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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14 1,554회 0건
틀 6부

"띠리리리리~~~~"
꽃을 사러온 한 여인이 가게를 나간후 청미는 뛰듯이 조금전부터 울리는 전화기를 집
어들었다..
"네..."향기있는집"입니다"
"나야...정일...."
"아...정일이구나....."
"가게에 손님 많아??"
"아니...지금 한사람도 없어..."
"저녁...전이지??"
"응....이제 먹어야지..."
"뭐 먹을건데??"
"글쎄....뭐 그냥...."
"초밥 좋아해??"
"초밥??...."
"응.."
"응....잘먹어...."
"그렇구나....알았어...그냥 한번 전화해봤어...나중에 다시 전화할께...밥 맛있게 먹
고...."
"그래...너도...."
"딸칵"
전화를 끊은 청미는 조금 의아한 생각에 금방 통화를 끝낸 전화기를 잠시동안 바라봤
다...그때였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한 남자....
"아~~~~~"
청미는 가게를 들어서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서야 낮은 탄성을 자아낸다...그리곤 이내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는다..
"저녁 같이먹자...."
문앞엔 손에 든 비닐봉투를 흔들며 정일이 웃으며 서있었다...

"나...반갑지??"
"너무 반가워서 지금 눈물날려고 해..."
"하하...그냥 일 끝나고 혼자 저녁먹기가 좀 그래서...."
"조금 이상하단 생각들었어.....너와 전화 통화후에....그런데 이렇게 찾아올줄은 정
말 몰랐어..."
"많이 놀랐어??"
"너...처음만났던 날만큼은 안 놀랐어...푸훗..."
"하하..."
"춥지??..."
"응...조금...."
"앉아 있어...녹차 끓여올께...."
"응...."
정일은 자신을 위해 차를 끓이는 청미를 보며 미소짓는다...

청미와의 첫만남후 정일은 매일같이 그녀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깊은밤 이어지는 둘의 대화는 조용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흔들었
고 길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일까...충동적인 정일의 두번째 방문에도 청미는 그를 자연스러움으로 반겼다
...

"초밥 좋아한다니 다행이다..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청미가 탁자에 녹차 두잔을 놓을무렵 정일이 사가지고온 비닐봉지에서 초밥을 꺼내놓
으며 말했다...청미는 그런 정일을 바라본다...그와의 첫만남 이후 두번째의 만남...
아무런 준비도 되있지 않은 그녀에게 정일은 이렇게 불현듯 다가온다...그런 그의 행
동이 결코 싫지 않았다...아까 이렇다할 이야기 없이 그가 전화를 끊었을때 느꼈던 서
운함은....이런 그녀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어느샌가 그녀는 마음속으로 정일에
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전날 초밥을 먹었는데 맛있다고 하더라고..그리고 시간나면 가보
라고...그래서 직장옆이라 한번 들렸는데 네생각이 났어...순간, 같이 먹고싶다는 생
각이 들었어...네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생각도 않은채 그냥 같이 먹을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손엔 포장된 초밥이 들려있더라고..."
정일의 말을 듣던 청미의 시선이 정일에게 고정된다...그녀를 바라보는 정일의 눈동자
가 가늘게 떨린다고 생각되는건 그녀의 착각일까??
순간 청미의 가슴이 두근거린다...잠깐 동안의 눈맞춤 ...그녀는 이내 피하듯 탁자에
서 일어선다...
"나..커피한잔 더하고 싶은데...한잔더 할래??"
그제서야 정일도 무엇인가에서 깨어난듯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응...좋지..."
"나 들어오고 시간이 꽤 지난것 같은데 한 손님도 안들어오네.."
정일은 무엇인가 다른 이야기를 해야할 것만 같아 맘에도 없는 이야기를 꺼낸다...
"으응...지금 시간엔 손님이 별로 없어...여긴 낮에 손님이 거의 대부분이야...."
"대학가라 그런가??"
"아무래도 주된손님이니까...."
두개의 커피잔이 다시 그들의 탁자에 놓인다...
