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墮天使II]Angelic evil 3부
"애야 도착했다."
중년의 불우한 목소리와 함께 내 어깨 위에 올려진 손 때문에 나는 흠칫 몸을 떨며 상념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 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도착했다니까 어서 내려라."
나를 내려다보고는 마차의 문을 여는 집사부장을 무심하게 쳐다보던 나는 퍼뜩 저 인간이 분명 마마의 샐러드를 먹었다는 기억을 해냈다. 목욕도 잘 안 하는 마마가 발로 으깬 감자로 버무려진...... 음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다. 하여튼 그가 시키는 대로 마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내린 곳은 화려한 저택의 정원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분명 왕궁은 아니었다. 나는 의문의 눈초리로 집사부장을 쳐다보았다.
"그 차림으로 왕궁에 들어갈 수는 없잖니. 일단 이곳에서 몸단장을 해야 한다."
내 생각대로 그는 알아서 대답을 해주었다. 그 때 그가 말끝에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것을 보았지만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 젠장 나 역시 바보였다. 마마가 나를 보냈던 것 처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쫄래쫄래 그를 따라서 걸었던 것이다.
무슨 거인이 들락날락 하는 문도 아닌 데 쓸데없이 커서 내 입이 떡 벌어지게 하기에 충분한 현관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나는 이리 저리 정신을 팔며 두리번거려야 했다. 끝내주게 화려한 카펫이 깔려 있고 구석구석 금박이 씌워진 기둥, "여기는 정말 엄청나고 굉장히 스펙타클한(?) 울트라 슈퍼 초극강 부잣집입니다"라고 광고를 내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구경하랴 물건들의 가격을 추측하랴 하는 등의 바쁜 사고활동을 하느라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그 집사부장아저씨를 따라 걸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의 결과가 이렇다. 나는 현재 철문이 달린 시커먼 방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여자 애들이 우는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젠장.. 역시 내 뛰어난 머리가 추측한 것이 맞았던 것이다. 집사부장이라 주장하던 불우중년은 고단수의 유괴범이었고 크레이스인지 크레도스인지 하는 놈도 유괴범의 쫄따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 머리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것은 좀 틀려도 괜찮을 텐데.....
어둡다.. 너무 어둡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어야 하는 건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무 어설프단 말이다. 어설픈 속임수에 어설프게 끌려와서 어설픈 상황에 쳐해 있으려니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나야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마마는 그 빈민가에서 몇 년 째 장사를 해와서 알건 다 알 텐데 긴 의논이라던가 고민 같은 것도 없이 쉽게 나를 넘겨 줘 버렸다. 가장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너무 빨리 진행되어버렸다는 것이다....
= = = = = = = = = = = =
인질? 아니 매물? 인신매매대상? 탈선아동? 하여튼 이상한 수작에 의해 유괴된 나의 하루는 아주 평범하다. 아침점심저녁 세끼 꼬박 꼬박 챙겨주는 거 먹고 가만히 있다가 심심함에 몸을 비비꼬고 있으려면 나의 하루는 간다.
옆에서 훌쩍대는 여자 애들이나 식사를 가져다주는 놈들은 나의 팔팔한 모습에 기막혀 한다. 하지만 특별한 인간인 내가 보통 유괴된 사람들이 취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패턴을 따를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조금 절망도 했었다. 하지만.. 지옥에서도 역전은 일어나기 마련.. 특별한 내가 평범하게 인신매매 되어 평범하게 팔려가서 평범하게 고난을 당할 리는 없는 것이다.
철컹~~끼이익~
녹이 슨 철문이 녹슨 소리를 내며(ㅡ_ㅡ) 열리더니 콧수염 난 아저씨가 나타났다.
"모두 나와라."
콧수염 난 사람이 삭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내 주위는 울음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콧수염 난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무표정한 사내 몇이 들어와 울고 있는 여자아이들을 거칠게 끌어내었다. 나는 그냥 일어나서 가라는 데로 쫄래쫄래 따라갔다.
나는 내가 며칠 전 들어왔던 커다란 문이 아니라 작은 문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세워져 있는 구질구질한 천막마차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꾸겨 넣어졌다.
검은 천막 속에서는 밖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몸에 느껴지는 진동으로 마차가 출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달리고 마차가 멈추었다.
마차에서 내린 나는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떨어졌다. 그리고는 콧수염 난 남자를 따라 고급 카페트가 깔려있고 화려한 그림들이 벽마다 붙어있는 복도를 지났다. 어떤 커다란 방안에서 뒤룩뒤룩 살찐 돼지 같은 남자 앞에 서게 되었다.
