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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16 2,431회 0건
흔적 7부

사람에게 일어나는 그 수많은 사건들을 밤은 어둠으로 덮고 빛은 또 다른 사연들을 만 들어 간다..진정 아무리 아픈 사연도 물론 예외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대게가 이러한 시간의 흐름과 변화속에 차차 그저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잡아가는 것이다...
당장의 죽을것만 같은 아픔도 먼 훗날 조금더 안정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사람이다..
"불같은 감정은 일찍 타버려 재가 되고만다"..
누군가는 사람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순간적인 이 감정의 기복을 불로 비유했지만 ..그것 또한 인간이기에..그렇듯 불같이 뜨거울수 있고 또 그 댓가를 받아들일 마음까 지 가지고 있는것이다.
먼 훗날이 되면 지금 연재가 느끼는 이 아픔조차 어쩌면 한낱 웃음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젊은날의 한조각 기억으로만 남을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건 훗날의 이야기였고 만취한 전날밤을 비웃듯 여느날보다 연재는 일찍 잠에 서 깨어있었고 전날 보다 더욱 선명히 어제의 기억들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무엇이 두려운걸일까..진작부터 깨어났음에도 그는 눈을 뜨기가 싫었다..술기운으로 인한 두통조차 지금 그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정도로 그는 눈을 뜨고 달라지지 않은 어 제와 같은 하루를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냥 이렇게 눈을 감고 어둠속에 자신을 숨기고 싶을 뿐이었다..

연주는 어젯 밤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연재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몇일전 연재가 어두웠던것도 어제의 일과 무관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 다...
"술에 취해서도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더라고..."
어제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말씀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연재가 여자문제로 고민에 휩싸인것 같다"..
밤새 생각해봐도 연재의 처음보는 어제와 같은 모습은 그 이유밖에 없었다...그렇게 생각을 하니 연주는 더욱 어려웠다...
비록 자신이 누나일지라도 연재에게 강제로 이야기를 들을 순 없는 문제였다..특히, 그것이 민감한 이성관계의 문제라면...
그런 생각들로 결론도 내리지 못한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연주는 또다시 시작되는 아침에 출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연주는 연재방을 들어가보려다가 문뜩 거실을 쳐다보았다...
"재민이 또한 연재로 인해 잠을 늦게 청했나 보구나.."
거실에서 재민은 쇼파에 웅크린채 잠이 들어 있었다...
연재 생각으로 인해 오히려 재민에게 하숙방보다도
더 불편한 밤을 보내게 한것같아 너무도 미안했다... 연주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가져와 자는 재민의 몸에 살며시 덮어주었다...
"찰칵"
생각대로 연재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다...
방안에서는 술냄새가 연주의 코를 찔러왔다..
연재의 자는 모습을 내려다 보던 연주는 가만히 손을 가져가 연재의 빰을 만지며..말 했다...
"연재야, 너의 이런 모습에 누나는 지금 슬퍼..우리 연재 말못할 고민 빨리 극복해서 누나에게 밝은모습 보여주렴.."
연주는 말을 마치고 잠시 더 연재의 모습을 보다가 방을 나섰다.
연주가 나간후 연재는 비로소 감긴 눈을 떴다..
자신으로 인해 분명 잠도 제대로 청하지 못했을 누나...
누나의 그러한 따뜻한 한 마디는 아침 나절 연재의 눈에 눈물을 보이게 만들고 말았다 ...

한참을 천정을 쳐다보던 연재의 머릿속에는 어느덧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다..그건 맑 게 웃는 지영의 모습이었다..
지영..과연 그녀가 그에게 이렇듯 소중한 사람이 될 수있는 일말의 가치가 있단말인가 ....
도대체 무엇때문에 난 지영에게 그토록 순식간에 허물어져갔는가..
대체 그녀가 밤에 어딜 다니던 그게 날 이토록 힘들게 만들수 있는것인가...
연재는 지영을 부정하려 끊임없는 부정의 질문들을 던져보았지만 그럴수록 마음만 더 아려올 뿐이었다..
"그래..모든것을 알고도 그녀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다면 모든걸 인정하자."..연재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녀에게 경제적인 이유가 그일을 선택하게 만들었다면..지금 그녀의 짐을 덜어줄 능 력이 없는 나로선 그것조차 하나의 그녀의 모습으로 보아주자...
설마,그녀도 그일이 좋아서 하진 않을것이 분명하기에 일단은 모든걸 나혼자만의 비밀 로 묻어두자...
