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라 컴플렉스
타는듯 한 갈증에 연신 침을 삼켜 보지만 갈증이란게 그리 호락호락한 놈이던가. 더우기 짜증까지 치밀어 오르는 지금같은 상황이면 당장에라도 모두 다 때려부숴 버리고 싶지만 그럴만한 나이도 배짱도 안되는 상택이고 보면 적당한 분별력을 갇춘 자신이 원망스러워 지곤 한다. 당장에 자신이 할 일이라곤 막히는 차 안에서 그저 모든걸 참고 또 참는일 뿐일테다.
"젠장. 내일 부터는 차를 두고 다니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김상택. 올해로 서른 여덟해를 살았다. Y대 무역과를 졸업한 이후 작은 수입업체로 들어가 시작한 셀러리맨 생활이 벌써 10년에 이른 지금. 그는 그나이 또래면 의례 치르는 열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아아... 얼마전에 회살 관두고 까페하날 차렸어. 외진 곳 이긴 하지만 주위풍경이 너무 좋아서인지 그런대로 먹고 살만은 해."
오랜만에 만난 고교때의 동창녀석. 속옷회사에 들어가 계집들 속옷이나 주물거린다며 만날때 마다 투덜거리던 녀석이 이젠 사장님이라며 한턱 쓴다는 점심을 먹은게 화근 이었다. 코딱지 만한 소형차를 타고 다니던 녀석이 근사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게 된것이 짠돌이 답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조금쯤은 부러웠던 상택이었다.
"넌 아직도 월급쟁이 생활이냐? 너도 참... 그렇게 싫어할 꺼라면 나처럼 훌훌 털어버리지 그래? 나도 요즘 같아선 예전엔 왜 그리 아둥바둥 그러고 살았나... 싶어. 넌 아직도 글 쓴다며? 뭐든 하나 차려놓고선 그거나 전념해 보지 그래? 이젠 딸도 다 컷겠다, 집도 있겠다. 적당한 수입만 있다면 그닥 신경쓰지 않아도 되잖냔 말야."
여전히 움직일 줄 모르는 차 창을 열고 담배를 한대 길게 빼어 물었다.
- 후우~~!
남들이 본다면 멋있게 담배를 피는것 처럼 보일테지만 상택은 한숨에 가까운 것이다.
"나도 이 참에 회살 관둬 버릴까? 하지만 뭘로 먹고살지? 훗! 바보같다. 그녀석 말 처럼 향숙이도 다 컸는데 돈 들어 갈 일이 뭐가 있다고... 아아...아무래도 좋으니 한 서너달만 푸욱 쉬었으었면..."
상택에겐 딸이 하나 있었다. 올해로 스무살 나는 딸 향숙은 일찍 죽어버린 아내를 대신해 제 아빠를 끔찍이나 아끼는 사랑스럽고 얘쁜아이였다. 상택은 죽은 아내를 잊어버리기 위해 오로지 일과 딸 향숙이 만을 바라보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이젠 그 생활에도 권태가 찾아온 모양 이었다. 상택에게 계속 치밀어 오르는 짜증의 원인은 막히는 길이나 더위 따위가 아닌 것이다.
남들 몰래 꿍쳐둔 돈이 제법 된다고 생각한 상택은 정말이지 며칠 만이라도 푸욱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다.
그러다 문득 상택에겐 이 일을 상의 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걸 생각 했다.
"그래. 향숙이도 이젠 다 컷으니 이만한 일쯤은 상의를 해야지. 후훗! 전혀 딸 같진 않지만."
딸아이를 생각하자 머릿 속 하나 가득하던 짜증들이 화악 걷히고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이젠 성년이 다된 향숙은 상택이 고교졸업반 때 낳았다. 향숙의 어미이자 상택의 아내였던 희수의 나이는 열 일곱. 장난처럼, 호기심으로 시작한 그들의 첫 Make love 였으며 이후로 10년간 두번다시 없을 후회없는 사랑을 했다. 서로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생겨버린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게 허락해준 양가의 고마운 부모님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향숙은 이 세상에 없었으리라. 그런 점에서 상택은 이젠 살아계신 분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항상 고마움을 갇고 살아 왔었다. 희수는 향숙을 낳고는 뭐가 어찌 되었는지 더이상 아이를 낳지 못했고 그런 희수를 위로 해주며 참으로 살갑게 살았었지만, 향숙이 초등 학교를 다니기 두어해 전 무렵. 희수는 사고로 죽고 말았다.
