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2장
혼자 있는 집에서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취업을 위해서는 학교 취업준비실을 가야 하는데 그것은 귀찮았다.
“따르릉!! 따르릉”
4시쯤 조용한 집안에 전화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나와라. 파리공원이다.”
“왜”
“나오라면 나오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은성 이였다. 은성이와는 가장 친했다. 은성이는 나와 같이 동서양 철학, 종교, 역사에 공통적으로 관심이 많았고 또한 성격도 비슷해서 매우 친했다.
“알았다.”
은성이가 나오라고 하면 거절해지 못했다. 둘이 친한 것도 있지만 은성이와는 형제보다 더욱 진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파리 공원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찾아보았다. 나을 제외한 3명의 남자애들은 같은 학원에 등록해서 다녔다. 그리고 미선은 남자애들 주위에 있는 컴퓨터 학원이라 향상 붙여 다녔다. 멀리 은성, 지성, 재운이와 미선의 모습도 보였다. 파리공원 한국광장쪽은 인공 분수가 있고, 태극모양의 광장 주변에 의자들이 있었다. 이 곳은 파리공원 중에서도 좀 한적한 곳이라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잠깐 나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란의 모습이 아이들 사이에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번 만남이후 난 의식적으로 란을 피했다. 한두 번 란이 집으로 만나자고 연락이 왔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나지 않았다. 그 후 란이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이렇게 친구들이 모이는 장소에 어김없이 란이 나타났다. 란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멀리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란을 보지만 의식적으로 란과 잘 어울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안녕. 학원 끝나고 오냐”
“열락하면 빨리빨리 좀 나와. 연락한지 한 시간이 지났다”
“미안하다. 좀 씻고 나오느라 늦었다.”
“란이 너 한참 기다렸다.”
란이 날 보았다. 입학식날 화사한 모습은 없었다. 다시금 독서실 때로 돌아간 듯 화장 없는 얼굴, 미리 끈으로 동여맨 머리 등 수수하고 소녀 같은 모습이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미선과 재운의 사이가 무척이나 다정하게 보였다. 둘이 공간도 없이 붙여 있는데 아무래도 둘이 사귀는 것 같았다. 마음이 좀 허전했다. 내가 먼저 미선에게 접근했고, 또 미선도 날 싫어하는 거 같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이 내가 의도한데로 되지 않았다. 미선의 옆에 다시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고, 그 자리를 재운이가 채워주고 있는 것 같아 쓸쓸했다.
“나 리포트 때문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란이 어두워지자 친구들에게 먼저 가야 된다면 일어났다.
“그래 잘 가! 넌 뭐하냐 일어나”
은성이가 날치며 일어나라고 했다.
“왜~~”
“란이 집에 간다는데 대려다 줘”“네가 해라”“싫어. 우리들 학원 일 때문에 이야기 좀 해야 해.”
“이것들이......... 야! 란이 애니. 혼자 집에 가면 되지.”
“날도 어두워졌는데 여자 혼자 보내냐. 빨리 안 일어나”
은성이 화난 목소리로 일어나려하지 않는 날 억지로 일으켰다.
“알았다...”
란과 함께 아이들을 뒤로하고 란의 집으로 향했다. 난 란과 의식적으로 한걸음 정도 떨어져 걸었다.
“수혼아. 왜 피해”
“멀”
“네가 날 피하는 것 같아서”
“내가 너한테 죄 진거 있니. 그냥 네가 열락할 때마다 일이 있어서 그랬어.”
사실 난 의식적으로 란을 피하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사실 너에게 고백할 거 있어. 나 남자검백증 있어. 남자들과 함께 있으면 불안하고 떨리고 그래서 말도 못하고 그렀어, 근데 너와 있으며 편해”
(무슨 소리야. 남자결백증은 머고, 왜 나와 있으면 편해)
걷는 걸 멈추고 란의 눈을 보았다. 란도 피하고 않고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에 장난 끼나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나가 편하다고…….”
“응 네가 편해 그래서 자주 보고 싶어”
“지금 너에게 내가 편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네가 남자를 잘 알지 못해서 내가 편하게 생각할 수 있어. 너 아직 어리니 많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있어. 아마 네가 결백증이 있다고 해도 많은 남자들 중 네가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결백증도 치료될 거야. 난단지 스쳐가는 너에게 스쳐가는 남자야. 진정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찾아봐”
“넌 내가 싫어”
“그런 건 아냐. 내가 널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냐. 나도 너도 아직 어려. 우리들은 앞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살아갈 거야. 지금까지 네가 만나 남자가 얼마나 돼. 아직 무언가를 선택하기에 너무 빠른 거 같지 않아. 대학 생활도 이제 시작이야. 대학에서도 너는 많은 남자들을 만날 거야. 그 중 네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보게 될 거야.”