지금 난 오로지 "지영"그 자체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연재는 그렇게 마음을 굳이자 더이상 이렇게 누워있을 순 없다고 생각됐다...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야만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고 앞으로 연재에겐 더욱 큰 아픔들이 찾아올 수 있는길은 스스로 택 한 연재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거실로 나온 연재는 재민을 찾았다...그러나 재민은 없었다..
도대체 언제 나갔는지 조차 연재는 알 수 없었다..
재민을 찾는 시선속에 탁자위의 메모지가 보였다..
"연재야..술취해 잠든 너를 두고 먼저 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너 또한 나름대로의 사정으로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잠이 깬후 맑은 모습으로 만나자..누나가 아침부터 국을 끓이더구나..아침 꼭 먹어 .." -재민-
재민의 메모를 읽으며 자신을 생각하는 깊은 배려에 연재는 감사했다...연재는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묶은 감정을 씻어내려는듯 화장실 안의 샤워기 소리가 유난히 크 게 들렸다...

재민은 몇일만에 돌아오는 하숙방이 왠지 낮설게 느껴졌다..
꼭 죽은집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재민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새벽녘 자신의 몸을 덮어오는 따스함을 느끼며 연주 가 나간후 자신도 조용히 연재집을 빠져나왔다...아무래도 그러는것이 연재도 재민도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다시 혼자가 된 재민은 피로가 엄습함을 느끼며 늦은 잠을 청 했다...

어두운 방안에서 재민은 눈을 떻다..
벌써 시간은 오후 다섯시를 넘기고 있었다..
열시간 이상을 꼬박 잠들었던걸 느끼며 재민은 배고픔을 느꼈다.
우수웠다..요 몇일 재민은 눈을 떠서 감을때까지 연주와 영은으로 인해 참 많은 고민 을 했지만 배고픔은 그런것관 무관하게 찾아들었다...
재민은 마땅한 요깃거리도 없음을 알고있었기에 가벼운 세면을 마치고 거리로 나갔다 ..
저녁을 밖에서 해결한 마음으로...

"띠리리리리~"
거리를 걷다가 재민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재민이니?? 나야..영은이..."
"응..그래..."
"너 연재집에 있다면서??..몸은 어때?? 밥은먹었어??"
"응..몸도 괜찮고 밥도 먹었어.."
재민은 하숙방으로 돌아온걸 새삼 영은에게 말하기가 싫었다.
분명 영은은 그 말을 들으면 지금 곧장 오겠단 투로 말할것이다. "그래..다행이구나..나 니가 걱정되서 전화걸었어..."
"그래 고마워..이젠 괜찮아..내일부터는 학교도 나갈거야.."
"응..."
물어볼말을 다 물어보고 대답할말을 다 대답한 그둘은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채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재민이었다...
"그래 전화해주어서 고맙고..연락할게.."
"그 그래..."
"그래 그럼 이만 끊을게..."
"응..."
영은과 전화를 끝내고 재민은 애초에 밥을 먹으려 했던 마음을 바꾸고 그냥 좀 더 거 리를 걷기로 마음먹었다...
"띠리리리리~"
"여보세요..."
"나야..연재.."
"응??..그래 연재구나?? 몸은 어때??"
"응 좋아..재민아 전화로 이런 이야기 하기 그렇지만 미안하다."
"뭐가...??"
"그냥 ....아무튼 미안하다.."
연재의 그말이 무슨 의미인지 재민은 알 수 있었다..
"미안하긴 ..오히려 내가 미안한걸..."
"짜식...그래 그럼 우리 내일 밝은 모습으로 학교에서 만나자"
"그래..."
연재의 전화로 인해 조금 기분이 좋아진 재민은 거리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재민과의 전화 후 얼마지나지 않아 연주가 들어왔다..
"누나 이제와??"
"응..연재 괜찮니??"
"응..누나 미안해 ..다신 그런일 없도록할게..."
"아냐..한번쯤 그럴수도 있지뭐..."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약간의 어색함이 그둘을 감싸고 있음을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재민이는??"
"응..조금전에 갔어..이젠 괜찮다고 하면서.."
연재는 연주가 걱정할까봐 사실관 다르게 말했다..
"그래..재민이에게 미안하구나..오히려 불편했을거야..."
"........."
연재는 화제를 돌리고 싶었다...
"누나 밥먹었어??"
"아니 아직..."
"그래?? 나도 아직 안먹었어..누나 배고프다..."
그말에 연주는 서둘러 방으로 향하며 말한다..
"그방 차려줄께 조금만 기달려..."
"아니야 오늘은 내가 차릴게 국만 데우면돼..."
연재의 말에 연주가 멈칫한다..그러나 이내 발걸음을 돌리며..