제 어미가 없이 컸어도 구김살 하나 없이 밝고 아름답게 커 준 향숙을 생각 하면 늘 고맙기만 했다.
향숙은 상택에게 단 한번이라도 투정이나 화를 낸 적이 없다. 그저 아빠만 좋아하며 따르는 순하디 순한 아이였다. 한번은 상택이 접대일로 잔뜩 취해 집엘 들어온 일이 있었는데, 향숙은 어찌 알았는지 술 국을 멋지게 끓여 놓고선 밥 상 머리에 앉아 잔 소릴 해 대기 시작 했었다. 그럴 때면 천상 상택의 마누라 였다. 물론 끓여 놓은 술 국을 먹어보면 술 국 만큼이나 시원한 기분이어서 딸아이의 잔소리 마저도 흥겹게 들릴 지경이니 팔불출임에는 틀림이 없을 일이다.
"그래. 향숙이도 이젠 성인이니 맥주 정도는 마실 수 있겠지? 오늘 저녁엔 같이 한잔 해 볼까?"
점점 밝아지다가 이젠 입이 귓가에 가 걸려있는 상택의 기분을 알기라도 한듯 꽉 막혀있던 도로의 정체가 풀려 상택은 악셀을 즈려 밟을 수 있었다.
향숙이는 커피를 진하게 해서 한잔을 타다 둔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마실 생각은 없는지 식어버린 커피잔 위로 짖어가는 어둠이 서서히 그림자를, 그 마수를 뻗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향숙은 불을 켠다는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물리 칠 수 있는 어둠의 마수를 뿌리치지 않고 내 버려 두고 있었다. 그녀의 영혼은 그녀만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지. 텅빈 공간에 가득차 있는건 검어져 가는 공간과 진하고 향기로운 커피향과 초라하고 볼 품없다 여겨지는 향숙 자신의 몸뚱아리, 그리고 Louis armstrong의 가래가 끓는 듯한 탁하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 뿐이었다.
열 일곱의 나이에 이성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 스물이란 나이엔 오로지 아빠라는 존재 밖에 없는 자신의 환경과 위치와 생활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빠도 한 사람의 남자일 뿐이란것을 알게된 이후로부터 시작된 열병은 지금에 와서는 향숙이의 그 모든것을 하얗게 태워 버렸다.
아주 가끔씩, 고맙다며 안아주는 아빠란 존재의 품이 얼마나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편안한 것인지...... 그럴때 마다 자신의 소중한 곳이 젖어 버리는 자신의 육체가 싫어지기만 했다.
이성적으로 자신의 생부라는 점에서 이루어 져서도, 이루어 질 수도 없는 사랑이란건 이미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스치듯 지나가며 만난 그 어떤 남자들 에게서도 아빠에게서 느끼는 그런 감정은 전 혀 느낄 수 없었다. 그 어떤 남자도... 가끔씩, 고맙다며 전해주는 가벼운 키스 와 포옹에도 반응해서 온통 젖어 버리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더러운 피가 흐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해 보았지만 그건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들이 한 아름다운 사랑을 욕되게 하는것같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에 와서는 그저, 사랑의 신 큐피드가 저지른 장난의 희생물이 자신이라 여기고 있었다.
어느새 아주 컴컴해진 거실을 그나마 희미하게 밝히던 시계 바늘을 보곤 아버지가 퇴근을 시작 할 시간이란걸 깨 닳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서둘러야 겠다."
향숙은 가벼운 샤워로 자신의 우을한 기분을 씻어내고 상큼함 으로 재 무장 하였다.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고싶지 않아서 이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향숙은 평소에 입고다니는 속옷들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는 어렵사리 구해둔 아주 야한 속옷들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었다. 새하얀 색의 민무늬 팬티를 입은 향숙은 전신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어느 미술관에서 볼수 있을것 같은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 봉긋한 가슴이나 매끈한 허리선, 하아얀 피부 까지 어느것 하나 나무랄데 없는 자신의 모습. 여느 사내가 봤다면 미친듯 달라 들 만한 모습이건만 스스로는 추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정말이지 한번이라도 좋으니 아빠가 자신을 안아준다는 보장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차림새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지난 열 일곱살때 알몸을 아빠에게 보였다가 호되게 혼난 이후로는 꿈도 못꿀 일이니... 아버지에게만 반응하는 자신의육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이렇게 유혹하기 위한 차림을 하게되는 자신이 저주스럽기만 하다.
