네??"
"끙~~~~~~그래...."
재민은 윤경의 손에 이끌려 또다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그렇게 끌려가고 있었다 ...
재민은 스케이트를 타본적이 없었다..롤러 스케이트는 몇번 타보았지만 스케이트는 이 번이 처음인 것이다..
재민이 보호벽을 잡고 겨우 일어서는 동안 윤경은 이미 스케이트를 타고 우아하게 빙 판을 달리고 있었다..
윤경이 빙판을 제집 안방처럼 자유자제로 다니자 여럿 남자들의 시선이 자연히 윤경을 향했다...
한동안 스케이트를 타던 윤경이 그제서야 재민이 없음을 보고는 재민을 찾는다..
재민은 아직도 보호벽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아유~~~~오빠...스케이트도 못타고 여기서 이게 뭐에요??"
윤경의 귀여운 질책이 이어진다...
"자 내손 잡아봐요..."
재민은 윤경의 손을 잡았다...
"그대로 내가 가는대로 내손을 잡고 따라오는거에요..."
"윤경은 재민을 보며 뒤로 스케이트를 타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빙판을 디뎠다...그 러나 재민은 그것조차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케이트날이 삐끗하더니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버리고 말았다...이로 인해 윤경도 재민의 몸에 눌려 엎어지고 말았고 재민의 몸은 윤경의 몸위로 엎어지고 말았다...주위의 짖궂은 남자들이 휘파람을 불며 환호를 보냈다.
재민은 얼굴이 붉어져 일어나려 했지만 또다시 휘청거리며 빙판에 엎어지고 말았다...
"아휴~~~~~~~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 몸위에 엎어지는게 어디있어요??창피해서 혼 났잖아요..."
윤경은 아이스링크를 나온뒤에도 아까 일을 이야기하며 재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중이었고 그런 윤경의 이야기에 재민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허나 실은 윤경은 아까의 일로 너무나 기뻤다...
재민이 윤경의 몸위에 엎어졌을때 하늘이 노래지면서 아찔한 느낌에 한동안 정신을 차 릴수가 없었다...비록 사고에 의한 것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좋아하는 오빠에게 안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재민은 그후에도 점심을 먹은후 한동안 윤경의 요구를 몇개 더 들어주고서야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길 윤경은 재민의 팔짱을 살짝끼면서 귀엽게 웃는다..
재민도 그런 윤경의 행동이 귀여워 애써 거부하진 않는다..
"오빠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나도 오랜만에 너무 즐거웠어..."
사실이었다...재민은 모처럼 만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오빠 우리 앞으론 종종 이렇게 놀러다녀요...."
"음..이러다간 과외선생님이 아니라 놀이선생님으로 이름을 바꿔야 겠는걸??"
"뭐라고요?? 미워~~~~"
"하하...농담이야 농담..."
"아~~~~아쉽다...시간이 정말 너무 빨리지나갔어요 오늘.."
윤경을 들여보내는 집앞 윤경은 아쉬운지 재민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그랬어..웃느라 시간가는줄 몰랐어.."
"오빠 오늘 너무 재미있었구 고마웠어요..."
"고맙긴...오히려 오빠가 윤경이 때문에 재미있었는걸...이렇게 아름다운 공주님이랑 데이트 하는 영광도 겪고..."
"후훗...하긴 그렇긴 하죠..오빠가 언제 나같은 미인이랑 데이트를 해보겠어요..히힛 .."
"뭐라고?? 하하하하"
한차례 웃음이 지나가고 재민이 말했다..
"어머님 기다리실 텐데 그만 들어가봐.."
"잠깐 들어갔다 가세요..."
"아니야..내일 또 과외때문에 올텐데..뭐..내일보자.."
재민의 말에 윤경이 안기듯 달려와 재민의 볼에 갑작스레 뽀뽀를 했다...
"쪽!"
"오빠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이건 답례에요.."
갑작스런 윤경의 행동에 재민이 정신을 차렸을땐 윤경은 이미 집으로 뛰어들어간 후였 다...
"녀석~~~"
재민은 볼을 어루만지며 윤경이 들어간 곳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어찌되었든 재 민에게도 마냥 즐겁기만한 하루였다...
토요일이었다...
재민은 잠시라도 머리를 식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강의를 마친 재민은 무작정 기차역으로 향했다..
성북역에서 재민은 춘천행 열차 표를 끊었다..
