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16화 이리스 평원(5)
클레어가 뭔가를 주저하며 고민하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라딘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방금전 자작님께서 말씀하시던 자들은 지금 저희가 잡아 놓고 잇습니다."
클레어의 말에 라딘의 안색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런가? 오 정말 수고했네. 즉시 우리에게 넘겨주도록 하게"
하지만 라딘의 말에 정작 클레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순 없습니다."
"뭐?"
클레어의 말에 라딘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다시한번 말해보게"
라딘이 클레어를 노려 보았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런 라딘을 똑바로 노려보며 조금 강경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요. 저희는 그 사람들을 넘겨 드릴수 없습니다."
라딘이 기가차다는 듯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벌컥 화를 내었다.
"이..이... 이 천한 것이 감히 내 말을 무시하다니. 정녕 네가 죽고 싶은게냐?"
라딘이 거칠게 다가오자 클레어 주위에 잇던 병사들이 창을 꼬나 쥐고는 라딘을 향해 겨누었다.
라딘이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자 어이가 없는지 클레어에게 다가가던 몸을 돌려 주위의 병사들에게 돌렸다. 병사들은 성난 라딘의 눈과 마주치자 찔끔거리며 시선을 피했지만 그렇다고 라딘을 향해 겨눈 창을 내려 놓은 것은 아니었다.
라딘이 몇 번 숨을 들이셨다 내쉬며 침착을 되찾더니 클레어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자 클레어가 손을 들어 병사들이 든 창을 내려 놓게 했다.
"도대체 왜인가? 어째서 넘겨 주지 않는건가?"
라딘이 클레어를 노려 보며 말했다. 클레어가 그런 라딘의 눈을 마주 쏘아보앗다.
"아시다 시피 저들은 이곳 유차레 지역에서 붙잡혔습니다. 따라서 그 취조나 기타 재판은 이곳 유차레의 책임아래 이루어 지게 될 것입니다.
취조상 필요해서 그런데 저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요?"
클레어의 말에 라딘의 노기가 다시금 폭팔하기 시작했는지 얼굴이 시뻘개지며 클레어를 향해 손가락질 했다.
"이..이.."
클레어는 그런 라딘의 모습을 보체 만체 하면서 자신의 할말만을 계속 읊었다.
"만일 지금 그 죄상을 말씀해주실 처지가 되시지 않다면 내일 정식으로 저희 경비대에 오시거나 대리인을 보내셔서 그 죄상을 통보해 주셔도 상관 없습니다. 또한 일의 정당성을 위해 그쪽에서 감찰관을 파견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만?"
"난 제국의 자작이다. 네깟 놈이 감히 귀족의 청을 무시하는 거냐? 나를 자작인 나를 모욕하는가 말이다. 그러고도 네놈이 살기를 바라느냐?"
라딘이 클레어의 말은 듣지 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클레어가 가볍게 목례를 하며 고개를 저엇다.
"제가 자작님을 모욕하다니요. 다만 저는 황제폐하께서 정하신 율법에 따라 말씀드릴 따름입니다. 만일 황제 폐하께서 정하신 율법을 어기는 행위야 말로 더욱 큰일이지 않겟습니까?"
"흥 그래 네가 네 배후인 타이건 백작의 힘을 믿는 모양이다만 우리는 칼버린 기사단이다. 그게 무슨 뜻인줄 아느냐? 감히 네놈 상관이 공작각하와 겨루겟다는 것인가?"
라딘이 그렇게 클레어를 쏘아 붙였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런 라딘의 협박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천만에요. 하지만 광명과 정의의 신 펠리온께서 이 나라를 수호하시는 한 정당한 법을 지킨 저희 백작각하께서 해를 당하시는 일은 없겠지요."
"이..이놈"
라딘이 잠시 말문이 막힌 듯 치를 떨다가 허공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찬찬히 자신의 뒤를 바라 보았다.
이미 꽤 많은 수의 기사단 들이 강을 건너와 조용히 언덕 쪽을 바라보고 잇었다. 라딘이 그런 기사들의 모습을 보고는 다시금 클레어를 바라보았다.
"좋다. 하지만 너의 말은 나와 우리 칼버린 기사단을 모욕한 셈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 칼버린 기사단이 너희 경비대를 쓸어 버린다 할지라도 너희 상관인 타이건 백작이 우리에게 뭐라고 말할수 없으리라.