옷 장에서 흰 색의 플레어 미니 스커트를 커내어 입고 조금 더워진 날씨 이기에 흰색의 타이트한 민소매 티셔츠(나시)를 입었다.
"자. 오늘은 김치찌개를 해 볼까?"
주방으로 가서 에이프런을 걸치고선 저녁을 준비하는 향숙의 모습은 영락없는 신혼의 아내. 그것 이었다. 흥얼 거리며 콧노래도 불러가며 음식을 만드는 향숙이의 얼굴엔 세상에서 자주 보기 어려울것 같은 행복한 미소가 베어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이었기에 세상에 드물것 같은.
상택은 아파트 주차장에다 주차를 시키고는 집이 아닌 슈퍼로 향했다. 맥주와 안줏거리를 주섬주섬 담고 있자니 아랫층의 박창호 라는 사내가 말을 걸어 왔다.
"어이 김형! 어쩐일로 김형이 술을 다 사가는거야?"
"아아. 박형. 잘 지냈어? 가족회의 하려고 사 가는거야."
"가족회의? 아아....! 따님과의 데이트? 오붓하니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겠다?"
"훗! 사람하고는......"
"음... 의외로 김형도 담이 작은거로군?"
"무슨 소리야?"
"왜? 술이라도 먹어야 용기가 날거 같던가?"
"관둬. 조금만 더하면 딸 잡아먹은 짐승되겠군 그래."
"이건 내 솔찍한 심정인데 말야. 내가 김형 입장이라면 굉장히 부담스러울꺼 같아. 아마 나라면 얼마안가 침실로 침입해 버릴껄? 난 그런데 저항력이 약한편이거든. 그런 엄청난 미인의 딸이라니... 김형은 참 복도 많은 사람이야. 얼씨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김형 따님 행차시군."
창호는 상택과 같은달에 이 단지에 들어왔다. 아래 윗층으로 나뉘어 산지 5년 된 이웃사촌이다. 마누라의 등살에 떠 밀려 나온 반상회에서 상택을 만나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창호의 나이는 상택과 동갑인 서른아홉. 아직은 어린 아들 둘에 평범하게 생긴 아내와 함께 산다. 상택이야 집에 자기 뿐이었고 반상회에 딸아이를 보내기엔 무리가 있다 싶어서 자신이 나갈 수 밖에 없는 바람에 만나게 된 좋은 이웃이지만.
"아빠!"
"왜 내려왔어? 내가 여기 있는줄은 어떻게 알고?""베란다에서 다 본걸요? 뭘 사셨어요?"
"너랑 한잔 하려고 맥주좀 샀다. 너도 한잔 쯤은 하지?"
"자! 그럼 두사람만의 오붓한 대화를 위하여 제 삼자인 나는 이쯤에서 빠지지. 김형! 담에 술 한잔 하지?"
"그러지. 박형도 집사람한테 좀 더 잘해주라구."
"암암.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도 김형 따님처럼 얘쁜 딸 하나 낳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열씸히 허리운동 좀 해야지."
"예끼! 애즐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군."
"아저씨. 힘 내세요."
"허걱. 내가 졌다."
인근의 주민들은 아빠와 딸만 사는 집에대해 참 많이도 궁금해 하였었다. 마흔에 스무살 나는 딸 가지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게다가 향숙이는 엄마가 없지 않았던가. 주위에선 않좋은 소문들이 많이 나 돌았지만 지금은 두사람이 다정하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선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워낙에 효녀라고 소문이난 향숙이 덕일뿐만 아니라 오늘같은 일 처럼 자상한 아빠라는게 온 동네에 소문이 나 있었으니 말이다.
두사람이 집 현관을 들어섰다.
"아빠. 샤워 먼저 하세요. 찌개 끓여 놨어요."
"그렇구나. 냄새가 아주 좋은걸? 사랑받는 아내가 되겠다."
"그럼요. 전 이미 사랑받는 딸 이잖아요?"
"그런거니? 후후후."
"호호호."
향숙이 아빠를 욕실로 몰아 넣다싶이 한것은 현재 자신의 상태 때문이었다. 맥주와 안주들을 얼른 냉장고에다 넣어둔 향숙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궜다. 이미 젖어 버리다 못해 아주 흥건한 팬티 때문이었다.
