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라 컴플렉스... 최종회
"앞으로는 자주 땋아줄께. 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
"괜찮아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내가 핸드폰 번호를 일러 줄테니까 혼자하기 힘든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해. 크게 도움될만한 건 없겠지만 그래도 아무도 없는것 보단 나을테니 말야."
"괜히 귀찮게 해 드리는건 아닌지..."
"아냐아냐. 음... 그래. 만약에, 그러니까 만약에말야. 상택씨가 어디 아프다거나 크게 사고가 나서 입원이라도 하게 된다면... 너 혼자 보다는 나을테지? 내가 함께한다면 말야."
"그런..."
"설마, 그런일이 없을꺼라고 믿는건 아니지?"
사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에 그런일이 일어났을때 향숙은 태연할 자신이 없다. 비단 그런 생각조차 하기 싫은일 뿐이 아니라 여러모로 따져 보더라도 급할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쯤 있는편이 더 안심돼는건 사실이니 마다할 일은 아니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라는 것. 그것도 이성으로써 사랑하고 인정받으려 노력하는것을 수희가 눈치 챈듯하기 때문이다. 만에하나, 그것을 소문이라도 내고 다니는 날에는 그야말로 끝장인 것이다. 아빠나 자신이나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당할 일이 아닌가.
"자! 가자."
"네? 어딜요?"
"못말리는 주정뱅이의 마수로부터 네 아빠를 구하러."
"푸훗! 네."
수희와 향숙이 남자들끼리 벌인 술판을 접했을땐 성필은 이미 고주망태가 되어 인사불성이었고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만히 잔을 비워가는 상택은 취기라곤 ?아볼 수 없이 말짱한 상태였다.
"미안해요. 상택씨. 고생하셨죠?"
"고생이라뇨. 오랜만에 친구녀석이랑 함께여서 저도 즐거웠습니다."
"아녜요. 이인간 술버릇은 제가 더 잘 아니까요. 피곤하실텐데, 쉬셔야죠?"
"아! 저희보단 제수씨가 더 피곤하시겠군요. 먼길 오시느라."
"후... 조금 그러네요. 부탁좀 드릴까요?""그러죠."
"자. 그럼 편히 쉬어."
"네. 안녕히 주무세요."
상택이 수희와 함께 성필을 양쪽에서 어께동무하고선 방을 나섰다. 향숙은 내일 아침에 필요해 질듯한 해장국을 끓이기 위한 재료를 살펴본 다음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가장먼저 한 일이 속옷을 벗어버리는 일이었음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좋으리라. 그것은 고정관념, 혹은 속박에의 반발과도 같은 향숙이 만의 어떤 의지의 발현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 하려하는 사랑이란 것도 이미 그러 하듯이. 눈부신 나신위에 엄마의 잠옷을 껴입고 앞섶을 여미고 나니 상택이 들어온다.
"어, 벌써 자려고?"
"아빤, 지금이 몇신줄은 아시는 거에요?"
"그렇구나. 벌써 한시네."
"씻으셔야죠?"
"음. 부탁해."
"네."
상택이 샤워하러 간 사이. 부탁받은 잠옷을 준비해 욕실에 들여주고는 침대 한켠에 누워 낮에 아빠가 한 말을 되새겨 보는 향숙.
"약속이라니... 그것도 아빠 자신과의 약속. 나란 아인 참..."
상택의 말처럼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만약 향숙 자신의 육체가 아빠라는 존재에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면 애초에 상택이 괴로워 해야 할 일은 없었으리라. 그런 자신을 지금껏 야단한번 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 들여 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위해 그렇게 배려 해 주는 아빠의 다정함에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한편으로는 향숙 자신의 노력으로 인해 스스로에 대해 무척 엄격한 아빠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생각에 깊은 맘 속에선 짜릿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잠옷의 여밈을 풀어가는 손길을 느끼고 서야 상택을 돌아보는 향숙. 상택에겐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었던 탓인지 너무나 쉽게 풀려버리는 향숙의 잠옷은 옷의 현재 주인을 반라로 만들어 버렸다. 이어지는 따스하고 포근한, 그리고 짜릿한 손길이 가슴위에 머무르자 가벼운 쾌감의 신음이 향숙의 잇사이를 비집고 흐른다.
"으흠....."
"오랜만이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가슴위에서 맴돌던 손이 매끄러운 곡선을 따라 허리어림에 다다른 지금. 향숙이는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있기에는 본능의 횡포가 너무 강렬했다.
"그런만큼... 기대해도 좋아."
"아...아빠...."
입술을 비집고 들어와 혀를 어루만지는 혀와함께 보배로운 땅에 들어선 감미로운 손이라는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끈적한 사랑으로 물들인 비지(斐地)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그 감각에 향숙은 결국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혀를 희롱하던 혀는 두 봉우리의 정상에 위치한 감각지위에서 한참을 노닐다가 점점 아래를 향해 결국엔 검은 숲아래에 자리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떠날줄 모르며 부드러운 사랑의 어루만짐이 계속되자 향숙은 쾌감의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애액을 봇물처럼 터트리고 말았다.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요란한 소리는 향숙을 부끄럽게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향숙의 욕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상택의 손에의해 위로 젖혀져 잔뜩 벌어진 두 다리 사이에 있을 보배로운 땅을 가리고 있는 상택의 입술은 끈질기게도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십여분 동안. 그런 자세에서 분출된 네차례의 애액은 어디에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 겨우 떨어진 상택의 입가에 묻은것을 빼고는.
온통 비어버려 백지가 된 듯한 향숙이의 의식이 제자리를 ?을 즈음엔 상택의 품에안긴 향숙의 아름다운 나신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 상택의 반라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열락의 향기가 두사람에게 후희로 제공되고 있었다.
"아빠.....흑....."
"우는거야? 왜?"
"흑....흑....."
"난 괜찮아. 한번이든 두번이든 이미 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을 테니까. 그런거라면 한사람이라도 만족 스러운 편이 나은거지 뭐. 만족스러워?"
"............."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한 향숙의 입술에 상택이 가볍게 입술을 포개었다가 떨어졌다.
"앞으로는 매일이라도 네가 원한다면 해 줄께. 그러니까. 다신 전처럼 울상짓고 그럼 안된다. 알았지?"
이번엔 향숙이의 혀가 상택의 혀를 간지럽힌다. 여러모로 의미깊은 눈물이 상택의 얼굴에 떨어졌지만 신경쓰지는 않는다.
그렇게, 두사람 사이에는 이미 벽이라고 하는것은 무너져 버렸지만 그 이상의 영역은 넘지않는. 선 아닌 선을 갇게 되었다.
