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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05 1,728회 0건
164. 27화 신성전투(4)
드넓은 초원으로 용병들이 천천히 무리지어 앞으로 줄을 지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함누리당 500명씩 다섯 개의 부대가 초원 한쪽을 꽉 채우고 잇었다. 그들은 천천히 불안감과 두려움에 질려있는 듯 초원으로 내몰리고 잇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는 다시 다섯 개의 부대가 그 뒤를 이었고 또 그 뒤에 다시 다섯 부대가 뒤를 이었다.
용병들의 전진하는 우측으로는 보기에도 늠름한 군마와 기세가 엄중한 기사들이 제각기 자신의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을 세우고 용병들의 허술한 진용과는 달리 완벽한 진을 이루고 잇었고 또한 자심감에 차있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눈에 띄지 않는 여유마저 보였다.
그들은 각자의 부대로 쭉 줄지워 있었는데 기사단을 나타내는 부대 기만 무려 열네개에 달했다. 그리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도 무척이나 넓어서 거의 그 끝에서 끝이 안보일 정도였다.
그들의 우측으로 이번에는 단일한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 5개의 기사단 무리가 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중앙의 본진과는 달리 긴장하는 빛이 뚜렸했다.
그들도 역시 자신들의 부대기를 앞세웠지만 그 부대기는 모양이 똑같은채 그 숫자만을 달리했다. 그 모양은 젠티에의 기사단을 의미하는 문양이었다. 그들은 각기 완전한 무장을 한 채 살기어린 모습마져 보였다.
기사들이 탄 말들도 자신의 주인이 내뿜는 살기와 긴장이 느껴지는지 연신 투레질을 하며 자신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엄격한 훈련을 받은 듯 대열을 흐트러 뜨리지는 않았다.
그들은 전면에 역시 초원 한쪽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나타나는 빌토르측 병사들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잇었다.
"후 도대체 어찌된 셈이지?"
벨베르가 잔뜩 긴장된다는 듯이 침을 한번 삼키고는 그렇게 투덜대었다.
"또 왜그래?"
아르몬 역시 긴장되는지 앞을 노려보며 나가며 나직하게 물었다. 용병단 전체에 감도는 긴장감을 그 역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저기 저거 보라구. 그나마 우리 앞쪽에 있는 용병단의 경우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우리 양 옆과 뒤쪽을 보라구 저건 온통 애들과 노인네들 아니냐구.
아이쿠 저런 창을 놓쳤네? 이런 얼굴이 아예 울상이 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창도 제대로 쥐지도 못하는 애송이들을 내보낼 수 있느냐구"
아르몬이 벨베르가 바라본 방향으로 잠시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아이티를 벗지 못한 소년이라 불리워 마땅한 용병 하나가 자신이 들고 있던 창을 잃어버리고는 안절 부절 못해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르몬이 이내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잖아? 우리가 상대할 것은 기사단이라구"
"당연하다구?"
벨베르가 기가찬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리곤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당연하다는 거야? 기사단을 상대할 거면 당연히 무장이나 능력이나 일급을 내보내야 하는거 아냐? 그래야 최소한 상대가 될거 아냐?
보아하니 칼한번 휘둘러보지 않은 일반 평민을 이런 전투에 내보내면 어쩌겠다는거야? 그냥 기사들의 말발굽 아래 도살시키겠다는 거냐구?"
"맞아"
아르몬이 말하려는 순간 곁에 있던 나달이 짧게 대답했다. 벨베르가 화난듯한 눈으로 나달을 바라보았다.
"모야?"
"저들은 그저 제물일 뿐이야. 어차피 아무리 정예 용병이라도 기사단 앞에서 제대로 싸울수 있는 용병은 없어. 너도 알거 아냐? 기병한명이 갖는 파괴력과 그런 기병이 모여 만든 기사단이 갖고 잇는 능력을"
나달의 말에 벨베르의 입이 다물어졌다.
"사실 너도 지금 겁이 나고 잇잖아? 그래서 이전보다 더욱 말을 지껄이는 것이겠지. 그래 나도 겁이나. 보병이 제아무리 힘을 써봐야 기병을 상대할 수가 잇겠어? 더욱이 기사단이라면 우리같은 용병 부대는 돌격 한번으로 끝이야. 그러니 이후의 전투를 위해서라도 소중한 동료를 내보낼수 없겠지. 아마 저들은 전투후에 자유를 약속하고 사들인 농로의 자식들이거나 노예들이 대부분일 거야.
난 지금 저들보다도 우리가 걱정이야. 이 망할 놈의 용병단이 우리를 제물로 바치려는게 아닌가 생각중이란 말이다."
나달의 말에 벨베르가 얼굴이 핼슥하게 굳었다. 그리곤 사실이냐는 듯 아르몬을 바라보았다. 아르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달의 말은 사실이야. 하지만 저 앞에 잇는 총대장이 우리를 제물로 삼으려고 이곳에 보낸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
"그..그렇지? 확실하지?"