단지 아빠가 어깨동무를 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것 뿐임에도 불구하고 온통 젖어 버려야 하는 자신의 육체가 저주 스러울 뿐 이었다.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는 육체엔 미쳐버릴것 같은 향숙 이었다.
"이젠 싫어. 이런건 이젠 정말 싫어! 차라리 죽어 버릴까? 하지만 아빠 혼자 두고 어떻게 그래?"
그 누구도 모르게 흘려보는 눈물. 자신은 아빠를 사랑한다. 다만 다른점은 혼자뿐인 아빠가 측은하게 느껴진다는 점뿐. 그 이상의 감정은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을 뿐 아니라 허락 될 리도 없다는걸 잘 아는 향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에게만, 오직 아빠에게만 반응하는 자신의 육체가 저주스러울 뿐 이었다. 얼른 눈물을 훔치고 그 흔적을 지웠다. 팬티를 벗고나서 다른 팬티를 찾으려 할 즈음.
"향숙아."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벗은 팬티를 배게믿에 숨기고는 얼른 방을 나섰다.
"왜요 아빠?"
"내 속옷이랑 잠옷 좀 내어 줄래?"
"어머! 죄송해요 아빠."
상택은 발가벗은 차림에 수건 한장 만으로 앞 섶을 가리고 욕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전혀 부끄러울 일이 없건만 상택은 딸 아이가 붉히는 얼굴을 보고나자 부끄럽단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죄송해요."
"그래. 죄송한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얼른 갇다 주련? 설마, 이 아빨 이런 꼴로 밤새 세워 둘 참은 아니지?"
"물론이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잠시후 상택은 향숙이 가져다 준 트렁크 팬티와 잠옷 한벌을 입을 수 있었다. 그리고 즐거운 저녁시간이 지나간 이후.
"너 요즘 무슨 일 있니?"
"네? 뭐가요?"
상택은 치마보다 짧은 에이프런을 두르고 설걷이를 하는 향숙이를 보고선 물었다. 평소와 달라진건 없건만 왠지 유난히 섹시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타는듯 한 갈증에 연신 침을 삼켜 보지만 갈증이란게 그리 호락호락한 놈이던가. 더우기 짜증까지 치밀어 오르는 지금같은 상황이면 당장에라도 모두 다 때려부숴 버리고 싶지만 그럴만한 나이도 배짱도 안되는 상택이고 보면 적당한 분별력을 갇춘 자신이 원망스러워 지곤 한다. 당장에 자신이 할 일이라곤 막히는 차 안에서 그저 모든걸 참고 또 참는일 뿐일테다.
"젠장. 내일 부터는 차를 두고 다니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김상택. 올해로 서른 여덟해를 살았다. Y대 무역과를 졸업한 이후 작은 수입업체로 들어가 시작한 셀러리맨 생활이 벌써 10년에 이른 지금. 그는 그나이 또래면 의례 치르는 열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아아... 얼마전에 회살 관두고 까페하날 차렸어. 외진 곳 이긴 하지만 주위풍경이 너무 좋아서인지 그런대로 먹고 살만은 해."
오랜만에 만난 고교때의 동창녀석. 속옷회사에 들어가 계집들 속옷이나 주물거린다며 만날때 마다 투덜거리던 녀석이 이젠 사장님이라며 한턱 쓴다는 점심을 먹은게 화근 이었다. 코딱지 만한 소형차를 타고 다니던 녀석이 근사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게 된것이 짠돌이 답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조금쯤은 부러웠던 상택이었다.
"넌 아직도 월급쟁이 생활이냐? 너도 참... 그렇게 싫어할 꺼라면 나처럼 훌훌 털어버리지 그래? 나도 요즘 같아선 예전엔 왜 그리 아둥바둥 그러고 살았나... 싶어. 넌 아직도 글 쓴다며? 뭐든 하나 차려놓고선 그거나 전념해 보지 그래? 이젠 딸도 다 컷겠다, 집도 있겠다. 적당한 수입만 있다면 그닥 신경쓰지 않아도 되잖냔 말야."
여전히 움직일 줄 모르는 차 창을 열고 담배를 한대 길게 빼어 물었다.
- 후우~~!