그는 썩은 눈깔을 이리 저리 굴려 나를 쳐다봄으로써 불쾌감을 유발하더니 손뼉을 치며 말했다.
"오호.. 이 정도로 좋은 상품은 실로 몇 달 아니 몇 년 만이로군."
살찐 돼지 같은 사내의 음흉한 눈빛은 내 몸에 벌레라도 기어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정말 마크슨씨가 내놓는 매물(賣物)들은 언제나 훌륭하기 그지없네.. 하지만... 좀 지저분하군. 좋은 값을 받으려면 좀 씻겨야겠어."
돼지 아저씨(-_-a)는 내 옆의 콧수염과 눈을 마주치고는 웃었다. 젠장 기분 더럽다.
"리스난! 이 애 이따 오후에 세울 거니까. 깨끗하게 해놔."
돼지 아저씨가 허공을 향해 소리치자 바로 문이 열리더니 시녀 복장을 한 여자가 들어왔다.
"끝나면 바로 무대 뒤로 데려 오도록."
"알겠습니다."
여자는 돼지 아저씨와 콧수염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로서는 더 이상 돼지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끄는 대로 끌려갔다.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작지만 나름대로 화려한 욕실이었다. 그녀는 도착하자 마자 내 옷을 벗기려고 했다. 나는 그제야 아주 중요한 문제에 봉착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녀의 손에서 주춤 떨어져서는 말을 꺼냈다.
"저기요 누나."
"왜 그러지?"
그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대꾸했다.
"저 사실 남자거든요.."
그녀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
"나도 알고 있어."
"ㅡ_ㅡ;;;;;;;;;;;"
이.. 이 반응은.. 전혀 기대했던 바가 아니다. 뭐랄까 경악이라던가... 눈을 한번 크게 뜬다던가.. 하는 게 전혀 없이..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는 이어 말했다.
"여자는 1관에서만 거래되지. 2관에는 오지 않아."
거래라.. 팔린다는 것이겠지.. 흐음.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마마의 가게에 불우 중년이 왔을 때부터 내 성별에 대한 논의는 한번도 진행된 적이 없었다.. 역시.. 전문가의 눈은 다른 건가. 알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쿨럭..
남자인 나를 남자로 보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나는 여자로 오해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나를 남자로 보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좀 처량한... 아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닌데..
"저 나가 계시면 안 될까요?"
"왜?"
"저 혼자 씻을 수 있어요."
"너를 씻기는 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녀의 억양은 조금의 변화도 없어 나를 난처하게 했다.
"하.. 하지만.."
"창피해?"
"예.. 에.."
"너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넌 여기서 팔리기 위해 온 거야. 인간이 아니라 노예라는 이름의 물건이지. 그리고 물건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 너에게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특별한 대우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귀중한 물건이 망가지지 않게 다루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충격을 먹었다. 인간이 아니라니.. 그녀는 가만히 서 있는 나에게 다가와 옷을 벗겼고 나는 이번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지 내 벗은 몸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탕속에 들어갔고 그녀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하지만 얼굴이 시뻘개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몸을 다 씻고 나서 그녀가 옷이라고 내주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옷이 아니었다. 옷의 탈을 쓴 천조각이었다...
"설마 이걸 옷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겠죠?"
"상품을 잘 보이게 해야 하니까, 보통 옷을 입혀놓으면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손님들께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뭔가.... 깬다....
= = = = = = = = =
경제적으로 일반 서민보다 아득히 우위에 서는 계층에게 있어서, 필요 적절한 사치품의 개발은 자신들의 품위 유지에 관련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어떤 잡생각 많은 놈팡이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사냥도, 말이 고개를 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입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재갈을 바짝 매는 것도, 발전을 거듭해온 보석 세공 기술도 모두가 끊임없이 하품을 유발하는, 이 짜증스런 세상에서 자신들의 심심함을 달래줄 것들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요가 생기면 공급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좀 색다른 것이 지금 공급의 대상이 바로 나라는 것이다..