“무슨 말이야.”
란은 내 말을 무슨 의미인지 몰라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무슨 소리지 모르고 하는 말인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란이 무조건 싫은 것은 아니다. 단지 란에 비해 내가 너무 초라하게 생각되었고, 또한 란이 앞으로 대학에서 많은 남자들을 보게 될 것이며 그 남자들 중 나보다 뛰어난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 남자들 보다 뛰어나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란이 날 편하게 생각하여 좋아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 그 남자들과 비교하다보면 내가 떨어지는 것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이 싫었다. 누구와 비교되는 것도 싫었다. 그것이 내 일방적인 생각이란 걸 알지만 그렇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란과 만나기 싫었다.
“대학에 들어갔으니. 이제 화장도 하고 자신을 꾸며봐. 넌 아름다운 여자야. 다만 자신을 꾸미지 않아 그 아름다움이 속에 감춰져 있는 거야. 그러니 화장도하고 자신을 꾸며.”
“너도 내가 화장하기 바래”
“남자들은 다 똑같아.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지.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그런 뜻이 아냐. 네가 꾸미고 대학에 가면 남자들이 좋아할 거란 거야. 그리고 대학에 갔으니 미팅도 하고 남자들과 어울려 봐.”
“내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그래 그렇게 해봐. 많은 남자들을 만나보게 되면 남자보는 눈이 틀려질 거야. 그리고 너의 남자결백증도 어느 정도 치유될 거야. 불치병 아니니 말이야.”
“네가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할께. 대신 너도 날 피하지 마.”
란이 그렇게 까지 말하는데 싫다고 할 수 없었다. 그녀도 많은 남자들을 만나다 보면 나 같은 건 금방 잊고 다른 남자에게 갈 것이다. 지금 그녀가 잠시 눈이 멀어 나에게 이런 것이라 생각했다.
“알았어. 그렇게 하자.”
그날 이후 란은 직접자신이 날 만나자는 전화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나가면 향상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또한 그녀는 그날이후 향상 화장을 했고, 자신을 가꾸었다.
집안에서 놀고 있으니 부모님의 걱정이 대단했다. 누나들은 재수학원에 등록하고 대입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재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그럼 기술을 배워보라며 자동차정비를 배울 것을 권유했다. 부모님이 잘 아는 사람이 사장으로 있는 정비회사에 취업하기로 했다.
4월부터 부천에 있는 자동차정비공장을 다니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내가 정비공장에 다니다는 말을 처음에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비밀이 될 수 없었다. 출근한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부천에 있는 공장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7시쯤 집을 나서 영등포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7시 10분쯤 집안에 있는 버스 정거장에 갔는데 많이 보던 사람이 버스정거장에 있었다.
“어 왜 일이냐”
“학교 가려고”
“그래. 하긴 너도 수원까지 가야하니 영등포에서 전철타지”
“응”
란이였다. 수원이 학교니 아마도 수원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가 보다. 우리는 같은 버스를 타고 영등포까지 같이 갔다.
“난 인천행을 타야해. 넌 수원해 타지”
“아무거도 상관없어. 인천행을 타고 구로가서 수행으로 갈아타며 돼”
지금도 전철 1호선은 인천행 2번오면 수원행 1번꼴로 온다. 그때도 그렇다. 아무래도 열차가 많은 인천행이 많이 왔다.
“같이 타”
란이 먼저 열차를 탔다. 나도 열차를 탔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전철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침에 란의 모습을 보니 색다르게 보였다. 지금도 청바지에 남방을 걸친 것이 그렇게 외모에 신경 많이 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린아이 같은 차림은 아니었다. 그리고 약간 화장을 한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신도림에서 구로까지 가던 중 란이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건 내 주었다.
“그냥 생각나서 편지했어. 한번 읽어봐”
열치는 어느덧 구로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고 편지를 받은 날 뒤로하고 란은 전철에서 내렸다. 회사가 부천역보다는 소사역과 가깝기에 난 소사에서 내려 회사로 갔다.
자동차 정비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생전 처음해보는 일이라 손이 익숙하지도 않고 더욱이 내가 배운 것과는 너무나 다른 분야라 공부할 것도 많았다. 난 공장장이 판금부나 도장부가 전망이 많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엔진 쪽을 배우고 싶어 엔진부로 갔다. 엔진부는 당시 직장과 나 이렇게 둘 뿐이었다.
점심은 직원식당에서 무료 지급되었다. 점심을 먹고 엔진부 실에 들어와 란의 편지를 보았다.
수혼. 오랜만에 편지 쓰네.