은밀하고 뜨거웠던 두사람만의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상택은 전 재산을 털어 밀감농장을 인수했고 성필의 암약에 힘입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대략 팔백평을 넘는 넓은 부지는 언덕배기에 위치해 어디서건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 농장의 한 가운데에 2층짜리 건물을 세워 1층은 누구라도 취사가 가능하며 식당도 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2층은 두사람만의 생활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본관의 건물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열두개의 작은 소로가 났고, 그 끝에는 통나무집이 보이지 않게 돌아앉아 들어섰다. 방갈로 처럼 꾸몄지만 방은 예닐곱은 너끈히 잘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간단히 샤워까지도 할 수 있는 시설을 갇추었다. 방갈로의 앞 마당에 내려서면 감귤나무에 가려저 바깥의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방갈로의 난간을 짚고 서 보면 한눈에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아주 근사했다. 그 모든것이 완전히 갇추어져 영업을 시작할 때는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금 ?아온 봄의 따스함에 연초록 새 잎새가 감귤나우를 덮어갈 때 쯤이었다.
상택은 오히려 젊어져 있었다. 인근의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할 만큼. 지난 여름만 해도 누구나 은연중에 부적절한 관계를 떠올릴 만큼 나이차를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눈에 부부라고 알아볼 만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워 져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상택이 매일같이 향숙의 애액을 맛보게된 탓인 듯 하지만 두 사람 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다.
상택과 향숙의 관계도 조금은 진전되어 있었다.
향숙이 잠을 잘때에만 완전히 알몸이 되는 것도 그렇지만 상택의 성기를 손으로 가볍게나마 애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두사람 다 그 이상의 선은 서로 넘으려 하지 않았다. 향숙으로써는 매일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절정을 맛볼 수 있었으니 그런대로 만족했고 상택또한 그런 행위로 인해 조금은 즐거웠고 오랜동안 참아왔던 욕구를 그렇게 간접적으로 나마 위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필요치 않았기도 했거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주어지는 죄책감을 짊어지지 않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기에 그 이상이란 있어서도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평행선을 달리던 두 사람의 관계를 산산이 부숴뜨려 버린 일은 "오랜지 가든"이 영업을 시작한지 석달만에 일어났다.
여름의 문턱을 넘기위한 지루한 장마비가 시작된지 사흘이 지난 무렵이었다.
"아빠. 어떻게 된거에요? 저런 사람들 한테 회원증을 준 적이 없잖아요."
"성필이 친구가 경찰에 있다고 해서 알아보라고 했더니 아직 연락이 없구나. 아무래도 위험한 사람들 같으니 넌 가능하면 저들 가까이 가지 마라. 회원증을 가지고 온 이상 안받을 수도 없어서 받긴 했다만 맘에 걸리는구나."
"절 보는 시선이 마치 벌레라도 기어가는 듯 한 느낌을 들게하는게... 너무 싫어요."
"어쩔수 없지않니. 설마하니 해꼬지야 하려구."
세명의 사내들이 "오랜지 가든"에 들어오면서 생긴 불안은 늘 향숙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벌써 사흘째, 그들의 식사를 만들어 주는 자체가 고문이었다. 아무리 접촉을 피하려 하지만 식사만큼은 본건물 1층에서 하는 그들의 식사를 만들어 주는것이 향숙이고 보니 그 시간 만큼은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그들은 시시한 불량배 같지는 않았다. 퍽이나 위험한 인상인 것이 아무래도 위험한 사람들 같아 보였다. 개업할때 이런 일들이 있을까봐 인근의 파출소에다 비상벨 을 연결해 두고 잔뜩 뇌물을 먹여 두었던 터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이 향숙을 보는 시선은 상택마저도 느낄 수 있을만큼 끈적한 것이어서 더더욱 불안 하기만 했다.
-딸랑
문이 본건물 1층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예의 그 사내들이 들어섰다. 저녁시간인 탓이다.
"여! 쥔장. 우리 꿀꿀이 죽좀 주슈."
"잠시만 기다리시오."
향숙이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사내들의 욕망이 담긴 끈적한 시선들이 음담패설과 함께 상택 부녀의 심기를 괴롭혔다.
"햐! 고뇬. 볼수록 이쁘단말야. 생긴걸 봐선 아랫도리 좀 놀리겠는데?"
"흐흐흐. 올라타고 엉덩이 한번 두들겨 주면 서방님 하고 내내 활짝 활짝 벌려 줄텐데 말야. 내가 그쪽으론 좀 능력 있잖아."
"새꺄. 그게 어디 너만 그러냐? 계집 후리는덴 이골이 난 우리들 아니냐."
"암튼말야. 저년 한번 후려두면 여기 있는동안은 심심하진 않을텐데. 안그냐?"
"그러자면 저자식이 문젠데.... 서방인가?"
"음마? 마빡 니가 왠일로 추위를 다 타냐? 언젠 그런거 신경이나 썼고?"
"십할새기가 뭐라고 짖는거야? 내가 추윌 탄다고? 저새기 한테?"
"어이그 콜통새기들 또 지럴이야 또."
"십할... 저년 젓탱이 보고 있을라니까 꼴려서 미치겠네. 일주일째 보지맛을 못봤더니 죽갔구만... 야.
마빡아. 우리 잠수탄지 일주일 된거 맞지?"
"키키키. 하기야. 하루라도 계집년을 끼고 살지 않으면 좇대가리에 곰팡이 핀다는 네놈이 용케도 견딘다 싶었다. 왜. 한 한달쯤은 된거 같으냐?"
"십할. 안돼겠다. 누가 망좀봐라."
"잘해봐. 설걷이는 확실하게 해 줄테니까."
"크크큭."
이미 사내들의 대화를 낱낱이 듣고있던 상택이 계산대 아래로 숨겨둔 비상벨을 눌렀다.
"숙아. 너 이층에 좀 가 있어라. 문 잘 잠그고."
"어이 십할새기좀 보소. 죽고싶냐? 응?"
"어서!"
향숙이 이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날듯이 사라지자. 민 대머리 사내가 마빡이라는 사내에게 눈짓을 했다. 마빡이라는 사내가 일어서자. 상택은 계단앞을 막아섰다.
"그만들 해 두시지. 이 쯤에서 그만두면 나도 모른척 해 주겠어."
"월래? 이새기 말하는 사가지좀 보소. 뒈지고 싶은 거이구마. 어차피 네놈은 오늘이 제삿날이여. 뭐 걱정은 하덜 말드라고잉. 니 마누라는 우리가 잘 보살펴 줄텡께."
"뭘 질질 끌고그래? 빨랑 끝내버려. 계집에 몸단놈이 말도 많네."
상택이 젊었을때엔 나름대로 힘 께나 썼다지만 주먹질에 이골이 난 사내를. 그것도 셋 씩이나 상대를 하기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택 또한 나름대로 생각은 있었다. 십분 정도만 버티면 경찰이 올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때를 위해 부지런히 먹여둔 뇌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것은 상택의 희망사항으로 남아버렸다.