남들이 본다면 멋있게 담배를 피는것 처럼 보일테지만 상택은 한숨에 가까운 것이다.
"나도 이 참에 회살 관둬 버릴까? 하지만 뭘로 먹고살지? 훗! 바보같다. 그녀석 말 처럼 향숙이도 다 컸는데 돈 들어 갈 일이 뭐가 있다고... 아아...아무래도 좋으니 한 서너달만 푸욱 쉬었으었면..."
상택에겐 딸이 하나 있었다. 올해로 스무살 나는 딸 향숙은 일찍 죽어버린 아내를 대신해 제 아빠를 끔찍이나 아끼는 사랑스럽고 얘쁜아이였다. 상택은 죽은 아내를 잊어버리기 위해 오로지 일과 딸 향숙이 만을 바라보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이젠 그 생활에도 권태가 찾아온 모양 이었다. 상택에게 계속 치밀어 오르는 짜증의 원인은 막히는 길이나 더위 따위가 아닌 것이다.
남들 몰래 꿍쳐둔 돈이 제법 된다고 생각한 상택은 정말이지 며칠 만이라도 푸욱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다.
그러다 문득 상택에겐 이 일을 상의 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걸 생각 했다.
"그래. 향숙이도 이젠 다 컷으니 이만한 일쯤은 상의를 해야지. 후훗! 전혀 딸 같진 않지만."
딸아이를 생각하자 머릿 속 하나 가득하던 짜증들이 화악 걷히고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이젠 성년이 다된 향숙은 상택이 고교졸업반 때 낳았다. 향숙의 어미이자 상택의 아내였던 희수의 나이는 열 일곱. 장난처럼, 호기심으로 시작한 그들의 첫 Make love 였으며 이후로 10년간 두번다시 없을 후회없는 사랑을 했다. 서로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생겨버린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게 허락해준 양가의 고마운 부모님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향숙은 이 세상에 없었으리라. 그런 점에서 상택은 이젠 살아계신 분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항상 고마움을 갇고 살아 왔었다. 희수는 향숙을 낳고는 뭐가 어찌 되었는지 더이상 아이를 낳지 못했고 그런 희수를 위로 해주며 참으로 살갑게 살았었지만, 향숙이 초등 학교를 다니기 두어해 전 무렵. 희수는 사고로 죽고 말았다.
제 어미가 없이 컸어도 구김살 하나 없이 밝고 아름답게 커 준 향숙을 생각 하면 늘 고맙기만 했다.
향숙은 상택에게 단 한번이라도 투정이나 화를 낸 적이 없다. 그저 아빠만 좋아하며 따르는 순하디 순한 아이였다. 한번은 상택이 접대일로 잔뜩 취해 집엘 들어온 일이 있었는데, 향숙은 어찌 알았는지 술 국을 멋지게 끓여 놓고선 밥 상 머리에 앉아 잔 소릴 해 대기 시작 했었다. 그럴 때면 천상 상택의 마누라 였다. 물론 끓여 놓은 술 국을 먹어보면 술 국 만큼이나 시원한 기분이어서 딸아이의 잔소리 마저도 흥겹게 들릴 지경이니 팔불출임에는 틀림이 없을 일이다.
"그래. 향숙이도 이젠 성인이니 맥주 정도는 마실 수 있겠지? 오늘 저녁엔 같이 한잔 해 볼까?"
점점 밝아지다가 이젠 입이 귓가에 가 걸려있는 상택의 기분을 알기라도 한듯 꽉 막혀있던 도로의 정체가 풀려 상택은 악셀을 즈려 밟을 수 있었다.
향숙이는 커피를 진하게 해서 한잔을 타다 둔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마실 생각은 없는지 식어버린 커피잔 위로 짖어가는 어둠이 서서히 그림자를, 그 마수를 뻗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향숙은 불을 켠다는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물리 칠 수 있는 어둠의 마수를 뿌리치지 않고 내 버려 두고 있었다. 그녀의 영혼은 그녀만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지. 텅빈 공간에 가득차 있는건 검어져 가는 공간과 진하고 향기로운 커피향과 초라하고 볼 품없다 여겨지는 향숙 자신의 몸뚱아리, 그리고 Louis armstrong의 가래가 끓는 듯한 탁하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 뿐이었다.