"그럼 오늘은 우리 연재가 차려주는 밥을 얻어먹어볼까?"
말을 마치며 연주는 방으로 들어간다...
연주는 걱정했던 것관 다르게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연재를 보며 안도했다...밖에선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주는 그소리를 들으며 입고있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몇일만에 찾는 캠퍼스..재민은 익숙한 걸음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놀랍게도 도서관에는 연재가 앉아있었다...
"연재야~~~"
"아!..재민이 왔구나...."
놀라는 표정의 재민을 보며 연재가 웃는다..
"나도 공부좀 할려고...."
"으응..그래..."
재민은 생각지 못한 연재의 행동에 조금 놀랐다..물론 학점에선 항상 재민이 조금 우 위였지만 연재도 학점이 항상 좋은 편이었다.하지만 연재는 도서관에서는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런 연재가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을 찾았기에 재민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재민과 연재는 휴계실에서 커피잔을 들고 서있었다..
"연재야 이대에서 안좋은일 있었니??"
"아니..실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지영이 안나타나기에 허탈해서 술한잔 한다는게 그만 과하게 마셨지 뭐야.."
"그랬구나.."
연재의 말에 재민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고 그런 재민을 보는 연재는 또다른 마음으로 재민을 대했다..
"그래..또 갈거야??"
"응?? 아니..그냥 그계획 취소할려고..."
"그래 ..잘생각했어....그런데 너 장학금 탈려그러냐??"
"응??"
"갑자기 왠 도서관??...사람이 변하면 죽는 징조라는데.."
"하하..걱정마라..오늘은 그저 아침을 너와 함께 열고싶었다.."
"에고...그럼그렇치...."
"하하하하"

오후나절의 카페안 ..연재는 지영과 만나기로 한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재는 점심을 먹기전 지영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재의 제의를 지영은 흔쾌히 승낙했다 ..
문이 열리며 지영이 들어온다..
짧은 커트머리에 회색 정장 바지 차림의 깔끔한 스타일이었다.
순간..지금 눈앞에 보이는 지영이..그날밤 그 지영이란걸 직접 보았음에도 믿기 힘들 었다...
눈앞에 보이는 지영은 너무도 그나이에 어울리는 생기있는 모습이었기에...
"잘지냈어??"
"응 ..너는??"
"나야 물론 잘 지냈지.."
"영은이는 갔어?? "
"글쎄..아까 보긴봤는데 잘 모르겠어"
"영은이가 재민이랑 참 가까워졌더라.."
"그래?? 약간은 짐작했지만..뭐야..둘이 애인사이야??"
"글쎄..아직 그정도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어..하지만 우리 사이보단 훨씬 가까운건 사 실이지..."
"........"
연재의 가시있는 말에 지영은 침묵했다..
지영이 화제를 돌린다..
"참 재민이 아팠다면서??"
"응 몇일 심하게 앓았어.."
"이젠 괜찮아??"
"응..."
"다행이다.."
"지영아..."
"왜??"
"나..보고싶지 않았니??..난 네가 많이 보고싶었는데..널 보고 돌아서면 그순간 다시 네가 보고싶어.."
"....."
"지영아 넌 남자를 믿을 수 있니??"
"갑자기 무슨뜻으로 말하는거야??"
"너 날 믿을 수 있냐고...내가 하는말을 믿을수 있냐고.."
"그래..넌 ..거짓말은 하지 않을것 같아.."
연재는 한동안 지영을 바라보며 어렵게 말을 꺼낸다..
"너에게 약속할게..지금 너를 원하는 이마음이 너와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변치않고 영원할 것임을...그러니 이젠 날 믿고 따라주렴.."
"연재야..그런얘기는 이미..."
지영의 말을 끊고 연재는 손목을 잡아 읽으키며 말한다.
"일어나..갈곳이 있어.."
"어...어딜??"
"가면 알아..."
우숩게도 연재가 지영을 데려간 곳은 스티커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약간의 시간이 흐 른후 그들의 사진을 받아든 연재가 말했다.
"우리 지금 이사진처럼 가까이에서 서로를 아껴주며 사랑하자..앞으로 너의 곁엔 항상 이렇게 내가 있을거야..지금부터 난 너의 말만 귀기울일거고, 너의 말만 믿을거야.."
"연재야...."
지영은 지금 연재의 느닷없는 행동에 어찌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네가 날 거부하는 이유가 내가 아닌 다른 이유라면 이순간부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 을거야..날 믿을수 있다고했지?? 난 어떤일이 일어나도 절대 이 마음 변하지 않을거야 ..."
"......."
연재는 가방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리고 그것을 지영에게 건넨다..
