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墮天使]Dark Angel 3부 5장
"인간에게는 일곱 가지 미덕이 있어. 그중 첫째는 분노, 그 감정이야말로 모든 감정 중에서도 가장 인간을 행동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며 끊임없이 세상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혁시키는… 것. 그중 둘째는 질투, 유능한 인물일수록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질시를 받게 되지. 바꿔 말하면 그 인물의 우수함을 나타내는 가장 알기 쉬운 계측기. 또한 남녀 사이에서도 자신의 자손을 후세에 올바르게 전하기 위한 견제. 그중 셋째는 게으름, 자신의 몸을 쉬게 하려는 욕구는 동물이 자신의 컨디션을 최고 상태로 유지하려는 위험신호 같은 것… 쉬고 싶을 때에는 죽을 때까지 쉬어. 이것이야말로 자연계의 건강관리 대원칙. 그중 넷째는 폭식, 인간이 언제 자신의 직업을 잃고 기아 상태에 될 것인가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먹고 싶을 때에는 먹을 수 있을만큼 먹어야 해. 그중 다섯째는 강한 욕구, 식욕, 성욕, 수면욕 같은 욕구는 전부 본래 동물이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감정이며 이런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은 동물로서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지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 이런 것들을 얻길 포기한 동물은 단지 도태될 뿐.. 그중 여섯째는 교만, 강자가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주위에 대해 알리려는 것은 강자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며 이를 게을리하면 자신의 위치를 노리는 새로운 도전자와 계속 싸워야만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기지. 말하자면 자신보다 약하고 어리석은 자들에 대한 최저한의 매너.. 그중 일곱째는 욕정, 모든 동물에게 있어서 자신의 종족을 보다 많이 번영시키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 누군가에게 욕정을 느껴 아이 만들기를 노력하고 자신의 친족을 증식시켜 가는 것이야말로 7개의 미덕 중에서도 가장 존중받아야 할 감정"
"대체 왜 그런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거면서 거실에 낙서를 하는 거야!"
술집을 갔다 온 다음 날. 레그나는 아침부터 송진가루를 아니샤에게 구해오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아침을 먹은 후 지금 거실에 카페트를 들어내고 송진 가루를 뿌려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은 레그나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 지 불안해서 옆을 떠나지 않은 채 방해를 했다.
"네가 옆에서 쫑알대는 소리가 들려서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노래를 부른 거야."
"뭐라고!"
"어차피 칼리엘만 없었으면 미쳐버렸을 계집애 따위가 시끄럽게 굴지 말고 방에 가서 칼리엘 시중이나 들고 있으란 말야."
"뭐가 어째!"
실은 화르륵 분노에 불타올랐다. 그때 조용한 목소리가 둘 사이를 끼어 들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레이나인이었다.
"이건 마법진인가요? 레그나님."
"뭐 비슷해. 하지만 인간들의 마법진과는 좀 다르고 생명나무를 기반으로 한 변형된 팬타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
"팬타그램? 그게 뭐죠?"
"알 것 없어."
"귀찮으니까 실이나 데리고 사라져. 그리고 이 근처에 아무도 오게 하지마."
"네 레그나님."
저런 퉁명스러운 대꾸라면 당연히 화를 내야 될 법하건만 레이나인은 순순히 레그나의 말에 복종했다.
"실 아가씨.. 칼리엘님 곁에 계실래요? 어차피 보고 계셔봤자 소용없잖아요. 칼리엘님이 깨어나시면 같이 산책이라도 나갔다 오시면 마음이 풀리실 거예요."
"알았어요."
레그나가 나타난 지 몇 주일 실의 마음은 더 없이 황폐해져 있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웠다.
"모두 싫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실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칼리엘이 누워 있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고귀한 권천사 프린시펄리티즈중의 한명인 칼리엘은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천사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데에 힘을 쓴 것의 부작용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는 것. 도움이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인간의 심성에 개입하는 것은 천사들이 절대 깨서는 안될 금기. 그러나 칼리엘은 실의 파괴되었던 정신을 천사의 힘을 이용해 회복시켰기 때문에 그녀는 능력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렸고 깨어 있는 시간조차 얼마 되지를 않는다. 실은 방에 들어오자 마자 의자를 가져와 칼리엘 옆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옅게 남색 빛을 띠는 칼리엘의 머리카락은 해뜨기 직전의 새벽하늘과도 같은 색이었고, 긴 속눈썹이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애처롭게 작은 떨림을 반복했다.
"칼리엘......"
실은 가만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천사.. 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칼리엘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그 시간 레그나는 팬타그램이라고 하는 그림을 거의 완성해 가고 있었다. 커다란 원을 먼저 그리고 그 안에 사각형을 그리고 또 그 안에 삼각형을 기본으로 그려 넣은 후 세세한 선과 여러 언어로 쓰여진 주문들을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튼을 쳐서 어둡게 만든후 팬타그램 주위에 열세개의 촛불을 켰다.