리스난이라는 여자는 표정 없는 무뚝뚝함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내가 묻는 말에는 전부 대답해 주었기에 나는 나의 위치를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잘 나가는 노예경매장인 리아세라 2관, 일명 미소년의 관에서 팔릴 오늘의 경매물품(쿨럭~)중 하나인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무대 뒷 편에서는 사회자의 생김새는 알 수 없었지만 앞에 앉아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들 하나 하나는 예전에 내 순결을 위협(?)했던 변태 로리 컴플렉스의 대머리 뚱뚱남 못지 않은 괴이한 외모를 지니고 있기에 나를 절망케 했다. 옆구리에 화살을 쑤셔 박아도 네다섯 발로는 죽지도 않을 만큼 두터운 비계덩어리를 푹신하고 품이 넓은 의자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작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비싸 보이는 것을 크래커 사이에 끼워 덥쑥 덥쑥 물어 삼키고 있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고 가는 머리결을 지니고 귀여운 눈망울로 당신을 쳐다보아 주는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소년은 금화 2800에 낙찰되었습니다. 인수하신 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 "매물"로 넘어가겠습니다."
사회자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축하의 의미보다는 다음으로 등장할 경매물품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담긴 박수소리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언뜻 살펴 보니 경매에서 이긴 것은 오십대의 기름기 줄줄 흐르는 중년으로, 겸연쩍은 미소를 흘리며 자리를 일어났다. 방금 전 낙찰된 "매물" 또한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인수인계를 담당하는 직원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주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 기름기 중년에게 내가 안 팔린 것은 그야말로 천만다행이긴 하나 나의 미래 역시 알 수 없는 것이다.
"다음 일곱번째로 소개될 매물은 신비한 다크블루의 머리칼을 가진 미소년입니다. 시작은 금화 1000부터 하겠습니다."
나는 사회자가 소개 한 미소년이 누군지 알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무대로 끌려나왔다. 신비한 다크블루의 미소년은 나였던 모양이다.. 띠벌..
관객석에서 오오오 하는 함성이 쏟아 나왔다.
"신장 157Cm 몸무게 40Kg입니다. 아직 단 한번도 조교(調敎)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부족합니다만 주인 되실 분의 따뜻한 관심이 있다면 좋은 애완....."
"1500!"
뭔 소린지 모를 사회자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가격을 부르는 이가 있었다. 그러자 뒤질세라 가격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여기 금화 1700!"
"1800!"
앗 저건 여자다.. 좀 안 생기긴 했지만 남자보다는 낫겠지..
"2000!"
이.. 이런..
"2150!"
가격이 올라 갈 수록 나는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모를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일단 내 가격이 비싸서 좋기는 하지만 팔리는 입장에서 그건 기뻐할 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을 부르는 인간들이 변태중년들임에야..
"금화 3000 내겠소!"
갑작스런 가격의 급등.. 새까만 망토를 뒤집어 쓴 인간이었다. 왠지 음침해 보이는 모습이 차라리 변태 중년들에게 팔려 가는 게 나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3200!"
오 구세주다.
"3500!"
젠장할 새까만 망토가 다시..
"3700!"
"3800!"
"금화 4000!"
진짜 돈 많은 인간들이다... 금화 4000개면 빈민가 애들 100명은 평생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인데..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게 저렇게 비싸게 나를 사서는 본전을 뽑으려고 하면..... 으 상상하기도 싫어..
새카만 망토가 금화 4000을 부르자 장내는 조용해지고 더 이상의 가격을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예, 4천. 4천까지 나왔습니다. 다른 분 안 계십니까? 4천 이상 부르실 분이 안 계시면 신비한 외모의 미소년은 저분께 낙찰되겠습니다."
아 띠벌.. 안돼!!!!!!
"다섯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금화 1만......"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나뿐만 아니라 경매장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랬는지 눈과 귀를 총동원해서 금화 1만을 부른 사람을 찾았다.
"저. 제.. 제가 잘못 들었습니까? 금화 1만을 부르신 분은 어디 계십니까?"
사회자조차 당황했는지 버벅 거렸다.
"여기 있어요. 제가 1만을 불렀습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와 코와 입.. 얼굴 전체가(ㅡ_ㅡ;) 한곳으로 모였다. 그곳에는 몸에 달라붙는 긴 검정 색 드레스에 검은 쇼올을 걸친 여성이 서 있었다. 드레스는 한쪽이 갈라져 있어서 다리가 허벅지까지 다 드러났다.
- = - = - = - = - = - = - = - = -
어설퍼서 이해가 안가면서도 뻔한 내용 전개......
드디어 팔렸습니다.... 쿨럭...
하드한 S&M 은 저 자신이 싫어하는 데.. 쓸 수 있을지..
게다가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
역시 소프트겠죠..
