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21부

연주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3박4일 예정으로 떠나온 피서는 어느덧 마지막 삼일째 저녁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시간을 잡을 수 있다면 붙잡고 싶을만큼 재민의 마음을 외면한채 빠르게 지나가고 있 었다..
저녁을 먹은후 해변에 나온 연재와 지영은 팔짱을 낀채 해변 한켠으로 사라지고 재민 은 연주와 함께 해변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이곳도 오늘이 벌써 마지막이네요.."
"그래...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간다..그치??"
"네...아쉬울만큼 빨리 지나가는거 같아요..."
재민은 말을 내뱉고도 내심 무언가 쑥쓰러웠던지 얼굴을 붉힌다.
"모래 부터 출근하시는 거에요??"
"응...그래야지..."
마지막날 해변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지금의 시간이 재민은 불현듯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다..그러한 생각은 재민의 몸을 읽으켰다...
"누나..우리 어디로든 가봐요..."
"어딜??"
"그냥 아무곳이나...이렇게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져요..어서요...."
재민은 앉아 있는 연주의 손을 잡아 끌듯 일으켜 걷기 시작했다.
해변 주위에는 한철 장사를 위해 임시로 만들어놓은 시설이 꽤 있었다...
재민과 연주 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몇가지 놀이 시설에 어린아이처럼 빠져들며 웃을 수 있었다..
한참을 즐거워하는 재민의 눈에 스티커 사진기가 보인것은 그 순간 이었다...
재민은 약간의 망설임끝에 연주에게 말을 꺼냈다..
"누나..."
"왜??"
"우리..스티커 사진 찍을까요??"
재민의 조심스런 태도에 연주는 웃음지으며 대답한다..
"그래..."
조그만 화면에 재민과 연주의 웃는 모습이 가득 담긴다..
잠시후 하트모양 안에 연주와 재민의 미소 가득한 모습이 담겨 나왔다...
"와~~~재민이 사진 참 잘나왔다..."
"누나가 훨씬 예쁘게 나온걸요...제가 사진을 망쳐놓은 느낌인데요 뭘...."
연주는 재민의 말에 귀엽게 눈을 흘기며 스티커 사진 한장을 자신의 핸드폰에 붙였다 ..

재민도 자신의 핸드폰에 한장을 붙인다..
"이거 오랫동안 떼지않기야...떼는 사람이 밥사주기..."
"네...그래요...전화할때마다 누나 얼굴 꼭 한번씩 볼께요.."
"그럼 지갑속 사진은??"
"네??"
연주의 말에 재민은 나쁜짓하다 들킨 사람마냥 금새 얼굴이 붉어진다...
"알고 계셨어요??"
"우연히..."
"죄송해요..."
"아니야...그런뜻으로 말한거 아니야..."
"야~~~저거 재미있겠다...우리 저거 하러갈까??"
재민이 많이 쑥쓰러워하자 연주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머뭇거리는 재민의 팔을 끌며 연주는 다른 놀이기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해가 지는 해변에서 재민과 연주는 한동안 그렇게 즐겁게 이곳저곳에서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었고 그런 재민의 마음은 한없이 행복하기만 했다....

"누나 우리 마지막 날인데 해변나이트 가자..."
해변가에서 재민일행이 다시 모였을때 연재도 마지막날이 아쉬웠는지 연주에게 말했다 ...
"해변나이트??...지영인??"
"네..좋아요.."
지영도 마지막날이 아쉬웠는지 반색을 하며 대답한다...
임시로 만들어놓은 볼품없는 시설이었지만 그안은 벌써 이밤을 즐기기위해 찾아온 사 람들로 가득했다...
어설픈 사이키 조명이 흔들리고 젊은 남녀들은 각자의 흥에 젖어 몸을 흔들고 있었다 ...
"우리도 빨리 나가자..."
말을 마친후 연재는 지영의 손을 잡고 플로어로 향했다..
재민과 연주도 간단한 주문후 플로어로 향했다..
비록 시설은 보잘것 없었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재민일행은 신나기만 했다...
음악에 몸 을 맡긴채 몸을 흔들어대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단어는 바로 "젊음"..."열기"였다...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연재와 지영은 자신의 모든것을 태울듯 그렇게 몸을 흔 들어댔고...
간혹 시끄러워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을 재민쪽으로 던지기도 했다...
그러 나 재민은 간혹 미소지으며 살포시 몸을 움직이는 연주의 모습에서 한참동안을 눈을 竄嗤幣杉?.
자신이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채......