레그나는 그 옆에 서서 조용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By my sacred name, through the Presence of my Oversoul and the Eternal Earth Deities, I invoke the Earth Night Power into this container of salt and now place the salt upon the earth to mark the boundary of my sacred circle. May the Presence of my Oversoul and the Eternal Water Deities fill this water and container and endow it with the Water Night Power."
주문이 이어지면서 팬타그램이 옅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Let this oil be made sacred and filled with the Power of the Night. Let the Presence of the Oversoul and Night Spirit touch it with their might, courage, solitude, and darkness. For the oil is now sacred and made for anointing the summon of a Night Magician."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팬타그램을 감쌌다. 그러나 그 빛이 감싼 가운데에는 모든 걸 삼켜버릴 듯한 어둠이 차츰차츰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주문은 완성되었고 레그나는 그가 바라는 것을 말했다.
"나 여덟 개의 날개를 가진 타천사 레그나 루시페르가 하나로부터 시작되어 셋으로 나누어 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계약을 이행하나니, 열려라. 문이여. 오너라 기다리는 자여. 나로부터 이름을 지음 받은 자. 너희의 이름은 앰네시아일 것이다."
빛에 둘러 싸여 갇혀 있는 것 같던 어둠이 그 빛의 장벽을 뚫었다. 세찬 바람이 주위를 둘러 싼 촛불을 꺼버리고 그 암흑이 모든 것을 덮어버릴 듯 퍼져 버렸다. 모든 소리를 흡수해버린 듯한 고요함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그리고 암흑은 천천히 흐려져 빛이 그 실체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뭐야.. 실패한 건가? 그럴 리가..."
레그나의 허탈한 목소리와 한숨이 그 짙은 정적을 헤쳤다. 그 순간 옅어져 가는 암흑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뭐지?"
"저어..?"
레그나의 목소리만이 있어야 할 공간에 조금은 허스키한 여자목소리가 났다. 레그나는 놀랐다.
"뭐야 성공한 거였나? 안테로?"
"설마.... 레그나님?"
아직 시야는 어두웠지만 인간이 아닌 레그나에게는 팬타그램 가운데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두개의 인영이 아주 느리게 인식되었다.
"뭐냐. 소환되자 마자 인사를 해야 될 거 아냐. 안 그래도 모자란 마력으로 무리를 해서 불러왔는데 설마가 뭐야 설마가."
"레그나님 살아 계셨군요.. 크윽!"
감격에 찬 목소리였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려던 그 그림자는 일어서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안테로 다친거냐?"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 저보다는 리트로가.. 더.."
"대체 뭐야! 라이트(Light)"
레그나는 빛을 불렀다. 그는 악마이기 때문에 어둠 따위 때문에 주위를 보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지만 마계의 문을 열기 위해 생성한 혼돈에 가까운 암흑상태에서는 주위를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주문에 따라 거실 중앙에 작은 빛의 구가 생겨 주위를 밝혔다.
빛에 구로 인해서 팬타그램 안의 그림자는 사람의 형체를 확실하게 띄었고 그들을 확인한 레그나는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몸 곳곳의 상처에서 난 피로 범벅이 되어 검은색의 오라를 조금씩 흘려보내고 있는 매혹적인 검은머리 소녀의 품에는 하얀 종이보다도 창백한 얼굴의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가 정신을 잃고 안겨 있었다. 레그나는 재빨리 그녀들에게 다가가 부축하고는 물었다.
"뭐냐.. 안테로 왜 너의 아스트랄이이 찢어져 오러가 새어나올 정도의 상처를 입은 거지? 그리고 리트로는 왜? 마력을...."
"페르제바브......... "
레그나가 안테로라고 부른 소녀는 힘겹게 하나의 이름을 내뱉었다. 그 이름을 들은 레그나의 미간이 분노로 떨렸다.
"그 파리새끼가 감히.. 너희를 이렇게 다치게 한건가?"
"레그나님이 천사들과의 전투에서 전사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는 믿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 직후에 판도에모니움에는 많은 일이 있었어요.. 가드리엘님이 유폐당하셨고 사탄께서도 힘을 잃으셨어요. 벨제뷔트님이 모든 정권을 장악하셨고 페르제바브님.. 아니.. 그 더러운 파리새끼는 저희를......."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좋아.. 나머지는 나중에 듣겠다. 너는 이제 쉬어라.. 리트로는 내가 치료하마."
