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1)
“후우......”
키보드를 밀어 넣으며, 나는 허공에 대고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힐끗 눈을 돌려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세시가 훨씬 넘어선 시각.
‘또 밤샘이군.’
마녀 같은 선배, 라고 속으로 덧붙이고선 이틀 전 저녁때의 일을 떠올렸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집에 들어가기엔 조금 이른 시각. 동방에서 시간이나 죽이다 갈까, 하고선 발길을 돌려 동방을 찾아간 것부터 잘못되었다.
“아, 은호야!”
“에?”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 마냥 - 실제로도 그랬다 - 온갖 호들갑을 다 떨면서 달려와 대뜸 손부터 부여잡은 진의 선배는, 다짜고짜 날 모니터 앞으로 데려가더니 손가락으로 모니터의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분명 제대로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엉망으로 나와. 히잉, 나 이거 금요일까지 교수님한테 못 드리면 죽는단 말야......”
“...지금 이걸 나더러 뜯어 고치라는 거에요? 선배 무슨 삼풍 프로그램 만들어요?”
“그러니까 SOS 보내잖아! 제발 좀 도와주라, 응?”
“기각.”
“와앗! 너무해!”
“농담이 아니라구요. 이거 대강만 봐도 이틀은 밤샘해야 될 거 같은데, 누구 죽이려고 그러우? 새파란 일학년이 개강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벌서부터 이런 거 잡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이잉......정말로 안돼?”
“네.”
“정말? 정말의 정말? 정말정말정말?”
“안.돼.요.”
단호하게 한 글자 한 글자 힘줘서 말하고 나서 난 그대로 등을 돌려 동방을 나가려 했다. 여기서 약해지면 이틀을 밤샘해야 한다. 게다가 내 고물 컴으로는 이틀이 아니라 나흘도 더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막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순간, 선배의 손이 내 옷깃을 꽉 잡는 바람에 난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금방 후회해 버렸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서는 금방이라도 크게 울어버릴 것 같은 선배의 얼굴을 보자마자 방금 결심했던 마음이 뿌리 끝에서부터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여자의 눈물, 그것도 과에서 톱을 달릴 정도로 예쁘고 귀여운데다가 애교까지 많은 선배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을 쳐다보는데 꺾이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그런 짓을......’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태가 그다지 심각하게 엉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덕분에 작업은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끝날 수 있을 것 같았고, 난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하기로 마음먹고 일단 작업했던 내용을 저장하였다.
[똑똑.]
“네.”
삐꺽.
조심스럽게 방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여동생인 은아였다. 올해 18살이라지만 15살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앳된 얼굴을 가진데다가 성격도 어린애 같아서 친척들에겐 꽤나 귀여움을 받는 아이였다. 어릴 적부터 날 졸졸 쫓아다니는 것이 버릇이 되서 아직까지도 무슨 일만 생기면 나부터 찾는 어리광쟁이가 되어 버린, 내 입장에선 무턱대고 귀여워 할 수밖에 없는 철부지 동생이었다.
“헤헤, 역시 아직 안 자고 있었네.”
“임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안자. 학교 안 가?”
“오늘 개교기념일. 졸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자기가 다니던 학교 개교기념일도 까먹냐.”
“너도 대학생 돼 봐라. 노느라 그런 거 다 까먹고 지낸다.”
“나이 먹어서 치매 걸린 게 아니라?”
“콱!”
은아의 이마에 살짝 꿀밤을 한대 먹이고선 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물고는 라이터를 찾으며 말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이렇게 밤 늦게.”
“그게 말야......오빠, 배 안 고파?”
“글쎄? 별로 고픈 것 같진 않다만......”
후우, 하고 길게 담배 연기를 뿜으며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작업창을 닫고는 윈앰프의 볼륨을 조금 낮추었다. 자신을 향해 퍼져 오는 담배연기에 은아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핀잔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담배 좀 끊어라. 어휴, 무슨 너구리굴도 아니고. 담배 한 개피 당 수명 11분이 단축된다는 거 몰라?”