그동안 너와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고, 또 많은 대화를 했지.
(중략)
너의 이야기를 듣고 나 많이 노력했어. 피부가 약해 화장을 잘 하지 않지만 널 만날 때는 향상 화장도 하고 또 너 말대로 미팅도 해보고 다른 남자들도 만나봤어.
나 많이 노력하니까 너도 좀 노력해조. 너도 나에게 마음을 조그만 열어.
알았지
대충 이런 내용 이였다. 피부가 약해 화장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런대도 날 위해 화장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그녀에게 답장을 썼다.
란.
아직 당신의 반쪽이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야. 아마 세상 어디에선가 지금도 당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야.
잠시 동안 내가 너 옆에 있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내가 너 옆에 향상 같이 있을 수 없을 거야.
잠시 내가 필요하면 옆에 있을 줄께.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야. 더 이상은 안돼.
이런 내용 이였다. 다음날 아침 버스정거장에 가니 란이 있었다. 난 내 편지를 전해 주었다. 란은 말 맑게 웃으며 편지를 받고, 자신도 또 다른 편지를 내가 주었다.
우린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고 구로에서 란과 헤어졌다.
퇴근해서 란을 편지를 보니 옛날처럼 철학적인 내용이라 그냥 철학적인 내용으로 답장을 쓰고 있었다. 10시 무렴 전화가 울렸다. 전화가 거실에만 있고 집에 오는 전화들이 대부분 누나들 전화가 다수라 난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
“수혼아. 전화 받아봐”
셋째누나의 목소리가 마루에서 들렸다.
“왜”
“전화를 받으면 끊어. 네가 받아봐”
“누나들 찾는 남자전화겠지 머”
집에 누나가 많았던 집에 누나들의 남자들이 전화를 해서 다른 사람이 받으면 끈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이야 누구나 핸드폰도 있고 해서 직접 연락하지만 그 당시에는 삐삐도 비싼 값에 팔리고 있을 때였다.
그래도 누나남자들은 모두 내 목소리는 알고 있어 내가 받으면 말을 했다. 난 당시 전화 교환공 역할을 했다.
“여보세요.”
“나야. 잠깐 나와 집 앞이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약간은 취한 란의 목소리 이였다. 이 시간에 그녀가 무슨일이가 싶었다.
“집 앞이라니”
“너희 집 앞에 있어 나와!”
“알았어”
누나가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어 얼른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갔다.
집 밖에 정말 란이 있었다. 아침에 본 모습 그대로 란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앞에 공원이 있어. 그곳으로 가자”
집 앞에서 여자와 있다가 가족들의 들키면 안 될 것 같아. 공원으로 가자고 했다. 머 사실 가족들이 보아도 상관없지만 괜히 놀림 당할 것 같아 싫었다.
란은 말없이 뒤따라 왔고, 공원 벤치에 둘이 앉았다. 란에게서 약간 술 냄새가 품기고 있었다.
“술 먹었어”
“응... 선배 보고 한잔 사달라고 해서 먹었어.”
“많이 마신거야.”
“응 그래도 정신 못 차릴 정도는 아니야”
“그런데 무슨 일이야. 시간은 늦었는데 집 안가고”
“수혼아.....”
란은 날 한번 부르고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난 무슨 말인가 다른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란은 한참을 말없이 내 얼굴을 치켜보고 있었다.
“넌 내가 싫어”
아무래도 편지를 내 편지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왜 아무 말도 없어. 내가 싫어. 그런 거야”
내가 말이 없자. 다그치듯 다시 물어왔다.
“너 자체만 보면 싫친 않아. 단지 내가 너에게 너무 부족해서 싫어”
“네가 머가 부족해.”
“몰라서 묻는 거니”
“그래 오늘은 똑바른 너의 의사를 너의 입으로 듣고 싶어”
자존심이 상했다. 내입으로 내가 무엇이 부족한 것을 말하라고 하니 정말 기가 막혔다. 얼마나 더 날 비참하게 만들어야 그녀는 만족할 것인가? 하지만 술까지 먹고 와서 말하는 걸 보니 오늘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무언가 끝을 보아야 했다.
“그래. 넌 대학생이야. 그리고 난 흔희들 말하는 공돌이야. 넌 대학생하고 공돌이 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넌 향상 그렇잖아. 인생이란 수많은 선택에서 자신에 부합되는 최선을 선택하는 거라고 말이야. 난 대학을 선택한 것이고, 넌 회사를 선택했어. 그거뿐이야. 그거 때문에 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억지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다냐.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리고 나만 보고 사람들이 소곤거리면 참아. 하지만 너도 나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을 거 아냐. 네가 무엇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어야 해”
“나 다른 사람들이 머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런데 왜 너는 그래야 돼. 날 생각해서 그런 거라면 이유가 안돼”
어쩌면 내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란을 거부하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이였다. 얄팍한 자존심이 그녀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려 설순 없었다.