레그나는 그녀의 눈물이 맺힌 눈썹에 살짝 키스하며 말했고 그녀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정말 감사... 그리고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
그녀는 레그나의 어깨에 기대어 안심한 듯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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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일곱 가지 미덕이 있어. 그중 첫째는 분노, 그 감정이야말로 모든 감정 중에서도 가장 인간을 행동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며 끊임없이 세상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혁시키는… 것. 그중 둘째는 질투, 유능한 인물일수록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질시를 받게 되지. 바꿔 말하면 그 인물의 우수함을 나타내는 가장 알기 쉬운 계측기. 또한 남녀 사이에서도 자신의 자손을 후세에 올바르게 전하기 위한 견제. 그중 셋째는 게으름, 자신의 몸을 쉬게 하려는 욕구는 동물이 자신의 컨디션을 최고 상태로 유지하려는 위험신호 같은 것… 쉬고 싶을 때에는 죽을 때까지 쉬어. 이것이야말로 자연계의 건강관리 대원칙. 그중 넷째는 폭식, 인간이 언제 자신의 직업을 잃고 기아 상태에 될 것인가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먹고 싶을 때에는 먹을 수 있을만큼 먹어야 해. 그중 다섯째는 강한 욕구, 식욕, 성욕, 수면욕 같은 욕구는 전부 본래 동물이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감정이며 이런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은 동물로서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지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 이런 것들을 얻길 포기한 동물은 단지 도태될 뿐.. 그중 여섯째는 교만, 강자가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주위에 대해 알리려는 것은 강자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며 이를 게을리하면 자신의 위치를 노리는 새로운 도전자와 계속 싸워야만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기지. 말하자면 자신보다 약하고 어리석은 자들에 대한 최저한의 매너.. 그중 일곱째는 욕정, 모든 동물에게 있어서 자신의 종족을 보다 많이 번영시키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 누군가에게 욕정을 느껴 아이 만들기를 노력하고 자신의 친족을 증식시켜 가는 것이야말로 7개의 미덕 중에서도 가장 존중받아야 할 감정"
"대체 왜 그런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거면서 거실에 낙서를 하는 거야!"
술집을 갔다 온 다음 날. 레그나는 아침부터 송진가루를 아니샤에게 구해오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아침을 먹은 후 지금 거실에 카페트를 들어내고 송진 가루를 뿌려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은 레그나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 지 불안해서 옆을 떠나지 않은 채 방해를 했다.
"네가 옆에서 쫑알대는 소리가 들려서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노래를 부른 거야."
"뭐라고!"
"어차피 칼리엘만 없었으면 미쳐버렸을 계집애 따위가 시끄럽게 굴지 말고 방에 가서 칼리엘 시중이나 들고 있으란 말야."
"뭐가 어째!"
실은 화르륵 분노에 불타올랐다. 그때 조용한 목소리가 둘 사이를 끼어 들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레이나인이었다.
"이건 마법진인가요? 레그나님."
"뭐 비슷해. 하지만 인간들의 마법진과는 좀 다르고 생명나무를 기반으로 한 변형된 팬타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
"팬타그램? 그게 뭐죠?"
"알 것 없어."
"귀찮으니까 실이나 데리고 사라져. 그리고 이 근처에 아무도 오게 하지마."
"네 레그나님."
저런 퉁명스러운 대꾸라면 당연히 화를 내야 될 법하건만 레이나인은 순순히 레그나의 말에 복종했다.
"실 아가씨.. 칼리엘님 곁에 계실래요? 어차피 보고 계셔봤자 소용없잖아요. 칼리엘님이 깨어나시면 같이 산책이라도 나갔다 오시면 마음이 풀리실 거예요."
"알았어요."
레그나가 나타난 지 몇 주일 실의 마음은 더 없이 황폐해져 있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웠다.
"모두 싫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실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칼리엘이 누워 있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고귀한 권천사 프린시펄리티즈중의 한명인 칼리엘은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천사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데에 힘을 쓴 것의 부작용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는 것. 도움이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인간의 심성에 개입하는 것은 천사들이 절대 깨서는 안될 금기. 그러나 칼리엘은 실의 파괴되었던 정신을 천사의 힘을 이용해 회복시켰기 때문에 그녀는 능력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렸고 깨어 있는 시간조차 얼마 되지를 않는다. 실은 방에 들어오자 마자 의자를 가져와 칼리엘 옆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옅게 남색 빛을 띠는 칼리엘의 머리카락은 해뜨기 직전의 새벽하늘과도 같은 색이었고, 긴 속눈썹이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애처롭게 작은 떨림을 반복했다.
"칼리엘......"
실은 가만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천사.. 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칼리엘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그 시간 레그나는 팬타그램이라고 하는 그림을 거의 완성해 가고 있었다. 커다란 원을 먼저 그리고 그 안에 사각형을 그리고 또 그 안에 삼각형을 기본으로 그려 넣은 후 세세한 선과 여러 언어로 쓰여진 주문들을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튼을 쳐서 어둡게 만든후 팬타그램 주위에 열세개의 촛불을 켰다.
