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31화 실마리(3)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홀안의 무리들은 더욱 더 늘어나기 시작해 급기야 인근에서도 홀 크기만으로는 제법 넓기로 어느 정도 명성을 떨친 "아데온의 식탁" 식당 50여 테이블 중 벌써 반 넘어 용병들로 차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아직 이른 점심 시간이라 이 정도의 숫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앗다면 여관으로서도 대단히 반길 일이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우락부락한 얼굴에 앉은 의자가 다 좁아 보일정도의 덩치들이 앉은 식탁위에 놓인 것은 달랑 물 한컵이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간간히 이곳의 단골 손님으로 보이는 치들이 멋모르고 들어왓다가 험상궂은 용병들의 기세에 눌려 조심스레 줄행랑치기가 일쑤였다.
"후~ 제기랄, 오늘 완전히 공쳤구만"
삐적마른 몸에 약간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여관의 주인이 주방의 음식이 나가는 창 넘어로 홀 안을 살펴보고 그렇게 중얼거리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욕지거리를 나직히 내뱉으며 되돌아간 것이 바로 얼마 전 이었다.
용병들의 분위기에 겁을 집어먹은 것은 비단 들어오는 일반 손님들만이 아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급사들의 경우 언제 어떤일이 터질지 몰라 무척이나 긴장하는 상태였고 그것은 비단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뿐 아니라 일반 객실을 맡은 종업원들에게까지 퍼져 그들의 얼굴 또한 자연 초긴장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란 있는 법인지 그런 살벌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제철을 만난 듯 돌아다니는 무리들도 있었다.
바로 여관에서 고용한 호객을 맡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평소 자신들을 닦달하고 구박하기 일수인 급사들이 잠잠한 틈을 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홀 안에 모인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용병들 또한 그런 어린아이들에게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서옵셔"
문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제법 아이들 중 나이먹은 녀석 하나가 재빨리 문쪽으로 다가가선 문을 열어주고 꾸벅 허리를 굽혔다.
그 아이의 재빠른 행동에 기회를 놓친 다른 아이들이 혀를 찻다. 원래는 일반 급사들이 해야할 일이었지만 급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이때 손님맞이는 아이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에게 동전 한닢이라도 더 쥘수 있는 기회를 의미했다.
어지간한 짠돌이가 아닌 이상 자신을 식탁으로 안내하는 이에게 동전 한 닢이라도 쥐어 주는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이쪽으로 오시..."
기세 좋게 나섰던 아이가 갑작스레 말을 삼켰다. 눈 앞에 보인 인물은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 옷은 왠만한 평민들은 물론 부자들도 쉽사리 입지 못하는 옷차림이었다.
은빛으로 번쩍이는 징들이 박힌 잘다려진 가죽옷과 가슴에 붉은색 그리폰이 그려져 있는 은빛으로 빛나는 흉갑 그리고 머리를 뒤덮은 쇠가 섞인 가죽두건 그리고 결정적으로 쉽사리 보기 힘든 칼집을 차고 잇는 인물 바로 기사단의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다가 다시금 용기를 냈는지 다시한번 허리를 꾸벅였다.
"어..어서옵셔. 자리에 앉으시겠습니까?"
식당안으로 들어온 기사는 세명. 그들은 홀 안을 잠시 둘러보다가 눈살을 지푸렸다. 그리곤 그들 앞에서 약간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년에게 앞장서라는 듯 턱짓을 했다.
소년이 기사들의 턱짓을 눈칫껏 파악하곤 얼른 기사들 앞에서 빈자리 쪽으로 걸어갔다.
"아, 비교적 조용한 자리로..."
기사들 중 한명이 그렇게 말하자 소년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교적 구석진 곳으로 그들을 인도했다.
가뜩이나 조용하던 홀이 기사들의 등장에 더욱 조용해졌다. 용병들은 기사들의 걸어가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다가 기사들이 자리에 앉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뭐... 드시겟어요?"
소년이 기사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가운데 앉은 기사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언제꺼냈는지 은화를 하나 꺼내어선 소년에게 튕겼다.
"이곳에 허수아비 용병단 단장이 묵던가?"
소년이 자신의 손에 떨어진 은화를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네 있구 말굽쇼"
소년의 굼 띤 대답에 기사가 잠시 눈살을 찌푸리다가 이내 원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허수아비 총대장에게 전해라. 잠시 보자고 말이다."
"예? 예... 하지만 저기..."
소년이 뭔가 더 말을 하려 하자 기사가 조용히 팔을 들었다.
"그냥 그렇게 전해라."
소년이 기사의 말을 들엇음에도 잠시 그대로 있었다. 기사가 소년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나직히 한숨을 내셨다. 그리곤 자신의 옆에 찬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어선 소년에게 건넸다.
"후, 이것을 그들에게 건네줘라. 과연 그들이 이것을 보고도 나타나지 않을만큼 간이클지 궁굼하구나."
소년은 더 이상 기사에게 나올 것이 없음을 알았는지 허리까지 인사를 꾸벅한 다음 숙소 쪽으로 올라가는 문을 빠져 나갔다.
