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18화 용병대(6)
"후~"
쳄벌린이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한번 보다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가망이 없군요... 대장님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쳄벌린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잇는 미텔들을 바라보았다.
"제 생각은 우리가 참전한다고 하더라도 별 소득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너무 숫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보니 이겨도 저희의 피해가 너무 클것이고. 지면 지는대로 어쩌면 이대로 용병단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세므온이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아니, 어쨌든 그놈들이 용병단이 있다는 얘기도 안했고 그리고 계약 당시와는 틀리게 지금은 병사도 없습니다. 차라리 위약금을 물고라도 일에서 손을 뗀다 한들 제놈들도 어쩔수 없을 게요"
츄바가 무거운 안색으로 말하자 세므온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아닙니다. 가뜩이나 신용도 바닥인 상황인데 만일 일이 어려우니 게약을 해지한다는 소문이라도 나보시오, 앞으로 우리에게 일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없을 겁니다. 더욱이 같은 용병들에게서도 손가락질 받게 됩니다."
세므온의 말에 츄바가 쓰디쓴 약을 삼킨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뭐라 반박을 하지 못하고 그저 제자리에 털석 주저 않아 자신의 앞에 놓인 애꿎은 컵만 만지작 거렸다.
"흠, 그렇다면 투입시기를 늦추는 것은 어떻겠소? 보아하니 성이 함락될 시기가 멀지 않은 듯 한데 성이 함락당하고 난 뒤야 저들도 뭐라고 하지 못할거 아니겠소?"
쳄벌린의 말에 미텔이 입을 열었다.
"사실 저희도 그런 생각을 않한게 아닙니다. 이때까지 차일피일 계약을 미뤄온 카페이레의 사자도 못마땅하고, 또 보편적인 경우에 의하면 계약당시와 변동된 상황이 잇다면 3일 이내 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단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성이 함락된 이후에 발을 들여놓아 생색을 내는 방도도 생각해보았었습니다."
쳄벌린이 미텔을 보고는 궁굼하다는 듯 물었다.
"있었다라.. 과거형인 것을 보니 그게 안된다는 뜻이군요?"
세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가 너무 늦었습니다. 그곳의 정보가 들어온 때는 게약을 체결한 이후로 3일이 지난 후 였고 더욱이 이번 게약을 늦추더라도 실패한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차짓하면 다른 용병들간에 비겁하다는 평이 돌수도 잇습니다."
쳄벌린이 세므온의 말에 다른 방책이 떠오르지 않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용병 대장들의 표정도 쳄벌린에 비해 그리 다르지 않앗다.
모두가 난감해 하고 있을 때 계약서를 다 읽고 난 아하루가 계약서를 테이블 위에 내려 놓고는 말했다.
"일단 그곳으로 출발하도록 하지요. 이런 일은 얼마든지 변수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도착하기전에 그곳이 망하는 경우와 우리가 전력을 다해 도달했는데도 그곳이 망한 것은 그 차이가 틀리겠지요. 설혹 그때까지 성이 함락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어떤 방안이 나오리라 봅니다."
아하루의 말에 쳄벌린과 미텔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하루님만 믿겠소이다. 그리고 부탁할 것이 잇다면 뭐든 이야기 해주시오."
쳄벌린이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아하루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렇다면 일단 정보망을 정비해 주십시오. 방금전의 경우처럼 정보망이 가동되어 잇지 않으므로 이런 사태가 벌어진 듯 합니다."
아하루의 말에 쳄벌린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좋소, 내 아하루님이 다시 개선하기전까지 정보망을 완비해 놓겟소. 그리고 불편하더라도 그때까지만 기존의 상인들 정보망을 그대로 사용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일은 화급을 다투는 일이므로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겟습니다. 미텔형?"
아하루가 미텔을 불렀다. 미텔이 자리에서 일어나선 두 손을 흔들었다.
"아이구 미텔 형이라뇨, 그냥 미텔 대장으로 불러 주십시오. 이 순간부터 아하루님은 우리들의 대장입니다."