레그나는 그 옆에 서서 조용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By my sacred name, through the Presence of my Oversoul and the Eternal Earth Deities, I invoke the Earth Night Power into this container of salt and now place the salt upon the earth to mark the boundary of my sacred circle. May the Presence of my Oversoul and the Eternal Water Deities fill this water and container and endow it with the Water Night Power."
주문이 이어지면서 팬타그램이 옅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Let this oil be made sacred and filled with the Power of the Night. Let the Presence of the Oversoul and Night Spirit touch it with their might, courage, solitude, and darkness. For the oil is now sacred and made for anointing the summon of a Night Magician."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팬타그램을 감쌌다. 그러나 그 빛이 감싼 가운데에는 모든 걸 삼켜버릴 듯한 어둠이 차츰차츰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주문은 완성되었고 레그나는 그가 바라는 것을 말했다.
"나 여덟 개의 날개를 가진 타천사 레그나 루시페르가 하나로부터 시작되어 셋으로 나누어 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계약을 이행하나니, 열려라. 문이여. 오너라 기다리는 자여. 나로부터 이름을 지음 받은 자. 너희의 이름은 앰네시아일 것이다."
빛에 둘러 싸여 갇혀 있는 것 같던 어둠이 그 빛의 장벽을 뚫었다. 세찬 바람이 주위를 둘러 싼 촛불을 꺼버리고 그 암흑이 모든 것을 덮어버릴 듯 퍼져 버렸다. 모든 소리를 흡수해버린 듯한 고요함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그리고 암흑은 천천히 흐려져 빛이 그 실체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뭐야.. 실패한 건가? 그럴 리가..."
레그나의 허탈한 목소리와 한숨이 그 짙은 정적을 헤쳤다. 그 순간 옅어져 가는 암흑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뭐지?"
"저어..?"
레그나의 목소리만이 있어야 할 공간에 조금은 허스키한 여자목소리가 났다. 레그나는 놀랐다.
"뭐야 성공한 거였나? 안테로?"
"설마.... 레그나님?"
아직 시야는 어두웠지만 인간이 아닌 레그나에게는 팬타그램 가운데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두개의 인영이 아주 느리게 인식되었다.
"뭐냐. 소환되자 마자 인사를 해야 될 거 아냐. 안 그래도 모자란 마력으로 무리를 해서 불러왔는데 설마가 뭐야 설마가."
"레그나님 살아 계셨군요.. 크윽!"
감격에 찬 목소리였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려던 그 그림자는 일어서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안테로 다친거냐?"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 저보다는 리트로가.. 더.."
"대체 뭐야! 라이트(Light)"
레그나는 빛을 불렀다. 그는 악마이기 때문에 어둠 따위 때문에 주위를 보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지만 마계의 문을 열기 위해 생성한 혼돈에 가까운 암흑상태에서는 주위를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주문에 따라 거실 중앙에 작은 빛의 구가 생겨 주위를 밝혔다.
빛에 구로 인해서 팬타그램 안의 그림자는 사람의 형체를 확실하게 띄었고 그들을 확인한 레그나는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몸 곳곳의 상처에서 난 피로 범벅이 되어 검은색의 오라를 조금씩 흘려보내고 있는 매혹적인 검은머리 소녀의 품에는 하얀 종이보다도 창백한 얼굴의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가 정신을 잃고 안겨 있었다. 레그나는 재빨리 그녀들에게 다가가 부축하고는 물었다.
"뭐냐.. 안테로 왜 너의 아스트랄이이 찢어져 오러가 새어나올 정도의 상처를 입은 거지? 그리고 리트로는 왜? 마력을...."
"페르제바브......... "
레그나가 안테로라고 부른 소녀는 힘겹게 하나의 이름을 내뱉었다. 그 이름을 들은 레그나의 미간이 분노로 떨렸다.
"그 파리새끼가 감히.. 너희를 이렇게 다치게 한건가?"
"레그나님이 천사들과의 전투에서 전사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는 믿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 직후에 판도에모니움에는 많은 일이 있었어요.. 가드리엘님이 유폐당하셨고 사탄께서도 힘을 잃으셨어요. 벨제뷔트님이 모든 정권을 장악하셨고 페르제바브님.. 아니.. 그 더러운 파리새끼는 저희를......."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좋아.. 나머지는 나중에 듣겠다. 너는 이제 쉬어라.. 리트로는 내가 치료하마."
레그나는 그녀의 눈물이 맺힌 눈썹에 살짝 키스하며 말했고 그녀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정말 감사... 그리고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
그녀는 레그나의 어깨에 기대어 안심한 듯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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