소년이 기사에게 받은 물건이 궁굼한지 용병들이 힐끔 힐끔 소년이 쥐고 있는 물건을 살펴보려 했으나 이내 눈을 부라리는 기사들의 시선에 막혀 다시금 딴 곳으로 시선을 외면했다.
대략 차 한잔이 완전히 식을 만큼의 시간이 지나자 아까 전 소년이 빠져나간 문으로 한사람이 들어왔다. 용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사람에게로 쏠려졌다.
"제 이름은 허수아비 용병단의 대장을 맡고 있는 미켈이라고 합니다."
문을 나서자마자 그렇게 큰소리를 높여 말했다.
"오늘 이렇게 많은 영웅분들을 직접 뵙게 되어서 뭐라 말할수 없는 기쁨입니다."
"우리는 총대장을 보러왔소"
미켈의 말을 듣던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다른 용병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는 가당찮음과 약간의 분노가 얽혀 있었다. 미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제가 어찌 총대장의 일을 대신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곳에서 한번에 같이 이야기를 나눌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어쩌자 겠다는 거요?"
용병들이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일단 장소를 옮겨 한 분 한 분 만나 뵙는 것이 어쩔까요?"
"말도 안되오. 그럼 자신의 차례가 올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단 말이오?"
"아 난 찬성이오. 기다릴 성의가 없는 사람은 돌아가는게 좋겠지"
"난 반대요. 이곳에서 어느때 까지 기다리란 말이오?"
미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 저기 용병들이 그동안 숨죽여 온 것에 보상이라도 하듯 한꺼번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50여명에 가까운 용병들이 일제히 불만과 말들을 한꺼번에 토해내자 미켈이 잠시 어쩔줄 몰라했다.
"이게 왠 시장통이야? 누가보면 여기서 난리난줄 알겠군. 어이 뭐해 자네도 앉아!"
용병들로 인한 소란스러운 틈새를 타서 용병들이 나타난 것을 채 의식하기도 전에 미켈의 뒤에서 소리를 쳐댔다.
용병들이 갑작스런 호통소리에 소리를 지른 사람을 향해 눈들을 부라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함을 질러댄 사람은 흉흉한 용병들의 눈매에도 그다지 기가 꺽인 듯 싶지 않았다.
"한번 해볼래? 앙? 이거 왜이래? 이래뵈도 내가 떴다 하면 우리동네에서는 지나가던 울던 애들도 뚝그친단 말이다. 도대체 네놈들 꼬락서니가 뭐냔 말이야 앙? 어쭈 그래도 눈 안깔어? 진짜 한번 맞짱 떠볼래? 그래 너 너! 말이야. ....
야야 그렇다고 진짜 일어나면 어떻게 하냐? 앉아 앉으래두? 아따 이사람 그 살벌한 칼은 도로 집어 넣고. 이 사람 막말로 우리가 이곳에 싸움하러 왔나? 아니지? 그런데 그런 사소한 일로 그렇게 싸움해서야 되겠나?
그래 말이 나왓으니 내 한마디 하겠네만 도대체 아까 그게 뭐야? 도떼기 시장도 이런 도때기 시장이 없었지. 아 물론 내 다 이해는 해 이건 총대장을 만나러 왓더니 영 꼭지에 피도안마른 것이 대뜸 나와서는 지껄이기는 소리하며 나 같아도 화가낫을 거야. 그러니 내가 그맘 충분히 이해한다고. 그래서 내가 나왓잖나? 나? 이런 씨팔 아직도 내이름도 모르는 놈도 있네? 씨팔 열받네? 어이 어이 너 용병 맞어? 용병이야? 씨팔 눈깔어! 이래뵈도 나도 한가락 하는 놈이란 말이지. 지나가며 울던 애들도 뚝 그치는 몸이란 말씀이시지. 어디서 그러냐구? 물론 우리 동네지. 어이 옆에 있는 놈들 저놈 열좀 삭혀. 그래 잘했어 한참 자다보면 나중에 정신이 들겟지. 그래 그래 아직도 난 잘 모르는 사람도 잇는 모양인데 그래 내 소개 먼저 하지."
"됐어 ±?제발 호르텝 네 놈을 모르는 놈들이 여기 어딨냐? 그 자기 소개만큼은 빼~"
"제발 숨좀 쉬고 말해! 내가 다 숨가쁘다"
"으~ 자비하신 아크레온 이시여"
"폴리온은 뭐하시나? 저 주둥이를 안떼어 가시고"
호르텝이 주변을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몸부림치는 요병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빙긋 웃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글세. 내가 뭐 자기 소개를 안하고 싶어 안하겠나? 아까 자네들도 f잖아. 저기 저놈 그래 어이 어이 기회가 생겼다고 그렇게 패서야 쓰겠나? 뭐 앞으로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는데는 끼어들지 않겟지만 서두 말일세.