“너희 대학에는 남자도 없냐. 내가 미팅도 하고 MT도 가고 서클도 가입해 보라고 했지”
“다 했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했어. 피부가 따끔거리는 걸 참아가며 화장도 했고, 혐오스런 남자들과 미팅도 했어. 서클 가입도 했고, 다른 남자들과 술도 마셨어. 네가 시키는 되로 다했어. 그런데 넌 머야. 왜 아직은 날 멀리해.”
“그 남자들 중 마음에 듣는 남자 없어. 그 사람 만나면 되잖아.”
“너는 왜 안돼”
그녀는 그 말을 하며 내 눈을 치켜보았다.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안아주고 싶었다. 눈물을 닫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약해지면 안 된다고 마음속에 다시 다짐했다.
“난 숙대 앞 풀빵 장사가 아냐”
그 당시 유명한 이야기다. 숙명 여대에 다니는 여학생이 학교 앞 풀빵장사 아저씨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남자는 국민학교 졸업하고 노점상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노총각 이였는데 여자집안의 반대에는 불구하고 결혼한 둘의 사랑을 키워 결혼한 이야기다.
“용기가 없어”
“란아. 지금 넌 앞만 보고 있어. 주변을 봐. 뒤도 돌아보고, 시아를 넓게 봐. 그럼 지금 이러고 있는 모습이 웃음께 보일거야. 그리고 나 아닌 다른 남자가 보일거야”
“아니 아무리 둘려 봐도 너만 보여. 너 말대로 미팅해서 본 남자, 서클에서 본 남자, 학교선배 등등 모두 혐오스런 남자들뿐이야. 그 사람들은 옆에만 있어도 소름이 끼쳐. 지금 이렇게 너와 앉아 있는 것처럼 편치 않아. 네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휴~~~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니.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냥 옆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내가 보고 싶을 때 만나주고, 내가 편지 쓰는 거 받아주고. 만나면 반갑게 웃으며 얘기하고 그런 정도면 돼.”
그녀의 고집을 지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느꼈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냉정하게 그녀 거절할 정도로 마음이 독하지 못했다. 사실 나도 그녀가 싫진 않았다. 다만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또한 언젠가는 떠날 사람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하잔 대로 하지. 대신 나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거나, 너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면 그때는 우리 깨끗하게 끝내자. 난 여자남자 친구니 머니 되지도 안는다고 생각하니 애인 생기면 끝내는 거야. 그리고 그때까지는 나와 네가 잠시 만나는 거야. 어때 이게 싫으면 나도 널 그만 보고 싶어”
란은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 고객을 끄덕이며 미소 지였다.
“좋아. 그럼 앞으로 날 피하지도, 그리고 거부하지도 말아.”
쓸쓸한 표정으로 그녀는 힘없이 답했다. 우리가 이 문제를 가지고 싸우기 시작하지 2시간이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난 이 지루하고 답이 없는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알았어. 집에 가자. 춥다.”
란을 바라다 주며 향상 느끼는 것은 란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도 했지만 란의 행동이나 말을 들어보면 집에 들어갈 마음이 없었다. 내 느낌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그랬다.
“들어가”
“꼭 약속 지켜.”
“알았다.”
란은 다시 한번 다짐을 받고 자꾸 돌아보며 집으로 들어갔다. 고독한 사람처럼 그녀의 뒷모습은 기운이 없었다.
그녀는 과연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처음에는 동생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다. 그냥 귀엽고 깜찍한 여동생 같았다. 그녀가 아름다운지도 몰랐고 성숙한지도 몰랐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때, 다른 모습도 같이 보았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생활하는 사람. 그녀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며 사랑을 느끼기 전에 마음속에 자존심이란 더 큰 감정의 벽이 쌓여 버렸다. 그녀의 달곰한 사랑의 속사임은 비수처럼 날카롭게 가슴을 휘졌고 그녀의 존재가 부담스럽게 인식되었다.
지금 그녀에게 다짐을 하고 왔지만 그녀를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 있게 그녀를 거부할 자신감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편하게 생각하자. 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녀를 대하다보면 그녀 스스로 날 떠날 것이다. 주위에 남자들이 많이 있으니 그놈의 남성혐오증도 고쳐지고 남자들 보는 눈도 틀려지겠지. 스스로 지칠 때까지 두고 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최선의 결론은 이것 이였다. 내가 피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고, 그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더욱 자존심이 상하고 그녀가 스스로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혼자 있는 집에서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취업을 위해서는 학교 취업준비실을 가야 하는데 그것은 귀찮았다.