미텔의 말에 아하루의 얼굴이 약간 당황스런 얼굴이 되었다가 츄바와 세므온의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겟습니다. 그렇다면 미텔 대장님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지요. 그대신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미텔형이라 불르겟습니다."
"알겟습니다."
미텔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미텔 대장님 지금 바로 출동할수 있겠습니까?"
아하루의 말에 미텔이 츄바와 세므온을 바라보앗다. 그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금 출발해도 됩니다.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앗을 텐데요"
아하루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괜 찮습니다. 그보다 여기서 전력으로 달려가면 얼마만에 도착하게 됩니까?"
아하루의 물음에 세므온이 품안에 적어놓았던 작은 메모 묶음들을 뒤적이더니 하나를 찾아내었다.
"이곳에서 대략 2주일 거리입니다. 만일 전력으로 달려간다면 10흘 정도 걸립니다."
아하루가 고개를 저엇다.
"너무 늦군요. 만일 보급물자마져 버려두고 가면요?"
세므온이 다시금 메모를 보며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아마 일주일 정도면 될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되겟습니까?"
아하루가 쳄벌린을 향해 바라보앗다.
"여기계신 쳄벌린 단주님만 도와 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아하루의 말에 의아한 듯 용병 대장들이 아하루와 쳄벌린을 오가며 바라보았다. 그들의 머리에서는 도저히 해답이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쳄벌린은 어느정도 감을 잡았는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하루를 보는 눈에 이채가 잠시 어렸다 사라졌다.
"그정도야 저희가 도와드려야지요. 하지만 그 일정은 저희 상인대와 자세히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아마 저녁 늦게나 알려드릴수 있게 될겝니다."
아하루 역시 쳄벌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만일의 경우를 위해 간단한 건량같은것도 같이 부탁드리겟습니다."
"알겠습니다."
쳄벌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회의가 어느정도 끝나고 그제서야 아하루의 계획을 어렴풋이 알게된 용병대장들의 얼굴은 감탄으로 변했다.
하지만 다가올 알 수 없는 전투로인해 미텔들의 얼굴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잇었다.
자그마한 방안에 자그마한 소년, 카리에였다. 카리에는 아하루의 바로 앞에 단정한 자세로 아하루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잇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카리에의 무릎위에 놓인 두 손은 어느새 조그마한 주먹을 말아 쥐고 있었지만 아하루는 그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건지 계속 자기의 할말만 계속 했다.
"그래서 이 삼촌은 내일 이곳을 떠나게 됐단다. 이후 라이갈 까지는 쳄벌린 단주가 데려다 줄 것이다. 알겠니?"
아하루의 물음에 카리에가 비로서 자신의 얼굴을 들었다. 어느새 카리에의 눈에는 물기가 어려 잇었다. 하지만 애써 참았는 듯 그 물기는 카리에의 눈가에만 조금 그 흔적을 남기고 금새 말라버렸다.
아하루가 그런 카리에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픈 듯 애처로운 눈으로 카리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삼춘, 레이첼은요?"
"레이첼은 지금 쳄벌린 상인대의 전 정보력을 동원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란다. 곧 발견될거라 믿는단다."
"레이첼을 발견할 때 까지 삼촌 곁에 있으면 안돼나요?"
카리에가 기어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카리에의 마음을 알겠는지 아하루가 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카리에를 향해 벌려졌다.
카리에는 자신의 말에 아하루의 팔이 들어 올려지자 잠시 흠칫거렸지만 이내 자신을 향해 벌려지자 곧 아하루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리에, 삼촌이 카리에를 사랑하는 것은 알고 잇지?"
아하루가 카리에를 자신의 품안에 꼭 품어 앉고는 카리에를 향해 물었다. 카리에가 고개만 끄덕였다.
"카리에 나도 너와 함께 잇고 싶단다. 하지만, 지금 가는 길은 너무 위험한 길이란다. 만약 그곳에서 너마저 잃게 된다면 이 삼촌은 무척 많이 슬퍼하게 될거야.
