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29부
똑같은 일상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단순한...일정한 기간을 반복해서 계속되는 군생활....
재민은 그속에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지 않은채 군생활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
일년에 몇차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부대 훈련을 겪으면서 재민의 계급은 진급했지만 재민은 그러한 시간의 흐름을 스스로가 거부하고 있었다...
어느새 재민의 훈련모위에 네개의 막대기가 얹혀질 무렵..
그동안 한번도 부대밖으로 일체의 휴가를 거부하던 재민에게 뜻하지 않은 면회소식이 전해졌다...
순간..재민의 가슴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설마....."
간단한 보고를 마친 재민은 날듯이 면회실로 뛰어갔다...
면회실안...한 여자가 앉아있었다...
긴생머리를 가지런히 뒤로한채 앉아있던 그녀의 머리가 재민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했 다...
환히 웃는 여자의 얼굴이 재민의 눈속을 파고든다...
"윤경..."
그 여자는 윤경이었다...
어느새 대학생이 된 이젠 성숙한 여인이 되어버린 윤경이 반 가움에 이내 눈물을 글썽이며 재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윤경아....."
윤경이 뛰듯이 재민의 품으로 파고든다...
"보고싶었어요...정말 보고싶었어요...."
"어...어떻게...."
"이렇게 숨어 있으면 제가 못찾을줄 알았어요??"
"....."
"미워요...윤경이하고 약속했으면서...꼭 연락하겠다고 손가락걸고 약속했으면서 ...."
"윤경아...."
"하지만 용서할게요...
이렇게...이렇게 오빠 본 것으로 모든것 용서할게요..."
재민의 품에서 빠져나온 윤경은 환히 웃고 있었다...
"저..많이 변했죠??"
"그래...그렇구나...."
"핏~~고작 그게 다에요??....뭐..이뻐 졌다든지...아님 성숙해졌다든지...
그런말 듯고 싶었는데...."
"그래..더 예뻐졌구나..."
"아이고...엎드려 절받기네....푸훗...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모처럼만에 환한 웃음이 재민의 얼굴에 어린다...
"와~~~~~~오빠 벌써 병장이네요..."
"응..."
"좀더 일찍 오빠 찾아오고 싶었는데...당당하게 대학생 된다음 찾아오고 싶어서 꾹 참 았어요..."
"그래...고마워..."
"이젠 오빠랑 맥주도 마실 수 있어요..."
"그래...."
"핏~....언제 오빠한테 술한잔 얻어 마시려나....
오빠...우리 부대밖으로 외출 나갈 수 있는거죠??"
"응...아마도..."
"와~~~~~~신난다..우리 이러지 말고 얼른 나가요...."
뜻하지 않던 윤경의 면회...
재민에게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재민이 속해있던 부대는 갑작스런 미인의 방문으로 수 근거렸다...
특히나 그동안 휴가도 일절 반납한채 부대에만 있던 재민이었기에 그 수근거림은 더했 다..
당일 일직사관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한사코 거부하는 재민에게 외박증을 끊어 주었다...
재민은 이런 사실을 윤경에겐 숨긴채 부대밖으로 향했다...
윤경은 재민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을 숨기지 못한채 연신 벌어진 입으로 무수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밤....
재민과 윤경은 처음으로 함께 술을 마셨다...
하지만 몇잔의 술을 마신 윤경은 금새 취해버렸다...
"오빠....사랑하는오빠...나쁜 오빠....."
"윤경아..그만 일어서자...너 많이 취했어..."
"몰라요...나 더 마실거야...내가 그동안 이시간을 얼마나 기다린줄 알아요??..."
"윤경아...."
"나...정말 오랜시간동안 오빠 좋아했어요...
오빠앞에 당당하게 설려고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줄 알아요??..."
"....."
"유재민....이제 더이상 마음 졸이지 않을거야...
이젠 당당히 오빠옆에 있을거야...
누 가 뭐라해도....오..빠...옆..에..."
기어이 윤경이 술에 취한채 테이블에 고개를 숙인다...
난감했다...윤경이 설마 맥주 몇잔에 이토록 취할줄은 몰랐기에 재민은 당혹스러웠다 ...
한참을 윤경이 깨어나길 기다렸지만 윤경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침내 재민은 윤경을 엎고 여인숙으로 향했다...