“따르릉!! 따르릉”
4시쯤 조용한 집안에 전화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나와라. 파리공원이다.”
“왜”
“나오라면 나오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은성 이였다. 은성이와는 가장 친했다. 은성이는 나와 같이 동서양 철학, 종교, 역사에 공통적으로 관심이 많았고 또한 성격도 비슷해서 매우 친했다.
“알았다.”
은성이가 나오라고 하면 거절해지 못했다. 둘이 친한 것도 있지만 은성이와는 형제보다 더욱 진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파리 공원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찾아보았다. 나을 제외한 3명의 남자애들은 같은 학원에 등록해서 다녔다. 그리고 미선은 남자애들 주위에 있는 컴퓨터 학원이라 향상 붙여 다녔다. 멀리 은성, 지성, 재운이와 미선의 모습도 보였다. 파리공원 한국광장쪽은 인공 분수가 있고, 태극모양의 광장 주변에 의자들이 있었다. 이 곳은 파리공원 중에서도 좀 한적한 곳이라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잠깐 나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란의 모습이 아이들 사이에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번 만남이후 난 의식적으로 란을 피했다. 한두 번 란이 집으로 만나자고 연락이 왔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나지 않았다. 그 후 란이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이렇게 친구들이 모이는 장소에 어김없이 란이 나타났다. 란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멀리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란을 보지만 의식적으로 란과 잘 어울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안녕. 학원 끝나고 오냐”
“열락하면 빨리빨리 좀 나와. 연락한지 한 시간이 지났다”
“미안하다. 좀 씻고 나오느라 늦었다.”
“란이 너 한참 기다렸다.”
란이 날 보았다. 입학식날 화사한 모습은 없었다. 다시금 독서실 때로 돌아간 듯 화장 없는 얼굴, 미리 끈으로 동여맨 머리 등 수수하고 소녀 같은 모습이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미선과 재운의 사이가 무척이나 다정하게 보였다. 둘이 공간도 없이 붙여 있는데 아무래도 둘이 사귀는 것 같았다. 마음이 좀 허전했다. 내가 먼저 미선에게 접근했고, 또 미선도 날 싫어하는 거 같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이 내가 의도한데로 되지 않았다. 미선의 옆에 다시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고, 그 자리를 재운이가 채워주고 있는 것 같아 쓸쓸했다.
“나 리포트 때문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란이 어두워지자 친구들에게 먼저 가야 된다면 일어났다.
“그래 잘 가! 넌 뭐하냐 일어나”
은성이가 날치며 일어나라고 했다.
“왜~~”
“란이 집에 간다는데 대려다 줘”“네가 해라”“싫어. 우리들 학원 일 때문에 이야기 좀 해야 해.”
“이것들이......... 야! 란이 애니. 혼자 집에 가면 되지.”
“날도 어두워졌는데 여자 혼자 보내냐. 빨리 안 일어나”
은성이 화난 목소리로 일어나려하지 않는 날 억지로 일으켰다.
“알았다...”
란과 함께 아이들을 뒤로하고 란의 집으로 향했다. 난 란과 의식적으로 한걸음 정도 떨어져 걸었다.
“수혼아. 왜 피해”
“멀”
“네가 날 피하는 것 같아서”
“내가 너한테 죄 진거 있니. 그냥 네가 열락할 때마다 일이 있어서 그랬어.”
사실 난 의식적으로 란을 피하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사실 너에게 고백할 거 있어. 나 남자검백증 있어. 남자들과 함께 있으면 불안하고 떨리고 그래서 말도 못하고 그렀어, 근데 너와 있으며 편해”
(무슨 소리야. 남자결백증은 머고, 왜 나와 있으면 편해)
걷는 걸 멈추고 란의 눈을 보았다. 란도 피하고 않고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에 장난 끼나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나가 편하다고…….”
“응 네가 편해 그래서 자주 보고 싶어”
“지금 너에게 내가 편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네가 남자를 잘 알지 못해서 내가 편하게 생각할 수 있어. 너 아직 어리니 많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있어. 아마 네가 결백증이 있다고 해도 많은 남자들 중 네가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결백증도 치료될 거야. 난단지 스쳐가는 너에게 스쳐가는 남자야. 진정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찾아봐”
“넌 내가 싫어”
“그런 건 아냐. 내가 널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냐. 나도 너도 아직 어려. 우리들은 앞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살아갈 거야. 지금까지 네가 만나 남자가 얼마나 돼. 아직 무언가를 선택하기에 너무 빠른 거 같지 않아. 대학 생활도 이제 시작이야. 대학에서도 너는 많은 남자들을 만날 거야. 그 중 네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보게 될 거야.”