카리에는 이 삼촌이 슬퍼하는 것이 좋겠니?"
카리에가 아하루의 말에 잠자코 잇었다. 아하루가 카리에를 끌어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나도 알아, 카리에가 이 삼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하지만 그 위험한 곳에 카리에가 있는 것은 안돼,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곳에 잇을 수도 없잖니? 당분간 카리에에겐 머물러 잇을 곳이 필요하다고 이 삼촌은 생각해"
그제서야 카리에가 빼꼼히 고개를 들어 아하루를 바라보앗다.
"하지만 삼촌.."
아하루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카리에의 입술에 대었다.
"쉿, 이제 카리에도 당당한 하베이도가의 사내야. 하베이도가의 사내는 결코 약한소리를 하는게 아니야. 알겠니?"
카리에가 뭔가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아하루의 말에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루의 가슴께는 카리에가 흘렸던 눈물로 인해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카리에의 눈가도 약간 부어 오른채 였다. 아하루가 손을 들어 카리에의 눈가를 훔쳐주었다.
"그곳 라이갈에 가더라도 카리에가 하베이도가의 사람임을 잊으면 안된다. 알겠지? 항상 가슴을 피고 당당하게 살아야 한단다. 알겠니? 약속해 줄래?"
카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삼촌 항상 하베이도가의 사람인 것을 잊지 않을께요"
짐짓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대범하고 의젖하게 말하는 카리에를 보고는 마음이 아픈지 아하루가 다시 카리에를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는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만일 라이갈에서 뭔가 필요한게 있으면 근처 쳄벌린 상인대에게 부탁하렴, 쳄벌린 단주님이 항상 널 도와주겟다고 약속했으니 언제든 필요한게 있으면 찾아가면 될게야. 알겠니?"
카리에가 아하루의 품안에 안겨 조그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만일 그곳에서 널 반기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다시 날 찾아 오도록 해라. 언제든지"
"그럼 삼촌은 라이갈엔 안오실 건가요?"
"아니? 삼촌이 조만간 머물곳을 정하게 되면 널 부를거야. 그땐 내가 직접 라이갈에 가서 그동안 우리 카리에를 잘 돌봐줬는지 어쩐지를 살펴보고 잘 돌봐줬으면 감사의 보답을 할거고 만약 널 홀대했다면 이 삼촌이 크게 혼내줄거야"
"안되요 삼촌"
"응?"
카리에가 아하루의 품에서 벗어나 진지한 눈으로 아하루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곳은 할머님과 할아버지가 잇는 곳이잖아요. 그러니 혼내지는 말아요. 그냥 절 데려 가기만 하면 돼요"
카리에의 말에 아하루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카리에는 착하기도 하지.. 알앗다. 만일 그곳에서 널 홀대했다면 그냥 "당신들은 카리에를 맡을 자격이 없소. 앞으로는 나와 같이 잇을거요"하고 데려올게 그럼 돼지?"
아하루의 말에 카리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전과 달리 조금은 밝아진 카리에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아하루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그럼 언제쯤 데리러 올거예요?"
"지금 카리에가 몇살이지?"
카리에가 자신의 두손을 펴서 손가락을 꼽앗다.
"일곱이요"
아하루가 그런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카리에의 꼽아진 손가락중 남은 손가락을 두 개 더 꼽아 주었다.
"이렇게 아홉 살이 되기전에 카리에를 데리러 갈게 알겟지?"
카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하베이도의 남자답게?"
카리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을 펴고 말했다. 아하루가 그런 카리에의 머리를 빙긋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쓰다듬었다.
"이 삼촌은 이제 그만 출발해야 할 것 같구나. 그럼 앞으로 한동안은 보지 못하겠지? 그때까지 건강해야 한다?"
카리에가 아하루의 말에 아하루의 품안에 다시금 달려들어서 아하루를 꼭 끌어 안았다.
"삼춘"
아하루가 카리에의 등을 토닥여 주엇다.
"그래 카리에"
어느새 아하루의 눈가에도 작은 물방울이 빛을 내고 잇었다.
