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수업을 듣는 중에도 나는 내일 이사 걱정에 제대로 집중이 되질 않고 있었다. 서울에 올라와 학교를 다니면서 이번이 네번째다. 방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학교 근처에 방을 잡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동아리 후배의 얘기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오후에 있을 서양건축사 수업은 대신 대출을 부탁해야 될 판이었고, 조급하고 분주한 마음에 수업이 제대로 들어올 리 없었다. 오래도록 비워져 있다는 방을 그저께 돌아보고 두서없이 바로 계약을 하고서 나는 이사 결정을 후회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형, 그 방 잡은 기념으로 한턱 쏘는 거 잊지마.’
후배는 으름장을 놓다시피 내게 한방 먹이고는 이사하는 날에 도우러 오겠다고 했다. 짐은 별로 없었지만, 제도 책상과 현재 프로젝트 중인 모형 일부분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것이 관건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방은 내 마음에 꼭 들었고, 창가에 놓을 예정인 제도다이가 짜맞춘 것처럼 들어가는 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장시간 앉아서 작업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벽치기를 하면서 습기 먹은 벽지 냄새며, 문간으로 들려오는 온갖 하숙생들의 잡음과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도 고역중의 고역이었는데, 이렇게 고즈넉하게 햇살을 받으면서 작업할 수 있는 방을 찾은 것은 행운중의 행운 이었다. 게다가 항상 책장이 부족해서 크기가 무작시리 큰 건축관련 책들을 벽돌 쌓듯이 포개놓던 것이 생활이었었는데, 그나마 전주인이 버리고 간 멋진 책장이 남겨져 있어서 품위까지 유지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추고 있어서 내심 이게 왠 횡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하고서는 얼른 알바 사장님께 전화를 때렸다.
‘저 현국인데요, 사장님, 계세요?’
카운터의 미스 최의 음성이 들렸다. 곧 이어 사장님의 음성이 들리고, 내일은 이사 날이라서 부득이하게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사장님께서는 방을 계약한 것을 기억해 내시고는 괜찮다고 이사 잘하라고까지 당부를 하셨다. 그야말로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전적으로 이사 이외에는 새끼줄이 빈 셈이었다. 나는 걸음을 재촉해서 지금 있는 하숙집으로 향했다. 방안은 아침에 어지르고 나간 그대로 였다. 나는 어저께 구해놓은 빈 박스에 차곡차곡 물건을 싸기 시작했다. 이삿짐이 왠간히 정리된 것은 저녁때를 훨씬 넘긴 10시정도 였다. 그래도 예의가 예의니 만큼,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려 방문을 노크했다.
‘현국이 학생 이구먼, 그래 이삿짐은 다 쌌어? 그 동안 정들었는데, 섭섭하네. 그건 그렇고 어디로 이사가? 요 근처겠지?’
하숙으로만 25년이 넘는 이 동네 터줏대감격인 아주머니는 위치만 대면 어느 부근인지는 눈감고도 훤할 정도로 근처의 지리에 밝으신 분이셨다.
‘네.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기서 조금 멀지만 학교와는 조금 더 가까워 졌어요. 저 삼거리 앞에 마트 아시죠? 그 마트에서 빨래방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바로 보이는 녹색 대문집이에요.’
‘녹색대문집이라…그 흰색 빌라촌가기전에 그 집말이야?’
‘아시네요.’
‘그 집 방이 오래 전부터 비여 있었는데, 그 방에 들어갈 건가?’
나는 아주머니의 얼굴에 스치는 한가닥 그늘을 읽을 수 있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나는 무심코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이사를 앞두고 있는 하숙생들은 혹시라도 방에 하자가 있는지 아니면 주인집이 까탈스러운지, 혹시 아니면 생각지도 않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통례였기 때문이었다. 사전에 들을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알고 입주해야 문제가 없다고 나는 경험상 알고 있었다.
‘아니, 뭐 별거는 아니고, 워낙 방이 모자라는 주변 사정인데, 유독 그 집의 방은 사람이 한번 빠져 나가면 잘 들지가 않았거든, 그리고 동네에 소문도 그렇고…’
‘동네 소문이 나쁜가요?’
‘아니, 그 집은 하숙을 치지 않아도 될 처지인 것 같은데 말이야. 그 집 주인은 만나 봤어?’
‘네, 젊은 아주머니 시던데, 집주인 아닌가요?’
‘거, 머리 길고, 얼굴 쪼매 만한 그 여자, 맞지?’
주인 아주머니의 설명은 그 주인의 특징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내가 이사 가는 사람에게 괜한 소리를 하고 있네. 소문은 그냥 소문일 뿐일 테지. 뭐 별거 있겠어? 여자 혼자서 그 큰 집에 하숙을 여럿 들이는 것도 아니고, 후처로 들어온 것도 그런데 상처까지 하고 혼자 산지가 꽤 되는 것 같은데 달랑 방 하나만 하숙을 치니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는 게지.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할일이 야부리 밖에 더 있겠어?’
아주머니는 별일 아니라며 애써 화제를 얼버무리고 말았다. 안들으니만 못하다는 옛말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이려니 했다. 괜시리 찝찝하게, 어, 깬다, 깨!!! 나는 속으로,
‘우라질, 갑자기 방을 빼려니 심사가 뒤틀리나?’
하면서 방을 나왔다. 그렇게 그 집에서의 마지막 밤은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 동아리 후배가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이름하야 이어 나르기 식의 하숙생만의 특이한 이사가 시작되었다. 봉고차도 필요 없었고 저녁이 되기 전까지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나르던 짐들은 어느새 자리를 잡아나갔고, 급한 대로 저녁은 새로 이사한 방에서 피자와 양념치킨, 소주를 곁들인 이사턱으로 바로 이어졌다. 11시가 넘어서야 후배들은 돌아갔고, 나는 마저 짐을 정리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누구 세요?’
나는 짐을 정리하다 말고, 문을 열었다. 아주머니께서 서 계셨다. 음료수와 과일이 쟁반에 담겨 있었다.
‘정리는 다 되가요? 이것 좀 먹고 하지, 아까 친구들이 있을 때 내와야 하는 건데…’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듯이 쟁반을 내밀었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쟁반을 받아 들었다.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누나처럼 생각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샤워를 하려면 저 식당 옆의 욕실을 써야 하는데 불편하지 않으시 겠어요?’
‘괜찮아요. 안방에 따로 욕실이 있으니. 그리고, 음식을 먹고 나면 분리 수거봉투에 잘 넣어서 현관 앞에 잘 놔 둬요, 내가 수거 날짜에 맞춰서 내놓을 테니.’
‘아니에요. 그런 일쯤은 제가 해야죠. 무슨 일이든지 부탁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도와 드릴께요.’
주인집 아주머니는 고맙다고 하며, 식사시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주고 돌아갔다. 전집의 주인이 말하는 것처럼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이는 여자는 아닌 듯 싶었다. 나는 괜한 얘기로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았는데 대하고 나니 그게 아니어서 정말 소문은 소문에 불과한 것이로구나 하고 재삼 느끼게 되었다. 그 날 밤은 정말 푸근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훌륭한 저택에 그것도 기가 막힌 방 구조에다가 하숙생들에게 시달린다거나 아침마다 화장실 점령을 위한 투쟁의 길목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흐뭇했다. 거기다가 책장은 물론이고 붙박이 옷장, 침대까지 거져 얻었으니 이런 횡재가 없었다. 나는 즐거운 기분에 침대로 몸을 훌쩍 날렸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았지만 푹신한 침대의 감촉과 뽀송한 시트의 안락함에 나도 모르게 잠에 골아 떨어져 버렸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 방안이 너무 더운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항상 잠이 모자라 지각하기 다반사 였는데, 왠일인지 새벽 3시에 깨어서는 말똥말똥 잠이 오질 않았다. 잠도 설친 김에 다음주에 제출 하기로 한 건축모델링이나 마무리하기로 마음먹고 차분하게 작업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마쳤는데 건물 주변의 조경만이 남아 있었다. 인공으로 된 정원수를 사다가 그냥 배치하려 했지만 저번에 제출했을 때, 조경의 자연미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점수를 터무니없게 받았던 전력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제작하기로 마음먹고 일부러 작업을 미루고 아이디어를 짜내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에 나는 어디선가 이상한 소음이 들려 불현듯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작업을 하려는데 또다시 침대의 매트리스 스프링이 삐걱대는듯한 소리가 다시 났다. 나는 순간 소름이 온 몸에 좌악 돋았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그것도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닌 방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금속성의 소음은 이름 모를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일어나는 신경과민 이려니 했다. 그런데 연이어서 숨쉬기가 불편한 여인의 헐떡이는 듯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계속해서 들려와 정신이 뺑글 돌 지경이었다. 나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방문을 박차고 문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나의 심장은 고속하강 하는 청룡열차 에 탄 사람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나의 앞, 한 2미터정도 되는 거리에 주인 아주머니가 검은 슬립차림으로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금방 잠자리에서 나온듯한 모습에 풀어 내린 머리가 섬뜩하기까지 했다.
‘아..아주머니…어쩐 일로…’
나는 말을 잇질 못했다. 등골에는 식은 땀이 좌악 솟고 다리는 후둘거리는 와중에 음성을 가다듬을 여유는 더욱이 없었다.