대머리의 주먹이 날아오는 순간. 상택이 반격으로 턱을 노렸다. 자신을 향한 대머리의 주먹을 손으로 막았고 턱을노린 상택의 주먹이 적중을 한것 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등 뒤를 노리고 들어오는 칼을 막기에는 마빡이란 사내의 칼이 너무나 빨랐다. 정확히 등의 급소를 찔린 상택. 마빡에게서 칼을 건네받은 대머리가 확인사살을 해 버렸다. 정확히 복부를 세차례 찔러버린 것이다.
"아... 안돼.... 향...숙......"
상택은 의식을 잃어 버렸다. 대머리가 확인 사살을 하는 동안에 마빡이 향숙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1층으로 내려왔다. 머리카락이 뽑히는 듯한 고통을 느끼던 것도 잠시. 향숙의 눈에 피에물든 상택이 들어왔다.
"아... 아빠... 아빠아아아아!"
"어라? 딸이었네? 마누라가 아니고."
"딸이면 어떻고 마누라면 어때? 나 지금 엄청 급해."
갈갈이 ?겨져 나가는 향숙이의 옷자락. 그만큼이나 향숙이의 마음도 찢겨져 나간다. 머리채를 잡힌 상태. 끌어 당겨져 몸을 숙이게 된 향숙이 시선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은 향숙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이성. 사랑하는 님의 주검을 보고있는 것이다. 새하얗게 탈색 되어가는 향숙이의 사고에는 거칠게 파고들어 사라져 가는 파과에 의한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고통이 너무나 컷다. 피스톤 운동에 의해 출렁이는 향숙의 육신을 매력적이라고 느끼기엔 상택을 바라보는 두 눈에서 느껴지는 무생명한 그 느낌이 주는 상쇄감이 너무나 컷다.
"아빠... 저도... 곧 갈께요... 같이가요... 나혼자 살아 남으면 뭐해? 이젠 엄말 만날 수 있겠죠? 잘못했다고 빌면... 용서해 주실까요?"
향숙에게 찢어내듯 벗긴 향숙의 팬티를 입에다 물려 재갈을 채우려는 마빡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입 가로 흐르는 빨간 핏줄기는 금새 홍수가 되어 버렸다.
"씨... 십할! 재수 더럽게 없네!"
"헉헉... 잘 잡아... 주... 죽인다... 아다 에다...긴자꾸...어헉!"
"야이 십새야. 이년 혀깨물었어. 긴자꾸라도 소용없다구."
"뭐...뭐? 에이 십할! 한참 좋았는데... 뭐했냐 응? 혀깨물도록 뭐했냐구!"
"십할 재수 옴붇을 라니까 원 별... 충격좀 먹으라고 사내까지 칼질 해 놨더니만 누가 이렇게 빨리 혀 깨물 줄 알았나."
향숙은 사내들의 대화를 거기까지 밖에 듣지 못했다. 가물 거리는 의식으로 상택을 바라보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같이가요. 아빠.... 사랑...해..요.............."
안타깝게도 뒤늦게 울리는 패트롤카의 싸이렌 소리에 사색이 되어 달아나는 사내들의 모습은 상택 부녀에겐 너무나도 늦어버린 사후약방문 이었다.
"얘. 저기... 501호 환자 보호자 있잖아. 어떻게 좀 해야 하는거 아냐? 저러다 큰일 나겠어."
"어쩌라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다녀 갔어도 말대꾸 한번 안한 사람인데. 나라고 뽀족한 수 있어?"
"오늘로 며칠째지?"
"저러고 근무 바뀐게 두번하고 나흘째니까... 18일째인가? 그러고 보면 참 대단해."
"참 지극 정성이다. 보름이 넘도록 잠한숨 자지않고 딸 얼굴만 보고 있으니.""당연한거 아냐? 가족이라곤 달랑 두사람 뿐인데."
"전혀 딸같이 안보여. 그치?"
"뭣들 하는 겁니까? 일 안해요?"
호기심 많은 두 간호사의 잡담은 시어미 같은 수간호사의 등장에 뚝 끊어져 버렸다. 수간호사도 더이상은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간호사들을 채근하고 난 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휴~! 너무 유명한 사람들이 돼어 버렸어. 의사들이고 간호사들이고 만나기만 하면 501호 이야기 뿐이니."
서울의 S의료원에 적을 둔 사람들 치고 501호를 모르면 의료원 사람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 돌 정도로 유명한 가족이 있었다. 어쩌다 환자들의 사연이 소문이되어 나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S의료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501호의 이야기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 였다.
살인혐의로 피신중인 3인조 폭력조직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려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서다 칼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아버지와 아빠를 찌른 사람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혀를 깨물고 자살을 시도해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 딸의 이야기. 단 두사람 뿐인 가족의 사랑 이야기에 의료원은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501호 가족은 상택과 향숙이었다. 경찰이 두 부녀를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러 가까운 종합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했을땐 두사람 다 사경을 해메고 있었다. 무엇보다 상택의 상태가 아주 심각했다. 정확히 찔린 등의 상흔에서 지속되는 출혈을 막기위한 긴급수술이 한차례 있었지만 복부의 상처도 만만치 않은 위급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제주의 종합병원에선 외과의(전문의. 인턴이나 레지던트는 엄밀히 따지면 의사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의사는 의사다. 준 의사 라면 정확할까. 그렇다고 그들을 무시하진 마시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단 월등히 났고 그들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많은 공부를 하므로.)가 단 두사람 뿐이었고 그나마 수술중에 해외연수를 떠난 상황이라 긴급으로 이송된 곳이 S의료원 이었다. 수술은 마쳤지만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던 상황에서 상택이 깨어난건 정말 기적이라고 의사들은 놀라워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란건 사흘만에 중환자실에서 나와 딸을 ?은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단 한숨도 자지않고 간호를 하는 놀라운 부정에 모두들 혀를 내 두를 뿐이었다. 향숙은 다행히도 혀가 완전히 절단되진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려 의식을 차리더라도 완전하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런식으로는 더이상 버티지 못할겁니다. 지금 바로 안정을 취해야 하니... 보호자분 께서 조치를 취해 주십시요."
"그... 저도 어쩔수 없군요. 강제로라도 어떻게 하면 안됩니까?""죄송합니다. 사실 환자의 상태는 저렇게 있을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 약물을 투여 했다가는 약물 쑈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렇게 눈뜨고 지키고 있다는 자체가 이미 기적입니다."
"허... 참나... 사람하곤..."