그나 저나 저런 놈들이 꼭 잇기 때문에 내가 안하던 자기소개까지 해야겟냔 말씀이지. 뭐 하라면 못할거 까지는 없지만 그래두 뭐 거 있잖냐? 한마디로 나도 목이 아프다 이말씀이셔.다들 얼굴들이 왜그래? 밝았다. 어두워졌다. 큼큼. 알았어 알앗어. 내 자기소개는 빼먹도록 하지"
호르텝의 말에 용병들의 입에서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왓다. 멀뚱히 홀 안의 상황을 바라만 보던 기사들은 홀안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그저 신기한 것을 보는 양 바라보고 잇었다.
"그래 내 소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겟어. 사실 이런 자리에 나와서 소개한번 안하고 넘어가는게 커다란 실례인 줄은 알지만 어쩔수 잇겟나? 다들 시간도 없다니 내 무례함을 그냥 용서해 줄줄 믿겟네.
어이 어이 그렇다고 그렇게 마냥 기쁜 얼굴을 하면 어떻하나?
그나저나 일단 이곳에 이렇게 모인 것을 내 짐작하네. 아마도 그 일 때문이겟지? 허기사 용병단에서 다들 한자리쯤은 궤찬 것 같으니 당연히 그일도 생각해야겠지. 끌 끌 우두머리가 된다는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
내가 그심정 하나 이해 못하겠나? 그러는 나는 어떠냐고? 풋 나도 한때는 그랬지... 무슨 소리냐고? 아이 이 사람아~ 별걸 다 묻네 남사스럽게 기냥 좋은 일이 잇다고만 알아둬. 그게 뭐냐구? 흠흠 원래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그런데 뭐 어떤가? 내 말하지 사실 나 허수아비 용병단이랑 합치기로 했네. 얼레? 왠 놀란 얼굴? 이 사람아 파아 넘기다니 누가 누굴?
사실 생각해 보란 말일세. 어차피 자네들도 알다시피 용병세계가 좀 험하냔 말일세. 툭하면 이리 깨지고 툭하면 저리 깨지고. 귀족님네 들 뒤치다꺼리만 하면서 있는 꼴 없는 꼴 다 당하고 그리고도 모자라서 손가락질이나 받고 말일세.
에휴 집에서 내가 돌아오기만을 손가락 빨고 기다리는 아들놈이랑 젊은 시절 나같은 놈 하나 잘 키워 보겟다고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하시고 결국은 늙어서 맨날 무릎 두드리시고 허리 두드리시는 어머님과 그동안 나하나 믿고 자식놈들 뒷바라지하랴 늙으신 어머님 모시랴 이루 말할수 없는 고생을 하고 또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 용병놈 집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을 묵묵히 받아낸 아내를 생각하면 아무리 드럽고 벨이 꼬이는 짓거라도 하지 안으면 않된겠단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알다시피 우리일이 그리 호락호락 한가? 이 놈의 용병들은 왜이리 많은지 조금만 큰 도시로 가면 이놈의 길드란 것이 없는 데가 없단 말이야. 그리고 또 갖춰야 될것들은 왜그리 많고 들어갈데는 왜그리 많은지. 돈 몇 푼 받자고 그 드러운짓 다 해보지만 결국 내 수중에 남는 돈이라고는 몇 푼 안된지.
그 몇 푼 안되는 돈을 그렇다고 나혼자 먹나? 물론 밑에 놈들이야. 무시하면 할수도 잇어 하지만 그놈들 사정도 뻔히 아는 처지에 밑에 놈들 것 떼먹을 수도 없는 노릇아냐? 그런데 문제는 말이지 그나마 그 짓도 운좋아야 하는거고 조금만 커다란 용병대가 생겼다 하면 이리 치이고 저리치이고 씨발 엿같아서 못해먹겠다 이말이야. 안그래?
뭐 저기 붉은 늑대라거나 푸른 독수리 같은 놈들이야. 뒷배경도 든든하고 또한 재정도 풍부하니 우리 같은 걱정 거리도 없지. 그러면서도 그놈들도 쪼잔한게 같은 밥 먹고 사는 우리들을 언제 한번 제대로 대접해 준적이 있느냐 말이야. 용병간의 의리와 양보? 그런 것은 개나 주라고 해 언제 그놈들이 우리같이 군소 용병단에게 잘해준적 잇어? 등처먹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사실 여기 모인 놈들중에 그런 놈들한테 안 당해본 놈 있어? 다들 한두 번쯤은 당해 보았을 껄? 그렇다고 그놈들에게 말을 해 시위를 해? 그랬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저승행이지. 그렇다고 길드가 나서서 해결해줘? 이놈의 길드도 그놈들이 떴다 하면 코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해 대는 놈들이? 결국 서러운 것은 우리처럼 작은 용병단만 서럽다 이거야.