여왕님 구두를 할짝 할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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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uhn.x-y.net
"애야 도착했다."
중년의 불우한 목소리와 함께 내 어깨 위에 올려진 손 때문에 나는 흠칫 몸을 떨며 상념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 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도착했다니까 어서 내려라."
나를 내려다보고는 마차의 문을 여는 집사부장을 무심하게 쳐다보던 나는 퍼뜩 저 인간이 분명 마마의 샐러드를 먹었다는 기억을 해냈다. 목욕도 잘 안 하는 마마가 발로 으깬 감자로 버무려진...... 음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다. 하여튼 그가 시키는 대로 마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내린 곳은 화려한 저택의 정원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분명 왕궁은 아니었다. 나는 의문의 눈초리로 집사부장을 쳐다보았다.
"그 차림으로 왕궁에 들어갈 수는 없잖니. 일단 이곳에서 몸단장을 해야 한다."
내 생각대로 그는 알아서 대답을 해주었다. 그 때 그가 말끝에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것을 보았지만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 젠장 나 역시 바보였다. 마마가 나를 보냈던 것 처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쫄래쫄래 그를 따라서 걸었던 것이다.
무슨 거인이 들락날락 하는 문도 아닌 데 쓸데없이 커서 내 입이 떡 벌어지게 하기에 충분한 현관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나는 이리 저리 정신을 팔며 두리번거려야 했다. 끝내주게 화려한 카펫이 깔려 있고 구석구석 금박이 씌워진 기둥, "여기는 정말 엄청나고 굉장히 스펙타클한(?) 울트라 슈퍼 초극강 부잣집입니다"라고 광고를 내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구경하랴 물건들의 가격을 추측하랴 하는 등의 바쁜 사고활동을 하느라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그 집사부장아저씨를 따라 걸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의 결과가 이렇다. 나는 현재 철문이 달린 시커먼 방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여자 애들이 우는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젠장.. 역시 내 뛰어난 머리가 추측한 것이 맞았던 것이다. 집사부장이라 주장하던 불우중년은 고단수의 유괴범이었고 크레이스인지 크레도스인지 하는 놈도 유괴범의 쫄따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 머리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것은 좀 틀려도 괜찮을 텐데.....
어둡다.. 너무 어둡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어야 하는 건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무 어설프단 말이다. 어설픈 속임수에 어설프게 끌려와서 어설픈 상황에 쳐해 있으려니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나야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마마는 그 빈민가에서 몇 년 째 장사를 해와서 알건 다 알 텐데 긴 의논이라던가 고민 같은 것도 없이 쉽게 나를 넘겨 줘 버렸다. 가장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너무 빨리 진행되어버렸다는 것이다....
= = = = = = = = = = = =
인질? 아니 매물? 인신매매대상? 탈선아동? 하여튼 이상한 수작에 의해 유괴된 나의 하루는 아주 평범하다. 아침점심저녁 세끼 꼬박 꼬박 챙겨주는 거 먹고 가만히 있다가 심심함에 몸을 비비꼬고 있으려면 나의 하루는 간다.
옆에서 훌쩍대는 여자 애들이나 식사를 가져다주는 놈들은 나의 팔팔한 모습에 기막혀 한다. 하지만 특별한 인간인 내가 보통 유괴된 사람들이 취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패턴을 따를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조금 절망도 했었다. 하지만.. 지옥에서도 역전은 일어나기 마련.. 특별한 내가 평범하게 인신매매 되어 평범하게 팔려가서 평범하게 고난을 당할 리는 없는 것이다.
철컹~~끼이익~
녹이 슨 철문이 녹슨 소리를 내며(ㅡ_ㅡ) 열리더니 콧수염 난 아저씨가 나타났다.
"모두 나와라."
콧수염 난 사람이 삭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내 주위는 울음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콧수염 난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무표정한 사내 몇이 들어와 울고 있는 여자아이들을 거칠게 끌어내었다. 나는 그냥 일어나서 가라는 데로 쫄래쫄래 따라갔다.
나는 내가 며칠 전 들어왔던 커다란 문이 아니라 작은 문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세워져 있는 구질구질한 천막마차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꾸겨 넣어졌다.
검은 천막 속에서는 밖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몸에 느껴지는 진동으로 마차가 출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달리고 마차가 멈추었다.