의사와 성필의 대화였다. 바로 곁에서 말을 걸고 몸을 쥐고 흔들어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대로 며칠만 더 지난다면 상택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성필이 아무리 용을쓰고 방법을 강구해 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타이르는 것도, 윽박지르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상택을 아는 사람들이 모두 다 다녀가고난 지금도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루에 한번씩 향숙이의 몸을 꼼꼼히 닦아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일도 하지않고 그저 향숙이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엔 물한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었다. 그러다 사흘이 지난 즈음해서 수희가 한마디 거든것에 무언가 자극을 받았는지 물이나 약간의 미음을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먹는 미음에 수면제를 미량 섞어서 상택이 먹도록 했지만 몇차례나 수면제가 든 미음을 먹었지만 잠을 자려는 기색은 전혀 없었으니 의사들도 아예 포기 해 버린 거였다.
"큰일이야. 더이상은 상택의 몸이 견뎌내질 몰할거라고 의사가 예길 하더군. 뭔가 방법이 없을까?"
"후... 지독한 사람. 저라고 무슨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잖아요. 이미 해볼건 다 해봤는데."
성필과 수희는 두사람의 보호자로 나서 병원의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남은 거라곤 죽음에 이르러 있는 상택을 치료나마 받도록 유도를 하는 일만이 남은 상태였다.
"바보같은 사람... 저러는걸 향숙이가 깨어나서 안다면 좋아할리 없을텐데.""그러게요... 음? 가만!""엉? 왜그래. 무슨 좋은 수라도 있어?"
"향숙이 말예요."
"향숙이? 깨어나지도 않은 애가 뭘? 향숙이가 깨어 나기만 한다면 상택이가 더이상 저러고 있지도 않을꺼야 뻔 하지만... 의사들도 손 놓은 상황이잖아?"
"당신도 눈치는 챘죠? 향숙이가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그야.... 엇? 그렇군!"
"향숙인 자살을 시도 했어요. 상택씨가 칼에 찔려 쓰러진걸 보구서요. 왜 그랬을까요? 순결을 잃는게 싫어서?"
"알았어. 내가 한번 다시 시도 해 보지."
성필은 상택에게로 갔다. 상택은 깨어난 뒤부터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향숙이 잠든듯 누워있는 병상 곁에 가만히 앉아서 향숙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치 망부석 처럼.
그 모습을 본 성필은 정말이지 이러다가는 망부석의 전설처럼 석상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성필은 상택의 곁에 나란히 앉았다.
"바보녀석. 어쩌자고 혀를 깨물었는지..."
"........"
"총명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줄 알았을까..."
"......"
"그래서... 혼자라는게 두려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그렇게 같이 하려 해서 였을까."
"......."
"정말로 폭행 당하는게 싫어서 그랬을까? 아니야.... 내가 아는 향숙인 그런것 때문에 자살을 할 아인 아니야. 향숙인 그런 바보같은 아이가 아닐꺼야."
"......"
"지금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는걸 안다면 금새 깨어날 텐데....."
"......."
"바보같은 아이...."
"........."
"........."
숨막힐듯 한 침묵. 그리고 그것을 깨트려 성필을 놀라게 하는 메말라 버릴대로 메말라 사람의 음성이 아닌듯한 음성.
"고맙지만... 친구."
"아니? 상택이!"
"날 위해 애 쓰지 말게나."
"하지만 자넨 지금..."
"난....."
"......."
"죗값을 치르는 중일세."
"............"
"이대로... 향숙이가 죽어버려 받아야 할 죗값..... 살아 나더라도... 내가... 죽어버린 후라면 향숙이가 치러야할 죗값......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동안 깨어나면 저지를 나의 죄에 대한 죗값일쎄........"
".........."
"부모로써 져야할 책임이겠지...."
"자네......"
"부탁하나 함세."
"............"
"만약... 내가 죽어버린 후에 향숙이가 깨어 난다면... 이번처럼 날 따라 죽으려 들지는 말아 달라고 전해주게. 나의 마지막 부탁이라고 말이야."
"......진짜 바보는 자네였군."
"미안허이."
성필은 얼른 돌아서서 병실을 나와 버렸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
"바보같은 부녀 같으니라고...."
병실의 문을 닫고 기대어 서 눈물흘리는 성필의 모습에 아내인 수희도, 지키고 서 있던 의사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틀 뒤. 향숙은 깨어났다.
에필로그...
"자. 상인아. 절 해야지?"
파르라니 새 싹이 돋아나는 계절. 개나리와 진달래가 지천으로 흐드러 지게 피어있는 어느 공원 묘지에 예닐곱 살 난 꼬마 사내아이에게 절을 시키는 새댁의 모습은 봄의 여신. 생며의 여신이라고 해도 수긍이 갈 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사내 아이는 여인이 시키는 대로 절을 했지만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 이었다.
"엄마! 누구 무덤이야?"
"이녀석! "아빠. 저 왔어요." 하고 인사 해야지!"
"아빠?"
어리둥절 한 꼬마의 시선이 닿아있는 비석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故 金 尙 澤 之 墓
Fin.
작가 후기.
타고난 게으름과 생업이라는 막대한 장애물 때문에 이렇듯 초라하게 마무리를 지어야만 하는 저의 무능함에 저 조차도 치를 떨게 됩니다.
그동안 "일렉트라 컴플렉스"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예상은 하시겠지만 상인이라는 꼬마는 상택과 향숙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의 결실 입니다. 사실 병원 씬 이후에 부녀간에 사랑을 정립해 가는 장면을 넣을 생각 이었지만 생략 하는것이 더 좋을꺼라는 생각에 삭제를 했습니다.(절대로!!! 귀찮아서 그런거 아닙니다.... 먹고 사는게 힘들어서리.... ㅠ.ㅠ)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름다웠다는 것만 알아 주시길 바랍니다.
비록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금단의 사랑이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였음을 기억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제가 "일렉트라 컴플렉스"를 생각하게 된 동기는 "근친"이라는 자극적인 요소에만 치우쳐 자칫 소홀해 지기 쉬운 이면의 아픔을 미력 하나마 그려보려 했습니다만... 완고를 시키고 보니 반도 채 표현되지 않았군요.
"일렉"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딱 한가지 였습니다.
"만약, 내 이웃이 근친간의 사랑을 하고 있다면. 손가락질 만은 하지말자. 그들은 이미 층분히 아픔을 겪었을 것이니...."
라는 것이였습니다. 뭐, 섹스가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저지르는 것들 까지도 손가락질 하지 말자는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 이라면 손가락질을 할 필요도 없는 "인간아닌 존재들" 일테니까요.
후배녀석(문과라 여 후배들이 좀 많습니다.)이 술 한잔에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아니... 아주 많이.) 각색을 한 내용이지만 지난 반년동안 저를 무진장 괴롭히던 짐을 덜어 버리고 나니 후련한 감도 없진 않군요.
이 지면을 빌어 매상에 하등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공짜 커피만 죽어라고 박살내는 저에게 글을 쓸수 있도록 전기 콘센트와 휴게실을 빌려주신 거제 @git 피시방 사장님 내외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거제도에서.....
WT. by.
cacara...
