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18부
늦은밤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재민은 금방이라도 연주를 찾아가 고백할것처 럼 서둘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결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무기력함 만이 재민의 몸을 짖눌러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재민의 발걸음을 다 시 아무도 없는 하숙방으로 이끌었다..
"나약한놈 ....바보같은놈....유재민...차라리 죽어라..."
수도없이 자신에게 욕을해보고 쉴새없는 술잔을 입에 가져갔지만 처음의 결심은 어느 덧 재민에게서 멀리 떠나버렸음을 재민은 알수있었다..
지금 재민이 할수있는일은 자신 의 눈앞에 있는 술을 비우는것 뿐이었다...
초췌해진 얼굴..몇일간 깎지않아 거무스름한 수염..
어디에서 무엇을 한것인지 잠든 재민의 모습은 이제껏 연재가 알아왔던 재민의 모습이 아니었다...
방안을 나뒹구는 많은 술병은 재민을 바라보는 연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잠든 재민을 바라보던 연재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몸을 움직여 방안 가득 뒹구는 술병을 집어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잠들었던 것일까..
지독한 갈증으로 재민이 눈을 떻을때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민아!"
"...."
"괜찬냐??....도대체 무슨 술을 이렇게 마신거야??" "연재구나....나...물좀 줄래??"
"물??...그래 잠깐 기다려.."
잠시후 연재가 큰그릇에 하나가득 물을 받아와 재민에게 건넨다.
"벌컥..벌컥.."
그릇의 물을 깨끗이 비운후에야 재민은 자신의방을 둘러본다..
어지럽던 방은 연재덕에 어느덧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고맙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몇일동안 어디갔다 온거냐??"
연재는 그제서야 그동안 참아왔던 궁금함을 터트린다..
"미안해..일이 있어서 몇일 지방에 다녀왔어..."
"무슨일 있는거니??...왜 이렇게 술을 마신거야??"
"그냥...조금....이제 괜찮아.."
연재에겐 미안했지만 재민은 지금 아무말도 하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괜찮긴...자식아...나 너한테 많이 섭섭하다...내가 너한테 결국 이정도 친구밖에 안 되는거냐??"
"연재야...그런게 아냐...다만 지금은 너한테 말하기가 그래.."
"....."
"이번 한번만 그냥 아무말없이 넘어가자..이젠 괜찮으니까..."
"알았어 임마...너 일어날 수 있냐??"
"응.."
"나가자 ...몇일동안 밥도 안먹은거 같은데 나가서 밥이라도 먹어야지..."
"괜찮아...지금 밥생각 없어.."
"너..자꾸 이러면 나 화낸다..얼른 일어나...무슨일인진 모르지만 일단 먹어야 살지 ...."
"...."
"얼른!!"
"임마...너 죽은줄 알았다..핸드폰은 왜 꺼놓은거야??..손은 뒀다 뭐에 쓸려고 전화한 통 없던거야??"
"미안하다...우리 술한잔 시키자..."
"몇일동안 원없이 마신것 같은데 또술이냐??..."
"후후"
"아줌마 여기 소주한병 주세요...!"
이윽고 찌개와 술이 탁자에 놓이고 한잔의 술이 비워진후에야 재민이 말을 꺼낸다...
"지영이랑은 잘 지내지??"
"그래...니가 묻지말라고 하니 몇일동안 뭐했는지는 묻지않을께..
하지만 다음부턴 힘 든일 있으면 나한테만은 좀 연락하고 그래..미련하게 혼자 그러지 말고..."
"그래..."
"자 한잔마시자..."
몇차례 술잔이 돌때까지 둘은 아무말없이 그냥 술만 들이켰다..
이윽고 연재가 말을 꺼냈다...
"재민아...."
"??"
"실은 몇일 후에 지영이랑 같이 동해로 피서갈려고 하는데..같이가자..."
"고맙지만 너희 둘이 다녀와라..."
"왜?? 그러지말고 이번 기회에 몇일 아무생각없이 신나게 놀다오자..."
"내가 너희 둘 가는데 괜히 왜 끼냐..눈치없이..그러지 말고 둘이 다녀와..."
"임마..누나도 같이 갈거야..."
"누나도??"
"그래..누나휴가에 우리가 ?嘯탑?.."
"...."
순간..재민은 망설여졌다...재민은 지금 어떻게든 연주와 함께 있을 시간을 갖고 싶었 지만 그 시간이 또 다른 괴로움을 재민에게 안겨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생각해보고 내일 연락줄께..."
"왠만하면 같이 가는 쪽으로 하자..우리 같이 여행가본적 없잖아..이번기회에 좋은 추 억하나 만들자..."
