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墮天使]Dark Angel 3부 7장
"그 라인트레이서라는 남자 느낌이 안 좋아요."
"왜?"
"글쎄요.. 그보다 실은 밖에 나오면 명랑해지는 군요."
"집에서는 모든 게 거슬리니까.."
"그렇군요...."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실과 칼리엘은 담벼락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다.
"뭐가?"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음 천사란 이상하군.."
대화는 깊히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겉만 맴돌 뿐이었고, 둘은 에리나 사설학원이 정문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아 잠깐만요. 실."
"왜 그래?"
"이상한 노래소리가 들려요."
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응? 난 아무 것도 안 들리는데.."
"저기서....."
칼리엘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틀자, 학교 앞 작은 정원에서 라인 트레이서가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실의 눈에 들어왔다.
"난 아직 안 들려."
"가까이 가보죠.. 가사가 이상해요."
칼리엘은 실의 걸음을 재촉했고 조금씩 라인이 부르고 있는 노래가 실의 귀에도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했지.. 마즈.. 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말인가? 이 자유라는 이름 아래 인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전쟁을 반복해 왔는가. 어차피 인간은 태어난 시점부터 이미 이 시계의 굴레에 얽매여져 도망치는 것마저 결코 불가능한 것인데 이런 말을 담는 것 자체가 세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위선자들의 첫번째 대죄..
정의. 사람이 자신이 바르다고 믿는 것 따위는 이 세상에 그 인간의 수만큼 존재하는데도 자신이 바르다고 믿는 것을 남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일. 세계에 광기를 퍼뜨리는 두번째 대죄이지..
인권? 웃기는 소리. 누군가가 남에 대해서 뭔가를 주장하는 경우, 이에는 반드시 의무가 발생하는 것임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같은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멍청한 놈들이 많아.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인간으로서의 실력을 키워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무를 다하지도 못한 주제에 권리만을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어! 세계를 약체화시키는 세번째 대죄.
약자라고.. 원래 인간은 다른 많은 동식물과 아무 다른 점이 없는 포유류라 불리는 동물에 지나지 않아. 절대 영장류 따위로 불리는 자기중심적인 위선적 생물이 아니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아무 다른 점이 없다면.. 자연을 지배하는 대원칙인 약육강식이야말로 만물불변의 원리야. 더불어 우리들 인간의 세계에서도 약자는 없어져야 하는 운명. 그들 약자를 보호한다는 따위의 잘못된 생각은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모독이니 이 세계의 섭리를 파괴하려는 네번째 대죄인 것!
우정. 원래 인류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줄 가능성이 높은 상대와의 상호보조를 목적으로 한 어떤 그룹을 만들어 살아가는 존재이긴 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이해에 관계되는 거래에 지나지 않아. 상대에 대해서 아무런 타산적인 계산도 없이 동성의 상대를 도와주는 따위의 행동은 이 얼마나 역겹고 구역질나는 행위야? 이 세계를 어지럽히려는 다섯번째 대죄인거야.
평등이라니... 인간이 태어난 단계부터 동등한 입장을 가진 상태였던 순간이 과연 역사상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어떤 자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충분한 교육과 영양을 받고, 또 어떤 자는 먹을 것마저 충분치 못한 집에서 태어나 배는 물로 가득 차고 몸에 달라붙는 파리마저 쫓아낼 길운이 없는 그런 상태의 사람들이 가득 존재하는 세상에서 동등한 입장을 가진 평든이 존재한다는 말을 하면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세상이라도 확립되어 있는 계급제도를 무시하는 그런 말을 꺼내는 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선자에 지나지 않아. 이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려고 하는 여섯번째 대죄인 것이지
사랑 이와 같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망상이야말로 이 세계의 7개의 대죄 중에서도 가장 죄가 무거운 것. 이런 미신을 믿게 되면 사람들은 그 판단력을 잃고 감정만으로 행동하게 되고 살인, 방화, 자살, 심지어는 대량살상의 원인이 되기도 해. 지금까지 몇 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인생을 망쳐버렸어. 사랑이라는 망상은 이 세계의 번영을 파괴하는 일곱번째의 크나큰 대죄.
그러자 카트가 대답했어. 당신은........."
"라인씨! 아니 라인오빠."
실이 외쳐 부르는 소리에 라인의 노래는 끊겼다.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아니 실. 그리고 칼리엘씨? 어떻게..."