추신 : 혹시나 돌 던지실 분들을 위해 멜 주소를... [email protected]
"앞으로는 자주 땋아줄께. 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
"괜찮아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내가 핸드폰 번호를 일러 줄테니까 혼자하기 힘든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해. 크게 도움될만한 건 없겠지만 그래도 아무도 없는것 보단 나을테니 말야."
"괜히 귀찮게 해 드리는건 아닌지..."
"아냐아냐. 음... 그래. 만약에, 그러니까 만약에말야. 상택씨가 어디 아프다거나 크게 사고가 나서 입원이라도 하게 된다면... 너 혼자 보다는 나을테지? 내가 함께한다면 말야."
"그런..."
"설마, 그런일이 없을꺼라고 믿는건 아니지?"
사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에 그런일이 일어났을때 향숙은 태연할 자신이 없다. 비단 그런 생각조차 하기 싫은일 뿐이 아니라 여러모로 따져 보더라도 급할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쯤 있는편이 더 안심돼는건 사실이니 마다할 일은 아니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라는 것. 그것도 이성으로써 사랑하고 인정받으려 노력하는것을 수희가 눈치 챈듯하기 때문이다. 만에하나, 그것을 소문이라도 내고 다니는 날에는 그야말로 끝장인 것이다. 아빠나 자신이나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당할 일이 아닌가.
"자! 가자."
"네? 어딜요?"
"못말리는 주정뱅이의 마수로부터 네 아빠를 구하러."
"푸훗! 네."
수희와 향숙이 남자들끼리 벌인 술판을 접했을땐 성필은 이미 고주망태가 되어 인사불성이었고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만히 잔을 비워가는 상택은 취기라곤 ?아볼 수 없이 말짱한 상태였다.
"미안해요. 상택씨. 고생하셨죠?"
"고생이라뇨. 오랜만에 친구녀석이랑 함께여서 저도 즐거웠습니다."
"아녜요. 이인간 술버릇은 제가 더 잘 아니까요. 피곤하실텐데, 쉬셔야죠?"
"아! 저희보단 제수씨가 더 피곤하시겠군요. 먼길 오시느라."
"후... 조금 그러네요. 부탁좀 드릴까요?""그러죠."
"자. 그럼 편히 쉬어."
"네. 안녕히 주무세요."
상택이 수희와 함께 성필을 양쪽에서 어께동무하고선 방을 나섰다. 향숙은 내일 아침에 필요해 질듯한 해장국을 끓이기 위한 재료를 살펴본 다음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가장먼저 한 일이 속옷을 벗어버리는 일이었음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좋으리라. 그것은 고정관념, 혹은 속박에의 반발과도 같은 향숙이 만의 어떤 의지의 발현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 하려하는 사랑이란 것도 이미 그러 하듯이. 눈부신 나신위에 엄마의 잠옷을 껴입고 앞섶을 여미고 나니 상택이 들어온다.
"어, 벌써 자려고?"
"아빤, 지금이 몇신줄은 아시는 거에요?"
"그렇구나. 벌써 한시네."
"씻으셔야죠?"
"음. 부탁해."
"네."
상택이 샤워하러 간 사이. 부탁받은 잠옷을 준비해 욕실에 들여주고는 침대 한켠에 누워 낮에 아빠가 한 말을 되새겨 보는 향숙.
"약속이라니... 그것도 아빠 자신과의 약속. 나란 아인 참..."
상택의 말처럼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만약 향숙 자신의 육체가 아빠라는 존재에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면 애초에 상택이 괴로워 해야 할 일은 없었으리라. 그런 자신을 지금껏 야단한번 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 들여 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위해 그렇게 배려 해 주는 아빠의 다정함에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한편으로는 향숙 자신의 노력으로 인해 스스로에 대해 무척 엄격한 아빠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생각에 깊은 맘 속에선 짜릿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잠옷의 여밈을 풀어가는 손길을 느끼고 서야 상택을 돌아보는 향숙. 상택에겐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었던 탓인지 너무나 쉽게 풀려버리는 향숙의 잠옷은 옷의 현재 주인을 반라로 만들어 버렸다. 이어지는 따스하고 포근한, 그리고 짜릿한 손길이 가슴위에 머무르자 가벼운 쾌감의 신음이 향숙의 잇사이를 비집고 흐른다.
"으흠....."
"오랜만이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가슴위에서 맴돌던 손이 매끄러운 곡선을 따라 허리어림에 다다른 지금. 향숙이는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있기에는 본능의 횡포가 너무 강렬했다.
"그런만큼... 기대해도 좋아."
"아...아빠...."
입술을 비집고 들어와 혀를 어루만지는 혀와함께 보배로운 땅에 들어선 감미로운 손이라는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끈적한 사랑으로 물들인 비지(斐地)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그 감각에 향숙은 결국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혀를 희롱하던 혀는 두 봉우리의 정상에 위치한 감각지위에서 한참을 노닐다가 점점 아래를 향해 결국엔 검은 숲아래에 자리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떠날줄 모르며 부드러운 사랑의 어루만짐이 계속되자 향숙은 쾌감의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애액을 봇물처럼 터트리고 말았다.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요란한 소리는 향숙을 부끄럽게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향숙의 욕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상택의 손에의해 위로 젖혀져 잔뜩 벌어진 두 다리 사이에 있을 보배로운 땅을 가리고 있는 상택의 입술은 끈질기게도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십여분 동안. 그런 자세에서 분출된 네차례의 애액은 어디에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 겨우 떨어진 상택의 입가에 묻은것을 빼고는.
온통 비어버려 백지가 된 듯한 향숙이의 의식이 제자리를 ?을 즈음엔 상택의 품에안긴 향숙의 아름다운 나신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 상택의 반라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열락의 향기가 두사람에게 후희로 제공되고 있었다.
"아빠.....흑....."
"우는거야? 왜?"
"흑....흑....."
"난 괜찮아. 한번이든 두번이든 이미 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을 테니까. 그런거라면 한사람이라도 만족 스러운 편이 나은거지 뭐. 만족스러워?"
"............."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한 향숙의 입술에 상택이 가볍게 입술을 포개었다가 떨어졌다.
"앞으로는 매일이라도 네가 원한다면 해 줄께. 그러니까. 다신 전처럼 울상짓고 그럼 안된다. 알았지?"
이번엔 향숙이의 혀가 상택의 혀를 간지럽힌다. 여러모로 의미깊은 눈물이 상택의 얼굴에 떨어졌지만 신경쓰지는 않는다.
그렇게, 두사람 사이에는 이미 벽이라고 하는것은 무너져 버렸지만 그 이상의 영역은 넘지않는. 선 아닌 선을 갇게 되었다.