그리곤 무작정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작은 미니카세트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이어폰을 통해 들으며 재민은 지나치는 낮선 풍경들에 시선을 두었다...
얼마나 지났을까....열차는 경강역에 도착해 잠시 멈췄다..
재민은 불연듯 내리고 싶어졌다..한번 인 마음은 자신의 발길을 제촉했다..
한번도 와보지 못한 낮선곳..그곳에 혼자 버려진듯한 느낌에 약간은 두렵기도 했지만 재민은 나름대로 이 여행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다...
낮이 점차 길어지는지 다섯시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밖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하지만 곳 해가 지리란걸 재민은 알고 있었다..
재민은 한참 동안을 도로를 따라 걸었다..길 한쪽으로 드문드문 집들이 보였다..자전 거를 타고 하이킹을 오면 아주 좋을듯한 나무를 사이에 두고 도로는 하염없이 뻗어있 었다...
이제 푸르름을 더해가는 나무잎들을 보며 재민은 크게 숨을 들이 쉰다...기분탔일까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상쾌함이 코를 찌르는 듯 했다...
길을 걷고 있었지만 목적지는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걷던 재민은 점점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보며 이렇게 밤새도록 걷는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자연앞에서면 모두가 부질없는 것인데 왜 그토록 버리지 못하고 연연해 하는 것일까....
이렇듯 이렇듯...자유로워 질 수 있는것을.....
잠시겠지만 재민은 오랜만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팔에 살짝 닭살이 돋았다..
아직은 밤이 조금 추웠다..특히 서울이 아닌 곳이라 그 추위는 서울 보다 조금 더한듯 했다...
경강역에 내려서 역 부근에서 조그만 마을을 보았다..
재민은 집들없이 끝없이 이어진 길을 되돌려 다시 경강역으로 향했다...
하루밤 묵을 곳을 찾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역에서 밤을 지새울 작정이었다...
서울은 아직도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날 시간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사람이라곤 전혀 찾 아볼수가 없었다...
경강역에 다달았을 즈음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간간히 인기척을 느낀 개가 짖어댔다..재민은 조용한 길을 지나 마을 맞은편으로 흐르 는 작은 강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마을은 조용했지만 강에는 몇몇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재민은 조용히 한 낚시꾼의 뒤로 다가갔다..
물소리와 건너편 큰길로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리는 적막한 가운데 자신에 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낚시꾼이 뒤를 돌아본다...
재민은 멋적은 듯 웃음을 보였지만 어둠으로 인해 가려졌다..
"낚시하러 오셨나 보군요..."
그는 재민이 낚시를 하러온 낚시꾼으로 오인했다..
"아니요..그냥 기차를 타고 왔다 너무 아름다워서 내린게..."
"아 네~~~~"
그는 재민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저기 여기서 잠깐 낚시하시는것 구경해도 될까요??"
"그러세요..어짜피 혼자있기도 적적하던 참이었으니..."
그는 대답을 하더니 자신의 텐트인지 텐트안으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왔다...
자세히 보니 소주였다..
"소주 한 잔 하실래요??"
"네??...네 ..감사합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통성명이나 하죠..난 정원석이라고 해요"
"아네...전 유재민 이라고 합니다.."
"학생인가요??"
"네..2학년이요..."
"반가워요..서울살죠??"
"네.."
"저도 서울살아요..수유리에..가끔 답답하면 이곳에 오곤하죠.."
"낚시를 좋아하시나봐요.."
"그냥 혼자 궁상떠는것 면해볼려고 가지고 다니는 거지만 실은 혼자 생각하고 싶을때 면 이렇게 나오곤 해요.."
"네..."
"근데 토요일에 혼자서 어떻게 ...."
"네..저도 오랜만에 혼자 기차를 탄것이....이렇게 되었네요..."
말을 하면서도 그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고 참치캔과 과자 그리고 소주가 작은 나무 판에 차려졌다..
"자 한잔 받아요..."
"네..."
그는 종이컵에 술을 반쯤 따랗다...
"제가 한잔 따라드릴게요.."
재민도 그의 잔을 채웠다...
한잔의 술을 서로 마신후..재민이 물었다..
"고기는 좀 잡으셨어요??"
"오늘따라 통 입질이 없네요..아직 잔챙이 몇마리만 입질을 할뿐이에요..."
"네..."
한동안 재민은 흐르는 강을 주시했다...
까만 하늘아래 흐르는 물소리를 듣자니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아요..."
말이 없이 강만 보는 재민에게 그가 물었다...