취한 윤경을 자리에 뉘우고...재민이 윤경을 바라본다...
순간...그동안 몸서리치게 잊으려 노력했던 한여인의 얼굴이 재민의 머릿속에 가득차 기 시작했다...
"연주...."
그녀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그여름의 바다...함께 갔던 많은 장소들...
그리고 마지막밤을 보낸 인천의 어느 모텔까지.
"항상 당신곁에 이렇게 기대고 있을거에요..."
재민은 담배한개피를 입에 문다...
군입대하고 재민은 담배를 배웠다...
입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연기는 흩날리며 공중에서 흩어진다...
짧은 시간속 마치 필름이 흐르듯 모든 기억들이 순식간에 재민의 머릿속에 흐르고 있 었다...
밤....
재민의 머릿속은 한번 빠져든 상념속으로 한없이 빠져들고 있었다...
"핏~~..실망이다..."
아침에 눈을 뜬 윤경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재민에게 말한다..
"뭐가??..."
"군인은 고무신 신은 할머니도 여자로 본다고 하던데..."
"그런데??.."
"오빠 눈엔 내가 여자로 느껴지지 않았나 보네..."
"무슨뜻이야??"
"핏~~ 술에 취해 잠든 여자를 그대로 ..."
윤경은 거기까지 이야기 한 후 창피한지 끝말을 얼버무렸다..
"녀석...쓸데없는 소리말고 일어서...아침 먹어야지..."
재민은 윤경을 뒤로 한채 여인숙을 나섰다...
그런 재민에게 윤경이 어느새 달려와 팔짱을 꼈다..
"오빠~~"
"왜..."
"...아니에요...."
윤경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이내 포기한다...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신후 재민은 연주와 함께 역으로 향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윤경은 곧 기차가 올거란 생각에 입을 연다..
"오빠~~"
"응??..."
"나...오빠 사랑하면 안돼요??"
갑작스런 윤경의 말에 재민이 약간 놀란듯 윤경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마음이에요...
오빠를 처음 본 그날부터..그래서 오빠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려고 여지껏 기다려왔어요..
이젠...이젠 ...날 받아주지 않을래요??"
"윤경아...."
그때였다...역으로 기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대답하지 말고 다음에 대답해줘요...
지금 오빠 입에서 무슨말이 나올지 알아요 ...
슬프지만 이해할게요...하지만 기다릴게요..."
"윤경아...난..."
"싫어요...지금은 아무것도 듣지 않을래요..."
"...."
"아프지 말아요...밥잘먹고....그리고 이건 제 연락처에요...
자주 연락안하면 내가 매 일 찾아올거에요...알았죠??"
"그래.....조심해가렴..."
"갈께요...나...한번 안아주지 않을래요??"
재민이 윤경을 안는다..그런 재민의 품안으로 윤경이 힘껏 안겨왔다...
"이제 가봐..열차 떠날려고해..."
"갈게요...꼭 연락해요..."
윤경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재민이 몇년전 한 바닷가에서 연주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듯 이젠 윤경이 재민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해왔다...
윤경의 행동에서 지난 자신의 고백을 읽을 수 있음에 재민의 맘은 또다시 무거워졌다 ...
재민이 시계를 쳐다본다...
아직 부대 복귀 시간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어디서든 술 한잔 해야할것만 같았다...
안그러면 오늘 밤 내내 이 무거운 맘에 잠을 이루지 못할것만 같았다...
긴 상념에서 깨어난 재민은 손에 쥐어진 담배를 재털이에 비볐다....
어느새 담배꽁초 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군제대후 2년간의 대학생활후...
재민이 지금 회사에 다니기까지 생각하면 긴 시간이었 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녀와 닮은 여자를 본것만으로 지독한 폭음을 할만큼 연주는 재민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는 존재였다...
그때였다...전화벨이 울린건....
"네...."
"오빠...."
"응..."
"휴일인데 뭐해요??"
"그냥..."
"핏..또 집에서 혼자 궁상맞게 있구나..."
"어디야??"
"어딜것 같아요??"
"글쎄..."
"나도 집이에요...오빠 우리 만나요..."
윤경의 말에 재민도 연주의 생각에서 벗어나 바람이라도 쐬고싶었다...
"그래..그러자..."
"그럼...3시에...항상 만나는 곳에서요..."