은밀하고 뜨거웠던 두사람만의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상택은 전 재산을 털어 밀감농장을 인수했고 성필의 암약에 힘입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대략 팔백평을 넘는 넓은 부지는 언덕배기에 위치해 어디서건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 농장의 한 가운데에 2층짜리 건물을 세워 1층은 누구라도 취사가 가능하며 식당도 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2층은 두사람만의 생활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본관의 건물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열두개의 작은 소로가 났고, 그 끝에는 통나무집이 보이지 않게 돌아앉아 들어섰다. 방갈로 처럼 꾸몄지만 방은 예닐곱은 너끈히 잘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간단히 샤워까지도 할 수 있는 시설을 갇추었다. 방갈로의 앞 마당에 내려서면 감귤나무에 가려저 바깥의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방갈로의 난간을 짚고 서 보면 한눈에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아주 근사했다. 그 모든것이 완전히 갇추어져 영업을 시작할 때는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금 ?아온 봄의 따스함에 연초록 새 잎새가 감귤나우를 덮어갈 때 쯤이었다.
상택은 오히려 젊어져 있었다. 인근의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할 만큼. 지난 여름만 해도 누구나 은연중에 부적절한 관계를 떠올릴 만큼 나이차를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눈에 부부라고 알아볼 만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워 져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상택이 매일같이 향숙의 애액을 맛보게된 탓인 듯 하지만 두 사람 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다.
상택과 향숙의 관계도 조금은 진전되어 있었다.
향숙이 잠을 잘때에만 완전히 알몸이 되는 것도 그렇지만 상택의 성기를 손으로 가볍게나마 애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두사람 다 그 이상의 선은 서로 넘으려 하지 않았다. 향숙으로써는 매일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절정을 맛볼 수 있었으니 그런대로 만족했고 상택또한 그런 행위로 인해 조금은 즐거웠고 오랜동안 참아왔던 욕구를 그렇게 간접적으로 나마 위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필요치 않았기도 했거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주어지는 죄책감을 짊어지지 않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기에 그 이상이란 있어서도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평행선을 달리던 두 사람의 관계를 산산이 부숴뜨려 버린 일은 "오랜지 가든"이 영업을 시작한지 석달만에 일어났다.
여름의 문턱을 넘기위한 지루한 장마비가 시작된지 사흘이 지난 무렵이었다.
"아빠. 어떻게 된거에요? 저런 사람들 한테 회원증을 준 적이 없잖아요."
"성필이 친구가 경찰에 있다고 해서 알아보라고 했더니 아직 연락이 없구나. 아무래도 위험한 사람들 같으니 넌 가능하면 저들 가까이 가지 마라. 회원증을 가지고 온 이상 안받을 수도 없어서 받긴 했다만 맘에 걸리는구나."
"절 보는 시선이 마치 벌레라도 기어가는 듯 한 느낌을 들게하는게... 너무 싫어요."
"어쩔수 없지않니. 설마하니 해꼬지야 하려구."
세명의 사내들이 "오랜지 가든"에 들어오면서 생긴 불안은 늘 향숙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벌써 사흘째, 그들의 식사를 만들어 주는 자체가 고문이었다. 아무리 접촉을 피하려 하지만 식사만큼은 본건물 1층에서 하는 그들의 식사를 만들어 주는것이 향숙이고 보니 그 시간 만큼은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그들은 시시한 불량배 같지는 않았다. 퍽이나 위험한 인상인 것이 아무래도 위험한 사람들 같아 보였다. 개업할때 이런 일들이 있을까봐 인근의 파출소에다 비상벨 을 연결해 두고 잔뜩 뇌물을 먹여 두었던 터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이 향숙을 보는 시선은 상택마저도 느낄 수 있을만큼 끈적한 것이어서 더더욱 불안 하기만 했다.
-딸랑
문이 본건물 1층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예의 그 사내들이 들어섰다. 저녁시간인 탓이다.
"여! 쥔장. 우리 꿀꿀이 죽좀 주슈."
"잠시만 기다리시오."
향숙이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사내들의 욕망이 담긴 끈적한 시선들이 음담패설과 함께 상택 부녀의 심기를 괴롭혔다.
"햐! 고뇬. 볼수록 이쁘단말야. 생긴걸 봐선 아랫도리 좀 놀리겠는데?"
"흐흐흐. 올라타고 엉덩이 한번 두들겨 주면 서방님 하고 내내 활짝 활짝 벌려 줄텐데 말야. 내가 그쪽으론 좀 능력 있잖아."
"새꺄. 그게 어디 너만 그러냐? 계집 후리는덴 이골이 난 우리들 아니냐."
"암튼말야. 저년 한번 후려두면 여기 있는동안은 심심하진 않을텐데. 안그냐?"
"그러자면 저자식이 문젠데.... 서방인가?"
"음마? 마빡 니가 왠일로 추위를 다 타냐? 언젠 그런거 신경이나 썼고?"
"십할새기가 뭐라고 짖는거야? 내가 추윌 탄다고? 저새기 한테?"
"어이그 콜통새기들 또 지럴이야 또."
"십할... 저년 젓탱이 보고 있을라니까 꼴려서 미치겠네. 일주일째 보지맛을 못봤더니 죽갔구만... 야.
마빡아. 우리 잠수탄지 일주일 된거 맞지?"
"키키키. 하기야. 하루라도 계집년을 끼고 살지 않으면 좇대가리에 곰팡이 핀다는 네놈이 용케도 견딘다 싶었다. 왜. 한 한달쯤은 된거 같으냐?"
"십할. 안돼겠다. 누가 망좀봐라."
"잘해봐. 설걷이는 확실하게 해 줄테니까."
"크크큭."
이미 사내들의 대화를 낱낱이 듣고있던 상택이 계산대 아래로 숨겨둔 비상벨을 눌렀다.
"숙아. 너 이층에 좀 가 있어라. 문 잘 잠그고."
"어이 십할새기좀 보소. 죽고싶냐? 응?"
"어서!"
향숙이 이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날듯이 사라지자. 민 대머리 사내가 마빡이라는 사내에게 눈짓을 했다. 마빡이라는 사내가 일어서자. 상택은 계단앞을 막아섰다.
"그만들 해 두시지. 이 쯤에서 그만두면 나도 모른척 해 주겠어."
"월래? 이새기 말하는 사가지좀 보소. 뒈지고 싶은 거이구마. 어차피 네놈은 오늘이 제삿날이여. 뭐 걱정은 하덜 말드라고잉. 니 마누라는 우리가 잘 보살펴 줄텡께."
"뭘 질질 끌고그래? 빨랑 끝내버려. 계집에 몸단놈이 말도 많네."
상택이 젊었을때엔 나름대로 힘 께나 썼다지만 주먹질에 이골이 난 사내를. 그것도 셋 씩이나 상대를 하기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택 또한 나름대로 생각은 있었다. 십분 정도만 버티면 경찰이 올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때를 위해 부지런히 먹여둔 뇌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것은 상택의 희망사항으로 남아버렸다.