정일은 손을 가져가 두손으로 따뜻한 커피잔을 감싼다...
"추워지면 일...힘들겠다..."
"뭐...조금...."
청미는 이미 정일의 입을 통해 그가 하는 일을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지금 커피잔을
감싼 조금은 투박한 그의 두손이 안쓰러웠다...
"손에 로션발라야겠다...많이 거칠다..."
"응??....아...이젠 익숙해져서...."
"잠깐만 내가 핸드크림 줄께...."
"괜찮아..."
정일은 만류했지만 청미는 기어이 핸드백속에서 핸드크림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손 이리줘봐..."
"아 아니..내가 바를께..."
"이리줘바...."
청미는 만류하는 정일을 손을 잡고 핸드크림을 정일의 손에 바른다..청미의 손이 움직
이자 이내 정일의 거친손은 하얀색으로 변한다...그리곤 이내 정일의 손에 흡수되고
가게의 조명을 받은 정일의 손은 윤기를 더한다....그녀의 손이 정일을 메만지자 정일
의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따뜻한 그녀의 손이 손등과 손바닥 손가락끝을 스칠때마다
청미를 바라보는 정일의 눈은 가볍게 일렁거린다...그리곤 어느순간 다른 한손을 가
져가 그녀의 손을 가볍게 움켜쥔다...한순간 정일의 손을 메만지던 그녀의 움직임이
멈추고 그녀의 손은 정일의 두손안에서 작게 떨린다...
눈과 눈이 부딪힌다...정일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지 못하고 이내 청미는 시선을 아
래로 향한다...순간...둘은 세상이 정지된듯 아무런 말도 하지못한채 움직임을 멈춘다
....
"딸랑~~"
불현듯 열리는 가게문소리에 청미는 화들짝 놀라 손을 빼낸다..
"어서오세요...."
손님을 맞이하는 청미의 목소리에 떨림기가 가득하다...
정일은 자신의 손에서 사라져버린 그 따스함이 아쉬운듯 텅비어있는 손을 바라본다...
그리곤 지금도 세차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는듯 그녀의 따스함이 베어있는 손을 커
피잔에 가져간다..

"어제 비가 내릴때 그 비가 가는 이가을 마지막 비라는 생각을 했어...하루종일 내리
는 비를 봤어...이상하게도 비를 보면 새학기가 생각나..."
"새학기??"
"응...이상하게도 새학년이 시작될때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던것 같아...예쁜옷을 입고
우산을 받쳐든채 조심스럽게 걸어가던 생각.....6학년때였던가...처음 음악시간이 있
던날 우리..봄비란 노래 배웠던거 기억나??"
"음....어떻게 부르는 거였더라??"
"소올~소올~ 봄비가 내린다아~~~~~~~나무마다 봄자욱이 보이네에~~~아~~~어여쁜 초록
손자욱~~누구 누구 손길일까 나는알지~~~"
"아무도 몰래어루만진 봄님의 손길~~"
"후훗....기억하는구나....네가 첫 음악수업하는날 그노래 교탁앞에 나가서 불렇잖아
...빨개진 얼굴로...."
"응...이제 기억난다...그날 날짜가 내 번호랑 공교롭게도 같아서 내가 불렇었지..."
"나 그때 남자아이가 목소리가 어쩜 저렇게 고울까 ...생각했었어..."
"푸훗..."
"어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다시금 그때로 한번 돌아가고싶다는 생각 간절히 들더
라..."
"나도 가끔 ...아주 가끔 그런생각해...."
"나 인정하긴 싫지만 이젠 추억을 만들어가는쪽이 아닌 추억을 되새기는 쪽이 되어버
렸나봐.."
"추억을 되새기는쪽??..."
"응...레디오를 통해 즐겨듣던 노래가 나올때...지나치는 버스밖으로 자주 걸었던 거
리..비오는날 우산없이 뛰어가는 교복입은 소녀...서점 한켠에서 노트를 꺼내 무언가
를 열심히 적는 대학생...아직 이런말 하기 어색한 나이인건 알지만 요즘 이상하게 주
위의 모습에서 지난날을 자꾸 떠올리는 나를 보게돼...."