그래서 나 과감히 때려쳤다. 이거지. 뭐 자네들 심정은 아네. 그래도 남의 처마에 붙어잇는 것 보다 찢어봉립?내 우산이 낫다는 거겠지. 얼마전 까지는 나도 그랬지. 하지만 가만 머리를 굴려보니깐 그게 아니더라 이거야. 뭐 이런거까지 자네들에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궁굼한가? 까직거 누가 술좀 사. 어이 그래 자네. 이거 대낮부터 술처먹으면 안되지만 내 오늘 같이 기쁜 날 가만히 잇을 순 없지. 이봐 주인장 여기 시원한 맥주 한쪼끼 가져와. 아 그리고 먹고 싶으면 먹게나. 물론 돈은 각자 내구. 나 돈없어 집에서 기다리는 마누라와 아들 놈들에게 줄돈도 빠듯해. 어이 잘먹겟네. 허허 그러고 보니 자넨 정말 남자다워.
그래 내 이야기 하지. 머리를 굴려 보니깐 말이지 이런 결론이 나오더라구. 쉿! 사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여기 허수아비 용병단의 경우 뒷배경은 상인이야. 그러면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지 않겠나? 상인놈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우리들을 굶어죽게 만들지는 않을테니 말일세 그리고 솔직히 용병단과 상인들이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닌가?
또한 여기 대장을 보아하니 그게 보통 사람이 아니야. 자네들도 엊그제 전투에서 f을 테지만 그게 어디 평범한 놈들이 할만한 일인가? 아 물론 자네들도 어느정도 인정은 해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릇이 틀리다고 그릇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직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야.
물론 지금 현재 만으로도 우리들 각각의 용병단 보다는 훨씬 크지 하지만 붉은 늑대나 푸른 독수리를 상대할 만큼 커다랗지는 않다는 거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장을 살펴보니 그들과 맞먹게 크는 것은 얼마 남지 않았지. 이번에 떨친 명성만으로도 당장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을 정도일걸? 그렇다면 앞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허수아비 깃발 아래로 모여 들걸세.
어쩌면 저들처럼 한 지방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지도 모르겠지. 그래서 내가 이번에 합류한거네. 어차피 저들도 이제 그 명성이 크게 올랐으니 앞으로 일거리는 줄줄이 들어올 게야. 내가 알기로는 벌써부터 귀족들이나 상인들이 허수아비에 줄을 대려고 난리라던데? 하지만 그 일을 다 맡기에는 손이 너무 부족하지 그런 때 우리가 딱 나타나서 합류를 제안하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손길이 되겠나? 적어도 챙길 것은 다 챙길 수 있단 말일세 아니나 달라? 여기 있는 미켈이라는 자도 허수아비 용병단의 한 대장일세. 잘모르겟다구? 아 왜 있잖나? 그때 기사단의 우익을 돌아서 깨버린 그때 그 지휘를 한게 이자야. 이 뿐 아니고 다들 놀랍더군. 험험 이 몸이 바로 그들의 한 일원으로 뽑혔다 이 말씀이야.
총대장 바로 밑에 자리야. 막말로 이전의 내 부하들은 그대로 내게 배속되어 있는 셈이지. 아 물론 그렇다고 전부는 아냐. 여기서는 무척 훈련을 엄하게 한다더군. 그리고 그에 따라 적성을 보이는 자들은 따로 배속된다고 해. 뭐 그건 비밀이니 여기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 않겠어?
자 생각해 보라구 고작 언제 깨질지도 모르는 평화 협정이나 맺고 평생 이들이나 다른 큰 용병단들과 대가리 터지게 싸우며 눈치만 보면서 사느니 잠시 내이름을 버리고 이 안에서 내 이름을 세우는 게 더 낫다고 느낀게지.
사실 이 이야기도 여기 모인 자네들이 다들 남같지 않아서 내가 말한게야. 그러니 다들 곰곰이 생각해보라구.
아 그리고 총대장과의 면담은 여기 온 순서부터 할거야. 만일 순서 어기면 면담이고 나발이고 없어. 알겠지? 괜히 속일 생각은 마 여기 용병단이 괜히 허수아빈 줄 알아? 자네들이 누가 먼저 왓는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단 말일세. 이거 보이지 이거? 이게 자네들이 여기 들어온 순서야. 그러니 자신의 차례를 꼭 지키도록해. 알겠지?
아 그리고 순서를 바꿀 사람은 바꾸도록해. 뭐 좀더 신중히 생각하면 좋겠지. 아니면 다들 여기서 의논 한 후에 대표만을 보내든가.
뭐 평화협정이든 뭐든 자네들 원하는대로 하게. 그리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 하고. 내 자네들이라면 언제든 발 벗고 도와줄 용의가 있으니 말일세. 그럼 잘들 생각해봐"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손에 쥐여진 맥주를 집어들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캬~"
호르텝이 비어버린 맥주잔을 바닥으로 던져 깨트렸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말 들어서 손해 볼 것은 없네. 그렇다고 자네들의 기를 무조건 꺽으라는 것도 아닐세. 부디 잘생각하길 바라네"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고는 미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미켈이 앞으로 나섰다.
"앞으로 30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 후 한 분씩 만나시기 바랍니다."
