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제7부
학교 제7부
일직을 끝내고 준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와 보니 미연이 없었다. 아마 자취방으로 돌아갔나 보다.
준호는 대충 씻고 대충 집안 청소라도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너무도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이미 미연이 다 치우고 간 것이다.
"짜아식… 시키지 않은 짓 했네"
하면서 준호는 지난밤의 일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마냥 어린 아이인줄 알았는데… 이미 미연의 몸은 영글대로 영글어 있었다. 아니 미연뿐만 아니라, 준호네 반 학생들 대부분이 성숙해 있었던 것이다.
준호는 대충 집안을 둘러보고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정해놓고 갈만한 곳이 없었다.
준호는 역 앞에 있는 별 다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 저녁 단란주점에서 만난 다방아가씨들하고 장난이라도 치려고….
"끼…익"
3층짜리 건물 지하에 위치한 별 다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안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기계적인 응답이 왔다.
다방 안은 조금은 어두침침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곳 다방 아가씨들은 손님들이 오면 옆에 붙어 앉아 온갖 아양을 떨기 때문에 밝은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였다.
준호는 약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어제 밤에 보았던 윤이라는 아가씨가 물 한잔을 들고 왔다.
"어머! 어제 보았던 아저씨 맞지요?"
"안녕하세요?"
준호는 살며시 웃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어제 밤에 잘 들어가셨어요? 술 많이 취하셨던데…"
"아이고! 고양이가 쥐 걱정하고 있네… 아가씨는 잘 들어갔어?"
"저야 뭐…. 누가 오시기로 돼있어요?"
"아니… 그냥 차나 한 잔 할까 하고 왔어."
"그래요? 그럼 뭐 드실래요?"
"나? 냉커피나 안 잔 갖다줄래?"
"저도 한 잔 마실께요?"
"그래."
미스 윤은 일어나서 주방 쪽으로 갔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짧은 치마 밑으로 드러난 각선미가 볼 만 하였다. 착 달라붙는 치마라서 그런지 팬티 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저러니 남자들을 놀일 만도 하지…. 괜히 쓴웃음이 나왔다. 준호 자신도 그런 부류 중에 하나이려니 생각하니….
"바깥 날씨가 덥지요?"
하면서 미스 윤이 나와 자신이 마실 커피를 내려놓고 준호 옆에 와서 앉는다.
"응. 더워. 그래도 안에는 시원하네."
하면서 준호는 커피를 한 모금 털어 넣었다. 시원함이 목을 적셔주었다.
"미스 진은 안보이네?"
"진언니요?"
"응"
"그 언니 오늘 쉬는 날이예요. 왜요 없으니까 서운해요?"
"우리가 언제 봤다고 서운하냐?"
"아니 그냥 물어 본거다"
하면서 준호는 미스 윤과 쓸데없는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덧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준호는 정수영과 저녁이나 하면서 달래줄려고 전화를 하였다.
"따르릉… 따르릉…"
몇 차례의 신호가 울렸으나 정수영은 응답이 없었다.
준호는 수화기를 놓았다가 다시 걸었다.
"따르릉…따르릉…"
응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준호는 정수영의 집으로 가기 위해 다방을 나왔다.
"아저씨! 또 놀러와요!"
"응! 또 올께!"
미스 윤이 방긋이 웃어 준다. 웃는 얼굴이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호는 정수영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수영의 집은 원래 서울인데, 이 곳으로 발령 받아 자취를 하고 있었다.
정수영의 집에 도착한 준호는 머뭇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총각이 처녀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이 왠지 꺼렸기 때문이다. 도시라면 모르지만, 시골에서는 아직도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다.
준호는 한참이나 정수영의 집 앞에서 배회하였다.
문득 고개를 들어 정수영의 방일 것으로 생각되는 곳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불빛을 보니 정수영은 집에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준호는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던 준호는 집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시켜 마셨다.
정말 술이라도 한 잔 해야지 잠들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그럭 저럭 한 병을 비운 준호는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앞에 왠 여학생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뒷모습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미연이었다. 미연이가 아침의 교복차림으로 준호의 집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준호가 아는 대로라면 미연의 집은 준호의 집하고는 정반대이다. 그런데 미연이 지금 준호의 집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데? 미연이가 왜…?"
이상한 일이었다. 준호는 아무 말없이 미연의 뒤를 밟았다. 미연은 준호가 생각한대로 바로 자신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미연이 아니니?"
준호는 미연이를 불렀다.
그러자 미연은 깜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선생님!"