“무슨 말이야.”
란은 내 말을 무슨 의미인지 몰라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무슨 소리지 모르고 하는 말인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란이 무조건 싫은 것은 아니다. 단지 란에 비해 내가 너무 초라하게 생각되었고, 또한 란이 앞으로 대학에서 많은 남자들을 보게 될 것이며 그 남자들 중 나보다 뛰어난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 남자들 보다 뛰어나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란이 날 편하게 생각하여 좋아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 그 남자들과 비교하다보면 내가 떨어지는 것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이 싫었다. 누구와 비교되는 것도 싫었다. 그것이 내 일방적인 생각이란 걸 알지만 그렇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란과 만나기 싫었다.
“대학에 들어갔으니. 이제 화장도 하고 자신을 꾸며봐. 넌 아름다운 여자야. 다만 자신을 꾸미지 않아 그 아름다움이 속에 감춰져 있는 거야. 그러니 화장도하고 자신을 꾸며.”
“너도 내가 화장하기 바래”
“남자들은 다 똑같아.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지.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그런 뜻이 아냐. 네가 꾸미고 대학에 가면 남자들이 좋아할 거란 거야. 그리고 대학에 갔으니 미팅도 하고 남자들과 어울려 봐.”
“내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그래 그렇게 해봐. 많은 남자들을 만나보게 되면 남자보는 눈이 틀려질 거야. 그리고 너의 남자결백증도 어느 정도 치유될 거야. 불치병 아니니 말이야.”
“네가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할께. 대신 너도 날 피하지 마.”
란이 그렇게 까지 말하는데 싫다고 할 수 없었다. 그녀도 많은 남자들을 만나다 보면 나 같은 건 금방 잊고 다른 남자에게 갈 것이다. 지금 그녀가 잠시 눈이 멀어 나에게 이런 것이라 생각했다.
“알았어. 그렇게 하자.”
그날 이후 란은 직접자신이 날 만나자는 전화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나가면 향상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또한 그녀는 그날이후 향상 화장을 했고, 자신을 가꾸었다.
집안에서 놀고 있으니 부모님의 걱정이 대단했다. 누나들은 재수학원에 등록하고 대입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재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그럼 기술을 배워보라며 자동차정비를 배울 것을 권유했다. 부모님이 잘 아는 사람이 사장으로 있는 정비회사에 취업하기로 했다.
4월부터 부천에 있는 자동차정비공장을 다니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내가 정비공장에 다니다는 말을 처음에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비밀이 될 수 없었다. 출근한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부천에 있는 공장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7시쯤 집을 나서 영등포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7시 10분쯤 집안에 있는 버스 정거장에 갔는데 많이 보던 사람이 버스정거장에 있었다.
“어 왜 일이냐”
“학교 가려고”
“그래. 하긴 너도 수원까지 가야하니 영등포에서 전철타지”
“응”
란이였다. 수원이 학교니 아마도 수원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가 보다. 우리는 같은 버스를 타고 영등포까지 같이 갔다.
“난 인천행을 타야해. 넌 수원해 타지”
“아무거도 상관없어. 인천행을 타고 구로가서 수행으로 갈아타며 돼”
지금도 전철 1호선은 인천행 2번오면 수원행 1번꼴로 온다. 그때도 그렇다. 아무래도 열차가 많은 인천행이 많이 왔다.
“같이 타”
란이 먼저 열차를 탔다. 나도 열차를 탔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전철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침에 란의 모습을 보니 색다르게 보였다. 지금도 청바지에 남방을 걸친 것이 그렇게 외모에 신경 많이 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린아이 같은 차림은 아니었다. 그리고 약간 화장을 한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신도림에서 구로까지 가던 중 란이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건 내 주었다.
“그냥 생각나서 편지했어. 한번 읽어봐”
열치는 어느덧 구로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고 편지를 받은 날 뒤로하고 란은 전철에서 내렸다. 회사가 부천역보다는 소사역과 가깝기에 난 소사에서 내려 회사로 갔다.
자동차 정비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생전 처음해보는 일이라 손이 익숙하지도 않고 더욱이 내가 배운 것과는 너무나 다른 분야라 공부할 것도 많았다. 난 공장장이 판금부나 도장부가 전망이 많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엔진 쪽을 배우고 싶어 엔진부로 갔다. 엔진부는 당시 직장과 나 이렇게 둘 뿐이었다.
점심은 직원식당에서 무료 지급되었다. 점심을 먹고 엔진부 실에 들어와 란의 편지를 보았다.
수혼. 오랜만에 편지 쓰네.