미켈이 간단히 목례를 하고는 홀을 빠져나가는 호르텝을 따라 홀을 나섰다. 둘이 완전히 사라지자 홀 안은 다시금 웅성대기 시작했다. 저마다 심각한 고민에 빠져 뭔가를 열심히 생각하거나 혹은 자신이 알던 다른 무리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홀안의 무리들은 더욱 더 늘어나기 시작해 급기야 인근에서도 홀 크기만으로는 제법 넓기로 어느 정도 명성을 떨친 "아데온의 식탁" 식당 50여 테이블 중 벌써 반 넘어 용병들로 차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아직 이른 점심 시간이라 이 정도의 숫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앗다면 여관으로서도 대단히 반길 일이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우락부락한 얼굴에 앉은 의자가 다 좁아 보일정도의 덩치들이 앉은 식탁위에 놓인 것은 달랑 물 한컵이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간간히 이곳의 단골 손님으로 보이는 치들이 멋모르고 들어왓다가 험상궂은 용병들의 기세에 눌려 조심스레 줄행랑치기가 일쑤였다.
"후~ 제기랄, 오늘 완전히 공쳤구만"
삐적마른 몸에 약간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여관의 주인이 주방의 음식이 나가는 창 넘어로 홀 안을 살펴보고 그렇게 중얼거리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욕지거리를 나직히 내뱉으며 되돌아간 것이 바로 얼마 전 이었다.
용병들의 분위기에 겁을 집어먹은 것은 비단 들어오는 일반 손님들만이 아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급사들의 경우 언제 어떤일이 터질지 몰라 무척이나 긴장하는 상태였고 그것은 비단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뿐 아니라 일반 객실을 맡은 종업원들에게까지 퍼져 그들의 얼굴 또한 자연 초긴장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란 있는 법인지 그런 살벌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제철을 만난 듯 돌아다니는 무리들도 있었다.
바로 여관에서 고용한 호객을 맡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평소 자신들을 닦달하고 구박하기 일수인 급사들이 잠잠한 틈을 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홀 안에 모인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용병들 또한 그런 어린아이들에게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서옵셔"
문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제법 아이들 중 나이먹은 녀석 하나가 재빨리 문쪽으로 다가가선 문을 열어주고 꾸벅 허리를 굽혔다.
그 아이의 재빠른 행동에 기회를 놓친 다른 아이들이 혀를 찻다. 원래는 일반 급사들이 해야할 일이었지만 급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이때 손님맞이는 아이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에게 동전 한닢이라도 더 쥘수 있는 기회를 의미했다.
어지간한 짠돌이가 아닌 이상 자신을 식탁으로 안내하는 이에게 동전 한 닢이라도 쥐어 주는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이쪽으로 오시..."
기세 좋게 나섰던 아이가 갑작스레 말을 삼켰다. 눈 앞에 보인 인물은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 옷은 왠만한 평민들은 물론 부자들도 쉽사리 입지 못하는 옷차림이었다.
은빛으로 번쩍이는 징들이 박힌 잘다려진 가죽옷과 가슴에 붉은색 그리폰이 그려져 있는 은빛으로 빛나는 흉갑 그리고 머리를 뒤덮은 쇠가 섞인 가죽두건 그리고 결정적으로 쉽사리 보기 힘든 칼집을 차고 잇는 인물 바로 기사단의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다가 다시금 용기를 냈는지 다시한번 허리를 꾸벅였다.
"어..어서옵셔. 자리에 앉으시겠습니까?"
식당안으로 들어온 기사는 세명. 그들은 홀 안을 잠시 둘러보다가 눈살을 지푸렸다. 그리곤 그들 앞에서 약간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년에게 앞장서라는 듯 턱짓을 했다.
소년이 기사들의 턱짓을 눈칫껏 파악하곤 얼른 기사들 앞에서 빈자리 쪽으로 걸어갔다.
"아, 비교적 조용한 자리로..."
기사들 중 한명이 그렇게 말하자 소년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교적 구석진 곳으로 그들을 인도했다.
가뜩이나 조용하던 홀이 기사들의 등장에 더욱 조용해졌다. 용병들은 기사들의 걸어가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다가 기사들이 자리에 앉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뭐... 드시겟어요?"
소년이 기사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가운데 앉은 기사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언제꺼냈는지 은화를 하나 꺼내어선 소년에게 튕겼다.
"이곳에 허수아비 용병단 단장이 묵던가?"
소년이 자신의 손에 떨어진 은화를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네 있구 말굽쇼"
소년의 굼 띤 대답에 기사가 잠시 눈살을 찌푸리다가 이내 원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허수아비 총대장에게 전해라. 잠시 보자고 말이다."
"예? 예... 하지만 저기..."
소년이 뭔가 더 말을 하려 하자 기사가 조용히 팔을 들었다.
"그냥 그렇게 전해라."
소년이 기사의 말을 들엇음에도 잠시 그대로 있었다. 기사가 소년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나직히 한숨을 내셨다. 그리곤 자신의 옆에 찬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어선 소년에게 건넸다.
"후, 이것을 그들에게 건네줘라. 과연 그들이 이것을 보고도 나타나지 않을만큼 간이클지 궁굼하구나."
소년은 더 이상 기사에게 나올 것이 없음을 알았는지 허리까지 인사를 꾸벅한 다음 숙소 쪽으로 올라가는 문을 빠져 나갔다.