"그래..."
재민은 연주의 사슬에서 벗어나려는듯 서둘러 외출준비를 했다..
재민이 나간후 방안에는 아직 빠지지 않은 담배연기만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윤경은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한후 그계통의 직장에 다니고 있었 다...
윤경은 재민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런 윤경의 마음을 재민은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 고 있었다...
밖의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렇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가을이었다....
재민은 그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힘껏 심호흡을 해본다...
상쾌했다....
어제 술을 마시느라 회사근처에 차를 두고오는 바람에 재민은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
날씨 탓인지 가벼운 나들이 차림의 사람들이 전철안에 많이 눈에 띄었다...
재민은 하나의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종로3가에 다다른다...
재민은 감고 있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재민이 역사이로 많은 사람들속을 지나칠무렵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재민씨!"
"재민씨!"
재민이 뒤돌아본다...
그곳엔 지영이 재민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순간...재민의 가슴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지영.....씨...."
재민은 너무도 오랜만에 대하는 지영을 어색하게 불렇다...
"재민씨 맞군요...옆모습 보곤 긴가민가 했어요..."
"오랜만이군요..."
"네...정말 오랜만이네요...이럴게 아니라 우리 잠시만 어디가서 차한잔 할까요??"
재민은 시계를 쳐다본다..아직 윤경과의 약속시간이 꽤 많이 남아있었다..
"그러죠..."
"어쩜 그렇게 연락을 끊을 수 있어요??..."
"....."
"나나 훈이 아빠나 얼마나 재민씨 이야기 많이 했는줄 알아요??"
"훈이 아빠...."
재민은 지영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조금 놀란다...
"아참...우리 결혼했어요...이제 이년 다돼가요...."
"그렇군요...늦었지만 축하해요..."
"후훗...아직 축하할게 하나더 남았어요..."
"네??...."
"아들이 있어요...이름은 임 훈....곧있으면 돌이에요.."
참 시간이 빠르기만 하다...벌써 이들사이에 돌된 아이가 있다니....
"미안해요...제가 너무 무심했죠??...."
"아..아니에요....재민씨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훈이 아빠도 재민씨 많이 궁금해 하 지만...이해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재민씨...훈이 아빠...누님 소식 궁금하지 않으세요??...."
순간...재민의 가슴이 덜컥 소리를 내며...마치 심연속으로 가라앉는듯한 충격을 받는 다....
"아니요...듣고 싶지 않아요...미안해요..."
재민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지영에게 말한다...
"그래요.....그렇군요...."
"....."
다소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지영이 웃으며 말을 돌린다..
"다음주에 우리 훈이 돌이에요...재민씨가 오시면 연재씨도 참 많이 좋아할거에요 ..."
"네....."
재민은 이미 그녀의 모든말이 귓속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연주의 말 이 나온 뒤로....
"이건 집 전화번호에요...꼭 오세요...꼭..."
"네...."
재민은 연락처를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지영과 헤어진 뒤 재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찹함에 사로잡혔다...
그리곤 그 감정에 서 쉽사리 빠져나올수 없는 자신을 느낀다...
재민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나야..."
"어머...오빠...나 거의 도착했어...오빠는??"
"윤경아...미안해...급한 일이 생겨서 못가겠어..."
"왜??...나쁜일이야??...."
"아니...회사일..."
"그래??...그럼 할수없지뭐...."
"미안해..."
"아니야..괜찮아...내신경 쓰지말고 일해..."
"그래..."
아쉬워하는 윤경의 목소리를 뒤로 한채 재민은 다시금 발길을 돌린다...
재민은 다시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진열장에서 양주 한병을 꺼낸다...
클라스에 술을 담아 들이킨다...
"도대체 왜 이런거야...이제와서 왜 새삼스럽게....
이젠 돌이킬수 조차 없는일이잖아 ....
잊어야해 이젠 잊어야해...유재민..."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한 여인의 모습을 잊기 위해 재민은 연거푸 독한 양주를 들이켰 다...
하지만 ..술을 들이킬수록 더욱 선명하게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음속으로 계속 부인하려 했지만 한번 떠오른 그녀의 모습은 좀처럼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
그렇게 재민은 취해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연주의 이름만으로도 재민은 그렇게 취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 지만...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같은 것이었기에...
