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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15 2,432회 0건
흔적 23부

"임대리!"
"임대리??"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던 연주는 몇번의 부름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네??.."
"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길래 몇번을 불러도 못알아 들어??"
"죄송합니다...왜 부르셨어요??"
"삼진건설에 출고될 덤프트럭 차질없게 진행되고 있나??"
"네..."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번 확인해 보도록해.."
"네..."

잠시 한가해진 시간..연주는 재민의 생각을 하고 있었었다...
몇일전 그렇게 재민을 보내고 연주의 마음도 아팠다...
그나이에 한차례 스쳐가는 소나기 같은 감정이려니 했던 재민의 맘이 너무도 진지했기 에 연주는 당혹시러웠다..
이미 연주의 힘으로는 재민의 감정을 돌리기엔 늦었음을 알고있었다..
처음 재민의 고백을 들은 이후로 연주는 재민을 조심스럽게 대했다..
혹시라도 자신때 문에 상처를 받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전 재민의 걱정으로 시작된 생각은 재민의 웃는 모습을..
자신을 바라보던 눈길을 기억해 냈고 재민에게서 느낄수 있는 편안함을 생각하며 소리없이 웃음지었었 다...
분명 연주의 머리속은 지금 이순간도 재민의 존재를 끊임 없이 부정하고 있었지 만 마음은 재민의 따뜻함과 순수함 그리고 무엇보다 편안함을 떠올리고 있었기에 연주 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모든걸 지우려는듯 고개를 몇차례 흔들곤 다시 일속으로 빠져들었다...

"연주씨 저 안영모입니다..."
"네..."
"오늘 저녁 아브라함에서 잠시 만날 수 있을까요??"
연주가 영모의 친구모임에 참석했던 그날 이후 영모는 부쩍 연주에게 자주 연락을 해 서 만나기를 원했지만 연주는 그날 이후로 단 한차례도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
그에게 크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지만 매사에 일방적인 그의 태도는 그와의 만남을 거 부하는 작은 벽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일찍 집에 들어가봐야 해요.."
연주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그때 다급하게 영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주씨..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오늘 연주씨가 올때까지 기다릴겁니다..."
"기다리지 마세요..."
연주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퇴근 후 연주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원채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연주는 다시금 발을 돌려 약속장소로 향 하고 있었다...
조금 오랜만에 다시 찾은 아브라함은 어느때와 같은 분위기였다.
아마도 살아가면서 아브라함이란 말을 들을때마다 연주는 이가게와 안영모란 사람을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연주가 들어서자 영모가 반색을 하며 웃음짓는다..
"나와 주셨군요...고맙습니다..."
"...."
"어렵군요...연주씨와 이렇게 함께 한다는건..."
"..."
"차 시켜야죠??"
"네...커피마실게요.."
"전 오늘 맥주한잔 마시겠습니다.."
맥주 한잔을 순식간에 비운 영모는 한동안 연주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연주씨..."
"네..."
"내가 연주씨를 만나것도 벌써 오년이 넘어가는군요.."
"네..."
"오랜 시간 연주씨를 좋아하면서 나름대로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연주씨가 내 마음을 받아주리란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제 나이가 내년이면 서른하나에요...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부모님이나 주 위사람들로 인해 자꾸만 나이를 생각하게 되네요..."
"....."
"연주씨...물론 연주씨 말대로 연주씨는 아직 남동생 뒷바라지를 해야한다는거 알아요 ...우리 같이 합시다.."
"안대리님..."
"물론 급작스런 제 말에 놀라셨다는거 알아요..
하지만 전 연주씨 아니면 안될것 같아 요...
사랑합니다..연주씨...우리 결혼합시다...
결혼하면 연주씨 동생과 함께 그렇게 같이 살아요...
언제까지고 그렇게 연주씨 옆에서 힘이 되어줄게요..."
영모의 갑작스런 프로포즈에 연주는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연주 또한 이젠 어떤것이든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만 했 다...
연주는 잠깐의 생각끝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안대리님...안대리님 말씀대로 5년이 넘는 시간을 알고 지냈기에 안대리님이 좋으신 분이라는거 알아요..
그렇기에 지금 안대리님의 청혼에 감사해요...
네..그동안 동생으 로 인해 결혼은 생각해 보지도 못한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더욱 중요한건 아직 제 자 신이 결혼하겠단 마음이 없기 때문이에요..
어차피 이렇게 까지 이야기가 나온 이상 오 늘로 우리 이야기를 확실히 해야할것만 같군요...
전 안대리님과 결혼 하고픈 맘이 없 습니다...
그러니 이제 안대리님과 어울리는 좋은 여자분 만나셔서 결혼하세요"
"연주씨..."
"전 결혼이란 마음이 우선이라 생각되요...
우숩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만약 결 혼을 하게 된다면 분명 그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일거에요...
전 그런 사람과 아픈곳을 서로 어루만지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니고요..
이 렇게까지 제가 말씀드렸는데 안대리님이 제마음을 이해해주시지 못한다면 제가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젠 제마음을 편하게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
영모는 아무말 없이 다시금 술한잔을 들이켰다..
"그럼 ...연주씬 제가 사랑이란걸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요??"
연주도 자신에게 의아했지만 영모에게선 좋은 사람이란 느낌 이외의 그 어떤 감정도 갖지 못한건 사실이었다..
어쩌면 연주 스스로가 그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노력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매사에 완벽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그렇게 만든건지도 모를 일이었 다...
"전 안대리님을 좋은 동료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군요..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죠..
날 사랑 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결혼해 달라고 매달릴 수도 없는일이니..."
"죄송해요..."
"아닙니다..오히려 이렇게 솔직히 말해주어서 고맙습니다.."