소년이 기사에게 받은 물건이 궁굼한지 용병들이 힐끔 힐끔 소년이 쥐고 있는 물건을 살펴보려 했으나 이내 눈을 부라리는 기사들의 시선에 막혀 다시금 딴 곳으로 시선을 외면했다.
대략 차 한잔이 완전히 식을 만큼의 시간이 지나자 아까 전 소년이 빠져나간 문으로 한사람이 들어왔다. 용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사람에게로 쏠려졌다.
"제 이름은 허수아비 용병단의 대장을 맡고 있는 미켈이라고 합니다."
문을 나서자마자 그렇게 큰소리를 높여 말했다.
"오늘 이렇게 많은 영웅분들을 직접 뵙게 되어서 뭐라 말할수 없는 기쁨입니다."
"우리는 총대장을 보러왔소"
미켈의 말을 듣던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다른 용병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는 가당찮음과 약간의 분노가 얽혀 있었다. 미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제가 어찌 총대장의 일을 대신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곳에서 한번에 같이 이야기를 나눌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어쩌자 겠다는 거요?"
용병들이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일단 장소를 옮겨 한 분 한 분 만나 뵙는 것이 어쩔까요?"
"말도 안되오. 그럼 자신의 차례가 올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단 말이오?"
"아 난 찬성이오. 기다릴 성의가 없는 사람은 돌아가는게 좋겠지"
"난 반대요. 이곳에서 어느때 까지 기다리란 말이오?"
미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 저기 용병들이 그동안 숨죽여 온 것에 보상이라도 하듯 한꺼번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50여명에 가까운 용병들이 일제히 불만과 말들을 한꺼번에 토해내자 미켈이 잠시 어쩔줄 몰라했다.
"이게 왠 시장통이야? 누가보면 여기서 난리난줄 알겠군. 어이 뭐해 자네도 앉아!"
용병들로 인한 소란스러운 틈새를 타서 용병들이 나타난 것을 채 의식하기도 전에 미켈의 뒤에서 소리를 쳐댔다.
용병들이 갑작스런 호통소리에 소리를 지른 사람을 향해 눈들을 부라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함을 질러댄 사람은 흉흉한 용병들의 눈매에도 그다지 기가 꺽인 듯 싶지 않았다.
"한번 해볼래? 앙? 이거 왜이래? 이래뵈도 내가 떴다 하면 우리동네에서는 지나가던 울던 애들도 뚝그친단 말이다. 도대체 네놈들 꼬락서니가 뭐냔 말이야 앙? 어쭈 그래도 눈 안깔어? 진짜 한번 맞짱 떠볼래? 그래 너 너! 말이야. ....
야야 그렇다고 진짜 일어나면 어떻게 하냐? 앉아 앉으래두? 아따 이사람 그 살벌한 칼은 도로 집어 넣고. 이 사람 막말로 우리가 이곳에 싸움하러 왔나? 아니지? 그런데 그런 사소한 일로 그렇게 싸움해서야 되겠나?
그래 말이 나왓으니 내 한마디 하겠네만 도대체 아까 그게 뭐야? 도떼기 시장도 이런 도때기 시장이 없었지. 아 물론 내 다 이해는 해 이건 총대장을 만나러 왓더니 영 꼭지에 피도안마른 것이 대뜸 나와서는 지껄이기는 소리하며 나 같아도 화가낫을 거야. 그러니 내가 그맘 충분히 이해한다고. 그래서 내가 나왓잖나? 나? 이런 씨팔 아직도 내이름도 모르는 놈도 있네? 씨팔 열받네? 어이 어이 너 용병 맞어? 용병이야? 씨팔 눈깔어! 이래뵈도 나도 한가락 하는 놈이란 말이지. 지나가며 울던 애들도 뚝 그치는 몸이란 말씀이시지. 어디서 그러냐구? 물론 우리 동네지. 어이 옆에 있는 놈들 저놈 열좀 삭혀. 그래 잘했어 한참 자다보면 나중에 정신이 들겟지. 그래 그래 아직도 난 잘 모르는 사람도 잇는 모양인데 그래 내 소개 먼저 하지."
"됐어 ±?제발 호르텝 네 놈을 모르는 놈들이 여기 어딨냐? 그 자기 소개만큼은 빼~"
"제발 숨좀 쉬고 말해! 내가 다 숨가쁘다"
"으~ 자비하신 아크레온 이시여"
"폴리온은 뭐하시나? 저 주둥이를 안떼어 가시고"
호르텝이 주변을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몸부림치는 요병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빙긋 웃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글세. 내가 뭐 자기 소개를 안하고 싶어 안하겠나? 아까 자네들도 f잖아. 저기 저놈 그래 어이 어이 기회가 생겼다고 그렇게 패서야 쓰겠나? 뭐 앞으로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는데는 끼어들지 않겟지만 서두 말일세.