"....."
"연주누나와 함께하는 몇일간의 여행....."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연재를 뒤로하고 하숙방으로 돌아온 재민은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찌보면 이번이 재민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로인해 다시는 연주를 보지못하 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기에 재민은 섣불리 결정을 내릴수가 없었다..
하나 분명 한건 이제 재민의 마음은 연주를 단순히 친구의 누나로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이미 재민의 마음은 너무나 깊이 연주에게 빠져들었기에...
"그래...가자...가서 모든걸 고백하자..."
한참을 고민끝에 결심을 내리자 재민의 가슴은 벌써부터 뛰기 시작했다...
"재민이가 왔다고??"
"응..무슨일이 있었는지 몰골이 말이아니야...집에갔더니 술에 찌들어 잠들어 있더라 고...얼마나 불쌍하던지...
그녀석이랑 밥먹으면서 술한잔 하고 들어오는 길이야.."
"재민인 집에 갔어??"
"응..같이 올려고 했는데 그냥 집으로 간다고 해서.."
방으로 들어온 연주는 재민을 생각했다..
연주가 알고 있는 재민은 누구보다 외로움이 많은 아이였다...
자신의 품에서 하염없이 울던날 재민이 얼마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재민은 지금 그 따뜻함을...모성애같은 사랑을 자신에게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 기에 재민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토록 재민의 감정을 따스히 감싸 안아주어야 했다 ...
하지만 연주 스스로도 아직까지 어떤말이..어떤행동이 재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쉽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기에 답답하기만 했다...
중요한건 방법이 어찌되었든 재민이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초등학교 소풍전날 하루 종일 설레임으로 잠들지 못한 꼬마아이처럼 지난밤 재민은 단 한 숨도 잠을 이룰수 없었다..
이제 잠시후면 재민은 연주와 한 기차를 타고 바다로 향할것이다.
꼭 전쟁을 치루러 나가는 병사처럼 재민은 힘주어 신발끈을 동여맨 후 집을 나섰다...
"재민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재민이 광장 한쪽을 쳐다본다...
지하철역 출구로 세명이 다정히 걸어오고 있었다...
재민의 눈은 한 사람에게로 고정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걸어오는 연주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했다...
재민을 발견하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그녀...
"일찍나왔구나..."
"안녕하셨어요 누나..."
"그래....재민이는 살이 많이 빠진거 같네...어디 아팠니??"
"아니요...."
연주는 몇일 사이 헬쑥해진 재민이 안쓰럽기만 했다..
"재민아 안녕..."
재민에게 인사를 건네며 지영이 환히 웃는다.
"응..반가워"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들어가자...열차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그래"
들떠있는 연재와 함께 나머지 사람들도 역으로 향했다..
칠월말부터 팔월초는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떠난다..
아침이었지만 열차안은 대부분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다.
열차표를 예매한덕에 자리에 앉은 재민일행 또한 그 분위기에 휩싸여 설레임을 느꼈다 ...
의자를 돌려 네명이서 마주보며 앉았다...
연재와 지영이 농담을 하며 한창 즐거워할때 열차는 서서히 출발하였고 살짝 열어놓은 창으로 바람이 불며 옆에 앉은 연주의 머리결이 날리며 재민의 코속으로 향긋한 향기 를 전하고 있었다..
참 신기했다..재민은 몇일전에도 이 열차를 타고 바다로 향했었다..
그러나 지금 밖으 로 보이는 이 모든풍경과 열차안의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그리고 귓가를 파고드는 달리는 열차의 소음들 모두가 한없이 아름다운 음악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단지 연주가 바로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세상은 몇일새 너무도 아름답게 만 느껴지는 것이다...
열차가 계속 달릴수록 시끄럽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차츰 잦아들고 몇몇 사람들의 웃음 만 간간히 들려올 무렵 한참을 웃고 떠들던 연재와 지영도 아침 일찍 서두르느라 피곤 해서인지 연재의 어깨에 지영이 기댄채 잠들어 있었다...
재민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연주를 바라보았다..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연주의 옆모습이 아름다와 한참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행여나 연주가 고개를 돌릴까 재민은 다 시금 연주에게서 시선을 뗀다..
재민은 가방을 뒤적여 준비해온 카셋트를 꺼냈다..
다시금 연주를 쳐다보던 재민은 약간의 망설임 끝에 말을 꺼낸다.
"누나..."
재민의 목소리에 연주가 고개를 돌린다...
빠져들것만 같은 연주의 두 눈동자가 재민을 부드럽게 쳐다본다...
"응...??"
"저...음악 들으실래요??"
"응.."