"네??..네에...."
"에이..어차피 고기 잡으러 온것도 아닌데 우리 오늘밤 술이나 한번 마셔 볼까요??"
어둠속에서 그의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재민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환하게 웃었다..
그는 스물 일곱이었고 용접일을 한다고 했다..
재민은 스스럼 없는 그의 붙임성에 이내 그와 쉽게 친해졌고 결국은 그를 형이라 불렇 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갔을 무렵 재민은 오늘만큼은 이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어느정도 풀어놓고 시원해지고 싶었다...
"형....우숩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 얘기좀 들어보실래요??"
"하~~~~이제서야 말을 할 맘이 생겼나보구나..말해봐~~~뭐가 그렇게 젊은 동생의 맘을 무겁게 만들었는지..어디 들어보자고.."
"형..전 조금 외롭게 자랐어요..아버지가 어렸을적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제가 고등 학교때 돌아가셨지요..두분다 일가친척이 없는 관계로 그때부터 혼자란 것에 익숙해져 야 했어요..전 그런티를 내고싶지 않은마음에 누구보다 밝게 살려고 노력했죠..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한여자가 내앞에 나타난것은...처음엔 그녀가 내게 이렇듯 내마음 깊이 들어설줄은 꿈에도 몰랐어요...하지만 이래선 안된다고 무수히 다짐하고 다짐했 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내 모든것을 빼앗아 버리고 말았어요..그녀의 사사로운 표정하나에 울고 웃는 저를 보면 우숩지만 도저히 벗어날수가 없어요..하지만...하지 만...그녀는 제가 다가가기에 너무도 멀리있어요...항상 다가가기도 전 좌절하게되요 ...이대로 계속 이렇게 아파해야 하는건지 어찌해야 하는건지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말을 하는 재민의 눈가에 살며시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말을 들어보니 좋아하는 여자가....."
그는 재민의 말 속에서 무엇인가를 짐작했지만 쉽게 말을 꺼내진 않았다...
"네...그녀는 저보다 나이가 일곱살이나 많아요...그리고 친구의 누나이기도 하고요 ...형..전 어떻해야 해요..."
재민을 바라보던 원석은 말없이 술한잔을 마신다...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그는 이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말을 하면서도 쑥쓰럽지만..단지 재민보다 몇년 더 살았다는 이유로 몇마디 할게.."
"네..."
"지금 재민이는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한 장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중이란 느낌이 들어...물론 그 추억이 아픔으로 남을지 아니면 먼 훗날 그녀와 함께 할수있는 추억이 될진 아무도 알수 없지만 난 그 결과에 관계없이 나중 재민에게 후회가 남지 않토록 재민이 행동해 주길 바래...물론, 지금 당장엔 재민의 주위에 누구도 재민이편이 없다 는걸 느낄거야...그렇기에 더욱 암담한 것도 사실일거고...하지만 재민아..형이 너에 게 말해주고 싶은 사랑이란것은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야..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건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재민이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 남의 아내도 아니고 단 지 재민보다 몇년 일찍 태어난 그리고 가까운 친구의 누나일뿐이야...그런것에 너무 신경을 써서 재민의 순수한 사랑이 빛바래질 않길 바래..지금은 그냥 순수하게 사랑하 는거야...그녀 곁에서 네가 느끼는 감정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사랑하는거야...과장하 지도 말고 애써 숨기지도말고 네가 느끼는 그대로를....그녀에게 보여줘..참지못할만 큼 가슴 격해지면 오늘 재민이 내게 이렇듯 진솔하게 말해주었듯이 그녀에게 말해주렴 ..재민이 느끼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 답고 큰지....만일 그로인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훗날 분명히 웃을 수 있을거야..."
재민은 원석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형..고마워요..."
"고맙긴 ...자...그런의미에서 우리 재민의 사랑을 위해 건배할까??"
"네..."
재민은 술 한 잔을 입으로 넘겼다...
하늘에 제법 많은 별들과 어둠속으로 흐르는 강물..주위에 있는 나무들처럼 지금 이순 간만은 이 조용한 곳의 한 일부가 된듯 재민은 더없이 편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모든것을 받아들이자..그녀로 인해 기뻐하고 슬퍼하고 울고 웃을 수 있음에 오 히려 감사하자...모든것이 그녀를 사랑해서 느껴지는 감정이기에 오히려 달갑게 받아 들일 수 있음아닌가..비록 반응없는 감정이면 어떤가..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비록 곁 은 아니지만 내 가까이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데..."