그나 저나 저런 놈들이 꼭 잇기 때문에 내가 안하던 자기소개까지 해야겟냔 말씀이지. 뭐 하라면 못할거 까지는 없지만 그래두 뭐 거 있잖냐? 한마디로 나도 목이 아프다 이말씀이셔.다들 얼굴들이 왜그래? 밝았다. 어두워졌다. 큼큼. 알았어 알앗어. 내 자기소개는 빼먹도록 하지"
호르텝의 말에 용병들의 입에서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왓다. 멀뚱히 홀 안의 상황을 바라만 보던 기사들은 홀안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그저 신기한 것을 보는 양 바라보고 잇었다.
"그래 내 소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겟어. 사실 이런 자리에 나와서 소개한번 안하고 넘어가는게 커다란 실례인 줄은 알지만 어쩔수 잇겟나? 다들 시간도 없다니 내 무례함을 그냥 용서해 줄줄 믿겟네.
어이 어이 그렇다고 그렇게 마냥 기쁜 얼굴을 하면 어떻하나?
그나저나 일단 이곳에 이렇게 모인 것을 내 짐작하네. 아마도 그 일 때문이겟지? 허기사 용병단에서 다들 한자리쯤은 궤찬 것 같으니 당연히 그일도 생각해야겠지. 끌 끌 우두머리가 된다는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
내가 그심정 하나 이해 못하겠나? 그러는 나는 어떠냐고? 풋 나도 한때는 그랬지... 무슨 소리냐고? 아이 이 사람아~ 별걸 다 묻네 남사스럽게 기냥 좋은 일이 잇다고만 알아둬. 그게 뭐냐구? 흠흠 원래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그런데 뭐 어떤가? 내 말하지 사실 나 허수아비 용병단이랑 합치기로 했네. 얼레? 왠 놀란 얼굴? 이 사람아 파아 넘기다니 누가 누굴?
사실 생각해 보란 말일세. 어차피 자네들도 알다시피 용병세계가 좀 험하냔 말일세. 툭하면 이리 깨지고 툭하면 저리 깨지고. 귀족님네 들 뒤치다꺼리만 하면서 있는 꼴 없는 꼴 다 당하고 그리고도 모자라서 손가락질이나 받고 말일세.
에휴 집에서 내가 돌아오기만을 손가락 빨고 기다리는 아들놈이랑 젊은 시절 나같은 놈 하나 잘 키워 보겟다고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하시고 결국은 늙어서 맨날 무릎 두드리시고 허리 두드리시는 어머님과 그동안 나하나 믿고 자식놈들 뒷바라지하랴 늙으신 어머님 모시랴 이루 말할수 없는 고생을 하고 또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 용병놈 집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을 묵묵히 받아낸 아내를 생각하면 아무리 드럽고 벨이 꼬이는 짓거라도 하지 안으면 않된겠단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알다시피 우리일이 그리 호락호락 한가? 이 놈의 용병들은 왜이리 많은지 조금만 큰 도시로 가면 이놈의 길드란 것이 없는 데가 없단 말이야. 그리고 또 갖춰야 될것들은 왜그리 많고 들어갈데는 왜그리 많은지. 돈 몇 푼 받자고 그 드러운짓 다 해보지만 결국 내 수중에 남는 돈이라고는 몇 푼 안된지.
그 몇 푼 안되는 돈을 그렇다고 나혼자 먹나? 물론 밑에 놈들이야. 무시하면 할수도 잇어 하지만 그놈들 사정도 뻔히 아는 처지에 밑에 놈들 것 떼먹을 수도 없는 노릇아냐? 그런데 문제는 말이지 그나마 그 짓도 운좋아야 하는거고 조금만 커다란 용병대가 생겼다 하면 이리 치이고 저리치이고 씨발 엿같아서 못해먹겠다 이말이야. 안그래?
뭐 저기 붉은 늑대라거나 푸른 독수리 같은 놈들이야. 뒷배경도 든든하고 또한 재정도 풍부하니 우리 같은 걱정 거리도 없지. 그러면서도 그놈들도 쪼잔한게 같은 밥 먹고 사는 우리들을 언제 한번 제대로 대접해 준적이 있느냐 말이야. 용병간의 의리와 양보? 그런 것은 개나 주라고 해 언제 그놈들이 우리같이 군소 용병단에게 잘해준적 잇어? 등처먹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사실 여기 모인 놈들중에 그런 놈들한테 안 당해본 놈 있어? 다들 한두 번쯤은 당해 보았을 껄? 그렇다고 그놈들에게 말을 해 시위를 해? 그랬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저승행이지. 그렇다고 길드가 나서서 해결해줘? 이놈의 길드도 그놈들이 떴다 하면 코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해 대는 놈들이? 결국 서러운 것은 우리처럼 작은 용병단만 서럽다 이거야.
그래서 나 과감히 때려쳤다. 이거지. 뭐 자네들 심정은 아네. 그래도 남의 처마에 붙어잇는 것 보다 찢어봉립?내 우산이 낫다는 거겠지. 얼마전 까지는 나도 그랬지. 하지만 가만 머리를 굴려보니깐 그게 아니더라 이거야. 뭐 이런거까지 자네들에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궁굼한가? 까직거 누가 술좀 사. 어이 그래 자네. 이거 대낮부터 술처먹으면 안되지만 내 오늘 같이 기쁜 날 가만히 잇을 순 없지. 이봐 주인장 여기 시원한 맥주 한쪼끼 가져와. 아 그리고 먹고 싶으면 먹게나. 물론 돈은 각자 내구. 나 돈없어 집에서 기다리는 마누라와 아들 놈들에게 줄돈도 빠듯해. 어이 잘먹겟네. 허허 그러고 보니 자넨 정말 남자다워.