‘나도 잠이 오질 않아서 물이라도 마실 참으로…’
나는 그제서야 희미한 불빛을 받고 서있는 주인 아주머니의 눈부신 자태에 놀라고 있었다. 레이스와 검은 망사천으로 이루어진 슬립은 아주머니의 나신을 감싸고 있다기 보다는 그 나체의 완곡한 체형미를 더욱 요염하게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효과를 더해줄 뿐이었다. 게다가 어둡기는 했어도 팬티를 안입었는지 허리 아래쪽으로 까맣게 보이는 음란한 음모의 삼각지대는 젊은 나의 남근을 순식간에 돌덩어리로 변하게 하는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나는 시선을 어디로 둘지 몰랐다.
‘아,, 네.. 공부하다가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서 그만…’
‘무슨 소리?’
아주머니는 들어보지 못한 얘기 같다는 태연한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어 왔다.
‘저, 그게 좀 이상해서요. 방에서 나는 소리 같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 들어와 보실래요?’
나는 사심없이 그 소리의 본질을 확인시켜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주인 아주머니가 나체에 망사로 된 슬립 하나만을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지나쳐 방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아주머니의 뒤로 풋풋한 장미향의 샴푸냄새 같은 것이 나의 후각을 미묘하게 자극했다. 나는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중앙의 천장에 달려있는 할로겐 등 대신에 내 제도책상에 부착되어 있는 백열등만이 켜져 있어서 평소 보다 어두운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불빛을 등지고 서있는 아주머니의 놀라운 둔부와 가녀린 허리의 곡선 그리고 늘씬한 두다리의 각선미가 온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뒤에서 바라보고 서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음란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 기분을 겉으로 표현 할 수는 없었다. 이상하게도 아주머니가 방안에 들어서자, 그 소리는 쥐죽은 듯이 사라지고 다시는 들을 수가 없었다.
‘어, 이상하네, 아까는 분명히 들렸는데…’
‘에이, 괜히 그러는거 아니야? 아니면 졸리고 피곤해서 잘 못 들었던가, 가끔 쪽마루의 나무결이 건조해져서 트는 것 같은 소리가 나긴 하는데, 그걸 잘 못 들었나? 아니면 보일러가 돌아가면서 나는 소리였던가, 아무튼 지금은 아무 소리도 않나네, 그렇지?’
하며 돌아서는 아주머니의 젖꼭지가 보기에도 탐스럽게 슬립을 뚫을듯이 도드라져 나의 시선을 가득 메웠다. 나는 간신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주머니는 잘자라면서 그 향기를 은은히 흘리며 내 시선에서 사라졌다. 방문이 닫히고 나는 한동안 멍하니 침대에 걸터 앉아서 그 잠깐 사이에 나의 온 시선을 흐트리고 사라진 아주머니의 나체에 대한 기억을 좀더 오래 음미하려고 아무런 미동도 하질 않고 되씹어보고 있었다. 저런 여자가 혼자서 살고 있다니…나는 동네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내가 동아리 후배에게 들은 바로는 여주인은 젊은 나이에, 나이가 지긋한 이 집의 주인과 재혼 했고, 우리 학교에 재학중인 과년한 딸을 하나 두고 있었다고 했다. 딸은 아버지가 죽기 1년쯤 전에 홀연히 아무에게도 알리질 않고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렸고, 아마도 젊은 새엄마와의 불화가 그 원인일 거라고 했으며, 부친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는데도 불구하고 새엄마에 대한 미움때문인지 장례식 때에도 귀국을 하지 않았다고 동아리 선배가 얘기해 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곳을 뜰 법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항상 방 하나만을 하숙을 치며, 조용히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런 미망인이니 사람들의 입에 뻔질나게 오르내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의 사건은 다시 생각해도 조금은 의도적인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했다. 사실, 하숙집 주인과 하숙생과 연분이 나는 경우는 자주 보아왔던 얘기지만 오늘의 그 복장은 사실 좀 그랬다. 아무리 목이 마르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남과 같이 생활하면서 옷매무새를 조심하지 않고 그것도 유혹일변도의 복장으로 집안을 다닌다는 것은 시셋말로 날 잡아잡슈라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될 수 없는 행동 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하여 나의 심정 속에는,
‘나야 고맙지 뭐유!’
라는 환호성만이 울려대고 있었으니… 아무튼 이사온 첫날치곤 헤프닝이 꽤 괜찮은 밤이었다. 나는 이미 글러버린 작업을 팽개쳐 두고 다시 잠에 골아 떨어졌다. 수업도 오후에나 있었기에 나는 아무런 부담없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현국이 학생, 전화왔는데…’
나는 주인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어느 사이엔가 주인 여자는 전화 수화기를 들고 침대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자고 있는 내 옆에 서있었다. 나는 황급히 바지 주머니 안에서 손을 빼고는 벌떡 일어났다. 항상 잠이 들면 바지 안에 손을 넣고 자는 버릇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전에 살던 하숙집 주인이라고 하시던데…’
나는 전집 아주머니께 다음 달에 청구되어 나올 전화 사용료 및 전기사용료에 대한 정산 때문에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렸던 기억이 났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네 .. 저 현국인데요…네….아직 전화 못 드렸죠. 혹시 그곳으로 전화 오면,… 아니 제가 오늘 할께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전화 감사합니다. 그럼…’
용건은 의외로 간단했다. 시골에서 부모님이 전화하면 전화번호를 가르쳐 줄까 하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감사한 배려라는 생각을 했다. 이사하느라 바빠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는 새로 이사 온 곳의 전화번호를 미쳐 가르쳐 드리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통화를 끝내고 수화기를 건네 받는 아주머니의 손이 하얗고 살집이 알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제의 일이 꿈같게만 느껴졌다. 어제 밤과는 달리 그 긴 머리를 묶어서 올렸는데 드러난 긴 목선으로 해서 더욱 나이보다 젊어보이기 까지 하였다. 아! 상쾌한 모닝콜을 저런 여자의 오랄 서비스로 시작할 수만 있다면…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도대체 내가 왜 이러지하며, 침대를 훌훌 털고 일어났다. 하루가 바쁘게 흘러가고 알바가 끝난 후, 하숙집에 돌아온 것은 11시가 다 되어서 였다. 현관에서 나는 습관처럼 낮에 복제해서 열쇠고리에 끼워 둔 현관문 열쇠를 이용해서 대문을 열었다. 집안은 조용해 보였는데, 내방에 불이 켜져 있다가 현관 문소리에 다시 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현관 입구에서 신발을 벗다가 내방쪽에서 나오는 아주머니와 대면하게 되었다.
‘늦었네, 수업이 이렇게 늦게 끝나? 밥은?’
‘아뇨, 수업은 일찍 끝났는데, 알바 때문에요. 밥이야 먹었죠, 근데 제 방에 불이 켜져 있던 것 같던데…’
‘아, 방바닥에 장판이 조금 찢어진 부분이 있어서 내가 좀 손보느라고….’
‘그런 일도 할 줄 아세요?’
‘하숙을 하다 보면 그런 세세한 일들로 모두 사람들을 부를 수는 없거든.. 야참 이라도 해줄까?’
‘아뇨, 알바 하는 곳에서 많이 먹고 왔죠. 저는 이만 들어가서 씻을 께요.’
나는 나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었던 부분을 손보았다는 말에 역시 집주인은 보는 눈이 틀리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거실의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나는 선득한 거실의 공기에다 머리의 물을 말려가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장안에 넣어 두었던 트렁크 팬티와 내의만을 갈아입고서 책상앞에 앉았다.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 되어간다는 생각이 밀려 오면서 담배나 한대 피워야 겠다는 생각에 창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때였다. 창문을 통해 잠깐이지만 한여자의 모습이 어스름히 비쳤다가 사라졌다. 나는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지면서 의자와 함께 바닥에 뒹굴었다. 정신을 잃고만 것이었다.
얼마간을 정신을 잃었을까? 나는 깨어질 듯이 아픈 뒷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난 나의 손위로 무언가 닿는 느낌이 왔다. 올려다보니 그것은 천장이었다.
‘어? 천장이 그새 내려 앉았나?’
천장은 내려앉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천장에 너무 가까이 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몸은 부유하는 상태로 나의 방안을 내려다 보고 있었고, 내가 놀라기에 앞서서 나는 자빠진 의자 옆으로 누워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이게 꿈인가 싶은 생각에 뺨을 꼬집었다. 감각이 없었다. 꿈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 침대에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나를 내려다 보면서 앉아있는 것이었다.
‘아빠, 저 사람이 나를 본 것 같애. 느낌이 좋은데…’
‘으이그 또 그 놈의 바람기… 남자 만 보면 사족을 못쓴다니깐’
그 중년의 신사는 옆에 앉아있는 앳되 보이는 여자의 젖을 주무르면서 느글거렸다. 그 여자도 남자의 바지 가랭이를 쓰다듬는 것으로 보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나는 활동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지금의 내 상태가 유체이탈이라는 현상일수도 있었지만 상황을 가늠할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질 않았다. 그 두 남녀는 내가 있는지 모르는지 서로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면서 방안은 점차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느꼈던 그 후끈했던 그 기운, 바로 그것 이었다. 바지를 벗겨낸 남자의 좇은 측은하게도 축 늘어져 있었다.