"후~"
쳄벌린이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한번 보다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가망이 없군요... 대장님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쳄벌린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잇는 미텔들을 바라보았다.
"제 생각은 우리가 참전한다고 하더라도 별 소득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너무 숫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보니 이겨도 저희의 피해가 너무 클것이고. 지면 지는대로 어쩌면 이대로 용병단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세므온이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아니, 어쨌든 그놈들이 용병단이 있다는 얘기도 안했고 그리고 계약 당시와는 틀리게 지금은 병사도 없습니다. 차라리 위약금을 물고라도 일에서 손을 뗀다 한들 제놈들도 어쩔수 없을 게요"
츄바가 무거운 안색으로 말하자 세므온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아닙니다. 가뜩이나 신용도 바닥인 상황인데 만일 일이 어려우니 게약을 해지한다는 소문이라도 나보시오, 앞으로 우리에게 일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없을 겁니다. 더욱이 같은 용병들에게서도 손가락질 받게 됩니다."
세므온의 말에 츄바가 쓰디쓴 약을 삼킨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뭐라 반박을 하지 못하고 그저 제자리에 털석 주저 않아 자신의 앞에 놓인 애꿎은 컵만 만지작 거렸다.
"흠, 그렇다면 투입시기를 늦추는 것은 어떻겠소? 보아하니 성이 함락될 시기가 멀지 않은 듯 한데 성이 함락당하고 난 뒤야 저들도 뭐라고 하지 못할거 아니겠소?"
쳄벌린의 말에 미텔이 입을 열었다.
"사실 저희도 그런 생각을 않한게 아닙니다. 이때까지 차일피일 계약을 미뤄온 카페이레의 사자도 못마땅하고, 또 보편적인 경우에 의하면 계약당시와 변동된 상황이 잇다면 3일 이내 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단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성이 함락된 이후에 발을 들여놓아 생색을 내는 방도도 생각해보았었습니다."
쳄벌린이 미텔을 보고는 궁굼하다는 듯 물었다.
"있었다라.. 과거형인 것을 보니 그게 안된다는 뜻이군요?"
세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가 너무 늦었습니다. 그곳의 정보가 들어온 때는 게약을 체결한 이후로 3일이 지난 후 였고 더욱이 이번 게약을 늦추더라도 실패한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차짓하면 다른 용병들간에 비겁하다는 평이 돌수도 잇습니다."
쳄벌린이 세므온의 말에 다른 방책이 떠오르지 않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용병 대장들의 표정도 쳄벌린에 비해 그리 다르지 않앗다.
모두가 난감해 하고 있을 때 계약서를 다 읽고 난 아하루가 계약서를 테이블 위에 내려 놓고는 말했다.
"일단 그곳으로 출발하도록 하지요. 이런 일은 얼마든지 변수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도착하기전에 그곳이 망하는 경우와 우리가 전력을 다해 도달했는데도 그곳이 망한 것은 그 차이가 틀리겠지요. 설혹 그때까지 성이 함락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어떤 방안이 나오리라 봅니다."
아하루의 말에 쳄벌린과 미텔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하루님만 믿겠소이다. 그리고 부탁할 것이 잇다면 뭐든 이야기 해주시오."
쳄벌린이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아하루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렇다면 일단 정보망을 정비해 주십시오. 방금전의 경우처럼 정보망이 가동되어 잇지 않으므로 이런 사태가 벌어진 듯 합니다."
아하루의 말에 쳄벌린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좋소, 내 아하루님이 다시 개선하기전까지 정보망을 완비해 놓겟소. 그리고 불편하더라도 그때까지만 기존의 상인들 정보망을 그대로 사용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일은 화급을 다투는 일이므로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겟습니다. 미텔형?"
아하루가 미텔을 불렀다. 미텔이 자리에서 일어나선 두 손을 흔들었다.
"아이구 미텔 형이라뇨, 그냥 미텔 대장으로 불러 주십시오. 이 순간부터 아하루님은 우리들의 대장입니다."