"이밤에 너가 여기 왠 일이니?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집에 갖다와서 저녁 때 혼자 있으려니까 심심해서…"
"집에 갖다 왔니?"
"예"
"집에는 별 일 없고?"
"예"
"저녁은 먹었니?"
"아직…"
"저런… 아직까지 저녁도 안먹고… 가자! 선생님이 맛있는 것 해줄게"
"괜찮아요. 선생님 술 드셨어요?"
"응! 한 잔 했다. 기분 얹짢고 해서…. 가자! 내가 맛있는 것 해줄테니까"
"괜찮은데…"
준호와 미연은 같이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온 준호는,
"더운데 씻을래?"
"저는 괜찮아요."
"그래? 그럼 선생님 좀 씻고 나올게"
하고 준호는 욕실로 들어가서 씻고 나왔다.
"배고프지? 뭐가 있을까?"
하고 준호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막상 냉장고 문을 열기는 열었으나, 마땅한 것이 없었다.
"미연아! 어떻게 하지? 먹을 것이 빵 뿐이니…"
"저는 괜찮아요."
"그럼 빵이라도 먹으렴"
하고 준호는 빵과 잼을 내왔다. 그리고 자신은 맥주를 들고 나왔다.
"갈증이 나서 선생님은 한 잔 해야 하겠다."
"……"
미연은 준호가 가져다 준 빵을 오물오물 씹어 먹었다. 그리고 준호는 옆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시원한 것이 갈증을 확 풀어 주었다.
"언제 갔니?"
"선생님 나가시고 공부 조금 하다가 바로 갔어요"
"곧바로 집으로 간거야?"
"예"
"기말고사 공부는 잘되고 있니?"
"그냥 하고 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니, 갑자기,
"헉! 커억!"
하면서 미연이 가슴을 치는 것이다. 마실 것도 없이 빵을 먹다보니 목이 메인 것 같았다. 준호는 놀래서,
"미연아! 괜찮니?"
하면서 미연의 등을 두드렸다. 미연은 준호가 두드리는대로 다소곳이 가만히 있었다.
"탁! 탁! 탁!"
"후우… 이제 괜찮아요"
그러나 그때까지도 준호는 미연의 등을 두드리다가, 이제 서서히 쓸었다.
"됐어요. 선생님! 이제 괜찮아요."
하자 준호는 얼른 미연의 등에서 손을 뗐다.
"어떻게 하지? 마실 것이 없어서…"
"괜찮아요."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할까? 미연이 너 맥주 마실 줄 아니?"
"예?"
"맥주 마실 줄 몰라?"
"조금은 마셔요"
"그래? 그럼 맥주 한 잔 해라. 그럼 목이 덜 메일거야"
하면서 준호는 미연이에게 맥주를 한 잔 주었다.
사실 미연은 술을 안마셔보았다. 그러나 선생님과 둘이 앉아 있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해서 술을 마시려고 한 것이다.
미연은 맥주를 입에 갖다 대었다. 약간 찝집했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미연은 서 너 모금으로 한 잔을 마셨다.
"어…어 잘마시네?"
하면서 준호는 한 잔을 더 주었다.
"저…어 못 마셔요."
"괜찮아 마시다가 힘들면 먹지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신 술이 벌써 네 병이 되었다. 그중에 미연이 마신 술은 거의 한 병은 될 것이다. 마셔 본 적이 없는 술을 한 병 반씩이나 마셨으니, 미연은 서서히 몸가짐이 흐트러지기 시작하였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술기운은 점점 올라왔다.
"어휴! 선생님 더워요!"
"덥니?"
준호는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그러나 초여름의 무더위는 베란다를 열자마자 오히려 더운 열기를 가져다 주었다.
"문을 여니까 더 덥다!"
하면서 준호는 다시 문을 닫았다.
"더우면 쫌 씻고 나와"
"예 그래야겠어요."
하면서 미연은 욕실로 들어갔다.
준호는 앉아서 남은 맥주를 마저 마셨다.
"아휴! 시원해라."
하면서 미연이 수건으로 얼굴을 닫으면서 나왔다.
"이 쪽으로 앉아라. 선생님은 이것 좀 치우고…"
하고 준호는 미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자리를 정리하였다.
다 치우고 난 준호는 미연의 옆에 앉았다.
둘은 앉아서 TV를 보았다. TV에서는 영화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애정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 준호와 미연은 아무 말이 없었다. 영화 속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애정 표현으로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꿀꺽"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준호는 미연을 쳐다보았다. 동시에 미연도 준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준호는 한 손으로 미연의 어깨를 잡았다. 미연의 눈길이 약하게 흔들렸다.