그래 내 이야기 하지. 머리를 굴려 보니깐 말이지 이런 결론이 나오더라구. 쉿! 사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여기 허수아비 용병단의 경우 뒷배경은 상인이야. 그러면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지 않겠나? 상인놈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우리들을 굶어죽게 만들지는 않을테니 말일세 그리고 솔직히 용병단과 상인들이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닌가?
또한 여기 대장을 보아하니 그게 보통 사람이 아니야. 자네들도 엊그제 전투에서 f을 테지만 그게 어디 평범한 놈들이 할만한 일인가? 아 물론 자네들도 어느정도 인정은 해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릇이 틀리다고 그릇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직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야.
물론 지금 현재 만으로도 우리들 각각의 용병단 보다는 훨씬 크지 하지만 붉은 늑대나 푸른 독수리를 상대할 만큼 커다랗지는 않다는 거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장을 살펴보니 그들과 맞먹게 크는 것은 얼마 남지 않았지. 이번에 떨친 명성만으로도 당장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을 정도일걸? 그렇다면 앞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허수아비 깃발 아래로 모여 들걸세.
어쩌면 저들처럼 한 지방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지도 모르겠지. 그래서 내가 이번에 합류한거네. 어차피 저들도 이제 그 명성이 크게 올랐으니 앞으로 일거리는 줄줄이 들어올 게야. 내가 알기로는 벌써부터 귀족들이나 상인들이 허수아비에 줄을 대려고 난리라던데? 하지만 그 일을 다 맡기에는 손이 너무 부족하지 그런 때 우리가 딱 나타나서 합류를 제안하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손길이 되겠나? 적어도 챙길 것은 다 챙길 수 있단 말일세 아니나 달라? 여기 있는 미켈이라는 자도 허수아비 용병단의 한 대장일세. 잘모르겟다구? 아 왜 있잖나? 그때 기사단의 우익을 돌아서 깨버린 그때 그 지휘를 한게 이자야. 이 뿐 아니고 다들 놀랍더군. 험험 이 몸이 바로 그들의 한 일원으로 뽑혔다 이 말씀이야.
총대장 바로 밑에 자리야. 막말로 이전의 내 부하들은 그대로 내게 배속되어 있는 셈이지. 아 물론 그렇다고 전부는 아냐. 여기서는 무척 훈련을 엄하게 한다더군. 그리고 그에 따라 적성을 보이는 자들은 따로 배속된다고 해. 뭐 그건 비밀이니 여기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 않겠어?
자 생각해 보라구 고작 언제 깨질지도 모르는 평화 협정이나 맺고 평생 이들이나 다른 큰 용병단들과 대가리 터지게 싸우며 눈치만 보면서 사느니 잠시 내이름을 버리고 이 안에서 내 이름을 세우는 게 더 낫다고 느낀게지.
사실 이 이야기도 여기 모인 자네들이 다들 남같지 않아서 내가 말한게야. 그러니 다들 곰곰이 생각해보라구.
아 그리고 총대장과의 면담은 여기 온 순서부터 할거야. 만일 순서 어기면 면담이고 나발이고 없어. 알겠지? 괜히 속일 생각은 마 여기 용병단이 괜히 허수아빈 줄 알아? 자네들이 누가 먼저 왓는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단 말일세. 이거 보이지 이거? 이게 자네들이 여기 들어온 순서야. 그러니 자신의 차례를 꼭 지키도록해. 알겠지?
아 그리고 순서를 바꿀 사람은 바꾸도록해. 뭐 좀더 신중히 생각하면 좋겠지. 아니면 다들 여기서 의논 한 후에 대표만을 보내든가.
뭐 평화협정이든 뭐든 자네들 원하는대로 하게. 그리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 하고. 내 자네들이라면 언제든 발 벗고 도와줄 용의가 있으니 말일세. 그럼 잘들 생각해봐"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손에 쥐여진 맥주를 집어들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캬~"
호르텝이 비어버린 맥주잔을 바닥으로 던져 깨트렸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말 들어서 손해 볼 것은 없네. 그렇다고 자네들의 기를 무조건 꺽으라는 것도 아닐세. 부디 잘생각하길 바라네"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고는 미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미켈이 앞으로 나섰다.
"앞으로 30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 후 한 분씩 만나시기 바랍니다."
미켈이 간단히 목례를 하고는 홀을 빠져나가는 호르텝을 따라 홀을 나섰다. 둘이 완전히 사라지자 홀 안은 다시금 웅성대기 시작했다. 저마다 심각한 고민에 빠져 뭔가를 열심히 생각하거나 혹은 자신이 알던 다른 무리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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