벨베르가 다짐을 받으려는 듯 그렇게 물었다. 아르몬이 그 스스로도 다짐을 받으려는 듯 고개를 끄덕녔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어느새 아르몬의 주위에 있던 다른 용병들도 아르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잇었다.
"먼저 우리가 이번에 이곳에 온 인원은 600여명 밖에 안되 만일 우리가 제물로 휘생된다면 앞으로의 전투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잇어. 또 만일 우리를 희생제물로 바칠 심산이었다면 저렇듯 총대장들이나 대장들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겠지.
그것은 이번에 진짜 한판 붙어 보려는거야.
그리고 난 저기 검은 말을 타고 있는 총대장을 믿어, 그가 짐보만에서 보여준 능력의 절반만 발휘해도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믿어"
아르몬의 말에 벨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뿐 아니라 은연중 아르몬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다른 용병들도 아르몬의 말을 옆 동료에게 귓속말로 옮기며 어딘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흐흐흑"
전장에 도착하면 도착 할수록 그들 양 옆의 용병단의 불안은 더욱 고조되어 급기야 흐느끼는 자들마져 나왓다. 그들이 쥐고 있는 창과 무기들도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잇었다. 그들중 몇몇은 뭐라고 뭐라고 큰소리치며 그들의 용기를 복돋우려고 애썼지만 공포와 두려움에 전염된 용병들을 진정 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두려움은 그들의 눈 앞에 저멀리 흉폭한 기사단들이 그들을 노리며 하나 둘 진을 치기 시작하자 더욱 고조되기 시작했다.

"제길 역시 불안하단 말이야"
말에 오른 호르텝이 주먹을 연신 부딪치며 그렇게 말했다. 눈 앞의 기병대는 금방이라도 그들에게 달려들 듯 했다.
호르텝이 자신의 뒤를 돌아보고는 자신의 수하에게 다시금 다짐하려는 듯 말했다.
"잘들어 괜히 무모한 만용을 부릴 필요는 없어 이 자리를 그냥 산게 아니란 말이다. 무려 100골드나 주었단 말이야. 그러니 애꿎게 저 기병대를 상대한다 뭐다 하면서 개죽음 당하는 놈들은 결코 용서 못해 알겠지?"
호르텝의 말에 호르텝의 역시 호르텝처럼 말을 타고 있는 부대장들이 호르텝 못지 않게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르텝이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는 듯 부대장들의 어깨너머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무기를 잡고 잇었다. 그들 중 말을 타고 잇는 자는 없었다.
용병들은 넓게 일자로 진을 펼친채 각기 자신의 창을 꼬나 쥐며 호르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씨발놈들아 우리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니 잘해. 멋대로 죽는 놈은 가만 안둔다 알겠지? 무조건 바람처럼 달려라. 무조건 살아남으란 말이다. 알겠냐?"
"와아"
호르텝의 그런 고함소리에 용병들이 두려움을 털어 버리려는 듯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강렬한 가을 햇볕때문인지 주르륵 식은 땀이 흐르고 잇었다.
"빠빠 빠라라라랏"
용병들의 환호소리는 곧이어 울린 나팔 소리에 순식간에 가라 앉았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저 너머에서도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들판을 울리려는 듯 거대한 북소리가 용병들의 오른 쪽 중앙 본진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둥 둥 둥 둥 "
그 북소리는 듣는 사람들의 전의를 높이려는 듯 끊임없이 그 기세를 고조시키고 잇었다.
"니미 이제 시작이닷"
호르텝이 눈 앞의 저멀리 기병들이 돌격자세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긴장한 듯 그렇게 외쳤다.
과연 호르텝의 말대로 저멀리서 깃발을 잡은 기병 하나와 나팔을 든 기병 하나가 앞으로 나서더니 곧이어 나팔을 든 기병이 나팔을 입에 대었다.
"빠 빠빠빠 빠라라라랏 빠 빠빠빠 빠라라라랏"
기병의 나팔 소리가 울려퍼지자 마자 기병들이 자신의 들고 있는 랜서를 앞으로 세우고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초원 가득히 달리는 말 뒤로 먼지 구름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준비"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신도 말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에 달려 잇는 랜스를 꺼내서는 바닥에 거꾸로 앞쪽으로 향하게 비스듬히 세웠다.
호르텝의 뒤쪽에 있는 용병들도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창을 그렇게 비스듬하게 앞 쪽을 바라보며 세우고 있었다.