학교 제7부
일직을 끝내고 준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와 보니 미연이 없었다. 아마 자취방으로 돌아갔나 보다.
준호는 대충 씻고 대충 집안 청소라도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너무도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이미 미연이 다 치우고 간 것이다.
"짜아식… 시키지 않은 짓 했네"
하면서 준호는 지난밤의 일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마냥 어린 아이인줄 알았는데… 이미 미연의 몸은 영글대로 영글어 있었다. 아니 미연뿐만 아니라, 준호네 반 학생들 대부분이 성숙해 있었던 것이다.
준호는 대충 집안을 둘러보고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정해놓고 갈만한 곳이 없었다.
준호는 역 앞에 있는 별 다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 저녁 단란주점에서 만난 다방아가씨들하고 장난이라도 치려고….
"끼…익"
3층짜리 건물 지하에 위치한 별 다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안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기계적인 응답이 왔다.
다방 안은 조금은 어두침침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곳 다방 아가씨들은 손님들이 오면 옆에 붙어 앉아 온갖 아양을 떨기 때문에 밝은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였다.
준호는 약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어제 밤에 보았던 윤이라는 아가씨가 물 한잔을 들고 왔다.
"어머! 어제 보았던 아저씨 맞지요?"
"안녕하세요?"
준호는 살며시 웃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어제 밤에 잘 들어가셨어요? 술 많이 취하셨던데…"
"아이고! 고양이가 쥐 걱정하고 있네… 아가씨는 잘 들어갔어?"
"저야 뭐…. 누가 오시기로 돼있어요?"
"아니… 그냥 차나 한 잔 할까 하고 왔어."
"그래요? 그럼 뭐 드실래요?"
"나? 냉커피나 안 잔 갖다줄래?"
"저도 한 잔 마실께요?"
"그래."
미스 윤은 일어나서 주방 쪽으로 갔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짧은 치마 밑으로 드러난 각선미가 볼 만 하였다. 착 달라붙는 치마라서 그런지 팬티 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저러니 남자들을 놀일 만도 하지…. 괜히 쓴웃음이 나왔다. 준호 자신도 그런 부류 중에 하나이려니 생각하니….
"바깥 날씨가 덥지요?"
하면서 미스 윤이 나와 자신이 마실 커피를 내려놓고 준호 옆에 와서 앉는다.
"응. 더워. 그래도 안에는 시원하네."
하면서 준호는 커피를 한 모금 털어 넣었다. 시원함이 목을 적셔주었다.
"미스 진은 안보이네?"
"진언니요?"
"응"
"그 언니 오늘 쉬는 날이예요. 왜요 없으니까 서운해요?"
"우리가 언제 봤다고 서운하냐?"
"아니 그냥 물어 본거다"
하면서 준호는 미스 윤과 쓸데없는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덧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준호는 정수영과 저녁이나 하면서 달래줄려고 전화를 하였다.
"따르릉… 따르릉…"
몇 차례의 신호가 울렸으나 정수영은 응답이 없었다.
준호는 수화기를 놓았다가 다시 걸었다.
"따르릉…따르릉…"
응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준호는 정수영의 집으로 가기 위해 다방을 나왔다.
"아저씨! 또 놀러와요!"
"응! 또 올께!"
미스 윤이 방긋이 웃어 준다. 웃는 얼굴이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호는 정수영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수영의 집은 원래 서울인데, 이 곳으로 발령 받아 자취를 하고 있었다.
정수영의 집에 도착한 준호는 머뭇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총각이 처녀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이 왠지 꺼렸기 때문이다. 도시라면 모르지만, 시골에서는 아직도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다.
준호는 한참이나 정수영의 집 앞에서 배회하였다.
문득 고개를 들어 정수영의 방일 것으로 생각되는 곳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불빛을 보니 정수영은 집에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준호는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던 준호는 집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시켜 마셨다.
정말 술이라도 한 잔 해야지 잠들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그럭 저럭 한 병을 비운 준호는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앞에 왠 여학생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뒷모습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미연이었다. 미연이가 아침의 교복차림으로 준호의 집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준호가 아는 대로라면 미연의 집은 준호의 집하고는 정반대이다. 그런데 미연이 지금 준호의 집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데? 미연이가 왜…?"
이상한 일이었다. 준호는 아무 말없이 미연의 뒤를 밟았다. 미연은 준호가 생각한대로 바로 자신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미연이 아니니?"
준호는 미연이를 불렀다.
그러자 미연은 깜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선생님!"