무작정 올라탄 열차..그리고 외진곳에서 만난 사람...그리고 그와의 술한잔...지금 재 민은 오늘 자신이 만난 인연에 감사하며 점점 깊어가는 어둠속에 함께 동화되어갔다 ...
재민은 다시 어제와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침에 원석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첫기차를 탄 재민의 눈을 스쳐가는 바깥풍경은 새 삼 너무도 아름답게만 보였다..
재민은 성북역에 내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저 재민입니다..."
"아~~재민학생..기다려요 안그래도 윤경이가 아침부터 재민학생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 요..."
"윤경아~~~재민학생 전화받아라.."
수화기를 통해 윤경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재민오빠??"
"응...미안하다 어제 좀 바빠서 전화를 못했어..."
"몰라요...내가 얼마나 기다린줄 아세요??"
"그래..미안하다..우리 몇시에 만날까??"
"몇시는요 지금 당장 만나요..."
"그래..그럼 00역에서 지금 만나자..여기 성북역이니까 한 30분정도 걸릴꺼야..."
"알았어요..그럼 이따봐요..."
"그래..."
재민은 아까 열차를 타기전 세면을 했지만 다시금 역 화장실에서 가지고 다니는 세면 도구를 이용해 세면을 했다..
그리곤 서둘러 인천행 열차에 올라탔다..
재민이 역에 도착했을때 윤경은 벌써 나와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윤경아~~"
"오빠~~~~~~"
재민을 본 윤경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며 재민을 향해 달려왔다.
"내가 조금 늦었지??"
"핏~~
"일요일이라 놀이동산에 사람이 많을텐데 서두르자.."
재민은 토라진척하는 윤경을 못본척하며 윤경의 손을 잡아끌었다.
열차안에서 윤경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었다..
그런 윤경을 보고있자니 재민도 즐거웠다...
매일 집에서 볼적엔 몰랐는데 오늘 윤경은 대학생같았다..
165정도 되는 키에 길게 기른 머리는 살짝 바람이 불어올적 마다 흩날렸고 몸에 붙는 진한 회색바지에 같은색 긴팔 티셔츠를 입은 윤경은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보였다..또한 목에 살짝 두른 흰색 머플러가 눈에 띄었다..
"윤경이도 이러니까 벌써 대학생티가 나는걸??"
"정말요??하하 제가 좀 성숙하긴 해요..히힛"
재민의 말에 윤경은 기분이 좋은듯 웃었다...
"와~~~~~~~~"
재민과 윤경은 롯데월드를 찾았다..
생각은 했지만 넘쳐나는 사람들을 보며 재민은 절로 탄성이 나왔다..
"오빠 우리 놀이기구 타요..."
"그래...."
하지만 무슨 놀이기구든 사람들의 줄은 길게만 늘어서 있었다,,
재민과 윤경은 바이킹을 타기위해 사람들 뒤에 가서 줄을 섰다.
자칫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저 신이난 윤경의 재잘거림에 지루 한줄 몰랐다...
드디어 재민과 윤경이 바이킹에 올라타고...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킹의 움직임이 커지고 서서히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재민 또한 하강하면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나왔다..
"꺄아~~~~~~~~~~~~~ㄱ"
힐끔 본 윤경은 비명을 내질르느라 옆의 재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 윤경을 보며 재민도 좀 과장되게 소리를 내질렇다..
한번 소리를 지르자 시원한 느낌에 재민과 윤경은 한동안 계속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 다...
윤경과 재민이 다리를 쉬게 하기 위해 의자에 앉은건 바이킹을 타고 나서도 몇개의 놀 이기구를 더 타고난 후였다..
윤경의 요구로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윤경과 재민은 제법 높은곳에서 발밑에 사람들을 보며 앉아있었다...
"자이어 드롭 너무 잼있어요..오빠도 그랬죠??"
윤경이 이야기하는 자이어 드롭은 공중높이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땅으로 떨어져 내리 는 놀이기구였다..재민 또한 그 기구가 하강하는 순간 아찔함을 느꼈었다..
"난 아찔해서 아무생각도 안나더라..."
"히힛....놀이기구는 역시 짜릿한게 최고라니깐..."
"넌 여자에게 어떻게 무서워하는게 없냐..."
"즐기라고 만들어놓은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면 어떻게해요??"