재민의 말에 연주가 웃음지으며 이어폰 하나를 귀에 꽂는다..
재민도 웃으며 나머지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눈부신 봄날 아침 창문밖을 보다가 무언가를 담고 싶어서 겨우내 묶은 화구통을 하나 둘씩 챙겨서 차창가득 떠나고있네...
모두둘러보아야 돋아나는 생명을~~~~~~~"
"노래좋다..."
"네..."
"당신과 함께 들을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비록 혼잣말이었지만 지금 재민은 너무나 행복했다..
노래는 계속되었고 밖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연주가 재민을 쳐다본건 몇곡의 음악이 흐른 후였다..
재민도 살짝 잠이들어있었다..
몇일 사이에 보는 재민의 얼굴은 눈에 띄게 홀쭉해져 있 었지만 살짝 웃음지며 잠들어 있는 재민을 바라보는 연주의 눈가에도 살포시 미소가 스며들었다..
그렇게 연주도 사르르 눈을 감았다...
지난밤 잠을 설쳐서인가...재민도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났다..
열차안은 조용했고 달 리는 기차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재민은 무심결에 창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채 고개가 다 돌아가기도 전 머릿칼 이 재민의 코를 간지럽힌다..
잠든 연주의 머리가 재민의 어깨에 기대어져 있었다...
재민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살짝 얼굴을 연주의 머리에 기대어본다...
재민의 얼굴이 붉게 묽들었다..
이대로...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어깨지만 언제나 그녀 필요할때 기대 쉴 수 있었으면...
지금 오로지 연주만을 생각하는 재민의 맘처럼 열차는 오로지 부산을 향해 내달렸고 재민일행이 가벼운 잠에서 깨어난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역앞은 피서철을 맞아 해수욕장으로 안내하는 택시들로 줄비했고 재민일행도 그중 하 나의 택시에 몸을 실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그들은 송정해수욕장에 도착했고 비릿한 바다내음이 그들의 코속으로 스며들어왔다...
해변가엔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즐거워하고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보며 연재와 지영은 바다를 향해 내달렸다..
"와~~~~~~~바다다~~~~~~!"
잠시후 바다에 뛰어든 그들의 얼굴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너무도 즐거워하는 모습이었 고...
그런 그들을 질투라도 하듯 한여름의 태양은 더욱 뜨겁게 해변을 달구었다....
늦은밤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재민은 금방이라도 연주를 찾아가 고백할것처 럼 서둘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결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무기력함 만이 재민의 몸을 짖눌러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재민의 발걸음을 다 시 아무도 없는 하숙방으로 이끌었다..
"나약한놈 ....바보같은놈....유재민...차라리 죽어라..."
수도없이 자신에게 욕을해보고 쉴새없는 술잔을 입에 가져갔지만 처음의 결심은 어느 덧 재민에게서 멀리 떠나버렸음을 재민은 알수있었다..
지금 재민이 할수있는일은 자신 의 눈앞에 있는 술을 비우는것 뿐이었다...
초췌해진 얼굴..몇일간 깎지않아 거무스름한 수염..
어디에서 무엇을 한것인지 잠든 재민의 모습은 이제껏 연재가 알아왔던 재민의 모습이 아니었다...
방안을 나뒹구는 많은 술병은 재민을 바라보는 연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잠든 재민을 바라보던 연재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몸을 움직여 방안 가득 뒹구는 술병을 집어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잠들었던 것일까..
지독한 갈증으로 재민이 눈을 떻을때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민아!"
"...."
"괜찬냐??....도대체 무슨 술을 이렇게 마신거야??" "연재구나....나...물좀 줄래??"
"물??...그래 잠깐 기다려.."
잠시후 연재가 큰그릇에 하나가득 물을 받아와 재민에게 건넨다.
"벌컥..벌컥.."
그릇의 물을 깨끗이 비운후에야 재민은 자신의방을 둘러본다..
어지럽던 방은 연재덕에 어느덧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고맙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몇일동안 어디갔다 온거냐??"
연재는 그제서야 그동안 참아왔던 궁금함을 터트린다..
"미안해..일이 있어서 몇일 지방에 다녀왔어..."
"무슨일 있는거니??...왜 이렇게 술을 마신거야??"
"그냥...조금....이제 괜찮아.."
연재에겐 미안했지만 재민은 지금 아무말도 하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괜찮긴...자식아...나 너한테 많이 섭섭하다...내가 너한테 결국 이정도 친구밖에 안 되는거냐??"
"연재야...그런게 아냐...다만 지금은 너한테 말하기가 그래.."
"....."
"이번 한번만 그냥 아무말없이 넘어가자..이젠 괜찮으니까..."