대머리의 주먹이 날아오는 순간. 상택이 반격으로 턱을 노렸다. 자신을 향한 대머리의 주먹을 손으로 막았고 턱을노린 상택의 주먹이 적중을 한것 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등 뒤를 노리고 들어오는 칼을 막기에는 마빡이란 사내의 칼이 너무나 빨랐다. 정확히 등의 급소를 찔린 상택. 마빡에게서 칼을 건네받은 대머리가 확인사살을 해 버렸다. 정확히 복부를 세차례 찔러버린 것이다.
"아... 안돼.... 향...숙......"
상택은 의식을 잃어 버렸다. 대머리가 확인 사살을 하는 동안에 마빡이 향숙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1층으로 내려왔다. 머리카락이 뽑히는 듯한 고통을 느끼던 것도 잠시. 향숙의 눈에 피에물든 상택이 들어왔다.
"아... 아빠... 아빠아아아아!"
"어라? 딸이었네? 마누라가 아니고."
"딸이면 어떻고 마누라면 어때? 나 지금 엄청 급해."
갈갈이 ?겨져 나가는 향숙이의 옷자락. 그만큼이나 향숙이의 마음도 찢겨져 나간다. 머리채를 잡힌 상태. 끌어 당겨져 몸을 숙이게 된 향숙이 시선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은 향숙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이성. 사랑하는 님의 주검을 보고있는 것이다. 새하얗게 탈색 되어가는 향숙이의 사고에는 거칠게 파고들어 사라져 가는 파과에 의한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고통이 너무나 컷다. 피스톤 운동에 의해 출렁이는 향숙의 육신을 매력적이라고 느끼기엔 상택을 바라보는 두 눈에서 느껴지는 무생명한 그 느낌이 주는 상쇄감이 너무나 컷다.
"아빠... 저도... 곧 갈께요... 같이가요... 나혼자 살아 남으면 뭐해? 이젠 엄말 만날 수 있겠죠? 잘못했다고 빌면... 용서해 주실까요?"
향숙에게 찢어내듯 벗긴 향숙의 팬티를 입에다 물려 재갈을 채우려는 마빡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입 가로 흐르는 빨간 핏줄기는 금새 홍수가 되어 버렸다.
"씨... 십할! 재수 더럽게 없네!"
"헉헉... 잘 잡아... 주... 죽인다... 아다 에다...긴자꾸...어헉!"
"야이 십새야. 이년 혀깨물었어. 긴자꾸라도 소용없다구."
"뭐...뭐? 에이 십할! 한참 좋았는데... 뭐했냐 응? 혀깨물도록 뭐했냐구!"
"십할 재수 옴붇을 라니까 원 별... 충격좀 먹으라고 사내까지 칼질 해 놨더니만 누가 이렇게 빨리 혀 깨물 줄 알았나."
향숙은 사내들의 대화를 거기까지 밖에 듣지 못했다. 가물 거리는 의식으로 상택을 바라보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같이가요. 아빠.... 사랑...해..요.............."
안타깝게도 뒤늦게 울리는 패트롤카의 싸이렌 소리에 사색이 되어 달아나는 사내들의 모습은 상택 부녀에겐 너무나도 늦어버린 사후약방문 이었다.
"얘. 저기... 501호 환자 보호자 있잖아. 어떻게 좀 해야 하는거 아냐? 저러다 큰일 나겠어."
"어쩌라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다녀 갔어도 말대꾸 한번 안한 사람인데. 나라고 뽀족한 수 있어?"
"오늘로 며칠째지?"
"저러고 근무 바뀐게 두번하고 나흘째니까... 18일째인가? 그러고 보면 참 대단해."
"참 지극 정성이다. 보름이 넘도록 잠한숨 자지않고 딸 얼굴만 보고 있으니.""당연한거 아냐? 가족이라곤 달랑 두사람 뿐인데."
"전혀 딸같이 안보여. 그치?"
"뭣들 하는 겁니까? 일 안해요?"
호기심 많은 두 간호사의 잡담은 시어미 같은 수간호사의 등장에 뚝 끊어져 버렸다. 수간호사도 더이상은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간호사들을 채근하고 난 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휴~! 너무 유명한 사람들이 돼어 버렸어. 의사들이고 간호사들이고 만나기만 하면 501호 이야기 뿐이니."
서울의 S의료원에 적을 둔 사람들 치고 501호를 모르면 의료원 사람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 돌 정도로 유명한 가족이 있었다. 어쩌다 환자들의 사연이 소문이되어 나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S의료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501호의 이야기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 였다.
살인혐의로 피신중인 3인조 폭력조직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려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서다 칼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아버지와 아빠를 찌른 사람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혀를 깨물고 자살을 시도해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 딸의 이야기. 단 두사람 뿐인 가족의 사랑 이야기에 의료원은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501호 가족은 상택과 향숙이었다. 경찰이 두 부녀를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러 가까운 종합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했을땐 두사람 다 사경을 해메고 있었다. 무엇보다 상택의 상태가 아주 심각했다. 정확히 찔린 등의 상흔에서 지속되는 출혈을 막기위한 긴급수술이 한차례 있었지만 복부의 상처도 만만치 않은 위급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제주의 종합병원에선 외과의(전문의. 인턴이나 레지던트는 엄밀히 따지면 의사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의사는 의사다. 준 의사 라면 정확할까. 그렇다고 그들을 무시하진 마시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단 월등히 났고 그들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많은 공부를 하므로.)가 단 두사람 뿐이었고 그나마 수술중에 해외연수를 떠난 상황이라 긴급으로 이송된 곳이 S의료원 이었다. 수술은 마쳤지만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던 상황에서 상택이 깨어난건 정말 기적이라고 의사들은 놀라워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란건 사흘만에 중환자실에서 나와 딸을 ?은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단 한숨도 자지않고 간호를 하는 놀라운 부정에 모두들 혀를 내 두를 뿐이었다. 향숙은 다행히도 혀가 완전히 절단되진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려 의식을 차리더라도 완전하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런식으로는 더이상 버티지 못할겁니다. 지금 바로 안정을 취해야 하니... 보호자분 께서 조치를 취해 주십시요."
"그... 저도 어쩔수 없군요. 강제로라도 어떻게 하면 안됩니까?""죄송합니다. 사실 환자의 상태는 저렇게 있을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 약물을 투여 했다가는 약물 쑈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렇게 눈뜨고 지키고 있다는 자체가 이미 기적입니다."
"허... 참나... 사람하곤..."