밤이 깊어갈수록 열기는 더욱 고조되어만 가고 자신도 모르게 하나둘씩 춤과 술에 취 해가고 있었다...
몇차례의 춤타임이 끝나고 브루스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언젠가 "always"란 영화에서 하얀드레스를 입은 "홀리헌터"가 생일날 그녀의 남편과 춤을 출때 나왔던 그 감미로운 음악이 작은 나이트장안을 부드럽게 감쌓다...
"재민아 나와~~~"
연재는 거부하는 지영과 연주의 손을 잡고 억지로 플로어로 이끌었다...
그리곤 지영의 몸을 끌어안은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재민이 떨리는 손길로 가만히 연주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연주도 재민을 바라보지 못 한채 손을 재민의 등 가운데 정도에 어설프게 올렸다...
아무런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 았다..
단지 자신의 앞에 머리를 숙이고 있는 연주의 숨결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재민 의 가슴은 조용한 음악속에서 연주가 느낄 수 있을만큼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한다..
연 주도 느꼈는지 숙였던 고개를 들어 재민을 올려다본다...
재민의 눈동자가 파도처럼 일 렁거리는것 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잠시 동안 두사람의 눈동자가 마주치고 재민은 살 짝 허리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연주를 끌어안는다...
힘없이 연주가 재민의 품에 가득히 안겨왔다...
이미 더이상 크게 뛸 수 없을만큼 재민의 가슴은 뛰고있었고 재민의 품속 에서 연주는 그 소리를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조금 목매인 재민의 목소리가 연주의 귓가를 간지럽힌건....
"사랑해요..."
연주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곤 못들은것 마냥 계속해서 춤을 추었다...
하지만 그 속삭임 이후 무슨 이유에선지 연주의 가슴도 빠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재 민은 느낄 수 없었지만.....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모두들 약간 취해있었다...
특히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던 연 주도 오늘만큼은 제법 취했음을 느꼈다..
나이트를 나온후 앞에서 걷고 있었던 연재와 지영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한참을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그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재민과 연주는 민박집에 가보 았지만 그곳에도 없었다....
"누나..."
연주가 재민을 바라본다...
"잠깐동안만 해변에 나갔다 오지 않을래요??"
"....."
연주는 이상하게 조금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한다...
"그래..."
해변가에 앉은 재민은 지난번처럼 겉옷을 벗어 연주의 몸을 감싸주었다...
연주는 말없 이 무릅위 손에 얼굴을 기댄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민도 연주와 같은 자세로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누나..."
"......"
"누나..."
"....."
재민은 가만히 연주를 바라본다...
연주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재민은 그런 연주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안았다...
잠든 연주의 몸이 재민에게 기울어 진다....
"사랑해요....
다른 사람 눈따윈 전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내가 진정 두려운건 날 향한 누나의 마음뿐이에요..
.잠시전 까지만 해도 함께 했던 삼일이 내일이면 꿈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도 했었어요....
하지만 이젠 그런생각 안해요...
언제고 시간이 흘러 함께 웃으며 오늘을 이야기 하지 못한다 해도 사랑할수 있는날까지 사랑할거에요 ....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
잠이든 연주는 재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재민은 오랜 시간을 그렇게 연주의 귓가에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였다...

굳은 결심으로 시작했던 삼일간의 피서는 연주에 대한 굳은 사랑만을 심어준채 그렇게 어두워진 바다속으로 깊어가고 있었다...
그날 누군가 해변을 거닐었다면 밤늦은 시간까지 한 여자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안고있 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