‘난 얘가 이렇게 쳐져 있으면 왠지 불쌍해. 세우지 않을 수가 없어.’
그 여자는 천천히 서두름이 없이 그 남자의 좇을 불알 밑둥부터 천천히 핥아 올렸다. 거므튀튀한 색으로 보아 어지간히 오입을 좋아하는 남자의 형색이었다. 남자는 침대에 두팔을 뒤로 기대고 눈을 감은채, 천천히 즐기면서 빨아대는 여자의 오랄을 음미하고 있었다. 여자는 오랄을 하는 도중에도 자기 스스로 한손을 이용해서 옷을 벗었고…급기야 두 남녀는 현격한 나이 차이를 나타내는 원초의 나신으로 바뀌어 갔다. 여자는 남자의 좇을 빨다말고,
‘우리 이쁜이가 발딱 섰네. 아빠, 내 보지도 좀 빨아줘.’
하면서 침대에 한다리를 올리고 그 남자의 얼굴 앞에 음모가 별로 없는 민보지를 들이밀었다.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아빠. 그 한 단어. 두 사람은 부녀간의 사인가? 아니면 사장족들을 호칭하는 어린 여자들의 보편적인 호칭인가? 나는 아리송했다. 남자는 두손으로 한껏 벌려주는 그 어린 여자의 공알을 겨냥해서 소혓바닥처럼 두툼한 혀를 요리조리 비틀면서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아빠, 나 좋아. 정말 좋아. 나 미쳐, 더 빨아줘, 더, 보지가 다 헤지도록… 어서, 뭐해…’
이제는 명령조로 여자의 음색은 바뀌고 남자는 여자의 보지를 빠는 것도 모자란지 부산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간간히 입안에 침을 이용해서 여자의 항문까지 손가락으로 쑤셔대고 있었다. 여자는 아주 완숙한 동작으로 허리를 자연스럽게 틀어대면서 남자의 애무에 한껏 고조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개가 순간 순간, 젖혀지고, 단말마의 비명과 동시에, 온몸을 간헐적으로 부르르 떨기까지 하면서 그 여자는 남자의 흡입력 강한 오랄을 온 전신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여자는 남자의 발기력이 떨어질세라 빈번하게 허리를 옆으로 기울여 남자의 좇을 쓰다듬으면서 삽입에 대비해서 좇의 긴장도를 유지시켜 나가는 폼세가 나이 차이에서 생길 수 있는 발기강도의 저하를 예비하는 여유까지 갖고 있었다.
‘이제… 됐어… 아빠, 나 이제 앉을 거야…’
여자는 능숙한 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남자의 거대하게 발기되어 꺼떡대는 좇위로 살풋이 보지를 내려 앉쳤다.
‘아, 아빠, 난 이때가 너무 좋아. 아빠 좇이 내 보지에 쳐들어 올 때, 아빠도 그래?’
여자는 보지 밑둥을 끝까지 밀어 내리면서 남자의 좇이 내장을 뒤뚫을 것처럼 거세게 방아질을 해대기 시작했고 남자는 다시 또 두 팔을 뒤로 기대면서 자신의 어깨를 두팔로 의지한채, 보지를 음탕하게 쑤셔대는 여자의 모습을 흡족한 모습으로 즐기고 있었다. 여자는 쑤셔박는 상하운동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지 좇의 밑둥까지 보지를 내려박은 자세로 허리를 격렬하게 휘돌리기도 했다.
‘아빠. 보지안이 이상해, 아빠 좇이 보지 안을 휘젖고 다니는 것 같아.’
여자는 이른바 선수였다. 나이 먹은 남자가 피로를 적게 느끼면서 오래도록 같이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골라 그 연장 선상에서 쾌감의 극한점을 이끌어 내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경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나 알고 싶어, 새엄마 씹이 좋아, 내 씹이 좋아? 나 알고 싶어. 내꺼 좋지? 말해봐 어서… 나 아빠를 새엄마에게 뺏기기 싫어. 아빠는 영원히 내거야…이 좇은 아무에게도 못 줘.’
여자는 그 남자의 딸이 분명했다. 그 두 사람은 오랫동안 부녀사이로서 이런 음란한 근친의 쾌락 속에 살아왔던 것 같다. 말하는 내용으로 보아 새엄마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두 사람은 근친의 미련을 못 버리고 새엄마라는 사람의 시선을 피해가며 저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경아가 더 좋아, 새엄마 보지도 좋지만, 죽은 엄마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었잖니? 이렇게 따뜻하고 물이 질질 흐르는 네 씹이 난 더 좋아. 더 쑤셔, 더 흔들어 봐, 아빠 좀 기쁘게 해봐, 옳지, 그렇지… 그렇게…’
아빠라는 사람의 말에 힘을 입었는지 그 딸은 더욱더 요동 치면서 이제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빠라는 사람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머리카락을 쥐어 틀듯이 부르르 떨며, 쇳소리 같은 신음을 토해냈다. 바로 어제 새벽 3시에 들려오던 바로 그 여자의 신음소리 였다.
‘아빠 싸면 안돼, 아직 싸면 안돼, 내가 아빠 좇물을 모두 먹어줄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딸은 삽입되었던 좇 위에서 내려와 황급히 씹물로 범벅이 되어 번질거리는 아빠의 좇을 머금더니 쭉쭉 빨아대기 시작했다. 남자는 딸의 입안에 좇질을 해댔고, 기어이 사정의 열락에 접어들었다. 딸은 황홀한 느낌으로 웁웁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아빠라는 사람의 좇에서 뭉글뭉글 밀쳐 나오는 좇물을 꿀꺽꿀꺽 삼켜갔다. 그때였다. 방문이 열리면서 어제의 그 슬립을 한 주인 아주머니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현국이 학생, 학생, 정신차려, 이게 무슨 일이야?’
아주머니는 방안의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나를 안고서 뺨을 때리는 것과 동시에 공중에 떠있는 내 몸이 쓰러져있는 몸 안의 어떤 신호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급작스럽게 중력의 효과를 느끼면서 바닥의 몸 안으로 곤두박질 해 나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나는 그렇게 몸 안으로 빨려 들어 가면서 방안의 구섞에 서있는 또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한 구섞 에는 남루하고 더러운 한복차림의 젊은 여성이었고 다른 구섞의 한 여인은 방금 섹스에 미쳐있던 경아라는 여자와 흡사한 모습의 여자로서 특이하게 두 사람은 모두 울고 있었다. 나는 곧 이어서 내 뺨을 때리는 감각에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정신이 좀 들어? 쿵 하는 소리에 뛰어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야?’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거나하게 섹스를 한 시간이 얼마인데 내가 넘어지고 바로 들어왔다니… 아마도 나는 그 당시 시간의 물리적인 법칙에서 벗어나 있던 것이 아닌가 했다. 뒤통수를 붙잡고 있는 나의 앞에 주인 아주머니가 무릎을 꿇고는 자기가 봐주겠다며 머리 뒤를 살펴 보려 했다. 공교롭게도 내 앞에는 뭉클한 주인 아주머니의 젖무덤이 뺨을 눌렀고 나는 내 의지와는 다르게 반강제 적으로 아주머니의 살 냄새를 망사슬립을 사이에 두고 흠씬 맡게 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말았다. 런닝과 트렁크 팬티 바람의 내 모습도 모습이려니와 방안에 거의 나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들어온 그녀를 그냥 이대로 보낸다는 것은 내 젊음이 용납하질 않을 것 같았다. 방금 전의 부녀간의 근친 속에서 외토리로 따돌림을 받았을 것 같은 그녀의 외로움이 차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저를 용서하세요.’