= = = = = = = = = = = = = = = = = = = =
실과 칼리엘은 거실에 소파에 앉아 라인이 건네주는 차를 받았다. 라인은 칼리엘을 향해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미며 말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저의 집이 아니라 변변하게 대접할 만한 것이 없군요."
"아냐 괜찮아.. 그렇지 칼리엘?"
칼리엘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놀랐어요. 실이랑 칼리엘씨가 이곳으로 찾아오다니? 설마 저를 보러 온 건가요?"
"그러니까.. 아....."
실은 라인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질문에 얼굴이 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허둥지둥 얼굴이 빨개졌다. 라인은 그녀의 당황하는 모습을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말을 했다.
"게다가 포보스 형과 실이 아는 사이라니 더욱 놀랐어. 실."
"그건...... 아."
칼리엘은 미소를 입가에서 지우지 않는 라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윤기 있게 빛나는 금발과 어울리는 뛰어난 외모 그리고 여유를 품은 표정.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바라보고 있게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심연과도 같은 검은 눈동자.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마성(魔性)이었다. 게다가 그가 불렀던 노래.. 보통 인간이라면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될 읽는 자는 반드시 죽게된다는 저주의 마서 "에반겔린"에 수록된 것이 아니었던가..
칼리엘이 라인과 실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라인이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렀다. 주위가 어두워지는 듯한 느낌에 칼리엘은 정신을 차렸다. 도착했을 때는 하늘 위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던 태양이 어느새 불길한 붉은 색으로 변하여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노을이 창문을 통해 거실로 스며들어 벽면이나 여러 집기들에 예쁜 색깔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머 정말?"
"그래 그때 얼마나 놀랐는데.."
"에이 설마..."
"뭐야.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칼리엘은 차츰차츰 주위 상황이 머릿속에 인식되었다. 라인이 내놓았지만 마시지 않은 차는 이미 차갑게 식어 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옆에 앉아 있는 실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 지 연신 웃으며 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을 텐데... 그 몇 시간 동안이나 지치지도 않고......
"저 실?"
칼리엘은 라인의 이야기에 빠져 있는 실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앗 칼리엘 왜?"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이제 돌아가 봐야하지 않겠어요?"
그제야 실도 어두워지고 있음을 인식한 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너무 오래 붙잡아 두고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칼리엘씨."
실보다 라인이 먼저 나선다. 칼리엘은 왠지 그의 그런 행동이 거슬렸다.
"실 가봐야죠?"
"그래 가봐야지.. 하지만 별로 가고 싶지 않은걸...... 게다가 아직 포보스씨도 돌아오지 않았잖아."
레그나에게 정복(?)당한 집안을 떠올린 때문인지 실의 음성이 어둡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그럼..."
"정말 대접도 못해드리고.. "
칼리엘이 먼저 인사를 하며 일어나는데 실도 무작정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따라 일어났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칼리엘과 함께 실이 밖으로 나가자 라인 또한 마중을 나왔다.
"그럼 실 다음에 또 봐."
"응 안녕 오빠."
수시간동안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서로를 부르는 어색함은 거의 없었다. 실과 칼리엘은 언제 봐도 지겹도록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배웅하는 라인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중간에 실이 칼리엘에게 물었다.
"칼리엘."
"왜요?"
"아까 말야.. 라인오빠랑 같이 있을 때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했던 거야. 옆에서 몇번 불러도 대답도 안 하던걸.. 어쩔 수 없이 난 오빠랑만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 그건.. 조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 집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인간들은 동시에 세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천사는 한번에 한 가지 일밖에는 할 수 없어요. 다른 생각을 하면서 대화를 할 수도 없죠. 그리고 그 집중력은 인간들과는 전혀 다르니까요...."
"뭔가 말도 안 되는 변명이야...."
칼리엘의 대답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은 아니었다. 이전의 상황과 방금 전의 변명은 실과 라인의 대화를 묘사하기 귀찮아한 작가라는 작자가 쓴 꽁수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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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칼리엘이 가고 라인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칼리엘이 마시지 않고 간 식어버린 차를 쳐다보며 라인은 혼자 중얼거렸다.
"칼리엘이란 여자. 깐깐한 게 여간해서 안 넘어오겠는데.. 게다가 예의도 별로 없어 보여. 남의 집에 와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이라니..... 훗 그리고 실이라...... 재밌겠어. "별로 가고 싶지 않은걸"이라고... 쿠쿠쿠 후하하하하하"
나지막하던 혼잣말은 어느새 자아도취적 광소(狂笑)로 변해 아무도 없는 방안에 별로 듣기 안 좋은 울림을 만들어 내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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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라인트레이서라는 남자 느낌이 안 좋아요."