말을 하며 윤경은 또 무슨 재미있는 놀이기구 없냐는 식으로 눈을 두리번 거렸다...이 윽고 무엇인가를 발견한듯 재민을 쳐다보며 의미있는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오빠~~~~~"
"왜??"
"우리 스케이트 타요...네??"
"끙~~~~~~그래...."
재민은 윤경의 손에 이끌려 또다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그렇게 끌려가고 있었다 ...
재민은 스케이트를 타본적이 없었다..롤러 스케이트는 몇번 타보았지만 스케이트는 이 번이 처음인 것이다..
재민이 보호벽을 잡고 겨우 일어서는 동안 윤경은 이미 스케이트를 타고 우아하게 빙 판을 달리고 있었다..
윤경이 빙판을 제집 안방처럼 자유자제로 다니자 여럿 남자들의 시선이 자연히 윤경을 향했다...
한동안 스케이트를 타던 윤경이 그제서야 재민이 없음을 보고는 재민을 찾는다..
재민은 아직도 보호벽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아유~~~~오빠...스케이트도 못타고 여기서 이게 뭐에요??"
윤경의 귀여운 질책이 이어진다...
"자 내손 잡아봐요..."
재민은 윤경의 손을 잡았다...
"그대로 내가 가는대로 내손을 잡고 따라오는거에요..."
"윤경은 재민을 보며 뒤로 스케이트를 타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빙판을 디뎠다...그 러나 재민은 그것조차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케이트날이 삐끗하더니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버리고 말았다...이로 인해 윤경도 재민의 몸에 눌려 엎어지고 말았고 재민의 몸은 윤경의 몸위로 엎어지고 말았다...주위의 짖궂은 남자들이 휘파람을 불며 환호를 보냈다.
재민은 얼굴이 붉어져 일어나려 했지만 또다시 휘청거리며 빙판에 엎어지고 말았다...
"아휴~~~~~~~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 몸위에 엎어지는게 어디있어요??창피해서 혼 났잖아요..."
윤경은 아이스링크를 나온뒤에도 아까 일을 이야기하며 재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중이었고 그런 윤경의 이야기에 재민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허나 실은 윤경은 아까의 일로 너무나 기뻤다...
재민이 윤경의 몸위에 엎어졌을때 하늘이 노래지면서 아찔한 느낌에 한동안 정신을 차 릴수가 없었다...비록 사고에 의한 것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좋아하는 오빠에게 안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재민은 그후에도 점심을 먹은후 한동안 윤경의 요구를 몇개 더 들어주고서야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길 윤경은 재민의 팔짱을 살짝끼면서 귀엽게 웃는다..
재민도 그런 윤경의 행동이 귀여워 애써 거부하진 않는다..
"오빠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나도 오랜만에 너무 즐거웠어..."
사실이었다...재민은 모처럼 만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오빠 우리 앞으론 종종 이렇게 놀러다녀요...."
"음..이러다간 과외선생님이 아니라 놀이선생님으로 이름을 바꿔야 겠는걸??"
"뭐라고요?? 미워~~~~"
"하하...농담이야 농담..."
"아~~~~아쉽다...시간이 정말 너무 빨리지나갔어요 오늘.."
윤경을 들여보내는 집앞 윤경은 아쉬운지 재민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그랬어..웃느라 시간가는줄 몰랐어.."
"오빠 오늘 너무 재미있었구 고마웠어요..."
"고맙긴...오히려 오빠가 윤경이 때문에 재미있었는걸...이렇게 아름다운 공주님이랑 데이트 하는 영광도 겪고..."
"후훗...하긴 그렇긴 하죠..오빠가 언제 나같은 미인이랑 데이트를 해보겠어요..히힛 .."
"뭐라고?? 하하하하"
한차례 웃음이 지나가고 재민이 말했다..
"어머님 기다리실 텐데 그만 들어가봐.."
"잠깐 들어갔다 가세요..."
"아니야..내일 또 과외때문에 올텐데..뭐..내일보자.."
재민의 말에 윤경이 안기듯 달려와 재민의 볼에 갑작스레 뽀뽀를 했다...
"쪽!"
"오빠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이건 답례에요.."
갑작스런 윤경의 행동에 재민이 정신을 차렸을땐 윤경은 이미 집으로 뛰어들어간 후였 다...
"녀석~~~"
재민은 볼을 어루만지며 윤경이 들어간 곳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어찌되었든 재 민에게도 마냥 즐겁기만한 하루였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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