똑같은 일상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단순한...일정한 기간을 반복해서 계속되는 군생활....
재민은 그속에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지 않은채 군생활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
일년에 몇차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부대 훈련을 겪으면서 재민의 계급은 진급했지만 재민은 그러한 시간의 흐름을 스스로가 거부하고 있었다...
어느새 재민의 훈련모위에 네개의 막대기가 얹혀질 무렵..
그동안 한번도 부대밖으로 일체의 휴가를 거부하던 재민에게 뜻하지 않은 면회소식이 전해졌다...
순간..재민의 가슴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설마....."
간단한 보고를 마친 재민은 날듯이 면회실로 뛰어갔다...
면회실안...한 여자가 앉아있었다...
긴생머리를 가지런히 뒤로한채 앉아있던 그녀의 머리가 재민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했 다...
환히 웃는 여자의 얼굴이 재민의 눈속을 파고든다...
"윤경..."
그 여자는 윤경이었다...
어느새 대학생이 된 이젠 성숙한 여인이 되어버린 윤경이 반 가움에 이내 눈물을 글썽이며 재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윤경아....."
윤경이 뛰듯이 재민의 품으로 파고든다...
"보고싶었어요...정말 보고싶었어요...."
"어...어떻게...."
"이렇게 숨어 있으면 제가 못찾을줄 알았어요??"
"....."
"미워요...윤경이하고 약속했으면서...꼭 연락하겠다고 손가락걸고 약속했으면서 ...."
"윤경아...."
"하지만 용서할게요...
이렇게...이렇게 오빠 본 것으로 모든것 용서할게요..."
재민의 품에서 빠져나온 윤경은 환히 웃고 있었다...
"저..많이 변했죠??"
"그래...그렇구나...."
"핏~~고작 그게 다에요??....뭐..이뻐 졌다든지...아님 성숙해졌다든지...
그런말 듯고 싶었는데...."
"그래..더 예뻐졌구나..."
"아이고...엎드려 절받기네....푸훗...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모처럼만에 환한 웃음이 재민의 얼굴에 어린다...
"와~~~~~~오빠 벌써 병장이네요..."
"응..."
"좀더 일찍 오빠 찾아오고 싶었는데...당당하게 대학생 된다음 찾아오고 싶어서 꾹 참 았어요..."
"그래...고마워..."
"이젠 오빠랑 맥주도 마실 수 있어요..."
"그래...."
"핏~....언제 오빠한테 술한잔 얻어 마시려나....
오빠...우리 부대밖으로 외출 나갈 수 있는거죠??"
"응...아마도..."
"와~~~~~~신난다..우리 이러지 말고 얼른 나가요...."
뜻하지 않던 윤경의 면회...
재민에게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재민이 속해있던 부대는 갑작스런 미인의 방문으로 수 근거렸다...
특히나 그동안 휴가도 일절 반납한채 부대에만 있던 재민이었기에 그 수근거림은 더했 다..
당일 일직사관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한사코 거부하는 재민에게 외박증을 끊어 주었다...
재민은 이런 사실을 윤경에겐 숨긴채 부대밖으로 향했다...
윤경은 재민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을 숨기지 못한채 연신 벌어진 입으로 무수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밤....
재민과 윤경은 처음으로 함께 술을 마셨다...
하지만 몇잔의 술을 마신 윤경은 금새 취해버렸다...
"오빠....사랑하는오빠...나쁜 오빠....."
"윤경아..그만 일어서자...너 많이 취했어..."
"몰라요...나 더 마실거야...내가 그동안 이시간을 얼마나 기다린줄 알아요??..."
"윤경아...."
"나...정말 오랜시간동안 오빠 좋아했어요...
오빠앞에 당당하게 설려고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줄 알아요??..."
"....."
"유재민....이제 더이상 마음 졸이지 않을거야...
이젠 당당히 오빠옆에 있을거야...
누 가 뭐라해도....오..빠...옆..에..."
기어이 윤경이 술에 취한채 테이블에 고개를 숙인다...
난감했다...윤경이 설마 맥주 몇잔에 이토록 취할줄은 몰랐기에 재민은 당혹스러웠다 ...
한참을 윤경이 깨어나길 기다렸지만 윤경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침내 재민은 윤경을 엎고 여인숙으로 향했다...