5년이상을 자신을 좋아한 사람이었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좋은사람이었기에 그런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것에 연주도 마음이 편할리가 없었다...
하지만 가슴한편으론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다...
마치 큰짐을 하나 덜어버린것처럼...
왜였을까....아까 영모와의 대화중에 갑자기 재민이 떠오른건..
그당시엔 영모로 인해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지만 "서로의 아픈곳을 어루만져 줄수 있 는 사람"이란 말을 할때 연주는 분명히 재민의 얼굴을 떠올렸었다...
"왜...왜 ....그순간 난 재민의 얼굴이 떠올랐을까..."
거리를 걷던 연주가 핸드폰을 꺼내든다...
얼마전 붙인 재민과 함께한 스티커사진에 눈길이 머문다..
그리곤 연주는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번호를 눌러갔다..

"여보세요..."
"재민이니??"
"누나~~~~"
"응...누나야..."
"무슨일 있으세요??"
재민은 연주가 전화를 하리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
"무슨일은...그냥 재민이 목소리 들을려고 전화했어.."
"...."
"재민아..."
"...."
재민은 연주의 말한마디에 코끝이 찡해옴을 느낀다..
"재민아..."
"네...듣고 있어요.."
"밥은 먹었니??"
"네...먹었어요..."
"그날 그렇게 널 보내고 누나도 마음이 편치 못했어.."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내 전화로 재민이가 더 힘들어 할것같아 전화 못했어.."
"힘들긴요...제가 누나 목소리 얼마나 듣고 싶어하는데요.."
"누나도...재민이 생각 자주해..."
"누나...."
"아프지 말고...또 연락할게..."
"네..."
재민의 눈에 끝내 이슬이 맺힌다...
연주의 전화가 끊인 후에도 재민은 한참동안을 전화기를 귀에서 뗄수가 없었다...

연주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왜일까..재민과 통화를 마치고 올려다본 까만 하늘이 아름답게 느껴지는건....
재민과의 통화에서 연주는 자신의 생각이 아닌 마음으로 재민과 통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연주의 이성이 감성을 이기지 못했다면 연주는 오늘 재민에게 조금더 자신이 부 정했던 마음을 전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이런 자신의 마음에 두려워할지도 모를일이 었지만 지금 이순간 만은 시원했다....
연주는 다시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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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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