미텔의 말에 아하루의 얼굴이 약간 당황스런 얼굴이 되었다가 츄바와 세므온의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겟습니다. 그렇다면 미텔 대장님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지요. 그대신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미텔형이라 불르겟습니다."
"알겟습니다."
미텔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미텔 대장님 지금 바로 출동할수 있겠습니까?"
아하루의 말에 미텔이 츄바와 세므온을 바라보앗다. 그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금 출발해도 됩니다.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앗을 텐데요"
아하루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괜 찮습니다. 그보다 여기서 전력으로 달려가면 얼마만에 도착하게 됩니까?"
아하루의 물음에 세므온이 품안에 적어놓았던 작은 메모 묶음들을 뒤적이더니 하나를 찾아내었다.
"이곳에서 대략 2주일 거리입니다. 만일 전력으로 달려간다면 10흘 정도 걸립니다."
아하루가 고개를 저엇다.
"너무 늦군요. 만일 보급물자마져 버려두고 가면요?"
세므온이 다시금 메모를 보며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아마 일주일 정도면 될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되겟습니까?"
아하루가 쳄벌린을 향해 바라보앗다.
"여기계신 쳄벌린 단주님만 도와 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아하루의 말에 의아한 듯 용병 대장들이 아하루와 쳄벌린을 오가며 바라보았다. 그들의 머리에서는 도저히 해답이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쳄벌린은 어느정도 감을 잡았는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하루를 보는 눈에 이채가 잠시 어렸다 사라졌다.
"그정도야 저희가 도와드려야지요. 하지만 그 일정은 저희 상인대와 자세히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아마 저녁 늦게나 알려드릴수 있게 될겝니다."
아하루 역시 쳄벌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만일의 경우를 위해 간단한 건량같은것도 같이 부탁드리겟습니다."
"알겠습니다."
쳄벌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회의가 어느정도 끝나고 그제서야 아하루의 계획을 어렴풋이 알게된 용병대장들의 얼굴은 감탄으로 변했다.
하지만 다가올 알 수 없는 전투로인해 미텔들의 얼굴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잇었다.
자그마한 방안에 자그마한 소년, 카리에였다. 카리에는 아하루의 바로 앞에 단정한 자세로 아하루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잇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카리에의 무릎위에 놓인 두 손은 어느새 조그마한 주먹을 말아 쥐고 있었지만 아하루는 그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건지 계속 자기의 할말만 계속 했다.
"그래서 이 삼촌은 내일 이곳을 떠나게 됐단다. 이후 라이갈 까지는 쳄벌린 단주가 데려다 줄 것이다. 알겠니?"
아하루의 물음에 카리에가 비로서 자신의 얼굴을 들었다. 어느새 카리에의 눈에는 물기가 어려 잇었다. 하지만 애써 참았는 듯 그 물기는 카리에의 눈가에만 조금 그 흔적을 남기고 금새 말라버렸다.
아하루가 그런 카리에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픈 듯 애처로운 눈으로 카리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삼춘, 레이첼은요?"
"레이첼은 지금 쳄벌린 상인대의 전 정보력을 동원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란다. 곧 발견될거라 믿는단다."
"레이첼을 발견할 때 까지 삼촌 곁에 있으면 안돼나요?"
카리에가 기어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카리에의 마음을 알겠는지 아하루가 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카리에를 향해 벌려졌다.
카리에는 자신의 말에 아하루의 팔이 들어 올려지자 잠시 흠칫거렸지만 이내 자신을 향해 벌려지자 곧 아하루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리에, 삼촌이 카리에를 사랑하는 것은 알고 잇지?"
아하루가 카리에를 자신의 품안에 꼭 품어 앉고는 카리에를 향해 물었다. 카리에가 고개만 끄덕였다.
"카리에 나도 너와 함께 잇고 싶단다. 하지만, 지금 가는 길은 너무 위험한 길이란다. 만약 그곳에서 너마저 잃게 된다면 이 삼촌은 무척 많이 슬퍼하게 될거야.