“여자친구 생기면 피우라고 해도 안 피운다. 빨리 용건이나 말해.”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햄버거라도 사다 줄까 해서 왔는데, 별로 안 고픈 것 같네. 흐응......”
그러면서 은아는 엄지손톱을 입으로 가져가 살짝 깨물기 시작했다. 옛날부터 뭔가 안 풀리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하는 은아의 버릇이었다. 쳇, 저 녀석 뭔가 했더니만......난 다시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지나가는 투로 슬쩍 말을 뱉었다.
“너, 얼마전부터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 않았냐?”
“응? 응, 그런데 왜?”
“......밤에 먹으면 살 찐다.”
“......그치만 배고픈걸......”
“살찌면 남자친구 안 생겨.”
“핏, 난 혼자 살거네요.”
“허이구야, 그게 과연 몇 년이나 갈까? 아니지. 몇 달? 몇 주? 며칠?”
“이잇! 너무해! 동생의 인생목표를 그렇게 가볍게 취급하기냐!”
“시끄러 임마. 부모님 깨시겠다. 편의점 갈 거면 옷 갈아입고 와. 나도 마침 담배 사러 가야 되니까, 같이 가 주지.”
그 말에 은아는 대번에 기쁜 표정이 되어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방으로 쪼르르 달려 들어갔다. 브라더 콤플렉스도 저 정도면 심각해, 라고 생각하며 나는 반 정도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옷걸이에서 자켓을 찾아 걸쳤다. 마침 은아도 코트를 들고 나오는 참이라, 우리는 바로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웃, 춥다.”
“아직 봄이라도 밤엔 쌀쌀하니까. 추우면 다시 들어갈까?”
“으응, 이러면 견딜만해.”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팔짱을 껴 버리는 은아를 보며, 왠지 조금 지끈거리는 머리를 살짝 한번 눌러주고선 은아가 듣지 못할 소리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아무튼 너란 녀석은......”
“응? 나 뭐?”
“......아니다. 가자.”
================================================== =========================
그래도 뭔가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집어넣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삐리리 씬 안 나온다고 구박하지 마시길....ㅡ,.ㅡ
“후우......”
키보드를 밀어 넣으며, 나는 허공에 대고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힐끗 눈을 돌려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세시가 훨씬 넘어선 시각.
‘또 밤샘이군.’
마녀 같은 선배, 라고 속으로 덧붙이고선 이틀 전 저녁때의 일을 떠올렸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집에 들어가기엔 조금 이른 시각. 동방에서 시간이나 죽이다 갈까, 하고선 발길을 돌려 동방을 찾아간 것부터 잘못되었다.
“아, 은호야!”
“에?”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 마냥 - 실제로도 그랬다 - 온갖 호들갑을 다 떨면서 달려와 대뜸 손부터 부여잡은 진의 선배는, 다짜고짜 날 모니터 앞으로 데려가더니 손가락으로 모니터의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분명 제대로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엉망으로 나와. 히잉, 나 이거 금요일까지 교수님한테 못 드리면 죽는단 말야......”
“...지금 이걸 나더러 뜯어 고치라는 거에요? 선배 무슨 삼풍 프로그램 만들어요?”
“그러니까 SOS 보내잖아! 제발 좀 도와주라, 응?”
“기각.”
“와앗! 너무해!”
“농담이 아니라구요. 이거 대강만 봐도 이틀은 밤샘해야 될 거 같은데, 누구 죽이려고 그러우? 새파란 일학년이 개강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벌서부터 이런 거 잡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이잉......정말로 안돼?”
“네.”
“정말? 정말의 정말? 정말정말정말?”
“안.돼.요.”
단호하게 한 글자 한 글자 힘줘서 말하고 나서 난 그대로 등을 돌려 동방을 나가려 했다. 여기서 약해지면 이틀을 밤샘해야 한다. 게다가 내 고물 컴으로는 이틀이 아니라 나흘도 더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막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순간, 선배의 손이 내 옷깃을 꽉 잡는 바람에 난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금방 후회해 버렸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서는 금방이라도 크게 울어버릴 것 같은 선배의 얼굴을 보자마자 방금 결심했던 마음이 뿌리 끝에서부터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여자의 눈물, 그것도 과에서 톱을 달릴 정도로 예쁘고 귀여운데다가 애교까지 많은 선배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을 쳐다보는데 꺾이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그런 짓을......’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태가 그다지 심각하게 엉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덕분에 작업은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끝날 수 있을 것 같았고, 난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하기로 마음먹고 일단 작업했던 내용을 저장하였다.