취한 윤경을 자리에 뉘우고...재민이 윤경을 바라본다...
순간...그동안 몸서리치게 잊으려 노력했던 한여인의 얼굴이 재민의 머릿속에 가득차 기 시작했다...
"연주...."
그녀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그여름의 바다...함께 갔던 많은 장소들...
그리고 마지막밤을 보낸 인천의 어느 모텔까지.
"항상 당신곁에 이렇게 기대고 있을거에요..."
재민은 담배한개피를 입에 문다...
군입대하고 재민은 담배를 배웠다...
입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연기는 흩날리며 공중에서 흩어진다...
짧은 시간속 마치 필름이 흐르듯 모든 기억들이 순식간에 재민의 머릿속에 흐르고 있 었다...
밤....
재민의 머릿속은 한번 빠져든 상념속으로 한없이 빠져들고 있었다...
"핏~~..실망이다..."
아침에 눈을 뜬 윤경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재민에게 말한다..
"뭐가??..."
"군인은 고무신 신은 할머니도 여자로 본다고 하던데..."
"그런데??.."
"오빠 눈엔 내가 여자로 느껴지지 않았나 보네..."
"무슨뜻이야??"
"핏~~ 술에 취해 잠든 여자를 그대로 ..."
윤경은 거기까지 이야기 한 후 창피한지 끝말을 얼버무렸다..
"녀석...쓸데없는 소리말고 일어서...아침 먹어야지..."
재민은 윤경을 뒤로 한채 여인숙을 나섰다...
그런 재민에게 윤경이 어느새 달려와 팔짱을 꼈다..
"오빠~~"
"왜..."
"...아니에요...."
윤경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이내 포기한다...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신후 재민은 연주와 함께 역으로 향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윤경은 곧 기차가 올거란 생각에 입을 연다..
"오빠~~"
"응??..."
"나...오빠 사랑하면 안돼요??"
갑작스런 윤경의 말에 재민이 약간 놀란듯 윤경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마음이에요...
오빠를 처음 본 그날부터..그래서 오빠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려고 여지껏 기다려왔어요..
이젠...이젠 ...날 받아주지 않을래요??"
"윤경아...."
그때였다...역으로 기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대답하지 말고 다음에 대답해줘요...
지금 오빠 입에서 무슨말이 나올지 알아요 ...
슬프지만 이해할게요...하지만 기다릴게요..."
"윤경아...난..."
"싫어요...지금은 아무것도 듣지 않을래요..."
"...."
"아프지 말아요...밥잘먹고....그리고 이건 제 연락처에요...
자주 연락안하면 내가 매 일 찾아올거에요...알았죠??"
"그래.....조심해가렴..."
"갈께요...나...한번 안아주지 않을래요??"
재민이 윤경을 안는다..그런 재민의 품안으로 윤경이 힘껏 안겨왔다...
"이제 가봐..열차 떠날려고해..."
"갈게요...꼭 연락해요..."
윤경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재민이 몇년전 한 바닷가에서 연주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듯 이젠 윤경이 재민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해왔다...
윤경의 행동에서 지난 자신의 고백을 읽을 수 있음에 재민의 맘은 또다시 무거워졌다 ...
재민이 시계를 쳐다본다...
아직 부대 복귀 시간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어디서든 술 한잔 해야할것만 같았다...
안그러면 오늘 밤 내내 이 무거운 맘에 잠을 이루지 못할것만 같았다...
긴 상념에서 깨어난 재민은 손에 쥐어진 담배를 재털이에 비볐다....
어느새 담배꽁초 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군제대후 2년간의 대학생활후...
재민이 지금 회사에 다니기까지 생각하면 긴 시간이었 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녀와 닮은 여자를 본것만으로 지독한 폭음을 할만큼 연주는 재민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는 존재였다...
그때였다...전화벨이 울린건....
"네...."
"오빠...."
"응..."
"휴일인데 뭐해요??"
"그냥..."
"핏..또 집에서 혼자 궁상맞게 있구나..."
"어디야??"
"어딜것 같아요??"
"글쎄..."
"나도 집이에요...오빠 우리 만나요..."
윤경의 말에 재민도 연주의 생각에서 벗어나 바람이라도 쐬고싶었다...
"그래..그러자..."
"그럼...3시에...항상 만나는 곳에서요..."