왜일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안쓰럽게 느껴지는건....정일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 오늘 술한잔 할까??..."
청미가 정일을 바라본다...그리곤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햇살가득 눈부시던 그날...한남자가 다가왔었어..."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듯한 표정으로 청미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

눈부시도록 푸르른 가을날이었다...
토요일...대학을 갓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업을 한 청미는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들러 듣고싶었던 cd몇장을 산후 신간 소설 코너에서 새로나온 소설을 둘
러보고 있었다...책을 고르던 청미는 주위에 한 남자가 아까부터 자신을 바라보고 있
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얼마후 청미는 한권의 소설책을 고른 후 계산을 하고 페스트 푸드점이 있는 곳으로 걸
었다..
살것을 다 산 후에야 그녀는 아직 자신이 점심 전임을 알고 진한 허기를 느꼈다...
그때였다...
"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청미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깔끔한 정장
차림의 사내...짧은 머리는 살짝 바른 무스로 뒤로 넘겼고 짙은 눈썹에 살포시 들어간
눈...오똑한 콧날..한눈에 봐도 미남형임을 알 수 있는 한 남자가 그녀뒤에 조금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저...커피있으시면..시간이라도 한잔...헉"
"푸훗~~"
청미는 남자의 말에 웃음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청미는 그의 첫마디에 끌려 그와 함께 늦은점심을 페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로
대신했다...그리곤 종로 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함께 마셨다...
장유혁...스물일곱이라고 밝힌 그는 매우 유머있는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첫만남이었지만 청미는 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날 이후...그와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하루 하루..지날 수록 청미는 그를 자신의 남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굳이 백일이란 기념일을 챙기려 한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잊지않고 백일이 되는날 그녀
에게 준비한 반지를 끼워주었고 얼마 지나지않아 그녀는 많은 사람들앞에서 그를 자신
의 평생남편으로 맞이하겠다는 맹세를 하였다...만난지 5개월이 된 어느날이었다.
결혼 후 그녀는 그의 집에서 그의 홀어머니와 함께 신혼 살림을 시작했고 그의 요구대
로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포기했다..
신혼 3개월간 정말 꿈만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남편의 귀가 시간은 점점 늦어지기 시작했다.
취해 들어오는날도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날 어김없이 취해 들어온 남편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누군가를 향해 심
한 욕설을 퍼붇기 시작했다...
청미는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도박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
리고 그가 손대선 안될 회사공금에 손을 대었다는 사실까지도...
그 사실을 알던날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 청미는 그 같은 사실을 물었다...그러나 남편
은 오히려 화를 내면서 욕설을 퍼붙더니 집을 나가버렸다..그리곤 몇일 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청미는 막막했다..누구에겐가 의논해야할것만 같았다..
생각끝에 청미는 시어머니께 그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그러한 사실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남자가 도박을 할 수도 있다는듯 자신의 아들을 감싸기에 연연했다...그리곤 몇일 후
밤늦게 들어온 남편은 그녀에게 돈을 요구했다...청미는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그날
청미는 차마 말할수 없을 만큼 심한 욕설을 들어야했다..그날 이후로 그녀는 그와 각
방을 쓰기 시작했다...청미는 결혼한지 일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처한 현실을 못미
더워 하면서도 다시금 그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했다..그래서 어느날엔가 남편에게
친정에서 빌려온 돈을 주었다...그날 오랜만에 자신이 기억하는 예전의 남편과 한방
을 쓰면서도 그녀는 왠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자신이 전한 돈을 회사공금을 메우는데 사용하라고 부탁했지만 알
았다는 대답만을 남긴채 남편은 또다시 몇일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리곤 몇일
후 다시 만취한 채 남편은 집으로 돌아왔다..그런 남편의 모습에서 청미는 그가 도박
으로 그돈을 모두 날렸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뒤로 그녀의 생활은 악몽 그자체였
다...매일밤 취해 들어온 남편은 그녀에게 돈을 요구하였고 그의 뜻이 안통하자 심한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배설을 위한 변기통처럼 강간하듯 거부하는 그녀의 몸에 배설
물을 쏟기 일수였고 그럴때마다 그녀는 절망의 나락으로 한없이 추락했다...돈을 긁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 후 더이상 한푼의 돈도 빌릴곳이 없어진 남편은
더욱 심하게 그녀에게 돈을 요구하였고 그녀가 자신의 그러한 요구를 거절하자 어느순
간부터 주먹을 휘둘렇다...결혼후 2년....견디기 힘든 시간속에 그녀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그리곤 상처만 남은 몸으로 결혼전 그녀의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맞이하는
어머니의 품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긴 이야기를 마친 그녀의 눈에 촉촉한 물기가 어려있다...