나는 미망인을 일부러 유인하기 위해서 기절한 것처럼 꾸민 놈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 기절한 게 아니었단…’
나는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내 입술로. 그리고는 그렇게도 만져 보고 싶었던 그 풍만한 젖을 손바닥에 거머쥐었다. 다른 한 손은 슬립 밑을 걷어 올리면서 그 완곡한 곡선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손길은 급하게 그녀의 엉덩이 골짜기 사이로 찾아들어 갔다. 잔뜩 옴추린 항문을 지나 숲이 무성한 그녀의 씹구녕에 다다를 즈음에 그녀의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면서도 그녀는 나의 의지대로 서서히 가랑이를 벌렸다. 나의 손가락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처럼…나와 그녀는 서로가 서로의 혀를 잡아먹을 듯이 빨아대면서 양 손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기에 바쁜 사람들처럼 전신을 쓰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의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천천히 손가락으로 음미하면서 쑤셔대던 그녀의 씹안에서도 질척한 느낌과 함께 애액이 달콤하게 넘쳐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돌려서 침대 모서리를 붙들고 엎드리게 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나에게 그 풍만한 둔부를 들이밀고 침대에 머리를 박고 있는 그녀의 슬립을 뒤에서 천천히 걷어 올렸다. 상아빛 둔부와 함께 먹물 보다 더 진하고 윤기넘치는 털이 가득 덮힌 그녀의 비경이 차근차근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숨을 몰아 쉴때마다 그녀의 씹은 벌렁거리면서 씹의 속살과 음순이 같은 연동동작으로 밀려나오고 밀려들어 가기를 반복하고…나는 게걸스럽게 입을 한껏 벌린 채 그녀의 보지를 입안 가득히 담았다. 집질 하면서도 상큼한 그녀의 씹물이 입안 가득히 고여 왔다. 살아 움직이는 세발낙지의 느낌처럼 입안에서 그녀의 씹은 그 꿈틀거림을 계속하고 나는 한 손으로 트렁크 팬티를 내렸다. 그녀의 비경을 향해 내 좇은 정말이지 서슴없이 겨냥을 하고 있었고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의 씹을 느끼기 위해 허리를 천천히 들이 밀었다. 미망인으로 산지가 꽤 되어서 일까? 너무 촘촘한 느낌의 씹구녕으로 인해 찢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걱정마저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기우도 잠깐, 씹구녕 초입의 협곡을 지나서 좇을 밀어넣자, 그 안은 너무나 편안한 공간이 느껴졌다. 흥분으로 인해 질강이 확장된 듯 싶었다. 나는 밧줄을 흔드는 카우보이처럼 허리를 돌려 제끼기 시작했다. 그 흐드러지는 탄력으로 뭉쳐진 히프를 말고삐를 움켜잡듯이 잔뜩 주무르기도 하고 좇을 깊이 있게 쑤셔 박을 때에는 철썩 철썩 때려보기도 했다. 하얀 피부에 발갛게 손자욱이 올라올 무렵, 나는 두 손을 만세를 부른 채로, 그녀의 히프가 터지든가 말든가, 씹구녕이 째지든가 말든가 상관하지 않고 좇몽둥이를 박아대었다. 그녀는 침대시트에 머리를 묻고 양손은 쾌감의 전율로 인해서인지 시트를 잡아 찢을 듯이 움켜쥐고 소리를 쳐대고 있었다. 나는 점점 조절이 불가능한 가속이 허리에 붙어옴을 알았다. 이어서 두 넓적다리와 가랭이 사이를 전기로 지지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몸안의 창자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오르가즘이 덮쳐오면서 나는 사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등위로 내 체중을 실었다. 둘다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몸을 떼어내고는 바닥에 누워버렸다. 침대 앞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버린 그녀의 보지 사이로 내 좇물이 울컥울컥, 그녀의 발목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후회하세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서더니만 방을 나갔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돌아서 걸어가는 그녀의 다리사이로 흘러 내리는 내 정액이 확연히 보이고 있는데도 그녀는 아랑곳하질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 밤은 태풍처럼 지나갔다.
다음 날, 나는 그녀와 마주치는 것이 계면쩍어서 새벽같이 하숙집을 나왔다. 그리고 저녁 어스름이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그녀는 둘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조용한 미소와 함께 나를 맞이했다. 나는 곧장 방안으로 들어갔고 이어서 그녀가 따라 들어 왔다.
‘피곤하지? 쥬스 좀 마셔. 여기 놓고 갈게.’
감사하다는 말도 하기 전에 그녀는 나가버렸다. 나는 쥬스 잔을 들었다. 마시려고 입가에 가져갔을 때 나는 코가 확 뚫리는 것 같았다. 복숭아 주스 였다. 심한 복숭아 알러지가 있는 나로서는 그런 냄새만 맡아도 목이 쌔해져 오는 체질이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는 냄새라도 없앨 것처럼 잔 안의 쥬스를 창밖으로 냅다 버렸다. 잔을 내려놓고는 침대에 벌렁 누웠다. 새벽부터 나가 있었더니 피곤했던 게다. 나는 그 사이 잠시지만 깜빡 졸았던가 싶다. 나는 인기척에 눈을 살며시 뜨는데 문이 열리면서 그녀가 들어섰다. 그런데 노크가 없이 고양이 걸음처럼 살금살금 들어오는 것이 이상했기에 나는 짐짓 자는 척 눈을 감았다.
‘흠 벌써 골아 떨어졌네. 약이 빨리 듣는 모양 이구만. 이 체격을 모두 잘라내려면 힘께나 들겠는데..’
하면서 침대 옆의 제도책상 위에 등산용 밧줄더미와 두꺼운 청테이프를 턱 하니 내려 놓았다. 나는 그때 실눈으로 주스 잔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미처 녹지 못한 약찌꺼기를 발견하고는 온 몸이 강하게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설탕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그것은 살의 였다. 나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스프링이 튕기듯이 일어나면서 그 몸을 밀쳐버렸다. 그녀는 구섞에 쿵하며 나가 떨어졌고, 나는 핸폰과 지갑이 들어있는 윗도리만을 움켜쥐고서는 집밖으로 튀어 나왔다. 정신없이 뛰어가면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뛰다가 익숙한 풍경에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집안으로 밀쳐 들어갔다. 전에 있던 하숙집이었다. 나는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고, 예전에 알고 지내던 하숙생들의 인사도 들리지 않고 오직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해서 말도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시고 물 한잔을 얻어 마신 이후에야 나는 겨우 진정할 수가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따로 방안으로 부르셨다.
‘현국이 학생 무슨 일 있었어?’
나는 그 집에 있었던 기괴했던 일들을 얘기했다.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나는 그 미망인의 얼굴이 언뜻언뜻 떠올라 좀처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 미망인이 나를 죽이려고 한 것 같았다는 얘기는 일부러 하질 않았는데 그 이유는 사실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유령 때문에 놀랐던 것처럼 얘기할 수 밖에…그 근친의 음란한 섹스장면도 차마 얘기할 수는 없었고…
‘소문이 사실이긴 사실이구만. 내가 그때 자세히 얘기는 않했는데 그 집은 사연이 많은 집이야, 나도 들은 얘기지만 그 집이 있던 자리는 원래 작은 실개천이 흐르던 곳 이였대지 아마.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고 516혁명이 나던 해인가, 요정에 나가던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당시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던 불곰이라는 사람이 그 여자의 정부였다나봐, 군사정권이 사회정화 차원에서 그 조폭을 정치깡패라는 죄명으로 뒤집어 씌워서 잡아넣었는데 수감생활 도중에 형무소 안에서 패싸움이 벌어져서 머리를 다쳐 죽었대지. 그 여자는 그 남자를 빼낼 려고 몸을 안바친 데가 없고, 모은 돈도 다 날리고, 이눔 저눔 이용해 먹기나 하고, 결국에 가서는 어느 겨울 날, 그 개천가에서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되고…세월이 흘러서 시에서는 악취가 풍기는 그 개천을 복개 공사를 한 것이 아니라 아예 메워버렸지. 그리고 나서 그 골목길에 주택가를 세웠어. 그 녹색대문 집은 사람들 말로는 그 여자가 얼어죽은 자리라고 하고…그 집에 세식구가 새집을 짓고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그 부인이 매일 시름시름 하더니 그만 세상을 하직하고만 거야. 그때부터는 내가 아주 잘 알거던. 그 딸은 학생이 다니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동네에서는 엄마가 죽고 나서 동네를 다니는 부녀간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가 돈다면서 친부녀 지간이 아니라는 소문이 파다했고…그러다가 그 아저씨가 젊은 지금의 미망인을 후처로 데리고 들어와서 살게 된거지. 그러던 어느날인가 그 미망인이 동네 미장원에서 하는 얘기 속에서 딸이 그 동안 차근차근 준비한 것으로 갑자기 미국 유학을 가버렸다는 게야.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모두들 이상하다고는 했지. 밤중에 그 집앞을 지나다가 그 여자아이의 웃음소릴 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고 나오는 와중에 그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하직 하신게 문제였지. 장례식 때에 통장아재가 참석했었는데 그 딸은 끝내 오질 않았더라고 하더라구, 새엄마가 들어오기 전에 그렇게 팔짱을 끼고 아빠랑 정겹게 동네를 다니던 아이가 아버지가 죽었다는데 미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있었더라도 인간이라면 왔어야 한다는 게 사람들 얘기였었거든. 이 모든게 그 집 터가 안좋아서 흉흉한 일이 겹치는 게야. 욕 봤네!’
나는 그 방안에 있던 두 여인이 짐작이 갔다. 남루한 복장의 여자는 그 얼어죽었다는 호스테스였고, 다른 한 여인은 병으로 죽어간 엄마, 그리고 그 딸과 아비가 분명했고, 역시나 그 딸도 죽은 것이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그 터에 욕망과 원한, 후회로 가득찬 원혼들이 떠나지 못하고 발목이 붙잡혀 있는 것이었다. 한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그 미망인이었다. 분명히 그 여자의 의도는 나를 죽이려고 하던 것이었다. 나는 그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가지가 있었다. 나도 알 수 없었던 뜯어졌었다던 장판지. 혹시나 자신과 남편의 사이에서 음란한 근친의 미끼로 남편을 끌어내던 딸이 미워서 그 밑에 독살한 딸을 묻어 놓은 것은 아닐까? 나는 내 좇에 휘감겨서 미친듯이 씨벌덕대던 그 미망인의 씹구녕이 독사의 혓바닥처럼 느껴졌다. 원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살아 숨쉬는 사람이었다.