"이밤에 너가 여기 왠 일이니?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집에 갖다와서 저녁 때 혼자 있으려니까 심심해서…"
"집에 갖다 왔니?"
"예"
"집에는 별 일 없고?"
"예"
"저녁은 먹었니?"
"아직…"
"저런… 아직까지 저녁도 안먹고… 가자! 선생님이 맛있는 것 해줄게"
"괜찮아요. 선생님 술 드셨어요?"
"응! 한 잔 했다. 기분 얹짢고 해서…. 가자! 내가 맛있는 것 해줄테니까"
"괜찮은데…"
준호와 미연은 같이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온 준호는,
"더운데 씻을래?"
"저는 괜찮아요."
"그래? 그럼 선생님 좀 씻고 나올게"
하고 준호는 욕실로 들어가서 씻고 나왔다.
"배고프지? 뭐가 있을까?"
하고 준호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막상 냉장고 문을 열기는 열었으나, 마땅한 것이 없었다.
"미연아! 어떻게 하지? 먹을 것이 빵 뿐이니…"
"저는 괜찮아요."
"그럼 빵이라도 먹으렴"
하고 준호는 빵과 잼을 내왔다. 그리고 자신은 맥주를 들고 나왔다.
"갈증이 나서 선생님은 한 잔 해야 하겠다."
"……"
미연은 준호가 가져다 준 빵을 오물오물 씹어 먹었다. 그리고 준호는 옆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시원한 것이 갈증을 확 풀어 주었다.
"언제 갔니?"
"선생님 나가시고 공부 조금 하다가 바로 갔어요"
"곧바로 집으로 간거야?"
"예"
"기말고사 공부는 잘되고 있니?"
"그냥 하고 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니, 갑자기,
"헉! 커억!"
하면서 미연이 가슴을 치는 것이다. 마실 것도 없이 빵을 먹다보니 목이 메인 것 같았다. 준호는 놀래서,
"미연아! 괜찮니?"
하면서 미연의 등을 두드렸다. 미연은 준호가 두드리는대로 다소곳이 가만히 있었다.
"탁! 탁! 탁!"
"후우… 이제 괜찮아요"
그러나 그때까지도 준호는 미연의 등을 두드리다가, 이제 서서히 쓸었다.
"됐어요. 선생님! 이제 괜찮아요."
하자 준호는 얼른 미연의 등에서 손을 뗐다.
"어떻게 하지? 마실 것이 없어서…"
"괜찮아요."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할까? 미연이 너 맥주 마실 줄 아니?"
"예?"
"맥주 마실 줄 몰라?"
"조금은 마셔요"
"그래? 그럼 맥주 한 잔 해라. 그럼 목이 덜 메일거야"
하면서 준호는 미연이에게 맥주를 한 잔 주었다.
사실 미연은 술을 안마셔보았다. 그러나 선생님과 둘이 앉아 있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해서 술을 마시려고 한 것이다.
미연은 맥주를 입에 갖다 대었다. 약간 찝집했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미연은 서 너 모금으로 한 잔을 마셨다.
"어…어 잘마시네?"
하면서 준호는 한 잔을 더 주었다.
"저…어 못 마셔요."
"괜찮아 마시다가 힘들면 먹지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신 술이 벌써 네 병이 되었다. 그중에 미연이 마신 술은 거의 한 병은 될 것이다. 마셔 본 적이 없는 술을 한 병 반씩이나 마셨으니, 미연은 서서히 몸가짐이 흐트러지기 시작하였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술기운은 점점 올라왔다.
"어휴! 선생님 더워요!"
"덥니?"
준호는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그러나 초여름의 무더위는 베란다를 열자마자 오히려 더운 열기를 가져다 주었다.
"문을 여니까 더 덥다!"
하면서 준호는 다시 문을 닫았다.
"더우면 쫌 씻고 나와"
"예 그래야겠어요."
하면서 미연은 욕실로 들어갔다.
준호는 앉아서 남은 맥주를 마저 마셨다.
"아휴! 시원해라."
하면서 미연이 수건으로 얼굴을 닫으면서 나왔다.
"이 쪽으로 앉아라. 선생님은 이것 좀 치우고…"
하고 준호는 미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자리를 정리하였다.
다 치우고 난 준호는 미연의 옆에 앉았다.
둘은 앉아서 TV를 보았다. TV에서는 영화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애정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 준호와 미연은 아무 말이 없었다. 영화 속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애정 표현으로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꿀꺽"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준호는 미연을 쳐다보았다. 동시에 미연도 준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준호는 한 손으로 미연의 어깨를 잡았다. 미연의 눈길이 약하게 흔들렸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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