열 일곱의 나이에 이성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 스물이란 나이엔 오로지 아빠라는 존재 밖에 없는 자신의 환경과 위치와 생활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빠도 한 사람의 남자일 뿐이란것을 알게된 이후로부터 시작된 열병은 지금에 와서는 향숙이의 그 모든것을 하얗게 태워 버렸다.
아주 가끔씩, 고맙다며 안아주는 아빠란 존재의 품이 얼마나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편안한 것인지...... 그럴때 마다 자신의 소중한 곳이 젖어 버리는 자신의 육체가 싫어지기만 했다.
이성적으로 자신의 생부라는 점에서 이루어 져서도, 이루어 질 수도 없는 사랑이란건 이미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스치듯 지나가며 만난 그 어떤 남자들 에게서도 아빠에게서 느끼는 그런 감정은 전 혀 느낄 수 없었다. 그 어떤 남자도... 가끔씩, 고맙다며 전해주는 가벼운 키스 와 포옹에도 반응해서 온통 젖어 버리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더러운 피가 흐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해 보았지만 그건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들이 한 아름다운 사랑을 욕되게 하는것같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에 와서는 그저, 사랑의 신 큐피드가 저지른 장난의 희생물이 자신이라 여기고 있었다.
어느새 아주 컴컴해진 거실을 그나마 희미하게 밝히던 시계 바늘을 보곤 아버지가 퇴근을 시작 할 시간이란걸 깨 닳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서둘러야 겠다."
향숙은 가벼운 샤워로 자신의 우을한 기분을 씻어내고 상큼함 으로 재 무장 하였다.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고싶지 않아서 이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향숙은 평소에 입고다니는 속옷들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는 어렵사리 구해둔 아주 야한 속옷들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었다. 새하얀 색의 민무늬 팬티를 입은 향숙은 전신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어느 미술관에서 볼수 있을것 같은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 봉긋한 가슴이나 매끈한 허리선, 하아얀 피부 까지 어느것 하나 나무랄데 없는 자신의 모습. 여느 사내가 봤다면 미친듯 달라 들 만한 모습이건만 스스로는 추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정말이지 한번이라도 좋으니 아빠가 자신을 안아준다는 보장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차림새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지난 열 일곱살때 알몸을 아빠에게 보였다가 호되게 혼난 이후로는 꿈도 못꿀 일이니... 아버지에게만 반응하는 자신의육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이렇게 유혹하기 위한 차림을 하게되는 자신이 저주스럽기만 하다.
옷 장에서 흰 색의 플레어 미니 스커트를 커내어 입고 조금 더워진 날씨 이기에 흰색의 타이트한 민소매 티셔츠(나시)를 입었다.
"자. 오늘은 김치찌개를 해 볼까?"
주방으로 가서 에이프런을 걸치고선 저녁을 준비하는 향숙의 모습은 영락없는 신혼의 아내. 그것 이었다. 흥얼 거리며 콧노래도 불러가며 음식을 만드는 향숙이의 얼굴엔 세상에서 자주 보기 어려울것 같은 행복한 미소가 베어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이었기에 세상에 드물것 같은.
상택은 아파트 주차장에다 주차를 시키고는 집이 아닌 슈퍼로 향했다. 맥주와 안줏거리를 주섬주섬 담고 있자니 아랫층의 박창호 라는 사내가 말을 걸어 왔다.
"어이 김형! 어쩐일로 김형이 술을 다 사가는거야?"
"아아. 박형. 잘 지냈어? 가족회의 하려고 사 가는거야."
"가족회의? 아아....! 따님과의 데이트? 오붓하니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겠다?"
"훗! 사람하고는......"
"음... 의외로 김형도 담이 작은거로군?"
"무슨 소리야?"
"왜? 술이라도 먹어야 용기가 날거 같던가?"
"관둬. 조금만 더하면 딸 잡아먹은 짐승되겠군 그래."
"이건 내 솔찍한 심정인데 말야. 내가 김형 입장이라면 굉장히 부담스러울꺼 같아. 아마 나라면 얼마안가 침실로 침입해 버릴껄? 난 그런데 저항력이 약한편이거든. 그런 엄청난 미인의 딸이라니... 김형은 참 복도 많은 사람이야. 얼씨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김형 따님 행차시군."