"왜?"
"글쎄요.. 그보다 실은 밖에 나오면 명랑해지는 군요."
"집에서는 모든 게 거슬리니까.."
"그렇군요...."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실과 칼리엘은 담벼락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다.
"뭐가?"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음 천사란 이상하군.."
대화는 깊히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겉만 맴돌 뿐이었고, 둘은 에리나 사설학원이 정문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아 잠깐만요. 실."
"왜 그래?"
"이상한 노래소리가 들려요."
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응? 난 아무 것도 안 들리는데.."
"저기서....."
칼리엘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틀자, 학교 앞 작은 정원에서 라인 트레이서가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실의 눈에 들어왔다.
"난 아직 안 들려."
"가까이 가보죠.. 가사가 이상해요."
칼리엘은 실의 걸음을 재촉했고 조금씩 라인이 부르고 있는 노래가 실의 귀에도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했지.. 마즈.. 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말인가? 이 자유라는 이름 아래 인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전쟁을 반복해 왔는가. 어차피 인간은 태어난 시점부터 이미 이 시계의 굴레에 얽매여져 도망치는 것마저 결코 불가능한 것인데 이런 말을 담는 것 자체가 세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위선자들의 첫번째 대죄..
정의. 사람이 자신이 바르다고 믿는 것 따위는 이 세상에 그 인간의 수만큼 존재하는데도 자신이 바르다고 믿는 것을 남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일. 세계에 광기를 퍼뜨리는 두번째 대죄이지..
인권? 웃기는 소리. 누군가가 남에 대해서 뭔가를 주장하는 경우, 이에는 반드시 의무가 발생하는 것임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같은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멍청한 놈들이 많아.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인간으로서의 실력을 키워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무를 다하지도 못한 주제에 권리만을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어! 세계를 약체화시키는 세번째 대죄.
약자라고.. 원래 인간은 다른 많은 동식물과 아무 다른 점이 없는 포유류라 불리는 동물에 지나지 않아. 절대 영장류 따위로 불리는 자기중심적인 위선적 생물이 아니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아무 다른 점이 없다면.. 자연을 지배하는 대원칙인 약육강식이야말로 만물불변의 원리야. 더불어 우리들 인간의 세계에서도 약자는 없어져야 하는 운명. 그들 약자를 보호한다는 따위의 잘못된 생각은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모독이니 이 세계의 섭리를 파괴하려는 네번째 대죄인 것!
우정. 원래 인류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줄 가능성이 높은 상대와의 상호보조를 목적으로 한 어떤 그룹을 만들어 살아가는 존재이긴 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이해에 관계되는 거래에 지나지 않아. 상대에 대해서 아무런 타산적인 계산도 없이 동성의 상대를 도와주는 따위의 행동은 이 얼마나 역겹고 구역질나는 행위야? 이 세계를 어지럽히려는 다섯번째 대죄인거야.
평등이라니... 인간이 태어난 단계부터 동등한 입장을 가진 상태였던 순간이 과연 역사상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어떤 자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충분한 교육과 영양을 받고, 또 어떤 자는 먹을 것마저 충분치 못한 집에서 태어나 배는 물로 가득 차고 몸에 달라붙는 파리마저 쫓아낼 길운이 없는 그런 상태의 사람들이 가득 존재하는 세상에서 동등한 입장을 가진 평든이 존재한다는 말을 하면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세상이라도 확립되어 있는 계급제도를 무시하는 그런 말을 꺼내는 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선자에 지나지 않아. 이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려고 하는 여섯번째 대죄인 것이지
사랑 이와 같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망상이야말로 이 세계의 7개의 대죄 중에서도 가장 죄가 무거운 것. 이런 미신을 믿게 되면 사람들은 그 판단력을 잃고 감정만으로 행동하게 되고 살인, 방화, 자살, 심지어는 대량살상의 원인이 되기도 해. 지금까지 몇 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인생을 망쳐버렸어. 사랑이라는 망상은 이 세계의 번영을 파괴하는 일곱번째의 크나큰 대죄.
그러자 카트가 대답했어. 당신은........."
"라인씨! 아니 라인오빠."
실이 외쳐 부르는 소리에 라인의 노래는 끊겼다.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아니 실. 그리고 칼리엘씨? 어떻게..."
= = = = = = = = = = = = = = = = = = = =
실과 칼리엘은 거실에 소파에 앉아 라인이 건네주는 차를 받았다. 라인은 칼리엘을 향해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미며 말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저의 집이 아니라 변변하게 대접할 만한 것이 없군요."