다시 한번 생각하라. 정녕 우리와 자웅을 결하겠는가?"
클레어의 안색이 굳어졌다. 눈에 살기마져 감도는 라딘의 행동이 진심이라고 판명되엇기 때문이었다.
클레어가 라딘의 너머로 모여들고 잇는 기사들을 살펴 보았다. 100여명이 넘는 기사들이 은빛 갑주를 입고 창검을 차고 말에 앉아 언덕 쪽을 노려 보고 잇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도 속속들이 새로운 기사들이 합류하고 잇었다.
"끙"
클레어의 얼굴에 난처함이 어렸다. 동수일 경우 아니 비단 보병이 기병들의 숫자에 비해 두배 이상 많다고 할지라도 결코 보병이 기병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고 잇는 클레어는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지 몇일은 더 늙어 보일정도로 초췌한 모습을 보였다.
틀레어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장을 조심히 확인했다. 상대는 은빛으로 빛나는 철제 갑주를 입고 있었고 클레어와 병사들은 고작 가죽에 징을 박아 만든 경장 갑옷이었다. 그나마도 몇몇 병사들은 급히 출동하느라 갑옷조차 챙기지 못한 병사들도 잇었다.
한참 고민하던 클레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라딘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아아 싸움이라도 하실려고? 그렇다면 우리도 빠질 수 없지"
클레어의 뒤에서 누군가 걸어 오기 시작했다. 라딘이 클레어의 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사였다. 검은 색 갑주를 걸치고 손에 검은 색 투구를 받아 쥐고는 쏟아져 내리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잇었다.
"철크럭 철크럭"
기사가 걸어 올 때 마다 신경을 긁는 쇳소리가 울려나왓다.
"귀하는?"
라딘이 얼굴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노란 머리의 기사가 싱긋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레폴트 공작 각하의 제3 친위기사대에 속한 제 3전대장 기병대장 제이슨 고든이라 하오, 제이슨 데 고든 문라이트"
제이슨의 말에 라딘의 얼굴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귀하가 여기엔 왠일이요?"
란딘이 일이 점차 더 꼬여만 가자 쇠로된 장갑으로 머리에 묻은 물기를 짜내며 말했다.
하지만 제이슨은 자신에게 인사하며 물러나는 클레어의 어깨를 한번 다독여 주고는 천천히 라딘 앞으로 나섰다.
"큭큭 저렇게 환하게 불놀이를 해놓고도 우리가 이곳에 어찌 왓는가 궁금하시오? 사실 칼버린 기사단이 이토록 난리를 치지만 않앗어도 우리가 직접 나서지는 않앗을 거요. 하지만 어제부터 이곳 이리스 평원에 진을 치고 잇더니 저렇게 화려한 불장난을 해대니 어찌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잇겠소? 그러니 당연히 올 수밖에"
하지만 정작 제이슨이 가리킨 강 너머의 불길은 내리는 비에 의해 이미 완전히 꺼져 잇엇다. 하지만 라딘은 그런 뒤쪽의 상황은 보지도 않고 오로지 제이슨의 말에 분통하다는 표정만을 지었다.
"그렇다면 우리를 감시하고 잇었단 말이오? 언제부터요?"
라딘의 말에 제이슨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감시라뇨? 그저 관심이지요. 사실 코즈히 공작의 제1친위 기사단이 소속지를 떠나서 갑자기 유차레로 들어섰는데 관심을 갖지 않을 바보는 없겠지요. 댁네들 덕분에 우리아이들도 이런 한밤중에 빗를 맞으며 이러헤 고생이라오"
제이슨이 말을 마치자 마자 손을 들었다. 그러자 언덕위로 일단의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전신을 검은색 검은 갑옷으로 두르고 그것도 모잘라 그들이 타고 잇는 말에도 검은색 갑주를 입혔다. 또한 그들의 손에는 랜스를 하나씩 꿰어차고 잇었다.
"크윽 흑색 창기대"
라딘이 신음을 흘리듯 말하자 제이슨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알아주시니 고맙군요. 지금 저희 아이들이 상당히 기분이 나쁜 상태랍니다. 이런 한밤중에 빗속에 잇으니 말이지요."