그동안 너와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고, 또 많은 대화를 했지.
(중략)
너의 이야기를 듣고 나 많이 노력했어. 피부가 약해 화장을 잘 하지 않지만 널 만날 때는 향상 화장도 하고 또 너 말대로 미팅도 해보고 다른 남자들도 만나봤어.
나 많이 노력하니까 너도 좀 노력해조. 너도 나에게 마음을 조그만 열어.
알았지
대충 이런 내용 이였다. 피부가 약해 화장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런대도 날 위해 화장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그녀에게 답장을 썼다.
란.
아직 당신의 반쪽이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야. 아마 세상 어디에선가 지금도 당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야.
잠시 동안 내가 너 옆에 있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내가 너 옆에 향상 같이 있을 수 없을 거야.
잠시 내가 필요하면 옆에 있을 줄께.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야. 더 이상은 안돼.
이런 내용 이였다. 다음날 아침 버스정거장에 가니 란이 있었다. 난 내 편지를 전해 주었다. 란은 말 맑게 웃으며 편지를 받고, 자신도 또 다른 편지를 내가 주었다.
우린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고 구로에서 란과 헤어졌다.
퇴근해서 란을 편지를 보니 옛날처럼 철학적인 내용이라 그냥 철학적인 내용으로 답장을 쓰고 있었다. 10시 무렴 전화가 울렸다. 전화가 거실에만 있고 집에 오는 전화들이 대부분 누나들 전화가 다수라 난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
“수혼아. 전화 받아봐”
셋째누나의 목소리가 마루에서 들렸다.
“왜”
“전화를 받으면 끊어. 네가 받아봐”
“누나들 찾는 남자전화겠지 머”
집에 누나가 많았던 집에 누나들의 남자들이 전화를 해서 다른 사람이 받으면 끈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이야 누구나 핸드폰도 있고 해서 직접 연락하지만 그 당시에는 삐삐도 비싼 값에 팔리고 있을 때였다.
그래도 누나남자들은 모두 내 목소리는 알고 있어 내가 받으면 말을 했다. 난 당시 전화 교환공 역할을 했다.
“여보세요.”
“나야. 잠깐 나와 집 앞이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약간은 취한 란의 목소리 이였다. 이 시간에 그녀가 무슨일이가 싶었다.
“집 앞이라니”
“너희 집 앞에 있어 나와!”
“알았어”
누나가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어 얼른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갔다.
집 밖에 정말 란이 있었다. 아침에 본 모습 그대로 란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앞에 공원이 있어. 그곳으로 가자”
집 앞에서 여자와 있다가 가족들의 들키면 안 될 것 같아. 공원으로 가자고 했다. 머 사실 가족들이 보아도 상관없지만 괜히 놀림 당할 것 같아 싫었다.
란은 말없이 뒤따라 왔고, 공원 벤치에 둘이 앉았다. 란에게서 약간 술 냄새가 품기고 있었다.
“술 먹었어”
“응... 선배 보고 한잔 사달라고 해서 먹었어.”
“많이 마신거야.”
“응 그래도 정신 못 차릴 정도는 아니야”
“그런데 무슨 일이야. 시간은 늦었는데 집 안가고”
“수혼아.....”
란은 날 한번 부르고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난 무슨 말인가 다른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란은 한참을 말없이 내 얼굴을 치켜보고 있었다.
“넌 내가 싫어”
아무래도 편지를 내 편지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왜 아무 말도 없어. 내가 싫어. 그런 거야”
내가 말이 없자. 다그치듯 다시 물어왔다.
“너 자체만 보면 싫친 않아. 단지 내가 너에게 너무 부족해서 싫어”
“네가 머가 부족해.”
“몰라서 묻는 거니”
“그래 오늘은 똑바른 너의 의사를 너의 입으로 듣고 싶어”
자존심이 상했다. 내입으로 내가 무엇이 부족한 것을 말하라고 하니 정말 기가 막혔다. 얼마나 더 날 비참하게 만들어야 그녀는 만족할 것인가? 하지만 술까지 먹고 와서 말하는 걸 보니 오늘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무언가 끝을 보아야 했다.
“그래. 넌 대학생이야. 그리고 난 흔희들 말하는 공돌이야. 넌 대학생하고 공돌이 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넌 향상 그렇잖아. 인생이란 수많은 선택에서 자신에 부합되는 최선을 선택하는 거라고 말이야. 난 대학을 선택한 것이고, 넌 회사를 선택했어. 그거뿐이야. 그거 때문에 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억지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다냐.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리고 나만 보고 사람들이 소곤거리면 참아. 하지만 너도 나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을 거 아냐. 네가 무엇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어야 해”
“나 다른 사람들이 머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런데 왜 너는 그래야 돼. 날 생각해서 그런 거라면 이유가 안돼”
어쩌면 내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란을 거부하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이였다. 얄팍한 자존심이 그녀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려 설순 없었다.