"알았어 임마...너 일어날 수 있냐??"
"응.."
"나가자 ...몇일동안 밥도 안먹은거 같은데 나가서 밥이라도 먹어야지..."
"괜찮아...지금 밥생각 없어.."
"너..자꾸 이러면 나 화낸다..얼른 일어나...무슨일인진 모르지만 일단 먹어야 살지 ...."
"...."
"얼른!!"
"임마...너 죽은줄 알았다..핸드폰은 왜 꺼놓은거야??..손은 뒀다 뭐에 쓸려고 전화한 통 없던거야??"
"미안하다...우리 술한잔 시키자..."
"몇일동안 원없이 마신것 같은데 또술이냐??..."
"후후"
"아줌마 여기 소주한병 주세요...!"
이윽고 찌개와 술이 탁자에 놓이고 한잔의 술이 비워진후에야 재민이 말을 꺼낸다...
"지영이랑은 잘 지내지??"
"그래...니가 묻지말라고 하니 몇일동안 뭐했는지는 묻지않을께..
하지만 다음부턴 힘 든일 있으면 나한테만은 좀 연락하고 그래..미련하게 혼자 그러지 말고..."
"그래..."
"자 한잔마시자..."
몇차례 술잔이 돌때까지 둘은 아무말없이 그냥 술만 들이켰다..
이윽고 연재가 말을 꺼냈다...
"재민아...."
"??"
"실은 몇일 후에 지영이랑 같이 동해로 피서갈려고 하는데..같이가자..."
"고맙지만 너희 둘이 다녀와라..."
"왜?? 그러지말고 이번 기회에 몇일 아무생각없이 신나게 놀다오자..."
"내가 너희 둘 가는데 괜히 왜 끼냐..눈치없이..그러지 말고 둘이 다녀와..."
"임마..누나도 같이 갈거야..."
"누나도??"
"그래..누나휴가에 우리가 ?嘯탑?.."
"...."
순간..재민은 망설여졌다...재민은 지금 어떻게든 연주와 함께 있을 시간을 갖고 싶었 지만 그 시간이 또 다른 괴로움을 재민에게 안겨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생각해보고 내일 연락줄께..."
"왠만하면 같이 가는 쪽으로 하자..우리 같이 여행가본적 없잖아..이번기회에 좋은 추 억하나 만들자..."
"....."
"연주누나와 함께하는 몇일간의 여행....."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연재를 뒤로하고 하숙방으로 돌아온 재민은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찌보면 이번이 재민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로인해 다시는 연주를 보지못하 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기에 재민은 섣불리 결정을 내릴수가 없었다..
하나 분명 한건 이제 재민의 마음은 연주를 단순히 친구의 누나로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이미 재민의 마음은 너무나 깊이 연주에게 빠져들었기에...
"그래...가자...가서 모든걸 고백하자..."
한참을 고민끝에 결심을 내리자 재민의 가슴은 벌써부터 뛰기 시작했다...
"재민이가 왔다고??"
"응..무슨일이 있었는지 몰골이 말이아니야...집에갔더니 술에 찌들어 잠들어 있더라 고...얼마나 불쌍하던지...
그녀석이랑 밥먹으면서 술한잔 하고 들어오는 길이야.."
"재민인 집에 갔어??"
"응..같이 올려고 했는데 그냥 집으로 간다고 해서.."
방으로 들어온 연주는 재민을 생각했다..
연주가 알고 있는 재민은 누구보다 외로움이 많은 아이였다...
자신의 품에서 하염없이 울던날 재민이 얼마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재민은 지금 그 따뜻함을...모성애같은 사랑을 자신에게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 기에 재민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토록 재민의 감정을 따스히 감싸 안아주어야 했다 ...
하지만 연주 스스로도 아직까지 어떤말이..어떤행동이 재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쉽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기에 답답하기만 했다...
중요한건 방법이 어찌되었든 재민이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초등학교 소풍전날 하루 종일 설레임으로 잠들지 못한 꼬마아이처럼 지난밤 재민은 단 한 숨도 잠을 이룰수 없었다..
이제 잠시후면 재민은 연주와 한 기차를 타고 바다로 향할것이다.
꼭 전쟁을 치루러 나가는 병사처럼 재민은 힘주어 신발끈을 동여맨 후 집을 나섰다...
"재민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재민이 광장 한쪽을 쳐다본다...
지하철역 출구로 세명이 다정히 걸어오고 있었다...
재민의 눈은 한 사람에게로 고정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걸어오는 연주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했다...
재민을 발견하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그녀...
"일찍나왔구나..."
"안녕하셨어요 누나..."