"아냐 괜찮아.. 그렇지 칼리엘?"
칼리엘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놀랐어요. 실이랑 칼리엘씨가 이곳으로 찾아오다니? 설마 저를 보러 온 건가요?"
"그러니까.. 아....."
실은 라인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질문에 얼굴이 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허둥지둥 얼굴이 빨개졌다. 라인은 그녀의 당황하는 모습을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말을 했다.
"게다가 포보스 형과 실이 아는 사이라니 더욱 놀랐어. 실."
"그건...... 아."
칼리엘은 미소를 입가에서 지우지 않는 라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윤기 있게 빛나는 금발과 어울리는 뛰어난 외모 그리고 여유를 품은 표정.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바라보고 있게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심연과도 같은 검은 눈동자.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마성(魔性)이었다. 게다가 그가 불렀던 노래.. 보통 인간이라면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될 읽는 자는 반드시 죽게된다는 저주의 마서 "에반겔린"에 수록된 것이 아니었던가..
칼리엘이 라인과 실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라인이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렀다. 주위가 어두워지는 듯한 느낌에 칼리엘은 정신을 차렸다. 도착했을 때는 하늘 위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던 태양이 어느새 불길한 붉은 색으로 변하여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노을이 창문을 통해 거실로 스며들어 벽면이나 여러 집기들에 예쁜 색깔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머 정말?"
"그래 그때 얼마나 놀랐는데.."
"에이 설마..."
"뭐야.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칼리엘은 차츰차츰 주위 상황이 머릿속에 인식되었다. 라인이 내놓았지만 마시지 않은 차는 이미 차갑게 식어 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옆에 앉아 있는 실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 지 연신 웃으며 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을 텐데... 그 몇 시간 동안이나 지치지도 않고......
"저 실?"
칼리엘은 라인의 이야기에 빠져 있는 실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앗 칼리엘 왜?"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이제 돌아가 봐야하지 않겠어요?"
그제야 실도 어두워지고 있음을 인식한 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너무 오래 붙잡아 두고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칼리엘씨."
실보다 라인이 먼저 나선다. 칼리엘은 왠지 그의 그런 행동이 거슬렸다.
"실 가봐야죠?"
"그래 가봐야지.. 하지만 별로 가고 싶지 않은걸...... 게다가 아직 포보스씨도 돌아오지 않았잖아."
레그나에게 정복(?)당한 집안을 떠올린 때문인지 실의 음성이 어둡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그럼..."
"정말 대접도 못해드리고.. "
칼리엘이 먼저 인사를 하며 일어나는데 실도 무작정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따라 일어났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칼리엘과 함께 실이 밖으로 나가자 라인 또한 마중을 나왔다.
"그럼 실 다음에 또 봐."
"응 안녕 오빠."
수시간동안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서로를 부르는 어색함은 거의 없었다. 실과 칼리엘은 언제 봐도 지겹도록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배웅하는 라인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중간에 실이 칼리엘에게 물었다.
"칼리엘."
"왜요?"
"아까 말야.. 라인오빠랑 같이 있을 때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했던 거야. 옆에서 몇번 불러도 대답도 안 하던걸.. 어쩔 수 없이 난 오빠랑만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 그건.. 조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 집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인간들은 동시에 세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천사는 한번에 한 가지 일밖에는 할 수 없어요. 다른 생각을 하면서 대화를 할 수도 없죠. 그리고 그 집중력은 인간들과는 전혀 다르니까요...."
"뭔가 말도 안 되는 변명이야...."
칼리엘의 대답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은 아니었다. 이전의 상황과 방금 전의 변명은 실과 라인의 대화를 묘사하기 귀찮아한 작가라는 작자가 쓴 꽁수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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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칼리엘이 가고 라인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칼리엘이 마시지 않고 간 식어버린 차를 쳐다보며 라인은 혼자 중얼거렸다.
"칼리엘이란 여자. 깐깐한 게 여간해서 안 넘어오겠는데.. 게다가 예의도 별로 없어 보여. 남의 집에 와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이라니..... 훗 그리고 실이라...... 재밌겠어. "별로 가고 싶지 않은걸"이라고... 쿠쿠쿠 후하하하하하"
나지막하던 혼잣말은 어느새 자아도취적 광소(狂笑)로 변해 아무도 없는 방안에 별로 듣기 안 좋은 울림을 만들어 내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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