"휴~~"
청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일은 몇번이나 분노해야만 했다...지금
자신의 앞에서 눈물흘리는 그녀가 너무나 안쓰럽기만했다...무엇인가 위로의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쉽게 어떤말도 할 수 가없었다...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2년이란 결혼생활...내겐 20년처럼 길게만 느껴졌던것 같아..그래서일까...언제부턴
가 마치 다타버린 장작더미처럼 활활 타오르던 그 순간만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
는나를 보게돼...그리고 정일...너를 만난후 나 더욱 자주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비오던 날 우산을 받쳐들고 걸어가던 어린 계집아이의 그 순간으로....."
"........"
정일은 그녀의 가는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그러나 쉽게 그녀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미안해..내가 너무 우중충한 이야기만 했지??....비가 와서 그런가봐...."
정말...어느샌가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니야...오히려 고마워...내게 그런이야기 해주어서...지금 나 너와 조금더 가까워
진것 같아 기분좋은걸..."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정말..."
"너말대로 이비가 정말 마지막 비일까??...."
"왠지 그럴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왠지 마지막 이라는 말을 하니 이 비에 의미를 두고 싶어진다."
"의미??"
"응...너처럼 언제부턴가 비가내리면 나 또한 그렇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것을 즐기
곤해...그러다 보면 어느순간 떠오르는 한 기억속 그곳에 서있는 나를 보곤해..그 속
에서 헤어나오며..나에게 그런 추억이..그런...기억들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말이야...한편으론 이젠 더이상 추억을 되새길수만 있고 만들어가지 못하는것 같은
하루하루의 반복된 생활에 약간의 동정을 던지기도 했어...그러던 어느날 다람쥐 첵바
퀴 돌듯한 내 삶에 변화가 찾아왔음을 느끼곤 난 기뻐했지...나에게 그러한 변화를 준
그것을 생각하는것만으로도 난 두근거렸고 설레기 시작했어..그리곤 얼마지나지 않아
느낄 수 있었어...내 인생에서 두번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소중한 추억을 난
지금 만들고 있다는것을...."
정일은 잠시 말을 끊고 청미를 바라본다...
그리곤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듯 다시금 말을 꺼낸다...
"널 만나기 이전까지의 내 삶이 추억이라는 이름의 앨범한권이라면 이젠 너와 함께 새
로운 앨범을 만들고 싶어..."
"정일아..."
청미는 갑작스런 정일의 말에 놀라며 정일을 바라본다...
"내 이야기 조금만 더 들어줄래??....나...한번의 사랑을 해봤어..채 성숙하지 못했던
사랑이지만 그 한번의 사랑으로 나 느낀게 있었어...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게 얼
마나 오랫동안 아픔으로 다가오는지..두번다시 그런 실수 하고싶지 않아...물론 이런
날 아직 니가 받아들이기 힘들거란것 알아...나..서둘지 않을게...천천히 네게 다가갈
께....그리고 네 마음이 열리길 기다릴께...."
"저...정일아...난....."