"전위 대열 뒤로 후퇴"
앞쪽에 잇던 용병들이 재빨리 뒤로 돌아서는 그들의 대열 끝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간 쯤에 있는 용병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들의 앞에는 앞에 있던 용병들이 만들어 놓은 창의 숲이 있었지만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매우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그 창의 숲 앞으로는 하늘을 뒤덮을 듯 먼지구름이 일고 잇었으며 그 앞으로 랜스를 앞으로 길게 뻗은 채 무시 무시한 기세로 지축을 울리며 기병들이 달려 오고 잇었다.
그리고 용병들의 전명으로 달려드는 기병들의 무리 외에도 그들의 양 옆에 있는 다른 용병단을 향해 짖쳐드는 다른 기사단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호르텝의 용병단 곁에 잇던 다른 용병단에서 겁에질린 듯 화살이 한 두발 발사 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화살들이 그들의 손에서 일제히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용병들이 자신의 손에 들린 활을 마구 쏘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화살들은 채 기병들에게 닿기도 전에 허무하게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내 신호를 잘보란 말이다. 그리고 주위를 잘봐 그리고서 행동하란 말이다. 괜히 혼자서 움직이면 표적이 된다는걸 명심해. 씨팔 어떤 개새끼가 이런 규칙을 만들었는지 몰라도 내 눈앞에 보이면 찢어 죽이고 말겠다."
호르텝이 자신의 손이 땀에 듬뿍 젖은 것도 모르고 그렇게 외쳐댔다.

"우아아아"
전면 최 우측에 위치한 용병들의 얼굴이 공포에 젖어 들었다. 주로 노인들과 어린이들로 구성된 용병대는 전면으로부터 우악스럽게 다가드는 기병대의 모습을 공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각기 100명씩으로 이루어진 대열로 전면에 3개대 그리고 그들의 뒤로 다시 2개대 200명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그들의 손에 쥐어진 나무로 된 방패로는 그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창을 들어 얼른"
"궁수 궁수 뭐해 쏴 쏘라구"
대열 내에서 몇몇 경험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악을 써대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그들의 말이 통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전면에 방패를 치켜들고 있는 사람들조차 벌벌 떨어대며 주츰 주츰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두두두두"
지축을 울릴 듯한 말발굽 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오며 거대한 창이 자신을 겨누며 다가오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자신의 배를 꿰뚫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우우"
전면에 나섰던 사람들이 잔뜩 고개를 숙이고는 오로지 자신의 믿을 것은 자신의 두손에 잡은 방패 밖에 없다는 듯 방패를 꼭 부여잡고는 연신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뒤쪽의 사람들에 막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용병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기 시작하며 개중에는 오줌을 지리는 사람마져 생겨났다.
더욱이 아직 변변한 싸움조차 해보지 않은 소년티가 역력한 용병들의 동요는 더욱 심해 그들이 들고 있는 방패는 더욱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또한 방패 사이로 삐죽히 튀어 나온 창은 어딘가 달려들어 오는 기병들의 창에 비해 허약해 보였으며 또 그마져도 자꾸만 아래쪽으로 쳐지고 있었다.
"빠빠빠 빠라라라라랏"
전면으로 새까맣게 짖쳐들던 기병들 속에서 다시금 나팔 소리가 울려퍼져 나왔다. 그러자 한데 뭉쳐서 달려들어 오던 기병들이 일제히 분산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다섯 개의 소규모 집단으로 찢어지기 시작하더니 최우측 용병대를 반포위하며 다가들기 시작했다.
"막아 막아"
누군가 바로 자신의 눈 앞에 말 콧김을 느낄수 있을만큼 다가온 기병들을 보며 소리쳤다.
"오 펠리온이시여"
누군가 절망에 물든 소리를 외쳤다. 그리고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기병들의 거대한 랜스가 최 선두에 있는 용병들의 방패를 강타했다.
"크악"
방패가 랜스의 충격에 반쯤 부셔지며 방패를 들고 잇던 소년병이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연이어 비명소리와 뭔가 둔중한 부딪치는 소리가 들판을 메우기 시작했다.
"쿠아악"
기병들의 랜스가 최선방에 서있는 용병들의 방패를 강타하며 그들을 꿰뚫으며 짖쳐들었다.
방패로 몸을 가린 용병들이 뒤로 날아가듯 던져지거나 아니면 기병의 랜스에 몸이 꿰어버리고 말았다.
"우아아아"
자신의 바로 앞 소년병의 몸이 랜스에 몸이 꿰어 하늘로 치져들려지며 버둥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한 용병이 자신이 쥐고 잇던 창을 던져버리고는 몸을 돌리켰다.
이미 용병의 머리 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듯 그저 뒤로 뒤로 버둥거리며 도망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얼마 가지 못해 다른 기병의 창날에 몸이 붕 하고 떠올랐다. 믿을 수 없다는 용병의 눈이 채 감겨지기도 전에 바닥으로 내팽져쳐진 용병의 몸위로 묵중한 기사와 갑옷을 입은 말이 그의 몸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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