"그래....재민이는 살이 많이 빠진거 같네...어디 아팠니??"
"아니요...."
연주는 몇일 사이 헬쑥해진 재민이 안쓰럽기만 했다..
"재민아 안녕..."
재민에게 인사를 건네며 지영이 환히 웃는다.
"응..반가워"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들어가자...열차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그래"
들떠있는 연재와 함께 나머지 사람들도 역으로 향했다..
칠월말부터 팔월초는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떠난다..
아침이었지만 열차안은 대부분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다.
열차표를 예매한덕에 자리에 앉은 재민일행 또한 그 분위기에 휩싸여 설레임을 느꼈다 ...
의자를 돌려 네명이서 마주보며 앉았다...
연재와 지영이 농담을 하며 한창 즐거워할때 열차는 서서히 출발하였고 살짝 열어놓은 창으로 바람이 불며 옆에 앉은 연주의 머리결이 날리며 재민의 코속으로 향긋한 향기 를 전하고 있었다..
참 신기했다..재민은 몇일전에도 이 열차를 타고 바다로 향했었다..
그러나 지금 밖으 로 보이는 이 모든풍경과 열차안의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그리고 귓가를 파고드는 달리는 열차의 소음들 모두가 한없이 아름다운 음악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단지 연주가 바로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세상은 몇일새 너무도 아름답게 만 느껴지는 것이다...
열차가 계속 달릴수록 시끄럽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차츰 잦아들고 몇몇 사람들의 웃음 만 간간히 들려올 무렵 한참을 웃고 떠들던 연재와 지영도 아침 일찍 서두르느라 피곤 해서인지 연재의 어깨에 지영이 기댄채 잠들어 있었다...
재민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연주를 바라보았다..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연주의 옆모습이 아름다와 한참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행여나 연주가 고개를 돌릴까 재민은 다 시금 연주에게서 시선을 뗀다..
재민은 가방을 뒤적여 준비해온 카셋트를 꺼냈다..
다시금 연주를 쳐다보던 재민은 약간의 망설임 끝에 말을 꺼낸다.
"누나..."
재민의 목소리에 연주가 고개를 돌린다...
빠져들것만 같은 연주의 두 눈동자가 재민을 부드럽게 쳐다본다...
"응...??"
"저...음악 들으실래요??"
"응.."
재민의 말에 연주가 웃음지으며 이어폰 하나를 귀에 꽂는다..
재민도 웃으며 나머지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눈부신 봄날 아침 창문밖을 보다가 무언가를 담고 싶어서 겨우내 묶은 화구통을 하나 둘씩 챙겨서 차창가득 떠나고있네...
모두둘러보아야 돋아나는 생명을~~~~~~~"
"노래좋다..."
"네..."
"당신과 함께 들을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비록 혼잣말이었지만 지금 재민은 너무나 행복했다..
노래는 계속되었고 밖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연주가 재민을 쳐다본건 몇곡의 음악이 흐른 후였다..
재민도 살짝 잠이들어있었다..
몇일 사이에 보는 재민의 얼굴은 눈에 띄게 홀쭉해져 있 었지만 살짝 웃음지며 잠들어 있는 재민을 바라보는 연주의 눈가에도 살포시 미소가 스며들었다..
그렇게 연주도 사르르 눈을 감았다...
지난밤 잠을 설쳐서인가...재민도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났다..
열차안은 조용했고 달 리는 기차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재민은 무심결에 창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채 고개가 다 돌아가기도 전 머릿칼 이 재민의 코를 간지럽힌다..
잠든 연주의 머리가 재민의 어깨에 기대어져 있었다...
재민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살짝 얼굴을 연주의 머리에 기대어본다...
재민의 얼굴이 붉게 묽들었다..
이대로...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어깨지만 언제나 그녀 필요할때 기대 쉴 수 있었으면...
지금 오로지 연주만을 생각하는 재민의 맘처럼 열차는 오로지 부산을 향해 내달렸고 재민일행이 가벼운 잠에서 깨어난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역앞은 피서철을 맞아 해수욕장으로 안내하는 택시들로 줄비했고 재민일행도 그중 하 나의 택시에 몸을 실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그들은 송정해수욕장에 도착했고 비릿한 바다내음이 그들의 코속으로 스며들어왔다...
해변가엔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즐거워하고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보며 연재와 지영은 바다를 향해 내달렸다..
"와~~~~~~~바다다~~~~~~!"
잠시후 바다에 뛰어든 그들의 얼굴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너무도 즐거워하는 모습이었 고...
그런 그들을 질투라도 하듯 한여름의 태양은 더욱 뜨겁게 해변을 달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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