"풀어봐~~~"
"이게 뭔데~~~"
"그냥 일단 풀어봐~~~"
지영은 포장을 풀고 상자를 개봉한다..그안엔 금빛 반지2개가 들어있었다..하나는 조 금 크고 하나는 조금 작았다..
"연재야~~~~"
"너와 나의 시작을 위해 내가 일방적으로 준비한거야.."
말을 마치고 연재는 지영에게 반지를 끼워준다..길고 군살없는 지영의 손가락사이에 반지는 제 집을 찾아가듯 아주 잘 맞게 들어갔다..
"이제 너도 나한테 반지를 끼워주지 않을래??"
연재는 손을 지영쪽으로 내밀었다...
순간, 지영의 눈은 파르르 떨렸다..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지영은 결심한듯 반 지를 연재의 손가락에 끼워주웠다..
"사랑해...지영아.."
"연재야~~"
연재는 자신의 이름을 나지막히 말하는 지영의 입술위에 수줍은 입술을 가져간다...많 은 긴장으로 매말라있는 연재의 입술에 부드럽고 약한 지영의 입술이 느껴진다...
신촌의 거리 ..어느 스티커사진기 안 두명의 남녀가 다리만을 보인채 사랑의 약속을 하고 있었다...거리의 누구도 그들을 주시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변치않을 사랑 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지영과 헤어져 돌아오는길..연재는 행복했다..
드디어 그토록 원했던 지영의 닫힌 창을 열었다는 것에...
그러나 그것은 아직 반쪽뿐인지도 몰랐다...
완성된 그들의 모습을 위해 연재는 앞으로 지영을 수없이 이해해야 하리라...그런 생 각때문이었을까..연재는 손가락의 반지를 새삼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연재와 헤어진후 지영은 집으로 돌아왔다..
자리에 주저앉아 손가락사이 반지를 쳐다본다..
참았던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잘한것일까??...내가 정말 그에게 어울릴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언제까지 그를 속일것인가..앞으로 영원히 숨길수 있을까??
혹시 그가 모든걸 알게된다면 그때도 그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혹시나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는 물론 그에게 너무큰 상처를 주진 않을까??
수없이 많은 질문을 지영스스로가 자문해본다..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들어선길...
그리고 이제껏 웃음을 팔고 번 돈으로 학교를 다니고 생활을 해왔다..
언제부턴가 밝은 거리를 당당히 다녔고 자신의 생활에 스스로 만족해 하며 살아왔다..
밤마다 젊은 여자를 찾는 남자들을 보며 사랑이란 감정이 매말라 버린지 오래였다...
그런 그녀에게 그가 나타났다..
오로지 이지영이라는 자신 하나만의 마음을 원하는 그가...
그로 인해 아무렇지도 않던 그녀의 생활을 후회하기 시작했고,그럼에도 여전히 웃음을 파는 자신이 추하고 불쌍했다..
수없이 많은 갈등속에 오늘 그를 선택했다..
어색할테지만 "순수"란 단어가 뭍어나는 그런 모습으로 바뀌고싶다..순수에서 벼랑으 로 스스로가 자신을 내쳤지만 이젠 다시 벼랑에서 기어올라가고 싶다...
그가 모든 사실을 받아들여준다면....
많은 생각 끝에 지영은 모든걸 그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설령 아픔으로 남을 지라도 그것이 바른길이라 생각됐다..
그런 결심이 서자 지영은 서둘러 다이얼을 돌렸다..

"삐리리리~~~~"
집앞에 도착했을 즈음 연재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연재...나야 ...지영이..."
"지영아.....금방 헤어졌는데...무슨일 있어??"
"미안해..연재야...하지만 나 지금 널 만나야해...."
"지금??....그래..어디야 내가 갈게...."
"아니..그러지 말고 00에서 만나자..."
"그래...지금 갈게...."
전화를 내려놓으며 연재는 불안함에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들어선 카페의 구석자리 지영이 앉아있었다...
연재는 지영에게 다가간다...
"지영아..."
"왔구나...."
"왜그래??...무슨일 있었던거야??.."
연재는 지영의 어두운 표정에 불안하기만 했다..
"연재야 우리 술시키자...."
"술???.....그래...."
술이 나오기 전까지 지영은 아무말없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연재는 답답했지 만 그런 지영에게 무어라 말을해야 좋을지 몰라 애꿋은 물잔만 만지작 거렸다..
맥주를 가져오자 지영은 연재와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웠다..
"연재야 우리 건배하자.."
지영은 희미한 웃음을 띄우며 잔을 들었다..