창호는 상택과 같은달에 이 단지에 들어왔다. 아래 윗층으로 나뉘어 산지 5년 된 이웃사촌이다. 마누라의 등살에 떠 밀려 나온 반상회에서 상택을 만나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창호의 나이는 상택과 동갑인 서른아홉. 아직은 어린 아들 둘에 평범하게 생긴 아내와 함께 산다. 상택이야 집에 자기 뿐이었고 반상회에 딸아이를 보내기엔 무리가 있다 싶어서 자신이 나갈 수 밖에 없는 바람에 만나게 된 좋은 이웃이지만.
"아빠!"
"왜 내려왔어? 내가 여기 있는줄은 어떻게 알고?""베란다에서 다 본걸요? 뭘 사셨어요?"
"너랑 한잔 하려고 맥주좀 샀다. 너도 한잔 쯤은 하지?"
"자! 그럼 두사람만의 오붓한 대화를 위하여 제 삼자인 나는 이쯤에서 빠지지. 김형! 담에 술 한잔 하지?"
"그러지. 박형도 집사람한테 좀 더 잘해주라구."
"암암.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도 김형 따님처럼 얘쁜 딸 하나 낳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열씸히 허리운동 좀 해야지."
"예끼! 애즐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군."
"아저씨. 힘 내세요."
"허걱. 내가 졌다."
인근의 주민들은 아빠와 딸만 사는 집에대해 참 많이도 궁금해 하였었다. 마흔에 스무살 나는 딸 가지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게다가 향숙이는 엄마가 없지 않았던가. 주위에선 않좋은 소문들이 많이 나 돌았지만 지금은 두사람이 다정하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선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워낙에 효녀라고 소문이난 향숙이 덕일뿐만 아니라 오늘같은 일 처럼 자상한 아빠라는게 온 동네에 소문이 나 있었으니 말이다.
두사람이 집 현관을 들어섰다.
"아빠. 샤워 먼저 하세요. 찌개 끓여 놨어요."
"그렇구나. 냄새가 아주 좋은걸? 사랑받는 아내가 되겠다."
"그럼요. 전 이미 사랑받는 딸 이잖아요?"
"그런거니? 후후후."
"호호호."
향숙이 아빠를 욕실로 몰아 넣다싶이 한것은 현재 자신의 상태 때문이었다. 맥주와 안주들을 얼른 냉장고에다 넣어둔 향숙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궜다. 이미 젖어 버리다 못해 아주 흥건한 팬티 때문이었다.
단지 아빠가 어깨동무를 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것 뿐임에도 불구하고 온통 젖어 버려야 하는 자신의 육체가 저주 스러울 뿐 이었다.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는 육체엔 미쳐버릴것 같은 향숙 이었다.
"이젠 싫어. 이런건 이젠 정말 싫어! 차라리 죽어 버릴까? 하지만 아빠 혼자 두고 어떻게 그래?"
그 누구도 모르게 흘려보는 눈물. 자신은 아빠를 사랑한다. 다만 다른점은 혼자뿐인 아빠가 측은하게 느껴진다는 점뿐. 그 이상의 감정은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을 뿐 아니라 허락 될 리도 없다는걸 잘 아는 향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에게만, 오직 아빠에게만 반응하는 자신의 육체가 저주스러울 뿐 이었다. 얼른 눈물을 훔치고 그 흔적을 지웠다. 팬티를 벗고나서 다른 팬티를 찾으려 할 즈음.
"향숙아."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벗은 팬티를 배게믿에 숨기고는 얼른 방을 나섰다.
"왜요 아빠?"
"내 속옷이랑 잠옷 좀 내어 줄래?"
"어머! 죄송해요 아빠."
상택은 발가벗은 차림에 수건 한장 만으로 앞 섶을 가리고 욕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전혀 부끄러울 일이 없건만 상택은 딸 아이가 붉히는 얼굴을 보고나자 부끄럽단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죄송해요."
"그래. 죄송한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얼른 갇다 주련? 설마, 이 아빨 이런 꼴로 밤새 세워 둘 참은 아니지?"
"물론이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잠시후 상택은 향숙이 가져다 준 트렁크 팬티와 잠옷 한벌을 입을 수 있었다. 그리고 즐거운 저녁시간이 지나간 이후.
"너 요즘 무슨 일 있니?"
"네? 뭐가요?"
상택은 치마보다 짧은 에이프런을 두르고 설걷이를 하는 향숙이를 보고선 물었다. 평소와 달라진건 없건만 왠지 유난히 섹시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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