라딘의 뒷 쪽에서 한참 정렬하고 잇던 기사들의 웅성 거림이 라딘과 제이슨이 잇는 곳까지 들릴 정도로 동요하고 잇앗다.
라딘이 자신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을 애써 무시하고는 이를 갈 듯 말했다.
"흥 하지만 전대 전부가 온 것은 아닌 듯 하구려? 지금 우리는 칼버린 기사단 기사대 전부가 이곳에 몰려 들었소 고작 1개 전대만으론 우리를 상대하기 어려우실텐데?"
제이슨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좋으실대로. 하지만 나라면 그런 모험은 하지 않을거요. 강을 건너느라 지친 기사단과 완전 무장한 기사단의 싸움은 숫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제이슨의 말에 라딘의 어깨가 처지기 시작하더니 성난 눈으로 제이슨을 노려보며 한자 한자 씹어 먹을 듯이 말했다.
"오늘의 이 치욕 두고 두고 잊지 않겠소"
제이슨이 다시한번 어깨를 으쓱 거렸다.
"뭐 좋으실 대로"
라딘이 제이슨을 다시 한번 노려보고는 뒤로 돌아서 기사단이 모여 잇는 곳으로 돌아갔다. 기사단은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잇는 흑색 창기대를 한번 노려 보고는 각자의 칼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얼마후 라딘이 다른 몇몇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라딘과 기사단이 천천히 건너왓던 강을 되돌아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꽤 많이 지쳐잇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몸위로 때리듯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라딘과 그의 기사단이 되돌아 가기 시작하자 제임스가 손을 치켜들어 손을 끄덕였다. 그러자 클레어가 급히 제임스 곁으로 다가갔다.
"저들이 왜저리 발광한 개처럼 구는지 아는가?"
제임스의 말에 클레어가 언덕 뒤쪽을 가르켰다.
"방금전 왓던 라딘이란 장의 말에 의하면 저들을 쫓고 잇었다고 합니다."
제임스가 몸을 돌려 클레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두명의 남자와 세명의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 한명이 눈에 들어왓다.
"이해할 수가 없는 걸? 저들이 무슨 공작가의 딸이라도 꾀어 낸건가?"
제임스가 모르겟다는 듯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어쨋든 그놈의 차렌 놈들에게 한방 먹이고 나니 속이 후련하군요"
클레어가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제임스가 그런 클레어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지? 더구나 그 잰척하는 칼버린 기사단이 꼬리를 말앗단 말일세.. 크하하"
제임스가 크게 웃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기사단을 향해 손을 들엇다.
"자 덜떨어진 차렌놈들의 우상 칼버린 기사단 놈을 맘껏 비웃으며 돌아가도록 하자"
제임스의 말에 검은색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랜스를 흔들며 환호 했다. 제임스가 기사들의 환호를 기분 좋게 들으며 클레어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 우리는 그만 돌아가도록 하세"
클레어가 고개를 저엇다.
"아닙니다. 저들이 다시 돌아 올지도 모르니 우리는 여기에 남아서 마저 경계를 하다 돌아가도록 하겟습니다."
하지만 제임스가 그런 클레어의 팔을 잡아 끌었다.
"아아 괜찮아. 누가 잇어서 아실레아 강을 세 번씩이나 건너는 미친 짓을 하겠나? 비록 이곳이 다른 곳에 비해서 수심이 얕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세 번은 무리야.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네.
설혹 건넌다 하더라도 이곳에 도착할때면 물먹은 솜이 되어 꼼짝도 못할걸? 그러니 자네는 아무런 염려도 하지말고 같이 철수 하세"
제임스의 말에 클레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 그래도"
"아아"
클레어가 다시 무언가 말하려 하자 제임스가 손을 들어 클레어의 말을 막앗다.
"문제는 그것보다도 행여나 다리 쪽에서 먼저 들어온 놈들이 잇느냐는 걸세. 만일 그들이 미리 이곳에 기사들을 잠입시켰다고 한다면 자네들로선 무리야.
일단은 저기 있는 저 사람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가는 것이 우선이야. 알겟나?"
제임스의 말에 클레어가 더 이상 사양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겟습니다. 자작님의 말씀에 따르도록 하겟습니다."