“너희 대학에는 남자도 없냐. 내가 미팅도 하고 MT도 가고 서클도 가입해 보라고 했지”
“다 했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했어. 피부가 따끔거리는 걸 참아가며 화장도 했고, 혐오스런 남자들과 미팅도 했어. 서클 가입도 했고, 다른 남자들과 술도 마셨어. 네가 시키는 되로 다했어. 그런데 넌 머야. 왜 아직은 날 멀리해.”
“그 남자들 중 마음에 듣는 남자 없어. 그 사람 만나면 되잖아.”
“너는 왜 안돼”
그녀는 그 말을 하며 내 눈을 치켜보았다.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안아주고 싶었다. 눈물을 닫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약해지면 안 된다고 마음속에 다시 다짐했다.
“난 숙대 앞 풀빵 장사가 아냐”
그 당시 유명한 이야기다. 숙명 여대에 다니는 여학생이 학교 앞 풀빵장사 아저씨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남자는 국민학교 졸업하고 노점상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노총각 이였는데 여자집안의 반대에는 불구하고 결혼한 둘의 사랑을 키워 결혼한 이야기다.
“용기가 없어”
“란아. 지금 넌 앞만 보고 있어. 주변을 봐. 뒤도 돌아보고, 시아를 넓게 봐. 그럼 지금 이러고 있는 모습이 웃음께 보일거야. 그리고 나 아닌 다른 남자가 보일거야”
“아니 아무리 둘려 봐도 너만 보여. 너 말대로 미팅해서 본 남자, 서클에서 본 남자, 학교선배 등등 모두 혐오스런 남자들뿐이야. 그 사람들은 옆에만 있어도 소름이 끼쳐. 지금 이렇게 너와 앉아 있는 것처럼 편치 않아. 네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휴~~~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니.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냥 옆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내가 보고 싶을 때 만나주고, 내가 편지 쓰는 거 받아주고. 만나면 반갑게 웃으며 얘기하고 그런 정도면 돼.”
그녀의 고집을 지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느꼈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냉정하게 그녀 거절할 정도로 마음이 독하지 못했다. 사실 나도 그녀가 싫진 않았다. 다만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또한 언젠가는 떠날 사람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하잔 대로 하지. 대신 나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거나, 너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면 그때는 우리 깨끗하게 끝내자. 난 여자남자 친구니 머니 되지도 안는다고 생각하니 애인 생기면 끝내는 거야. 그리고 그때까지는 나와 네가 잠시 만나는 거야. 어때 이게 싫으면 나도 널 그만 보고 싶어”
란은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 고객을 끄덕이며 미소 지였다.
“좋아. 그럼 앞으로 날 피하지도, 그리고 거부하지도 말아.”
쓸쓸한 표정으로 그녀는 힘없이 답했다. 우리가 이 문제를 가지고 싸우기 시작하지 2시간이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난 이 지루하고 답이 없는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알았어. 집에 가자. 춥다.”
란을 바라다 주며 향상 느끼는 것은 란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도 했지만 란의 행동이나 말을 들어보면 집에 들어갈 마음이 없었다. 내 느낌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그랬다.
“들어가”
“꼭 약속 지켜.”
“알았다.”
란은 다시 한번 다짐을 받고 자꾸 돌아보며 집으로 들어갔다. 고독한 사람처럼 그녀의 뒷모습은 기운이 없었다.
그녀는 과연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처음에는 동생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다. 그냥 귀엽고 깜찍한 여동생 같았다. 그녀가 아름다운지도 몰랐고 성숙한지도 몰랐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때, 다른 모습도 같이 보았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생활하는 사람. 그녀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며 사랑을 느끼기 전에 마음속에 자존심이란 더 큰 감정의 벽이 쌓여 버렸다. 그녀의 달곰한 사랑의 속사임은 비수처럼 날카롭게 가슴을 휘졌고 그녀의 존재가 부담스럽게 인식되었다.
지금 그녀에게 다짐을 하고 왔지만 그녀를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 있게 그녀를 거부할 자신감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편하게 생각하자. 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녀를 대하다보면 그녀 스스로 날 떠날 것이다. 주위에 남자들이 많이 있으니 그놈의 남성혐오증도 고쳐지고 남자들 보는 눈도 틀려지겠지. 스스로 지칠 때까지 두고 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최선의 결론은 이것 이였다. 내가 피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고, 그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더욱 자존심이 상하고 그녀가 스스로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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