-끝-
수업을 듣는 중에도 나는 내일 이사 걱정에 제대로 집중이 되질 않고 있었다. 서울에 올라와 학교를 다니면서 이번이 네번째다. 방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학교 근처에 방을 잡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동아리 후배의 얘기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오후에 있을 서양건축사 수업은 대신 대출을 부탁해야 될 판이었고, 조급하고 분주한 마음에 수업이 제대로 들어올 리 없었다. 오래도록 비워져 있다는 방을 그저께 돌아보고 두서없이 바로 계약을 하고서 나는 이사 결정을 후회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형, 그 방 잡은 기념으로 한턱 쏘는 거 잊지마.’
후배는 으름장을 놓다시피 내게 한방 먹이고는 이사하는 날에 도우러 오겠다고 했다. 짐은 별로 없었지만, 제도 책상과 현재 프로젝트 중인 모형 일부분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것이 관건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방은 내 마음에 꼭 들었고, 창가에 놓을 예정인 제도다이가 짜맞춘 것처럼 들어가는 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장시간 앉아서 작업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벽치기를 하면서 습기 먹은 벽지 냄새며, 문간으로 들려오는 온갖 하숙생들의 잡음과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도 고역중의 고역이었는데, 이렇게 고즈넉하게 햇살을 받으면서 작업할 수 있는 방을 찾은 것은 행운중의 행운 이었다. 게다가 항상 책장이 부족해서 크기가 무작시리 큰 건축관련 책들을 벽돌 쌓듯이 포개놓던 것이 생활이었었는데, 그나마 전주인이 버리고 간 멋진 책장이 남겨져 있어서 품위까지 유지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추고 있어서 내심 이게 왠 횡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하고서는 얼른 알바 사장님께 전화를 때렸다.
‘저 현국인데요, 사장님, 계세요?’
카운터의 미스 최의 음성이 들렸다. 곧 이어 사장님의 음성이 들리고, 내일은 이사 날이라서 부득이하게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사장님께서는 방을 계약한 것을 기억해 내시고는 괜찮다고 이사 잘하라고까지 당부를 하셨다. 그야말로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전적으로 이사 이외에는 새끼줄이 빈 셈이었다. 나는 걸음을 재촉해서 지금 있는 하숙집으로 향했다. 방안은 아침에 어지르고 나간 그대로 였다. 나는 어저께 구해놓은 빈 박스에 차곡차곡 물건을 싸기 시작했다. 이삿짐이 왠간히 정리된 것은 저녁때를 훨씬 넘긴 10시정도 였다. 그래도 예의가 예의니 만큼,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려 방문을 노크했다.
‘현국이 학생 이구먼, 그래 이삿짐은 다 쌌어? 그 동안 정들었는데, 섭섭하네. 그건 그렇고 어디로 이사가? 요 근처겠지?’
하숙으로만 25년이 넘는 이 동네 터줏대감격인 아주머니는 위치만 대면 어느 부근인지는 눈감고도 훤할 정도로 근처의 지리에 밝으신 분이셨다.
‘네.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기서 조금 멀지만 학교와는 조금 더 가까워 졌어요. 저 삼거리 앞에 마트 아시죠? 그 마트에서 빨래방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바로 보이는 녹색 대문집이에요.’
‘녹색대문집이라…그 흰색 빌라촌가기전에 그 집말이야?’
‘아시네요.’
‘그 집 방이 오래 전부터 비여 있었는데, 그 방에 들어갈 건가?’
나는 아주머니의 얼굴에 스치는 한가닥 그늘을 읽을 수 있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나는 무심코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이사를 앞두고 있는 하숙생들은 혹시라도 방에 하자가 있는지 아니면 주인집이 까탈스러운지, 혹시 아니면 생각지도 않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통례였기 때문이었다. 사전에 들을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알고 입주해야 문제가 없다고 나는 경험상 알고 있었다.
‘아니, 뭐 별거는 아니고, 워낙 방이 모자라는 주변 사정인데, 유독 그 집의 방은 사람이 한번 빠져 나가면 잘 들지가 않았거든, 그리고 동네에 소문도 그렇고…’
‘동네 소문이 나쁜가요?’
‘아니, 그 집은 하숙을 치지 않아도 될 처지인 것 같은데 말이야. 그 집 주인은 만나 봤어?’
‘네, 젊은 아주머니 시던데, 집주인 아닌가요?’
‘거, 머리 길고, 얼굴 쪼매 만한 그 여자, 맞지?’
주인 아주머니의 설명은 그 주인의 특징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내가 이사 가는 사람에게 괜한 소리를 하고 있네. 소문은 그냥 소문일 뿐일 테지. 뭐 별거 있겠어? 여자 혼자서 그 큰 집에 하숙을 여럿 들이는 것도 아니고, 후처로 들어온 것도 그런데 상처까지 하고 혼자 산지가 꽤 되는 것 같은데 달랑 방 하나만 하숙을 치니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는 게지.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할일이 야부리 밖에 더 있겠어?’
아주머니는 별일 아니라며 애써 화제를 얼버무리고 말았다. 안들으니만 못하다는 옛말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이려니 했다. 괜시리 찝찝하게, 어, 깬다, 깨!!! 나는 속으로,
‘우라질, 갑자기 방을 빼려니 심사가 뒤틀리나?’
하면서 방을 나왔다. 그렇게 그 집에서의 마지막 밤은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 동아리 후배가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이름하야 이어 나르기 식의 하숙생만의 특이한 이사가 시작되었다. 봉고차도 필요 없었고 저녁이 되기 전까지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나르던 짐들은 어느새 자리를 잡아나갔고, 급한 대로 저녁은 새로 이사한 방에서 피자와 양념치킨, 소주를 곁들인 이사턱으로 바로 이어졌다. 11시가 넘어서야 후배들은 돌아갔고, 나는 마저 짐을 정리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누구 세요?’
나는 짐을 정리하다 말고, 문을 열었다. 아주머니께서 서 계셨다. 음료수와 과일이 쟁반에 담겨 있었다.
‘정리는 다 되가요? 이것 좀 먹고 하지, 아까 친구들이 있을 때 내와야 하는 건데…’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듯이 쟁반을 내밀었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쟁반을 받아 들었다.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누나처럼 생각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샤워를 하려면 저 식당 옆의 욕실을 써야 하는데 불편하지 않으시 겠어요?’
‘괜찮아요. 안방에 따로 욕실이 있으니. 그리고, 음식을 먹고 나면 분리 수거봉투에 잘 넣어서 현관 앞에 잘 놔 둬요, 내가 수거 날짜에 맞춰서 내놓을 테니.’
‘아니에요. 그런 일쯤은 제가 해야죠. 무슨 일이든지 부탁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도와 드릴께요.’
주인집 아주머니는 고맙다고 하며, 식사시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주고 돌아갔다. 전집의 주인이 말하는 것처럼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이는 여자는 아닌 듯 싶었다. 나는 괜한 얘기로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았는데 대하고 나니 그게 아니어서 정말 소문은 소문에 불과한 것이로구나 하고 재삼 느끼게 되었다. 그 날 밤은 정말 푸근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훌륭한 저택에 그것도 기가 막힌 방 구조에다가 하숙생들에게 시달린다거나 아침마다 화장실 점령을 위한 투쟁의 길목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흐뭇했다. 거기다가 책장은 물론이고 붙박이 옷장, 침대까지 거져 얻었으니 이런 횡재가 없었다. 나는 즐거운 기분에 침대로 몸을 훌쩍 날렸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았지만 푹신한 침대의 감촉과 뽀송한 시트의 안락함에 나도 모르게 잠에 골아 떨어져 버렸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 방안이 너무 더운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항상 잠이 모자라 지각하기 다반사 였는데, 왠일인지 새벽 3시에 깨어서는 말똥말똥 잠이 오질 않았다. 잠도 설친 김에 다음주에 제출 하기로 한 건축모델링이나 마무리하기로 마음먹고 차분하게 작업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마쳤는데 건물 주변의 조경만이 남아 있었다. 인공으로 된 정원수를 사다가 그냥 배치하려 했지만 저번에 제출했을 때, 조경의 자연미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점수를 터무니없게 받았던 전력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제작하기로 마음먹고 일부러 작업을 미루고 아이디어를 짜내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에 나는 어디선가 이상한 소음이 들려 불현듯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작업을 하려는데 또다시 침대의 매트리스 스프링이 삐걱대는듯한 소리가 다시 났다. 나는 순간 소름이 온 몸에 좌악 돋았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그것도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닌 방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금속성의 소음은 이름 모를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일어나는 신경과민 이려니 했다. 그런데 연이어서 숨쉬기가 불편한 여인의 헐떡이는 듯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계속해서 들려와 정신이 뺑글 돌 지경이었다. 나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방문을 박차고 문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나의 심장은 고속하강 하는 청룡열차 에 탄 사람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나의 앞, 한 2미터정도 되는 거리에 주인 아주머니가 검은 슬립차림으로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금방 잠자리에서 나온듯한 모습에 풀어 내린 머리가 섬뜩하기까지 했다.
‘아..아주머니…어쩐 일로…’
나는 말을 잇질 못했다. 등골에는 식은 땀이 좌악 솟고 다리는 후둘거리는 와중에 음성을 가다듬을 여유는 더욱이 없었다.