카리에는 이 삼촌이 슬퍼하는 것이 좋겠니?"
카리에가 아하루의 말에 잠자코 잇었다. 아하루가 카리에를 끌어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나도 알아, 카리에가 이 삼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하지만 그 위험한 곳에 카리에가 있는 것은 안돼,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곳에 잇을 수도 없잖니? 당분간 카리에에겐 머물러 잇을 곳이 필요하다고 이 삼촌은 생각해"
그제서야 카리에가 빼꼼히 고개를 들어 아하루를 바라보앗다.
"하지만 삼촌.."
아하루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카리에의 입술에 대었다.
"쉿, 이제 카리에도 당당한 하베이도가의 사내야. 하베이도가의 사내는 결코 약한소리를 하는게 아니야. 알겠니?"
카리에가 뭔가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아하루의 말에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루의 가슴께는 카리에가 흘렸던 눈물로 인해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카리에의 눈가도 약간 부어 오른채 였다. 아하루가 손을 들어 카리에의 눈가를 훔쳐주었다.
"그곳 라이갈에 가더라도 카리에가 하베이도가의 사람임을 잊으면 안된다. 알겠지? 항상 가슴을 피고 당당하게 살아야 한단다. 알겠니? 약속해 줄래?"
카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삼촌 항상 하베이도가의 사람인 것을 잊지 않을께요"
짐짓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대범하고 의젖하게 말하는 카리에를 보고는 마음이 아픈지 아하루가 다시 카리에를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는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만일 라이갈에서 뭔가 필요한게 있으면 근처 쳄벌린 상인대에게 부탁하렴, 쳄벌린 단주님이 항상 널 도와주겟다고 약속했으니 언제든 필요한게 있으면 찾아가면 될게야. 알겠니?"
카리에가 아하루의 품안에 안겨 조그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만일 그곳에서 널 반기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다시 날 찾아 오도록 해라. 언제든지"
"그럼 삼촌은 라이갈엔 안오실 건가요?"
"아니? 삼촌이 조만간 머물곳을 정하게 되면 널 부를거야. 그땐 내가 직접 라이갈에 가서 그동안 우리 카리에를 잘 돌봐줬는지 어쩐지를 살펴보고 잘 돌봐줬으면 감사의 보답을 할거고 만약 널 홀대했다면 이 삼촌이 크게 혼내줄거야"
"안되요 삼촌"
"응?"
카리에가 아하루의 품에서 벗어나 진지한 눈으로 아하루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곳은 할머님과 할아버지가 잇는 곳이잖아요. 그러니 혼내지는 말아요. 그냥 절 데려 가기만 하면 돼요"
카리에의 말에 아하루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카리에는 착하기도 하지.. 알앗다. 만일 그곳에서 널 홀대했다면 그냥 "당신들은 카리에를 맡을 자격이 없소. 앞으로는 나와 같이 잇을거요"하고 데려올게 그럼 돼지?"
아하루의 말에 카리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전과 달리 조금은 밝아진 카리에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아하루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그럼 언제쯤 데리러 올거예요?"
"지금 카리에가 몇살이지?"
카리에가 자신의 두손을 펴서 손가락을 꼽앗다.
"일곱이요"
아하루가 그런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카리에의 꼽아진 손가락중 남은 손가락을 두 개 더 꼽아 주었다.
"이렇게 아홉 살이 되기전에 카리에를 데리러 갈게 알겟지?"
카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하베이도의 남자답게?"
카리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을 펴고 말했다. 아하루가 그런 카리에의 머리를 빙긋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쓰다듬었다.
"이 삼촌은 이제 그만 출발해야 할 것 같구나. 그럼 앞으로 한동안은 보지 못하겠지? 그때까지 건강해야 한다?"
카리에가 아하루의 말에 아하루의 품안에 다시금 달려들어서 아하루를 꼭 끌어 안았다.
"삼춘"
아하루가 카리에의 등을 토닥여 주엇다.
"그래 카리에"
어느새 아하루의 눈가에도 작은 물방울이 빛을 내고 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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