클레어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는 환하게 미소짓는 병사들을 독려해 마을로 되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클레어가 뭔가를 주저하며 고민하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라딘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방금전 자작님께서 말씀하시던 자들은 지금 저희가 잡아 놓고 잇습니다."
클레어의 말에 라딘의 안색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런가? 오 정말 수고했네. 즉시 우리에게 넘겨주도록 하게"
하지만 라딘의 말에 정작 클레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순 없습니다."
"뭐?"
클레어의 말에 라딘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다시한번 말해보게"
라딘이 클레어를 노려 보았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런 라딘을 똑바로 노려보며 조금 강경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요. 저희는 그 사람들을 넘겨 드릴수 없습니다."
라딘이 기가차다는 듯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벌컥 화를 내었다.
"이..이... 이 천한 것이 감히 내 말을 무시하다니. 정녕 네가 죽고 싶은게냐?"
라딘이 거칠게 다가오자 클레어 주위에 잇던 병사들이 창을 꼬나 쥐고는 라딘을 향해 겨누었다.
라딘이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자 어이가 없는지 클레어에게 다가가던 몸을 돌려 주위의 병사들에게 돌렸다. 병사들은 성난 라딘의 눈과 마주치자 찔끔거리며 시선을 피했지만 그렇다고 라딘을 향해 겨눈 창을 내려 놓은 것은 아니었다.
라딘이 몇 번 숨을 들이셨다 내쉬며 침착을 되찾더니 클레어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자 클레어가 손을 들어 병사들이 든 창을 내려 놓게 했다.
"도대체 왜인가? 어째서 넘겨 주지 않는건가?"
라딘이 클레어를 노려 보며 말했다. 클레어가 그런 라딘의 눈을 마주 쏘아보앗다.
"아시다 시피 저들은 이곳 유차레 지역에서 붙잡혔습니다. 따라서 그 취조나 기타 재판은 이곳 유차레의 책임아래 이루어 지게 될 것입니다.
취조상 필요해서 그런데 저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요?"
클레어의 말에 라딘의 노기가 다시금 폭팔하기 시작했는지 얼굴이 시뻘개지며 클레어를 향해 손가락질 했다.
"이..이.."
클레어는 그런 라딘의 모습을 보체 만체 하면서 자신의 할말만을 계속 읊었다.
"만일 지금 그 죄상을 말씀해주실 처지가 되시지 않다면 내일 정식으로 저희 경비대에 오시거나 대리인을 보내셔서 그 죄상을 통보해 주셔도 상관 없습니다. 또한 일의 정당성을 위해 그쪽에서 감찰관을 파견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만?"
"난 제국의 자작이다. 네깟 놈이 감히 귀족의 청을 무시하는 거냐? 나를 자작인 나를 모욕하는가 말이다. 그러고도 네놈이 살기를 바라느냐?"
라딘이 클레어의 말은 듣지 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클레어가 가볍게 목례를 하며 고개를 저엇다.
"제가 자작님을 모욕하다니요. 다만 저는 황제폐하께서 정하신 율법에 따라 말씀드릴 따름입니다. 만일 황제 폐하께서 정하신 율법을 어기는 행위야 말로 더욱 큰일이지 않겟습니까?"
"흥 그래 네가 네 배후인 타이건 백작의 힘을 믿는 모양이다만 우리는 칼버린 기사단이다. 그게 무슨 뜻인줄 아느냐? 감히 네놈 상관이 공작각하와 겨루겟다는 것인가?"
라딘이 그렇게 클레어를 쏘아 붙였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런 라딘의 협박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천만에요. 하지만 광명과 정의의 신 펠리온께서 이 나라를 수호하시는 한 정당한 법을 지킨 저희 백작각하께서 해를 당하시는 일은 없겠지요."
"이..이놈"
라딘이 잠시 말문이 막힌 듯 치를 떨다가 허공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찬찬히 자신의 뒤를 바라 보았다.
이미 꽤 많은 수의 기사단 들이 강을 건너와 조용히 언덕 쪽을 바라보고 잇었다. 라딘이 그런 기사들의 모습을 보고는 다시금 클레어를 바라보았다.
"좋다. 하지만 너의 말은 나와 우리 칼버린 기사단을 모욕한 셈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 칼버린 기사단이 너희 경비대를 쓸어 버린다 할지라도 너희 상관인 타이건 백작이 우리에게 뭐라고 말할수 없으리라.