"그래..."
재민은 연주의 사슬에서 벗어나려는듯 서둘러 외출준비를 했다..
재민이 나간후 방안에는 아직 빠지지 않은 담배연기만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윤경은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한후 그계통의 직장에 다니고 있었 다...
윤경은 재민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런 윤경의 마음을 재민은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 고 있었다...
밖의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렇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가을이었다....
재민은 그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힘껏 심호흡을 해본다...
상쾌했다....
어제 술을 마시느라 회사근처에 차를 두고오는 바람에 재민은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
날씨 탓인지 가벼운 나들이 차림의 사람들이 전철안에 많이 눈에 띄었다...
재민은 하나의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종로3가에 다다른다...
재민은 감고 있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재민이 역사이로 많은 사람들속을 지나칠무렵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재민씨!"
"재민씨!"
재민이 뒤돌아본다...
그곳엔 지영이 재민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순간...재민의 가슴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지영.....씨...."
재민은 너무도 오랜만에 대하는 지영을 어색하게 불렇다...
"재민씨 맞군요...옆모습 보곤 긴가민가 했어요..."
"오랜만이군요..."
"네...정말 오랜만이네요...이럴게 아니라 우리 잠시만 어디가서 차한잔 할까요??"
재민은 시계를 쳐다본다..아직 윤경과의 약속시간이 꽤 많이 남아있었다..
"그러죠..."
"어쩜 그렇게 연락을 끊을 수 있어요??..."
"....."
"나나 훈이 아빠나 얼마나 재민씨 이야기 많이 했는줄 알아요??"
"훈이 아빠...."
재민은 지영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조금 놀란다...
"아참...우리 결혼했어요...이제 이년 다돼가요...."
"그렇군요...늦었지만 축하해요..."
"후훗...아직 축하할게 하나더 남았어요..."
"네??...."
"아들이 있어요...이름은 임 훈....곧있으면 돌이에요.."
참 시간이 빠르기만 하다...벌써 이들사이에 돌된 아이가 있다니....
"미안해요...제가 너무 무심했죠??...."
"아..아니에요....재민씨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훈이 아빠도 재민씨 많이 궁금해 하 지만...이해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재민씨...훈이 아빠...누님 소식 궁금하지 않으세요??...."
순간...재민의 가슴이 덜컥 소리를 내며...마치 심연속으로 가라앉는듯한 충격을 받는 다....
"아니요...듣고 싶지 않아요...미안해요..."
재민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지영에게 말한다...
"그래요.....그렇군요...."
"....."
다소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지영이 웃으며 말을 돌린다..
"다음주에 우리 훈이 돌이에요...재민씨가 오시면 연재씨도 참 많이 좋아할거에요 ..."
"네....."
재민은 이미 그녀의 모든말이 귓속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연주의 말 이 나온 뒤로....
"이건 집 전화번호에요...꼭 오세요...꼭..."
"네...."
재민은 연락처를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지영과 헤어진 뒤 재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찹함에 사로잡혔다...
그리곤 그 감정에 서 쉽사리 빠져나올수 없는 자신을 느낀다...
재민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나야..."
"어머...오빠...나 거의 도착했어...오빠는??"
"윤경아...미안해...급한 일이 생겨서 못가겠어..."
"왜??...나쁜일이야??...."
"아니...회사일..."
"그래??...그럼 할수없지뭐...."
"미안해..."
"아니야..괜찮아...내신경 쓰지말고 일해..."
"그래..."
아쉬워하는 윤경의 목소리를 뒤로 한채 재민은 다시금 발길을 돌린다...
재민은 다시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진열장에서 양주 한병을 꺼낸다...
클라스에 술을 담아 들이킨다...
"도대체 왜 이런거야...이제와서 왜 새삼스럽게....
이젠 돌이킬수 조차 없는일이잖아 ....
잊어야해 이젠 잊어야해...유재민..."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한 여인의 모습을 잊기 위해 재민은 연거푸 독한 양주를 들이켰 다...
하지만 ..술을 들이킬수록 더욱 선명하게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음속으로 계속 부인하려 했지만 한번 떠오른 그녀의 모습은 좀처럼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
그렇게 재민은 취해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연주의 이름만으로도 재민은 그렇게 취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 지만...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같은 것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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