"상병때였던가...어느날인가 초소를 오르던 길에서 검은 밤송이같은 고슴도치를 보았
어...난 그녀석을 초소에서 길렇지 ...하지만 녀석은 내 성의에도 불구하고 몇날 몇일
을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몇일이 지나고 난 그녀석을 할 수 없이 다시금 원래 자리
로 되돌려 보내야 했지..그때 서운함 속에서도 이상하게 그녀석을 처음 보았을때의 그
기쁜감정이 들었어...그리곤 그녀석을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지...널 만나며 난
또다시 그때 그녀석이 머물길 원했던 작은 상자처럼 내품이라는 작은 상자에 네가 머
물길 바라고 있어...하지만 미리 그 상자 만들어 놓진 않을게..니가 언제고 그 안에서
쉬고 싶어할때...그때가 될때까지 나 기다릴게...그리고 언제고 니가 왔을때...웃으
며 널 맞을께.."
"정일아....."
청미는 자신을 바라보는 정일의 눈을 바라본다...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이남자...이야기를 마친 이남자의 얼굴이 무척 평온해 보
인다고 느꼈다...정말 이남자의 말대로 그의 품에 안기면 언제까지나 평온할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하지만.......
청미의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청미 자신도 얼마전부터 자신에게 다가온 정일이란 남자를 친구라 생각하면서도 순간
순간 그에게 기대고 싶은 느낌을 받곤 했다.그런생각이 들때면 애써 고개저어 부정하
기도 했지만 조금씩 그에게 다가서는 마음까지 부정할 순 없었다...그런 그였지만 그
의 마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정일아...고마워..나..너에게 너무나 부족한게 많은데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고마워
...하지만 나 아직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기가 힘에 겨워...솔직히 겁이나...물론 너
..너무 따뜻하고 좋은사람이란것 알아...하지만 지금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좋은 친구
하나를 잃고 너의 여자로 다시금 다가선다는것...내겐 너무 두렵고 아직 그런 용기가
내겐 없어...우리 너의 말대로 조금더 시간을 갖자..오늘 내게 준 마음만큼은 정말
고맙게 간직할게.."
정일의 귀를 통해 청미의 작은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정일은 가만히 손을 가져가 청미의 두손을 잡는다...
청미의 따뜻한 손이 떨려옴을 정일은 느낄 수 있었다..
"아까 내가 했던말 기억하니??....이 마지막일것 같은 가을비에 의미를 두자고 했던말
..."
"응..."
"우리 오늘 추억하나 만든거지??..."
정일은 말을 하며 빙그레 웃음을 짓는다...
청미도 대답대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언제까지라도 기다릴게..네가 다가오길..."
"고마워..."
"오히려...내가 고맙지....와 ....비가 조금더 거세어진것 같다..우리 우산쓰고 빗길
조금 걸을까??"
"그래...그러자..."

어두운거리...내리는 빗소리와 지나치는 자동차 소리..
이미 떨어진 잎들이 수북한 거리엔 플라트너스의 퇴색된 잎들이 내리는 빗물에 잠긴다
..그위를 지나치는 두개의 다른 발소리..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묶은 하나의 우산...
"오른쪽 어깨 젖잖아...우산 그쪽으로 좀 가져가..."
청미는 아까부터 자신을 위해 그의 오른쪽 어깨가 물에 젖는것도 모른채 자신쪽으로
우산을 들고 있는 그를 보며 말한다..
"응..."
"칫..대답만 하고 우산은 그대로네..."
"하하..."
정일은 차가운 이비가 청미의 몸에 맞으면 그녀 맘까지 차가와 질것만 같아 자꾸만 그
녀쪽으로 우산을 기울였다...그 바람에 자신의 오른쪽 어깨가 아까부터 비에 노출되
이젠 흠뻑 젖어들고 있었다...순간..청미가 한손을 정일의 팔에 끼웠다...정일의 몸은
순간 움찔거린다...
"고마워...."
청미는 그의 팔에 한손을 끼운채 살며시 그의 팔에 기대어 걷는다...그런 그녀에게서
향긋한 향이 정일의 콧속으로 파고든다..
정일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살며시 웃음지으며 작게 뇌아린다..
"나도...."
비가 점점 거세어 질수록 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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