다시 한번 생각하라. 정녕 우리와 자웅을 결하겠는가?"
클레어의 안색이 굳어졌다. 눈에 살기마져 감도는 라딘의 행동이 진심이라고 판명되엇기 때문이었다.
클레어가 라딘의 너머로 모여들고 잇는 기사들을 살펴 보았다. 100여명이 넘는 기사들이 은빛 갑주를 입고 창검을 차고 말에 앉아 언덕 쪽을 노려 보고 잇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도 속속들이 새로운 기사들이 합류하고 잇었다.
"끙"
클레어의 얼굴에 난처함이 어렸다. 동수일 경우 아니 비단 보병이 기병들의 숫자에 비해 두배 이상 많다고 할지라도 결코 보병이 기병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고 잇는 클레어는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지 몇일은 더 늙어 보일정도로 초췌한 모습을 보였다.
틀레어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장을 조심히 확인했다. 상대는 은빛으로 빛나는 철제 갑주를 입고 있었고 클레어와 병사들은 고작 가죽에 징을 박아 만든 경장 갑옷이었다. 그나마도 몇몇 병사들은 급히 출동하느라 갑옷조차 챙기지 못한 병사들도 잇었다.
한참 고민하던 클레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라딘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아아 싸움이라도 하실려고? 그렇다면 우리도 빠질 수 없지"
클레어의 뒤에서 누군가 걸어 오기 시작했다. 라딘이 클레어의 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사였다. 검은 색 갑주를 걸치고 손에 검은 색 투구를 받아 쥐고는 쏟아져 내리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잇었다.
"철크럭 철크럭"
기사가 걸어 올 때 마다 신경을 긁는 쇳소리가 울려나왓다.
"귀하는?"
라딘이 얼굴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노란 머리의 기사가 싱긋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레폴트 공작 각하의 제3 친위기사대에 속한 제 3전대장 기병대장 제이슨 고든이라 하오, 제이슨 데 고든 문라이트"
제이슨의 말에 라딘의 얼굴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귀하가 여기엔 왠일이요?"
란딘이 일이 점차 더 꼬여만 가자 쇠로된 장갑으로 머리에 묻은 물기를 짜내며 말했다.
하지만 제이슨은 자신에게 인사하며 물러나는 클레어의 어깨를 한번 다독여 주고는 천천히 라딘 앞으로 나섰다.
"큭큭 저렇게 환하게 불놀이를 해놓고도 우리가 이곳에 어찌 왓는가 궁금하시오? 사실 칼버린 기사단이 이토록 난리를 치지만 않앗어도 우리가 직접 나서지는 않앗을 거요. 하지만 어제부터 이곳 이리스 평원에 진을 치고 잇더니 저렇게 화려한 불장난을 해대니 어찌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잇겠소? 그러니 당연히 올 수밖에"
하지만 정작 제이슨이 가리킨 강 너머의 불길은 내리는 비에 의해 이미 완전히 꺼져 잇엇다. 하지만 라딘은 그런 뒤쪽의 상황은 보지도 않고 오로지 제이슨의 말에 분통하다는 표정만을 지었다.
"그렇다면 우리를 감시하고 잇었단 말이오? 언제부터요?"
라딘의 말에 제이슨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감시라뇨? 그저 관심이지요. 사실 코즈히 공작의 제1친위 기사단이 소속지를 떠나서 갑자기 유차레로 들어섰는데 관심을 갖지 않을 바보는 없겠지요. 댁네들 덕분에 우리아이들도 이런 한밤중에 빗를 맞으며 이러헤 고생이라오"
제이슨이 말을 마치자 마자 손을 들었다. 그러자 언덕위로 일단의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전신을 검은색 검은 갑옷으로 두르고 그것도 모잘라 그들이 타고 잇는 말에도 검은색 갑주를 입혔다. 또한 그들의 손에는 랜스를 하나씩 꿰어차고 잇었다.
"크윽 흑색 창기대"
라딘이 신음을 흘리듯 말하자 제이슨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알아주시니 고맙군요. 지금 저희 아이들이 상당히 기분이 나쁜 상태랍니다. 이런 한밤중에 빗속에 잇으니 말이지요."