‘나도 잠이 오질 않아서 물이라도 마실 참으로…’
나는 그제서야 희미한 불빛을 받고 서있는 주인 아주머니의 눈부신 자태에 놀라고 있었다. 레이스와 검은 망사천으로 이루어진 슬립은 아주머니의 나신을 감싸고 있다기 보다는 그 나체의 완곡한 체형미를 더욱 요염하게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효과를 더해줄 뿐이었다. 게다가 어둡기는 했어도 팬티를 안입었는지 허리 아래쪽으로 까맣게 보이는 음란한 음모의 삼각지대는 젊은 나의 남근을 순식간에 돌덩어리로 변하게 하는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나는 시선을 어디로 둘지 몰랐다.
‘아,, 네.. 공부하다가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서 그만…’
‘무슨 소리?’
아주머니는 들어보지 못한 얘기 같다는 태연한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어 왔다.
‘저, 그게 좀 이상해서요. 방에서 나는 소리 같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 들어와 보실래요?’
나는 사심없이 그 소리의 본질을 확인시켜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주인 아주머니가 나체에 망사로 된 슬립 하나만을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지나쳐 방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아주머니의 뒤로 풋풋한 장미향의 샴푸냄새 같은 것이 나의 후각을 미묘하게 자극했다. 나는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중앙의 천장에 달려있는 할로겐 등 대신에 내 제도책상에 부착되어 있는 백열등만이 켜져 있어서 평소 보다 어두운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불빛을 등지고 서있는 아주머니의 놀라운 둔부와 가녀린 허리의 곡선 그리고 늘씬한 두다리의 각선미가 온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뒤에서 바라보고 서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음란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 기분을 겉으로 표현 할 수는 없었다. 이상하게도 아주머니가 방안에 들어서자, 그 소리는 쥐죽은 듯이 사라지고 다시는 들을 수가 없었다.
‘어, 이상하네, 아까는 분명히 들렸는데…’
‘에이, 괜히 그러는거 아니야? 아니면 졸리고 피곤해서 잘 못 들었던가, 가끔 쪽마루의 나무결이 건조해져서 트는 것 같은 소리가 나긴 하는데, 그걸 잘 못 들었나? 아니면 보일러가 돌아가면서 나는 소리였던가, 아무튼 지금은 아무 소리도 않나네, 그렇지?’
하며 돌아서는 아주머니의 젖꼭지가 보기에도 탐스럽게 슬립을 뚫을듯이 도드라져 나의 시선을 가득 메웠다. 나는 간신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주머니는 잘자라면서 그 향기를 은은히 흘리며 내 시선에서 사라졌다. 방문이 닫히고 나는 한동안 멍하니 침대에 걸터 앉아서 그 잠깐 사이에 나의 온 시선을 흐트리고 사라진 아주머니의 나체에 대한 기억을 좀더 오래 음미하려고 아무런 미동도 하질 않고 되씹어보고 있었다. 저런 여자가 혼자서 살고 있다니…나는 동네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내가 동아리 후배에게 들은 바로는 여주인은 젊은 나이에, 나이가 지긋한 이 집의 주인과 재혼 했고, 우리 학교에 재학중인 과년한 딸을 하나 두고 있었다고 했다. 딸은 아버지가 죽기 1년쯤 전에 홀연히 아무에게도 알리질 않고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렸고, 아마도 젊은 새엄마와의 불화가 그 원인일 거라고 했으며, 부친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는데도 불구하고 새엄마에 대한 미움때문인지 장례식 때에도 귀국을 하지 않았다고 동아리 선배가 얘기해 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곳을 뜰 법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항상 방 하나만을 하숙을 치며, 조용히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런 미망인이니 사람들의 입에 뻔질나게 오르내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의 사건은 다시 생각해도 조금은 의도적인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했다. 사실, 하숙집 주인과 하숙생과 연분이 나는 경우는 자주 보아왔던 얘기지만 오늘의 그 복장은 사실 좀 그랬다. 아무리 목이 마르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남과 같이 생활하면서 옷매무새를 조심하지 않고 그것도 유혹일변도의 복장으로 집안을 다닌다는 것은 시셋말로 날 잡아잡슈라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될 수 없는 행동 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하여 나의 심정 속에는,
‘나야 고맙지 뭐유!’
라는 환호성만이 울려대고 있었으니… 아무튼 이사온 첫날치곤 헤프닝이 꽤 괜찮은 밤이었다. 나는 이미 글러버린 작업을 팽개쳐 두고 다시 잠에 골아 떨어졌다. 수업도 오후에나 있었기에 나는 아무런 부담없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현국이 학생, 전화왔는데…’
나는 주인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어느 사이엔가 주인 여자는 전화 수화기를 들고 침대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자고 있는 내 옆에 서있었다. 나는 황급히 바지 주머니 안에서 손을 빼고는 벌떡 일어났다. 항상 잠이 들면 바지 안에 손을 넣고 자는 버릇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전에 살던 하숙집 주인이라고 하시던데…’
나는 전집 아주머니께 다음 달에 청구되어 나올 전화 사용료 및 전기사용료에 대한 정산 때문에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렸던 기억이 났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네 .. 저 현국인데요…네….아직 전화 못 드렸죠. 혹시 그곳으로 전화 오면,… 아니 제가 오늘 할께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전화 감사합니다. 그럼…’
용건은 의외로 간단했다. 시골에서 부모님이 전화하면 전화번호를 가르쳐 줄까 하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감사한 배려라는 생각을 했다. 이사하느라 바빠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는 새로 이사 온 곳의 전화번호를 미쳐 가르쳐 드리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통화를 끝내고 수화기를 건네 받는 아주머니의 손이 하얗고 살집이 알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제의 일이 꿈같게만 느껴졌다. 어제 밤과는 달리 그 긴 머리를 묶어서 올렸는데 드러난 긴 목선으로 해서 더욱 나이보다 젊어보이기 까지 하였다. 아! 상쾌한 모닝콜을 저런 여자의 오랄 서비스로 시작할 수만 있다면…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도대체 내가 왜 이러지하며, 침대를 훌훌 털고 일어났다. 하루가 바쁘게 흘러가고 알바가 끝난 후, 하숙집에 돌아온 것은 11시가 다 되어서 였다. 현관에서 나는 습관처럼 낮에 복제해서 열쇠고리에 끼워 둔 현관문 열쇠를 이용해서 대문을 열었다. 집안은 조용해 보였는데, 내방에 불이 켜져 있다가 현관 문소리에 다시 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현관 입구에서 신발을 벗다가 내방쪽에서 나오는 아주머니와 대면하게 되었다.
‘늦었네, 수업이 이렇게 늦게 끝나? 밥은?’
‘아뇨, 수업은 일찍 끝났는데, 알바 때문에요. 밥이야 먹었죠, 근데 제 방에 불이 켜져 있던 것 같던데…’
‘아, 방바닥에 장판이 조금 찢어진 부분이 있어서 내가 좀 손보느라고….’
‘그런 일도 할 줄 아세요?’
‘하숙을 하다 보면 그런 세세한 일들로 모두 사람들을 부를 수는 없거든.. 야참 이라도 해줄까?’
‘아뇨, 알바 하는 곳에서 많이 먹고 왔죠. 저는 이만 들어가서 씻을 께요.’
나는 나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었던 부분을 손보았다는 말에 역시 집주인은 보는 눈이 틀리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거실의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나는 선득한 거실의 공기에다 머리의 물을 말려가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장안에 넣어 두었던 트렁크 팬티와 내의만을 갈아입고서 책상앞에 앉았다.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 되어간다는 생각이 밀려 오면서 담배나 한대 피워야 겠다는 생각에 창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때였다. 창문을 통해 잠깐이지만 한여자의 모습이 어스름히 비쳤다가 사라졌다. 나는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지면서 의자와 함께 바닥에 뒹굴었다. 정신을 잃고만 것이었다.
얼마간을 정신을 잃었을까? 나는 깨어질 듯이 아픈 뒷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난 나의 손위로 무언가 닿는 느낌이 왔다. 올려다보니 그것은 천장이었다.
‘어? 천장이 그새 내려 앉았나?’
천장은 내려앉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천장에 너무 가까이 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몸은 부유하는 상태로 나의 방안을 내려다 보고 있었고, 내가 놀라기에 앞서서 나는 자빠진 의자 옆으로 누워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이게 꿈인가 싶은 생각에 뺨을 꼬집었다. 감각이 없었다. 꿈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 침대에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나를 내려다 보면서 앉아있는 것이었다.
‘아빠, 저 사람이 나를 본 것 같애. 느낌이 좋은데…’
‘으이그 또 그 놈의 바람기… 남자 만 보면 사족을 못쓴다니깐’
그 중년의 신사는 옆에 앉아있는 앳되 보이는 여자의 젖을 주무르면서 느글거렸다. 그 여자도 남자의 바지 가랭이를 쓰다듬는 것으로 보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나는 활동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지금의 내 상태가 유체이탈이라는 현상일수도 있었지만 상황을 가늠할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질 않았다. 그 두 남녀는 내가 있는지 모르는지 서로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면서 방안은 점차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느꼈던 그 후끈했던 그 기운, 바로 그것 이었다. 바지를 벗겨낸 남자의 좇은 측은하게도 축 늘어져 있었다.