마차에서 내린 나는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떨어졌다. 그리고는 콧수염 난 남자를 따라 고급 카페트가 깔려있고 화려한 그림들이 벽마다 붙어있는 복도를 지났다. 어떤 커다란 방안에서 뒤룩뒤룩 살찐 돼지 같은 남자 앞에 서게 되었다.
그는 썩은 눈깔을 이리 저리 굴려 나를 쳐다봄으로써 불쾌감을 유발하더니 손뼉을 치며 말했다.
"오호.. 이 정도로 좋은 상품은 실로 몇 달 아니 몇 년 만이로군."
살찐 돼지 같은 사내의 음흉한 눈빛은 내 몸에 벌레라도 기어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정말 마크슨씨가 내놓는 매물(賣物)들은 언제나 훌륭하기 그지없네.. 하지만... 좀 지저분하군. 좋은 값을 받으려면 좀 씻겨야겠어."
돼지 아저씨(-_-a)는 내 옆의 콧수염과 눈을 마주치고는 웃었다. 젠장 기분 더럽다.
"리스난! 이 애 이따 오후에 세울 거니까. 깨끗하게 해놔."
돼지 아저씨가 허공을 향해 소리치자 바로 문이 열리더니 시녀 복장을 한 여자가 들어왔다.
"끝나면 바로 무대 뒤로 데려 오도록."
"알겠습니다."
여자는 돼지 아저씨와 콧수염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로서는 더 이상 돼지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끄는 대로 끌려갔다.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작지만 나름대로 화려한 욕실이었다. 그녀는 도착하자 마자 내 옷을 벗기려고 했다. 나는 그제야 아주 중요한 문제에 봉착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녀의 손에서 주춤 떨어져서는 말을 꺼냈다.
"저기요 누나."
"왜 그러지?"
그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대꾸했다.
"저 사실 남자거든요.."
그녀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
"나도 알고 있어."
"ㅡ_ㅡ;;;;;;;;;;;"
이.. 이 반응은.. 전혀 기대했던 바가 아니다. 뭐랄까 경악이라던가... 눈을 한번 크게 뜬다던가.. 하는 게 전혀 없이..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는 이어 말했다.
"여자는 1관에서만 거래되지. 2관에는 오지 않아."
거래라.. 팔린다는 것이겠지.. 흐음.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마마의 가게에 불우 중년이 왔을 때부터 내 성별에 대한 논의는 한번도 진행된 적이 없었다.. 역시.. 전문가의 눈은 다른 건가. 알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쿨럭..
남자인 나를 남자로 보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나는 여자로 오해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나를 남자로 보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좀 처량한... 아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닌데..
"저 나가 계시면 안 될까요?"
"왜?"
"저 혼자 씻을 수 있어요."
"너를 씻기는 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녀의 억양은 조금의 변화도 없어 나를 난처하게 했다.
"하.. 하지만.."
"창피해?"
"예.. 에.."
"너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넌 여기서 팔리기 위해 온 거야. 인간이 아니라 노예라는 이름의 물건이지. 그리고 물건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 너에게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특별한 대우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귀중한 물건이 망가지지 않게 다루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충격을 먹었다. 인간이 아니라니.. 그녀는 가만히 서 있는 나에게 다가와 옷을 벗겼고 나는 이번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지 내 벗은 몸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탕속에 들어갔고 그녀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하지만 얼굴이 시뻘개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몸을 다 씻고 나서 그녀가 옷이라고 내주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옷이 아니었다. 옷의 탈을 쓴 천조각이었다...
"설마 이걸 옷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겠죠?"
"상품을 잘 보이게 해야 하니까, 보통 옷을 입혀놓으면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손님들께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뭔가.... 깬다....
= = = = = = = = =
경제적으로 일반 서민보다 아득히 우위에 서는 계층에게 있어서, 필요 적절한 사치품의 개발은 자신들의 품위 유지에 관련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어떤 잡생각 많은 놈팡이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사냥도, 말이 고개를 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입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재갈을 바짝 매는 것도, 발전을 거듭해온 보석 세공 기술도 모두가 끊임없이 하품을 유발하는, 이 짜증스런 세상에서 자신들의 심심함을 달래줄 것들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요가 생기면 공급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좀 색다른 것이 지금 공급의 대상이 바로 나라는 것이다..