두개의 잔이 부딪히고 약간의 맥주를 들이킨 후 지영이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너에게 해주려고해..."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언젠간 겪을 거라 아련히 느꼈던 일이 너무도 일찍 찾아온걸 느낀 연재는 입이말라 맥주를 입에 가져갔다.
"많이 망설였어..이런 말들을 너에게 하기로 결심하기 까지..네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오늘 나에게 한 약속 모두를 없던일로 한다고 해도 나 괜찮아..."
연재는 "절대 그런일 없을 거야..나..다 알고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지영의 심 각한 표정에 그냥 가만히 그녀의 말을 주시했다...
"고등학교까지 난 평범한 여고생이었어...나의 집도 그냥 여느 가정처럼 단란한 가족 이었어...그런데..그토록 믿었던 한없이 따뜻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그동안 우리를 속 인채 다른 여자와 오랫동안 다른집 살림을 해온것을 알게됐어...엄마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난 그길로 집을 나왔어...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갈곳이 없었어...그러나 당장 난 돈이 필요했고 광고지를 보다 단란주점이란 곳에 들어가게 됐어..."
여기까지 이야기를 꺼낸 후 지영은 잠깐 동안 연재를 응시했다..
연재는 지영을 바라볼 수 없어 그만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난 가서는 안될 곳을 갔다는 생각에 후회했지만 처음 내 손에 들어온 큰 액수의 돈의 유혹을 떨쳐버릴수는 없었어...그리고 이런 나의 행동이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길이란 생각도 했어..다행히 그곳은 누구의 구속이 아닌 내가 웃 음을 판 댓가만큼 돈을 벌 수 있는곳이었어..난 일년동안 그곳에서 돈을 모았어..그래 서 작지만 내가 있을 방도 얻을 수 있었고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었어...그러면 서도 돈때문에 쉽게 그곳을 나올 수가 없었어..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대학을 진학해서 도 난 지금까지도 그곳을 나갔어..그러다 어느날 한 남자를 만났어..처음엔 그냥 가벼 운 기분으로 만난 그 남잔 진심으로 날 아껴주었고 그런 그를 보며 난 내 생활을 후회 하기 시작했어..오늘 난 그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였어..하지만 ...하지만...그를 속이 면서까지...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순 없었어..."
여기까지 이야기를 끝낸 지영의 눈엔 눈물이 흘러내렸다...
연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지영의 옆자리에 앉았다..
고개숙여 울고 있는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살며시 감싸앉았다..
그녀가 고개를 든다..젖은 눈길로 연재를 바라본다...
"나 갑작스레 찾아온 너무 큰 선물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비록 네가 이런 날 거부해도 원망하지 않을게...미안해..연재야....."
지금 눈물 흘리며 자신에게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 지영이 연재는 너무도 사랑스럽게 보였다...그녀는 몰랐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세상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그녀가 무슨일을 했던..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지금 연재의 눈에 보이는 한 여자는 이미 연재에겐 너무도 소중한 사람인것을....
"나도 너한테 한가지 비밀로한 이야기를 털어놓을게..."
"??......"
"그래...실은 어느날인가 난 너를 따라갔어..그리곤 늦은밤 니가 일한다던 그곳까지 너의 뒤를 쫓아간적이 있었어...그날 처음으로 많은 술을 마셨어...깨고 나면 잊혀질 거라 생각했어..하지만 다음날 내머리속에 떠오르는 선명한 너의 얼굴을 보았을때 모 든걸 이해하기로 마음먹었어..실은 한참 시간이 지난후 이런이야길 하게 될 줄 알았어 ...지금 너에게 너무 감사해...어려운 이야길 이렇게 일찍 내게 말해준 네 용기에 너 무 감사해..."
"바보~~~어떨게...흑~....그런 사실을 알고 서도...나를 좋아할수 있니...넌 정말 바 보야~~~~흑~~"
"그러면 그 사실을 숨길 수 있었는데도 나한테 이야기하는 넌 똑똑한거니??..."
연재 또한 기어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영아...많이 힘들었지??...오늘 이자리가 우리 우는거 마지막이야...약속해...앞으 론 우리 웃음만 지으며 살아가자..."
"연재야~~~~"
지영의 눈이 작은 파도와 같은 눈물의 일렁거림으로 눈앞이 안보일 만큼 흐려진 순간 작은 새처럼 지영은 연재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랑해...정말 사랑해..연재야...."
처음으로 듣는 사랑한다는 지영의 속삭임에 연재는 힘주어 품안의 그녀를 안았다....
이젠 정말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온것만 같았다...
연재와 지영에겐 잊혀질 수 없는 밤이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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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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