‘난 얘가 이렇게 쳐져 있으면 왠지 불쌍해. 세우지 않을 수가 없어.’
그 여자는 천천히 서두름이 없이 그 남자의 좇을 불알 밑둥부터 천천히 핥아 올렸다. 거므튀튀한 색으로 보아 어지간히 오입을 좋아하는 남자의 형색이었다. 남자는 침대에 두팔을 뒤로 기대고 눈을 감은채, 천천히 즐기면서 빨아대는 여자의 오랄을 음미하고 있었다. 여자는 오랄을 하는 도중에도 자기 스스로 한손을 이용해서 옷을 벗었고…급기야 두 남녀는 현격한 나이 차이를 나타내는 원초의 나신으로 바뀌어 갔다. 여자는 남자의 좇을 빨다말고,
‘우리 이쁜이가 발딱 섰네. 아빠, 내 보지도 좀 빨아줘.’
하면서 침대에 한다리를 올리고 그 남자의 얼굴 앞에 음모가 별로 없는 민보지를 들이밀었다.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아빠. 그 한 단어. 두 사람은 부녀간의 사인가? 아니면 사장족들을 호칭하는 어린 여자들의 보편적인 호칭인가? 나는 아리송했다. 남자는 두손으로 한껏 벌려주는 그 어린 여자의 공알을 겨냥해서 소혓바닥처럼 두툼한 혀를 요리조리 비틀면서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아빠, 나 좋아. 정말 좋아. 나 미쳐, 더 빨아줘, 더, 보지가 다 헤지도록… 어서, 뭐해…’
이제는 명령조로 여자의 음색은 바뀌고 남자는 여자의 보지를 빠는 것도 모자란지 부산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간간히 입안에 침을 이용해서 여자의 항문까지 손가락으로 쑤셔대고 있었다. 여자는 아주 완숙한 동작으로 허리를 자연스럽게 틀어대면서 남자의 애무에 한껏 고조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개가 순간 순간, 젖혀지고, 단말마의 비명과 동시에, 온몸을 간헐적으로 부르르 떨기까지 하면서 그 여자는 남자의 흡입력 강한 오랄을 온 전신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여자는 남자의 발기력이 떨어질세라 빈번하게 허리를 옆으로 기울여 남자의 좇을 쓰다듬으면서 삽입에 대비해서 좇의 긴장도를 유지시켜 나가는 폼세가 나이 차이에서 생길 수 있는 발기강도의 저하를 예비하는 여유까지 갖고 있었다.
‘이제… 됐어… 아빠, 나 이제 앉을 거야…’
여자는 능숙한 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남자의 거대하게 발기되어 꺼떡대는 좇위로 살풋이 보지를 내려 앉쳤다.
‘아, 아빠, 난 이때가 너무 좋아. 아빠 좇이 내 보지에 쳐들어 올 때, 아빠도 그래?’
여자는 보지 밑둥을 끝까지 밀어 내리면서 남자의 좇이 내장을 뒤뚫을 것처럼 거세게 방아질을 해대기 시작했고 남자는 다시 또 두 팔을 뒤로 기대면서 자신의 어깨를 두팔로 의지한채, 보지를 음탕하게 쑤셔대는 여자의 모습을 흡족한 모습으로 즐기고 있었다. 여자는 쑤셔박는 상하운동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지 좇의 밑둥까지 보지를 내려박은 자세로 허리를 격렬하게 휘돌리기도 했다.
‘아빠. 보지안이 이상해, 아빠 좇이 보지 안을 휘젖고 다니는 것 같아.’
여자는 이른바 선수였다. 나이 먹은 남자가 피로를 적게 느끼면서 오래도록 같이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골라 그 연장 선상에서 쾌감의 극한점을 이끌어 내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경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나 알고 싶어, 새엄마 씹이 좋아, 내 씹이 좋아? 나 알고 싶어. 내꺼 좋지? 말해봐 어서… 나 아빠를 새엄마에게 뺏기기 싫어. 아빠는 영원히 내거야…이 좇은 아무에게도 못 줘.’
여자는 그 남자의 딸이 분명했다. 그 두 사람은 오랫동안 부녀사이로서 이런 음란한 근친의 쾌락 속에 살아왔던 것 같다. 말하는 내용으로 보아 새엄마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두 사람은 근친의 미련을 못 버리고 새엄마라는 사람의 시선을 피해가며 저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경아가 더 좋아, 새엄마 보지도 좋지만, 죽은 엄마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었잖니? 이렇게 따뜻하고 물이 질질 흐르는 네 씹이 난 더 좋아. 더 쑤셔, 더 흔들어 봐, 아빠 좀 기쁘게 해봐, 옳지, 그렇지… 그렇게…’
아빠라는 사람의 말에 힘을 입었는지 그 딸은 더욱더 요동 치면서 이제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빠라는 사람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머리카락을 쥐어 틀듯이 부르르 떨며, 쇳소리 같은 신음을 토해냈다. 바로 어제 새벽 3시에 들려오던 바로 그 여자의 신음소리 였다.
‘아빠 싸면 안돼, 아직 싸면 안돼, 내가 아빠 좇물을 모두 먹어줄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딸은 삽입되었던 좇 위에서 내려와 황급히 씹물로 범벅이 되어 번질거리는 아빠의 좇을 머금더니 쭉쭉 빨아대기 시작했다. 남자는 딸의 입안에 좇질을 해댔고, 기어이 사정의 열락에 접어들었다. 딸은 황홀한 느낌으로 웁웁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아빠라는 사람의 좇에서 뭉글뭉글 밀쳐 나오는 좇물을 꿀꺽꿀꺽 삼켜갔다. 그때였다. 방문이 열리면서 어제의 그 슬립을 한 주인 아주머니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현국이 학생, 학생, 정신차려, 이게 무슨 일이야?’
아주머니는 방안의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나를 안고서 뺨을 때리는 것과 동시에 공중에 떠있는 내 몸이 쓰러져있는 몸 안의 어떤 신호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급작스럽게 중력의 효과를 느끼면서 바닥의 몸 안으로 곤두박질 해 나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나는 그렇게 몸 안으로 빨려 들어 가면서 방안의 구섞에 서있는 또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한 구섞 에는 남루하고 더러운 한복차림의 젊은 여성이었고 다른 구섞의 한 여인은 방금 섹스에 미쳐있던 경아라는 여자와 흡사한 모습의 여자로서 특이하게 두 사람은 모두 울고 있었다. 나는 곧 이어서 내 뺨을 때리는 감각에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정신이 좀 들어? 쿵 하는 소리에 뛰어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야?’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거나하게 섹스를 한 시간이 얼마인데 내가 넘어지고 바로 들어왔다니… 아마도 나는 그 당시 시간의 물리적인 법칙에서 벗어나 있던 것이 아닌가 했다. 뒤통수를 붙잡고 있는 나의 앞에 주인 아주머니가 무릎을 꿇고는 자기가 봐주겠다며 머리 뒤를 살펴 보려 했다. 공교롭게도 내 앞에는 뭉클한 주인 아주머니의 젖무덤이 뺨을 눌렀고 나는 내 의지와는 다르게 반강제 적으로 아주머니의 살 냄새를 망사슬립을 사이에 두고 흠씬 맡게 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말았다. 런닝과 트렁크 팬티 바람의 내 모습도 모습이려니와 방안에 거의 나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들어온 그녀를 그냥 이대로 보낸다는 것은 내 젊음이 용납하질 않을 것 같았다. 방금 전의 부녀간의 근친 속에서 외토리로 따돌림을 받았을 것 같은 그녀의 외로움이 차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저를 용서하세요.’