라딘의 뒷 쪽에서 한참 정렬하고 잇던 기사들의 웅성 거림이 라딘과 제이슨이 잇는 곳까지 들릴 정도로 동요하고 잇앗다.
라딘이 자신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을 애써 무시하고는 이를 갈 듯 말했다.
"흥 하지만 전대 전부가 온 것은 아닌 듯 하구려? 지금 우리는 칼버린 기사단 기사대 전부가 이곳에 몰려 들었소 고작 1개 전대만으론 우리를 상대하기 어려우실텐데?"
제이슨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좋으실대로. 하지만 나라면 그런 모험은 하지 않을거요. 강을 건너느라 지친 기사단과 완전 무장한 기사단의 싸움은 숫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제이슨의 말에 라딘의 어깨가 처지기 시작하더니 성난 눈으로 제이슨을 노려보며 한자 한자 씹어 먹을 듯이 말했다.
"오늘의 이 치욕 두고 두고 잊지 않겠소"
제이슨이 다시한번 어깨를 으쓱 거렸다.
"뭐 좋으실 대로"
라딘이 제이슨을 다시 한번 노려보고는 뒤로 돌아서 기사단이 모여 잇는 곳으로 돌아갔다. 기사단은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잇는 흑색 창기대를 한번 노려 보고는 각자의 칼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얼마후 라딘이 다른 몇몇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라딘과 기사단이 천천히 건너왓던 강을 되돌아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꽤 많이 지쳐잇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몸위로 때리듯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라딘과 그의 기사단이 되돌아 가기 시작하자 제임스가 손을 치켜들어 손을 끄덕였다. 그러자 클레어가 급히 제임스 곁으로 다가갔다.
"저들이 왜저리 발광한 개처럼 구는지 아는가?"
제임스의 말에 클레어가 언덕 뒤쪽을 가르켰다.
"방금전 왓던 라딘이란 장의 말에 의하면 저들을 쫓고 잇었다고 합니다."
제임스가 몸을 돌려 클레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두명의 남자와 세명의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 한명이 눈에 들어왓다.
"이해할 수가 없는 걸? 저들이 무슨 공작가의 딸이라도 꾀어 낸건가?"
제임스가 모르겟다는 듯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어쨋든 그놈의 차렌 놈들에게 한방 먹이고 나니 속이 후련하군요"
클레어가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제임스가 그런 클레어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지? 더구나 그 잰척하는 칼버린 기사단이 꼬리를 말앗단 말일세.. 크하하"
제임스가 크게 웃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기사단을 향해 손을 들엇다.
"자 덜떨어진 차렌놈들의 우상 칼버린 기사단 놈을 맘껏 비웃으며 돌아가도록 하자"
제임스의 말에 검은색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랜스를 흔들며 환호 했다. 제임스가 기사들의 환호를 기분 좋게 들으며 클레어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 우리는 그만 돌아가도록 하세"
클레어가 고개를 저엇다.
"아닙니다. 저들이 다시 돌아 올지도 모르니 우리는 여기에 남아서 마저 경계를 하다 돌아가도록 하겟습니다."
하지만 제임스가 그런 클레어의 팔을 잡아 끌었다.
"아아 괜찮아. 누가 잇어서 아실레아 강을 세 번씩이나 건너는 미친 짓을 하겠나? 비록 이곳이 다른 곳에 비해서 수심이 얕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세 번은 무리야.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네.
설혹 건넌다 하더라도 이곳에 도착할때면 물먹은 솜이 되어 꼼짝도 못할걸? 그러니 자네는 아무런 염려도 하지말고 같이 철수 하세"
제임스의 말에 클레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 그래도"
"아아"
클레어가 다시 무언가 말하려 하자 제임스가 손을 들어 클레어의 말을 막앗다.
"문제는 그것보다도 행여나 다리 쪽에서 먼저 들어온 놈들이 잇느냐는 걸세. 만일 그들이 미리 이곳에 기사들을 잠입시켰다고 한다면 자네들로선 무리야.
일단은 저기 있는 저 사람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가는 것이 우선이야. 알겟나?"
제임스의 말에 클레어가 더 이상 사양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겟습니다. 자작님의 말씀에 따르도록 하겟습니다."
클레어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는 환하게 미소짓는 병사들을 독려해 마을로 되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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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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