[똑똑.]
“네.”
삐꺽.
조심스럽게 방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여동생인 은아였다. 올해 18살이라지만 15살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앳된 얼굴을 가진데다가 성격도 어린애 같아서 친척들에겐 꽤나 귀여움을 받는 아이였다. 어릴 적부터 날 졸졸 쫓아다니는 것이 버릇이 되서 아직까지도 무슨 일만 생기면 나부터 찾는 어리광쟁이가 되어 버린, 내 입장에선 무턱대고 귀여워 할 수밖에 없는 철부지 동생이었다.
“헤헤, 역시 아직 안 자고 있었네.”
“임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안자. 학교 안 가?”
“오늘 개교기념일. 졸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자기가 다니던 학교 개교기념일도 까먹냐.”
“너도 대학생 돼 봐라. 노느라 그런 거 다 까먹고 지낸다.”
“나이 먹어서 치매 걸린 게 아니라?”
“콱!”
은아의 이마에 살짝 꿀밤을 한대 먹이고선 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물고는 라이터를 찾으며 말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이렇게 밤 늦게.”
“그게 말야......오빠, 배 안 고파?”
“글쎄? 별로 고픈 것 같진 않다만......”
후우, 하고 길게 담배 연기를 뿜으며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작업창을 닫고는 윈앰프의 볼륨을 조금 낮추었다. 자신을 향해 퍼져 오는 담배연기에 은아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핀잔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담배 좀 끊어라. 어휴, 무슨 너구리굴도 아니고. 담배 한 개피 당 수명 11분이 단축된다는 거 몰라?”
“여자친구 생기면 피우라고 해도 안 피운다. 빨리 용건이나 말해.”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햄버거라도 사다 줄까 해서 왔는데, 별로 안 고픈 것 같네. 흐응......”
그러면서 은아는 엄지손톱을 입으로 가져가 살짝 깨물기 시작했다. 옛날부터 뭔가 안 풀리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하는 은아의 버릇이었다. 쳇, 저 녀석 뭔가 했더니만......난 다시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지나가는 투로 슬쩍 말을 뱉었다.
“너, 얼마전부터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 않았냐?”
“응? 응, 그런데 왜?”
“......밤에 먹으면 살 찐다.”
“......그치만 배고픈걸......”
“살찌면 남자친구 안 생겨.”
“핏, 난 혼자 살거네요.”
“허이구야, 그게 과연 몇 년이나 갈까? 아니지. 몇 달? 몇 주? 며칠?”
“이잇! 너무해! 동생의 인생목표를 그렇게 가볍게 취급하기냐!”
“시끄러 임마. 부모님 깨시겠다. 편의점 갈 거면 옷 갈아입고 와. 나도 마침 담배 사러 가야 되니까, 같이 가 주지.”
그 말에 은아는 대번에 기쁜 표정이 되어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방으로 쪼르르 달려 들어갔다. 브라더 콤플렉스도 저 정도면 심각해, 라고 생각하며 나는 반 정도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옷걸이에서 자켓을 찾아 걸쳤다. 마침 은아도 코트를 들고 나오는 참이라, 우리는 바로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웃, 춥다.”
“아직 봄이라도 밤엔 쌀쌀하니까. 추우면 다시 들어갈까?”
“으응, 이러면 견딜만해.”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팔짱을 껴 버리는 은아를 보며, 왠지 조금 지끈거리는 머리를 살짝 한번 눌러주고선 은아가 듣지 못할 소리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아무튼 너란 녀석은......”
“응? 나 뭐?”
“......아니다. 가자.”
================================================== =========================
그래도 뭔가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집어넣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삐리리 씬 안 나온다고 구박하지 마시길....ㅡ,.ㅡ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