나는 미망인을 일부러 유인하기 위해서 기절한 것처럼 꾸민 놈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 기절한 게 아니었단…’
나는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내 입술로. 그리고는 그렇게도 만져 보고 싶었던 그 풍만한 젖을 손바닥에 거머쥐었다. 다른 한 손은 슬립 밑을 걷어 올리면서 그 완곡한 곡선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손길은 급하게 그녀의 엉덩이 골짜기 사이로 찾아들어 갔다. 잔뜩 옴추린 항문을 지나 숲이 무성한 그녀의 씹구녕에 다다를 즈음에 그녀의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면서도 그녀는 나의 의지대로 서서히 가랑이를 벌렸다. 나의 손가락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처럼…나와 그녀는 서로가 서로의 혀를 잡아먹을 듯이 빨아대면서 양 손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기에 바쁜 사람들처럼 전신을 쓰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의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천천히 손가락으로 음미하면서 쑤셔대던 그녀의 씹안에서도 질척한 느낌과 함께 애액이 달콤하게 넘쳐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돌려서 침대 모서리를 붙들고 엎드리게 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나에게 그 풍만한 둔부를 들이밀고 침대에 머리를 박고 있는 그녀의 슬립을 뒤에서 천천히 걷어 올렸다. 상아빛 둔부와 함께 먹물 보다 더 진하고 윤기넘치는 털이 가득 덮힌 그녀의 비경이 차근차근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숨을 몰아 쉴때마다 그녀의 씹은 벌렁거리면서 씹의 속살과 음순이 같은 연동동작으로 밀려나오고 밀려들어 가기를 반복하고…나는 게걸스럽게 입을 한껏 벌린 채 그녀의 보지를 입안 가득히 담았다. 집질 하면서도 상큼한 그녀의 씹물이 입안 가득히 고여 왔다. 살아 움직이는 세발낙지의 느낌처럼 입안에서 그녀의 씹은 그 꿈틀거림을 계속하고 나는 한 손으로 트렁크 팬티를 내렸다. 그녀의 비경을 향해 내 좇은 정말이지 서슴없이 겨냥을 하고 있었고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의 씹을 느끼기 위해 허리를 천천히 들이 밀었다. 미망인으로 산지가 꽤 되어서 일까? 너무 촘촘한 느낌의 씹구녕으로 인해 찢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걱정마저도 들었다. 그러나, 그런 기우도 잠깐, 씹구녕 초입의 협곡을 지나서 좇을 밀어넣자, 그 안은 너무나 편안한 공간이 느껴졌다. 흥분으로 인해 질강이 확장된 듯 싶었다. 나는 밧줄을 흔드는 카우보이처럼 허리를 돌려 제끼기 시작했다. 그 흐드러지는 탄력으로 뭉쳐진 히프를 말고삐를 움켜잡듯이 잔뜩 주무르기도 하고 좇을 깊이 있게 쑤셔 박을 때에는 철썩 철썩 때려보기도 했다. 하얀 피부에 발갛게 손자욱이 올라올 무렵, 나는 두 손을 만세를 부른 채로, 그녀의 히프가 터지든가 말든가, 씹구녕이 째지든가 말든가 상관하지 않고 좇몽둥이를 박아대었다. 그녀는 침대시트에 머리를 묻고 양손은 쾌감의 전율로 인해서인지 시트를 잡아 찢을 듯이 움켜쥐고 소리를 쳐대고 있었다. 나는 점점 조절이 불가능한 가속이 허리에 붙어옴을 알았다. 이어서 두 넓적다리와 가랭이 사이를 전기로 지지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몸안의 창자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오르가즘이 덮쳐오면서 나는 사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등위로 내 체중을 실었다. 둘다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몸을 떼어내고는 바닥에 누워버렸다. 침대 앞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버린 그녀의 보지 사이로 내 좇물이 울컥울컥, 그녀의 발목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후회하세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서더니만 방을 나갔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돌아서 걸어가는 그녀의 다리사이로 흘러 내리는 내 정액이 확연히 보이고 있는데도 그녀는 아랑곳하질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 밤은 태풍처럼 지나갔다.
다음 날, 나는 그녀와 마주치는 것이 계면쩍어서 새벽같이 하숙집을 나왔다. 그리고 저녁 어스름이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그녀는 둘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조용한 미소와 함께 나를 맞이했다. 나는 곧장 방안으로 들어갔고 이어서 그녀가 따라 들어 왔다.
‘피곤하지? 쥬스 좀 마셔. 여기 놓고 갈게.’
감사하다는 말도 하기 전에 그녀는 나가버렸다. 나는 쥬스 잔을 들었다. 마시려고 입가에 가져갔을 때 나는 코가 확 뚫리는 것 같았다. 복숭아 주스 였다. 심한 복숭아 알러지가 있는 나로서는 그런 냄새만 맡아도 목이 쌔해져 오는 체질이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는 냄새라도 없앨 것처럼 잔 안의 쥬스를 창밖으로 냅다 버렸다. 잔을 내려놓고는 침대에 벌렁 누웠다. 새벽부터 나가 있었더니 피곤했던 게다. 나는 그 사이 잠시지만 깜빡 졸았던가 싶다. 나는 인기척에 눈을 살며시 뜨는데 문이 열리면서 그녀가 들어섰다. 그런데 노크가 없이 고양이 걸음처럼 살금살금 들어오는 것이 이상했기에 나는 짐짓 자는 척 눈을 감았다.
‘흠 벌써 골아 떨어졌네. 약이 빨리 듣는 모양 이구만. 이 체격을 모두 잘라내려면 힘께나 들겠는데..’
하면서 침대 옆의 제도책상 위에 등산용 밧줄더미와 두꺼운 청테이프를 턱 하니 내려 놓았다. 나는 그때 실눈으로 주스 잔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미처 녹지 못한 약찌꺼기를 발견하고는 온 몸이 강하게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설탕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그것은 살의 였다. 나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스프링이 튕기듯이 일어나면서 그 몸을 밀쳐버렸다. 그녀는 구섞에 쿵하며 나가 떨어졌고, 나는 핸폰과 지갑이 들어있는 윗도리만을 움켜쥐고서는 집밖으로 튀어 나왔다. 정신없이 뛰어가면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뛰다가 익숙한 풍경에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집안으로 밀쳐 들어갔다. 전에 있던 하숙집이었다. 나는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고, 예전에 알고 지내던 하숙생들의 인사도 들리지 않고 오직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해서 말도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시고 물 한잔을 얻어 마신 이후에야 나는 겨우 진정할 수가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따로 방안으로 부르셨다.
‘현국이 학생 무슨 일 있었어?’
나는 그 집에 있었던 기괴했던 일들을 얘기했다.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나는 그 미망인의 얼굴이 언뜻언뜻 떠올라 좀처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 미망인이 나를 죽이려고 한 것 같았다는 얘기는 일부러 하질 않았는데 그 이유는 사실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유령 때문에 놀랐던 것처럼 얘기할 수 밖에…그 근친의 음란한 섹스장면도 차마 얘기할 수는 없었고…
‘소문이 사실이긴 사실이구만. 내가 그때 자세히 얘기는 않했는데 그 집은 사연이 많은 집이야, 나도 들은 얘기지만 그 집이 있던 자리는 원래 작은 실개천이 흐르던 곳 이였대지 아마.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고 516혁명이 나던 해인가, 요정에 나가던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당시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던 불곰이라는 사람이 그 여자의 정부였다나봐, 군사정권이 사회정화 차원에서 그 조폭을 정치깡패라는 죄명으로 뒤집어 씌워서 잡아넣었는데 수감생활 도중에 형무소 안에서 패싸움이 벌어져서 머리를 다쳐 죽었대지. 그 여자는 그 남자를 빼낼 려고 몸을 안바친 데가 없고, 모은 돈도 다 날리고, 이눔 저눔 이용해 먹기나 하고, 결국에 가서는 어느 겨울 날, 그 개천가에서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되고…세월이 흘러서 시에서는 악취가 풍기는 그 개천을 복개 공사를 한 것이 아니라 아예 메워버렸지. 그리고 나서 그 골목길에 주택가를 세웠어. 그 녹색대문 집은 사람들 말로는 그 여자가 얼어죽은 자리라고 하고…그 집에 세식구가 새집을 짓고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그 부인이 매일 시름시름 하더니 그만 세상을 하직하고만 거야. 그때부터는 내가 아주 잘 알거던. 그 딸은 학생이 다니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동네에서는 엄마가 죽고 나서 동네를 다니는 부녀간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가 돈다면서 친부녀 지간이 아니라는 소문이 파다했고…그러다가 그 아저씨가 젊은 지금의 미망인을 후처로 데리고 들어와서 살게 된거지. 그러던 어느날인가 그 미망인이 동네 미장원에서 하는 얘기 속에서 딸이 그 동안 차근차근 준비한 것으로 갑자기 미국 유학을 가버렸다는 게야.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모두들 이상하다고는 했지. 밤중에 그 집앞을 지나다가 그 여자아이의 웃음소릴 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고 나오는 와중에 그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하직 하신게 문제였지. 장례식 때에 통장아재가 참석했었는데 그 딸은 끝내 오질 않았더라고 하더라구, 새엄마가 들어오기 전에 그렇게 팔짱을 끼고 아빠랑 정겹게 동네를 다니던 아이가 아버지가 죽었다는데 미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있었더라도 인간이라면 왔어야 한다는 게 사람들 얘기였었거든. 이 모든게 그 집 터가 안좋아서 흉흉한 일이 겹치는 게야. 욕 봤네!’
나는 그 방안에 있던 두 여인이 짐작이 갔다. 남루한 복장의 여자는 그 얼어죽었다는 호스테스였고, 다른 한 여인은 병으로 죽어간 엄마, 그리고 그 딸과 아비가 분명했고, 역시나 그 딸도 죽은 것이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그 터에 욕망과 원한, 후회로 가득찬 원혼들이 떠나지 못하고 발목이 붙잡혀 있는 것이었다. 한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그 미망인이었다. 분명히 그 여자의 의도는 나를 죽이려고 하던 것이었다. 나는 그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가지가 있었다. 나도 알 수 없었던 뜯어졌었다던 장판지. 혹시나 자신과 남편의 사이에서 음란한 근친의 미끼로 남편을 끌어내던 딸이 미워서 그 밑에 독살한 딸을 묻어 놓은 것은 아닐까? 나는 내 좇에 휘감겨서 미친듯이 씨벌덕대던 그 미망인의 씹구녕이 독사의 혓바닥처럼 느껴졌다. 원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살아 숨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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