리스난이라는 여자는 표정 없는 무뚝뚝함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내가 묻는 말에는 전부 대답해 주었기에 나는 나의 위치를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잘 나가는 노예경매장인 리아세라 2관, 일명 미소년의 관에서 팔릴 오늘의 경매물품(쿨럭~)중 하나인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무대 뒷 편에서는 사회자의 생김새는 알 수 없었지만 앞에 앉아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들 하나 하나는 예전에 내 순결을 위협(?)했던 변태 로리 컴플렉스의 대머리 뚱뚱남 못지 않은 괴이한 외모를 지니고 있기에 나를 절망케 했다. 옆구리에 화살을 쑤셔 박아도 네다섯 발로는 죽지도 않을 만큼 두터운 비계덩어리를 푹신하고 품이 넓은 의자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작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비싸 보이는 것을 크래커 사이에 끼워 덥쑥 덥쑥 물어 삼키고 있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고 가는 머리결을 지니고 귀여운 눈망울로 당신을 쳐다보아 주는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소년은 금화 2800에 낙찰되었습니다. 인수하신 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 "매물"로 넘어가겠습니다."
사회자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축하의 의미보다는 다음으로 등장할 경매물품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담긴 박수소리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언뜻 살펴 보니 경매에서 이긴 것은 오십대의 기름기 줄줄 흐르는 중년으로, 겸연쩍은 미소를 흘리며 자리를 일어났다. 방금 전 낙찰된 "매물" 또한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인수인계를 담당하는 직원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주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 기름기 중년에게 내가 안 팔린 것은 그야말로 천만다행이긴 하나 나의 미래 역시 알 수 없는 것이다.
"다음 일곱번째로 소개될 매물은 신비한 다크블루의 머리칼을 가진 미소년입니다. 시작은 금화 1000부터 하겠습니다."
나는 사회자가 소개 한 미소년이 누군지 알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무대로 끌려나왔다. 신비한 다크블루의 미소년은 나였던 모양이다.. 띠벌..
관객석에서 오오오 하는 함성이 쏟아 나왔다.
"신장 157Cm 몸무게 40Kg입니다. 아직 단 한번도 조교(調敎)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부족합니다만 주인 되실 분의 따뜻한 관심이 있다면 좋은 애완....."
"1500!"
뭔 소린지 모를 사회자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가격을 부르는 이가 있었다. 그러자 뒤질세라 가격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여기 금화 1700!"
"1800!"
앗 저건 여자다.. 좀 안 생기긴 했지만 남자보다는 낫겠지..
"2000!"
이.. 이런..
"2150!"
가격이 올라 갈 수록 나는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모를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일단 내 가격이 비싸서 좋기는 하지만 팔리는 입장에서 그건 기뻐할 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을 부르는 인간들이 변태중년들임에야..
"금화 3000 내겠소!"
갑작스런 가격의 급등.. 새까만 망토를 뒤집어 쓴 인간이었다. 왠지 음침해 보이는 모습이 차라리 변태 중년들에게 팔려 가는 게 나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3200!"
오 구세주다.
"3500!"
젠장할 새까만 망토가 다시..
"3700!"
"3800!"
"금화 4000!"
진짜 돈 많은 인간들이다... 금화 4000개면 빈민가 애들 100명은 평생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인데..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게 저렇게 비싸게 나를 사서는 본전을 뽑으려고 하면..... 으 상상하기도 싫어..
새카만 망토가 금화 4000을 부르자 장내는 조용해지고 더 이상의 가격을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예, 4천. 4천까지 나왔습니다. 다른 분 안 계십니까? 4천 이상 부르실 분이 안 계시면 신비한 외모의 미소년은 저분께 낙찰되겠습니다."
아 띠벌.. 안돼!!!!!!
"다섯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금화 1만......"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나뿐만 아니라 경매장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랬는지 눈과 귀를 총동원해서 금화 1만을 부른 사람을 찾았다.
"저. 제.. 제가 잘못 들었습니까? 금화 1만을 부르신 분은 어디 계십니까?"
사회자조차 당황했는지 버벅 거렸다.
"여기 있어요. 제가 1만을 불렀습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와 코와 입.. 얼굴 전체가(ㅡ_ㅡ;) 한곳으로 모였다. 그곳에는 몸에 달라붙는 긴 검정 색 드레스에 검은 쇼올을 걸친 여성이 서 있었다. 드레스는 한쪽이 갈라져 있어서 다리가 허벅지까지 다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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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퍼서 이해가 안가면서도 뻔한 내용 전개......
드디어 팔렸습니다.... 쿨럭...
하드한 S&M 은 저 자신이 싫어하는 데.. 쓸 수 있을지..
게다가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
역시 소프트겠죠..
여왕님 구두를 할짝 할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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