의사와 성필의 대화였다. 바로 곁에서 말을 걸고 몸을 쥐고 흔들어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대로 며칠만 더 지난다면 상택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성필이 아무리 용을쓰고 방법을 강구해 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타이르는 것도, 윽박지르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상택을 아는 사람들이 모두 다 다녀가고난 지금도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루에 한번씩 향숙이의 몸을 꼼꼼히 닦아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일도 하지않고 그저 향숙이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엔 물한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었다. 그러다 사흘이 지난 즈음해서 수희가 한마디 거든것에 무언가 자극을 받았는지 물이나 약간의 미음을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먹는 미음에 수면제를 미량 섞어서 상택이 먹도록 했지만 몇차례나 수면제가 든 미음을 먹었지만 잠을 자려는 기색은 전혀 없었으니 의사들도 아예 포기 해 버린 거였다.
"큰일이야. 더이상은 상택의 몸이 견뎌내질 몰할거라고 의사가 예길 하더군. 뭔가 방법이 없을까?"
"후... 지독한 사람. 저라고 무슨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잖아요. 이미 해볼건 다 해봤는데."
성필과 수희는 두사람의 보호자로 나서 병원의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남은 거라곤 죽음에 이르러 있는 상택을 치료나마 받도록 유도를 하는 일만이 남은 상태였다.
"바보같은 사람... 저러는걸 향숙이가 깨어나서 안다면 좋아할리 없을텐데.""그러게요... 음? 가만!""엉? 왜그래. 무슨 좋은 수라도 있어?"
"향숙이 말예요."
"향숙이? 깨어나지도 않은 애가 뭘? 향숙이가 깨어 나기만 한다면 상택이가 더이상 저러고 있지도 않을꺼야 뻔 하지만... 의사들도 손 놓은 상황이잖아?"
"당신도 눈치는 챘죠? 향숙이가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그야.... 엇? 그렇군!"
"향숙인 자살을 시도 했어요. 상택씨가 칼에 찔려 쓰러진걸 보구서요. 왜 그랬을까요? 순결을 잃는게 싫어서?"
"알았어. 내가 한번 다시 시도 해 보지."
성필은 상택에게로 갔다. 상택은 깨어난 뒤부터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향숙이 잠든듯 누워있는 병상 곁에 가만히 앉아서 향숙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치 망부석 처럼.
그 모습을 본 성필은 정말이지 이러다가는 망부석의 전설처럼 석상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성필은 상택의 곁에 나란히 앉았다.
"바보녀석. 어쩌자고 혀를 깨물었는지..."
"........"
"총명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줄 알았을까..."
"......"
"그래서... 혼자라는게 두려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그렇게 같이 하려 해서 였을까."
"......."
"정말로 폭행 당하는게 싫어서 그랬을까? 아니야.... 내가 아는 향숙인 그런것 때문에 자살을 할 아인 아니야. 향숙인 그런 바보같은 아이가 아닐꺼야."
"......"
"지금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는걸 안다면 금새 깨어날 텐데....."
"......."
"바보같은 아이...."
"........."
"........."
숨막힐듯 한 침묵. 그리고 그것을 깨트려 성필을 놀라게 하는 메말라 버릴대로 메말라 사람의 음성이 아닌듯한 음성.
"고맙지만... 친구."
"아니? 상택이!"
"날 위해 애 쓰지 말게나."
"하지만 자넨 지금..."
"난....."
"......."
"죗값을 치르는 중일세."
"............"
"이대로... 향숙이가 죽어버려 받아야 할 죗값..... 살아 나더라도... 내가... 죽어버린 후라면 향숙이가 치러야할 죗값......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동안 깨어나면 저지를 나의 죄에 대한 죗값일쎄........"
".........."
"부모로써 져야할 책임이겠지...."
"자네......"
"부탁하나 함세."
"............"
"만약... 내가 죽어버린 후에 향숙이가 깨어 난다면... 이번처럼 날 따라 죽으려 들지는 말아 달라고 전해주게. 나의 마지막 부탁이라고 말이야."
"......진짜 바보는 자네였군."
"미안허이."
성필은 얼른 돌아서서 병실을 나와 버렸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
"바보같은 부녀 같으니라고...."
병실의 문을 닫고 기대어 서 눈물흘리는 성필의 모습에 아내인 수희도, 지키고 서 있던 의사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틀 뒤. 향숙은 깨어났다.
에필로그...
"자. 상인아. 절 해야지?"
파르라니 새 싹이 돋아나는 계절. 개나리와 진달래가 지천으로 흐드러 지게 피어있는 어느 공원 묘지에 예닐곱 살 난 꼬마 사내아이에게 절을 시키는 새댁의 모습은 봄의 여신. 생며의 여신이라고 해도 수긍이 갈 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사내 아이는 여인이 시키는 대로 절을 했지만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 이었다.
"엄마! 누구 무덤이야?"
"이녀석! "아빠. 저 왔어요." 하고 인사 해야지!"
"아빠?"
어리둥절 한 꼬마의 시선이 닿아있는 비석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故 金 尙 澤 之 墓
Fin.
작가 후기.
타고난 게으름과 생업이라는 막대한 장애물 때문에 이렇듯 초라하게 마무리를 지어야만 하는 저의 무능함에 저 조차도 치를 떨게 됩니다.
그동안 "일렉트라 컴플렉스"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예상은 하시겠지만 상인이라는 꼬마는 상택과 향숙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의 결실 입니다. 사실 병원 씬 이후에 부녀간에 사랑을 정립해 가는 장면을 넣을 생각 이었지만 생략 하는것이 더 좋을꺼라는 생각에 삭제를 했습니다.(절대로!!! 귀찮아서 그런거 아닙니다.... 먹고 사는게 힘들어서리.... ㅠ.ㅠ)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름다웠다는 것만 알아 주시길 바랍니다.
비록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금단의 사랑이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였음을 기억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제가 "일렉트라 컴플렉스"를 생각하게 된 동기는 "근친"이라는 자극적인 요소에만 치우쳐 자칫 소홀해 지기 쉬운 이면의 아픔을 미력 하나마 그려보려 했습니다만... 완고를 시키고 보니 반도 채 표현되지 않았군요.
"일렉"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딱 한가지 였습니다.
"만약, 내 이웃이 근친간의 사랑을 하고 있다면. 손가락질 만은 하지말자. 그들은 이미 층분히 아픔을 겪었을 것이니...."
라는 것이였습니다. 뭐, 섹스가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저지르는 것들 까지도 손가락질 하지 말자는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 이라면 손가락질을 할 필요도 없는 "인간아닌 존재들" 일테니까요.
후배녀석(문과라 여 후배들이 좀 많습니다.)이 술 한잔에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아니... 아주 많이.) 각색을 한 내용이지만 지난 반년동안 저를 무진장 괴롭히던 짐을 덜어 버리고 나니 후련한 감도 없진 않군요.
이 지면을 빌어 매상에 하등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공짜 커피만 죽어라고 박살내는 저에게 글을 쓸수 있도록 전기 콘센트와 휴게실을 빌려주신 거제 @git 피시방 사장님 내외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거제도에서.....
WT. by.
cacara...
추신 : 혹시나 돌 던지실 분들을 위해 멜 주소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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